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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화

태부는 너무 아까워서 목소리마저 떨리고 있었다. 비록 집에도 냉매도가 두 폭이나 있지만 심청하의 친필 그림이 이런 대접을 받았다는 게 너무 화가 나고 안타까웠다.

이건 심청하 선생에 대한 모욕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찢어진 그림 조각들을 모아 조심스럽게 붙였다. 이 그림은 매화가 만개한 매화 나무를 그린 거라 그가 저택에 소장한 그림들보다 더 아름다웠다.

게다가 매산의 매화는 저택의 정원에서 자란 나무와 비교할 수 없었다.

사여묵은 심청화의 작품이라는 얘기가 나왔을 때부터 대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짐작이 갔다. 그는 말없이 사람들의 표정을 살폈다.

안 태부는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게… 어쩌다가… 대체 누가 찢었어!”

여자들은 장공주의 눈치를 살피며 입을 다물었다. 혜태비는 말하고 싶었지만 장공주의 싸늘한 시선을 느끼고 하려던 말을 도로 집어넣었다.

이때, 송석석이 목청을 높여 고했다.

“소녀 송석석 태부께 아뢰옵니다. 이 그림은 제가 장공주의 생신 선물로 드린 것이온데 진왕비께서 가품이라고 하시는 바람에 가의 군주께서 홧김에 찢어버린 것입니다. 안 낭자께서 그림이 진품이라고 하셔서 장공주께서 태부를 불러 감별을 부탁한 것이옵니다.”

사여묵은 그녀의 말을 듣고 자신의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혜태비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송석석을 바라보았다. 방금 한 말 한마디로 진왕비를 아예 적으로 돌린다는 걸 모르는 걸까?

장공주와 가의 군주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안 태부와 황실 종친들, 그리고 대신들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단지 누군가의 말만 믿고 그림을 찢다니! 게다가 이미 진품으로 판정이 난 상황.

안 태부는 화가 나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가 화를 낼 수 없는 입장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다만 찢어진 그림이 너무 아까워서 가슴을 쥐어뜯고 싶을 따름이었다.

송석석이 직접 자신을 지목하자 진왕비의 얼굴에 불쾌한 기색이 서렸다.

장공주 역시 말은 안 해도 날카로운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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