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상준의 말에 차우미는 멍해졌다.이내 정신을 차린 차우미가 물었다.“왜? 무슨 일 있어?”갑자기 주소를 물어보는 것이 무슨 일이 있는 것만 같았다.회사를 나선 나상준은 차에 올라탔다. 핸드폰 너머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말소리, 고함소리, 전화통화 하는 소리와 차 소리에 차우미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묻혔다.나상준이 입을 열었다.“위치 보내줘.”말을 마친 나상준은 전화를 끊었다.나상준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던 차우미는 그가 이런 말을 할 줄 생각지도 못했다.멈칫하던 차우미는 핸드폰을 들고 그에게 위치를 보내줬다.‘상준 씨가 나에게 할 말이 있는 건가?’위치를 보내준 차우미는 더는 생각하지 않고 핸드폰을 내려놓은 뒤 계속 상위를 정리했다.무슨 일이 있다면 나상준이 말을 할 것이기에 더 생각해 봤자 의미가 없었다.차 안.나상준은 차우미가 보내온 위치를 보며 입을 열었다.“공항 근처에 있는 존맛식당으로 가.”“네. 대표님.”차는 공항으로 가는 길로 들어섰다.상 위를 정리한 차우미는 마침 종업원이 걸어오는 것을 보고 가져가라고 말했다.종업원은 말없이 차우미가 정리해 놓은 것을 가져갔다. 차우미가 상을 정리했는데 고맙다는 말 한마디도 없었다.일부러 말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가게가 너무 바쁘기 때문에 가끔 종업원들이 치우지 못할 때면 손님들이 종종 치워주곤 했었다.작은 가게다 보니 격식 같은 게 없었다.목이 말라 주위를 둘러보던 그녀는 각종 음료와 물이 들어있는 냉장고를 발견했다.그러나 차가운 것을 먹지 않았던 차우미는 프런트로 다가가 사장님께 물었다.“끓인 물 있나요?”사장님이 손님에게 돈을 거슬러 주면서 입을 열었다.“네, 있어요.”차우미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그럼 저 뜨거운 물 한 잔만 가져다줄 수 있을까요?”부드러운 성격에 가녀린 목소리와 예쁘장한 얼굴을 하고 있는 차우미는 사람들에게 호감 가는 첫인상을 주었다.사장님이 웃으며 말했다.“그럼요. 자리에 가서 앉아 있어요. 가져다드릴게요.”“네, 감사합니다.”
차우미의 목소리를 들은 사장님이 다시 돌아왔다.“네, 뭐 필요한 거라도 있어요?”차우미가 고개를 끄덕이며 멋쩍게 웃었다.“물어볼 게 있어서요.”“그래요? 무슨 일이예요?”“다름이 아니라 회성시 특산물이 어떤 것들이 있나요? 어디에 가야 제대로 된 특산물을 살 수 있는지 아세요?”“아... 제가 알고 있어요. 알려 드릴까요?”“네, 적어 놓을게요.”차우미는 물만두를 한 곳에 밀어놓고 가방에서 수첩과 볼펜을 꺼낸 뒤 사장님에게 말했다.“사장님 말씀하세요.”차우미가 볼펜과 수첩을 가지고 다니는 모습에 사장님은 깜짝 놀라며 웃었다.“네.”사장님은 차우미에게 특산물에 대해 말하며 어디에 가야 살 수 있는지 말했고 차우미는 볼펜을 들고 적었다.사장님의 말을 들으며 차우미는 두 장 가까이 빼곡히 적어 내려갔다.물건들이 많지 않았기에 차우미는 작은 수첩에 빼곡히 적으며 기억했다.사장님이 입을 열었다.“이게 다예요. 우리가 회성에 몇십 년 가까이 있으면서 매년 사는 물건들이기에 얼추 비슷할 거예요.”“네, 정말 감사합니다. 사장님.”“허허, 아니에요. 얼른 드세요. 물만두는 식으면 맛없어요.”“네.”사장님은 떠나갔다. 차우미는 수첩에 기재된 물건들과 주소를 보면서 대략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녀는 수첩과 볼펜을 한쪽에 놓은 뒤 물만두를 가져와 숟가락을 들고 국을 마셨다.지금의 물만두는 아까처럼 뜨겁지 않고 먹기 딱 좋은 온도였다.국을 한 숟가락 떠먹자 입안 가득 해산물 맛과 쪽파의 향이 퍼졌다. 무엇으로 끓였는지 국은 향기로우면서도 느끼하지 않고 담백했다.차우미의 눈에 웃음이 번졌다.역시 그녀는 이런 작은 가게의 맛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았다.국을 마신 차우미는 이번에는 물만두를 천천히 음미했다.무더운 여름날의 점심은 찜통더위였다.작은 식당 앞에 벤츠 한대가 서더니 차에서 나상준이 내렸다.그는 셔츠와 양복바지를 입고 손목에 양복 외투를 들고 있었다. 풀린 셔츠 단추 사이로 그의 하얗고 긴 목선이 보였다.발목을 뒤
식당에는 사람들이 조금 전보다는 적어졌지만, 여전히 시끌벅적했다. 뜨거운 열기에 가게 안의 냄새가 심해지면서 맡기 좋지 않은 냄새가 났다.서늘한 기운을 띤 나상준이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이 서늘한 기운은 에어컨의 서늘한 기운과는 달랐다.이 서늘한 기운은 뜨거운 열기를 띠고 있었다. 음식점의 냄새를 비롯한 사람들 몸의 땀 냄새 그리고 각종 음식의 냄새는 그가 평소에 접촉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것들이었다.나상준이 걸어 들어오자 사람들은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마치 이런 곳에 나상준 같은 사람이 왜 왔냐는 듯한 눈빛이었다.어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일반 백성이 아니다. 나상준은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이었고 모든 방면에서 일반인들보다 앞서 나가고 있었다. 그의 분위기는 일반 사람들과는 현저히 달랐다.값비싼 양복과 뼛속에서부터 풍겨 나오는 귀티, 그리고 연예인 뺨치는 얼굴을 하고 있는 그가 이곳에 나타나자 주위의 모든 것이 암담해졌다.