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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23 화

작가: 닥훈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3-12-26 13:06:20
“이 자식, 오늘이 네 제삿날이니 미리 유언이나 남겨!”

서준표 손에서 번쩍이는 칼은 주위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이 긴박한 순간에 사무실 문 앞에서 큰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오늘 주성 그룹이 떠들썩하네요. 내가 제대로 날 잡아서 왔네요.”

사무실의 모든 사람은 즉시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문 앞에 들어온 사람이 누군지 알아본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잠자코 있었다.

서준표도 연승우에 대한 화를 가라앉히고 칼을 거두었다.

문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은 사해 상회 직원들이고 제일 앞에는 부회장 성남길이 서 있었다.

사해 상회는 중성에서 가장 큰 조직이다.

물론 상회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조폭 조직이나 다름없다.

그들은 성주 시내의 유흥업소, 경호업체, 철거업체 등 모든 회색지대의 산업을 장악하고 있다.

이들 산업의 종사자는 모두 사해 상회의 조직폭력배로 그 인원수만 수 만 명이 넘는다.

이 사람들은 무서운 게 전혀 없이 일하는데 행동이 거칠고 악랄하며 사람을 죽이는 것이 일상이었다. 저승사자도 두렵워 하지 않았다.

성주시에서는 아무도 감히 이 미치광이들을 건드리지 못했다.

염라대왕보다 잡귀들이 오히려 상대하기 어렵다 하지 않았던가!

주가인은 마음을 가다듬으며 웃는 얼굴로 말했다.

“성 부회장님이 무슨 일로 이 누추한 곳까지 걸음 하셨나요? 마중 나가지 못해 죄송합니다.”

“어서 성 부회장님을 접대실로 모셔요.”

“됐어요.”

성남길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저는 주 대표에게 선물을 주러 왔어요.”

“선물이요?”

주가인은 성남길이 머릿속에서 무슨 생각을 굴리고 있는지 몰라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까지 사해 상회는 여러 곳에서 이런저런 말도 안 되는 구실로 돈을 갈취해 왔다.

그런 그들이 다른 사람에게 선물을 줄 만큼 대범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성남길이 부하들에게 한 번 눈짓하자 그중에 한 사람이 바로 주가인 앞으로 초청장을 건넸다.

주가인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성 부회장님. 이것은…”

“오늘 밤 진북왕이 성주시에 오시는데 주 대표가 성대한 만찬을 준비해 진북왕을 맞이할 거라 들었어요.”

“마침 제 대당 술집이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주 대표가 저희 대당에서 연회를 열었으면 해서요. 진북왕에 대한 저의 존경과 경모의 표시이기도 하죠.”

“이것은 저의 사해 상회의 호의이니 주 대표가 거절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주가인은 마음속으로 성남길이 비열하고 파렴치하다고 수도 없이 되뇌었다.

진북왕 환영회라는 여섯 글자만으로도 많은 사람의 눈길을 끌 것이다.

환영회를 여는 곳은 아마 역사에 기재될 만큼 큰 명소가 될 것이다.

이 광고 효과는 돈을 아무리 많이 들여도 살 수 없다.

그러나 성남길은 진북왕 환영회의 효과를 공짜로 누리려 한다. 이런 상황에 주가인이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주가인은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

“성 부회장님, 죄송합니다. 환영회는 이미 저희 주성 그룹 홀에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부탁하신 일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 말에 성남길은 인상을 찌푸렸고 기분이 언짢아 보였다.

“주 대표, 저에게 이 정도의 체면도 안 주나요?”

주가인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부 회장님, 연회 장소를 이미 진북왕에게 알린 상황이라 시간이 거의 다 되어가는데 갑자기 임의로 바꾸는 것은 진북왕에 대한 무례입니다.”

그러자 성남길은 한숨을 한 번 내쉬더니 입을 열었다.

“주 대표가 나에게 큰 문제를 내주네요.”

“아니면 우리가 늘 하던 대로 해결합시다. 주먹으로 말이죠.”

“주 대표와 우리 쪽에서 각각 한 명씩 나와 한번 겨뤄보죠. 그리고 이긴 사람이 선택한 장소에서 연회를 여는 게 어때요?”

“블랙, 네가 나가.”

말이 끝나자마자 성남길이 있던 한 무리에서 피부가 까만 건장한 남자가 나타났다. 얼굴은 살벌했고 화를 내지 않아도 충분히 위엄 있어 보였다.

주가인이 막 거절하려고 할 때, 성남길이 먼저 입을 열었다.

“다들 뒤로 좀 물러나 줘요. 부주의로 무고한 사람이 다치면 안 되니까요.”

성남길의 부하들은 즉시 쇠파이프, 스패너, 망치 등 각종 무기들을 꺼냈다.

그들은 사무실 사람을 변두리로 몰아 사무실 중간에 큰 원형을 만들었다.

주가인은 절망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성남길은 오늘 확실히 만단의 준비를 하고 주성 그룹을 쑥대밭으로 만들기 위해 온 것이었다. 이곳을 아예 망쳐버리면 저녁 연회 장소를 바꿀 수밖에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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