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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화

작가: 유애
사여묵은 장춘궁을 나와 바로 태후에게 문안을 올리러 와서 송석석과 혼인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태후는 그의 말을 듣고 무척 흐뭇해하며 말했다.

“녀석, 조용히 신붓감 알아보러 다녔나 보구나. 안 그래도 얼마전에 네 어미는 네가 언제 혼인하나 걱정하더니 전쟁터에서 만난 석석이와 마음이 맞았나 보구나. 참하고 착한 아이이니 잘 대해주거라.”

사여묵이 말했다.

“저야 당연히 잘해줄 것입니다. 다만 어머니께서 석석이를 별로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셔서 걱정이네요. 아마 곧 석석이를 궁으로 불러 군기를 잡으려 하실 것 같습니다.”

태후는 그가 지원을 요청하러 왔다는 것을 눈치채고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걱정 말거라. 이 몸이 있는 한, 절대 그 아이가 서러운 일을 당하지 않게 할 것이다.”

사여묵은 정중히 큰절을 올리며 감사를 표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마마.”

태후의 얼굴에 잠시 착잡한 표정이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이내 표정을 수습하고 사여묵에게 전쟁터에서 있었던 일과 다친 곳은 다 나았는지 물어보았다.

사여묵은 정중하게 대답했고 황태후는 태의를 불러 진맥을 하고 몸에 좋은 보약을 처방하게 했다.

태의원에서 적지 않은 보약을 처방받은 사여묵은 약재를 한아름 안고 출궁했다.

가끔 그는 자신이 대체 누구의 아들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절대 그에게 이런 사소한 것들을 묻지 않았다.

축하연이 있던 날, 술 취해서 장춘궁에 온 그에게 잔뜩 흥분한 얼굴로 남강을 수복하여 큰공을 세웠다며 그들 모자의 이름이 역사에 길이 남을 거라고 기뻐하던 분이었다.

하지만 한 번도 그에게 전쟁터에서 힘들지는 않았는지, 다치지는 않았는지 물어보지 않았다. 그녀는 오로지 결과에만 관심이 있는 듯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어머니에게 서운한 감정은 없었다. 그분은 항상 모두가 자신의 뜻을 따르기를 바라는 분이셨다.

아들에게 애정이 없다기보다는 모자 사이에 딱 서운하지 않을 정도로만 정을 주는 분이었기에 사여묵 역시 다른 기대는 하지 않았다.

사여묵이 떠난 뒤, 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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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날, 송석석은 보주와 함께 입궁했다.그녀는 가장 먼저 태후에게 문안을 올리러 갔다. 그녀를 본 태후는 기분 좋게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잡고 그녀와 사여묵에 관한 일을 물었다.그녀는 미리 준비했던 대로 전장에서 서로 정을 나누게 되었고 귀경한 뒤에 혼인을 하자는 그의 말에 동의했다고 말했다.태후는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굳이 거짓말을 까발릴 이유도 없었기에 흐뭇하게 웃으며 이것도 인연이라 말해주었다.그렇게 한참 대화를 나누다가 태후는 혜 태비를 불러들이려 했다.송석석은 태후의 마음은 알지만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혜 태비께서는 저에게 장춘궁으로 문안 올리러 오라고 하셨습니다. 소녀가 태후 마마의 총애를 등에 업고 그분의 말씀을 거역한다면 나중에 혼인하더라도 저를 곱게 보지 않을 겁니다. 나중에는 가족이 되에 함께 생활해야 하는데 태후께서 매번 저를 도와주실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태후는 흐뭇한 얼굴로 그녀를 보며 말했다.“네가 이렇게 참하고 심성이 바르니 내가 안쓰러워서 그러는 거다. 내 동생은 어릴 때부터 친정 식구들의 총애를 받고 자라서 성격이 모난 구석이 많아. 앞으로 같은 저택에서 생활하게 되면 마찰은 피할 수 없을 거다. 오늘은 혜 태비가 뭐라고 하는지 들어보고 너무 선을 넘으면 내가 잘 타이르마.”송석석은 생글생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마마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마마가 계시니 소녀는 든든하옵니다.”태후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어서 가보거라. 난 좀 있다가 가보마.”“예, 그럼 소녀 물러가겠사옵니다.”송석석은 예를 올린 뒤에 태후궁을 나왔다.한창 햇볕이 강하게 내리 쬐는 정오, 송석석은 보주와 함께 태감을 따라 화원을 걷고 있었다.길을 안내하는 태감은 장춘궁 출신이었는데 그녀가 태후궁에 있을 때부터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그늘진 곳으로 가도 되는데 그는 더운 곳만 골라서 인도하고 있었다. 게다가 같은 곳을 두 번이나 지나쳤는데도 아직도 길을 돌아가고 있었다.무공을 연마한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81화