모든 사람이 귀티나고 눈부신 그를 쳐다봤다.종업원과 사장 부부는 음식들을 나르며 매우 바삐 돌아치고 있었다.작은 식당은 이렇다. 돈은 벌 수 있었지만 그만큼 고생이 뒤따랐다.나상준이 걸어들어오는 것을 본 그들은 멈칫했다. 그러나 이내 정신을 차린 사장님이 다가와서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식사하시러 오신 분이신가요?”“네.”나상준은 창가에 앉아 있는 차우미를 바라봤다. 나상준이 들어온 뒤로 가게 안의 공기는 바뀌었지만 차우미는 알아차리지 못했다.그녀는 물만두를 거의 다 먹었다. 먹는 것이 느릴 뿐 몇 개 남아 있지 않은 물만두를 다 먹을 수 있었다. 그녀는 조급해하지 않고 천천히 물만두를 음미하며 먹었다.주위는 신경을 쓰지 않고 말이다.나상준이 차우미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본 사장님이 물었다.“저 아가씨 찾아오셨나 봐요?”말을 마친 사장님은 얼른 나상준을 데리고 차우미에게로 다가갔다.“저 아가씨는 온 지 한참 됐어요. 총각도 뭐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저한테 말하세요.”나상준의 몸에서 풍기는 분위기
마치 신선이 인간 세상에 내려와 밥을 먹는 것처럼 아무리 봐도 놀라웠다.차우미가 입을 열었다.“여긴 말할 곳이 아니야. 나가서 말하자.”시끄러운 환경 탓에 이곳은 말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장소였다.차우미는 휴지로 입술을 닦으며 나갈 준비를 했다.그러나 차우미가 휴지로 입술을 닦고 있을 때 나상준의 낮은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안 그래도 돼.”“응?”차우미는 입술을 닦던 것을 멈추고 놀란 눈빛으로 맞은편에 앉아 있는 사람을 바라봤다.‘안 나가고 여기에 있겠다고?’‘상준 씨가 적응할 수 있을까?’차우미가 어느 정도 입술을 닦은 뒤 휴지를 내려놓으며 물었다.“안 나가고 이 안에 있으려고?”생각지도 못했다는 차우미의 표정과 의아함 가득한 눈을 바라보던 나상준은 시선을 거두고 양복 외투를 옆에 놓인 의자에 올려놓으며 입을 열었다.“나 아직 밥 안 먹었어.”그제야 알아차린 차우미가 바로 입을 열었다.“여기는 너무 시끄러워서 상준 씨가 적응이 안될 거야. 우리 나가서 좋은 곳에 가서 먹자.”나상준이 조용한 곳을 좋아한다는 걸 아는 차우미는 핸드폰을 들고 주변에 괜찮은 음식점이 없는지 검색했다.나상준은 핸드폰을 들고 검색하고 있는 사람을 바라봤다. 마치 자신이 여기에 오면 안 된다는 것처럼 행동하는 그녀의 모습에 그가 입을 열었다.“왜 굳이 좋은 곳이 여야 하는데?”불쾌함이 없는 나상준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차분했고 별다른 점이 없었지만 이 말은 달랐다.나상준이 술에 취했던 그 날 밤처럼 그는 뻔히 알면서 그녀에게 물었다. 차우미는 멍하니 나상준을 바라봤다.나상준은 전혀 불편하지도, 불쾌하지도 않다는 눈빛으로 차우미를 바라봤다. 이곳의 모든 것이 그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듯이 말이다.그는 소란스러운 이곳이 전혀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았다.차우미는 그제야 나상준의 뜻을 알아차렸다.그가 이곳에서 밥을 먹으려 한다는 것을 말이다.그녀도 이곳에서 밥을 먹는데 그라고 왜 먹지 못하겠는가?나상준의 뜻을 알아차린 차우미는 핸드폰을 내려
사장님과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던 차우미의 눈길이 나상준에게로 향했다.“알아서 주문해.”나상준은 자신이 이미 음식을 주문했음을 말하지 않았다. 옆에서 있던 사장님도 나상준이 들어오자마자 음식을 주문했다는 말을 하지 않고 차우미와 나상준을 번갈아 봤다. 마치 조금 전에 음식을 주문한 일이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멈칫하던 차우미는 나상준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알았어.”‘말하고 싶지 않아 하는 거 보니까 상준 씨가 아직 감기가 다 낫지 않았나 보네.’다시 메뉴판을 보던 차우미는 담백하면서도 영양이 풍부한 음식 3가지를 주문했다.주문을 마친 차우미가 사장님을 보며 입을 열었다.“사장님, 양은 적게 주세요. 그리고 기름과 소금은 많이 넣지 말고 담백하게 부탁드릴게요.”말을 하던 차우미가 멈칫하더니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저분이 지금 아파서 기름진 음식과 매운 걸 먹으면 안 돼서요.”작은 음식점이라 바쁘면 가끔 잊어먹을 때가 있었다. 차우미는 사실대로 말하면 어느 정도 기억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사장님에게 알려줬다. 차우미의 말을 들은 사장님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네, 그렇게 할게요. 아가씨.”“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금방 가져다드릴게요.”“네, 감사합니다.”“아니에요.”사장님은 메뉴판을 들고 웃으며 떠나갔다. 시선을 돌린 차우미가 나상준을 바라보니 나상준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무슨 일 있어?”차우미가 나상준에게 물었다.바쁜 와중에 자신을 찾아온 나상준을 보며 그녀는 틀림없이 중요한 일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나상준은 차우미를 빤히 바라봤다.시끄러운 곳에서도 담담하게 앉아 있는 차우미를 보며 나상준이 입을 열었다.“아무 일도 없어.”나지막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나상준의 말을 들은 차우미는 깜짝 놀랐다.‘아무 일도 없다고?’‘아무 일도 없는데 나를 찾아와 이곳에서 밥을 먹는다고?’차우미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상준이 이런 곳에서 밥을 먹는다는 게 말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바라본 나상준의 눈빛에는 어떠한 이상한
