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산 그린 온천 리조트는 YS그룹이 몇 년 동안 만든 휴양지로 곧 개업 예정이었다. 이 사실은 운산 전체가 아는 것으로 임초연도 개업하는 날을 기다렸다. 틀림없이 여준재도 리조트에 갈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그때, 심해영을 찾아가 리조트에 갈 수 있는 기회를 엿본 후, 그와 리조트에서 만나 서로를 깊이 알 수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가 이렇게 일찍 리조트에 갈 줄은 몰랐다. 심지어 고다정을 데리고 가다니!“왜 하필 그 여자를 데리고 간 거지? 왜?!”임초연은 휴대폰을 든 채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설마 여준재가 다른 남자의 아이를 낳은 여자에게 반한 건 아니겠지? 그래서 나를 이렇게 무시하는 건가?”설마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어떻게든 그 여자의 접근을 막을 방법을 찾아야 해!’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엄마에게 갔다. “엄마, 자요?”방문 앞에 서서 문을 두드렸다.곧 안에서 신해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들어와. 아직 안 자.”그 말에 임초연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녀는 혼자 침대에 앉아 있었다. “시간이 많이 늦었는데 아빠는 아직 안 오셨어요?”“응, 접대가 있다고 하던데, 좀 더 있어야 올 거야.”신해선은 대충 얼버무렸다. “그런데 무슨 일이야?”그녀는 숨기지 않고 솔직히 말했다. “엄마, 내일 해영 이모에게 지명산 그린 온천 리조트의 개업 VIP초대권을 한 장 받아다 주면 안 돼요?”“알았어, 바로 약속을 잡을게.”신해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그것으로 딸이 무엇을 할 건지는 묻지 않았다.틀림없이 여준재 때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다음 날 오후, 우아한 카페 안.신해선과 심해영은 테이블에 마주 앉아 커피를 마셨다. 한창 이야기를 나누다가 신해선이 오늘 만나자고 한 이유를 설명했다. “부탁할 일이 하나 있어요.”“무슨 일인데 이렇게 예의를 차리죠?”심해영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신해선이 쑥스러운 듯 말했다. “우리
심해영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그 의사는 왜 같이 있어?”그녀는 속으로 중얼거렸다.‘우리 아들이 고 선생과 너무 가까운 것 아닐까?’생각할수록 이상했다. 어쩐지 오늘 신해선이 VIP초대권을 달라고 했던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구나!아마도 임씨 집안은 이미 이 일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심해영은 임초연의 속셈을 알 것 같았다. 물론 그녀는 임초연이 계획적이고 이익을 따지는 여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순진한 건 좋지 않았다. 무엇보다 지금 심해영에게 더 중요한 것은 자기 아들이 그 개인 의사와 너무 가까워진 것 같다는 것이다. “아들, 엄마한테 솔직히 말해봐, 너 고 선생님이랑 도대체 어떤 사이야?”준재는 그녀의 질문에 덤덤하게 대답했다. [고 선생님이 온천에 몸을 담그는 것이 내 몸에 좋다고 했어요. 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고 선생님도 함께 오는 게 생각했고요.]하지만, 그녀는 아들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이유는 상관없어. 하지만 네 마음만음 분명히 해야 해. 고 선생은 네 개인 의사일 뿐이야. 절대 선을 넘어선 안 돼.”그는 그녀의 말에 불쾌한 기분이 들어 눈살을 찌푸렸다. [엄마, 저도 잘 알고 있으니 여러 번 강조하실 필요 없어요.]그녀도 아들이 기분이 나쁘다는 것을 알고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 이제 그만 할게. 참, 몸은 어때?”그녀는 얼른 화제를 돌려 물었다. 하지만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아들이 알아서 잘 하겠다고 했지만, 세상에는 순수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았다. 아무래도 나중에 기회를 봐서 고 선생을 만나봐야 할 거 같았다. 다정은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그녀는 다리를 다쳐서 이곳에 하루 더 머물게 되었지만 아무데도 갈 수가 없었다.두 아이도 함께 방에 남아 텔레비전을 봤다. 사실, 아이들은 나가서 놀고 싶지만 엄마 혼자 둘 수가 없어 꾹 참고 있는 중이었다. 다정이 이를 모를 리가 없었다. 그
