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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화

작가: 유애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8-03 20:00:00
그녀는 이를 악물더니 양 마마한테 말했다.

“오늘 밤부터 다시 자수를 가르쳐줘. 이번에야말로 완벽한 손수건을 수놓을 것이야.”

어릴 적에 범한 잘못이라면 지금이라도 수습해야 했다.

자신의 완벽하지 못한 점은 견딜 수 있다지만 이런 쓰레기 같은 걸 선물이라고 다른 사람한테 준 건 참을 수 없었다.

다만 송석석은 그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머니가 손수건을 숨긴 건 이해가 되지만 북명왕은 왜 손수건을 숨길 뿐만 아니라 수시로 갖고 다니는 거지?’

뭔가 생각이 스쳐 지나갔지만 송석석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혹 북명왕께서 못난 물건을 모으시는 게 취미인 건가?’

두 마마는 창고를 정리하기 시작했고, 진복이 육 선생이 장부를 정리했으니 한 번 보라고 송석석에게 건넸다.

“그래, 서재에 놔둬. 저녁에 보도록 하지.”

진복은 고개를 끄덕였다.

“전장 점포쪽에 장부도 정리해 왔습니다. 육 선생이 총액수를 계산했고 세분한 액수도 적어 놨습니다. 제가 얼핏 보았는데 엄청 꼼꼼히 하셨더라고요. 역시 나으리께서 고른 사람은 믿을 만합니다.”

장부를 관리하는 사람은 송세안이 소개해온 사람이다. 장사를 잘 하기로 소문난 송씨 가문이 소개해 준 사람은 꽤 쓸만할 것이다.

보주는 명주를 데리고 송석석의 옷을 맞추러 갔다. 내일 출석할 사람이 많으니 송석석은 무조건 그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제일 빛나야 했다.

마침, 송석석이 내일 장공주의 연회에 참가여부를 물으러 왕부의 육 총관이 왔다. 이를 본 송석석이 직접 말을 전했다.

“왕야께 전해주시오. 내일 참석할 거라고요.”

육 총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송석석은 사여묵이 굳이 사람을 보내 집까지 찾아와 묻는 의도를 알고 있다.

“왕야께 전해주시오. 왕야께서 가고 싶지 않으시다면 가지 않으셔도 된다고요. 저 혼자서도 처리할 수 있습니다.”

육 총관은 웃으며 답했다.

“아씨께서 오해하셨습니다. 왕야께서 저더러 댁까지 와서 여쭤보라고 하신 이유는 그저 아씨께서 참석하신다면 어떤 선물을 장공주께 드릴 건지 궁금하셔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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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주는 한번 보더니 대답했다.“월백색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연한 하늘색이 아씨 피부색과도 잘 어울립니다. 장신구는요? 붉은 산호로 할까요?”“붉은색은 과하니 무난한 거로 하면 돼. 너무 차려입을 필요 없어.”송석석은 직접 옥 비녀를 골라 월백색의 끈까지 단장했다.“너무 소박한 것 같습니다.”보주가 말했다.“소박한지 아닌지는 입어 보아야 알지.”송석석은 옷을 들고 병풍 뒤로 들어가더니 갈아입고 나왔다. 머리를 말아올려 비단 끈으로 묶은 뒤 흰 비녀를 꽂았다.그녀는 한 바퀴 돌아보며 물었다.“어떠하냐?”하녀들은 송석석을 보고 놀라 입을 떡 벌렸다. 아직 화장도 하지 않았는데 선녀처럼 예뻤다. 특히 머리에 묶은 비단 끈은 월백색 치마에 화룡점정이 되었다.보주는 명주한테 다급히 타일렀다.“입술연지, 귀고리, 향낭, 옥패, 어서 뭐든 줘봐.”“응!”하녀들은 조급히 여러 물건을 준비하기 시작했다.보주는 송석석을 거울 앞에 앉혀 입술연지를 발라주고 눈썹을 다듬어준 후, 허리춤에 노리개를 달아줬다. 거기에 얇은 비단옷을 더하니 더욱더 선녀 같았다.보주는 머리를 굴리더니 소매를 조금 거두어 주었다. 그러니 더 청순하고 몸이 가벼워 보였다.붉은 입술연지는 흰 피부를 더욱더 백옥같이 보이게 하였고 아무런 분을 바르지 않은 두 뺨에는 붉은 기가 조금 맴도는 것이 단신의의 기혈을 조리하는 약이 역시 효과가 있는 듯했다.보주는 어깨가 으쓱해선 아가씨를 바라보고 있었다. 최고의 소재로 만든 옷들은 역시 달랐다. 심지어 치맛자락도 비단으로 만들어 움직일 때마다 흐르는 시냇물을 방불케 했고 머리를 묶은 비단끈까지, 모든 게 완벽했다.송석석은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았다.‘고운건가?’매산에 있을 적부터 송석석을 아름답다고 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다들 원숭이를 닮았다고 할 뿐이었다.혼례준비를 하면서 어머니가 가꾸어주시고 집에서 휴식을 취한 덕분에 피부가 매끄러워졌다. 그제서야 송석석을 만나는 사람들은 저마다 아름답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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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94화

