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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화

작가: 유애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8-01 20:00:00
어수룩하고 예쁜 공주를 보면서 송석석은 그녀의 통통하고 귀여운 어릴 적 모습이 떠올랐다.

지금은 살이 좀 빠졌지만, 볼은 여전히 통통하다. 아주 예쁘고 귀여울 뿐만 아니라 웃을 때 보조개도 있고, 눈웃음도 예뻐서 보는 이의 마음을 기쁘게 한다.

송석석은 웃으며 말했다.

"만약 문제가 없다면 황 언니가 될 것입니다."

한녕 공주는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그녀의 팔을 흔들었다.

"정말 송 장군을 존경합니다. 어마마마와 아바마마, 그리고 오라버니까지 모두 장군께서 상조에서 가장 뛰어난 여 무장이라 하셨습니다. 전에 그 이방은, 도통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한 번 본 적 있는데, 쌀쌀맞고 행동도 거칠었습니다. 언니는 무장의 위엄도 있고 여인의 아름다움도 잃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말하다 장난스럽게 혀를 내둘렀다.

"어마마마께서 여인으로서 함부로 여인을 의논하지 말라 하셨습니다. 오해로 인해 여인의 명성을 실추시킬 수 있다 하셨으니 더 이상 말하지 않겠습니다. 어쨌든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녀가 웃는 것을 보고 송석석도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이 발랄한 여자아이는 늘 사람을 기쁘게 한다.

한녕 공주는 계속 그녀와 얘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바깥에 있는 상궁이 그녀를 불렀다.

"공주마마, 태비 마마께서 하실 말씀이 있으니, 궁으로 돌아오라 하시옵니다."

한녕 공주는 대답하고 난 뒤 아쉬운 마음으로 송석석을 보며 말했다.

"언니, 어마마마께서 찾으십니다. 어마마마는 무서우신 분이 아니니 두려워할 필요 없습니다."

"예. 태비마마는 아주 상냥하고 유쾌하십니다."

송석석이 웃으며 말했다.

만나기만 하면 뺨을 때리려는 상냥함과 비틀거리며 도망가는 유쾌함이랄까?

한녕 공주는 연이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아주 상냥하고 재밌으신 분입니다. 언니 말씀이 참으로 옳습니다."

"공주마마!"

상궁이 계속 재촉했다.

"가고 있습니다."

한녕 공주는 아쉬워하며 송석석의 손목을 잡고 말했다.

"언니, 언제 다시 궁에 들어오십니까? 전장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송석석이 답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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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제 황후의 부름에 송석석은 어안이 벙벙했다.‘왜 갑자기 제 제사를 만나러 오라고 부르는 것이지? 죄를 묻고 싶다면 궁으로 부르면 될 텐데 말이야.’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제 제사를 상대로 송석석은 욕을 먹어도 감히 한 마디도 반박하지 못할 게 분명했다. 그러다가 제 제사가 눈앞에서 사망하기라도 하면 송석석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진다. 시만자는 송석석에 제 제사가 며칠동안 식음을 전폐하고 있기에 작은 자극에도 사망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그의 현재 상황을 얘기해주었다. “제 제사께서 설마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봐 달라고 부르는 건 아니겠지? 늙은이가 아주 못됐네!”자초지종을 들은 모신신은 씩씩거리며 독설을 날렸고, 만두는 옆에서 송석석을 말렸다.“가지 않는 게 좋겠어. 황제 폐하의 명도 아니고 황후의 명을 어긴다고 해서 큰일이 날 것 같진 않은데?”하지만 시만자의 의견은 달랐다.“황후의 명을 어기면 황제가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보여도 속으로 체면이 깎였다고 생각할 거야. 가야 돼. 제 제사가 정말 네 앞에서 죽는다고 해도 그건 하늘의 뜻이니 어쩔 수가 없어. 이건 피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시만자는 숙청제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에 황제 부부의 심기를 함부로 건드리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았다.“석석아, 내가 너랑 같이 가줄게.”시만자의 말에 잠시 고민하던 송석석이 말했다.“네까지 같이 안 가도 돼. 단 신의를 불러서 함께 갈 생각이야. 그리고 제 제사를 만날 때 제 대부인께 같이 있어달라고 부탁할 거야.”제씨 가문이 막무가내인 집안은 아니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당당하게 맞서서 증인을 데리고 가는 게 차라리 나을 수도 있다.“그래, 그럼 내가 단 신의께 찾아가서 같이 가줄 수 있는지 여쭤보고 올게.”모신신의 말에 시만자가 대꾸했다.“여쭤볼 필요도 없어. 단 신의께서 석석에 관한 일이라면 당연히 나서실 거야.”“다행이네!”모신신과 만두는 그리 걱정되지 않았다. 문제가 생긴다면 해결하면 그만이고 정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46화