여준재는 쌍둥이를 데리고 근처 놀이공원으로 갔다. 아이를 동반한 손님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 리조트 내에 미니 놀이공원을 설계했다.비록 미니 놀이공원이라지만 있을 건 다 있었고 최신 놀이기구들도 갖추고 있었다.아이들은 신나게 날아다녔다.물론 그들은 준재를 잊지 않고 수시로 밖에서 기다리던 준재와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아저씨, 여기 보세요.”하윤은 놀이기구를 탄 상태로 준재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하준이도 모처럼 또래 아이들처럼 행동했다.아이들의 환한 미소를 본 준재는 휴대폰을 꺼내 그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약 2시간 정도 놀고 나서야 그들은 흥이 가시지 않은 채로 호텔로 돌아갔다. 하윤은 준재의 손을 잡고 환한 미소를 잃지 않으며 말했다.“아저씨, 여기는 정말 재밌는 것 같아요. 너무 좋아요! 오빠, 오빠도 재밌었지?”“재밌었어, 나중에 기회가 되면 엄마랑 다시 오자.”하준은 눈을 반짝이며 하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아이들이 이렇게 좋아할 줄 몰랐던 준재는 괜스레 뿌듯해져 웃고 있었다.호텔에 돌아온 그는 호텔 매니저를 불렀다.“여 대표님, 따로 필요하신 게 있으십니까?”호텔 매니저는 서둘러 달려와 정중히 물었다.준재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가서 VIP 멤버십 카드 두 장을 준비해 주시고 이 아이들의 이름을 등록해서 아이들이 평생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하세요.”호텔 매니저는 의아한 눈으로 아이들을 바라보았다.곧이어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즉시 VIP 멤버십 카드 2장을 등록해 아이들에게 각각 건네주었다.“하준 도련님, 하윤 아가씨, 이건 여러분들의 멤버십 카드입니다. 이 카드를 들고 오시면 평생 무료로 사용하실 수 있어요.”하준과 하윤은 어찌할 바를 몰라 준재를 바라볼 뿐이었다.준재는 그들이 망설이는 걸 보며 직감적으로 고다정이 남이 주는 건 함부로 받으면 안 된다는 것을 가르쳐줬다는 걸 깨달았고, 동시에 아이들의 심성에 한 번 더 놀랐다.보통 아이들 같은 경우, 공짜라는 말을 들으면 너나 할 것 없이
저녁 늦은 시간, 구남준이 여성 직원을 데려와 고다정을 도와 짐을 싼지 채 30분이 지나지 않아 정리를 마친 그들은 리조트를 떠났다. ……강말숙은 자신의 외손녀가 여준재에게 부축을 받으며 들어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니?”“괜찮아요, 제 부주의로 살짝 접질렸을 뿐이에요.”다정은 걱정하는 외할머니의 손을 잡으며 대략적으로 설명했고 이를 들은 강말숙은 마음이 아팠다.“조심 좀 하지 그랬어…….”그녀는 속상한 마음에 미간을 찌푸리며 다정을 바라봤지만, 준재를 향한 감사 인사는 잊지 않았다.“여 대표님, 이렇게 집까지 데려다주시고……, 오늘 정말 감사했어요.”“괜찮아요, 별일 아닙니다.”준재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 후, 다정에게 말했다.“고 선생님, 앞으로 이틀 정도는 집에서 쉬세요. 얼른 낫길 바랄게요.”다정은 고개를 끄덕였다.그 후, 준재는 아이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났다.아이들은 아쉬운 마음에 그를 문 앞까지 데려다주었고, 그가 더 이상 눈앞에 보이지 않아도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에 엘리베이터를 쳐다보고 있었다.강말숙은 그들의 행동이 웃기기만 할 뿐이었다.“하준아, 하윤아, 얼른 문 닫고 들어와. 외증조할머니가 너희들한테 물어보고 싶은 말이 있으시대.”아이들은 그녀의 말에 순순히 문을 닫고 돌아서 재빨리 달려왔다.“외증조할머니, 무슨 일이세요?”하준과 하윤은 그녀를 껴안고 어리광을 피우며 물었다.강말숙은 아이들을 껴안은 뒤, 세 가족의 여행에 대해 물었다.“가서 뭐 하고 놀았어?”“저희는 단풍이 엄청 많은 숲이랑 호수도 갔어요.”“아저씨는 엄마랑 저희를 데리고 온천도 가주시고 오늘은 저희를 데리고 놀이공원에 가주셨어요.”아이들은 그들의 소중한 기억의 조각들을 맞추어 할머니에게 말했다.강말숙은 관심을 가지고 듣는 내내 미소를 지었다.“정말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왔구나, 너희가 행복했으면 됐어.”그렇게 말하면서도 그녀의 눈엔 걱정이 앞섰다.그것을 눈치채지 못한 다정은 옆에 앉아 외할머니와
