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이모가 시킨 거야.”최성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어머니가 서정원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찌 됐든 서정원은 손님이었고 서정원이 사용인 방으로 쫓겨났다는 걸 할아버지가 알게 된다면 분명 화를 낼 것이었다.“서정원 씨 물건들 다시 제 방으로 옮겨 놓으세요.”최성운이 사용인에게 지시하자 서정원이 그의 말허리를 잘랐다.“괜찮아요.”어젯밤 일을 떠올린 서정원은 미간을 좁히며 거절했다.그러나 최성운은 그녀의 태도에 조금 불쾌해졌다.사용인 방에서 지내더라도 그와는 같이 지내고 싶지 않다는
서정원은 최성운을 밀어내고 돌아서서 문을 닫았다.쿵 소리와 함께 최성운은 기가 막혔다.그를 내쫓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심지어 상대는 여자였다.사실 그는 그녀의 업무를 신경 써줄 생각이었다. 그가 하은별에게 레이디 패션의 프로젝트를 서정원에게 주라고 한 건 그녀에게 실력을 키울 기회를 주고 싶어서였다.서정원 같은 신입은 단번에 큰 프로젝트를 맡게 되면 어려움이 많은 게 당연했고, 그래서 그는 직접 서정원을 가르칠 생각이었다.그런데 지금 보니 그럴 필요가 없을 듯했다.서정원은 그의 마음을 전혀 헤아리지 못했다.서정원은 당연
서정원은 최승철의 맥박이 안정적이고 몸이 건강하다는 걸 발견했다.그러니까... 최승철은 꾀병을 부린 것이었다.최성운은 할아버지께 효성이 지극했다.그래서 최승철은 꾀병을 부리는 방법으로 최성운이 서정원을 최씨 가문으로 들이는 데 동의하게 만들었다.손자를 위해 최승철은 참 많은 걸 신경 썼다.하지만 아쉽게도 그녀와 최성운은 불가능했고 석 달 뒤면 최승철은 아마 실망할 것이다.서정원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고개를 돌려 최성운을 바라봤고 최성운은 다정하게 서정원의 손을 잡았다.서정원은 본능적으로 벗어나려 했지만 조금 전 최성운과
손윤서는 도발하는 눈빛으로 서정원을 바라봤다.촌뜨기니 좋은 물건을 꺼낼 수 있을 리가 없었고, 어쩌면 선물을 아예 준비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그렇게 비교하면 최승철은 누가 명문가의 딸인지, 누가 최성운에게 더 잘 어울리는지 알게 될 것이다.최성운의 혼사는 최승철이 결정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반드시 기회를 잡아 최승철의 생각을 바꿔야 했다.최근 들어 손윤서는 이진숙의 마음에 들려고 온갖 방법을 썼다. 오직 이진숙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 말이다. 그러나 최성운은 여전히 그녀에게 냉담했고 그녀와 거리를 두려 했다.서정원은 최승
서정원은 웃었다. 그녀가 레오를 모른다면 세상에 레오를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손윤서가 입은 드레스는 아주 정교하게 만들어졌고 또 예쁘지만 자세히 보면 모조품이었다.이 드레스는 작업실에서 딱 두 벌만 내놓았었다.하나는 할리우드 스타 에이디가 샀고 다른 한 벌은 영국 왕비가 샀다.그러니 손윤서가 입은 건 모조품이 확실했다.“제가 아는 바로 레오가 만든 정품은 치맛자락 안감에 하트 표식이 되어 있어요. 한 번 확인해 보세요. 그 드레스에 표식이 있는지 없는지.”서정원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그 하트 표식은 그녀가 직접 디
서정원은 허리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죄송해요. 잠깐 나갔다 올게요.”“어디 가요?”최성운은 미간을 살짝 구기고 불만스러운 어조로 물었다.“곧 밥 먹을 텐데요.”무슨 중요한 일이 있길래 굳이 지금 떠나려는 걸까?“급한 일이 있어서요.”서정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곧장 문밖으로 향했다.그녀는 동물병원 의사에게 연락해서 물었다.“안녕하세요, 장 선생님. 저 서정원이에요. 저번에 제가 보냈던 강아지 지금 어때요?”전화 건너편에서 의사의 목소리가 들렸다.“이미 다 나았어요.”서정원은 고개를 끄덕였다.“제가 지금 데리러