    보주를 밖에 남겨 두고, 송석석은 고개를 숙인 채 전에 들어갔다. 발밑에 보이는 백옥 바닥은 사람이 보일 정도로 빛나고 있었고 곳곳에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물건이 놓인 것을 여광으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그녀는 눈을 올려 재빨리 힐긋 보았다. 정중앙에 놓인 의자에는 보라색 궁복을 입은 귀인이 앉아 있었다. 가체는 구름과도 같았고 머리에는 화려한 장신구들을 하고 있었다. 이목구비는 원수와 조금 비슷했다.이분이 바로 혜 태비라는 것을 그녀는 알 수 있었다.그녀는 앞으로 나가 무릎을 꿇었다."신녀 송석석, 태비마마를 뵙사옵니다."그녀는 가지런히 무릎을 꿇고 눈을 내리깔았다. 옷과 치마도 가지런하고 무릎을 꿇을 때 비녀와 장신구도 살짝만 움직여 예의에 맞아 사람으로 하여금 잘못을 골라낼 수 없게 했다. 매산에서 1년간 궁중 마마에게 예의를 배웠기 때문이다.혜 태비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고개를 들어 보거라. 얼마나 여우 같은 여인인지 봐야겠다."송석석은 그 말을 듣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혜 태비를 마주했다. 눈동자는 마주치지 않았지만, 여전히 그녀의 싸늘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그래, 역시나 고운 얼굴이구나. 어쩐지 내 아들이 홀렸다 했더니."혜 태비가 손을 내밀자, 옆에 있던 고 마마가 내려오는 것을 부축하였다.그녀는 송석석의 앞에 서서 긴 손을 내밀며 송석석의 뺨을 때리려 했다."천한 계집애, 감히 내 아들을 꼬드겨?"따귀를 때리기도 전 송석석은 바로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노여워하는 혜 태비가 입을 열기도 전 송석석이 먼저 말했다."태비 마마께서 신녀를 훈계하시려면 옆에 있는 궁녀에게 시키면 되옵니다. 신녀는 어려서부터 무예를 연마하고 내공을 닦아, 누군가 신녀를 해치면 체내의 내공이 몸을 보호하옵니다. 신녀의 얼굴에 가한 힘이 어느 정도면 내공이 몇 배로 반격할 것이 옵니다. 신녀, 마마를 다치게 할 수 없사옵니다. 마마께서 계속 때리시려거든 신녀의 죄를 용서해시옵소서."혜 태비는 멈칫하다 사여묵이 한 말이 생각났다. 그녀가 전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82화

    송석석은 갸름한 턱을 들어 올려 정중하고 엄숙한 표정을 하고 말했다."용서해 주셔서 감사하옵니다. 그러나 신녀가 어떤 신분인지, 왕에게 어울릴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그가 결정할 것이 옵니다. 만약 혼약을 얘기하러 온다면 저도 시집가는 것을 허락할 것이 옵니다."화가 치솟아 오른 혜 태비가 답했다."잠시 넋을 잃어 정신을 못 차리는 것뿐이니 언젠가는 정신을 차릴 것이다. 넌 장군부에서 버려진 여인일 뿐, 잠깐의 호기심이지 시간이 지나면 널 버릴 것이다. 결국 손해를 볼 사람은 네가 아니더냐? 나도 너를 위해 생각하는 것인데 어찌 이리 주제를 모르는 것이냐?"송석석이 답했다."신녀는 전북망과 화리한 것이지 버려진 게 아니옵니다. 게다가 화리는 신녀의 뜻이니, 버린다고 해도 신녀가 그를 버린 것이 옵니다. 결코 장군부의 버림을 받지 않았사옵니다. 신녀를 위해 생각해 주셔서 참 고맙사옵니다, 태비 마마."혜 태비가 노발대발했다."누가 누구를 버렸든 너는 두 번 시집을 가는 것이다. 좋은 아가씨가 어찌 두 번을 시집간단 말이냐? 기왕 화리를 선택한 이상 조용히 지내야지. 높은 집안 자제와 엮여 여인의 명성을 해치지 말거라."송석석이 정색하고 답했다."남자는 부인을 버리고도 다시 장가를 갈 수 있고 처첩까지 여럿인데, 어찌 여인은 다시 시집을 못 간단 말입니까? 신녀에게 여인의 명성을 해쳤다고 하셨사옵니까? 천하의 여인들은 모두 신녀를 본보기로 삼고 있고, 폐하께서도 피로연에서 천하의 여인은 저와 같아야 한다고 하셨사옵니다."혜 태비가 콧방귀를 뀌고 말했다."입만 살았구나. 만약 천하의 여인들이 모두 너와 같다면 대란이 생길 것이다. 여인은 마땅히 삼종 사덕을 지키고 부덕, 부언, 부용, 부공을 따라야 하거늘.""너는 고작 군공을 좀 세운 것뿐인데 어찌 여인의 본보기라 할 수 있느냐? 전쟁터에 나갈 수 없는 여인들은 그럼 살 수 없는 것이 아니겠느냐?"이 말은 아주 익숙하다. 송석석은 과거 이방에게 이렇게 물은 적 있다.송석석은 침착하게 반박했다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83화

