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연아가 말했다.“좋아요. 샛별이 보러 가요.”찬이도 송연아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엄마, 저도 샛별이 보러 갈래요.”구애린은 찬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무 말 없이 미소를 지었다.“가자.”그들의 대리도 도착했기에 모두 차에 타고 심재경 집으로 출발했다....임지훈은 차에서 아무 말 없이 차가웠는데 방유정도 웃으면서 대하는 것이 귀찮았는지 두 팔로 가슴을 감싸고 눈을 지그시 감으며 잠든 척했다. 하루 종일 놀다 보니 피곤한 것도 사실이었다.임지훈은 고개를 돌려 방유정이 눈을 감은 모습을 보고 물었다.“졸려요?”“네.”방유정은 눈을 감은 채로 대답했다.“이제 곧 도착하니 잠들지 말아요.”임지훈이 귀띔해 주자, 방유정은 눈을 뜨고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왜요? 제가 차에서 안 내리고 계속 있을까 봐서요?”임지훈이 황당해하며 말했다.“왜 그렇게 생각해요?”임지훈은 절대 그런 뜻이 아니라 방유정이 잠들었다가 일어나면 불편할까 봐서였다. 거의 도착하니까 차라리 집에 도착해서 편히 자라고 생각해서 한 말이었다.방유정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친구분 중 지훈 씨 혼자 싱글이라서 저와 엮어주려는가 본데 지훈 씨가 그렇게 저를 피하면 제가 지훈 씨를 잡아먹으려 하는 것 같잖아요. 저도 저 싫다는 사람 강요할 생각 없으니까 그렇게 겁내지 말아요.”임지훈이 웃었다.“저는 제 분수를 알아요.”그 말에 방유정이 소리를 질렀다.“왜요? 왜 소리를 질러요?”“세상 물정 모르는 척하지 말아요. 저 사람 안 잡아먹으니 그렇게 경계하지 않아도 돼요.”“제가 언제 경계했어요? 다만 우리는 서로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뿐이에요. 또 친구들 때문에 불편해하실 것 같기도 하고요.”“잘난 척하기는.”방유정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그럼, 제가 거리를 두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에요? 제가 귀찮지 않아요?”임지훈이 웃으며 물었다.“지금이 너무 귀찮아요.”그녀의 말을 듣고 임지훈이 차를 세웠다.“이제 귀찮아하지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또 한 조각의 케이크를 아버지 손에 쥐어주었다.“오늘은 제 생일이니 어서 케이크를 드세요.”아버지는 그녀의 속셈을 알고 한숨을 내쉬었다.“그냥 내 입을 막으려고 하는 걸 모를 줄 알아.”방유정이 그의 어깨에 기대며 애교를 부렸다. 그녀는 부모의 그늘에서 큰 사랑을 듬뿍 받으며 애지중지 자랐다. 무슨 일이든 부모 앞에서 애교만 부리면 모든 일이 해결되었다. 그런데 오늘은 부모가 그녀를 결혼시키려는 결심을 너무 과소평가했다는 걸 느끼고는 케이크를 먹은 다음 잽싸게 위층으로 올라갔고 머리가 어지러웠는지 샤워도 하지 않고 침대에 누웠다.그때 그녀의 어머니는 가정부에게 테이블을 치우라고 하고는 남편에게 말했다.“기문이에게 전화해서 유정이가 그 남자한테 막 대하지 않았는지 물어봐요.”그녀의 아버지가 말했다.“우리가 너무 몰아붙이는 거 아닐까?”“그래도 방법이 없잖아요. 당신이 오래 기다릴 수 없는데.”그녀의 아버지의 안색이 순식간에 암울해지더니 휴대폰을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어머니도 바로 뒤따라 들어가서 문을 닫았다. 그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단기문에게 전화를 걸었다.“기문아, 너한테 물어볼 게 있어서 전화했어. 네가 유정이에게 소개해 준 사람 어때? 오늘 유정이가 그 사람한테 막 대하지 않았다고 하고 저녁에 그 사람이 집까지 바래다줬다고 하던데 정말이야?”단기문이 말했다.“저도 그것까진는 몰라요.”그는 확실히 임지훈이 방유정을 데려다줬는지 모르지만 방유정의 성격에 절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그 사람이 어떤 조건인지 얘기해 줄 수 있겠니? 네가 전에 조건이 좋다고만 했잖아, 얼마나 어떻게 좋은 거야?”방유정의 아버지가 물었다.“스피커로 해요.”방유정의 어머니가 옆에서 귓속말하자, 방유정의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했고 이어서 단기문의 목소리가 크게 들려왔다.“그 사람 현재 브리언트 그룹에 다니고 있고 강세헌의 오른팔이어서 능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단기문은 방유정 부모님의 생각을 잘 알고 있기에 무
