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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화

작가: 유애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

심지어 단 신의가 전 장군댁을 대놓고 까발린 일도 까맣게 잊힐 정도였다.

그들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혜태비를 바라보았다.

북명왕과 송석석 사이에 혼담이 오간다는 얘기인 걸까?

하지만 황가의 친왕이 이혼을 당한 여인을?

귀부인들은 물론이고 장공주마저도 당황한 눈빛으로 혜태비와 송석석을 번갈아보았다.

송석석은 담담히 혜태비를 바라보았지만 언짢은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직 혼사가 정해진 것도 아니고 북명 왕부에서 아직 정식으로 혼담을 제기한 적도 없는데 이대로 공개해 버리다니!

게다가 그녀를 극도로 싫어하던 혜태비었다. 그래서 혹시라도 둘의 사이가 알려질까 봐 항상 조심했는데 혜태비가 이대로 공개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녀를 받아들인다는 의미인 걸까? 하지만 너무 갑작스러운 전개라 당혹스럽기만 했다.

앞뒤 상황을 고려했을 때 전혀 공개가 적절한 시기가 아니었다.

미래의 시어머니가 되실 분은 참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종잡을 수 없었다.

장공주가 피식 비웃음을 터뜨리더니 입을 열었다.

“그래요? 묵이가 송가의 적녀와 혼인한다는 얘기인가요? 경성에 출중한 여인들이 그렇게나 많은데 하필이면 이혼한 과부를요?”

혜태비도 갑자기 말이 튀어나왔기에 말하자마자 바로 후회했다. 아직 송석석에게 화나 있었고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하면 반대했지 자신이 제 입으로 공개하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

전씨 노부인은 경악해서 입도 다물지 못했다. 장궁부에서 내친 여자가 황가에 시집가는 날이 올 줄 누가 알았을까! 게다가 상대는 남강을 수복한 친왕이었고 만약 혼인만 성사되면 송석석은 권력과 지위 모두 가진 왕비가 되는 것이다.

그것은 연 왕비나 회 왕비처럼 가진 건 왕실의 이름뿐인 한량들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었다.

연회에 참석한 세가의 여식들의 표정도 볼만했다. 북명왕이 송석석과 혼인한다니! 아무리 공훈을 세운 여인이라지만 그래도 재혼인데 어떻게 가능한 일인가!