나상준은 물만두 위에 떠 있는 신선한 쪽파를 바라보며 가만히 있었다.차우미는 나상준이 자신과 똑같은 음식을 주문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음식을 주문했다는 말을 하지 않았기에 차우미는 여러 가지 음식을 더 주문하게 됐다.‘이걸 다 먹을 수 있을까?’차우미가 속으로 생각하고 있을 때 사장님의 말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먹고 있어요. 조금 전 주문하신 음식들도 금방 가져다 드릴게요.”“네.”사장님은 허허 웃으며 떠나갔다.차우미는 나상준 앞에 놓여 있는 물만두를 보며 입을 열었다.“난 상준 씨가 물만두를 주문했다는 걸 몰랐어. 상준 씨... 이것들 다 먹을 수 있어?”“아니면... 내가 사장님께 음식 한 가지만 취소해 달라고 말해볼까?”차우미는 물만두만 먹고도 배가 불렀다. 그러나 남자는 여자와 다르기에 조금 더 먹을 수 있었다. 차우미가 음식 세 가지를 주문했기에 양을 적게 달라고 했다고 해도 나상준 혼자서 다 먹지 못할 수 있었다.그래서 만약 다 먹지 못한다면 사장님께 말해서 한 가지를 취소해달라고 한다면 낭비하지 않고 다 먹을 수 있었다.차우미의 말을 들은 나상준은 고개를 들고 차우미를 바라봤다.“난 파를 먹지 않아.”동문서답하는 나상준의 말에 차우미는 멈칫했다. 이내 뭔가 생각난 차우미는 나상준 앞에 놓인 물만두를 바라봤다.금방 만든 물만두는 아주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안에 들어있는 작은 배추가 한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물만두의 영혼인 파도 들어있었다.나상준은 파를 먹지 않았다.차우미는 나상준의 음식습관과 그가 먹지 않는 것들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물만두 위에 떠 있는 파를 보며 차우미가 깜짝 놀란 듯이 말했다.“상... 상준 씨, 파를 먹지 않는다고 사장님께 말하지 않았어?”나상준이 차우미를 바라봤다.“난 여기에 파가 들어갈 줄은 몰랐지.”“...”차우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나상준은 일 년 내내 주방에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 결혼 생활 3년 동안에도 그는 매일 일하느라 바빴기에 음식들은 모두
차우미의 말을 들은 사장님은 새 숟가락을 가져다줬다.돌아가는 길에 종이컵에 뜨거운 물을 한잔 받은 차우미는 휴지로 컵을 감싼 뒤 조심스럽게 자리로 가져갔다.“이곳엔 차가 없어서 사장님께 뜨거운 물 한잔 달라고 했어. 이거 마시면 목이 좀 괜찮아 질 거야.”차우미는 물을 나상준 옆에 놓아준 뒤 물컵에서 손을 뗐다. 그녀의 손가락이 빨개진 게 한눈에 보였다.나상준은 바로 차우미의 손을 덥석 잡았다. 나상준의 큰 손에 손이 잡힌 차우미는 깜짝 놀라며 바로 손을 빼려 했다.이때 나상준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어떻게 된 거야?”나상준은 데인 것처럼 빨개진 그녀의 손가락을 바라봤다.나상준이 왜 자신의 손을 잡은 것인지 몰랐던 차우미는 이제야 알 것 같았다. 그녀는 한시름 놓으며 입을 열었다.“아무것도 아니야. 물을 들고 와서 그래. 이거 뜨거운 물이야.”“괜찮아. 그렇게 뜨거운 건 아니라서 걱정하지 않아도 돼.”예전에 불에 데인 손은 다 나았다. 그녀는 흉터를 없애는 연고를 자주 발랐었기에 자세히 보지 않으면 상처가 보이지 않았다.그리고 그녀의 피부가 뽀얗게 희다 보니 빨개진 손가락이 더욱 눈에 띄었다.나상준이 차우미의 손을 잡고 고개를 들고 차가운 눈초리로 그녀를 바라봤다.“정말 괜찮아?”차우미가 자신을 속이지 못하게 나상준이 강압적인 눈빛으로 물었다.그는 대충 지나치려고 하는 말이 아닌 진실이 듣고 싶었다.차우미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그럼. 괜찮아. 아프면 지금까지 기다리지 않고 바로 말했지.”차우미가 웃으며 계속 이어 말했다.“걱정하지 마. 진짜 괜찮으니까. 난 내 체온을 잘 알아.”그녀는 추위는 타지만 더워는 타지 않았다.다른 사람들은 땀범벅이 되는 무더운 여름에도 그녀는 땀을 흘리지 않았다. 극도로 더운 날과 운동을 하지 않는다면 그녀는 땀을 흘릴 일이 없었다. 지금 이 가계 안의 모든 사람이 땀에 흠뻑 젖어 있었지만 차우미는 땀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다. 머리카락도 여전히 부드럽고 뽀송뽀송했으며 땀 냄