    이튿날, 장 공주의 생신 연회.이른 아침부터 문 앞에는 마차가 가득 서 있었고, 붉은 천을 길게 골목 어귀까지 뻗어 놓았다. 공주부 밖에서 300척 떨어진 곳에 있는 공터에 천막을 쳐서 서른개의 식사 자리를 대접해 백성들도 사람만 모이면 먹을 수 있었다.장 공주는 매해 생일 연회 때마다 이렇게 진행하였다. 겉보기에는 백성들과 함께 즐기려는 것이지만 사실 겉치레만 하여 자상하다는 명성을 얻으려는 것이다.식사 자리뿐만 아니라 그녀는 소밥까지 준비하여 특별히 승려만 접대했다. 장 공주가 부처님을 믿는 것은 모두가 아는 일이다. 그녀는 매해 사찰과 도관에 많은 은을 기부했다.나쁜 짓을 많이 하는 사람은 늘 부처님의 가호를 찾는 것을 좋아한다.장 공주가 오늘 청한 손님은 아주 많았다. 그녀는 심지어 전 장군부도 청하였다.전북망과 이방은 오지 않았다. 그는 어머니와 큰형, 그리고 큰 아주머니가 국공부에서 소란을 피웠다는 것을 알게 된 후부터 줄곧 집으로 돌아가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방은 당연히 오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명성을 망쳤을 뿐 아니라 반쪽 얼굴도 훼손되어 다른 사람의 비웃음을 당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노부인과 큰며느리 민 씨, 셋째 아들 전북삼, 그리고 딸 전소환은 참석하였다.장 공주가 초대를 한 이상 오지 않으면 미움을 살 것이다. 다행히 전북망에게는 황실에서 하사한 황금이 있어 조금 좋은 선물을 살 수 있었다.물론 그녀도 사심을 가지고 왔다. 아직 혼약이 없는 아들과 딸을 데리고 와서, 자리에 있는 부인의 눈에 들어 혼사를 결정지으려 헀다.장 공주의 생일 연회에 올 수 있는 손님은 있는 집안이지 않으면 귀한 집안이기 때문이다.그래서 노부인은 이방으로 인해 장군부가 비난받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며느리와 자식들을 데리고 참석했다.권세가 있는 귀부인들 앞에서 노부인은 얼마나 비루해 보이는지 모른다.화려한 옷차림을 하고 온 손님들을 보면서 그녀는 과거 장군부의 화려한 시절이 떠올랐다. 그때 그녀는 갓 장군부로 시집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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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95화

    노부인은 그녀가 송석석을 말하는 것을 듣고 잠시 당황하였다. 그녀는 장 공주와 송부인의 옛일을 모른다. 그저 송석석이 공을 세워 황실의 중시를 받고 있다고 생각했다.지금 송석석을 효도한다고 칭찬하는 것은 송석석을 대신해서 한 소리 하려는 건가?하지만 장 공주의 온화한 눈빛을 보니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았다.한창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을 때 옆에 앉은 제 부인이 말했다."공주 전하, 효도도 모두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려는 것입니다. 서방과 화리한 후 노부인의 안부를 묻지도 않는데 어떻게 효성스럽단 말입니까? 겉치레야 누구나 다 할 수 있지요. 노부인께서 국공부 앞에서 소란까지 피우셨는데, 정말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라면 어찌 체면까지 버리셨겠습니까?"제 부인은 황후 친정 오라버니의 부인이다. 제 대인은 3품 관직으로 조정의 기둥 같은 신하이다.제 부인이 입을 열자 다른 사람들도 맞장구를 쳤다."맞습니다. 군공을 세웠다고 사람을 안중에도 두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배은망덕한 사람은 누구나 다 싫어할 것입니다.""노부인, 며느리의 친정이 멸문될 때 세심하게 그녀를 돌보았다 들었습니다. 심지어 곁에서 주무시면서 어리석은 짓을 할까봐 보살펴 주며 그토록 며느리를 아끼셨는데, 애석하게도 정분을 생각하지 않았지요."노부인은 이 말을 듣고 잠시 넋을 잃었다가 곧 알아차렸다.이 부인들은 장 공주를 반박한 듯 보였지만 장 공주는 화를 내긴커녕 오히려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다.부인들이 장 공주가 하고 싶은 말을 한 것이 틀림없다.그녀는 장 공주와 송석석 사이에 원한이 있고 이 연회에 송석석이 오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장 공주는 전북망의 공로를 생각하여 그들을 청한 것이 아니라 송석석의 체면을 깎을 수 있기 때문이다.장 공주도 그녀처럼 송석석을 증오하는 것을 깨닫고 그녀는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난 듯 흥분을 금치 못했다.그녀는 연극에 소질이 많다.그녀는 긴 한숨을 내쉬며 눈물을 글썽거렸다."장 공주님께 결례를 범했습니다. 진심이 반드시 진심을 얻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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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96화

