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듯 최악의 상황에까지 몰렸는데도 변명을 해대다니.강세헌의 입꼬리가 차갑게 위로 향해 올라갔다. 이 여자는 정말 답이 없다.그의 목숨을 구해주지 않았다면 일찌감치 산송장으로 만들어버렸을 것이다!감히 이런 일로 그를 속이려 하다니!“최지현 씨, 이번 한 번만 보내줄게요. 앞으로 다시는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말아요. 내 배려는 이번이 마지막이니까요. 다시 한번 이와 같은 일을 벌인다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강세헌이 몸을 일으킨 다음 비서에게 명령했다.“보내줘.”“네.”비서가 사람들에게 그녀를 놓아주라 지시했다.“세헌 씨...”최지현은 강세헌을 향해 기어가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일부러 한 게 아니에요...”“계속 이런 식으로 매달린다면 이 도시에서도 살지 못하게 만들어버릴 거니까 빨리 꺼져!”그의 목소리는 높지도, 낮지도 않았지만 최지현을 압도하기엔 충분했다.최지현은 손을 놓고 바닥에 널브러졌다.그녀는 가짜 임신으로 그를 속여 사모님 자리에 오르려 했다.하지만 그 계획이 이토록 처참히 무너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사모님 자리는 말할 것도 없고 이제 강세헌은 그녀를 역겨워하기까지 한다. 그녀에 대한 감정은 증오만 남은 것이다.현재 그녀의 상황은 너무나도 비참했다. 그녀는 실패했다. 강세헌을 갖지 못했고 신분 상승의 기회도 완벽히 짓밟혔다!그녀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대체 일이 왜 이 지경까지 망가졌단 말인가?...군병원.오은화가 음식을 싸 들고 송연아를 찾아왔다.송연아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아주머니, 여긴 어떻게 오셨어요?”“대표님께서 사모님 몸이 안 좋으니까 퇴원할 때까지 매일 음식을 챙겨드리라고 해서요.”오은화가 음식을 차리며 말했다.모두 영양 가득한 음식이었다. 오은화의 음식솜씨까지 더해지니 송연아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지금은 송연아가 마침 영양을 필요로 하는 시기였다. 오은화가 때를 제대로 맞춘 것이다.“고마워요. 아주머니.”“저한테 고마워할 게 뭐가 있어요? 전 그저 집주인분들을
병실엔 희미한 스탠드 불빛이 켜져 있었다.강세헌은 송연아가 깊은 잠에 빠져있음을 확인한 뒤에야 문을 닫고 침대 옆으로 걸어갔다.그가 고개를 숙이고 송연아를 바라보았다.그녀는 꽤나 회복한 듯 보였다. 백옥같이 하얀 피부, 붉은 핑크빛을 띠는 입술, 매끈하게 뻗은 눈썹, 마음대로 헝클어져 있는 검은 머리칼... 그야말로 매혹적인 모습이었다.강세헌은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손끝으로부터 부드러운 촉감이 팔을 타고 온몸으로 번졌다. 긴장감에 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간지러움 때문인지 송연아가 몸을 뒤척였다.강세헌은 다급히 손을 거두었다.“흠...”송연아가 몸을 돌려 강세헌을 등지고 눕고는 계속하여 새근새근 잠에 빠졌다.강세헌은 그로 인해 벗겨진 이불을 그녀에게 덮어주었다. 그러고는 그녀의 옆에 생긴 좁은 빈자리에 몸을 뉘었다. 그는 그녀를 향해 누워 얼굴을 그녀의 뒷목에 가져가 대고는 이불을 사이에 두고 그녀를 안고 잠이 들었다.밤이 깊어짐에 따라 병실 안 따뜻함도 점점 더 짙어져 갔다.다음 날 아침 송연아가 깨어났을 땐 강세헌이 어느새 나간 뒤였다.