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이샘이 걸음을 멈추었다.“왜? 뭐 더 필요해?”그는 고개를 돌리고 긴장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의 이런 모습은 그를 두렵게 했다.차우미는 미안한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일단 바닥에 유리조각부터 좀 처리해 줄래?”온이샘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하지만 지금은 네 치료가 더 시급해.”차우미가 웃으며 말했다.“일단 저거부터 좀 치우고 의사 부르자. 엄마가 곧 오실 텐데 저거 보면 걱정하실 거야.”그제야 온이샘은 하선주가 병실에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그는 고통에 눈시울까지 붉어진 그녀를 보자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그래.”결국 그는 바닥에 떨어진 유리조각을 모두 정리하고 물기를 다 닦은 뒤에야 의사를 부르러 밖으로 나갔다.의사가 병실로 오자 차우미는 자신의 상황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의사가 겉옷을 들어올리자 등에 퍼렇게 멍자국이 나 있는 것이 보였다. 온이샘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의사가 어떻게 다쳤는지 묻자 차우미는 부주의로 넘어졌다고 답했다.그녀는 임상희나 주혜민에 대해서는 일절 얘기하지 않았다.어차피 둘은 목적을 달성했으니 그녀도 더 이상 이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차우미는 조금 양보해도 아무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일단은 엑스레이 한번 찍어봐야 할 것 같네요.”의사가 온이샘에게 말했다.온이샘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제가 데리고 갈게요.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휠체어를 가져오는 게 좋겠어요. 골절은 아닌 것 같고 당분간 걷는 건 자제하는 게 좋겠네요.”“알겠습니다. 지금 가지러 갈게요.”의사는 휠체어 대여하는 위치를 알려주었다. 잠시 후, 온이샘이 휠체어를 끌고 병실로 돌아왔다.그는 차우미를 부축해서 휠체어에 태웠다. 차우미는 바깥을 바라보며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엄마 곧 오실 시간인데.”나간지 꽤 시간이 지났는데 지금쯤이면 돌아올 시간이었다. 차우미는 오히려 엄마가 무슨 일로 늦어진 건지 걱정이 되었다.온이샘은 그녀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
엑스레이 검사결과를 확인한 의사가 나상준에게 말했다.“정말 아무 문제 없는 건가요?”“그 여자가 외숙모를 밀쳐서 바닥에 쓰러졌어요. 그때 저도 자리에 있었는데 너무 놀랐다고요. 뇌진탕은 아니겠죠? 머리는 엑스레이를 찍어봤나요?”의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임상희가 끼어들어 종알종알 떠들었다. 의사는 줄곧 말이 없는 나상준의 표정을 힐끗 살피고는 말했다.“다 찍어봤어요. 뇌진탕 증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아, 검사를 다 해봤어요? 저는 안 해본 줄 알고.”“외삼촌, 이렇게 하자. 며칠 입원해서 경과를 지켜보는 게 맞는 것 같아. 그렇게 심하게 넘어졌는데 나중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곤란해지잖아. 외삼촌 생각은 어때?”임상희가 눈을 반짝이며 나상준에게 말했다.그는 주혜민을 안고 의사를 찾은 뒤로 줄곧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당황하거나 걱정되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줄곧 무표정한 얼굴로 일관하고 있었다.임상희의 질문에 사람들의 시선이 나상준에게 쏠렸다.나상준은 주혜민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그는 시선을 돌려 의사를 바라보았다.의사가 말했다.“저도 며칠 경과를 지켜보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그럼 입원해.”임상희는 주혜민을 향해 눈을 찡긋했다.주혜민은 그제야 미소를 지었다. 3년 동안 마음에 존재했던 가시 같은 존재를 드디어 뿌리뽑았다는 성취감에 가슴이 벅찼다.‘상준 씨는 나를 신경 쓰고 있었어. 아니, 날 잊은 적 없었던 거야.’주혜민의 입원 절차는 빠르게 처리되었다. 절차가 마무리되자 나상준은 핸드폰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병실에 남은 임상희는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 문을 닫고 침대로 다가갔다.“어때? 이제 만족해?”임상희가 팔짱을 낀 채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주혜민도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하나 걸리는 게 있다면 자신을 빤히 바라보던 나상준의 눈빛이었다. 마치 속을 꿰뚫어 보기라도 하
