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서 나온 뒤 택시를 타고 돌아가려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천둥 번개가 치더니 별안간 소낙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세상에. 이렇게 재수가 없다고?’서정원은 울고 싶었다. 그녀는 우산을 챙기지 않았다.커다란 빗방울이 하늘에서 내려와 서정원의 몸에 떨어졌다. 서늘한 기운이 그녀의 몸을 감쌌다.서정원이 비를 피할 곳을 찾고 있는데 갑자기 검은색 벤틀리가 정확히 그녀의 옆에 멈춰 섰다.최성운의 차였다.차 문이 열리고 최성운의 수려한 얼굴이 서정원의 앞에 나타났다.그는 간결하게 두 글자를 내뱉었다.“타요.”서정원은 살짝 당황
듬직한 형체가 어느새 그녀의 곁에 서 있었다. 그는 흰 가운만 걸치고 있었고 가슴팍의 단추 두 개가 열려 있어 단단한 복근이 드러났다.턱을 부딪쳐 다소 느껴지는 고통에 최성운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게 되었고, 말리지 않고 나온 그의 젖은 머리칼에선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어 엄청나게 섹시해 보였다.서정원은 순간 정신이 아찔해졌다. 그녀는 최성운이 잘생겼다는 걸 인정해야만 했다.“충분히 봤어요?”최성운은 자신을 넋을 잃고 바라보는 서정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물었다.“언제 오셨어요? 왜 사람 깜짝 놀라게 소리 없이 다니세
어렵사리 샤워를 마치고 밖에 나와 보니 최성운이 소파에 앉아 있었다.기다란 두 다리는 서로 겹쳐져 있었고 예쁜 손은 경제 잡지를 한 권 들고 있었다. 그는 눈을 살짝 가늘게 뜬 채로 잡지를 보고 있었다.“난 이만 잘게요.”서정원은 최성운의 앞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말을 하자마자 뭔가 좀 이상함이 느껴졌다.“네?”고개를 든 최성운은 허스키하면서 매력적인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날 초대하는 거예요?”‘뭐라고? 초대는 무슨!’서정원은 참지 못하고 속으로 비아냥거렸다. 그녀는 정말 그냥 피곤해서 잠을 자고 싶은 것뿐이었다.
“서정원 씨 우리 비서팀에 온 지도 며칠 됐죠. 우리 회사랑 프랑스 레이디 패션 다음 시즌에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서정원 씨가 맡아요.”하은별의 눈빛에서 티 나지 않게 언뜻 질투가 스쳐 지나갔다.그녀는 서정원에게 서류를 건네주며 말했다.“이건 프로젝트 자료예요. 서둘러 확인해요.”서정원은 자료를 건네받은 뒤 고개를 숙이고 한 번 훑어봤다.“네.”서정원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하은별의 눈동자에서 질투가 불타올랐다.레이디 패션의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쭉 그녀가 맡았었다.그런데 오늘 아침 최
“오빠, 이모가 시킨 거야.”최성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어머니가 서정원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찌 됐든 서정원은 손님이었고 서정원이 사용인 방으로 쫓겨났다는 걸 할아버지가 알게 된다면 분명 화를 낼 것이었다.“서정원 씨 물건들 다시 제 방으로 옮겨 놓으세요.”최성운이 사용인에게 지시하자 서정원이 그의 말허리를 잘랐다.“괜찮아요.”어젯밤 일을 떠올린 서정원은 미간을 좁히며 거절했다.그러나 최성운은 그녀의 태도에 조금 불쾌해졌다.사용인 방에서 지내더라도 그와는 같이 지내고 싶지 않다는
서정원은 최성운을 밀어내고 돌아서서 문을 닫았다.쿵 소리와 함께 최성운은 기가 막혔다.그를 내쫓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심지어 상대는 여자였다.사실 그는 그녀의 업무를 신경 써줄 생각이었다. 그가 하은별에게 레이디 패션의 프로젝트를 서정원에게 주라고 한 건 그녀에게 실력을 키울 기회를 주고 싶어서였다.서정원 같은 신입은 단번에 큰 프로젝트를 맡게 되면 어려움이 많은 게 당연했고, 그래서 그는 직접 서정원을 가르칠 생각이었다.그런데 지금 보니 그럴 필요가 없을 듯했다.서정원은 그의 마음을 전혀 헤아리지 못했다.서정원은 당연