그녀는 어젯밤 누군가가 왔었다는 걸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8시가 되자 오은화가 아침밥과 과일을 갖고 병실에 들어왔다.그녀는 식사를 하고 난 뒤 과일을 먹으며 창가 소파에 앉아 쏟아져 내리는 햇빛을 즐겼다.쿵쿵.돌연 누군가 병실 문을 두드렸다.송연아가 말하기도 전에 문이 벌컥 열렸다.“연아야!”송태범이 들어오자마자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꺼냈다.“가서 강세헌한테 부탁해.”그는 이미 차 사고에 관한 조사를 마쳤다. 그날 송예걸이 박은 건 강세헌의 차였고 인명피해는 없었다. 단지 임지훈이 조금 다쳤는데 이제는 치료를 받아 많이 회복했다고 한다.하지만 강세헌은 분명 책임을 물을 것이다.송예걸은 아직 운전면허가 없고 이제 미성년자가 아니니 법의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당시 그 길에 걸려있던 CCTV엔 사고 상황이 똑똑히 찍혀있었다. 송예걸은 무면허 운전인 데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그가 무슨 생각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궁금해한 적은 없는 것 같았다.성공에 목을 매는 것도 어쩌면 그녀가 군의관이 되고 싶어 하는 이유와 마찬가지일 지도 모른다.결국에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이지 않겠는가?“우리 가문을 더 크게 키우고 싶고, 내 딸도 언젠가는 부잣집에 들어갈 수 있다고 믿어.”송태범은 송연아가 마음이 약해진 걸 알고 한 마디를 더 거들었다.그녀는 입술을 꼭 깨물었다.“자기 꿈을 위해서 딸을 희생할 수 있다는 거예요?”송태범은 거듭 설득했다.“왜 널 희생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강세헌이 못생겼니? 돈이 없니? 그 사람이랑 결혼하고 싶은데 기회나 연줄이 없어서 안달복달하는 여자가 얼마나 많은지 알아? 하지만 우리는 기회가 눈앞에 버젓이 놓여 있잖아. 그런데도 잡지 않을 거야? 설령 네가 강세헌과 결혼하지 않는다고 해도 얼마나 더 대단한 놈을 찾을 건데? 강세헌보다 더 잘나가는 사람을 찾는다고 장담할 수 있어?”송연아는 말문이 막혔다.강세헌의 조건이 얼마나 좋은지는 그녀도 알고 있다.또한, 얼마나 많은 여자의 이상형인지도 익히 전해 들은 적이 있다.하지만 같이 지내다 보면 성격이 얼마나 더러운지 알게 될 것이다.절대로 결혼해서 같이 살 사람은 아니었다.단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할 뿐, 이런 남자는 감상용이지 실용성이 전혀 없다.“아빠, 절 너무 과대평가하시네요. 아무리 설득해봤자 입만 아프지, 저한테서 도움받을 생각은 하지도 마세요. 백수연은 우리 엄마의 결혼 생활을 망친 내연녀인데, 제가 왜 그 여자의 아들을 구해줘야 하죠?”송연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저 피곤하니까 이만 가주실래요?”결국 송태범을 내쫓았다.“네가 인정하든 말든 너한테 예걸이란 동생이 있는 건 변함없어.”송연아는 송태범을 바라보았다.“제가 끝까지 인정하지 않으면 어떡할 건데요?”송태범은 당장이라도 화를 터뜨릴 것 같았지만, 현재 자신의 처지를 떠올리자 꾹 참았다.어쨌거나 부탁하는 입장에서 최소한 성의라도 보여줘야 하지 않