    혜 태비는 그녀를 쉽게 놓아주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왕가에 시집오려는 생각을 버리기 전까지는 놓아주지 말아야 한다.송석석은 상관없는 듯 무릎을 꿇고 있었다. 과거 매산에서 무릎을 꿇는 것이 적지 않아 익숙해졌다.그녀는 혜 태비의 비위를 맞추지 않을 것이다. 혜 태비의 곁에는 비위를 맞추는 사람이 많은 데다, 원수와의 혼사는 원래 각자 필요한 것을 취하는 것이니 잘 보일 필요가 없다.사실 혜 태비와 같은 성격은 오히려 대처하기 쉽다. 모든 것이 쉬이 드러나고 꿍꿍이가 없어 뒤에서 몰래 수작을 부리는 자들보다 낫다.그녀는 혜 태비를 괴롭히지 않을 테지만 혜 태비의 괴롭힘을 당하고만 있지도 않을 것이다. 과거 장군부의 노부인도 전북망이 돌아오기 전 흠집을 잡지 않고 온화하게 대해줬기에 그녀도 노부인에게 효도했다.다만 공을 세우고 돌아온 전북망이 이방과 혼사를 치르려 하자 노부인은 온화하지 않았고 그녀도 참지 않았다.팽팽히 맞서고 있을 무렵, 어마마마라고 부르는 소리와 함께 한녕 공주가 사람을 데리고 들어왔다.한녕 공주는 올해 15살이고 금방 계례를 넘겼다. 예쁘게 생겼으며 귀여움에 왕실의 귀티가 배어 있었다. 살구색 저고리에 동색 치마를 입고 들어와 몰래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송석석을 살펴보며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그녀는 송 장군이 장춘궁에 왔다는 궁인의 말을 듣고 급히 찾아온 것이다.그러나 모비와 사이가 좋지 않은 듯 이곳에 무릎을 꿇고 있을 줄은 생각지 못했다.송석석은 고개를 들었고 마침 한녕 공주와 시선이 마주쳤다. 그녀는 이미 꿇고 있는 터라 바로 입을 열었다."공주를 뵙사옵니다.""송 장군? 정녕 송 장군입니까?"한녕 공주는 신나게 소리를 지르며 바로 다가가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어서 일어나시지요.""원이야!"혜 태비는 한녕 공주의 아명을 부르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누가 오라고 한 것이냐?""송 장군이 왔다는 것을 듣고 이리 찾아왔습니다."한녕 공주는 송석석을 부축하며 입을 삐죽 내밀었다."어찌 송 장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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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수룩하고 예쁜 공주를 보면서 송석석은 그녀의 통통하고 귀여운 어릴 적 모습이 떠올랐다.지금은 살이 좀 빠졌지만, 볼은 여전히 통통하다. 아주 예쁘고 귀여울 뿐만 아니라 웃을 때 보조개도 있고, 눈웃음도 예뻐서 보는 이의 마음을 기쁘게 한다.송석석은 웃으며 말했다."만약 문제가 없다면 황 언니가 될 것입니다."한녕 공주는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그녀의 팔을 흔들었다."정말 송 장군을 존경합니다. 어마마마와 아바마마, 그리고 오라버니까지 모두 장군께서 상조에서 가장 뛰어난 여 무장이라 하셨습니다. 전에 그 이방은, 도통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한 번 본 적 있는데, 쌀쌀맞고 행동도 거칠었습니다. 언니는 무장의 위엄도 있고 여인의 아름다움도 잃지 않았습니다."그녀는 말하다 장난스럽게 혀를 내둘렀다."어마마마께서 여인으로서 함부로 여인을 의논하지 말라 하셨습니다. 오해로 인해 여인의 명성을 실추시킬 수 있다 하셨으니 더 이상 말하지 않겠습니다. 어쨌든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그녀가 웃는 것을 보고 송석석도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이 발랄한 여자아이는 늘 사람을 기쁘게 한다.한녕 공주는 계속 그녀와 얘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바깥에 있는 상궁이 그녀를 불렀다."공주마마, 태비 마마께서 하실 말씀이 있으니, 궁으로 돌아오라 하시옵니다."한녕 공주는 대답하고 난 뒤 아쉬운 마음으로 송석석을 보며 말했다."언니, 어마마마께서 찾으십니다. 어마마마는 무서우신 분이 아니니 두려워할 필요 없습니다.""예. 태비마마는 아주 상냥하고 유쾌하십니다."송석석이 웃으며 말했다.만나기만 하면 뺨을 때리려는 상냥함과 비틀거리며 도망가는 유쾌함이랄까?한녕 공주는 연이어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 아주 상냥하고 재밌으신 분입니다. 언니 말씀이 참으로 옳습니다.""공주마마!"상궁이 계속 재촉했다."가고 있습니다."한녕 공주는 아쉬워하며 송석석의 손목을 잡고 말했다."언니, 언제 다시 궁에 들어오십니까? 전장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송석석이 답했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85화