    그러나 그녀를 초대했지만 오지 않으면 또 무슨 모함을 할지 몰라 결국 꾹 참고 따라왔다.그들이 송석석을 의논하는 것을 듣고 혜태비는 더욱 화가 나 피를 토할 뻔했다.다행히도 송석석이 곧 사여묵에게 시집갈 것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다. 만약 알고 있다면 장 공주가 앞장서서 모함을 할 것이고 그녀는 더욱 체면이 서지 않을 것이다.그녀가 옆에 앉아, 장 공주는 일부러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녀도 말을 걸 생각이 없었다. 장 공주의 딸 가의 군주가 혜태비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어머, 혜태비도 오셨습니까? 어머니께 무슨 생신 선물을 주려 왔습니까?"가의 군주가 다른 사람에게 묻지 않고 하필 그녀에게 묻는 것으로 보아 나쁜 마음을 먹은 것이 틀림없다.연회에 오면 적대를 당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는 혜태비는 마지못해 말했다."장 공주가 부처를 믿는다는 말을 듣고 금불을 선물했으니, 마음에 들길 바랍니다."그녀는 고 씨 유모에게 선물을 장 공주 앞으로 보내라 명했다. 장 공주는 힐긋 보고 난 뒤 담담하게 말했다."이런 금불이 십여 개나 있지만 혜태비의 마음이니 그대로 받겠습니다."그녀의 오만한 태도에 혜태비는 화를 못 이길 뻔했다. 혜태비는 눈을 흘기며 생각했다.‘마음에 들지 않으면 가지 않으면 될 것을.’그러나 그녀는 감히 말하지 못했다. 욕설을 퍼붓는 데에 있어 그녀는 장 공주의 상대가 아니다. 신분으로 비기면 선제가 승하한 후 총애를 받던 혜태비도 예전과 같지 않다.그녀의 가장 뛰어난 아들이 승리하여 조정으로 돌아온 것은 한동안 허풍을 떨어도 될 일이다. 그러나 밖에서 함부로 말할 순 없다. 그녀는 자신과 아들의 마음이 맞지 않는 것을 알고 있다.이번에도 황제가 명을 내려 그녀에게 궁에서 떠나 사여묵과 함께 지내게 하지 않았다면, 사여묵은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아들의 불효는 그녀의 가장 큰 아픔이다. 이렇게 큰 공을 세우고 돌아와도 어마마마를 위해 지위를 요구한 적 없다. 그녀는 지금 여전히 태비이다. 비록 황후라는 언니가 있지만 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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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97화

    송석석은 만인의 주목을 받으며 들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많은 관리 부인이 이미 그녀를 방문하였다. 그녀는 단아한 차림새였지만 여전히 절세의 미모를 감추지 못했고 심지어 속세를 벗어난 선녀와도 같았다.옅은 붉은 색 연지는 피부에 윤기를 더했다. 하얀 피부는 옥처럼 윤기 있었고 눈썹은 부드러운 아치 같았다. 귓불에는 작은 녹색 장신구를 하고 있어 더욱 봄날의 꽃처럼 아름다웠다. 정성껏 치장하고 온 아가씨들은 단번에 빛을 잃었다.가의 군주는 오늘 한껏 꾸미고 왔다. 금실로 수놓은 치마와 작약을 수놓은 붉은색 저고리까지. 게다가 금실과 은실로 수놓은 붉은색 조끼까지 입었고 상투를 높이 틀어 화려하고 귀한 장신구들을 가득했다. 정녕 화려함과 사치의 극치였다.이렇게 정성껏 치장했지만 송석석의 우아함과 단아함 앞에서는 결국 빛을 잃었다.그녀는 줄곧 제멋대로인 성격이라 송석석의 절세 미모를 보고 싸늘하게 웃었다."오늘 어머니의 생신인데, 이렇게 수수하게 입고 오다니. 어머니의 생신을 축하할 마음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송석석이 그녀를 훑어보고 웃으며 답했다."제가 어떻게 꾸몄든 중요하지 않습니다. 필경 오늘은 장 공주 전하의 생일 연회이니, 군주처럼 화려하게 입고 온다면 색동옷을 입고 어머니를 기쁘게 하려는 군주의 효심을 헛되게 하지 않겠습니까?""아니..."가의 군주는 자기 옷을 힐긋 보았다. 분명 배색이 아주 뛰어나건만 색동옷을 입었다고 놀리다니, 어찌 참을 수 있겠는가?"지금 감히 나에게 과하다고 하는 것입니까?"송석석은 자세히 훑어보았다."오색 색동옷이야 과하면 어떻습니까? 효심만 있다면 되지요."그녀는 자리에 있는 부인들을 힐긋 보고 웃으며 물었다."다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몰래 웃고 있었다. 장 공주의 앞에서 가의 군주의 체면을 깎다니 송석석은 정말 담도 크다.송석서은 덕 귀태비와 제 귀태비 그리고 혜태비도 있는 것을 보았다. 시선을 스치는 순간, 혜태비의 눈빛이 갑자기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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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98화