그녀가 다친 게 아니라면 지금 당장 목 졸라 죽이고 싶은 충동마저 들었다.그와의 결혼 생활이 이 정도로 싫었단 말인가?송연아는 못 들은 척했다.하지만 떨리는 속눈썹은 그녀가 잠들어 있지 않았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강세헌은 눈을 감고 화를 참으려고 애를 썼다.그는 분노를 가라앉히고 침대맡에 앉아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손을 뻗었다. 결국 송연아는 참지 못하고 고개를 홱 돌렸다.강세헌이 피식 웃었다.“계속 자는 척해보시지?”“자는 척이라뇨? 방금 막 깼거든요?”그녀는 일부러 기지개를 켜며 나른한 목소리로 물었다.“여긴 왜 왔어요?”“내 와이프를 보러 온 게 뭐 잘못됐나요?”그의 얼굴에서 미소가 가시지 않았다.“아주머니가 요즘 잘 돌봐주고 있어요?”송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오은화는 그녀를 살뜰하게 정말 잘 보살폈다.그녀가 이렇게 빨리 회복할 수 있는 것도 전부 오은화 덕분이었다.“언제 퇴원해요?”그가 물었다.송연아는 병원에서 지낼지언정 다시 별장에 돌아가서 강세헌과 한 지붕 아래 살고 싶지 않았다.“아직 멀었어요.”강세헌은 뻔히 알고 있지만 굳이 까발릴 생각은 없었다.“연아 씨, 피한다고 해서 다 해결되는 건 아니죠.”그녀는 모른 척했다.“무슨 말인지 모르겠네요.”“그래요, 치료 잘 받고.”강세헌이 일어섰다.책상 위에서 컵을 들고 물을 한 모금 마시는 송연아의 모습은 여유가 흘러넘쳤다.마치 그가 가기만을 바랐던 것처럼 말이다.이 광경을 본 강세헌은 화가 발끈 났지만, 하필이면 다친 몸이라 어떻게 할 수도 없었다.그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연아 씨, 날 자꾸 도발하지 마요. 조만간 배로 갚아줄 테니까!”송연아는 콧방귀를 뀌었다.강세헌이 병실을 나서자마자 코너에 숨어 있던 최지현이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그동안 최지현은 휴가를 냈다. 며칠 전에 있었던 일 때문에 강세헌과 화해할 기회를 놓쳤다는 사실이 여전히 믿기지 않았고, 또한 받아들이기 싫었다.그제야 마음을 정리하고 오늘 다시 출근했더니 마침 병원에서
그녀는 최지현이 강세헌에게 마음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그래서 일부러 강세헌을 언급해서 열 받게 했다.아니나 다를까 말이 끝나기 무섭게 화를 꾹꾹 눌러 담았던 최지현이 더는 못 참고 목을 조르기 위해 그녀를 덮치려고 했다.“남의 자리를 빼앗은 년아! 죽어버려! 너만 사라지면 강세헌은 내 거야!”송연아는 단지 그녀를 골탕 먹이려고 했을 뿐 몸싸움할 생각은 없었고, 더욱이 그럴 만한 컨디션도 아니었다.“강세헌이 최닥의 이런 모습을 보게 된다면 과연 좋아할까? 남자는 여성스러운 사람을 좋아하지, 무지막지한 여자는 관심이 없다고.”그녀의 말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강세헌 앞에서 최지현은 자기 이미지를 꽤 많이 신경 썼다.“사모님!”오은화는 식사를 챙겨주러 왔다가 송연아에게 손을 대려는 최지현을 보자 도시락을 내려놓고 뒤로 끌어내더니 엄한 목소리로 호통쳤다.“이분이 누군지 알아요? 어디서 감히 무례하게 구는 거죠? 우리 도련님한테 확 얘기해버립니다? 모든 책임은 본인이 감당해야 할 거예요!”송연아의 편을 들어주는 오은화를 보자 최지현은 안색이 돌변했다. 송연아만 아니었다면 그녀가 사모님이라고 불렸을 텐데.이 모든 건 자신이 누려야 할 영광이지만, 전부 송연아에게 빼앗기고 말았다.어쨌거나 강세헌은 그날 밤의 여자가 그녀라고 믿었기 때문이다.“송연아!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최지현은 또다시 독설을 퍼부었다.송연아의 얼굴도 싸늘하게 굳었다.최지현이 양수를 터뜨리지만 않았더라면 이미 하늘나라로 간 아이는 아마도 다른 아이와 마찬가지로 의지가 강하고 용감해서 고작 별거 아닌 상처에 목숨 잃은 일은 없었을 것이다.그녀가 유산한 이유는 양수를 터뜨리는 과정에 태아까지 건드렸기 때문이다.“피차일반이야.”물론 송연아도 그녀를 가만둘 생각이 없었다.최지현이 떠나고 나서 오은화가 잽싸게 다가가 확인했다.“사모님, 다친 곳은 없어요?”송연아가 고개를 끄덕였다.“네.”오은화는 화를 주체하지 못했다.“무슨 사람이 저래요? 교양을 밥 말아 먹었나