수많은 원망과 질투의 시선이 송석석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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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석석은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침착하게 말을 이어갔다.“저는 한 번도 제가 창피하다고 생각한 적 없습니다. 오히려 가의 군주께서 부끄러워하셔야 하는 것 아닌가요? 장공주의 적장녀가, 황실의 교육을 받고 자란 숙녀께서 입만 열면 악담에 제 사형이 선물한 그림까지 찢어버리셨잖아요. 이런 게 소문나면 사람들 웃음거리밖에 더 되나요? 저한테 꺼지라고 하셨나요? 지금 축객령을 내리신 거 맞지요? 참으로 우습네요. 공주부에서 저에게 초대장까지 보내서 선물을 들고 축하드리러 온 저를 내쫓으시겠다고요? 이게 손님을 대하는 공주부의 태도입니까? 아니면 원래 이럴 목적으로 저를 부르신 건가요? 제가 전북망과 이혼하고 수치스러워서 사람들 앞에 얼굴도 못 내미는 상황을 기대하셨나요?”“실망을 안겨드려서 정말 송구하네요. 하지만 저는 잘못한 게 없습니다. 수치를 느껴야 할 사람은 제가 아니니까요. 저는 부끄러운 일을 한 적 없기에 어딜 가든 당당합니다. 가의 군주께서 이리도 안하무인이시고 선황의 비인 혜태비 마마를 무시하고 웃음거리로 만든 행위는 윗사람에 대한 공경을 다하지 않은 것이며 대체 가정교육을 어디로 받으셨는지 생각해 봐야….”그녀는 불현듯 시선을 돌려 장공주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하긴, 모친인 장공주께서는 제 아버지와 오라버니가 나라를 위해 희생한 뒤에 악의를 품고 정절문을 보내 우리 가문을 욕보인 분이니 자식 교육은 오죽하겠어요. 쫓아낼 필요 없이 당신들 같은 사람이랑은 저도 함께하고 싶지 않으니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배웅은 사양할게요!”말을 마친 그녀는 바로 보주와 명주를 불렀다.“가자. 앞으로 이런 곳은 절대 오지 말자. 역겨워서 더는 견디지 못하겠구나. 억울한 원혼이라도 만나면 어쩌려고. 공주부 곳곳에 떠다니는 억울하게 죽은 영혼들 보이지?”잠자코 있던 장공주가 드디어 참지 못하고 고함을 질렀다.“송석석!”송석석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담담히 말했다.“덕망 높은 스님을 초대해 한번 제사라도 올리는 걸 추천드려요. 그러지 않다가는 죽은 자의 원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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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석석이 떠난 뒤, 사여묵도 자리를 떴다.내원에서 나눴던 대화는 정원에 전해졌고 현장에 함께 있던 황실 종친과 문무백관들은 북명왕이 송석석 장군과 혼인할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남자들의 생각은 여인들과 달랐다.출신과 권세, 여인의 순결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시하는 게 이득이었다.송석석이 누군가?진국공의 딸이자 만종문의 제자이며 심청화를 사형으로 둔 여인이었다.만종문은 심청화를 제외하고도 수많은 현인들을 문하에 두고 있으며 무림의 대 문파이자, 왕년에 표기 대장군(骠骑大将军)이자 남안왕의 증손자인 임양운(任陽雲)이 문주로 있는 곳이었다.임양운이 만종문을 창설한 뒤로 매화산에 있는 문파들은 전부가 그의 눈치를 봐야 했으며 애초에 매화산이 이미 조부이신 남안왕의 영지였기에 지금은 임양운의 소유였다.남안왕의 신분을 상속받지는 못했지만 영지는 여전히 가족들의 소유였고 그동안 그들은 엄청난 부를 저축했다.재산보다 더 중요한 건 무림 강호 상의 광활한 인맥이었다. 임양운의 무공은 소문에 강호의 2순위이고 그의 사제가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물론 이건 강호에 떠도는 소문일 뿐, 입증할 방법은 없었다.하지만 워낙 유명한 문파이고 매산 전체를 호령할 수 있는 권력을 가졌으니 혼인으로 그쪽 인맥을 가져올 수 있다면 그것보다 이득은 없었다. 송석석 본인도 남강을 수복한 공신이기도 하고 이방 장군을 밀어내고 상조 제일 여장군이라는 호칭을 받은 인물이었다.이 모든 것을 종합해 보면 아무리 송석석의 과거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같은 여인들끼리 서로 헐뜯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었다.송석석과 사여묵은 공주부 저택 입구에서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사여묵은 여전히 위풍당당한 그녀를 보고 드디어 시름을 놓았다.어차피 둘 사이도 공개했기에 그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다가갈 수 있었다.“취현거에 부남의 주방장이 새로 왔다던데 한번 맛 보러 가지 않겠느냐?”“좋지요!”송석석도 배가 고팠기에 흔쾌히 초대에 응했다.그렇게 그녀는 보주와 명주를 데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207화

    주문을 마친 뒤, 사여묵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이네. 이대로 주문하면 되겠어. 장대성, 가서 주문 마무리하고 와.”장대성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책자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가 잠깐 후에 돌아왔다.“내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리 소란스러웠지? 그쪽에서 네가 준 선물을 가품이라고 한 거야? 괴롭힘은 안 당했어?”사여묵은 그녀의 입을 통해 더 자세한 진실을 듣고 싶었다.송석석은 차로 타는 목을 축이고 대답했다.“제가 괴롭힘 당하고 가만히 있을 사람인가요. 시비를 걸어온 사람은 있었지만 신경도 쓰지 않아요.”옆 상에 있던 보주가 끼어들었다.“아가씨가 했던 마지막 발언은 소인도 너무 놀랐어요. 장공주께서 보복이라도 하면 어쩌시려고 그런 말을 하셨어요?”“어차피 가만히 있어도 그쪽에서 날 가만두지 않았을 거야. 그런데 내가 왜 참아?”송석석이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너도 나랑 함께한지 꽤 오래되었는데 내 성격 몰라? 내가 누굴 두려워하는 걸 봤어?”“그렇긴 하지만 상대가 너무….”보주는 장군 저택을 나온 뒤로 완전히 달라진 송석석의 성격이 이상했지만 그건 북명왕의 앞에서 할 얘기가 아니었기에 입을 다물었다.“어차피 이미 원한은 샀고 두려워서 떤다고 해결되지 않아.”사여묵이 무척 궁금한 얼굴로 물었다.“나오기 전에 무슨 말을 했길래 보주가 저러는 거냐?”송석석은 내원에서 있었던 일과 가의 군주가 했던 말을 그대로 사여묵에게 들려주었다.얘기를 다 들은 사여묵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가 아는 송석석은 원래 이런 여인이었다.게다가 만종문의 마녀를 누가 감히 괴롭힐 수 있을까? 전 장군 저택 사람들이나 송석석을 만만하게 보고 시비를 걸어오지 일반인은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위치였다. 송석석이 예전에 장군 저택 사람들을 극진히 보살핀 이유도 알고 보면 돌아가신 부모님의 명을 받들기 위해서였지 그녀가 만만한 사람이라서 그런 건 절대 아니었다.사여묵은 아직도 산에서 사저인 평무종을 바닥에 깔아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208화