사장님께 숟가락을 달라고 하면서 차우미는 다시 한번 말했다. 다 먹지 못하면 아까우니까 양을 적게 달라고 말이다.그녀는 돈은 원래 금액대로 지급한다고 하며 양을 적게 달라고 했다.사장님도 그녀의 말을 들은 듯했다. 가져온 음식들을 보니 양과 기름이 적었다.그릇에 담긴 물만두를 다 먹지 못했던 차우미도 계속 먹기 시작했다. 나상준이 그녀의 그릇에 반찬을 집어줬다.차우미는 나상준을 바라봤다. 나상준은 반찬과 함께 음식들을 먹고 있었다. 평온한 그의 모습에 조금 전 반찬을 집어준 사람이 그가 아닌 것 같았다.차우미는 고개를 숙이고 나상준이 집어준 음식을 먹었다.오후의 햇볕은 더욱 뜨거워진 것 같았다. 노란 나무의 나뭇잎도 뜨거운 햇볕에 색이 변해갔다. 이때 눈부신 햇살이 나뭇가지 사이로 창가에 앉아 있는 두 사람을 비췄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가 마치 화필처럼 두 사람의 몸에 알록달록하게 그림을 그렸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아름다운 그림의 색채가 더욱 진해졌다.차우미와 나상준은 음식을 남기지 않고 거의 다 먹었다. 점심을 먹고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니 1시 30분이었다.‘여기서 호텔까지 먼가?’생각하던 차우미가 나상준을 향해 입을 열었다.“난 이제 일하러 호텔로 돌아가 봐야 할 것 같아. 내가 상준 씨에게 뭐 해줘야 할 게 있을까?”자신을 찾아온 나상준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것만 같았다.휴지로 여유롭게 입을 닦던 나상준은 차우미의 말을 듣고 휴지를 내려놓으며 그녀를 바라봤다.“나 아직 약 먹지 않았어.”그가 주동적으로 약을 먹겠다고 하는 것은 틀림없이 아직 몸이 불편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 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지금 그녀와 함께 밥을 먹은 나상준은 함께 돌아가서 약을 먹을 수 있었다.“알았어. 그럼 호텔로 돌아가자.”말을 마친 차우미는 가방을 들고 계산하러 갔다.“사장님, 얼마예요?”“허허, 만 육천 원입니다.”“네.”차우미는 계산을 하려고 지갑을 꺼냈다. 이때 큰 손이 앞으로 불쑥 나오며 사장님께 2만 원을 건
나상준은 차우미 뒤에서 두 모녀가 포옹하는 것을 지켜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자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느끼고는 흠칫하며 눈을 들었다.차동수는 하선주의 뒤를 따라 입구로 왔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차우미를 보았고, 이어서 딸의 뒤에 서 있는 나상준을 보았다.그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깜짝 놀랐다.사위였던 나상준은 나씨 가문의 후손으로서 언제나 예의가 바르고 사려가 깊었다.나상준의 성격은 보통 사람과 달랐는데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잘 웃지도 않으며 내성적이어서 사람들이 잘 접근하지 못한다.차우미와 나상준이 결혼한 3년 동안 차동수도 사위 나상준과 몇 마디 해본 적이 없어서 여전히 낯설었다.차동수에게 나상준은 아주 훌륭하고 교양이 있는 젊은이였고 동시에 따뜻함도 인간미도 없는 사위이기도 했다.이런 사윗감은 좋다고 하기도 나쁘다고 하기도 애매했는데 차우미만 좋으면 그들은 의견이 없었다.그런데 두 사람이 이혼한 이유가 제3자 때문이라는 것이 제일 의외였다.차동수의 마음속에 나상준은 절대 교양이 없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일이 발생하고 나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다만 나상준의 신분과 지위를 곰곰이 생각해 봤을 때 있을 법한 일이기도 했다.비록 부모 눈에 자신들의 자식이 제일이겠지만 차우미가 어느 정도인지는 그들도 똑똑히 알고 있었고 또 사람과 사람은 차이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나상준과 같은 훌륭한 아이가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가 아니었다면 절대 차우미와의 결혼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만약 나상준이 차우미보다 훨씬 훌륭하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차동수는 절대 두 사람을 만나게 하지 않았을 건데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가 알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기에 운명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얼마 전에 차우미가 나상준과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마음이 아팠는데 동시에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맞지 않으면 하루빨리 헤어지는 게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그래서 하선주가 나상준을 못마