그는 늘씬하고 큰 손으로 새우를 까고 있었다.그는 우아하고 품위 있으며 흠잡을 데 없이 완벽했다.이렇게 간단한 움직임에서도 카리스마와 고고한 분위기가 느껴졌다.손윤서는 황홀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그녀는 오랫동안 그를 짝사랑했는데 왜 최성운은 단 한 번도 그녀를 제대로 봐주지 않는 걸까?손윤서는 재빨리 새우 하나를 까서 최성운의 그릇에 놓으며 부드럽게 말했다.“성운아, 내가 깐 새우 맛 좀 봐.”최성운은 그릇을 다른 곳으로 옮기며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괜찮아. 난 다른 사람이 까준 건 안 먹어.”그 순간, 새우
최성운의 그윽한 눈빛을 마주하게 된 서정원은 달게 웃었다.“별거 아니에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어요.”“정원아, 얼른 앉아서 밥 먹거라.”최승철은 두리가 돌아오자 기분이 좋아져 분부했다.“진구야, 어서 정원이가 쓸 그릇과 젓가락을 가져오라고 해.”“네, 어르신.”여진구는 곧바로 분부하러 갔다.최승철은 옆으로 자리를 옮겨 서정원에게 최성운의 옆에 앉으라고 눈치를 줬다.“할아버지, 별거 아니에요.”서정원은 최성운의 옆 빈자리에 앉으면서 온화하게 웃어 보였다.“정원아, 이번에는 정말 네 덕분에 두리를 찾았구나.”최승
이제 모든 하객이 자리에 앉았다.그들은 서로 축복의 말을 건네며 최성운과 서정원의 행복을 기원했다.최성운과 서정원은 한복을 바꿔입고 피로연을 시작했다. 피로연은 서양식으로 하지 않고 전통 방식으로 중간에 뷔페를 준비했다.하여 최성운과 서정원의 한복은 자리와 아주 잘 어울렸다.“하객 여러분, 우리 모두 잔을 들어주세요. 신랑의 감사 인사가 있고 난 후 함께 건배하겠습니다.”사회자의 말을 들은 최성운은 술잔을 들고 중앙으로 걸어왔다.서정원도 옆에 함께 했는데 이제 부창부수 같은 느낌을 주었다. 최성운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이런 능력도 있었어요? 그리고 비행기에 칠 한 그림은 얼마나 낭비예요!”서정원은 비록 입으로는 최성운을 혼냈지만, 그녀의 말투는 아주 부드러웠다. 서정원의 말을 듣고 있는 최성운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배운 지는 오래됐어. 다만 면허증이 이제 막 나와서 경험이 풍부한 조수가 필요해.”“내가 경험이 조금 더 풍부해지면, 혼자서 다 태우고 세계여행을 떠날 수도 있어. 그때가 되면 우리는 가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갈 수 있어.”이 말을 들은 서정원은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그녀가 생각에 잠겨있던 그때, 최성운이 그 답을
최성운은 서정원의 몸매에 꼭 맞는 웨딩드레스를 몇 벌 제작했다. 이제 서정원이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선택하기만 하면 바로 입을 수 있다.“얼른 마음에 드는 거로 선택해. 난 네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너무 기대돼.”서정원은 여전히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그녀는 드레스를 손에 쥐고 몇 번이나 들었다 놨다 하며 내려놓기 아쉬워했다.“너는 어떤 걸 입어도 다 잘 어울려. 게다가 너는 참 안목도 좋아. 내 생각에는 성운 씨도 네가 이 드레스를 입기를 바랐던것 같아. 이 장식과 포인트를 봐.”연채린이 드레스 윗부분을 가리키자, 서
“제가 왜 이런 식으로 온 세상 사람들이 저를 비웃게 하는데요?”연채린은 손사래를 쳤다. 둘 사이에는 이미 감사할 필요가 없다고 서정원이 말했던 적이 있다.지금 연채린도 이런 태도로 서정원에게 두 사람 사이에 감사하다는 말이 왜 필요가 없는지 알려줬다.“오히려 비웃음보다 축복이 더 많을 것 같은데요.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은 누구나 부러울 테니까.”“제가 이 결혼식에 참석한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더군다나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을 최성운이 직접 준비했는데요.”서정원도 마음속으로 매우 행복하다고 느꼈고, 연신 고개를 끄