    제 상서는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말했다.“아버지, 폐하께서는 이제 더 이상 우리 제씨 가문을 중히 여기지 않으십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제가 어찌 북명왕 가문의 심기까지 건드리겠습니까?”“그럼 그냥 죽게 내버려둬. 내가 죽어야 너희들이 살 수 있어.”말을 하던 제 제사는 다시 눈을 지그시 감았고 이렇게 몇 마디 한 것만으로도 너무 힘들었다.한편, 제 황후는 오래 전부터 송석석이 마음에 들지 않았었는데, 송석석이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든 탓에 제씨 가문은 명성이 무너졌을 뿐만 아니라 황후인 그녀까지도 피해를 받고 있다고 생각했다.제 황후는 밖으로 나가자마자 제 상서를 불러 조용하게 얘기했다.“조부께서 요구하신 대로 송 대감을 불러오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목 승상도 함께 불러오세요. 그래야 송 대감이 조부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사실을 증언해줄 사람이 생길 것 아닙니까?”제 상서가 고개를 번쩍 들고는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제 황후를 쳐다보았다.“안 된다. 지금 그게 무슨 말이냐! 그러다가 네 조부께서 정말 사망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러는 것이냐!”“아버지, 조부께서 맞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조부가 돌아가셔야 저희 제씨 가문이 살 수 있습니다. 조부께서 살아 계신 한, 저희 제씨 가문은 계속 손가락질 받을 것입니다. 하지만 조부께서 사망하시면 조부의 공적을 찬송하는 사람이 생길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 다들 남풍관에 관한 일은 잊을 것입니다.”“너 제정신인 것이냐? 그건 그저 네 조부께서 홧김에 한 말일 뿐이다!”그러자 제 황후가 눈물을 닦으며 그를 진정시켰다.“아버지, 일단 제 말을 들어보시지요. 조부께서 이렇게 되신 게 송석석 그 여자 탓이 아닙니까? 조부께서는 그 여자를 원망하고 계신 겁니다. 그래서 만나고 싶다고 얘기하신 것이죠. 송석석 앞에서 생을 마감하시는 게 조부의 복수 수단이고 저희 제씨 가문이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조부께서 이런 결정을 하신 것도 다 생각이 있으신 게 아니겠습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45화