무조건 꿍꿍이가 있을 거라는 생각에 송연아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아니나 다를까 강세헌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연아 씨가 당하는 꼴을 보면 기분이 좋아요.”송연아는 어이가 없었다.이내 시큰둥한 모습으로 비아냥거렸다.“취향이 특이하네요. 다른 사람이라면 세헌 씨가 정신이 나갔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네요.”말을 마친 그녀는 침대에 도로 앉았다.컨디션이 어느정도 회복되어서 그녀는 오늘 침대에서 내려와 꽤 많이 움직였다. 슬슬 피곤한 느낌이 들어서 시계를 흘끗 봤더니 벌써 9시가 다 되어갔다. 이내 그를 향해 물었다.“집에 안 가요?”그녀가 밀어낼수록 강세헌은 더 붙어 있고 싶었다.“연아 씨가 여기 있는데 어딜 가라고요?”그러고 나서 몸을 뒤로 젖히더니 아예 소파에 등을 기댔다.송연아는 그를 무시하고는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이때, 강세헌이 말을 걸었다.“오늘 밤 여기서 잘 거예요.”그녀는 못 들은 척하고 이불을 여미더니 마치 그가 와서 이불이라도 빼앗을까 봐 몸을 꽁꽁 싸맸다.이를 본 강세헌은 황당한 듯 입꼬리를 올렸다. 그녀의 행동이 왠지 모르게 귀엽게 느껴지는 순간이다.그런데 이때, 몸이 후끈 달아오르자 그는 옷깃을 잡아당겼다.병실에는 에어컨도 있고, 가을에 접어들면서 밤에 날씨도 선선한 편인데 갑자기 초조해지고 땀이 나는 이유는 뭐란 말이지?곧이어 시야도 흐려지기 시작했는데, 그는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물론 강세헌 정도면 갑작스러운 몸의 변화가 분명 정상적이지 않다는 걸 눈치챘다.“송연아.”꽉 잠긴 그의 목소리는 어딘가 허스키했다.“물에 뭘 탔어요?”송연아는 그가 시비 걸려고 하는 줄 알고 대꾸하지도 않았다.강세헌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대체 뭐 하자는 거지?그는 벌떡 일어나 침대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겉보기에 멀쩡한 발걸음은 사실 초조함이 묻어났다.게다가 그 욕구는 점점 걷잡을 수 없이 번졌고, 열기는 마치 살아있는 도깨비불처럼 그의 이성마저 점령했다.강세헌은 그녀가 덮고 있는 이불을 끌어당겼다.“
물론 다른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일단 송연아와 강세헌부터 방해하기로 했다.방문이 갑자기 열리자 강세헌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갑자기 나타난 불청객을 노려보았다.“누가 들어오라고 했죠?”최지현을 발견하자 얼굴이 더욱 굳어졌다.임기응변에 능한 최지현도 잽싸게 받아쳤다.“송닥 찾으러 왔어요.”송연아는 최지현이 그녀를 모함하려고 찾아왔다는 걸 단번에 눈치챘다.이내 침대에서 일어나 일부러 다정한 척 뒤에서 강세헌을 껴안았다.강세헌은 키가 컸지만, 송연아가 침대에 무릎 꿇고 서 있으면 마침 턱이 그의 어깨에 닿았다.송연아는 미소를 지으며 최지현을 바라보았다.“나 찾으러 왔다고? 무슨 일인데?”비록 얼굴은 의기양양했지만, 속으로는 강세헌이 제발 이 타이밍에서 그녀를 밀어내지 말아 달라고 간절하게 기도했다.강세헌은 그녀의 체면을 세워 줬을뿐더러 적극적으로 협조까지 해줬다.그는 송연아가 가까이 다가오는 게 좋았다. 