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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9 화

세 사람은 깜짝 놀라 어리둥절해졌다. 허원철 어르신은 자신이 잘못 들은 건 아닌지 귀를 의심했다.

“승우 씨, 술을 마셔도 상관없다는 건가요?”

연승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루 세 끼는 거르지 말고 꼭 마셔야 해요. 한 잔도 모자라서는 안 됩니다.”

허은지는 갑자기 초조해졌다.

“연승우 씨, 제대로 된 처방 맞아요? 우리 할아버지의 체질이라면 술 한 잔도 해서는 안 된다고 들었는데... 도대체 뭘 하려는 거예요?”

“제가 내린 처방을 못 믿으시겠다면 안 마셔도 됩니다.”

“믿습니다!”

허원철 어르신이 잔을 들고 단숨에 들이켰고 허은지는 말릴 틈도 없었다. 허은지는 눈이 멀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할아버지! 연승우 씨! 미쳤어요? 지금까지 봐온 모든 의사가 하나같이 술은 한 방울도 안 된다고 권했는데, 그걸 잊었어요? 빨리 응급실에 전화하고 병원으로 이송해서 위세척해야 해요!”

허은지가 막 휴대전화를 꺼내 응급실에 전화를 걸려고 할 때, 허원철이 갑자기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편안하군요! 이렇게 편안한 느낌은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네요.”

“승우 씨, 정말 신의가 따로 없어요!”

허원철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자, 허은지는 깜짝 놀랐다.

“할아버지, 괜찮으세요?”

“정신이 맑고 홀가분해. 예전에는 늘 등에 사람을 업은 것 같이 무겁고 힘들었는데, 그 압박감이 온데간데없어지고 너무 홀가분하구나. 다시 10년 전 그때로 돌아간 것 같아, 10살은 젊어졌어. 이젠 단숨에 6층까지 올라가도 괜찮을 것 같아!”

유한민은 호탕하게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승우 씨, 정말 의술이 대단해요.”

‘그럴 리가!’

허은지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듯, 의아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만병통치약이라고 해도 이렇게 빨리 효과를 볼 리 없잖아요. 참, 생각났어요...”

허은지는 머리를 툭툭 치며 주머니에서 허원철이 복용하고 있는 약을 꺼냈다.

“할아버지, 아침에 드신 이 약이 효과가 있는 게 틀림없어요. 술을 마셔서 나아진 게 아닐 거예요.”

“쓸데없는 소리, 이 약주의 효능을 내가 느꼈다니까?”

“할아버지, 그건 심리적인 작용일 거예요. 착각이란 말입니다! 이 약은 국약 센터의 정 교수가 십여 명의 명의와 연합하여 할아버지를 위해 특별히 개발한 것입니다. 오늘 아침에 하나 복용하지 않았습니까? 10여 명의 전문가들이 몇 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만든 제품이 술 한 잔보다 효과가 없겠어요?”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아 줄게요. 술은 약용일 뿐이야, 진짜 유효성분은 작은 도자기 병에 든 가루약입니다. 그리고 지금 손에 들고 있는 약은 마시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마실수록 오히려 독이 될 겁니다.”

“그만해요! 연승우 씨, 다른 사람을 얕잡아 말하면 당신 위상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럴수록 더 미움만 받을 뿐입니다.”

허원철이 듣다못해 호통쳤다.

“은지야, 너 제발 그만해, 할아버지 생명의 은인에게 예의를 차려!”

“승우 씨, 그 약을 저에게 팔 수 있으십니까?”

연승우는 작은 도자기 병을 허원철에게 건네주었다.

“어르신, 그동안 대성에 많은 공을 세웠으니, 이 약은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회복된 후에도 계속해서 대성을 지켜주시길 바랄 뿐입니다.”

“하하, 정말 보기 드물게 고마운 청년이네요!”

허원철은 작은 도자기 병을 건네받고는 보배처럼 간직했다. 반면, 허은지는 여전히 연승우를 믿지 않는다.

“연승우 씨, 우리 할아버지가 도대체 무슨 병에 걸렸는지 어디 한번 말해봐요. 도자기 병에 든 약 성분도 말해줄 수 있나요?”