    마침 주문한 요리가 올라와서 대화는 중단되었다. 송석석은 가장 좋아하는 매운 생선찜을 보자 순식간에 식욕이 솟구쳤다.그 외에도 곱창전골, 오리백숙, 당면 게장찜에 찹쌀 갈비찜, 매운 고기볶음까지 진수성찬이 따로없었다.배가 고팠던 송석석은 서둘러 수저를 들며 그의 질문에 답했다.“집에서 나오기 전에 진 집사에게 들었어요. 부마가 그동안 많은 첩을 들였는데 아이를 출산한 뒤로 대부분 죽었다고 하더라고요. 아마 신분이 비천한 첩이니 난산으로 죽었다고 둘러댔을 것 같아요. 한둘이면 몰라도 공주부에 들어오는 첩마다 죽었다면 충분히 의심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지요.”말을 마친 그녀는 젓가락으로 생선살을 바르고 양념을 듬뿍 묻혀서 사여묵의 앞접시에 놓아주었다.“이거 한번 드셔봐요. 정말 맛있거든요. 당면도 같이 들면 더 식감이 좋아요.”그러고는 고기볶음과 국물까지 챙겨주었다.“그래, 들자!”사여묵은 눈앞에 쌓인 요리를 힐끗 바라보고는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말했다.“괜한 의심이 아니야. 부마가 들인 첩들은 전부 고모가 죽인 게 맞아. 그것도 아주 잔인하게 살해했지.”“오늘 첩을 한 명도 못 봤는데 설마 다 죽인 건 아니죠? 그리고 첩들이 낳은 아이들도 안 보이던데요.”“그 정도는 아니야. 눈치가 있고 말을 잘 듣는 첩들은 살아 있어. 출산한 뒤에 아이를 장공주 밑으로 보냈지. 그 아이들은 자라서 장공주의 발을 닦아주는 노비가 되었어. 물론 그걸 거부해서 죽은 아이들도 있지만….”그는 당면을 한입 물었다가 짜릿한 매운 맛에 눈시울을 붉히며 급기야 차를 찾았다.“아, 사레가 걸려버렸네.”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손수건을 꺼내 입을 막았다. 손석석은 눈에 익은 손수건을 보고 수치스러워 시선을 돌렸다.‘대체 저게 뭐야? 새도 아니고 꿀벌도 아니고! 그런데 누가 준 건지는 기억할까?’송석석은 그가 기억하든 말든, 저건 무조건 없애버려야겠다고 속으로 다짐했다.그런 생각을 하며 당면을 입에 넣자 자극적인 매운 맛이 입안에 퍼졌다. 정말 맛이 있었지만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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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굴이 뻘겋게 달아올라 기침만 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송석석도 이상함을 눈치챘다.그녀는 책자를 다시 그의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오늘은 목안이 불편해 보이니 일단은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들로 새로 주문하는 게 좋겠어요.”“그러네. 오늘따라 목안이 따갑네.”사여묵은 목청을 가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양유를 가져오라고 할게요.”송석석은 벌떡 일어서서 별실을 나가 주인장에게 양유를 주문했다.“양유로 매운맛을 중화할 수 있어요.”송석석은 아이를 달래듯 양유가 든 사발을 그에게 내밀었다.“어서 마셔요.”사여묵은 사발을 받아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부드럽고 차가운 양유가 목안에 들어가자 따갑고 불편하던 느낌이 조금 사라졌다. 그는 그녀의 이런 배려가 고마웠다.분명 그의 거짓말을 눈치챘을 텐데도 그 자리에서 까발리지 않고 일부러 아부하지도 않으며 서로에게 편안한 방식으로 제안했다. 매산에서 봤던 그녀와는 정말 많이 달라진 모습이었다.하지만 그녀가 이렇게 해맑은 얼굴로 전북망의 어머니를 모셨을 것을 생각하니 속이 쓰리기도 했다. 그때 당시 그녀는 정말 진심을 다해 장군부 사람들을 대했을 것이고 아마 그 일이 없었으면 전북망과 평생을 함께할 생각이었을 것이다.‘양심도 없는 개 자식들이 어찌 이런 마음을 알아본다고!’사여묵의 주변으로 싸늘한 기운이 풍기기 시작했다. 이방을 향한 수란키의 보복은 너무 안일했다. 모욕감을 주면 아마 서경의 태자처럼 자결을 택할 줄 알았는데 이방은 여전히 멀쩡하게 살아 있지 않은가.“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해요?”송석석은 싸늘하게 식은 그의 표정을 보고 궁금한 얼굴로 물었다.사여묵은 이내 표정을 바꾸고 고개를 저었다.“아무것도 아니야. 나중에 얘기하지.”눈치 빠른 장대성은 보주와 명주를 밖으로 안내했다.“우린 옆 방으로 가서 먹죠.”보주는 두 사람이 중요한 대화를 나누려 한다는 것을 깨닫고 주인장을 불러 요리를 모두 옆방으로 옮겼다.그렇게 별실에는 둘만 남게 되자 송석석이 물었다.“왕야, 뭐 언짢은 일이라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210화