    다 마시고 나서야 송석석이 입을 열었다."태후마마, 사실 태비마마와 지내기 쉬울 듯하옵니다."적어도 지내기 어렵진 않다."잘 지낼 수 있다니. 내 동생을 말하는 게 아닌 것 같구나."태후는 웃음을 멈췄지만, 여전히 눈웃음을 지으며 송석석을 바라보았다."내 동생은 궁 안 모든 사람이 무서워하고 황후조차 피해 다니지."송석석은 생각했다.‘그 교만하고 사나운 성격에 누가 피하지 않을까? 무릇 정상이라면 걸어가다 개에게 물리고 싶지 않겠지.’그러나 그녀에게 황후나 혜 태비와 지내라고 한다면 혜 태비를 선택할 것이다. 사납긴 하지만 그래도 상대하기 쉽다.황후의 말은 겉으로 듣기에 별것 아니어도 자세히 생각해 보면 모두 가시 돋친 말이었다.송석석은 한 그릇 더 마시고 싶었지만, 보주가 다급히 말렸다."아가씨, 많이 마시면 안 됩니다. 신의께서 몸을 조리해야 한다고 하셨으니 시원한 물도 차가운 물도 많이 마시면 안 됩니다."태후는 그 말을 듣고 따뜻한 차를 올리라 명했다."날이 이렇게 더우니 차를 마시는 것이 갈증 해소에 좋을 것이다. 의사의 말을 듣고 몸을 잘 조리해야 혼사를 치르고 하루빨리 왕부의 아이를 낳을 게 아니냐?"송석석은 얼굴을 붉히고 다급히 고개를 돌려 차를 마셨다.태후가 웃으며 야유했다."쑥스러워하지 말거라. 조만간 있을 일 아니냐?""조만간 있을 일이 무엇입니까? 어마마마."전문에서 황제의 명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밝은 노란색 옷차림이 번쩍이더니 황제가 문으로 들어섰다. 늘씬한 몸매에 궁전 중앙에 멈추어 서더니 웃음을 띠었다."소자, 어마마마께 인사 올립니다!"송석석은 재빨리 일어섰다."신녀, 폐하를 뵙사옵니다."황제의 눈빛이 송석석의 얼굴에 떨어졌고 담담히 스쳐 지나갔다."그래. 송 장군도 여기 있었네?"송석석이 눈을 내리깔고 답했다."예, 폐하. 신녀 태후와 태비 마마께 문안을 드리려 궁으로 왔사옵니다."황제는 자리에 앉아 웃음을 머금고 송석석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래. 어마마마께서 송 장군을 아끼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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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운 겨울이 되자 눈이 내려 성릉관은 하얗게 뒤덮였다. 세상이 마치 깨끗해진 것처럼 보였다. 이황자는 몇 년 동안 너덜너덜한 승복을 입고 발우를 받쳐 들고는, 가는 길에 동냥을 하다가 절을 보면 이틀 묵으며 부처님께 참회하면서 살았다. 사실 그는 원래 있던 절에서 계속 지낼 수 있었다. 편안하진 않지만 풍찬노숙할 필요도 없고 굶주림과 추위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그런 안일한 곳에서는 평생 죄를 씻을 수 없다고 생각했고, 계속 길을 걷고 계속 고생해야 마음이 조금이나마 편했다. 그가 성릉관에 도착했을 때 짚신은 이미 찢겨 있었고 발바닥에는 두꺼운 굳은살이 박여 있었다. 이제는 신발을 신지 않고도 자갈이 가득한 길을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추운 날씨에는 모든 옷을 껴입어도 추위를 막을 수 없었지만 이미 익숙해진 뒤였다. 그는 눈보라를 맞으며 성릉관에 위치한 감은사로 향했는데, 몇 년 동안 발걸음을 멈춘 적이 없는 탓에 고단함이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심지어는 이틀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아 그는 눈이 가득 쌓인 길에서 의식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깨어났을 때 그는 따뜻한 두꺼운 이불 속에 누워 있었다. 그가 있는 방에는 숯불이 피워져 있었고, 살짝 열린 창문으로 눈에 눌려 허리가 굽은 나뭇가지가 보였다. 그는 눈동자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렇게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의 마음속에 순간 욕심이 생겨 조금만 더 누워있고 싶어졌다. 그런데 바로 그때, 문이 활짝 열렸다. 그가 벌떡 일어나 앉았는데, 갑자기 눈앞이 핑핑 돌더니 다시 힘없이 침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누워 있거라.” 이때 누군가가 부드러운 말투로 말하면서 약그릇을 그의 침대 옆에 놓았다. 그는 말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익숙해, 어지러움을 가라앉히고 고개를 돌려보니, 그 사람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오랜만이야.” ‘서우 형?!’ 그는 자신이 잘못 보았을까 봐 다시 자세히 보려 했지만, 몸이 너무 어지러운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3화