차우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아니야. 시간도 늦었고 아빠와 엄마는 이제 주무실 거야. 그러니 상준 씨도 일찍 돌아가서 쉬어.”안평에 오기 전에 나상준은 차은평과 소명진을 보러 온다고 했지, 차동수와 하선주도 만나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기에 차우미는 조금 놀랐다.하지만 그녀는 금방 나상준의 뜻을 이해했다.후배로서 예의상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안 가면 오히려 말이 안 되는 것이다.하지만 차우미는 나상준이 자기 집에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는데 왜 그러는지는 나상준도 잘 알고 있었다.“가자.”차우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나상준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나상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차가 그와 차우미 앞에 멈춰 섰다.나상준은 몸을 옆으로 돌리고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를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다음에 가. 그리고 상준 씨는 일도 바쁠 텐데 얼른 가서 일해. 굳이 오늘 갈 필요 없으니 나중에 시간이 많을 때 가도 돼.”“지금 시간이 돼.”“...”차우미는 할 말을 잃었다.그녀가 싫어하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왜 굳이 가겠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순간 차우미는 나상준의 깊은 눈동자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차우미의 생각을 아예 모르는 듯 대답이 없는 차우미를 향해 말했다.“계속 이러고 있으면 시간이 더 늦어져.”차우미는 입술을 다시며 열려 있는 차 문을 보더니 잠깐 머뭇거리다가 올라탔다.나씨 가문에서 자란 나상준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차동수와 하선주가 나상준을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겠다고 하니 차우미는 포기했다.차우미가 차에 타자 나상준은 문을 닫고 다른 쪽으로 가서 차에 탔다.그들은 순식간에 청강 아파트를 떠났다.청강 아파트와 차동수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멀지 않았기에 십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게다가 지금 시간은 교통이 막히지 않은 시간이고 도
차우미는 걸음을 멈추고 소명진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할머니, 저는 괜찮아요. 상준 씨는 좋은 사람이고 아무 문제가 없어요. 저도 그렇고요. 저희는 그냥 맞지 않을 뿐이에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소명진은 밤하늘을 바라보더니 평소와 같은 단순하고 깨끗하고 부드러운 얼굴이었지만 눈에는 걱정이 많았다.“알았어. 맞지 않으면 다시 찾으면 되지. 우리 손녀가 얼마나 훌륭한데, 꼭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거야.”차우미가 웃으며 소명진을 끌어안더니 소명진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할머니, 저 꼭 행복할 거예요. 저만 믿으세요.”소명진도 웃었다.“그럼, 우리 우미는 꼭 행복할 거야.”차우미와 소명진은 밖에서 너무 오래 머무르지 않고 30분 정도 있다고 신선한 과일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들어서자마자 차우미는 거실의 분위기가 나갈 때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차우미는 나상준과 차은평을 번갈아 보았는데 두 사람은 여전히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지만, 표정은 모두 달라졌다.나상준의 표정은 여전히 기쁨과 분노를 알아볼 수 없었지만 차우미가 예민한 탓인지 그녀는 나상준이 조금 전과 너무 달라진 것 같았다.반면에 차은평은 표정에 명백한 변화가 있었는데 전처럼 웃는 모습이 아니고 근엄하고 위엄이 느껴졌다.차우미와 소명진이 나가자마자 그다지 좋지 않은 대화를 한 모양이다.차우미는 과일을 테이블에 놓으며 말했다.“할아버지, 할머니,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이제 쉬셔야죠. 저희는 이만 갈게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다시 또 뵈러 올게요.”현재의 시간은 노인들에게 있어서 늦은 시간이 확실하다.차운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조금 전의 엄숙한 표정은 차우미 집에 들어오는 순간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다시 인자한 얼굴로 변했다.“우리도 알아. 걱정하지 마. 너도 지금 금방 도착했으니 얼른 집에 가서 쉬어. 너의 부모도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잖아. 그런데 너 몇 달 못 본 사이에 야윈 것 같아.”매년 청주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차우