    사여묵은 묵묵히 반찬만 챙겨주며 답을 피했다.그리 중요한 일도 아니었기에 송석석도 더 캐묻지 않았다.그가 웃으며 말했다.“오늘 연회가 끝난 이후로 한동안 경성이 시끄러워지겠군.”송석석은 얄밉게 그를 흘기며 말했다.“그렇지요. 수많은 귀족 여식들이 눈물을 흘리겠지요. 태비께서 저희의 관계를 공개하신 순간부터 얼마나 많은 여식들의 눈총을 받았는데요.”“나를 부러워하고 질투하는 남자들도 많을 거야.”사여묵이 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적어도 전북망은 땅 치고 후회 중이며, 폐하도 그녀에게 흔들리지 않았는가.“그렇지는 않을 거예요. 시댁에서 쫓겨난 과부를 누가 아쉬워하겠어요?”그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이마를 살짝 튕기며 말했다.“곧 북명왕비가 될 몸인데 아직도 자신을 깎아내리면 안 되지.”“세속의 시선은 항상 그랬으니까요.”그녀는 재빨리 얼굴을 피하며 생긋 웃었다.”하지만 제가 못났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엄청 잘난 사람이거든요.”의기양양한 미소를 바라보며 사여묵은 저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물론 속으로는 신경 쓰겠지만 그래도 저렇게 씩씩한 마음을 보니 시름이 놓였다.처음 남강에 도착했을 때 그녀의 눈에는 슬픔이 가득 담겨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송석석은 기분이 좋아졌다 나빠졌다 하는 그를 바라보며 그가 아직도 연모하던 여인을 내려놓지 못해 아파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녀는 갑자기 그 여인이 궁금해졌다. 만약 이렇게 좋은 신랑감이 곧 혼인한다는 걸 알면 후회하지는 않을까?식사가 끝나고 그들은 작별인사를 나눈 뒤에 각자 저택으로 돌아갔다.송석석은 전보다 그와 더 가까워진 것에 기분이 좋았다. 나중에 혼인하더라도 적어도 서로 존중하며 의지하는 동료가 되어줄 수는 있을 것 같았다.다음 날, 사여묵은 예부의 관원과 안 태부와 함께 혼담을 제안하러 국공부를 찾았다.송태공과 송세안도 국공부에 초대되어 절차를 도왔다.안 태부가 직접 나서준 것에 송 태공은 크게 기뻐했다. 그는 송석석이 공훈을 세우고 가문의 이름을 빛낸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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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경 사신들이 홍려사를 떠나 회동관으로 돌아간 뒤에도 상국 측 협상 담당자들은 홍려사에 남아 다음 협상에 대해 계속 논의했다.목 승상 역시 논의에 참여했다. "곡물을 배상해야 한다 해도 절대로 그렇게 많은 양은 안 됩니다. 그들은 지난해 흉작으로 군량이 부족한 상황인데 우리가 삼십만 석의 곡물을 배상한다는 건 그들의 군량을 채워주는 꼴입니다. 따라서 곡물 배상을 한사코 물고 늘어지다 하더라도 삼만 석을 넘겨서는 안됩니다."목 승상은 잠시 말을 멈춘 뒤 다시 덧붙였다."또한 황제께서는 국경선 문제에서도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뜻을 내비치셨습니다."이 두 가지를 말한 후 그는 자리를 떴다. 북명왕의 협상 진행 방식에 대해 목 승상은 꽤 안심하는 듯했다.한편, 형부에서는 전북망이 이택을 만나겠다는 요청을 했다.어젯밤 이방과 대화를 나눈 뒤, 전북망은 이방이 서경이 소 대장군을 데려갈 방법이 있다고 말한 점이 몹시 불안했다. 하지만 돌아가서 아무리 고민해도 이방이 어떤 방법으로 서경 측이 소 대장군을 데려가게 할 수 있을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엔 이택과의 면담을 요청한 것이다."그녀가 정말 그렇게 말했단 말입니까?"이택이 직접 전북망을 찾아와 서둘러 그에게 질문했다."그럼 어떤 방법을 사용할지도 말했습니까?"전북망이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말하지 않았습니다. 물어봐도 답하지 않더군요. 하지만 도망칠 경로를 계획해 둔 걸 보면 서경 사신들을 설득해 소 대장군을 데려갈 수 있다고 확신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이택은 아직 협상 결과를 알지 못했다. 하지만 소 대장군이 협상에서 주요 쟁점으로 논의될 것은 분명했다. 만약 상국 측이 협상 중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서경 측이 소 대장군을 데려가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그렇다면 협상이 끝난 뒤에는 과연 서경이 어떤 수단으로 상국의 손에서 소 대장군을 데려갈 수 있다는 것인가?그런데 이방은 어떻게 서경 사신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장담하는 걸까?"그건 가능성이 매우 희박합니다." 이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58화

