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마시고 나서야 송석석이 입을 열었다."태후마마, 사실 태비마마와 지내기 쉬울 듯하옵니다."적어도 지내기 어렵진 않다."잘 지낼 수 있다니. 내 동생을 말하는 게 아닌 것 같구나."태후는 웃음을 멈췄지만, 여전히 눈웃음을 지으며 송석석을 바라보았다."내 동생은 궁 안 모든 사람이 무서워하고 황후조차 피해 다니지."송석석은 생각했다.‘그 교만하고 사나운 성격에 누가 피하지 않을까? 무릇 정상이라면 걸어가다 개에게 물리고 싶지 않겠지.’그러나 그녀에게 황후나 혜 태비와 지내라고 한다면 혜 태비를 선택할 것이다. 사납긴 하지만 그래도 상대하기 쉽다.황후의 말은 겉으로 듣기에 별것 아니어도 자세히 생각해 보면 모두 가시 돋친 말이었다.송석석은 한 그릇 더 마시고 싶었지만, 보주가 다급히 말렸다."아가씨, 많이 마시면 안 됩니다. 신의께서 몸을 조리해야 한다고 하셨으니 시원한 물도 차가운 물도 많이 마시면 안 됩니다."태후는 그 말을 듣고 따뜻한 차를 올리라 명했다."날이 이렇게 더우니 차를 마시는 것이 갈증 해소에 좋을 것이다. 의사의 말을 듣고 몸을 잘 조리해야 혼사를 치르고 하루빨리 왕부의 아이를 낳을 게 아니냐?"송석석은 얼굴을 붉히고 다급히 고개를 돌려 차를 마셨다.태후가 웃으며 야유했다."쑥스러워하지 말거라. 조만간 있을 일 아니냐?""조만간 있을 일이 무엇입니까? 어마마마."전문에서 황제의 명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밝은 노란색 옷차림이 번쩍이더니 황제가 문으로 들어섰다. 늘씬한 몸매에 궁전 중앙에 멈추어 서더니 웃음을 띠었다."소자, 어마마마께 인사 올립니다!"송석석은 재빨리 일어섰다."신녀, 폐하를 뵙사옵니다."황제의 눈빛이 송석석의 얼굴에 떨어졌고 담담히 스쳐 지나갔다."그래. 송 장군도 여기 있었네?"송석석이 눈을 내리깔고 답했다."예, 폐하. 신녀 태후와 태비 마마께 문안을 드리려 궁으로 왔사옵니다."황제는 자리에 앉아 웃음을 머금고 송석석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래. 어마마마께서 송 장군을 아끼시니
송석석은 이상하다 느꼈다. 그녀의 예민한 마음은 적의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이상한 것을 느꼈다.특히 마지막에 웃으며 한 말은 정말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먼저 감싸다니?사실이 그러한데.그녀는 멈칫하다 말했다."폐하. 전쟁에서 절대적으로 타당한 결단은 없습니다. 특히 결전은 모든 것을 갈아 넣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옵니다. 시몬을 공격하는 진법은 틀리지 않았으니, 일부 작은 착오는 용서할 만하다 생각되옵니다. 최종적으로 남강을 수복하고 승리를 거두지 않았습니까?"황제는 하하 웃으며 답했다."짐은 그저 한두 마디 물었을 뿐인데 그리도 긴장되는가? 긴장할 필요 없네. 그냥 생각나서 물은 것뿐이니."송석석은 등 뒤가 흠뻑 젖은 것 같았다. 그냥 생각난 김에 묻다니? 방금 엄숙하고 진지한 모습에 죄라도 물을 줄 알았다.남강을 수복하였으나 아래 장병들의 실수로 대첩의 원수를 추궁할 필요는 없다.그러나 성심을 헤아리기 어려우니 송석서은 이곳에 오래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며 허리를 숙여 말했다."신녀는 그럼 태후마마와 폐하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겠사옵니다. 