온이샘은 차우미를 끌고 일련의 검사를 진행했다. 잠시 후 겸사 결과가 나왔다. 의사는 엑스레이 사진을 자세히 살피고는 두 사람에게 말했다.“골절이나 다른 문제는 없는 것 같아요. 며칠 휴식을 취하면 괜찮아질 거예요. 다 나을 때까지는 최대한 움직임을 줄이고 누워서 쉬는 게 좋겠어요.”골절이 아니라는 말에 온이샘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수고하셨습니다, 선생님.”그는 휠체어를 끌고 병실로 돌아왔다. 차우미가 아파할까 봐 그는 아주 천천히 걸었다.차우미는 휠체어에 앉아 이 상황을 부모님에게 알려야 할지 고민했다.상황을 설명하기 조금 난감했다.온이샘은 유난히 조용해진 그녀의 모습에 고개를 숙여 그녀의 얼굴을 확인했다. 난감한 표정으로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그녀를 보자 그는 안쓰러운 마음에 입을 열었다.“가현 씨한테 전화해서 간호를 부탁하고 아저씨랑 아줌마는 집에 돌려보내는 게 어때?”차우미는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보았다.온이샘은 걸음을 멈추고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서 말했다.“아줌마가 너 넘어져서 다친 거 알면 또 자책하실 거 아니야. 연세도 있으신데 자꾸 놀라게 하는 건 좋지 않아.”그녀는 배려심 넘치고 부모님에게 극진한 딸이었다. 겉보기에는 강하고 겁도 없어 보이지만 가족에게만은 모든 게 조심스러웠다.생각을 읽힌 차우미는 난감한 표정으로 그에게 말했다.“가현이한테 말할 수는 없어. 걔가 사실을 알게 되면 아빠랑 엄마보다 더 날뛸 거야.”말을 마친 그녀는 저도 모르게 피식 미소를 지었다.그녀의 미소에 온이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그럼 어쩔 수 없지. 간병인 부르자.”차우미의 표정이 금세 밝아졌다. 간병인은 이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선택이었다.“난 왜 그 생각을 못했지?”그녀는 드디어 안심하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온이샘이 웃으며 말했다.“내가 좀 똑똑하긴 하지. 너도 간병인 부르는 방안이 제일 괜찮지?”차우미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거 괜찮네. 고마워, 선배.”예전의 예의 바른 미소와는
“아니야, 됐어.”그들의 3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그녀는 이혼 후에도 그렇게 되기를 바랐다.오늘 밤 병실에서 있었던 일을 다시 겪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와는 멀리 떨어지는 게 서로에게 좋을 거라고 판단했다.“그래.”온이샘은 담담한 그녀의 표정을 확인하고는 휠체어를 끌고 병실로 들어갔다.나상준은 자신에게서 점점 멀어지는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짜증을 느꼈다.열 시가 넘어 병원은 점차 인기척이 줄어들고 고요가 찾아왔다.나상준은 병원 밖 가로등 밑에 서서 담배를 피우며 상황 보고를 듣고 있었다.“8시 40분, 여가현 씨가 병원을 떠나셨습니다. 8시 50분, 온이샘 씨와 차동수 씨가 병원을 나갔고요. 9시에 차우미 씨의 어머님께서 병실을 나가셨습니다.”“9시 20분에 임상희 씨와 주혜민 씨가 차우미 씨의 병실에 들어가셨고 9시 25분에 대표님께서 병실 복도에 나타나셨습니다.”나상준은 밤하늘을 바라보며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는 담배 연기를 허공에 내뱉고 눈을 가늘게 뜨며 고개를 끄덕였다.주변이 다시 조용해졌다.허영우는 조용히 그의 다음 지시를 기다렸다.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지시는 들려오지 않았고 그렇다고 전화를 끊지도 않았기에 그는 약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상사의 태도가 조금 이상했다.그와 오랜 시간 함께했지만 그가 감정기복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그는 조용히 지시를 기다렸다.“주영그룹의 공동 투자 제안을 받아들이고 계약서 준비해.”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허영우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전화가 끊어졌다.핸드폰을 내려놓은 허영우는 주영그룹에 관한 정보를 취합하기 시작했다. 주영그룹은 부동산 업계에서 큰 업적을 이루어내며 최근 10년 사이 일류 기업으로 급부상했다.하지만 최근 들어 부동산 시장이 포화 상태가 되면서 주영의 발전도 조금 주춤하게 되었다.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이제는 내리막길만 남았다. 주영도 최근 2년 사이 많은 변화를 시도하고 다른 사업에도
