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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23 화

Author: 강이슬
last update Last Updated: 2023-07-18 15:10:28
감식반 경찰은 이내 검사 결과를 얻었다. 그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검사 결과에 따르면 반지에 서정원 씨 지문이 있습니다.”

서정원은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그녀의 지문이 있다니, 어떻게 된 일일까?

그녀는 분명 반지를 만진 적이 없었다.

게다가 경찰은 최성운이 불렀으니 손윤서에게 매수당했을 리도 없었다. 그렇다면 유일한 가능성은 손윤서가 그녀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틈을 타 지문을 채취했다는 것뿐이었다.

“서정원 씨, 검사 결과 서정원 씨가 제 반지를 훔쳤다는 게 증명됐네요. 또 뭐 할 말 있어요?”

손윤서는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서장님, 저 사람이 제 반지를 훔쳤어요.”

손윤서는 서정원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사람 데려가서 공정하게 처리해 주세요.”

“서정원 씨, 정말 손윤서의 반지를 훔친 겁니까?”

최성운이 물었다.

비록 겉으로는 모든 증거가 서정원을 가리키고 있는 듯했지만 최성운은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비록 서정원과 알게 된 지 며칠 되지 않았지만 그는 서정원이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아니죠.”

서정원은 여전히 태연했다.

“검사 결과도 나왔는데 부인하는 거예요?”

손윤서는 화를 내며 서정원을 노려봤다.

“오빠, 왜 또 저 여자한테 말을 걸어? 우리 최씨 가문에 저런 도둑은 없어. 저 여자는 오빠한테 어울리지 않아!”

우물에 빠진 사람에게 돌을 던진다고, 최지연은 이 틈을 타 서정원을 마구 모욕했다.

“죄송합니다, 서정원 씨. 저희랑 같이 서에 가서 조사에 협조해 주시죠.”

서장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서정원이 반지를 훔치는 걸 목격한 사람이 있고, 반지도 서정원의 가방 안에서 나왔다. 게다가 반지에서 그녀의 지문까지 나왔으니 서정원의 혐의가 가장 컸다.

절차에 따르면 그들은 서정원을 경찰서로 데려가 조사해야 했다.

“아뇨. 전 제가 반지에 손을 댄 적이 없다는 걸 증명할 수 있어요.”

서정원이 덤덤히 말했다.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었다. 의심의 여지가 없이 긍정하게 되는 목소리였다.

“증명한다고요? 뭘 증명할 수 있는데요? 분명 서정원 씨가 제 반지를 훔쳤잖아요!”

손윤서는 목청을 높였다. 그녀의 미간 사이에서 억누를 수 없는 흥분이 보였다.

지금 증거가 확실하니 다른 사람들은 분명 서정원이 반지를 훔쳤을 거라고 생각할 것이고, 서정원이 아무리 발버둥 쳐도 소용없을 것이다.

‘촌뜨기, 감옥에 갈 준비나 해!’

“당연히 증명할 방법이 있죠.”

서정원의 입가에 태연하고 덤덤한 미소가 걸렸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옆에 서 있는 서장에게 말했다.

“반지를 저에게 주실래요?”

서장은 최성운을 바라봤고 그가 허락하는 눈빛을 보내자 그제야 서정원에게 반지를 건넸다.

서정원은 주위를 쓱 둘러보더니 그 직원에게 시선을 멈췄다.

“제가 반지를 들고 있는 걸 직접 목격했다고 그랬죠?”

직원은 다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죠. 제가 직접 봤어요.”

서정원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 잘 보세요.”

서정원은 손을 뻗어 사람들에게 보여줬다.

“다들 제 손을 잘 보세요.”

서정원의 손은 섬섬옥수라 손가락이 희고 매끄러웠다.

사람들은 서정원이 뭘 하려는 건지 알지 못해 서로 귓속말을 주고받았다.

최성운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그는 궁금한 눈빛으로 탐구하듯 서정원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모든 이들이 그녀를 손가락질하고 있었지만 서정원은 한없이 여유로웠다.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자신감과 침착함을 보니 시골에서 올라온 여자 같지 않았다.