    대황자는 봄 사냥 때 숙청제에게 꾸중을 듣고 돌아간 후 앓아누웠다. 당시 이황자와 서우가 모두가 걱정했는데 덕비는 오히려 기뻐했다. 그는 이번 일을 겪으면서 황제폐하께서는 분명히 대황자를 싫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덕비는 이황자를 안고 반드시 부지런해야 하고, 태부와 황숙의 말을 잘 듣고 누구보다 잘 배워 황형을 제압해야 한다고 당부까지 했다. 그로 인해 이황자의 마음은 몹시 복잡했다. 덕비가 줄곧 그에게 태자와 황제가 되는 것이 얼마나 좋은 지 말해주었을 때 비록 그도 마음이 설렜지만 자신과 거리가 먼 얘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금 그와 대황형, 서우 형, 그리고 셋째 동생이 사이가 좋아 도저히 대황형을 미워할 수가 없었다. 매일 모순적으로 지내다 보니 오히려 학업이 나빠졌고 승마 연습을 할 때도 여러 번 실수를 했다. 하지만 덕비는 이상하게 그를 탓하지 않았고 며칠 동안 계속 게으르게 하라고 했다. 그렇게 덕비는 이황자를 데리고 복마마를 자주 뵈러 갔고, 복마마 궁전에서 숙청제를 만날 수도 있었다. 덕비는 며칠 동안 그곳을 드나들더니 어느 날 굳은 표정으로 다시는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차가운 말투로 청이에게 자신의 보살핌이 없으면 아이가 태어날 수 있는지 보겠다고 했다. 황제폐하를 자주 뵈러 갈 수 없어 아쉬웠지만 이황자는 마음을 가다듬고 공부와 승마술에 전념했다. 이황자는 당시 앞날이 어떻게 될지도 몰랐고, 비록 매일 힘들긴했지만 한편으로는 즐거웠기에, 계속 이렇게 지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숙청제의 천추세에 승마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니 세 황자와 서우도 가서 겨뤄 보기로 했다. 원래 그런 대회에서 황자들은 재미있게 참석만하면 되지만, 덕비는 그 경기를 몹시 중시했다. 덕비가 이황자에게 마름쇠를 건넬 때, 그는 하늘이 무너져내리는듯한 기분을 느꼈다. 이황자는 원하지 않았다. 그는 절대로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대황형의 목숨을 앗으려 하다니, 이황자는 처음으로 어마마마가 무서워졌다.하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2화