서정원은 원래 시간이 좀 더 지나야 이 문제를 다룰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최성운이 이렇게 일찍부터 준비할 줄은 몰랐다.서정원이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당황했다.비록 최성운이 외진 곳에 가서 하는 일들을 수없이 생각했지만, 그런 쪽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다.하지만 그게 현실이 됐으니, 서정원은 설렘도 있고, 얼굴에는 달콤한 미소밖에 보이지 않았다.“정말 최성운 씨를 보면 혼내야 할지, 칭찬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알려주세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연채린은 일부러 서정원을 놀렸다. 지금 서정원은 기분도 좋고, 최성운의 계획에 아
연채린이 제공한 답은 오랜 사고 끝에 나온 것이다.연채린은 최성운이 외진 곳에 있으니, 아무리 서정원이 말한 대로 한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동시에 외국 회사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관계자가 전화를 받자마자 얼굴이 웃음꽃이 피었다.왜냐하면 최성운이 걸어온 전화이기 때문이다.“회장님, 지금 가족분들이 미치도록 회장님을 찾고 있어요.”“최대한 빨리 가족분들이랑 연락을 하는 게 좋겠습니다. 아니면 어떻게 할지 모릅니다.”최성운은 이 말을 듣고 몇 마디 위로의 말을 하는데, 전화 너머 그쪽 회사 운영자가 당분간
연채린은 지금 서정원이 손해를 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그래서 그 어떤 왜곡된 일이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연채린은 최미자보고 최건국에게 알리라고 했다. 언론의 힘을 이용해 해결하려고 했다.만약 그게 네티즌들이 혼자서 소설을 쓰는 것이라면 연채린도 방법이 없다. 하지만 최건국은 그런 사람들과 다르게 그런 적이 없다.연채린은 기사를 사서 전체적인 언론 방향을 바로 잡았다. 최건국도 언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그들을 이용해 일을 해결할 줄도 안다.지금 그 방법도 최건국과 매니저가 함께 생각한 방법의 하나이다.“
조사랑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싶은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아무튼 조사랑이 제안한 방법으로 최성운을 찾을 수만 있으면 된다.서정원도 그들에게 그깟 몇 푼을 빼앗겨도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다.“저는 다른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야 할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최성운에 대한 소식이 생기면, 바로 전단지에 남긴 전화번호를 걸면 됩니다.”서정원은 또 한 번 감사의 표시를 하고 그들을 내보냈다. 연채림은 소파에 앉아 지켜보았는데, 그들이 도대체 어떻게 하
이 사람들은 기레기다. 전에 최성운한테 한번 당해본 기자들이다.“최성운과 서정원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는 건 이익의 문제 때문이다. 회사 경영 문제로 삼아 지금의 다툼이 생긴 모양이다.”“겉으로는 서로 사랑하는 부부의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사실은 다르다. 서정원이 지금 한 행동 역시, 최성운을 찾아서 회사를 빼앗기 위한 수단이다.”“만약 서정원이 권력을 선에 쥐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일을 하더라도 결국 최성운 밑에서 일을 하는 직원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그 진실이 밝혀진 것이다.”언론사 기자들이 쓴 기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