그녀의 체취는 은근 마음에 들었다.최지현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하필이면 강세헌 앞이라서 화도 못 냈다.“오늘 야간 근무라서 회진을 돌고 있었거든. 송닥이 필요한 건 없는지 겸사겸사 확인하러 온 거야.”그녀는 억지로 미소를 쥐어짜 냈다.송연아가 피식 웃었다.“나한테 그렇게 잘해줬었나?”그러고 나서 입구에 서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는데, 못생긴 건 둘째치고 대머리이지 않겠는가?‘정말 독한 여자네.’만약 물은 마신 사람이 그녀였고, 방에 남자까지 나타났더라면 그 결과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그녀의 안색이 돌변하더니 눈빛이 싸늘하게 식어갔다.“저분은 누구야? 설마 최닥의 남자친구는 아니겠지?”송연아는 최지현을 대하는 강세헌의 뜨뜻미지근한 태도를 보고, 지난번 다른 남자와 데이트하는 최지현의 모습을 목격해서 아직도 화가 안 풀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최지현이 그녀를 모함하려고 한 이상 굳이 자비를 베풀 이유가 있을까?“남자가 정말 끊이질 않네. 대체 몇 명이야? 게다가 하나같이 못생겼잖
송연아는 딱히 부인하지 않았다.“두 사람 사이가 삐걱대는 꼴을 보니 기분이 한결 좋아졌어요.”어차피 강세헌과 최지현의 관계는 아직 불확실했고, 굳이 알아낼 마음도 없었다.단지 최지현이 강세헌을 좋아하기에 그녀가 강세헌의 곁에 있는 한 최지현을 열받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한 거로 충분했다.이런 솔직함이 마음에 든 강세헌은 그녀의 허리를 덥석 끌어안더니 침대에 눕히고 그 위로 올라탔다.송연아는 당황스러움을 금치 못하고 말까지 더듬었다.“뭐, 뭐 하는 거예요? 여기 병원이라고요! 다른 사람의 눈에 띄기라도 한다면 쪽팔려서 어떡해요!”강세헌이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럼 병원만 아니면 된다는 뜻인가?”“아, 아니요!”송연아는 즉각 부인했다.그럴 리가! 장소와 별개로 강세헌은 어떤 식으로든 엮이고 싶지 않은 사람이다.아까는 단지 최지현을 열받게 하려고 그런 말을 했을 뿐이다.그녀를 바라보는 강세헌의 눈빛은 욕망으로 활활 타올랐지만, 애써 억누르고 있었다.비록 몸은 약물의 지배를 받고 있으나 이성까지 잃을 정도는 아니었다.단지 약 기운을 핑계로 거침없이 그녀의 숨결을 탐했을 뿐이다.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시선에 송연아는 마른침만 꼴깍꼴깍 삼켰다. 그가 갑자기 이러는 이유도 약 때문이라는 걸 알고 일부러 떠보았다.“세헌 씨는 남자가 있었던 여자에게 흑심을 품을 정도는 아니잖아요?” 송연아는 강세헌처럼 잘나가는 남자는 자존심도 강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따라서 배우자에 대한 기준도 상당히 까다로웠다.이는 최지현을 대하는 그의 태도에서 보아낼 수 있다.과거에 애인이 있다는 사실을 숨겼다가 나중에 들통나는 순간 즉시 내팽개쳐질 테니까.강세헌은 눈을 깜빡이면서 머릿속의 복잡한 생각을 떨쳐냈다.이내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본인이 더러운 몸뚱어리를 가졌다는 걸 굳이 시도 때도 없이 상기시켜 주지 않아도 돼요.”그는 갑자기 몸을 일으켜 방을 나섰다.한편, 최지현은 아직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강세헌이 밖으로 나오자 그녀는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