나준우는 그에게로 다가가서 상황을 설명했다.“조금 전에 당직 의사를 만났는데 차우미 씨 손에 상처가 벌어졌대. 넘어지면서 허리도 삐끗했다는데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은 것 같아. 그런데 차우미 씨가 고생 좀 하게 생겼어.”나준우는 그 시간에 수술실에서 중요한 수술을 진행하고 있었다. 수술실을 나온 그는 나상준의 연락을 받고 급하게 차우미가 입원해 있는 외과 병동을 찾았다.분명 오전에 진료를 볼 때까지만 해도 차우미의 상태는 꽤 안정적이었고 이틀 뒤면 퇴원할 예정이었다.그런데 이 밤중에 나상준이 문자를 보냈다는 건 분명 무슨 문제가 있다는 뜻이었기에 그는 문자를 보자마자 당직 의사를 찾아갔다.당시 병실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잘 모르지만 당직 의사에게서 상황을 들은 그는 곧바로 나상준을 찾아왔다.모든 상황을 설명한 그는 음침한 표정을 짓고 있는 형을 잠시 바라보았다. 평소의 냉철한 모습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딱 봐도 누군가를 걱정하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나 내일 출장 있어. 내가 없는 사이 그 사람 좀 잘 신경 써줘.”나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걱정 마. 말 안 해도 그렇게 할 거야.”“수고해.”“형도 일봐. 무슨 일 생기면 내가 연락할게.”나상준의 눈빛이 조금 흔들리더니 갑자기 말을 바꾸었다.“아니다. 다른 중요한 일 없으면 내일 청주로 돌아가.”나준우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형을 바라보았다.조금 전까지 신경 좀 써달라던 사람이 갑자기 돌아가라니,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이쪽 상황은 전화로 보고 받아도 되잖아.”나준우는 그제야 그의 뜻을 이해했다.혹시라도 이 일로 대학병원 업무에 차질이 생길까 봐 배려 차원에서 한 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는 잠깐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내일 청주로 돌아갈게.”이번에 이곳으로 온 것도 차우미 때문이었는데 이제 별문제 없다는 것이 확인 되었고 나상준이 청주로 돌아가라고 하는데 굳이 이곳에 남을 이유가 없었다.“허 비서한테 티켓 예매해 놓으라고 할게.”나상준이 떨떠
차우미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선배는 원래 좋은 사람이었어.”하선주는 딸의 표정을 조심스럽게 살피다가 안색이 전보다 창백한 것을 발견하고 미간을 찌푸렸다.“너 안색이 왜 그래?”“아줌마.”이때, 온이샘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안으로 들어왔다.“저녁에 간병인 여기 있을 테니까 호텔까지 모실게요. 오늘 저녁은 제가 여기 있을 테니까 푹 쉬세요.”“응? 자네가?”하선주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그래요. 두분도 왔다갔다 하느라 피곤하셨을 거잖아요. 병원에는 저랑 간병인이 있을 테니 돌아가서 아저씨랑 푹 쉬세요.”“아니… 아무리 그래도….”하선주는 저도 모르게 딸의 눈치를 살폈다. 예상 외로 차우미는 거절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하선주는 뭔가 달라진 것을 느끼고 떨떠름한 표정으로 온이샘을 바라보았다.“아까 우미랑 얘기를 나눠봤는데 두분 연세도 있으시고 밤새 병실을 지키는 게 힘드실 것 같다고 해서 오늘은 제가 밤에 남기로 했어요. 걱정 마세요. 제가 우미 잘 돌볼게요.”하선주는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는 딸의 표정을 다시 살피고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우리가 아프면 우미도 걱정할 테니까. 그럼 우리 우미 잘 부탁해. 자네가 수고가 많아.”“수고는요. 제가 할 일인 걸요.”“당연한 게 어딨어. 자네는 너무 착해서 탈이야.”“우미야, 엄마는 호텔로 돌아갈 테니까 푹 자. 나 배웅할 필요 없어.”하선주는 그 자리에서 짐을 챙겨 일어났다.온이샘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차우미에게 말했다.“쉬고 있어. 아줌마 바래다드리고 올게.”차우미는 감격에 겨워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그녀가 뭘 원하는지 말해주지 않아도 알아서 모든 걸 처리해 주고 있었다.차우미는 어쩌면 이 선배와 한번 만나봐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시선을 거둔 그녀는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겼다.굳은 표정으로 병실에 들어오던 그 사람의 얼굴이 떠오르자 갑자기 마음이 무거워졌다.