    이황자의 출가하기 전의 이름은 사범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이황자가 가장 많이 들었던 평가는 총명하고 지혜로우며 세 황자 중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것이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그는 진짜라고 믿으며, 자신이 자랑스럽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이런 말로 인해 자랑스러워할 때마다 덕비는 매번 그를 바닥으로 밀쳤다. 그녀는 늘 연민과 복잡한 감정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보며 말했다. “내 뱃속에서 태어나 평생 그 바보에게 밀리게 생겼구나. 바보 주제에 운은 또 얼마나 좋은 지.” 그는 어릴 때부터 그런 말을 귀에 익힐 정도로 들었다. 하지만 덕비는 사람들 앞에서 말하지 않고 매번 사적으로만 그에게 말했다. 그는 어렸을 때 어마마마가 대황형을 가장 싫어하면서 왜 매번 자애롭고 온화한 눈빛으로 대황형을 보며, 분명 바보라고 해놓고 총명하다고 칭찬하는지 몰랐다. 이해가 안 돼서 몰래 청이에게 물어보았더니 청이는 한숨을 쉬며 그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이황자 님, 마마께서는 이황자 님을 위해서 계획을 세우고 계신 거예요.”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어머니가 자신을 위해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지 몰랐다. 하지만 그가 말을 들을 때마다 어머니는 기뻐하셨고 그에게 한숨을 쉬거나 애처로운 눈빛을 보이지 않았다. 숙청제가 그를 보러 올 때마다 덕비는 그가 책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려주었다. 그러자 숙청제는 그에게 어떤 책을 읽는지, 그리고 어떤 내용을 기억했는지도 물었다.그는 매번 대답을 아주 잘해서 숙청제를 흡족하게 했다. 답은 모두 미리 외운 것이기 때문에 어려울 건 없었다.가끔은 숙청제가 그에게 대황형이 괴롭히거나 장난감을 빼앗지는 않는지 물어보기도 했다.하지만 그런 질문에도 정답이 있었는데, 그는 매번 자기가 동생이니 황형에게 양보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황자가 매번 그렇게 대답할 때마다 숙청제의 눈빛은 몹시 복잡했는데, 이황자는 그 눈빛을 이해할 수 없었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는 그저 숙청제가 잠시 침묵한 후에 그의 머리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1화

    어릴 때부터 친했던 두 친구는 각자의 분야에서 항상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수철이 약을 접하게 되면서 약과 의리는 그가 신약산장을 의지하는 모든 것이 되었다. 산에 내려가 의관을 차리고 사람들을 치료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매번 참기만 했는데 서우가 왔다 간 후 보내온 편지를 본 그는 산에서 내려갈 희망이 생겨 마음이 부풀어 잠이 오지 않았다. 그는 예전에 부상에 시달린 적이 있어서 열심히 통증과 부상을 치료하는 약을 연구했는데, 의술이 전면적인 나머지 뒤처지지도 않았다. 그의 마음속에는 지난 몇 년동안 한 번도 타오르지 않았던 한 줄기의 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신약산장에 도착한 순간부터 그는 자신이 설령 살아갈 수 있다 하더라도 이번 생은 그곳에서 지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채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신분과 얼굴을 바꾸고, 배운 것을 가지고 산에서 내려갈 수 있다면, 그는 유용한 사람이 될 수 있고 더 이상 숨지 않고 떳떳하게 살 수 있었다. 그 생각에 그는 며칠 동안 흥분한 상태로 제약 공장에서 먹고 마셨다. 사부님은 그런 그의 모습이 조금 두렵게 느껴져 사공에게 편지를 써 알리려고 했다. 그는 사부에게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환한 미소를 띠었다. 그 웃음에 놀란 사부님은 심지어 무당을 불러 귀신이 씐 건 아닌지 보려고까지 했다. 하지만 서우 형이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 그는 사부에게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비록 그가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긴 하지만 나중에 너무 실망하지 않도록 마음의 준비를 항상 해야 했다. 날이 지나고 더위와 추위가 오가더니 벌써 2년이란 세월이 흘렀다.추분, 날씨가 상쾌한 어느 가을, 하늘의 밝은 태양은 사람을 뜨겁게 하지 않았고 하얀 구름들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불어 들어오고 있었다. 서우는 다시 한번 신약산장에 발을 들였는데, 이번엔 그의 서동인 진소설을 데리고 왔다. 진소설은 몽동이를 따라 무술을 익혔다. 그런데 노력한 사람은 역시 보답을 받는다고, 비록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0화

