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인은 그녀가 송석석을 말하는 것을 듣고 잠시 당황하였다. 그녀는 장 공주와 송부인의 옛일을 모른다. 그저 송석석이 공을 세워 황실의 중시를 받고 있다고 생각했다.지금 송석석을 효도한다고 칭찬하는 것은 송석석을 대신해서 한 소리 하려는 건가?하지만 장 공주의 온화한 눈빛을 보니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았다.한창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을 때 옆에 앉은 제 부인이 말했다."공주 전하, 효도도 모두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려는 것입니다. 서방과 화리한 후 노부인의 안부를 묻지도 않는데 어떻게 효성스럽단 말입니까? 겉치레야 누구나 다 할 수 있지요. 노부인께서 국공부 앞에서 소란까지 피우셨는데, 정말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라면 어찌 체면까지 버리셨겠습니까?"제 부인은 황후 친정 오라버니의 부인이다. 제 대인은 3품 관직으로 조정의 기둥 같은 신하이다.제 부인이 입을 열자 다른 사람들도 맞장구를 쳤다."맞습니다. 군공을 세웠다고 사람을 안중에도 두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배은망덕한 사람은 누구나 다 싫어할 것입니다.""노부인, 며느리의 친정이 멸문될 때 세심하게 그녀를 돌보았다 들었습니다. 심지어 곁에서 주무시면서 어리석은 짓을 할까봐 보살펴 주며 그토록 며느리를 아끼셨는데, 애석하게도 정분을 생각하지 않았지요."노부인은 이 말을 듣고 잠시 넋을 잃었다가 곧 알아차렸다.이 부인들은 장 공주를 반박한 듯 보였지만 장 공주는 화를 내긴커녕 오히려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다.부인들이 장 공주가 하고 싶은 말을 한 것이 틀림없다.그녀는 장 공주와 송석석 사이에 원한이 있고 이 연회에 송석석이 오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장 공주는 전북망의 공로를 생각하여 그들을 청한 것이 아니라 송석석의 체면을 깎을 수 있기 때문이다.장 공주도 그녀처럼 송석석을 증오하는 것을 깨닫고 그녀는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난 듯 흥분을 금치 못했다.그녀는 연극에 소질이 많다.그녀는 긴 한숨을 내쉬며 눈물을 글썽거렸다."장 공주님께 결례를 범했습니다. 진심이 반드시 진심을 얻는 것은
그러나 그녀를 초대했지만 오지 않으면 또 무슨 모함을 할지 몰라 결국 꾹 참고 따라왔다.그들이 송석석을 의논하는 것을 듣고 혜태비는 더욱 화가 나 피를 토할 뻔했다.다행히도 송석석이 곧 사여묵에게 시집갈 것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다. 만약 알고 있다면 장 공주가 앞장서서 모함을 할 것이고 그녀는 더욱 체면이 서지 않을 것이다.그녀가 옆에 앉아, 장 공주는 일부러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녀도 말을 걸 생각이 없었다. 장 공주의 딸 가의 군주가 혜태비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어머, 혜태비도 오셨습니까? 어머니께 무슨 생신 선물을 주려 왔습니까?"가의 군주가 다른 사람에게 묻지 않고 하필 그녀에게 묻는 것으로 보아 나쁜 마음을 먹은 것이 틀림없다.연회에 오면 적대를 당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는 혜태비는 마지못해 말했다."장 공주가 부처를 믿는다는 말을 듣고 금불을 선물했으니, 마음에 들길 바랍니다."그녀는 고 씨 유모에게 선물을 장 공주 앞으로 보내라 명했다. 