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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22 화

작가: 닥훈
서준표는 득의양양한 얼굴로 말했다.

“왜? 너도 마음에 안 들면 때려.”

“우리 중에 누가 주먹이 센지 한번 겨뤄보자고.”

“그래, 어디 한번 겨뤄봐.”

연승우는 외투를 벗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게 소원이라면 얼마든지.”

두 사람은 서로를 노려보며 눈에 쌍심지를 켜고 있었다.

“그만!”

결정적인 순간에 주가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성큼성큼 걸어와서 물에 빠진 생쥐 꼴을 하고 있는 연승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무슨 일이에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서준표는 피식 웃더니 입을 열었다.

“새로 온 이 친구가 실수로 아침 식사를 엎질러서, 내가 이 친구를 도와 닦아주려는 거예요.”

주가인은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조심하세요.”

연승우는 아무 말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주가인은 서준표가 일부러 트집 잡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하고 그냥 넘어가려 했다.

일개 회사 대표가 어떻게 자기 직원을 무서워할 수 있단 말인가?

‘그래, 알겠어. 어찌 되었든 월급은 당신이 주는 거니까 오늘은 회사 대표를 대신해 직원들을 잘 훈육해야겠군! ’

이렇게 생각한 연승우는 바로 일어서서 서준표의 뺨을 때렸다.

찰싹!

찰진 뺨 소리가 사무실 안에 울려 퍼졌다.

웅성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주가인과 주위 사람들은 깜짝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눈 앞에 펼쳐진 상황이 도저히 실제라고 믿을 수 없었다.

연승우가 사람들 앞에서 서준표를 때리다니!

큰일 났다. 이제 서준표는 절대 연승우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주가인도 어떻게 손을 쓸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서준표가 마음만 먹으면 주성 그룹 전체를 망하게 할 수도 있다.

서준표는 한 손으로 빨갛게 된 뺨을 부여잡으며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말했다.

“네가 감히 나를 때려? 감히 나를 때린다고?”

그러자 연승우가 대답했다.

“어른들의 매는 다 네가 잘되라고 때리는 거야.”

“유치원생들도 거짓말하면 안 된다는 것은 알고 있어. 입만 열면 거짓말부터 하는 버릇은 지금부터 고쳐야 해, 알겠니?”

서준표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죽을래?”

“개자식, 오늘 꼭 너를 죽이고 말겠어!”

이렇게 말한 서준표는 연승우를 때리려고 했다.

“그만 해요.”

주가인이 큰소리로 외쳤다.

“여기는 회사이지 격투기를 하는 링 위가 아니에요. 싸우는 곳이 아니란 말이에요.”

서준표는 반쯤 위협적인 어조로 말했다.

“주 대표, 방금 봤잖아요, 저보고 이걸 참으라고요? 그렇게 못해요.”

“차라리 지금 당장 저를 해고하세요.”

주가인은 절대 서준표를 해고하지 못한다.

서준표의 말에 주가인은 다시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준표 씨는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하고 싶은 거예요? 회사 내에서 폭력만 쓰지 않으면 돼요.”

서준표는 잠깐 사색에 잠기는 듯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이 인간더러 나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라 하세요. 그리고 뺨을 열 대 때리는 거로 해요.”

주가인은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

“준표 씨, 내 체면도 있으니 무릎 꿇고 사과하는 것은 없는 거로 해요. 그냥 사과하고 뺨 한 대 때리는 거로 해요.”

서준표는 썩 내키지 않는 얼굴로 말했다.

“주 대표가 그렇게 얘기하니 회사 대표 체면은 세워드려야죠.”

주가인은 그제야 한시름 놓는 듯했다.

그녀는 옆에 있는 연승우를 보며 말했다.

“연승우 씨, 빨리 내 말대로 하세요.”

“그래요.”

연승우는 서준표 앞으로 다가가 먼저 한마디 했다.

“미안합니다.”

그리고 아무런 머뭇거림이 없이 다시 한번 뺨을 내리쳤다.

이 따귀는 조금 전 따귀보다 더 큰 소리를 내며 사무실 내부에 울려 퍼졌다.

사무실 공기가 삽시간에 굳어졌다.

서준표는 다시 한번 얼굴을 움켜쥐었고 꿈인지 생신지 의심하고 있는 듯했다.

평소에 아무도 그를 이렇게 함부로 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가인은 순간 선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연승우가 죽고 싶어 환장하지 않은 이상 또 한 번 서준표를 때릴 것이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연승우 씨,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주가인은 얼굴이 빨개지며 소리쳤다.

그러자 연승우가 의아한 얼굴로 주가인을 향해 말했다.

“당신이 저보고 먼저 사과하고 뺨을 한 대만 때리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나는 당신 말대로 한 것뿐이에요.”

서준표가 연승우를 때리라고 한 것이지 연승우 더러 서준표를 때리라는 뜻이 아니었다.

주가인은 말문이 막혀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

그때 옆에서 정신을 차린 서준표가 웃옷 안 주머니에서 칼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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