    이 충격적인 소문이 퍼지자마자 제 제사를 숭배해왔던 백성들은 크게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다.제 제사와 안 태부는 상국의 유명한 대학자였는데, 현재 안 태부는 자리에서 물러난 상황이라 조정의 세력에 가담하지도 않았기에, 안여옥에게 문제가 터졌을 때 안씨 가문을 위해 나서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하지만 제 제사는 달랐다. 제 제사의 아들은 사부에서 관직을 맡고 있었기에, 진실을 알지 못하는 관원들이 제씨 가문에게 잘 보이기 위해 너도나도 나서서 함부로 모함하는 광릉후 가문을 엄벌해야 한다고 외쳤다.솔직히 큰 파장을 일으킬만한 일이 아니었지만 그때 당시 남풍관에서 체포된 사람들 중에 관원과 세가 자제들도 많았기에 다들 자신이 비판을 덜 받기 위해 사람들의 관심을 제 제사에게 돌리려고 한 것이었다. 결국 며칠 뒤, 남풍관에서 일하던 몇몇 머슴들이 남풍관에서 제 제사를 본 적이 있다고 증언했고 심지어 이틀에 한 번씩 볼 정도로 자주 방문했다며 말을 덧붙였다.일이 이 지경이 된 이상, 숙청제 선에서 더 이상 해결할 수가 없었다. 숙청제 곁을 지키던 목 승상은 이 일이 사실이기도 하고 계속 숨긴다고 해서 해결되지도 않는다고 하면서 어차피 선황제에게 스승이 더 계시니 다른 스승의 명분을 바로잡는 게 그나마 선황제의 체면을 지키는 일이라고 고했다.숙청제는 이내 백골이 된 용운덕을 선황제의 제사로 임명하고, 위패를 왕실의 종묘로 옮겼다.후대가 없는 용운덕은 문엄 황제가 조정에 통솔하던 때의 탐화랑이었으며 재능이 뛰어난 덕에 관직을 2년 동안 맡았다가 그만두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세상 구경에 전념했다.그러다가 진성에 돌아온 뒤로부터 문엄 황제는 용운덕을 태자의 스승으로 임명했고 그때 당시의 태자가 바로 선황제였다.하지만 2년 뒤, 세상 구경이 너무 간절했던 용운덕이 결국 태자의 스승 자리에서 물러났다.그가 극단적이고 예리한 문장만 고집한 탓에 그때 당시엔 사람들에게 환영을 받지 못했지만, 나중에 쓰기 시작한 시가 현재 죽어서도 널리 알려지고 있다.용운덕이 사망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44화

    송석석도 당연히 잘 알고 있었다. 황제는 송석석이 미리 얘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미 그녀를 탓하고 있는데, 이 상황에서 제 제사까지 경위부에서 사망하면 경위부 전체가 벌을 받게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 당시엔 미리 언질을 줄 수가 없었다. 아무리 상황이 안 좋다고 해도 상서부에 사람을 보내 요 근래에 남풍관을 엄하게 다스리고 있으니 조심하라고 제 제사에게 말을 전할 수는 없지 않은가?제씨 가문 사람들은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고 되레 송석석이 말도 안 되는 모함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여길 게 뻔하다.송석석은 미간을 확 찌푸리며 말했다.“제 제사께서 남풍관에 방문하기로 선택한 순간부터 언젠가 들킬 날이 있다는 걸 아셨어야지. 감당할 수 없는 일은 저지르지도 말았어야지.”송석석은 제 상서에게 아버지를 다시 한번 설득하라고 얘기했지만 30분 동안 그 어떤 말을 해도 제 제사는 입을 꾹 닫은 채 눈도 뜨지 않았다.제 상서는 아버지에게 약을 먹이려 했지만 제 제사가 입을 꾹 닫고 있었기에 약물은 입가를 통해 전부 옷에 흘러내렸다.차라리 의식이 희미했을 때가 더 나았을 수도 있었다.송석석은 제 제사 곁에서 조용하게 지켜보다가 그의 마음속에 아직 원망이 남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굳이 경위부에서 죽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제 상서가 아버지에게 황제가 전혀 탓하지 않는다고 말을 해도 제 제사는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참다못한 송석석은 제 상서와 나머지 사람들을 전부 방에서 내보낸 뒤, 의자를 끌고 와서 제 제사 앞에 앉았다.“제 제사, 지금 저를 원망하고 계신 게 맞으십니까?”송석석의 물음에도 제 제사는 여전히 두 눈을 지그시 감은 채 한 치의 표정 변화도 없었다.“저를 원망한 게 아니라면 제 제사와 같은 사람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 세상을 원망하고 계신 거지요. 하지만 제사께서는 아무도 원망할 수 없습니다. 이 나라에는 이런 사례에 대한 확실한 법이 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때문에 제사께서 젊으셨을 때 혼인을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43화