그도 보고 싶었다. 이렇게 많은 불리한 증거가 그녀를 범인으로 가리키고 있는데 서정원이 어떻게 자신의 결백을 증명할지 말이다.

서정원이 반지를 손에 들자 몇 분 뒤 손가락이 빨갛게 부어오르면서 두드러기가 생겼다.

“어떻게 된 일이래?”

사람들은 놀란 듯 서정원의 손을 바라봤다.

서정원은 눈빛이 차가워졌다. 그녀는 반지를 다시 경찰에게 건네더니 작게 기침하며 말했다.

“전 백금 알레르기가 있어요. 그리고 이 반지의 링 부분은 백금으로 만들어졌죠. 다들 보셨겠지만 제 손은 백금에 닿는 순간 알레르기가 생겨 지금처럼 빨개지고 부어오를 뿐만 아니라 두드러기가 나요. 몇 시간 안에는 회복되지 않아요. 만약 제가 손윤서 씨 반지를 훔쳤다면 일찍 알레르기가 생겼을 거예요. 하지만 다들 보셨다시피 조금 전에 제 손은 멀쩡했어요. 이 반지를 만지자마자 이렇게 됐죠. 그러니까 이전에 저는 저 반지를 만진 적이 없어요. 그러니까 제가 훔쳤을 리가 없죠.”

서정원은 말하면서 사람들에게 손을 보여줬다.

“그럴 리가요, 말도 안 돼요!”

서정원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서정원의 손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이럴 수가! 이렇게 우연히 백금 알레르기가 있다고?

“분명 서정원 씨가 손을 썼을 거예요!”

손윤서는 경찰의 손에서 반지를 빼앗아 자세히 살폈다. 그녀는 무슨 문제가 있는지 알아보려고 했다.

그러나 반지는 확실히 그녀의 것이었고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손윤서의 안색이 살짝 달라졌다. 이럴 수가!

분명 완벽한 계획이었는데 실패하다니!

서정원은 손윤서의 당황한 모습을 전부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입꼬리를 말아 올리더니 다른 손으로 반지를 가져왔다.

“믿기지 않는다면 다시 한번 보여줄게요.”

결과는 똑같았다.

그녀의 손은 반지를 만지자마자 알레르기가 생겼다.

“이제 반지를 훔친 범인이 제가 아니란 게 밝혀졌죠.”

서정원이 또박또박 말했다.

“확실하네요. 서정원 씨는 반지에 알레르기가 있으니 서정원 씨가 반지를 훔쳤을 리 없죠.”

옆에서 사건의 경과를 지켜본 경찰 서장이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고마워요.”

서정원은 서장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직원을 직시했다.

“말해봐요. 어떻게 내가 반지를 훔치는 걸 목격한 거죠?”

“전...”

직원은 당황한 표정으로 우물쭈물하면서 도와달라는 눈빛으로 손윤서를 바라봤다.

손윤서는 이를 악물면서 위협 가득한 눈빛을 보냈고 직원은 몸을 움찔 떨더니 갑자기 서정원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죄송합니다, 서정원 씨. 이 반지는 사실 제가 훔친 거예요.”

직원이 전전긍긍하면서 입을 열었다.

“그래요?”

서정원은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사실 그녀는 직원의 말을 믿지 않았다.

일개 직원이 무슨 배짱으로 손윤서의 반지를 훔치고 그 죄를 서정원에게 뒤집어씌운단 말인가?

게다가 이렇게 치밀한 계획을 짤 능력도 없을 것이다.

“죄송해요. 제가 잠시 정신이 나가서 손윤서 씨 반지를 훔쳤어요.”

직원은 고개를 조아리면서 통곡하며 참회했다.

“제발 절 용서해 주세요. 절대 고의가 아니었어요.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요.”

직원이 모든 죄를 인정하자 손윤서는 안도의 한숨을 살짝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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