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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20 화

작가: 강이슬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그래요?”

서정원이 입꼬리를 당기며 반문했다. 손윤서는 함정을 파놓아 그녀에게 물건을 훔쳤다는 누명을 씌울 생각인 듯했다. 그렇다면 손윤서가 어떻게 나올지 지켜볼 셈이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

손혁수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사실 그는 최성운의 약혼녀가 물건을 훔쳤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손녀가 확신하는 듯했고 또 직접 봤다는 사람이 있으니 믿지 않을 수 없었다.

“조금 전에 윤서가 우리한테 다이아몬드 반지를 보여줄 때 서정원 씨가 마침 지나갔거든요. 서정원 씨는 이 다이아몬드 반지가 무척 마음에 드는지 한참을 바라봤어요.”

백유란이 앞으로 나서면서 정말 그런 일이 있었다는 듯이 말했다.

서정원은 어이가 없었다.

그녀가 언제 그 다이아몬드 반지를 마음에 들어 했고 한참을 바라봤단 말인가?

백유란은 잠깐 뜸을 들이다가 계속해 말했다.

“그 후, 저희는 춤 추러 갔고 윤서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빼서 가방 안에 넣었어요. 그런데 춤을 추고 돌아오니 다이아몬드 반지가 사라졌어요.”

“맞아요. 그 뒤로 파티장에서 반지를 찾다가 이 직원을 마주쳤어요. 직원은 누군가 제 반지를 가져갔다고 했고 그 사람이 바로 서정원 씨였어요!”

손윤서는 마음속 흥분을 가라앉히며 말을 보탰다.

오늘 그녀의 계획은 완벽했다. 그러니 서정원은 분명 반박하지 못할 것이고 때가 되면 서정원은 모든 이들의 비난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최성운은 도둑으로 몰린 여자랑 결혼할 리 없었다.

최성운과 촌뜨기 서정원의 결혼 약속을 깨버리면 최씨 가문 사모님의 자리는 자신의 것이 될 거라고 손윤서는 생각했다.

손윤서와 백유란이 서로 한 마디씩 주고받자 서정원은 냉소를 터뜨렸다. 그녀는 매서운 눈빛으로 그 직원을 직시했다.

“제가 손윤서 씨 다이아몬드 반지를 가져가는 걸 봤다고요?”

직원은 서정원을 바라볼 용기기 없어 다급히 시선을 내려뜨렸다. 이내 직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 제가 봤어요.”

“무서워하지 마요. 사실대로 얘기하면 돼요!”

백유란이 직원에게 눈빛을 보냈고 직원은 눈치를 보고 말했다.

“조금 전 제가 화장실에 갔을 때 서정원 씨가 그 다이아몬드 반지를 손에 끼고 있었어요. 그런데 저랑 눈이 마주치자 황급히 다이아몬드 반지를 자기 가방 안에 감췄어요.”

“서정원, 얼른 그 반지 윤서에게 돌려줘! 우리 최씨 가문이 너 때문에 망신당했잖아!”

이진숙이 어느샌가 최지연과 함께 다가와서 호통을 쳤다.

“이모, 화내지 마세요. 이 일이 우리 최씨 가문이랑 무슨 상관이에요?”

최지연은 다급히 위로의 말을 건넸다.

곧이어 그녀는 서정원을 매섭게 노려봤다.

“저 촌뜨기는 우리 최씨 가문이랑 아무 사이 아니에요. 우리 오빠가 도둑질하는 사람이랑 결혼할 리 없잖아요.”

최지연의 말에 사람들은 서정원이 손윤서의 반지를 훔쳤을 거라고 더더욱 확신했고 의논이 끊이질 않았다.

서정원은 눈앞에 있는 사람들을 싸늘하게 바라보다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냉소를 흘렸다.

판이 점점 더 커지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서정원 씨, 이만 반지를 돌려줘요.”

손혁수는 안색이 좋지 않았다. 자신의 생일 파티에 이런 소란이 생겼으니 말이다. 게다가 범인은 다름 아닌 최성운의 약혼녀였다.

서정원은 조금 짜증이 났다. 그녀는 그들과 쓸데없이 대거리하고 싶지 않았다.

“전 말했습니다. 가져간 적 없다고요.”

“당신이 가져갔는지 안 가져갔는지 가방을 열어보면 진실이 밝혀지겠죠!”

손윤서는 서정원이 떠나려 하자 재빨리 그녀를 막아섰다.

주위에 있던 경호원들은 손혁수가 손짓하자 서정원을 겹겹이 에워쌌다.

그 상황에 서정원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오늘 이 일을 해결하지 않으면 여기서 떠날 수 없을 듯했다.

잠깐 고민하던 서정원은 자기 가방을 손윤서에게 건넸다.

“그렇게 보고 싶으면 가져가서 봐요!”

서정원의 가방을 건네받는 순간, 손윤서의 눈동자에 쉽게 알아차릴 수 없는 의기양양함이 잠깐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서정원은 그걸 놓치지 않았다.

손윤서는 경호팀 담당자에게 가방을 건넸다.

“열어서 확인해 봐요.”

경호팀 담당자는 감히 지체하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가방을 건네받은 뒤 지퍼를 열었다.

다음 순간, 사람들의 놀란 목소리가 들렸다.

“정말 서정원 씨였다니!”

손윤서의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서정원의 가방 안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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