고다정은 이틀 동안 상처를 치료했더니, 마침내 발목의 부기는 가라앉았다.회복한 후, 그녀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산 중턱에 있는 병원에 가서 약재를 돌보는 일이었다.며칠 동안 돌보지 않았기에 약재에 대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하지만 미리 손을 써 둔 여준재 덕분에 약재는 잘 자라고 있었다.푸릇푸릇한 약재를 바라보며 다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미소를 지었다. 옆에 있던 집사는 형식적인 미소를 장착한 뒤, 조심히 물었다.“고 선생님, 약재들에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문제없어요, 잘 보살펴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온 마음을 다해 다정은 감사를 전했다.뒤이어 그녀는 옆에 있는 공구실로 가서 작업에 필요한 몇 가지 도구를 가져올 생각이었다.그녀의 행동을 본 집사는 황급히 다가가 그녀를 막아섰다.“고 선생님, 필요한 게 있으시면 저에게 말씀해 주세요.”“일부 약재의 싹을 정리할 생각인데 이건 이 집사님이 하시기에 많이 어려울 거예요.”다정은 말과 함께 약밭으로 걸어갔다.일부 약재에서 자란 새싹은 아무런 약효가 없어 사전에 처리하여 더 나은 약효를 유지해야 한다.하지만 집사는 다정의 모습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그는 다시 다정의 앞을 막으며 미소를 짓고 말했다.“고 선생님, 이 정도 일은 저희에게 시키셔도 됩니다. 저희 도련님께서도 말씀하셨습니다. 약밭에 손을 대는 일은 저희가 하고, 고 선생님은 옆에서 지휘만 해주시면 됩니다.”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다른 노동자들의 소리가 울려 퍼졌다.“맞아요, 고 선생님, 근처에서 쉬고 계세요. 약재를 어떻게 정리할지 알려주시면 반드시 만족하실 수 있도록 처리하겠습니다.”“고 선생님께서는 저희 고집을 꺾기 어려우실 겁니다.”이 말을 들은 다정은 어쩔 수 없이 꼬리를 내리고 약재 처리 방법을 자세히 설명했다.방법을 익힌 노동자들을 본 다정은 약밭에서 물러나 집에서 가져온 약재를 정리하고 있었다.햇빛 아래, 정원은 분주하고 분위기는 산뜻했다.하지만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았고
여준재는 고다정의 말을 듣자마자 깜짝 놀랐다.그의 동공이 흔들렸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조심히 입을 열었다. “외람된 말씀이지만, 그 사람을 왜 찾으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그게…….”다정은 잠시 머뭇거렸고, 고민 끝에 말하기로 결정했다.‘여 대표님의 능력이라면 몇 년 전의 일도 해결할 수 있을 거야.’“여 대표님도 이제 아시겠지만, 전 이 사람을 꼭 찾아야 해요. 5년 전, 저는 그 사람과 일어나선 안 될 일이 일어났고 하준이와 하윤이를 가졌어요. 이젠 아이들이 아빠의 존재가 필요한 나이가 되어 아이들의 친아빠를 찾아주고 싶어요.”“아이들의 친아빠라뇨, 방금 말씀하신 게 사실이에요!?”준재는 혼이 나간 상태로 얼굴이 일그러졌다.“여 대표님, 왜 그러세요?”그녀의 의아한 표정을 본 준재는 재빨리 정신을 차렸다.“아무것도 아니에요.”말은 이렇게 했지만, 그의 마음에는 폭풍우가 휘몰아치고 있었다.카이루 호텔은 유일한 YS그룹 소유의 7성급 호텔이다.그리고 호텔의 2806호 스위트 룸은 그의 전용 객실이었으며, 평상시에는 그만 해당 객실을 사용했다.다정이 언급한 날짜도 그는 분명히 기억했다.5년 전, 준재는 누군가가 꾸민 일로 인해 약을 먹었다.그의 인생에서 유일하게 누군가의 덫에 걸린 날이라고 할 수 있다.그는 그날의 일을 절대 잊을 수 없었다.그 당시 그는 불안정한 상태였고 여자와 함께 있는 것이 단지 꿈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다정의 말을 들은 준재는 더 이상 이성을 찾을 수 없었다.‘설마 그 밤의 꿈은 꿈이 아니었단 말이야?’준재는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그는 그 당시, 다음 날 잠에서 깨어났을 때, 침대에 피가 묻어 있었다는 걸 기억했다.당시 그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구남준에게 물어보기도 했다.……“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왜 내 방에 여자가 있었던 거지?”“무슨 여자 말씀하십니까?”그의 질문을 들은 남준은 혼란스러워하며 여자가 없었다고 황급히 설명했었다.준재는 그의 말에 눈살을 찌푸