서정원은 최승철의 맥박이 안정적이고 몸이 건강하다는 걸 발견했다.그러니까... 최승철은 꾀병을 부린 것이었다.최성운은 할아버지께 효성이 지극했다.그래서 최승철은 꾀병을 부리는 방법으로 최성운이 서정원을 최씨 가문으로 들이는 데 동의하게 만들었다.손자를 위해 최승철은 참 많은 걸 신경 썼다.하지만 아쉽게도 그녀와 최성운은 불가능했고 석 달 뒤면 최승철은 아마 실망할 것이다.서정원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고개를 돌려 최성운을 바라봤고 최성운은 다정하게 서정원의 손을 잡았다.서정원은 본능적으로 벗어나려 했지만 조금 전 최성운과
손윤서는 도발하는 눈빛으로 서정원을 바라봤다.촌뜨기니 좋은 물건을 꺼낼 수 있을 리가 없었고, 어쩌면 선물을 아예 준비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그렇게 비교하면 최승철은 누가 명문가의 딸인지, 누가 최성운에게 더 잘 어울리는지 알게 될 것이다.최성운의 혼사는 최승철이 결정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반드시 기회를 잡아 최승철의 생각을 바꿔야 했다.최근 들어 손윤서는 이진숙의 마음에 들려고 온갖 방법을 썼다. 오직 이진숙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 말이다. 그러나 최성운은 여전히 그녀에게 냉담했고 그녀와 거리를 두려 했다.서정원은 최승
이제 모든 하객이 자리에 앉았다.그들은 서로 축복의 말을 건네며 최성운과 서정원의 행복을 기원했다.최성운과 서정원은 한복을 바꿔입고 피로연을 시작했다. 피로연은 서양식으로 하지 않고 전통 방식으로 중간에 뷔페를 준비했다.하여 최성운과 서정원의 한복은 자리와 아주 잘 어울렸다.“하객 여러분, 우리 모두 잔을 들어주세요. 신랑의 감사 인사가 있고 난 후 함께 건배하겠습니다.”사회자의 말을 들은 최성운은 술잔을 들고 중앙으로 걸어왔다.서정원도 옆에 함께 했는데 이제 부창부수 같은 느낌을 주었다. 최성운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이런 능력도 있었어요? 그리고 비행기에 칠 한 그림은 얼마나 낭비예요!”서정원은 비록 입으로는 최성운을 혼냈지만, 그녀의 말투는 아주 부드러웠다. 서정원의 말을 듣고 있는 최성운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배운 지는 오래됐어. 다만 면허증이 이제 막 나와서 경험이 풍부한 조수가 필요해.”“내가 경험이 조금 더 풍부해지면, 혼자서 다 태우고 세계여행을 떠날 수도 있어. 그때가 되면 우리는 가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갈 수 있어.”이 말을 들은 서정원은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그녀가 생각에 잠겨있던 그때, 최성운이 그 답을
최성운은 서정원의 몸매에 꼭 맞는 웨딩드레스를 몇 벌 제작했다. 이제 서정원이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선택하기만 하면 바로 입을 수 있다.“얼른 마음에 드는 거로 선택해. 난 네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너무 기대돼.”서정원은 여전히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그녀는 드레스를 손에 쥐고 몇 번이나 들었다 놨다 하며 내려놓기 아쉬워했다.“너는 어떤 걸 입어도 다 잘 어울려. 게다가 너는 참 안목도 좋아. 내 생각에는 성운 씨도 네가 이 드레스를 입기를 바랐던것 같아. 이 장식과 포인트를 봐.”연채린이 드레스 윗부분을 가리키자, 서
“제가 왜 이런 식으로 온 세상 사람들이 저를 비웃게 하는데요?”연채린은 손사래를 쳤다. 둘 사이에는 이미 감사할 필요가 없다고 서정원이 말했던 적이 있다.지금 연채린도 이런 태도로 서정원에게 두 사람 사이에 감사하다는 말이 왜 필요가 없는지 알려줬다.“오히려 비웃음보다 축복이 더 많을 것 같은데요.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은 누구나 부러울 테니까.”“제가 이 결혼식에 참석한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더군다나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을 최성운이 직접 준비했는데요.”서정원도 마음속으로 매우 행복하다고 느꼈고, 연신 고개를 끄