    장공주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녀는 상국이 양국 간 체결된 민간인을 해치지 않고 포로를 죽이지 않는다는 협정을 먼저 위반했으며, 전쟁 중에 민간인을 학살하고 포로를 잔혹하게 살해한 것은 천인공노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와 동시에 서경 첩자가 송씨 가문을 멸문한 일 역시 엄청난 죄악이라고 지적했다."우리가 평화 협상을 진행하려면 양측 모두 이러한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이러한 사실을 기반으로 해야만 양국 간의 평화로운 협상이 가능합니다."통역관이 이를 번역하자 사여묵과 상국 측 협상 담당 관원들도 이에 동의했다.그렇게 정식으로 협상이 시작되었다.서경 측은 다섯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첫째, 상국은 학살당한 서경의 민간인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둘째, 황금 만 냥을 배상해야 한다.셋째, 서경으로 삼십만 석의 곡식을 배상하고 상국 측에서 운송해야 한다.넷째, 녹분성에서 체결된 협정을 무효화하며 국경선을 협정 이전의 기준으로 복구해야 한다.다섯째, 전북망, 이방, 소승을 서경으로 넘겨 처벌해야 한다.’상국 측도 어느 정도의 요구는 예상하고 있었으나 서경이 제시한 조건들은 모두 수용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사여묵이 먼저 입을 열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조건은 수용 가능합니다. 하지만 삼십만 석의 곡식 배상과 국경선 변경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우리가 먼저 잘못한 것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송씨 가문의 멸문 사건은 성릉관 사건과도 연관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양측 모두에게 잘못이 있습니다. 다섯 번째 조건과 관련하여 이방은 서경에 넘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승은 당시 중상을 입었기 때문에 주된 책임이 없습니다. 단지 부하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죄가 있을 뿐입니다. 따라서 그는 우리 상국에서 처벌하는 것이 마땅합니다."이에 서경의 대학사 고공이 말했다."송씨 가문의 멸문 사건은 애초에 상국이 협정을 위반하면서 발생한 재앙입니다. 서경에도 분명 잘못이 있지만 상국 역시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그러자 이덕회가 나서서 반박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57화