    송석석은 그 말을 듣고 더욱 환하게 웃었다. 그녀는 둥근 부채를 살랑 흔들어 방안의 답답한 기운을 날려 보내려 했다."보아하니 가의 군주께서는 제가 사실을 말하는 것이 싫으신가 봅니다. 어찌 내가 사실을 말하니 입까지 찢으려 하고 욕설을 퍼붓는 것입니까? 오늘 장 공주 전하께서 단신의를 청했다 믿습니다. 외남은 모두 정원에 있을 텐데 단신의를 불러 한 마디 물어볼까요?"그녀는 노부인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말을 이었다."노부인, 억울하다고 생각하시면 직접 단신의에게 물으십시오."노부인은 내키지 않는 듯 송석석을 바라보았다. 예전의 송석석은 그녀 앞에서 항상 얌전하고 효성스러우며 말을 잘 들었다. 그러나 지금 그녀를 바라보는 송석석의 눈빛은 싸늘함이 가득했다.그녀는 이 모든 것을 송석석의 탓으로 돌렸다. 평처도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어찌 부덕을 논한단 말인가?그러나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정말 단신의를 청해 온다면 앞으로 그녀에게 단설환을 팔지 않을 것이다.가의 군주도 어찌할 방법 없이 화를 내며 송석석을 바라보았다."장군부에서 버림받은 여인 주제에 어찌 이렇게 날뛰는 것입니까?"송석석의 목소리는 크지도 작지도 않았다. 그녀는 마침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패기 넘치게 말헀다."버림받은 부인이 아니라 먼저 화리를 요구해 전북망 장군을 떠났습니다. 뒤에서 어떻게 말하든 개의치 않지만 내 앞에서는 입을 잘 관리하기를 바랍니다. 진국공부에 혼자 남았다고 해도 쉽게 건드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자리에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그중 많은 부인이 장 공주의 신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연회에 왔고 장 공주와 한패가 되고 싶지 않아 했다. 그녀들은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다.그녀들은 비록 장 공주의 진면모를 모르지만, 이런 연회에 많이 참석하다 보니 장 공주가 패를 만들고 자신에게 신복하지 않는 사람을 겨냥하는 것을 알고 있다.다만 장 공주는 늘 직접 나서지 않았다. 딸 가의 군부와 명부 몇 명이 나서서 상대를 입도 뻥끗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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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의 군주는 앞다투어 빼앗았다."내가 열겠습니다. 감히 어머니를 저주하려 한다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입니다!"족자가 천천히 펼쳐지자 사람들은 잇달아 목을 길게 빼고 보았다. 족자가 펼쳐진 후 드러난 것은 냉매도였다.5척이 되는 족자에는 매화 한 그루가 그려져 있다. 강건한 매화 가지, 활짝 피거나 막 피려고 하는 꽃봉오리들과 나뭇가지에 조용히 자라난 작은 꽃봉오리들까지.이 매화도는 마치 살아있는 것 같아 모두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마치 매화나무 한 그루가 눈앞에 있는 것 같았다. 매화 나뭇가지에 있는 벌레 구덩이조차도 똑똑히 볼 수 있었다.자리에 단청을 아는 아가씨가 가볍게 소리쳤다."이것은 심청화 선생의 냉매도입니까? 일찍이 운 좋게 선생이 그린 납매도를 본 적 있는데 이와 화공이 똑같습니다. 이 도장도 분명 심청화 선생의 것입니다."이 말이 나오자 자리의 사람들은 떠들썩해졌다. 심청화 선생의 냉매도라니? 천금을 주고도 얻기 힘든 것이다. 불경하게 말을 한 송석석이 이리도 귀한 선물을 보냈다니.장 공주는 평소 고상하고 우아하게 지내며 심청화의 그림을 본 적 있다. 그러나 그녀는 알아보지 못했다. 다만 이 매화나무가 그녀의 앞에서 자란 것처럼 느껴졌고 심지어 손을 뻗으면 매화의 꽃잎을 만질 수 있을 것 같았다.노부인은 심청화의 그림이라는 말을 듣고 울화가 치밀었다. 송석석은 참 돈도 많지, 이 그림은 적어도 천 냥 황금이어야 살 수 있을 것이다.그녀는 이방과 같은 계집애를 집안으로 들이려 재물신을 내쫓은 것이 후회되었다.이 그림을 그녀에게 준다면, 앞으로 2, 3년 동안 장군부는 돈 걱정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아닙니다. 이것은 심청화 선생의 그림이 아닙니다."덕 귀태비의 며느리 진왕비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저었다."화공은 매우 비슷하지만 한 폭의 모조품입니다."진왕비 제이월은 황후마마의 사촌 여동생으로 세가인 제 씨 가문 둘째 집안의 적출이다. 15살에 춘일연에서 반 시진 안에 한 폭의 그림과 한 수의 시를 지어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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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아마도 며칠 내로 사람들이 식량을 운반해 올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들은 두 명뿐이었기에, 밤이 되면 몰래 그들 틈에 섞여 나갈 수 있을 터였다. 사람 수가 많으면 오히려 더 번거로울 것이었다.그때 출구를 찾고 한두 명을 잡아 심문한다면 대개는 상황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들이 불지 않는다면 말을 할 때까지 고문을 해서라도 알아내면 됐다.“조금만 더 참자. 최대한 삼 일이면 끝날 테니.” 사여묵이 말했다.“찐빵이 너무 먹고 싶습니다.” 이미 배불리 먹은 장대성이 꺼억 트림을 하면서도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밀가루 음식을 못 먹으면 사람은 죽는다고 하던데, 매일 이렇게 고기만 구워 먹으니 기름져서 느끼합니다.""풀 하나 뜯어서 입에 넣고 씹으면서 입맛을 달래라." 사여묵이 손을 뻗어 풀 한 줌을 꺾어 주었다. 이 풀은 먹을 수 있는 것이었고, 이 시기가 가장 부드러울 때였다. “자, 빨리 먹게.”“써서 못 먹겠습니다.” 장대성은 고개를 좌우로 세차게 흔들며 사여묵의 호의를 거절했다.그가 먹지 않자, 사여묵이 대신 먹었다. 이 풀은 뿌리도 먹을 수 있었다. 부드러운 잎에서는 약간 쓴맛이 났지만 입맛을 달래는 데는 꽤 좋았다. 심지어 맛있게 느껴지기도 했다.“심선생께서 왕비께 우리가 실종되었다고 편지를 보냈을까요?” 장대성이 물었다.“아마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곳곳에 표식을 남겼으니 대사형이라면 알아볼 수 있을 것이야.” 사여묵은 칼로 작은 구멍을 파고, 먹고 남은 뼈를 뱉어 땅에 묻었다.왕비를 언급하자마자, 사여묵에게 송석석을 향한 그리움이 다시 물밀듯 밀려왔다. “일이 끝나면 우리는 지체하지 않고 바로 진성으로 돌아간다." “당연합니다!” 장대성이 말했다.사여묵은 나무에 기대 생각에 잠겼다. ‘석석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나를 생각하고 있을까?’그는 송석석이 노주에 있고 심지어 이 산에 있다는 사실을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산에서의 거리로 보면 그리 가까운 거리도 아니긴 했다.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60화