주변의 공기가 갑자기 응축되면서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것 같았다.차은평은 주전자를 들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조금 전까지 보이던 후배에 대한 사랑은 온데간데없이 엄숙했다.나상준은 허리를 약간 굽혀 주전자를 받으려던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차은평의 진지한 말에 그는 동작을 멈추고 차은평과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네, 사실입니다.”대답을 들은 차은평의 표정은 엄숙하고 모르는 사람을 대하듯 낯설게 변했다.그와 동시에 나상준에게 차를 주려고 들었던 주전자를 거두고 테이블에 올려놓았다.나상준은 차은평의 행동에 놀라지 않고 다시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저와 우미가 이혼하게 된 건 제3자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적으로 제 문제입니다. 하지만 결혼 3년 동안 절대 혼인 생활을 배신하는 일은 하지 않았어요. 저희 사이에 오해가 좀 있어요. 제3자는 저도 생각을 못 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저의 실수입니다.”차은평은 찻주전자를 내려놓고 자기 찻잔을 들고 마셨다.나상준이 담담한 어조로 하는 말을 들으며 차은평은 잠깐 흠칫하고 눈빛이 흔들리더니 계속 차를 마셨다.그 모습은 나상준의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듣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나상준은 조금은 당황한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할아버지, 저는 우미와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보상하려는 것도 죄책감도 아니고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 때문도 아닙니다. 오로지 우미와 이번 생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차은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마시며 눈을 내리깔고 나상준의 말에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말을 마치고 차은평을 바라보면서 무슨 말이라도 하기를 기다렸다.두 사람이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거실은 다시 조용해졌다.차은평은 그렇게 나상준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모르는 듯 고요함을 만끽하며 차를 천천히 마셨다.손에 들고 있던 차를 절반 넘게 마시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차은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화는 조금 풀리고 미소가 살짝 보였다.하지만 그 미소는
청강 아파트는 도시 중심이 아닌 외곽에 자리잡고 있으며 입주한 지 2년밖에 안 되는 아파트인데 그 옆에는 강이 있고 그 맞은편에는 작은 산이 있다.때문에 청산녹수가 한눈에 보이고 경치가 너무 좋아 어르신들이 살기에 매우 적합한 곳인데 차우미의 조부모님들도 바로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그들은 이제 백발노인이 되었지만, 아파트 앞에서 기분 좋게 오가는 차들을 보고 있었다.차가 멈추려 하자 노인들은 누구인지 궁금해서 차 쪽으로 보고 있었고 차 안에 있는 차우미도 밖에 있는 노인들을 바라보았다.차가 멈추자 차우미는 잽싸게 내려서 노인들에게로 다가가서 손을 잡고 말했다.“할머니, 여기까지 나와서 기다리지 않으셔도 되는데...”오늘 밤 차우미가 나상준과 함께 조부모님 뵈러 가는 것을 하선주는 싫어했지만, 그녀는 그래도 하선주와 통화를 마친 후 조부모님께 연락했었다.그리하여 그들이 아파트에 도착하기 전에 차우미는 할머니 소명진의 전화를 받고 도착 예정 시간을 얘기했다.그런데 이렇게 밖에 나와서 그들을 기다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다.소명진은 차우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조금 전까지 산책하다가 마침 네가 올 시간이 되는 것 같아서 기다린 거야.”두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명진은 차에서 내려 차우미 옆에 서 있는 키가 큰 사람을 보았다.나상준이 말했다.“할머니, 안녕하세요.”소명진은 나상준을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우미를 보고 말했다.“들어가자. 할아버지는 기다리다가 먼저 집에 들어갔어.”“네.”차우미는 소명진의 팔짱을 끼고 손을 잡고 계속 문질렀다.소명진은 차우미의 일과 생활에 관해 물었고 차우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하나하나 대답했다.나상준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차우미 옆에서 두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걸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그렇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고 두 분이 사는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띵. 존경하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리 비행기는 15분 후에 안평 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착륙 준비를 위해...”