    수란석은 속이 꽉 막힌 듯 답답하여 울화통이 터질 지경이었다. 오늘 협상에서 그는 원래 먼저 기선을 제압하고 죄를 물으며 압박을 가하고는, 상대방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을 내걸며 협상이 결렬되었다고 선언한 뒤 귀국해 전쟁을 선포하려 했다.하지만 이제는 그 계획이 무너졌을 뿐만 아니라 협상도 오히려 서경 측이 불리한 상황에 놓였다. 게다가 자신의 조카인 장공주에게조차 무시를 당해 더욱 분한 마음이 들었다.목 승상은 한쪽에 앉아 이런 상황을 보면서 마음을 놓았다.평화롭게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면 충분했다. 녹분성 사건은 상국의 잘못이기에 상국이 사죄하고 보상하려면 평화롭게 협상을 할 기회가 필요했기 때문이다.서경 측은 녹분성 학살 사건에 대한 기록 문서를 상국 측에 배포했다. 그 문서에는 당시 서경의 태자와 함께 포로로 끌려갔던 병사들의 구술 기록이 담겨 있었다. 그들은 간신히 목숨을 건져 돌아온 생존자들로, 당시의 참혹한 실상을 생생히 증언했다.학살 당시 마을 사람들이 전부 죽은 것은 아니었고 운 좋게 살아남은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살아남은 이들조차도 그 끔찍한 상황을 목격한 탓에 잔혹함에 벌벌 떨었다.문서에서는 우용이라 불리는 소장이 서경 선태자를 의미한다는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사여묵과 이덕회는 우용이 선태자의 별칭이며, 그의 본명이 경역임을 알고 있었다.그 기록을 읽은 사여묵을 비롯한 상국 측 사람들의 마음도 몹시 무거워졌다.비록 이방과 이천명이 반복된 심문 끝에 몇 가지 세부 사항을 털어놓긴 했지만 그들은 여전히 많은 진실을 감추고 있었다. 어떻게 민간인을 인질로 잡아 가혹하게 학대하며 그 과정에서 우용을 끌어내려 했는지, 얼마나 잔혹한 수단을 사용했는지를 말이다.특히, 우용에게 어떤 방식으로 가혹한 행위를 했는지도 말이다. 장공은 목 승상을 알아보고 향병을 시켜 그에게 문서를 건네 주었고, 사여묵의 신호에 따라 홍려사 관원은 송씨 가문 멸문의 참혹한 사건 기록도 배포했다. 송씨 가문의 멸문 사건은 성릉관과 깊은 관련이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56화

    증언은 전부 상국 문자로 작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서경 사신들은 내용을 모두 이해할 수 없어,두 명의 통역관이 서경어로 증언을 천천히 읽어주었다.정영수는 모든 죄를 자신에게 돌렸다. 그는 과거 송회안이 서경을 격퇴하며 수많은 서경 병사를 죽인 일과 송석석의 외조부인 소승이 성릉관을 지키며 크고 작은 전투를 수없이 치러온 일을 언급하며, 자신이 소 가문과 송석석을 증오하게 되었다고 했다. 이번에 진성에 오게 된 기회를 틈타 송석석을 죽여 그 원한을 풀고자 했다는 것이었다.증언을 모두 들은 후에도 서경 사신들의 표정은 전혀 밝아지지 않았다. 이 말인즉슨 정영수의 행위가 어쨌든 송석석을 해치려 했다는 점에서 성릉관과 연관되어 있다는 뜻이었다.서경 사신들은 북명왕이 이 문제를 담판 자리에서 꺼내지 않고 담판 전에 공정하게 따져 물었다는 점에서 그가 의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는 그들에게 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차라리 북명왕이 비열하게 이를 담판 자리에서 올렸다면 자신들도 체면을 차리지 않고 대응할 명분이 있었을 것이다.양안을 제외한 다른 사신들은 속으로 수란석을 온갖 욕설로 비난했다. 형인 수란키와 자신을 비교하려 들다니… 스스로를 돌아보지도 않고 마치 광대처럼 우스꽝스럽지 않은가!사여묵은 평온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담판은 결국 심리전이 가장 중요하다.원래 서경은 천리 길을 달려와 상국에 죄를 묻는 입장이었기에 정당한 이유를 가지고 요구를 제시할 수 있는 위치였다. 그들은 분노할 수도, 따져 물을 수도, 과감히 큰 요구를 할 수도 있었다.그러나 왕비를 암살하려는 일이 벌어진 이상 그들은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들이 실질적으로 잘못한 것은 송씨 가문과 관련된 부분 뿐이었지만, 암살 시도가 담판 하루 전날 밤에 발생했다는 사실이 그들의 심리에 큰 타격을 준 것이다.수란석은 손등으로 증언 문서를 눌러 가리키며 사여묵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하고는 큰 목소리로 말했다.“이 일은 이 일 뿐이고, 암살 사건이 사실인지 아닌지도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55화