장 공주는 힐긋 보고 난 뒤 담담하게 말했다."이런 금불이 십여 개나 있지만 혜태비의 마음이니 그대로 받겠습니다."그녀의 오만한 태도에 혜태비는 화를 못 이길 뻔했다. 혜태비는 눈을 흘기며 생각했다.‘마음에 들지 않으면 가지 않으면 될 것을.’그러나 그녀는 감히 말하지 못했다. 욕설을 퍼붓는 데에 있어 그녀는 장 공주의 상대가 아니다. 신분으로 비기면 선제가 승하한 후 총애를 받던 혜태비도 예전과 같지 않다.그녀의 가장 뛰어난 아들이 승리하여 조정으로 돌아온 것은 한동안 허풍을 떨어도 될 일이다. 그러나 밖에서 함부로 말할 순 없다. 그녀는 자신과 아들의 마음이 맞지 않는 것을 알고 있다.이번에도 황제가 명을 내려 그녀에게 궁에서 떠나 사여묵과 함께 지내게 하지 않았다면, 사여묵은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아들의 불효는 그녀의 가장 큰 아픔이다. 이렇게 큰 공을 세우고 돌아와도 어마마마를 위해 지위를 요구한 적 없다. 그녀는 지금 여전히 태비이다. 비록 황후라는 언니가 있지만 비의
송석석은 만인의 주목을 받으며 들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많은 관리 부인이 이미 그녀를 방문하였다. 그녀는 단아한 차림새였지만 여전히 절세의 미모를 감추지 못했고 심지어 속세를 벗어난 선녀와도 같았다.옅은 붉은 색 연지는 피부에 윤기를 더했다. 하얀 피부는 옥처럼 윤기 있었고 눈썹은 부드러운 아치 같았다. 귓불에는 작은 녹색 장신구를 하고 있어 더욱 봄날의 꽃처럼 아름다웠다. 정성껏 치장하고 온 아가씨들은 단번에 빛을 잃었다.가의 군주는 오늘 한껏 꾸미고 왔다. 금실로 수놓은 치마와 작약을 수놓은 붉은색 저고리까지. 게다가 금실과 은실로 수놓은 붉은색 조끼까지 입었고 상투를 높이 틀어 화려하고 귀한 장신구들을 가득했다. 정녕 화려함과 사치의 극치였다.이렇게 정성껏 치장했지만 송석석의 우아함과 단아함 앞에서는 결국 빛을 잃었다.그녀는 줄곧 제멋대로인 성격이라 송석석의 절세 미모를 보고 싸늘하게 웃었다."오늘 어머니의 생신인데, 이렇게 수수하게 입고 오다니. 어머니의 생신을 축하할 마음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송석석이 그녀를 훑어보고 웃으며 답했다."제가 어떻게 꾸몄든 중요하지 않습니다. 필경 오늘은 장 공주 전하의 생일 연회이니, 군주처럼 화려하게 입고 온다면 색동옷을 입고 어머니를 기쁘게 하려는 군주의 효심을 헛되게 하지 않겠습니까?""아니..."가의 군주는 자기 옷을 힐긋 보았다. 분명 배색이 아주 뛰어나건만 색동옷을 입었다고 놀리다니, 어찌 참을 수 있겠는가?"지금 감히 나에게 과하다고 하는 것입니까?"송석석은 자세히 훑어보았다."오색 색동옷이야 과하면 어떻습니까? 효심만 있다면 되지요."그녀는 자리에 있는 부인들을 힐긋 보고 웃으며 물었다."다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몰래 웃고 있었다. 장 공주의 앞에서 가의 군주의 체면을 깎다니 송석석은 정말 담도 크다.송석서은 덕 귀태비와 제 귀태비 그리고 혜태비도 있는 것을 보았다. 시선을 스치는 순간, 혜태비의 눈빛이 갑자기 빛
송석석은 그 말을 듣고 더욱 환하게 웃었다. 그녀는 둥근 부채를 살랑 흔들어 방안의 답답한 기운을 날려 보내려 했다."보아하니 가의 군주께서는 제가 사실을 말하는 것이 싫으신가 봅니다. 어찌 내가 사실을 말하니 입까지 찢으려 하고 욕설을 퍼붓는 것입니까? 오늘 장 공주 전하께서 단신의를 청했다 믿습니다. 외남은 모두 정원에 있을 텐데 단신의를 불러 한 마디 물어볼까요?"그녀는 노부인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말을 이었다."노부인, 억울하다고 생각하시면 직접 단신의에게 물으십시오."노부인은 내키지 않는 듯 송석석을 바라보았다. 예전의 송석석은 그녀 앞에서 항상 얌전하고 효성스러우며 말을 잘 들었다. 