기내에서 항공 승무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차우미는 속눈썹을 움직이다가 멍한 표정으로 눈을 떴는데 기내의 희미한 조명과 윙윙거리는 비행기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제대로 한잠을 잤다.무의식적으로 창밖을 바라보니 안평시의 불빛들이 깜빡였는데 밤하늘의 가득 채운 것이 은하수의 별빛처럼 아름다웠다.차우미는 일어나 앉아서 눈을 비볐다.나상준은 옆에 있는 차우미가 일어나면서 담요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잽싸게 손을 뻗어 담요를 잡아 다시 덮어주었다.차우미는 무언가 느끼고 고개를 숙였는데 관절이 명확한 손이 자기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있었다.“고마워”그리고 직접 담요를 가져다가 덮었다.담요를 정리하고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하품하며 계속해서 창문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도시를 바라보았다.목적지에 가까워지면서 비행기는 점차 하강했는데 익숙한 도시, 고향이 가까워지자,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돌아오게 되어 그녀는 행복했다.나상준은 미소를 짓고 있는 차우미의 옆 모습을 바라보았는데 눈에 빛이 반짝거렸고 또 하품으로 인해 살짝 촉촉했다.눈빛에서 나상준은 차우미가 고향으로 돌아와서 너무 행복해하는 것을 느꼈다.어느덧 시간이 흘러 비행기는 유유히 안평 공항에 순조롭게 착륙했다.기내는 어느새 등이 전부 켜졌고 승무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차우미는 안전벨트를 풀고 가방을 챙겨 일어섰는데 도로 옆에 앉은 나상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의 가방을 들고 먼저 나갔다.차우미는 하는 수 없이 나상준의 뒤를 따라 기내에서 나갔다.두 사람은 여전히 VIP 통로로 아무 막힘없이 일사천리로 몇 분 만에 공항을 나왔다.차는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사는 차우미와 나상준이 나오는 것을 보고 즉시 짐을 받아 트렁크에 넣었다.나상준은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에게 먼저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사양하지 않고 올라가서 안쪽으로 앉
진문숙은 마음이 어찌 조급했는지 가능하다면 올해에 결혼식까지 치르고 싶었다.파티에서 사람들은 서로 잘 아는 사람들과 모여 앉아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며 우아한 음악 선율에 맞춰 각자의 생각과 행복, 그리고 걱정들을 이야기했다....성북동 별장에서.주혜민은 운전해서 별장을 떠난 후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고 큰 도로로 빠르게 달렸다.그날 밤, 그녀는 나상준의 냉정한 눈빛이 너무 두려워서 가까이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고 당황했다.주혜민은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나상준과 가까이할 수 없었다.그래서 고민 끝에 문지영을 만나서 상황을 얘기하려고 했다.비록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문지영과 친해지면 그것 또한 자기에게 유리할 거라고 믿었다.그런데 주혜민이 문지영이 집에 있을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방문했는데 결국 집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가정부의 말에서 문지영이 자신을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왜 나를 안 만나려고 하는 거지?’주혜민은 설마 나상준이 다른 여자를 데리고 문지영을 만났고 또 문지영은 그 사람이 마음에 들었는지 궁금했다.그녀는 문지영의 성격을 잘 아는데 절대 아무에게나 마음을 주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그런데 이제 며칠도 되지 않았는데 문지영이 자기를 만나주지 않는다는 건 그 이유 외 다른 건 없다고 생각했다.이제 문지영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여자가 자신을 이겼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절대 안 돼!’주혜민은 지금 상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상대가 자기보다 조건이 좋든 안 좋든 절대 나상준을 포기할 수 없었다.3년을 기다려서 겨우 기회가 왔는데 다시는 나상준을 다른 여자에게 뺏기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핸들을 꽉 잡고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그러자 기다란 브레이크 소리가 깊은 밤에 울려 퍼졌다.차를 길옆에 주차하고 주혜민은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는데 눈빛에는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그녀는 더 이상 시간