연승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으로선 당신들을 놀라게 하고 또 허원철 어르신께서 심리적 부담을 느끼면 약효에 영향을 줄 수 있기에 말해줄 수 없습니다. 하지만 3일 후, 허원철 어르신께서 완쾌되시면 말씀드리겠습니다.”

“흥, 허튼소리하고 있네! 내가 보기에 당신은 분명히 아무것도 모르는 돌팔이일 거야.”

“은지야!”

허원철이 두 눈을 부릅뜨자, 허은지도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

“승우 씨, 이리 와서 앉아요. 우리 얘기 좀 합시다.”

허원철은 자리에서 일어나 귀빈 좌석을 연승우에게 양보하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3일 후 대성을 대표하여 진북왕을 접견하게 되었습니다. 승우 씨를 초대하고 싶은데, 혹시 오실 의향이 있으십니까?”

연승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죄송합니다, 어르신의 초대에 응할 수가 없네요...”

그날은 진북왕으로서 연회에 가야 하므로 연승우는 초대에 응할 수 없었다.

허원철 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진북왕 그 외국 놈이 어찌 승우 신의님을 모실 자격이 있겠습니까?”

연승우는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이 늙은이가 감히 누구보고 외국 놈이래?’

한편, 양태하는 최고급 와인 두 병을 들고 안혜윤 등 사람들을 데리고 룸 앞에서 머뭇거렸다.

들어가기 전, 양태하는 여러 차례 당부했다.

“이따가 들어가서는 말조심하고 행동도 조심해야 해요. 안에 있는 사람 중 아무나 한 명 잘못 건드렸다가는 그 사람의 말 한마디에 우리는 천성에서 더는 못 살게 될 수 있어요.”

“물론이죠.”

VIP룸 입구에서 양태하는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 그러자 안에서 허원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세요?”

“허 어르신, 안녕하세요. 호텔 총지배인 양태하입니다. 아버님께서 어르신께 술 두 병을 올리라고 하셔서 찾아왔습니다. 이 기회를 빌려 오랫동안 어르신을 숭배해 온 제 친구를 소개해 드리고 싶어서요. 좋은 날 술 한 잔을 권하고 싶어 하는데, 어르신께서 불편하시지 않을지 모르겠네요.”

허원철 어르신은 기분이 좋던 참에 흐뭇하게 웃으며 승낙했다.

“그래요, 들어와요.”

양태하 등 사람들은 문을 밀고 들어와 깍듯이 인사했다.

“허 어르신, 안녕하세요. 유 청장님, 안녕하세요. 어...”

이어서 그들은 중간에 떡하니 앉아 있는 연승우를 발견하고 벼락이라도 맞은 듯 몸을 벌벌 떨었다.

‘연승우가 어찌하여 VIP룸에 있고 귀빈 좌석에 떡하니 앉아 있는 거지? 유한민 청장과 허원철이 연승우를 모시기 위해 자리를 마련한 건가? 연승우같이 집에서 빈둥대기만 했던 백수가 어찌 두 명의 거물급 인사들과 안면을 텄을까! 그가 바로 두 사람이 연회에 초대하려는 거물급 인사란 말인가?’

그들은 뇌가 정지되는 것 같았다. 방금 호텔 로비에서 유한민 청장과 허원철 어르신께 연승우를 고발하려 작당했던 것을 떠올리며 얼굴이 빨개졌다. 그들이 가만히 서 있는 것을 보던 허원철이 약간 불쾌해진 듯 물었다.

“다들 멍하니 서서 뭐 해요?”

양태하는 정신을 차리고 급히 다가가 그들에게 술을 권했다.

“허원철 어르신, 저희 호텔에 와주셔서 영광입니다. 아버지를 대신해서 한 잔 올리겠습니다...”

허원철 어르신은 언짢은 듯 말했다.

“누구한테 먼저 술을 권하는 거예요? 이런 기본적인 매너도 모르고 호텔은 어떻게 차렸어요?”

유한민도 말했다.

“승우 씨는 우리의 귀한 손님이니, 먼저 승우 씨 술잔을 채워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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