서정원은 원래 시간이 좀 더 지나야 이 문제를 다룰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최성운이 이렇게 일찍부터 준비할 줄은 몰랐다.서정원이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당황했다.비록 최성운이 외진 곳에 가서 하는 일들을 수없이 생각했지만, 그런 쪽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다.하지만 그게 현실이 됐으니, 서정원은 설렘도 있고, 얼굴에는 달콤한 미소밖에 보이지 않았다.“정말 최성운 씨를 보면 혼내야 할지, 칭찬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알려주세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연채린은 일부러 서정원을 놀렸다. 지금 서정원은 기분도 좋고, 최성운의 계획에 아
연채린이 제공한 답은 오랜 사고 끝에 나온 것이다.연채린은 최성운이 외진 곳에 있으니, 아무리 서정원이 말한 대로 한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동시에 외국 회사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관계자가 전화를 받자마자 얼굴이 웃음꽃이 피었다.왜냐하면 최성운이 걸어온 전화이기 때문이다.“회장님, 지금 가족분들이 미치도록 회장님을 찾고 있어요.”“최대한 빨리 가족분들이랑 연락을 하는 게 좋겠습니다. 아니면 어떻게 할지 모릅니다.”최성운은 이 말을 듣고 몇 마디 위로의 말을 하는데, 전화 너머 그쪽 회사 운영자가 당분간
연채린은 지금 서정원이 손해를 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그래서 그 어떤 왜곡된 일이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연채린은 최미자보고 최건국에게 알리라고 했다. 언론의 힘을 이용해 해결하려고 했다.만약 그게 네티즌들이 혼자서 소설을 쓰는 것이라면 연채린도 방법이 없다. 하지만 최건국은 그런 사람들과 다르게 그런 적이 없다.연채린은 기사를 사서 전체적인 언론 방향을 바로 잡았다. 최건국도 언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그들을 이용해 일을 해결할 줄도 안다.지금 그 방법도 최건국과 매니저가 함께 생각한 방법의 하나이다.“
조사랑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싶은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아무튼 조사랑이 제안한 방법으로 최성운을 찾을 수만 있으면 된다.서정원도 그들에게 그깟 몇 푼을 빼앗겨도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다.“저는 다른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야 할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최성운에 대한 소식이 생기면, 바로 전단지에 남긴 전화번호를 걸면 됩니다.”서정원은 또 한 번 감사의 표시를 하고 그들을 내보냈다. 연채림은 소파에 앉아 지켜보았는데, 그들이 도대체 어떻게 하
이 사람들은 기레기다. 전에 최성운한테 한번 당해본 기자들이다.“최성운과 서정원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는 건 이익의 문제 때문이다. 회사 경영 문제로 삼아 지금의 다툼이 생긴 모양이다.”“겉으로는 서로 사랑하는 부부의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사실은 다르다. 서정원이 지금 한 행동 역시, 최성운을 찾아서 회사를 빼앗기 위한 수단이다.”“만약 서정원이 권력을 선에 쥐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일을 하더라도 결국 최성운 밑에서 일을 하는 직원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그 진실이 밝혀진 것이다.”언론사 기자들이 쓴 기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