문지영도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편안하고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시선을 돌렸는데 한 번에 몇몇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봤다.거의 모두 만나봤던 사람들인데 그중에 온씨 가문의 진문숙도 있었다.문지영은 친구 사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 특별히 필요가 있을 때만이 그 필요한 사람과 가까워지려 한다. 예를 들어 지금의 서혜란처럼 말이다.예를 들어 온씨 가문의 진문숙과는 거의 왕래가 없었는데 평소에 가끔 만나면 간단하게 웃으면서 인사만 하는 사이였다.서혜란의 말에 문지영은 궁금해서 물었다.“결혼식이라니? 어느 가문에 결혼식이 있을 것 같아?”문지영 나이대의 사람들은 자식들의 나이가 모두 나상준과 비슷했는데 거의 모두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 어느 가문의 자식이 약혼하고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었다.서혜란은 문지영을 보더니 턱으로 진문숙의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가운데 있는 온씨 가문의 며느리 진문숙 씨 알지?”문지영은 진문숙 방향으로 보았는데 거기에는 3~4명이 있었는데 진문숙에 가운데서 제일 기쁘게 웃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무슨 경사가 있는 듯싶었다.문지영이 잠깐 생각하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온씨 가문의 아들은 해외에서 무슨 연구를 하는데 괜찮다고 들었어.”예로부터 사람들은 훌륭한 아이와 나쁜 아이들에 대한 인상이 깊게 남는다.“맞아. 온씨 가문의 아들은 모두가 좋다고 해. 최근에 들었는데 그 아들이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고 해. 성격이 조용하고 가문도 좋으며 진문숙 씨도 보고 엄청 마음에 들었나 봐.”문지영이 그제야 이해했다.그들과 같은 가문에서는 며느리를 볼 때 아들만 좋아한다고 되는 거 아니고 가문 어른들의 동의도 받아야 하는데 만약 어른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했다.그런데 서혜란이 진문숙도 만나보고 만족한다고 하니 아마도 성사될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잘된 일이군.”말은 그렇게 했지만, 문지영은 마음속으로 조금 다급했다.주변의 많은 아이들은 모두 결혼
어떤 일은 당사자가 눈치채기 전에 잘못 말하면 미움을 사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 뒤에 주씨 가문에 일이 발생하고부터 문지영은 서혜란과 가까이 지냈는데 그녀를 통해서 더 많은 아기씨를 요해하고 직접 며느리를 고르고 싶었다.그때 서혜란은 마음속으로 기뻐했고 문지영이 장님은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혜란은 주혜민의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자기가 알고 있는 아가씨들에 대해서만 문지영에게 알려주고 문지영이 직접 만나보고, 조사하고 고려하게 했다.비록 주혜민은 좋아하지 않지만, 서혜란은 나상준을 높이 평가했다.서혜란이 봤을 때 나상준은 능력이 있고 대담하고 용감하며 신중하게 일 처리 하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하지만 결혼은 서로 맞아야 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비록 자기 가문에 나이와 조건이 비슷한 소녀를 나상준에게 소개해 주려고 골라봤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포기했다.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려면 서로 맞아야 한다.서혜란은 모든 일을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본다.때문에 문지영이 며느리를 찾는 문제에서 그녀는 특별히 신경을 써서 모두 나상준과 잘 어울릴만한 아가씨들만 문지영에게 말했다.이제 남은 건 나상준의 마음에 달렸는데 그는 아무나 쉽게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문지영이 주혜민을 얘기하는 것을 듣더니 서혜란은 곧바로 문지영이 이제 주혜민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주혜민은 정말로 며느리로 적합하지 않았기에 서혜란도 그냥 준다고 해도 거부할 것이다.“그 아이가 상준이를 많이 좋아하나 봐요.”서혜란은 여전히 주혜민에 대한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주혜민과 나상준에 대한 소문은 서혜란도 들었지만 믿지 않았다.나씨 가문의 나상준이 만약 정말로 주혜민을 좋아한다면 절대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주혜민이 어떤 사람인지 나상준이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때문에 나상준이 주혜민을 선택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