    시만자는 송석석이 이전보다 확실히 살이 많이 빠진 듯한 것 같다고 느꼈다. 먹지도 못하고 잠도 못 자는 그녀가 안타까워, 꼭 안으며 그녀의 머리를 자신의 어깨에 대고 말했다. “내 어깨를 빌려줄게. 울면 조금은 나아질거야.”송석석은 갑자기 손을 뻗어 그녀를 밀쳐내더니 급히 일어나 작은 개울을 뛰어넘어 몇 걸음 더 달려가 나무 한 그루 앞에 멈췄다.나무 줄기에는 뚜렷하게 매화꽃이 새겨져 있었다.그녀는 그 완전한 매화꽃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하지만 마냥 기뻐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완전한 꽃 형태라 하더라도, 나무 줄기와 매화 표식의 상태를 보아하니 이 표식은 확실히 대사형과 몽동이가 발견한 것보다 더 오래된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발견하긴 했지만, 발견하지 못한 것과 같았다.그녀는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 “만자, 너희는 먼저 산을 내려가. 나는 이 산을 조금 더 돌아볼게. 이렇게 흔적을 남겼으니 아마 더 있을 거야.”시만자가 놀라며 송석석의 머리를 한 대 탁 치며 말했다. “무슨 말이야? 우리는 함께 가고 함께 남는 거야. 가고 싶으면 같이 가고, 머물고 싶으면 같이 머물어."“그치만 식량이 부족하잖아.” 송석석이 말했다.“그럼 물고기를 잡고 열매를 따면 되지.” 그러자 시만자가 그녀의 걱정을 덜어내기 위해 말했다. “시경님과 장대성도 그렇게 살아남았을 거야.”송석석이 가장 걱정하는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사여묵과 장대성이 이 산에 너무 오래 머물렀기 때문에 가지고 올라온 식량이 다 떨어졌을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산에는 열매도 별로 없어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토끼나 산닭을 잡는 수밖에 없었다.이 길에서 송석석은 그런 생물들을 꽤 많이 봤고, 서쪽 산 중턱에, 수염이 덥수룩한 두 명의 남자가 작은 동굴에 앉아 갓 구운 야생 토끼를 잡아먹고 있었다.이 두사람의 옷은 이미 더러워졌고, 온 몸엔 기름기가 가득했으며, 머리는 매우 헝클어져 있었다.다행히 얼굴은 마침 오늘 근처에서 발견한 작은 샘에서 씻을 수 있었기에 덜 지저분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59화