도착했을 땐, 이미 소식을 전달받은 호텔 매니저와 직원들이 입구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여준재가 차에서 내리자 그들은 곧바로 맞이했다.“반갑습니다, 대표님. 무슨 일입니까?”“저희 호텔은 CCTV 기록을 보관하고 있는 걸로 기억합니다. 5년 전 7월 24일, 2806호 층수의 CCTV 기록을 찾아보세요.”준재는 단도직입적으로 분부를 내렸다.갑작스러운 말에 호텔 매니저는 의아했지만 겉으로 티를 내지 않은 채, 직원들에게 찾아오라며 지시를 내렸다.아무래도 오랜 세월이 흐른 탓에 다소 시간이 걸렸다.구남준은 대표님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약간 어리둥절했고 그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물었다.“대표님, 갑자기 그날의 CCTV는 왜 확인하시는 겁니까? 무슨 문제라도 생겼습니까?”“5년 전, 이 호텔에서 일어난 일을 아직도 기억해?”준재는 진지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는 입을 열었다.남준은 잠시 생각한 후, 대표님 말의 뜻을 알아차렸다.그의 대표가 절대 잊을 수 없는 일, 그 일은 그날 밤에 일어난 계략에 걸려든 사건이었고, 명백한 사실이었다.준재는 침착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 나갔다.“난 여태껏 꿈이라고만 생각한 그날 밤에 이곳에서 어떤 여성과 잔 것 같아. 오늘 고 선생님이 아이들의 친아빠를 찾아달라고 부탁했는데, 그녀가 말한 방이 바로 그 방이야.”그 순간, 그는 잠시 망설이다 무겁게 입을 열었다.“이 방, 나만 사용했어.”“그럼, 고 선생님이 그날 밤 그 여자라는 말입니까?”남준은 충격을 받아 눈을 동그랗게 떴다.준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의 얼굴에 나타난 뜻은 분명했다.침묵하는 준재를 바라보며 남준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러웠다.문득 한 가지 일이 생각난 그는 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말했다.“만약 그런 거라면 몇 년 전 고 선생님의 명예가 훼손됐던 기간과 딱 맞아떨어집니다. 분명 7월 24일 다음 날이었어요…….”상황이 여기까지 닿자, 남준은 소름 돋는 사실이 생각나서 더듬거리며 그의 대표를 바라보았다.‘만
여준재는 구남준의 말이 일리 있다고 생각했다. 준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즉시 지시를 내렸다.“고 선생님 집으로 가자.” 남준은 그의 지시에 따라 호텔을 나섰고 곧이어 두 사람은 고다정의 동네에 도착했다.다정은 문 앞에 서 있는 두 사람을 보고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없었다.“여 대표님, 구 비서님, 왜 또 오셨어요?”남준은 다정을 바라보며 코를 긁적이다 이내 자신의 대표님을 바라보았다.다정은 그의 눈을 따라 준재를 바라보았다.준재는 침착함을 유지한 채로 거짓말을 했다.“제가 몸이 좀 안 좋아서 찾아왔어요, 들어가도 됩니까?”“네, 들어오세요.”준재는 다정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집으로 들어섰다.다정은 혼란스러운 채 그의 뒷모습을 바라봤다.‘이상하네, 며칠 전에 맥을 짚어봤을 땐 별다른 이상이 없었는데.’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다정은 준재의 맥을 다시 짚었다.“여 대표님, 어디가 불편하세요?”그녀의 진지한 모습에 준재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그럼에도 그는 정말 아픈 것처럼 핑계를 댔다.“머리가 좀 어지럽고, 무기력해요.”“어지럽고 무기력하다고요?”다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나지막이 그의 말을 읊었고 이내 그의 맥박을 보며 입을 열었다.“너무 피곤하셔서 그런 것 같아요. 제가 쉬어가면서 일하라고 했잖아요. 최근에 너무 무리하신 거 아니에요?”준재는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히 요즘 일이 많아요.”그의 말에 다정은 손을 거두고 한숨을 쉬었다.“여 대표님, 전 여 대표님의 개인 의사예요, 제 말에 따라주세요. 대표님은 일을 줄이셔야 해요, 이미 몸이 지칠 대로 지친 상황이라고요!”그녀는 화를 참지 못하고 말을 꺼냈다.의사로서 가장 용납할 수 없는 것은 환자가 자기 몸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것이다.준재는 다정의 말을 고분고분 들었다.오히려 남준은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면 볼수록 이상했다.준재는 주도적으로 말을 꺼냈다.“고 선생님, 여기서 좀 쉬었다 가도 될까요? 하준이 침대도 괜찮아요.”“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