그러나 지금 그녀를 바라보는 송석석의 눈빛은 싸늘함이 가득했다.그녀는 이 모든 것을 송석석의 탓으로 돌렸다. 평처도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어찌 부덕을 논한단 말인가?그러나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정말 단신의를 청해 온다면 앞으로 그녀에게 단설환을 팔지 않을 것이다.가의 군주도 어찌할 방법 없이 화를 내며 송석석을 바라보았다."장군부에서 버림받은 여인 주제에 어찌 이렇게 날뛰는 것입니까?"송석석의 목소리는 크지도 작지도 않았다. 그녀는 마침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패기 넘치게 말헀다."버림받은 부인이 아니라 먼저 화리를 요구해 전북망 장군을 떠났습니다. 뒤에서 어떻게 말하든 개의치 않지만 내 앞에서는 입을 잘 관리하기를 바랍니다. 진국공부에 혼자 남았다고 해도 쉽게 건드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자리에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그중 많은 부인이 장 공주의 신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연회에 왔고 장 공주와 한패가 되고 싶지 않아 했다. 그녀들은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다.그녀들은 비록 장 공주의 진면모를 모르지만, 이런 연회에 많이 참석하다 보니 장 공주가 패를 만들고 자신에게 신복하지 않는 사람을 겨냥하는 것을 알고 있다.다만 장 공주는 늘 직접 나서지 않았다. 딸 가의 군부와 명부 몇 명이 나서서 상대를 입도 뻥끗 못
송석석의 목소리에는 직전의 위엄과 싸늘함이 사라졌고 부드럽기만 했다."신녀 장 공주 전하께서 만수무강해지시길 기원합니다."장 공주는 천천히 그녀의 얼굴에서 시선을 거두었다. 솟구치던 원한과 생각들도 천천히 억눌렀다."신경을 쓴 것이 보이네. 자, 선물을 거두게나."아랫사람이 앞으로 걸어가 족자를 건네받았다. 가의 군주가 차갑게 말했다."보아하니 서화를 선물한 듯한데, 어떤 대가의 손에서 나온 것입니까? 거리에서 닥치는 대로 산 것은 아니겠지요?"송석석은 담담하게 웃으며 답했다."거리에서 산 서화라 할 지라도 제 성의가 담겨있습니다. 저의 아버지와 오라버니께서 희생하셨을 때 장 공주께서 어머니에게 정절패방을 선물한 것도 장 공주의 성의 아닙니까?"이 일은 아무도 몰랐다. 그래서 그녀의 말을 듣자 자리에 있는 사람은 깜짝 놀라고야 말았다. 다들 표정이 달라졌지만 아무도 말을 하지 못했다.다만 마음속으로 한기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너무 악독한 짓 아닌가? 송 대장군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귀한 사람인데 어찌 황실의 공주가 그런 저주의 물건을 보낸단 말인가?혜태비는 냉기를 한 모금 들이키고 바로 말을 내뱉었다."전승의 정절패방이라니? 얼마나 악독한 저주입니까? 집안 딸이 대대로 과부가 되라는 뜻입니까?"다른 사람은 그렇다 쳐도 혜태비는 송석석이 사여묵과 혼사를 치를 것을 알고 있다. 정절패방은 절개를 지키는 과부만 쓸 수 있는 것인데 그녀의 아들을 저주하는 것과 다름없다.그래서 혜태비는 장 공주가 두려웠지만 결국 참다못해 입을 열었다.장 공주는 차가운 시선으로 힐긋 보았다."혜태비, 아직 사실인지도 모르는데 왜 헛소리를 하십니까? 내가 송 부인에게 전승 정절패방을 선물한 것을 보았습니까?"혜태비는 멈칫하다 송석석을 바라보았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인 걸까?장 공주는 다시 싸늘한 눈빛으로 송석석을 보며 엄숙한 말투로 말했다."나는 송가와 원한도 없는데 어찌 명부들 앞에서 나를 모함하는지 모르겠네. 전승의 정절패방을 받았으면 내놓게나.