    조금 뒤, 한걸음에 경위부로 달려온 단 신의는 제 제사의 상태를 꼼꼼하게 살핀 뒤, 바로 약 한 알을 입에 넣어주었고 침술도 사용했다.한 시간 정도 지나자 제 제사는 다행히 의식을 되찾았다. 열도 조금 내렸지만,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단 신의는 이내 송석석을 끌고 곁방에서 나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제 제사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체질이 약한 데다가 마음의 병까지 생겨서 치료가 쉽지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제 제사께서 현재 생의 의지가 없다는 점입니다. 제가 보기엔 최대한 빨리 저택으로 모셔서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이러다가 정말 경위부에서 사망할 수도 있습니다.”송석석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난처한 표정을 지며 말했다. “저도 백부님 말씀에 동의하는데 이제 날도 밝아서 저택으로 모시기 쉽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제사께서 몸 상태도 안 좋으셔서 찬바람이라도 맞으면 상태가 더 악화될까 봐 걱정입니다. 어쩌면 제사께서도 겁이 나서 못 가겠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단 신의가 이내 제안했다.“손 난로를 몇 개 준비하고 옷을 최대한 두껍게 입히셔야 합니다. 그리고 저와 같은 마차를 타고 이곳을 떠나 일단 약왕당으로 갔다가 제 상서 저택의 하인이 약왕당에 와서 저를 찾으라고 하십시오. 큰소리로 제 제사께서 쓰러지셨다고 외치면 제가 몰래 제 제사를 마차에 태워 저택으로 가겠습니다. 이러면 아무도 모르게 제 제사를 저택으로 모실 수 있습니다.”“좋은 방법이네요. 지금 당장 제 상서께 말씀드리겠습니다.”송석석은 바로 제 상서에게 이 얘기를 전했고 제 상서는 그제야 마음이 조금 놓였다.단 신의를 의심할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지금으로서는 이 방법이 가장 안전하다.제 상서는 단 신의에게 고마움을 표했고 단 신의는 얼른 자신의 외투와 갓을 벗어 제 제사에게 입혔다.이미 경위부 밖에는 힐끔거리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제 제사는 단 신의로 위장하여 사람들의 눈을 피해 마차에 타야 한다.제 상서는 바로 곁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42화

    시만자 일행은 백성들 입에서 송석석에 대한 칭찬도 들을 수 있었다. 여학을 설립하고 소주방까지 운영하고 있으며 이렇게 남풍관까지 철저하게 조사한 송석석은 완벽한 여중호걸이라고 했다.물론 이와 반대로 안 좋은 평가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예를 들면 집안에서 남편의 시중을 들고 가사에 신경 써야 할 여인이 밖을 돌아다니는 건 문제가 있다고 하거나 여자의 본분을 다하지 못했다는 등 비판을 받기도 했다.시만자는 이런 말들이 이제 익숙했지만, 모신신과 만두가 오히려 송석석에 대한 이런 평가를 도무지 용납할 수 없는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반박하려 했다.바로 그때, 시만자가 급하게 두 사람을 잡아당기며 담담하게 웃었다.“안 좋은 말들은 그저 귓등으로 흘려 보내면 돼. 저런 사람들과 말다툼하는 건 오히려 석석의 명성에 먹칠하는 거야. 그럴 가치도 없어. 그리고 우리가 아니더라도 반박하는 사람이 있을 거야. 석석을 존경하고 따르는 백성들이 많거든.”아니나 다를까 일부 사람들은 바로 반박에 나섰고 모신신은 이 광경을 보며 너무 흐뭇하고 뿌듯했다.“우리 석석이는 점점 더 훌륭한 어른으로 크고 있네.”한편, 경위부에서는 결국 제 자서의 문제가 터졌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고 심지어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은 제 제사는 저녁이 되자 고열을 앓기 시작했으며 불을 더 피우고 이불을 두 개나 덮었지만 여전히 몸을 심하게 떨고 있었다.송석석은 바로 사람을 시켜 제 상서에게 이 사실을 알리자, 제 상서는 마음이 매우 급해져 걱정됐지만 함부로 외부의 의원을 부를 수도 없었기에, 일단은 저택에 있는 부의를 데리고 경위부로 출발했다.황제에게 크게 혼이 나고 처벌까지 받은 제 상서는 출궁하자마자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머리가 아팠는데 설상가상으로 아버지 건강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그나마 다행인 건, 황제가 제씨 가문이 이대로 무너지도록 내버려두지는 않았다.제 상서는 현재 송석석에 대한 감정이 매우 모순적이었으며 고맙기도 하고 원망스럽기도 했다.송석석이 이렇게 적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41화