    사여묵은 감히 그 말에 대꾸도 하지 못하고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 "사부님, 언제 도착하셨습니까? 어째서 저에게 미리 알려주지 않으셨습니까?""너희는 너희 일에나 집중하거라. 나는 여기서 지켜보며 상황을 살필 테니. 일은 어떻게 됐느냐? 사람은 잡았느냐?"무소위의 질문을 듣고 보니 그가 오늘 밤의 암살 사건에 대해 이미 알고 있다는 게 분명했다. 사여묵은 다소 자랑스러운 듯 말했다. "석석과 그들이 정영수를 붙잡아 대리사에 넘겼습니다. 정영수는 본인이 서경의 제일가는 고수라 자부했지만 석석을 만나 결국 크게 당하고 말았습니다.""그렇군." 무소위는 담담히 응답한 후 송석석을 한 번 쓱 바라보며 말했다. "저 아이는 다른 장점은 전혀 없고 그나마 무술만 조금 할 뿐이다. 게다가 정영수는 진짜 서경의 제일가는 고수도 아니지. 서경의 고수들은 대부분 조정에 나서지 않으니 말이다. 그러니 그를 이겼다고 자만하지 마라.""알겠습니다." 송석석은 얌전히 대답했다.송석석은 그동안 정말 많은 일을 겪었다. 주위 사람들의 시선도 완전히 달랐는데, 어떤 이는 그녀를 안쓰럽게 여겼고 어떤 이는 존경했으며, 또 어떤 이는 질투하기도 했다. 그러나 무소위만은 매산에서 지냈을 때와 똑같은 태도로 그녀를 대했다.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염선생은 이들이 궁중 연회 이후에 겪은 일들과 연황실과 회왕부의 움직임, 그리고 회동관에서 전해온 보고 내용을 대략 정리해 무소위에게 보고했다.보고가 끝나기도 전에 사여묵이 말을 꺼내려 했으나 무소위가 먼저 입을 열었다. "다른 일은 모두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잠자는 것만큼은 절대 소홀히 해선 안 된다. 네가 이번 담판의 주관자이니 모든 것이 너에게 달려 있다. 어서 가서 쉬도록."사부의 명령에 사여묵은 거역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한 마디 물었다. "사백께서 마당을 폭파하셨다는 게 무슨 뜻입니까?"그러자 염선생은 깜짝 놀라며 얼른 눈짓으로 묻지 말라는 신호를 보냈지만 사여묵은 그를 전혀 보지 못했다."그저 화약을 가지고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54화

    염선생은 배를 문지르고 두 손으로 얼굴을 비비며 한숨을 내쉬었다. “회왕부에서 무슨 움직임이 있소?”“마차 세 대가 후문에 대기 중이며 그 안에 물건들을 싣고 있습니다. 멀리서 보니 금은과 귀중품으로 보였습니다.”“도망칠 준비를 하고 있군.”염선생이 말했다. “무사부님, 염선생님, 저희가 사람을 보내 도중에 그들을 막는건 어떠신지요?”염선생은 겸손하게 사숙의 의견을 물었다. “무사부님께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그가 뭐 어디로 가겠나? 분명 연주로 갈 것이다. 사람을 붙여 중간에 그의 금은과 귀중품을 모두 빼앗아라. 빈손으로 연주에 가게 두고 연주에 도착한 이후에는……” 그는 평무종을 한 번 쓱 바라보며 말했다. “네 사람을 보내 그를 감시하게 하고, 그가 하는 모든 일을 기록해 보고하도록 해라.”평무종은 이를 악물고 답했다. “알겠습니다!”염선생은 무사부님이 감시를 붙일 건 알았지만 금은과 귀중품을 모두 훔쳐 오라는 지시를 내릴 줄은 생각도 못했다. 그런데 어쩐지 마음에 쏙 들었다.무소위는 두 사람을 한 번 힐끔 보더니 마침내 벌을 풀어주기로 했다. “물독을 밖으로 내가서 내려놓고 할 일을 하러 가거라.”두 사람은 대사면을 받은 듯이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물독을 이고 밖으로 나갔다. 물독이 워낙 커서 문을 겨우 빠져나갔다. 문이 조금이라도 작았다면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못했을 터였다.두 사람은 물독을 내려놓고 다시 들어와 짧은 훈계를 들었다. 그들은 벌받는 것에 익숙해서 모든 절차가 필수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사숙님, 너그러이 용서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무소위는 차를 들어 한 모금 마신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숙이 너희를 벌주는 것이 야박하다 생각하느냐? 원망할거면 너희들의 못난 사부를 탓해라. 너희 사부는 산에서 화약을 연구하다가 내 마당을 날려 버리고도 뻔뻔하게 내게 진성까지 와 자기 제자들을 도와 달라 청하는 양심 없는 인간이다. 너희가 벌을 조금도 받지 않고 넘어간다면 내 마음의 화가 도저히 풀리지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53화

