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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알았다니까.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엄마는 신경 꺼!”

전화를 끊은 임상희는 짜증스럽게 핸드폰을 옆으로 던져버렸다.

주혜민은 옆에서 그녀에게 과일을 챙겨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상희야, 엄마도 너 걱정해서 그러는 거야.”

임상희는 주혜민이 건넨 귤을 입에 넣으며 시큰둥한 얼굴로 대꾸했다.

“엄마가 날 걱정해? 그렇게 걱정했으면 벌써 날아왔겠지. 역시 나보다는 일이 중요한 거잖아!”

임상희는 짜증이 잔뜩 난 상태였다.

주혜민이 웃으며 말했다.

“엄마 일이 그런 걸 어떡해. 상희가 좀 이해해 줘.”

사실 문은혜는 귀국하는 티켓까지 구매했다가 비행기가 뜨기 직전에 임상희가 깨어났고 무사하다는 연락을 받고 항공편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이었지만 아직은 예민한 시기인 임상희에게 이 소식은 상처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일밖에 모를 거면 결혼을 하지 말고 애를 낳지 말았어야지. 낳기만 하고 관심 한번 주지 않는 게 무슨 엄마야!”

임상희의 말도 일리는 있었다. 문은혜는 지리학자로서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연구에 몰두했다. 임상희는 거의 외할머니 손에서 자라다시피 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유난히 예민하고 짜증이 많았다.

초등학교에 금방 입학했을 때 부모님이 이혼하면서 임상희의 성격은 점점 더 거칠어졌다.

주혜민은 임상희의 어깨를 가볍게 다독이며 화제를 돌렸다.

“됐어. 이 얘기는 그만하자. 참, 외삼촌이 너한테 별말 없었어?”

“무슨 말?”

임상희가 부루퉁한 표정으로 물었다.

주혜민은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번에 널 구해준 사람 상준 씨 전부인이래.”

“뭐라고?”

임상희가 인상을 확 찌푸리며 반신반의했다.

“외삼촌이 아무 얘기도 안 해줬나 보네.”

“나도 몰랐는데 오늘 너 구해주신 분 직접 뵙고 인사드리러 갔다가 봤어.”

“그 사람 손을 다쳤던데 그리 심각해 보이지는 않더라.”

“네 엄마도 해외에서 오지 못하는 상황이고 난 엄마 대신 널 돌봐주기로 한 사람으로서 직접 만나 뵙고 감사 인사를 드리러 갔었거든.”

임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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