    그렇게 네 사람은 밥을 먹으면서 각자에게 있었던 일을 바삐 얘기했다. 그렇게 송석석은 만두와 모신신이 혼인을 약속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 폭탄 발언에 송석석과 시만자는 입을 떡 벌린 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두 사람을 뚫어져라 쳐다봤다.송석석이 모신신과 만두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근데 두 사람 꽤 잘 어울리는 거 같지 않아? 둘 다 얼굴이 동글동글하잖아.”“네가 그렇게 얘기하니까 두 사람이 꽤 닮은 것 같네? 근데 너희 두 사람 언제 눈이 맞은 거야?”시만자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묻자 만두가 모신신을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신신이 네가 얘기해.”“눈이 맞을 게 뭐가 있어. 혼인할 나이도 됐고 사부께서 처음 보는 남자와 혼인할 바에는 차라리 만두와 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하셔서 그렇게 됐지.”모신신이 발그레한 얼굴로 대답했다.종파 내에서 혼인을 하는 남녀가 많았다. 그들은 외부인과 접촉할 기회도 적고 한창 이성에게 눈을 뜰 나이에 매일 붙어 있었기에 서로 정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모신신과 만두는 같이 전장에 나간 적 있는 전우로써 경험도 비슷하고 마음이 잘 맞았기에 점점 서로에서 정이 생긴 것이며 많은 것을 함께 해온 두 사람은 평생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 것이다.한참동안 두 사람을 축하해주던 송석석은 이내 한숨을 푹 내쉬며 남풍관에 관한 일을 털어놓았고 모신신은 안쓰러운 표정으로 송석석을 쳐다보며 말했다.“밤까지 새야 하는 걸 보면 관직을 책임지는 것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닌 것 같네. 그때 우리가 진성을 떠나기로 한 게 참 잘한 선택이었어. 그런데 조금 전에 들어올 때 보니까 표정이 많이 안 좋던데 혹시 황제한테 혼이라도 난 거야? 고생은 혼자서 다 하고 혼까지 나면서 그 관직을 계속 맡고 싶어? 차라리 우리랑 같이 매산으로 돌아가서 자유롭게 사는 게 낫지 않아?”송석석은 매산으로 돌아가는 게 꿈이었기에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매산으로 돌아가긴 하겠지만 지금은 아니야. 어른이 됐으니 책임이 따르는 법이지. 이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40화