    “사정언, 너 말 좀 그만해.” 송석석은 눈살을 찌푸리고 서우에게 매달려 쉴 새 없이 말하는 딸을 혼냈다. 새빨갛게 그을린 작은 얼굴에 닭장처럼 헝클어진 머리카락은 한 눈에 봐도 밖에서 뛰어놀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우가 돌아오자마자 그녀는 쉬지도 않고 사촌 오빠에게 길에서 본 재미있는 일들을 물었다. “어머니.” 사정언은 눈을 크게 떴다. 안 그래도 큰 눈을 더 크게 뜨니 왠지 억울해 보였다. 그녀의 외모는 부모님의 장점만 닮아 있었다. “제가 이렇게 오랫동안 사촌 오라버니를 만나지 못했으니, 당연히 할 말이 많지요. 하루만 못 봐도 3년 못 본 것처럼 길게 느껴진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게 무슨 말이야? 대체 누가 그런 말을 가르쳐줬어?” 송석석이 눈살을 더욱 찌푸렸다. “왕사백이요. 그가 며칠 전에 매산으로 갔었는데, 돌아오자마자 시 고모를 안고 그렇게 말했었습니다.” 그녀의 말에 시만자는 고개를 숙여 송석석의 눈빛을 피했다. 그녀는 그때 정언이 나무 위에 숨어 있을 줄은 몰랐다. 알았다면 아이 앞에서 껴안고 그런 오글거리는 말을 할 수 없었을 것이었다. 그녀는 이 아이가 말을 따라 하는 능력이 아주 뛰어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 나이의 아이들이 왜 어른들의 말을 듣는 것을 좋아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녀는 이맘때쯤에 최대한 어른들과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 말이다. 사정언은 대답한 후에도 계속 서우를 잡고 말했다. “오라버니, 혹시 상서에 갔어? 상서에서 시신 업는 것을 봤어? 정말 소국이 말한 것처럼 앞에서 종을 흔드는 도인이 있고, 뒤에 좀비들이 따라가는 거야? 그들은 걸어가 아님 뛰어가? 꼭 밤에만 볼 수 있는 거야? 낮에는 햇볕이 쨍쨍해서 볼 수 없는 거야? 그들은 말할 줄 알아? 뭘 먹어? 그리고 그곳엔 주술을 잘한다고 들었는데 혹시 미인을 본 적이 있어? 그런 미인은 오라버니가 마음에 드는지…….” “그만해!” 송석석도 이내 참지 못하고 호통을 쳤다. “보주, 서주, 어서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79화

    송석석은 이번에 외출할 때 황제에게 유람하러 간다고 했다.하지만 그녀는 신약산장에 오래 머물지 않고 7일 만에 떠나 만종문으로 향했다.그녀는 원래 진성으로 돌아가 홍현 고모를 찾고 싶었지만 평무종 고모를 직접 찾아가서 분장술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분장술은 어렵지 않지만 능숙하게, 아무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하려면 한두 달 만에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간단한 분장술은 기존의 얼굴에도 할 수 있었지만 비가 오기만 해도 쉽게 흔적이 드러날 수 있었다.그러니 간단한 분장술만 배워서는 안 되었다.그리고 또 다른 미용술은 가면을 만드는 것인데 일반적인 가면은 일정한 두께가 있어 답답하고 오랫동안 착용하면 얼굴에 상처가 날 수 있다.게다가 가면을 착용할 때는 특수 물약을 묻혀야 했기에, 뜯을 때도 얼굴에 상처가 입을 수 있었다.운익각 사람들은 가면을 착용할 때 오래 착용하지 않았다. 게다가 정탐꾼들은 무공도 괜찮고 경공도 높아 임무를 수행할 때만 가면을 착용해서 물약을 묻힐 필요가 없었다. 왜냐하면 벗겨져도 얼굴에 검은 천으로 복면을 쓰고 있어서 알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그리고 일반인들이 변장해서 탐문할 때 사용하는 것은 변장의 첫 번째 방법이었다.평무종은 서우의 요구를 듣고 말했다.“얼굴에 오래 쓰고 있을 수 있으면서도 원래 피부를 해치지 않고 잘 벗겨지지 않는 가면이라, 그럼 상어가죽으로 만드는 것은 어떠냐.”“상어가죽이 무엇입니까?”서우는 매미의 날개처럼 얇고 물에 젖어도 흔들리지 않는 상어비단은 들어본 적이 있었지만 그건 엄청 귀중한 비단이었다.그러자 평무종이 설명했다.“상어가죽은 분장술에서 쓰이는 가장 좋은 소재이다. 통풍이 잘 되고, 얼굴에 단단히 붙어 쉽게 떨어지지 않아 빗물을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심지어 눈으로 보나 만지나 모두 진짜 피부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상어가죽으로 가면을 만들려면 상어 눈물을 사용해서 실을 짜내고 다시 밑감을 만들어야 해서 매우 번거롭다.”그러자 서우가 물었다.“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78화

