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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1화

양 마마는 입을 삐죽거리더니 조금은 아쉬운 듯한 눈치였다.

“그림이 마치 살아있는 것 같네요. 매화꽃은 딱 눈앞에서 피어난 듯 하고 가지는 힘 있게 뻗어 나가고 푸른 잎사귀는 갓 피어난 듯 한데 이걸 버린다고 하기엔 제 눈엔 완벽하기만 합니다. 이걸 장공주한테 바치는 건 아깝습니다.”

“괜찮네. 오라버니가 매화를 그리기 좋아하셔서 지금까지 그린 매화 그림만 해도 서재에 차고 넘쳐날 지경이야. 참, 이제 황제전하한테도 한 폭 올려야겠구나.”

황제전하는 오라버니를 경배하다 못해 오라버니의 묵보도 소장하고 계시지만 매화도는 아직 없다. 오라버니의 매화도는 천금을 주고도 구하기 어려우나 송석석은 차고 넘칠 정도로 많이 갖고 있으니 안성맞춤이었다.

송석석은 오라버니의 묵보를 올려바치는 것이 곧 북명왕이랑 친분을 쌓는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번 황제전하가 자안궁에서 물었던 일들이 왠지 모르게 자꾸 마음에 걸렸고 그래서 오라버니의 그림으로 먼저 손을 뻗어 왕야님과의 선의를 전하고 싶었다.

양 마마는 하인 몇 명 데리고 창고에서 한참을 뒤적거리더니 그래도 이 그림이 제일 괜찮다고 했다.

금은보화를 올리면 사람들에게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 장공주가는 나름 고상한 물건들에 관심이 많은 듯하지만 진정으로 예술을 감상할 줄 아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어라, 이게 뭐지?”

명주가 상자밑에서 한 뭉테기의 손수건을 찾아냈다. 그녀는 그 중 하나를 펼쳐보더니 가만히 웃음을 흘렸다.

“하하하, 이렇게 못나게 수를 놓았는데 왜 여기에 보관되어 있는 거지?”

양 마마는 조급히 명주 손에 쥐어져 있는 손수건을 빼앗아 오더니 다시 상자에 넣고는 눈치를 주었다.

“다시는 꺼내지 마.”

하지만 이미 낌새를 차린 송석석은 손수건을 꺼내 보았다. 역시나 자수가 엉망진창이었다.

청죽도를 수놓았지만, 참대나무가 어찌나 꼬불꼬불한지 마치 벌레와 같았다.

다른 하나를 보니 연꽃인 듯했다. 꽃잎 하나하나를 뜯어보면 대충 보아낼 수는 있다지만 그건 그냥 잎이 갈라진 꽃이라고 여기고 싶은 송석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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