신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계속 얼굴을 굳히고 듣던 태후는 누그러진 태도로 말했다."가거라."송석석은 문 앞으로 물러난 뒤, 몸을 돌려 나가 보주의 손을 잡았다.보주도 송석석처럼 손바닥에 땀이 났다.황제는 갑자기 와서 잡담을 몇 마디 나누지도 않고 죄를 묻듯이 굴어 보주를 겁에 질리게 했다.송석석이 떠나는 것을 보고 황제는 시선을 거두었다. 그러다 태후의 엄숙한 시선을 마주하고 괜히 찔린 그는 웃으며 말했다."저 아이가 놀라는 것 좀 보십시오."태후가 한숨을 쉬었다."무엇 하러 겁을 주었습니까?""재밌지 않습니까? 그저 농이었습니다. 늘 담담한 표정이라 어렸을 때처럼 조급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어렸을 때와는 확연히 다릅니다."태후의 표정은 엄했다."사람은 변하기 마련입니다. 게다가 요 몇 년 큰 변화를 겪어 지내기 어려울 텐데, 이리 놀리셔서 조급
태후는 그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 말했다."선황께서도 마음속에 한 사람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송 원수를 형제로 여기기에 송 부인이 참석하는 자리나 궁으로 들어오면 모두 피했지요. 형제에 대한 가장 큰 존중입니다. 심지어 송 부인은 죽을 때까지도 선황의 마음을 모르고 있습니다."황제의 표정은 멈칫했고 서서히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 대신 진중한 표정으로 말했다."어마마마의 말씀을 잘 새기겠습니다."그는 잠시 침묵한 후 물었다."어마마마는 개의치 않으십니까? 송석석을 이리 아끼기까지 하시다니."태후는 천천히 웃으며 유유자적한 표정을 지었다."뭐가 신경 쓰이겠습니까? 이 후궁에 여자가 얼마나 많습니까? 게다가 이 어미는 태자비, 황후 심지어 황태후가 되기 위해 그에게 시집을 갔습니다. 제왕가에 시집을 가면서 제왕의 진심을 요구하는 건 오히려 자신을 힘들게 할 뿐입니다.""그리고 선황도 자신의 신분을 알고 있습니다. 그는 황제니, 근면하고 백성을 사랑하며 국토를 호위해야 합니다. 빼앗긴 국토를 앗고 탐관을 숙청해 천하를 태평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잊은 적 없습니다. 어떤 일은 잘 해내지 못했겠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했습니다. 황제의 권력은 지극히 높으나 그도 그저 한 쌍의 눈과 두 손뿐입니다. 많은 일들을 아랫사람들에게 맡겨야 하고 그자들은 각기 다른 마음을 품고 있지요. 선황께서 아프신 후 여러 가문이 일떠서고 탐관들도 많아져 지금 폐하를 힘들게 했습니다."태후는 의미심장하게 말을 이었다."폐하 앞에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가장 좋은 사람이 바로 형제입니다. 병권을 회수한 이상, 동생에게 맡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맡기십시오. 어려서부터 봐왔으니 그 아이의 심성과 인품은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많은 동생 중에 그 아이가 가장 능력이 뛰어나고 충성스럽습니다.""폐하, 잃은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는 법입니다."태후의 의미심장한 말에 황제는 오랫동안 사색에 잠겼다.한참 후