    송석석은 현재로서는 산에 들어가서 직접 찾는 것이 가장 낫다고 생각했다. 사숙이 하루 이틀 내로 도착할 것이지만, 그들이 오기 전에 할 수 있는 방법은 가장 멍청한 방법으로 찾는 것뿐이었다.2월 중순의 날씨는 여전히 매우 추웠다. 북쪽의 매섭게 부는 건조한 바람은 없었지만, 초봄의 습한 추위가 더 괴로웠다. 이 습한 추위야 말로 산 속에서 가장 위험한 것이었다. 차가운 공기가 쉴 틈없이 그들을 에워쌌고, 송석석은 그로 인해 원래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이 더욱더 심해지는 것만 같았다.송석석은 밤새 뒤척이다 잠을 이루지 못했다. 머리속에서 끊임없이 걱정이 물밀 듯 밀려왔다. ‘대사형이 표식을 발견했지만 이미 며칠 전의 일이잖아. 이 며칠 동안 그들이 산 속에서 다른 위험을 만났으면? 대석촌 사람들에게 들켜서 위협을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지만 그 깊은 산 속에서 아무리 살육이 일어난다 해도, 아무도 알 수 없었을 것이다.비록 내일 산에 들어가면 체력이 많이 소모될 것임을 알기에 충분한 쉼을 취해야 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송석석은 아침 해가 다 밝기도 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녀는 아침 일찍 가게들이 문을 열고 장사를 시작할 때, 미리 산에 들어갈 때 필요한 식량을 사러 갔다. 돌아갔을 때는 모두가 일어나 있었을 때였다. 그들은 세 무리로 나누어 산에 들어갔다.매산 소분대가 한 대열을 이루고, 필명이 이끄는 서른 명의 현갑군이 한 대열을 이루며, 대사형이 이끄는 스무 명의 현갑군이 또 다른 대열을 이루었다.매산 소분대는 사실 시만자, 신신, 만두, 몽동이, 홍현과 두 명의 사저들로 구성되어 있었다.그 중, 만두와 몽동이만 남자였고 나머지 모두 여성이었다.어젯밤, 만두와 몽동이는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었다. 만두는 몽동이가 많은 것을 짊어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더 이상 그를 향해 교란자라는 별명을 부르지 않기로 했다.몽동이 또한 만두가 많이 차분해졌으며 핼쑥해진 모습을 보고, 더 이상 뚱만두라고 부를 수 없다고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58화

    송석석 일행은 상인의 신분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노주에 갔다. 송석석은 먼저 대석촌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 후, 대사형과 몽동이를 만날 생각이었다.그녀는 금관성 안의 눈에 띄는 곳에 매화꽃을 그려 표식을 남겼다. 그리고 그 표식을 통해 그들이 묵을 여관을 찾을 수 있었다.그날 밤, 대사형과 몽동이가 찾아왔다. 두 사람의 얼굴이 먼지투성이였고, 옷은 잔뜩 구겨져 있었다. 그들은 머리카락을 재빨리 정리하려 했지만, 신발엔 아직 털리지 않은 흙과 먼지가 가득했다. 그들이 산을 막 떠나 온 것이 분명했다.오는 내내 걱정이 많았던 송석석은 안부를 물어볼 새도 없이 대사형에게 급히 상황을 물었다.심청화가 먼저 그녀를 안심시키며 말했다."너희에게 편지를 보냈을 때, 그들과 정말 연락이 끊겼고 아무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대석촌 남쪽의 오래된 숲에서 사여묵이 남긴 표식을 발견했지. 그들이 그곳에 잠시 머물렀던 것은 확실하다. 게다가 아마 며칠 전 일이었을 게야."그는 송석석이 조금이라도 안심할 수 있도록 이 소식을 먼저 전한 후에 두 사람의 실종 이유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우리는 황제의 밀보를 받았다. 산에 들어가서 어디에 식량과 무기가 숨겨져 있는지 알아보라는 명을 받았지."그래서 그들이 편지를 받았을 때 사실은 황제의 명령을 받고 조사를 가기로 했던 것이다.사여묵은 원래 이런 방식으로 조사를 가는 것을 반대했다. 무작정 산으로 들어가 조사하기에는 범위가 너무 넓어 마치 바다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같기 때문이었다. 그는 차라리 그들의 활동을 면밀히 지켜보며 누가 그들과 접촉하고 누가 식량을 가져다주는지, 얼마나 가져오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하면 위험도 더 적을 것이기 때문이다.또한 그는 식량이 산에 많이 숨겨져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겨우 겨울을 나기 위한 정도이고, 봄이 되면 다시 식량을 보내야 하니 말이다. 게다가 결국 몇 천 명이 먹을 식량이기 때문에 그렇게 많은 양을 숨길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하지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57화