    그녀는 결코 쉽게 자신의 목숨을 포기할 사람이 아니었다. 비록 비루하게 살아남더라도 죽는 것보다는 낫다고 여겼다. 그녀는 사람이 평생토록 불행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살아 있는 한 다시 일어설 기회는 반드시 올 것이라 확신했다. 여장군이 될 수 없다면 다른 곳에서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지 않겠는가? 세상이 이토록 넓은데, 충분히 강인하게 버틴다면 한 자리라도 찾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그래서 그녀는 죽을 수 없었다.하지만 전북망은 그저 그녀가 터무니없는 소리를 한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탈출 경로를 짜 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소? 이번에 서경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왔는지 아시오? 합치면 백여 명이고, 시위만 해도 최소 예순 명이오. 내가 구해낼 수 있을 리 없잖소.”“혼자 할 필요 없으십니다, 장군님. 북명왕부가 도와줄 겁니다.” 이방은 숨죽인 목소리로 말했다. 전북망도 겨우 들을 수 있을 만큼 낮은 소리였다. “제가 서경 사람들 손에 넘어가면 반드시 소승도 함께 데려가도록 할 수 있습니다. 북명왕부는 소승을 못 본체 하지 않을 겁니다. 장군님은 단지 그들이 소승을 구할 때 저를 구해내면 됩니다.”전북망은 그녀의 말을 듣고 온몸이 서늘해졌다. “뭐라고 하였소? 무슨 수로 서경 사람들이 소대장군을 데려가게 할 수 있다는 거요? 도대체 그들에게 무슨 말을 할 작정이오?”이방은 그를 흘겨보며 비웃었다. “알 필요 없습니다. 그저 이 일을 받아들이시기만 하면 됩니다. 저를 구해 주시면 장군님과 저 사이의 빚은 깔끔하게 청산되는 겁니다. 앞으로 제가 죽든 살든 장군님과는 아무 상관없게 될 것입니다.”“아니, 난 받아드릴 수 없소.” 전북망은 깊이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 “도와줄 수 없소.”“장군님, 장군님의 마음속엔 언제나 송석석이 남아 있겠지요. 장군님은 결국 저를 저버린 셈이 되는 겁니다.” 이방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응시하며 말했다. “그런데도 저는 장군님을 위해 진술까지 바꿨습니다. 정말 조금의 정마저도 잊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52화

    담판을 앞둔 전달 밤, 너무나도 많은 일이 일어났다. 회동관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고, 대리사 역시 밤새 재판을 진행했다. 형부에서는 이방이 자백한 이후로 줄곧 전북망을 한 번만 만나게 해달라고 간청하며 심지어 무릎을 꿇고 울며 애원하고 있었다.이방이 형부에 들어온 후 이렇게까지 약해진 모습을 보인 것은 처음이었다. 이택은 담판이 끝난 후 이방이 서경 사신에게 인계될 것이며 죽음도 쉽게 맞지 못할 잔인한 최후를 맞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사형수도 죽기 전에는 가족을 한 번 만날 수 있기에, 그는 오늘 밤 둘의 만남을 허락했다. 물론, 그 또한 감옥에서만 허용되었다. 이택은 전북망을 감옥으로 데려오라 명령하였다. 아전들이 감옥 문을 열어주자 전북망이 안으로 들어갔고 이택은 밖에서 대기했다. 당연히 전북망은 들어가기 전에 몸수색을 받아 어떠한 날카로운 물건도 지니지 못하도록 하였다. 이방이 자결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다.이방은 현재 여성 수감자용 독방에 감금되어 있었는데, 그녀는 너무 중요한 인물이기에 작은 실수도 용납될 수 없었다. 이택은 엄중한 병력으로 그녀를 감시하게 했다.작은 등불이 두 사람의 초췌한 얼굴을 비추었다. 성릉관 전투에서 승리하고 돌아왔을 때의 그 당당함은 이제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았고, 오직 이루 말할 수 없는 피로와 초라함, 그리고 절망과 혼란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장군님을 위해 제 진술을 바꿨습니다.” 이방은 눈앞의 이 남자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의 의지가 꺾인 모습에 그녀는 희망이 보이지 않았고 다소 급박한 어조로 말했다. "제가 그들에게 성릉관 일은 장군님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진술하였습니다. 그러니 장군님은 무사하실 것입니다.”전북망이 대답했다.“그건 사실이오. 난 정말 아무것도 몰랐소.” “하지만 장군님께서 개입하시기 전에는 소승이 모든 일의 주동자였습니다.”“그 말은 성립되지 않소. 황제와 형부는 믿지 않을 것이오.”이방의 얼굴이 더욱 추악하게 일그러졌다. “상관없습니다. 서경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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