사여묵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원수와 전하는 무슨 차이가 있지?’"전하께서는 어찌 여기서 기다리셨습니까?"송석석이 물었다.사여묵은 생각을 접고 답했다."아, 어마마마께서 힘들게 하진 않는지 보려고 궁으로 왔소. 지내기 어렵지 않소? 하지만 걱정하지 마오. 이제 왕부에서 지내면 궁에서처럼 거리낌 없이 행동하지 않을 테니. 왕부의 사람은 나의 명을 따르고 자네의 명도 따를 테지만 어마마마의 명을 듣지 않을 것이오."송석석은 웃으며 답했다."지내기 어렵지 않았습니다. 괴롭힌 적은 있지만 수단이... 다소 간단하여 쉽게 대처할 수 있었습니다."사여묵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수단이 간단하다는 말은 확실히 정확하다. 어마마마는 응석받이로 자라 성질을 내고 응석을 부리면 누군가가 도와주니 수단을 모르는 사람이다."확실히 수단이 없는 사람이오. 내가 아직 궁에서 지낼 때 어마마마께서 가장 독한 수단으로 덕 귀태비를 대했던 것이 기억나오. 덕 귀태비가 일곱 여동생을 품고 있을 때 아바마마께서 자주 궁으로 가니 아바마마를 청하려 병이 났다고 핑계를 대고 찬물에 몸을 담갔소. 하지만 물에 들어가자마자 추워서 바로 일어나더니 오든 말든 상관없으니, 자신을 학대할 순 없다고 중얼대셨소."송석석은 그 장면을 생각하자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태비께서는 역시 재미있으십니다."그녀의 웃는 얼굴을 보며 사여묵은 시선을 움직일 수 없었다."재밌소? 난 당신의 재밌다는 말이 더 재밌소."어마마마는 재미있는 사람이 아니다. 사여묵 기억 속의 그녀는 교활하고 제멋대로였고 억지를 부리는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이 세걸음 양보하면 열걸음 앞으로 가 소란을 피우고도 남을 사람이다.외태조부는 당대의 대유로서 이런 손녀를 키운 것에 대해 한이 맺히셨다. 죽기 전에 절대 그녀가 무슨 화를 일으켜 집안의 명성을 망치게 해서는 안 된다 신신당부를 하셨다.황제가 태비에게 궁에서 나와 사여묵과 지내게 하는 것도 그녀가 두려워서이다.궁 안 모두가 그녀를 무서워한다. 그녀가 대단해서가 아
"그래?"사여묵은 눈살을 찌푸렸다. 고모의 성격은 그가 가장 잘 알고 있다.입으로는 좋은 말만 하지만 사실을 독한 사람이다. 다례와 연회를 좋아하고 진성의 권세가 가족들과 왕래하며 적지 않은 귀부인들을 알고 있다.많은 권세 있는 집안의 혼사는 모두 그녀의 연회에서 이어졌다.어마마마께서 누군가로 인해 손해를 본 적 있다면 단연 고모일 것이다. 그녀는 수단에 능해 많은 음험한 짓들을 했다.게다가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딸을 낳은 후 더 이상 아이를 낳지 않고 부마에게 첩을 많이 들였다. 첩이 아이를 낳으면 그녀는 빼앗아 왔고 첩을 잔인한 수단으로 처형해 죽였다.그중 한 첩이 몇 마디 논박해, 그녀는 아예 아이도 남겨두지 않고 첩의 면전에서 아이를 떨어뜨려 죽였다. 그리고 첩의 손가락과 발가락을 하나하나 잘라 며칠 동안 고통스러워하다 죽게 했다.이렇게 사악한 짓은 물론 아주 잘 숨겨졌다. 필경 공주부의 일이니 누가 염탐하려 하겠는가?사여묵은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 부마인 고모부가 그 해 연말 술에 취해 측간을 찾다 길을 잃었다. 그가 찾으러 갔을 때 고모부는 가산 뒤에 숨어 얼굴을 가리고 통곡하고 있었다.물어보니 공주부에 그렇게 잔혹한 일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이후로 고모에게 실망하여, 될수록 멀리하고 지냈다.과거 아바마마께서 계셨을 때 그녀를 조금 단속할 수 있었지만, 지금 아바마마까지 안 계시니 더욱 거리낌 없이 행동할 것이다.