    송석석은 장장 반 시진 동안 그 두려움을 떨쳐내려고 열심히 노력했다. 그리고 진성을 떠날 이유가 필요했기에 말을 타고 궁으로 향했다. 숙청제는 사여묵이 보낸 두 통의 편지를 받았다. 첫 번째 편지에는 한 마을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으며, 그 마을의 주민들이 모두 사병일 가능성이 있다고 적혀 있었다. 이에 숙청제는 비밀 명령을 내려 사여묵에게 산으로 가서 조사하라고 지시했다.두 번째 편지에서는 그들이 산에 들어갔으나 방어가 철저하고, 사병임이 분명하지만 아직 무기와 군량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숙청제는 다시 명령을 내려 무기와 군량을 찾아 모조리 없앨 수 있도록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는데, 그 후로 소식이 끊겨 버렸다.숙청제는 사실 조금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여러 산을 조사하고 있는데 사병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 무림 고수들이 있는지 알 수 없었기에 충분히 위험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이것이 아주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만약 무기를 모두 찾아내 없앤다면, 그 즉시 도적을 진압한다는 명분으로 군을 근처에서 발병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다면 큰 소동을 일으킬 필요도 없고, 피를 볼 일도 적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 송석석으로부터 그들이 보름동안 소식이 없다는 말을 듣자, 그도 매우 불안하고 초조했다. 소식이 없다는 것은 상황을 알 수 없다는 뜻인데, 이렇게 아무것도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 군대를 보낼 수는 없었다. 숙청제는 송석석에게 명령을 내려 사람들을 데리고 금관성에 가서 한 차례 공단 비단을 운반해 오라고 지시했다. 그 비단은 서경에 전달될 것이니 실수 없이 전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모든 사람이 다 알고 있듯이, 금관성의 외곽에는 산적과 도적들이 많았다. 그 지역은 산이 많았기 때문에, 산적들이 산을 점령한 뒤 상인들의 행렬을 습격하는 일 또한 많았던 것이다.따라서 송석석이 현갑군을 이끌고 가는 것은 명분이 정당했다.그러나 실지적으로 공단을 호위하는 데 많은 사람이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56화

    송석석은 명희의 손을 꼭 잡고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그녀의 가족에 대한 안 좋은 말은 언급하지 않았다.시만자와 신신은 밖에서 모든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의 대화가 끝난 후, 시만자는 보주에게 명희를 데리고 가서 편히 쉴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 후 시만자가 물었다."왜 명희에게 가족을 보호하라고 했어? 차라리 명희에게 가족이 얼마나 잔인했는지 알려주지. 그렇지 않으면 평생 그 굴레에 갇히게 될 거 아냐."송석석은 물을 한 모금을 마시며 말했다. 그녀의 차분한 눈빛 속에는 약간의 슬픔을 담겨있었다."이 일은 그저 명희만의 사례가 아니야. 많은 백성의 집안이 이렇지.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해결책이 딸이나 여동생을 팔아서 돈을 마련하는 거야. 그들에겐 그게 아주 잔인한 일로 느껴지지 않으니까. 그들은 딸을 어린 신부로 팔거나, 부잣집 자제에 시집을 보내는 것이 그저 한 가지 출구라고 여길 뿐이거든.그녀는 잠시 멈추고 다시 말을 이었다."그리고 사실 아들 결혼을 위해 딸을 팔아버리는 일도 흔해. 최소한 명희의 부모는 그렇게 생각하시지 않았지만 말이야. 그들은 은화를 벌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았어. 어머니는 장사를 하고, 아버지는 농가에서 노동을 했지. 심지어 위험을 감수하며 약초를 캐러 가셨잖아. 나는 그들이 명희를 팔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믿어. 아니었으면 명희를 서원에 보내지 않았을 테니까."시만자가 말했다."하지만 명희의 큰오빠와 큰형수는 책임을 지고 싶어 하지 않았고, 셋째 오빠는 결혼을 위해 명희를 팔았어. 정말 다들 너무 이기적인데, 명희가 그들을 미워하지 않아야 할 이유가 있어?"송석석은 대답했다. "가족과 단절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야. 특히 명희는 앞으로 배워야 할 것도 많고, 부모님의 상태도 걱정해야 하잖아. 아직 열한 살 밖에 되지 않았으니 이 많은 것을 감당할 수 없을거야. 우리는 지금 명희의 마음속에 증오를 심을 필요가 없어. 나이가 들고 조금 더 성장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모든 것을 분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55화

    송석석은 몇 가지를 더 물어보고 나서야 대충 상황을 정리할 수 있었다.명희의 부모는 셋째 아들의 혼사를 준비하기 위해 산속으로 약초를 캐러 갔다. 겨울철이라 산짐승이 동면에 들어간 틈을 타 가파른 산속으로 들어간 것이었다.좋은 약초는 대부분 험준한 산에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며칠간 연달아 산에 오르다 보니 부부는 추위와 배고픔, 그리고 피로에 지쳐 있었다. 그러던 중 명희의 어머니가 발을 헛디뎌 미끄러졌고, 이를 붙잡으려던 명희의 아버지마저 함께 굴러 떨어졌다.다행히 약초를 캐던 사람이 마침 그 길을 지나가 그들을 발견하지 않았다면 두 사람은 산속에서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한 사람은 허리를 다쳤고 다른 사람은 다리가 부러졌다. 앞으로는 일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누군가가 간호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치료도 계속 받아야 했고,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게다가 셋째 아들의 혼례가 다가오면서 그 입버릇처럼 가족의 단합을 말하던 명희는 결국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명희의 부모님께서 이 사실을 알고 계셔?" 송석석이 물었다."아니, 그들은 몰라. 그녀의 부모님은 기와집에 살지 않고, 낡은 헌 집으로 실려 가서 거기서 요양하고 계시대.""다른 가족들은 그녀를 파는 것에 동의했어?" "모르겠어. 다만 그녀의 큰오빠가 이미 5냥으로 거래를 끝냈다고 하더군. 그 사람이 이미 집에 찾아왔었는데, 내가 발 빠르게 먼저 데려온 덕에 다행히 막을 수 있었어."송석석이 다시 말했다."이 일은 양 마마에게 맡기자. 양 마마가 가서 처리하게 하고 너는 따라가기만 하면 돼. 절대 그들에게 화를 내지 말고 다투지도 마. 알겠지?"신신은 황실에 있는 동안 시만자가 그들에게 몇 번이고 당부했던 말이 있었기 때문에 이 점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아무리 때리고 싶은 사람이 있어도 대낮에 공개적으로 때리면 안 된다. 반드시 몰래 때리고, 누가 때렸는지 모르게 해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말이 나오지 않는다."신신이 대답했다."오늘은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54화

