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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6화 회사에 일이 생기다

전화기 너머 육성준은 몇 초 동안 침묵했다.

고다정이 자신을 거절하는 거라는 걸 알았지만 여기서 포기할 그가 아니었다.

처음 고국을 떠나 먼 곳으로 떠났을 때 육성준은 희망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시간이 지나면 마음이 사라질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 와서 다시 도전할 기회가 생긴 이상 가능성이 희박하더라도 쉽게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 마음이 무척 괴롭다는 거 알아. 당분간은 다른 사람과 새로운 만남을 시작하는 걸 받아들일 수 없겠지. 그렇다 해도 난 상관없어. 네 곁에서 함께 이 힘든 나날을 이겨낼게. 다만 생각 정리되면 그땐 나를 가장 먼저 생각해 줬으면 좋겠어...”

전화기 속 육성준은 진심을 담아 얘기했고, 고다정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녀는 생각 끝에 육성준이 더 이상 오해하지 않도록 진실을 알려주기로 결심했다.

“그게, 사실 나랑...”

“됐어, 말하지 마. 내 마음은 정해져 있어. 지금 네가 날 거절해도 난 받아들이지 않을 거고, 내가 여준재보다 낫다는 걸 행동으로 증명할 거야.”

고다정의 거절이 두려워진 육성준은 그녀의 말을 가로채고는 전화를 끊었다.

고다정은 무기력함과 고통이 뒤섞인 표정으로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언젠가 꼭 시간을 내 육성준에게 이 일에 대해 제대로 알려줘야겠다.

눈 깜짝할 사이에 또 한 주가 지나갔고, 강말숙이 충격을 받을까 봐 고다정과 여준재는 일단은 헤어진 사실을 숨기고 있었다.

하지만 종이로 불을 감쌀 수는 없는 법.

특히 그동안 여준재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결국 이날 강말숙이 참지 못하고 이렇게 물었다.

“다정아, 준재는 요즘 바쁘니?”

그 말에 고다정과 강말숙 곁에 있던 두 어린아이 모두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두 아이는 서로를 쳐다봤고, 하윤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하준이가 손을 뻗어 덥석 잡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윤이는 불만을 품은 듯 입을 삐죽거리면서도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강말숙은 아이들의 이런 행동을 전부 눈여겨보고 있었고, 조용히 고다정을 바라보며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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