그녀의 딸 가의 군주는 그녀와 성격이 똑같아 늘 시녀와 하인을 때리고 괴롭혔다. 태비도 그녀가 던진 돌에 맞아 머리를 다쳐 피를 흘렸다. 그러나 태비는 어른이기에 따질 수도 없었다. 게다가 장 공주의 음흉한 수단을 알고 있는 터라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장 공주와 송석석의 아버지는 원한이 있었다.송 국공은 젊었을 때 위풍당당하고 준수하여 늘 전쟁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17살 때 800병의 군사를 이끌고 흉인의 1만 병마를 몰살하여 전국의 주목을 받았다.19살 때 성릉관에서 고작 1000명의 군
장 공주의 초대장은 국공부에 보내졌다. 내일이 바로 생일인데 오늘에야 보내온 것으로 보아 그녀에게 선물을 준비할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송석석은 창고에서 골라야 했다.양 마마는 걱정이 가득했다."장 공주는 본디 우리 국공부를 거슬려 했습니다. 예전에 부인께서 계실 때 무슨 연회가 있어도 부인을 청하지 않았는데, 왜 아가씨를 청한 것입니까? 말 많은 부인들이 아가씨를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송석석은 초대장을 한쪽에 놓았다."그건 물론이네."부모님과 장 공주의 옛일을 그녀도 들은 바가 있다.아버지와 오라버니들이 희생된 후 그녀가 매산에서 돌아온 해에 장 공주가 선물을 보내온 적 있었다. 그것은 장 공주가 특별히 사람을 시켜 조각한 정절 패방이였고 독하게 전승이라는 두글자까지 새겼다.얼마나 악랄한가? 정절 패방을 전승하라는 것은 송씨 집안 여자들 모두 과부를 해야 하며 두 번 시집갈 수도 없는 뜻이다.아마 공을 세우고 돌아왔고 국공 적녀 신분이 있기에 이번에 초대를 한듯하다. 그녀와 혼약을 가지면 승작할 수 있으니 몰락한 후부 부인들이 관심 가질법하다.장 공주는 그녀의 길을 망쳐 시집을 가더라도 상인이나 평민에게 시집을 보내려는 것이다. 상인과 평민이 어찌 승작을 할 수 있겠는가? 승작이란 모두의 비웃음을 당할 것이다.보주가 말했다."아가씨, 가지 마십시오."송석석은 자리에 앉아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가자!""우리가 왜 그곳으로 가서 다른 이들의 비웃음을 당해야 합니까?"보주는 그 장면을 생각만 해도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가씨가 당한 억울함이 적은가?명주와 다른 시녀들은 뒤에 사 온 시녀들이라 아가씨와 장 공주의 원한을 모른다. 그러나 다들 보주의 말을 따른다. 보주가 아가씨에게 억울함을 당하지 말라고 설득하는 것은 분명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여 다들 연이어 말했다."예, 아가씨. 가지 마십시오. 괜히 선물만 준비해야 합니다."시녀들에게 있어 선물하는 것은 아주 많은 돈이 필요한 것이다. 상대방이 장
양 마마는 입을 삐죽거리더니 조금은 아쉬운 듯한 눈치였다.“그림이 마치 살아있는 것 같네요. 매화꽃은 딱 눈앞에서 피어난 듯 하고 가지는 힘 있게 뻗어 나가고 푸른 잎사귀는 갓 피어난 듯 한데 이걸 버린다고 하기엔 제 눈엔 완벽하기만 합니다. 이걸 장공주한테 바치는 건 아깝습니다.”“괜찮네. 오라버니가 매화를 그리기 좋아하셔서 지금까지 그린 매화 그림만 해도 서재에 차고 넘쳐날 지경이야. 참, 이제 황제전하한테도 한 폭 올려야겠구나.”황제전하는 오라버니를 경배하다 못해 오라버니의 묵보도 소장하고 계시지만 매화도는 아직 없다. 오라버니의 매화도는 천금을 주고도 구하기 어려우나 송석석은 차고 넘칠 정도로 많이 갖고 있으니 안성맞춤이었다.