    송석석은 훈장으로서 다른 것은 가르칠 수 없어도 무술을 가르치는 것은 가능했기에, 아이들에게 기본적인 무술을 배울 의향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자신을 방어할 수 있고 신체도 건강하게 할 수 있는 무술 말이다.그 말을 듣자, 절반이 넘는 학생들이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무술은 타고난 자질이 중요한 법이기에 배우고 싶다고 해서 누구나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송석석은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을 보고, 차라리 수업을 하나 더 만들어 힘과 민첩성을 키우는 연습을 하도록 해주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언젠가 아이들이 자신을 방어하는 일에 쓸 수도 있기 때문이다.진정으로 무술을 배우고 싶은 학생들은 신중히 선발할 필요가 있었다. 마침 신신이 시만자가 현갑군을 지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송석석을 졸라댔다.“나도 여학에 와서 가르치면 안돼? 나를 여교두로 임명해줘. 응? 제발!”송석석은 신신의 바람대로 해주었고, 두 사람이 번갈아 가며 가르치기로 했다. 평소 수업 중 한 시간 정도는 신신도 충분히 가르칠 수 있었다. 내용도 크게 어렵지 않았다.무술을 배울 열 명의 학생들을 선발하였는데 이들은 대부분 농가 출신이었다. 특별한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었고, 다만 나중에 생계가 어려워질 경우 아가씨들의 호위로 나서도 괜찮겠다는 생각이었다. 몸을 팔지 않아도 되고, 월급도 적지 않다는 이유였다.그중 명십칠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 소녀가 있었다. 그녀의 집안은 대대로 농사를 지었고, 집안에 글을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그녀의 이름조차도 형제자매의 순서에 따라 지어진 것으로, 사촌들과 합쳐 총 열일곱명이 있는 집안에 막내였기 때문에 명십칠이라 불렸다.원래 그녀의 집에서는 딸에게 글을 배우게 하겠다는 생각조차 없었다. 그러나 어머니가 장사를 하다 늘 계산을 제대로 하지 못해 속는 일이 많아진 뒤로, 글을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마침 이런 기회가 생기자 당연히 망설임 없이 딸을 여학에 보낸 것이다.명십칠은 올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53화

    제상서는 방문객을 모두 사양했지만, 직접 대부인과 함께 송석석을 방문했다.송석석은 평소처럼 그들을 맞이했다. 제상서와는 별다른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 대신 염선생이 그와 대화를 나눈 후, 대부인을 곁채로 안내하여 차를 대접했다.대부인은 지난 일년여 동안 외출을 거의 하지 않아 많이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마음은 평온해 보였다. 그녀는 더 이상 이전처럼 고집스러워 보이지 않았다. 예전에는 자신이 상서부의 살림을 책임지는 종부로서 품격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아도 내색하지 않으려 애썼다.늘 자신을 억누르며 스스로를 괴롭혔던 그녀가 지금은 많이 내려놓은 듯했다. 지나치게 완벽을 추구하지 않고 적당히 넘기는 법을 배운 것이다.대부인은 딸을 잘 교육하지 못한 것에 대해 송석석에게 사과하며 말했다."저는 한평생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제대로 해낸 일이 거의 없더군요.”"하지만 이제는 상관없습니다. 평생 단 한 가지라도 잘해내서 스스로 만족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겠습니까?"송석석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누구에게나 인생의 결핍은 있기 마련이지요. 앞으로는 자신을 더 잘 돌보면 될 일입니다."제대부인은 깊이 있고 차분한 눈빛으로 답했다."그렇습니다, 스스로를 더 잘 돌보는 것이 곧 삶을 마음 가는 대로 살아가는 방법이니까요."송석석은 과거의 자신을 완전히 부수고 새롭게 태어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다시금 느꼈다. 그리고 제대부인이 이를 해냈다는 사실이 정말로 대단하게 여겨졌다."참, 제제사께서 찾으라고 하신 분은 제가 이미 수소문 중입니다. 소식이 생기면 바로 알려드리겠다고 전해주세요."제대부인은 그녀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과감함과 약속을 지키는 굳건함에 깊은 감탄을 표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낮추어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왕비님."사실 제제사가 찾고자 한 사람을 송석석이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미 홍현과 그들을 시켜 그 사람의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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