    그렇게 두 사람은 촛불을 들고 한참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조정의 일은 일절 말해주지 않은 탓에, 수철은 지금 나라가 안정적이라는 사실만 알 수 있었다. 그는 이미 대황자가 아니다. 따라서 지금 그가 지켜야 할 것은 자신의 목숨뿐이고, 다른 것은 이미 그와 상관이 없어졌다. 그는 조정에 관한 화제를 꺼내면 모두가 예민해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릴 때 그는 왜 자신이 죽어야 하는지 몰랐지만, 나중에 단 사공이 와서 조금씩 분석해 주었고, 그의 사부님도 이해관계에 대해 이야기해준 적이 있었다. 그와 셋째 동생 사이에 가족의 정으로 목숨을 걸고 불안정한 여생을 걸어야 한다면 결코 모두에게 좋은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받아들기로 한 것이었다. 삶은 계속될 텐데, 매일을 의미 있게 잘 보내야 목숨을 건진 보람이 있기 때문이다. 서우가 그의 다리에 대해 물었다. “내가 오기 전에, 고모가 그러던데 넌 다리를 다쳐서 일어날 수 없다고 했는데 지금은 어떻게 걸을 수 있게 된 거야?” 그러자 수철이 말했다. “부황께서 승하하신 해에 산장에서 몇 사람이 와서 진찰해 보더니 정말 심하게 다쳤다며 이대로 두었다가는 계속 아플 테니 반드시 극단적인 방법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하더군.” 그러자 서우는 호기심에 물었다. “어디서 온 신의야? 그럼 그때부터 치료한 거야?” 그 물음에 수철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북당에서 왔는데 그 사람은 그 말만 하고 날 치료해주지 않고 당일에 떠났어. 그러다가 지난달에 와서 약주를 줘서 그걸 마셨는데, 난 하루 종일 혼수상태에 빠졌어. 심지어 깨어나니 다리가 아파 죽을 것 같았지. 그런데 며칠이 지나자 점점 좋아지더니 누군가 부축하면 일어날 수 있게 되었어. 처음에는 잘 일어나지 못했는데 시간이 지나자 점점 똑바로 설 수 있게 되었지. 그리고 지금은 혼자 몇 걸음은 걸을 수 있게 됐어.” 그러자 서우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북당신의? 그분께서 아직 살아 계셔?” “아니, 돌아가셨어. 내가 일어나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77화

    [번외편]신약산장의 진달래가 온 산천지에 피었다. 다채로운 경치는 사람들로 하여금 황홀하게 만들었다. 특히 신약산장에 가본 적이 없는 사람들마저 그곳에 살고 싶어 할 정도였다. 하지만 예외인 사람이 한 명 있었다. 그는 말을 타고 산 아래에 도착해 말을 잘 배치한 후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직 눈앞의 길만 보았고 찬란한 꽃들은 그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빠르게 걸으며, 가끔 경공을 사용하기도 했다. 신약산장이 비록 높지는 않았지만 은밀하게 숨겨져 있었고 많은 갈림길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지도를 수도 없이 봐 온 덕분에 신약산장으로 향하는 길을 이미 마음속에 깊이 새기고 있었다. 약관 때 그가 작위를 계승했을 당시, 작은 고모가 많은 선물을 주었는데 그중 가장 큰 선물이 바로 지도였다. 그리고 그에게 온몸의 피가 끓게 하는 소식을 알려주었는데 바로 수철이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이었다. 당시, 그는 한숨도 자지 못했고 옛날의 모든 일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작위를 받은 후 입궁해서 사은하고 선조들에게 제사를 지낸 후 답방 인사를 드려야 했는데, 작은 고모의 말로는 인맥을 굳건히 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그래서 무려 보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신약산장으로 출발했다. 산 아래에 도착하자 그는 날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막상 산문을 본 순간, 강한 슬픔에 휩싸여 발걸음을 멈추고 그저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작은 고모는 그에게 수철이가 두 다리를 못 쓰게 되었고, 불행 중 다행히 치료 후에 목숨은 건졌지만 약 없이는 살 수 없게 되었다고 했다. 그것은 평생 약을 달고 의자에 앉아 있거나 침대에 누워서 지낼 수밖에 없다는 뜻이었다.그의 기억 속의 수철의 모습은 두 가지로 나뉘었는데, 하나는 제멋대로며 횡포한 모습이었고, 다른 하나는 성실하고 열심히 공부하며 태후마마와 황제폐하를 실망시킬까 봐 무술이든 공부든 최선을 다 했던 모습이었다. 특히 무술은 고모부가 재미있게 가르쳐 준 덕분에 그들은 항상 활기차게 뛰어다닐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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