송석석은 오라버니의 묵보를 올려바치는 것이 곧 북명왕이랑 친분을 쌓는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번 황제전하가 자안궁에서 물었던 일들이 왠지 모르게 자꾸 마음에 걸렸고 그래서 오라버니의 그림으로 먼저 손을 뻗어 왕야님과의 선의를 전하고 싶었다.양 마마는 하인 몇 명 데리고 창고에서 한참을 뒤적거리더니 그래도 이 그림이 제일 괜찮다고 했다.금은보화를 올리면 사람들에게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 장공주가는 나름 고상한 물건들에 관심이 많은 듯하지만 진정으로 예술을 감상할 줄 아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어라, 이게 뭐지?”명주가 상자밑에서 한 뭉테기의 손수건을 찾아냈다. 그녀는 그 중 하나를 펼쳐보더니 가만히 웃음을 흘렸다.“하하하, 이렇게 못나게 수를 놓았는데 왜 여기에 보관되어 있는 거지?”양 마마는 조급히 명주 손에 쥐어져 있는 손수건을 빼앗아 오더니 다시 상자에 넣고는 눈치를 주었다.“다시는 꺼내지 마.”하지만 이미 낌새를 차린 송석석은 손수건을 꺼내 보았다. 역시나 자수가 엉망진창이었다.청죽도를 수놓았지만, 참대나무가 어찌나 꼬불꼬불한지 마치 벌레와 같았다.다른 하나를 보니 연꽃인 듯했다. 꽃잎 하나하나를 뜯어보면 대충 보아낼 수는 있다지만 그건 그냥 잎이 갈라진 꽃이라고 여기고 싶은 송석석이
그녀는 이를 악물더니 양 마마한테 말했다.“오늘 밤부터 다시 자수를 가르쳐줘. 이번에야말로 완벽한 손수건을 수놓을 것이야.”어릴 적에 범한 잘못이라면 지금이라도 수습해야 했다. 자신의 완벽하지 못한 점은 견딜 수 있다지만 이런 쓰레기 같은 걸 선물이라고 다른 사람한테 준 건 참을 수 없었다. 다만 송석석은 그저 이해가 가지 않았다.‘어머니가 손수건을 숨긴 건 이해가 되지만 북명왕은 왜 손수건을 숨길 뿐만 아니라 수시로 갖고 다니는 거지?’뭔가 생각이 스쳐 지나갔지만 송석석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혹 북명왕께서 못난 물건을 모으시는 게 취미인 건가?’두 마마는 창고를 정리하기 시작했고, 진복이 육 선생이 장부를 정리했으니 한 번 보라고 송석석에게 건넸다.“그래, 서재에 놔둬. 저녁에 보도록 하지.”진복은 고개를 끄덕였다.“전장 점포쪽에 장부도 정리해 왔습니다. 육 선생이 총액수를 계산했고 세분한 액수도 적어 놨습니다. 제가 얼핏 보았는데 엄청 꼼꼼히 하셨더라고요. 역시 나으리께서 고른 사람은 믿을 만합니다.”장부를 관리하는 사람은 송세안이 소개해온 사람이다. 장사를 잘 하기로 소문난 송씨 가문이 소개해 준 사람은 꽤 쓸만할 것이다.보주는 명주를 데리고 송석석의 옷을 맞추러 갔다. 내일 출석할 사람이 많으니 송석석은 무조건 그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제일 빛나야 했다.마침, 송석석이 내일 장공주의 연회에 참가여부를 물으러 왕부의 육 총관이 왔다. 이를 본 송석석이 직접 말을 전했다.“왕야께 전해주시오. 내일 참석할 거라고요.”육 총관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송석석은 사여묵이 굳이 사람을 보내 집까지 찾아와 묻는 의도를 알고 있다.“왕야께 전해주시오. 왕야께서 가고 싶지 않으시다면 가지 않으셔도 된다고요. 저 혼자서도 처리할 수 있습니다.”육 총관은 웃으며 답했다.“아씨께서 오해하셨습니다. 왕야께서 저더러 댁까지 와서 여쭤보라고 하신 이유는 그저 아씨께서 참석하신다면 어떤 선물을 장공주께 드릴 건지 궁금하셔서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