가의 군주는 앞다투어 빼앗았다."내가 열겠습니다. 감히 어머니를 저주하려 한다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입니다!"족자가 천천히 펼쳐지자 사람들은 잇달아 목을 길게 빼고 보았다. 족자가 펼쳐진 후 드러난 것은 냉매도였다.5척이 되는 족자에는 매화 한 그루가 그려져 있다. 강건한 매화 가지, 활짝 피거나 막 피려고 하는 꽃봉오리들과 나뭇가지에 조용히 자라난 작은 꽃봉오리들까지.이 매화도는 마치 살아있는 것 같아 모두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마치 매화나무 한 그루가 눈앞에 있는 것 같았다. 매화 나뭇가지에 있는 벌레 구덩이조차도 똑똑히 볼 수 있었다.자리에 단청을 아는 아가씨가 가볍게 소리쳤다."이것은 심청화 선생의 냉매도입니까? 일찍이 운 좋게 선생이 그린 납매도를 본 적 있는데 이와 화공이 똑같습니다. 이 도장도 분명 심청화 선생의 것입니다."이 말이 나오자 자리의 사람들은 떠들썩해졌다. 심청화 선생의 냉매도라니? 천금을 주고도 얻기 힘든 것이다. 불경하게 말을 한 송석석이 이리도 귀한 선물을 보냈다니.장 공주는 평소 고상하고 우아하게 지내며 심청화의 그림을 본 적 있다. 그러나 그녀는 알아보지 못했다. 다만 이 매화나무가 그녀의 앞에서 자란 것처럼 느껴졌고 심지어 손을 뻗으면 매화의 꽃잎을 만질 수 있을 것 같았다.노부인은 심청화의 그림이라는 말을 듣고 울화가 치밀었다. 송석석은 참 돈도 많지, 이 그림은 적어도 천 냥 황금이어야 살 수 있을 것이다.그녀는 이방과 같은 계집애를 집안으로 들이려 재물신을 내쫓은 것이 후회되었다.이 그림을 그녀에게 준다면, 앞으로 2, 3년 동안 장군부는 돈 걱정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아닙니다. 이것은 심청화 선생의 그림이 아닙니다."덕 귀태비의 며느리 진왕비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저었다."화공은 매우 비슷하지만 한 폭의 모조품입니다."진왕비 제이월은 황후마마의 사촌 여동생으로 세가인 제 씨 가문 둘째 집안의 적출이다. 15살에 춘일연에서 반 시진 안에 한 폭의 그림과 한 수의 시를 지어 사람을
진왕비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안 낭자, 말을 제대로 못 알아들었어? 이 인장에 새겨진 글씨체부터 틀렸어. 이 몸이 심청화 선생의 냉매도를 가져올 테니 한번 대조해 볼까?”안여옥도 진지한 얼굴로 답했다.“심청화 선생의 냉매도라면 제 집에도 두 개나 있습니다. 게다가 심청화 선생이 저희 집 정원에 있는 매화나무를 보고 그린 것이지요. 그때 당시 저의 조부께서도 현장에 계셨습니다. 두 폭의 그림은 각자 다른 매화 나무를 그렸지요. 인장도 하나는 소전, 하나는 대전으로 찍었습니다. 그리고 심 선생께서는 각기 다른 글씨체의 인장을 여러 개 가지고 계십니다.”그녀는 냉매도의 인장 부분을 보여주며 말을 이었다.“이 인장은 저희 집에 있는 그 그림에 찍은 인장과 똑같아요. 조부님이 밖에 계시니 못 미더우시면 조부님을 불러 감별을 부탁드리겠습니다.”진왕비는 살짝 당황하는 듯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그럴 리가 없어. 심 선생이 판매한 그림은 전부 소장 인장을 사용했어. 이건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야.”안여옥이 말했다.“그렇죠. 그래서 저희 집에 소장하고 있는 두 폭의 그림 중 하나는 저희가 산 것이고 하나는 선생께서 선물로 준 겁니다. 