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요?”서정원이 입꼬리를 당기며 반문했다. 손윤서는 함정을 파놓아 그녀에게 물건을 훔쳤다는 누명을 씌울 생각인 듯했다. 그렇다면 손윤서가 어떻게 나올지 지켜볼 셈이었다.“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손혁수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사실 그는 최성운의 약혼녀가 물건을 훔쳤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손녀가 확신하는 듯했고 또 직접 봤다는 사람이 있으니 믿지 않을 수 없었다.“조금 전에 윤서가 우리한테 다이아몬드 반지를 보여줄 때 서정원 씨가 마침 지나갔거든요. 서정원 씨는 이 다이아몬드 반지가 무척 마음에 드는지 한참
“이건 제 다이아몬드 반지예요!”손윤서는 매우 흥분하더니 경멸 어린 눈빛으로 서정원을 바라봤다.“서정원 씨, 역시 당신이 훔친 거였네요! 지금 증거도 나왔고 증인도 있으니 뭐 더 할 말 있어요?”다이아몬드 반지가 본인의 가방에서 나왔으나 서정원은 여전히 덤덤한 표정이었고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서정원은 이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다.직원이 그녀를 손가락질했을 때부터 서정원은 다이아몬드 반지가 자기 가방에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그녀에게 누명을 씌우려는 것이었다.그리고 그 사람은 당연히 손윤서였다.“서정원 씨, 사실 조금 전에
서정원의 눈빛은 당당했다. 그런 자신감과 떳떳함은 절대 꾸며낼 수 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최성운은 그녀를 믿고 싶었다.서정원은 웃었다. 모든 사람이 그녀를 범인이라고 생각할 때 최성운은 그녀를 믿는다고 했다.“오빠!”최지연은 화를 내며 발을 동동 굴렀다. 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촌뜨기 서정원이 뭐가 그리 잘났단 말인가? 혹시 최성운이 정말 그녀에게 마음을 준 걸까?“서정원 씨가 가져가지 않았는데 반지가 왜 서정원 씨 가방 안에서 나온거죠?”손윤서가 눈치를 주자 백유란이 입을 열어 서정원을 몰아붙였다.서정원은
감식반 경찰은 이내 검사 결과를 얻었다. 그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검사 결과에 따르면 반지에 서정원 씨 지문이 있습니다.”서정원은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그녀의 지문이 있다니, 어떻게 된 일일까?그녀는 분명 반지를 만진 적이 없었다.게다가 경찰은 최성운이 불렀으니 손윤서에게 매수당했을 리도 없었다. 그렇다면 유일한 가능성은 손윤서가 그녀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틈을 타 지문을 채취했다는 것뿐이었다.“서정원 씨, 검사 결과 서정원 씨가 제 반지를 훔쳤다는 게 증명됐네요. 또 뭐 할 말 있어요?”손윤서는 의기양양하게
“당신이 훔친 건데 반지는 왜 서정원 씨 가방 안에 있었죠?”손윤서는 서둘러 선을 그으며 질문했다.“사실 반지를 손에 넣은 뒤 퇴근한 후에 몰래 가져갈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손윤서 씨가 이렇게 빨리 반지가 사라진 걸 발견할 줄은 몰랐어요. 그리고 경호원을 시켜 반지를 찾길래 혹시나 들킬까 봐 겁나서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한 틈을 타 반지를 서정원 씨 가방 안에 숨겼어요.”직원은 안색이 창백했다.“제발 절 용서해 주세요. 정말 고의는 아니었어요. 저희 어머니가 많이 아프셔서 수술할 돈이 급히 필요했어요. 그래서 잠깐 나쁜 마음을
호텔에서 나온 뒤 택시를 타고 돌아가려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천둥 번개가 치더니 별안간 소낙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세상에. 이렇게 재수가 없다고?’서정원은 울고 싶었다. 그녀는 우산을 챙기지 않았다.커다란 빗방울이 하늘에서 내려와 서정원의 몸에 떨어졌다. 서늘한 기운이 그녀의 몸을 감쌌다.서정원이 비를 피할 곳을 찾고 있는데 갑자기 검은색 벤틀리가 정확히 그녀의 옆에 멈춰 섰다.최성운의 차였다.차 문이 열리고 최성운의 수려한 얼굴이 서정원의 앞에 나타났다.그는 간결하게 두 글자를 내뱉었다.“타요.”서정원은 살짝 당황
듬직한 형체가 어느새 그녀의 곁에 서 있었다. 그는 흰 가운만 걸치고 있었고 가슴팍의 단추 두 개가 열려 있어 단단한 복근이 드러났다.턱을 부딪쳐 다소 느껴지는 고통에 최성운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게 되었고, 말리지 않고 나온 그의 젖은 머리칼에선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어 엄청나게 섹시해 보였다.서정원은 순간 정신이 아찔해졌다. 그녀는 최성운이 잘생겼다는 걸 인정해야만 했다.“충분히 봤어요?”최성운은 자신을 넋을 잃고 바라보는 서정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물었다.“언제 오셨어요? 왜 사람 깜짝 놀라게 소리 없이 다니세
어렵사리 샤워를 마치고 밖에 나와 보니 최성운이 소파에 앉아 있었다.기다란 두 다리는 서로 겹쳐져 있었고 예쁜 손은 경제 잡지를 한 권 들고 있었다. 그는 눈을 살짝 가늘게 뜬 채로 잡지를 보고 있었다.“난 이만 잘게요.”서정원은 최성운의 앞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말을 하자마자 뭔가 좀 이상함이 느껴졌다.“네?”고개를 든 최성운은 허스키하면서 매력적인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날 초대하는 거예요?”‘뭐라고? 초대는 무슨!’서정원은 참지 못하고 속으로 비아냥거렸다. 그녀는 정말 그냥 피곤해서 잠을 자고 싶은 것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