그녀는 이대로 다시 만나지 말고 서로 엮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미열이 조금 있네요. 상처에도 염증이 생긴 것 같고. 어제보다 좀 심각해졌어요. 며칠 더 병원에 있어야 할 것 같군요.”차우미의 진료를 마친 뒤, 나준우가 한 말이었다.그녀의 상태는 예상했던 것보다 심각했다. 척추가 살짝 삐끗한데다 손의 상처에 염증까지 생겼다.안색도 어제에 비해 좋지 않았다. 미열 때문에 안색은 초췌했고 목소리에도 힘이 없었다.어젯밤 새벽부터 그녀의 상태는 점점 안 좋아졌다. 여기저기 아파서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던 탓도 있었다.그녀의 옆을 밤새 지켰던 온이샘은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당직의사를 호출했다.의사가 해열제와 진통제를 주사한 뒤에야 잠들 수 있었다. 그리고 아침 일찍 나준우가 찾아왔다.차우미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에게 물었다.“며칠이나 더 있어야 하나요?”부모님은 이틀 뒤에 퇴원한다고 알고 있었다.이 일로 부모님이 더 속상해하실까 봐 걱정됐다.“상처가 회복되는 속도를 봐야 해요. 며칠이라고 지금 장담할 수는 없어요.”차우미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그녀는 병원에 오래 있고 싶지 않았고 자기 때문에 부모님에게 걱정을 끼치기도 싫었다.그녀의 마음을 아는 온이샘이 물었다.“열은 주사 맞으면 내리는 거지? 염증은 오늘 안에 좋아질 수 있어?”나준우는 창백한 차우미의 얼굴을 힐끗 보고는 대답했다.“열은 아마 오후가 되면 알아서 내릴 거야. 하지만 염증은 나도 장담할 수 없어. 게다가 나도 오늘 청주로 돌아가야 해서 주치의가 바뀔 거야.”“그래도 너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요. 제가 이쪽으로 잘하는 선생님으로 추천했거든요.”차우미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나 때문에 먼길 오시고, 고생 많았어요.”나준우는 미소를 짓는 그녀를 보고 나상준이 떠올랐다. 어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던 나상준에 비해 차우미는 아주 덤덤한 모습이었다.그의 추측이 맞다면 나상준은 차우미를 신경 쓰고 있었다.하지만 그녀의 표정을 보면 전혀 나상준을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상처가 심각해진 것을 보면 어제 분명
임상희가 주혜민이 탄 휠체어를 끌고 산책을 나갔다가 돌아오고 있었다.입구에서 마주친 세 사람은 걸음을 멈추고 인사를 나누었다.주혜민은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임상희도 화들짝 놀라며 그에게 물었다.“준우 삼촌이 왜 여기 있어?”나준우의 시선이 환자복을 입고 있는 주혜민에게 닿았다.“어쩌다 다쳤어요?”주혜민을 살피던 그는 갑자기 차우미가 떠오르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주혜민은 갑자기 바뀐 그의 표정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별거 아니에요. 부주의로 넘어졌어요.”“부주의는 무슨! 그 여자가 밀쳐서 다친 거잖아!”옆에 있던 임상희가 정색하며 소리쳤다.그 말을 듣고 나준우는 임상희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제야 머리에 붕대를 감고 있는 조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너 머리는 왜….”임상희가 손짓 몸짓 다 해가며 어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려던 찰나, 나준우의 질문에 당황하고 말았다.“준우 삼촌은 몰랐어? 나 하마터면 죽을 뻔했어. 병원에서 죽다가 살아났는데 상준 삼촌이 아무 말도 안 해줬어?”나준우도 그 말을 듣고 화들짝 놀랐다.나상준이 여태 말을 안 해줘서 모르고 있었던 사실이었다.주혜민은 그 모습을 보고 아까 불쾌했던 심정이 조금은 나아졌다.나상준은 임상희가 다친 사실도 그에게 말하지 않은 모양이었다.만약 주혜민이 다친 사실만 숨겼더라면 서운했겠지만 아예 그 얘기를 꺼내지 않았으니 서운해할 것도 없었다.주혜민은 임상희가 당한 사건을 간략해서 설명한 뒤, 그에게 물었다.“그런데 준우 씨는 왜 여기 있어요?”설명을 다 들은 나준우는 생각에 잠겼다.주혜민은 임상희의 사고를 얘기할 때 차우미에 대해 일절 얘기하지 않았지만 셋 사이에 뭔가 일이 있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수많은 의문이 있었지만 그는 덤덤한 얼굴로 그들에게 말했다.“일 때문에 잠시 왔다가 오늘 돌아가는 길이에요.”“지금요?”주혜민이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맞아요. 여기 일정이 끝났으니까 돌아가야죠. 그런데 어디를 다쳤어요? 의사는 뭐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