    말을 타고 저택으로 달려온 송석석은 도착하자마자 바로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왕비님께서 돌아오셨습니다!”저택 앞을 지키던 하인 한 명이 그 모습을 보고 큰소리로 외쳤다. 조금 전 시만자가 송석석이 오면 바로 보고를 하라고 명했기 때문이다. 송석석이 저택 안으로 들어서자 갑자기 나타난 모신신은 송석석을 향해 풀쩍 뛰어올랐고 화들짝 놀란 송석석은 재빨리 모신신을 꽉 끌어안았다.“왜 이제야 왔어! 우리 송 대감! 진짜 너무 보고 싶었어!”신난 모신신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자 송석석은 모신신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은 뒤 손으로 모신신의 볼을 마구 만졌다.“신신아, 너 살이 좀 찐 거 같구나.”송석석을 확 밀어낸 모신신은 입을 삐죽 내밀며 반박했다.“너 진짜 이럴 거야? 어떻게 만나자마자 내 아픈 곳을 그렇게 콕콕 찌르지?!”“아니야, 아니야! 안 뚱뚱해! 딱 보기 좋아, 여전히 예뻐!”송석석이 피식 웃으면서 말하자 모신신은 송석석의 팔짱을 끼고는 안으로 걸어갔다.“네가 완전 뚱뚱한 사람을 아직 못 봐서 그래.”이때, 시만자와 만두가 맞은편에서 걸어왔다. 만두는 살이 찐 건 아니지만 몸매가 전보다 훨씬 건장하고 튼튼해 보였다. 그리고 저번에 봤을 때보다 훨씬 차분해진 모습으로 송석석을 보며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왜 이제야 돌아와? 공사가 다망하네.”“만두야!”송석석은 만두의 가슴팍을 툭 치다가 건실한 근육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너 이제 무술 실력도 고수 수준에 도달한 거 아니야?”만두가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대답했다.“고수까지는 모르겠는데 전보다는 훨씬 늘었지. 이제 너랑 싸우면 지지 않을 자신 있어.”“오, 그래? 그럼 조만간 제대로 한 번 겨뤄봐야겠네?”송석석이 피식 웃으면서 대꾸하자 모신신이 어이없다는 듯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됐거든. 네가 우리 석석이를 이길 수 있다는 게 말이 돼? 그러다가 강냉이 다 털린다? 무술을 고작 2년 배우고 천하무적이라도 되는 줄 알아? 내가 다 창피하거든.”모신신과 만두는 예전부터 티격태격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39화

    조금 뒤, 숙청제는 세 사람을 불러들여 크게 혼을 냈고, 광릉후와 제 상서는 무릎을 꿇은 채 연신 사죄를 했지만 유독 송석석만은 입을 꾹 닫고 있었다.숙청제는 그런 송석석을 보며 다시 버럭 소리를 질렀다.“너도 전혀 억울한 게 아니다! 넌 제 제사가 남풍관에 자주 오가는 사실을 알고도 짐에게 미리 보고를 하지 않았다.”송석석은 밤새 잠도 못 잔 탓에 피곤했는데, 황제에게 혼까지 나고 있으니 마음속에 불만이 차올라 반문했다. “소인이 폐하께 미리 보고를 했다면 폐하께서 남풍관을 수사하지 않으셨을 것입니까?”“수사할 건 당연히 수사를 해야겠지. 하지만…”숙청제는 언성을 높였지만 바로 말문이 막혔다. 미리 알았다면 몰래 제 제사에게 얘기해줬을 거라고 말을 할 수는 없었다.더군다나 제 제사가 어젯밤 남풍관에 찾아갈지 확실하지 않는 상황에서 송석석이 남풍관에서 제 제사를 본 적이 있다고 보고를 해도 숙청제는 절대 믿지 않을 것이다.체포되기 전까지 이 사실을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제 제사는 하늘이 무너져도 절대 그런 곳에 갈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신분 지위가 높고 백성들의 존경과 찬양을 한 몸에 받고 있으며 모든 이의 모범인 사람이 어떻게 그런 곳에 갈 리가 있단 말인가!송석석이 미리 이 사실을 보고했다면 숙청제는 송석석을 무고죄로 벌했을 것이었다.송석석은 목청 높여 말을 이어갔다.“이 큰 제씨 가문에 노비와 시녀들이 얼마나 많은데 아무도 제 제사께서 남풍관에 오갔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게 말이 됩니까? 소인은 그저 수사만 했습니다. 누가 언제 남풍관에 나타날지 소인도 예측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남풍관에 제 제사만 있었던 게 아니라 관원들과 세가 자제들도 많았습니다.”송석석의 말은 다 맞는 말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화가 나 있는 숙청제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리가 없었다.“아무튼 네 일 처리가 확실하지 못했던 건 사실이야. 그러니 변명할 것도 없어!”“네, 모든 게 소인의 잘못입니다. 소인은 지금 당장 경위부로 돌아가서 제 제사를 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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