그리고 선물한 그림에는 대전 인장을 찍었지요.”진왕비의 표정이 부자연스러워졌다. 그녀는 전혀 모르고 있었던 사실이었다.가의 군주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말이 되잖아? 심청화 선생이 송석석에게 그림을 선물로 줬을 리는 없을 테니 살 수밖에 없었을 텐데 그럼 대전 인장이 찍혀 있는 게 말이 안 되지. 이건 가짜야.”같이 있던 사람들도 같은 생각이었다. 정말 심청화 선생이 그녀의 부모님이나 가족들한테 선물한 거라고 해도 그러면 부모님 유물이라는 건데 그걸 장공주에게 선물한다는 게 말이 안 되는 얘기였다. 그녀가 거짓말을 했다는 생각에 조금이나마 그녀에게 가졌던 호감도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가짜 그림으로 사람을 우롱하려 하다니! 생각할수록 괘씸했다.송석섯은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에게 말했다.“사형의 그림이
태부는 너무 아까워서 목소리마저 떨리고 있었다. 비록 집에도 냉매도가 두 폭이나 있지만 심청하의 친필 그림이 이런 대접을 받았다는 게 너무 화가 나고 안타까웠다.이건 심청하 선생에 대한 모욕이나 다름없었다.그는 떨리는 손으로 찢어진 그림 조각들을 모아 조심스럽게 붙였다. 이 그림은 매화가 만개한 매화 나무를 그린 거라 그가 저택에 소장한 그림들보다 더 아름다웠다.게다가 매산의 매화는 저택의 정원에서 자란 나무와 비교할 수 없었다.사여묵은 심청화의 작품이라는 얘기가 나왔을 때부터 대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짐작이 갔다. 그는 말없이 사람들의 표정을 살폈다.안 태부는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이게… 어쩌다가… 대체 누가 찢었어!”여자들은 장공주의 눈치를 살피며 입을 다물었다. 혜태비는 말하고 싶었지만 장공주의 싸늘한 시선을 느끼고 하려던 말을 도로 집어넣었다.이때, 송석석이 목청을 높여 고했다.“소녀 송석석 태부께 아뢰옵니다. 이 그림은 제가 장공주의 생신 선물로 드린 것이온데 진왕비께서 가품이라고 하시는 바람에 가의 군주께서 홧김에 찢어버린 것입니다. 안 낭자께서 그림이 진품이라고 하셔서 장공주께서 태부를 불러 감별을 부탁한 것이옵니다.”사여묵은 그녀의 말을 듣고 자신의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혜태비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송석석을 바라보았다. 방금 한 말 한마디로 진왕비를 아예 적으로 돌린다는 걸 모르는 걸까?장공주와 가의 군주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안 태부와 황실 종친들, 그리고 대신들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단지 누군가의 말만 믿고 그림을 찢다니! 게다가 이미 진품으로 판정이 난 상황.안 태부는 화가 나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가 화를 낼 수 없는 입장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다만 찢어진 그림이 너무 아까워서 가슴을 쥐어뜯고 싶을 따름이었다.송석석이 직접 자신을 지목하자 진왕비의 얼굴에 불쾌한 기색이 서렸다.장공주 역시 말은 안 해도 날카로운 눈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