단기문의 눈이 커졌다.이건...너무 오버하는 거 아닌가?“제가 한번 물어볼게요.”단기문은 대놓고 거절할 수 없어서 말을 돌렸다. 전화를 끊고 단기문은 바로 방유정에게 전화해서 이른 시일내에 짝을 찾지 못하면 그녀의 부모가 직접 나설 것 같은데 그럼 피동적으로 되니까 다그치라고 알려주려고 했다. 하지만 방유정은 이미 깊은 잠에 빠져서 휴대폰이 아무리 울려도 깨어나지 못했다. 연속 3번을 해도 전화가 연결되지 않자, 단기문은 포기하고 아침에 다시 하기로 했다.이른 아침.여섯 시가 넘어서 방유정 어머니가 방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그녀를 불렀다.“유정아, 일어나.”“음...”방유정은 몸을 뒤척이며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왜요?”“빨리 일어나, 오늘 임지훈 씨가 프랑스로 돌아간다며, 가서 만나봐야지.”방유정은 순간 잠이 깼다.“엄마, 제가 선을 본 사람의 이름이 임지훈이라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방유정의 아버지는 사실 밤새 임지훈의 프로필을 확인했는데 자료를 보고 더욱 만족스러웠다. 때문에 그는 딸이 임지훈과 결혼하기를 진심으로 바랐다.그녀의 어머니는 잠시 멈칫하다가 말했다.“당연히 네 사촌오빠가 말해줬지.”방유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어머니는 재촉했다.“얼른 가서 샤워하고 예쁜 옷으로 갈아입어.”방유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어머니를 밖으로 밀었다.“알았으니까 샤워하게 나가세요.”“그럼 서둘러, 문 앞에서 딱 기다릴 테니까 감히 도망갈 생각은 하지 말고.”“알았어요.”방유정은 휴대폰을 뒤에 감추고 욕실로 들어갔다. 그녀는 문을 잠그고 곧바로 단기문에게 전화를 걸었다. 단기문은 한창 자고 있다가 전화를 받고 아직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여보세요.”방유정이 말했다.“나예요.”단기문이 말했다.“어젯밤에 전화를 여러 번 해도 안 받더니.”“취해서 잠들었어요. 오빠가 엄마, 아빠한테 임지훈 씨 얘기를 했어요?”“물어보셔서 어쩔 수 없었어. 두 분 임지훈 씨를 맘에 들어 하시는 것 같으니까 너도 마음의 준비를 해.”방유정
똑똑똑...방유정 어머니의 문 두드리는 소리가 다급해졌다.“유정아, 제발 빨리 씻고 나와. 시간이 없어. 그 사람이 이대로 떠나면 네 아버지가 프랑스까지 쫓아갈 기세야.”방유정이 욕실 문을 열고 충격에 빠진 얼굴로 어머니를 바라봤다.“남자가 다 죽고 없는 것도 아니고 왜 그 사람한테 목을 매는 거예요?”“남자는 많지만 괜찮은 남자가 몇 명 될 것 같아? 전에 만났던 괜찮은 남자들은 다 너 때문에 겁을 먹고 도망갔잖아? 우리도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았지만, 다 네가 자초한 일이야.”방유정이 말했다.“알았어요. 하지만 저 조건이 있어요.”“무슨 조건? 단 네 아빠가 이번에는 절대 네 맘대로 하게 놔두지 않을 거니까, 조건을 걸고 싶어도 그건 염두에 두고 얘기해.”방유정이 말했다.“두 분 끼어들지 마세요. 제가 평생 함께할 짝을 찾는 거니까 제 마음에 들어야 하잖아요.”방유정 어머니는 그녀가 얼마나 말을 잘하는지 알고 있기에 더 이상 입씨름을 하지 않았다.“이번에 네 아빠를 설득하기 쉽지 않을 거야. 20여 년 동안 너를 오냐오냐 키웠지만 이제 우리도 늙었어.”“알았어요.”방유정도 마음속으로 부모가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었지만...그녀는 한숨만 나왔다.“알면 서둘러. 너 그러다가 아빠가 정말로 직접 나서서 찾으러 가면 그때는 얼마나 망신이야.”방유정이 물었다.“엄마, 아빠가 빨리 결혼하기를 바라는 건 알겠는데 이렇게 서두를 필요가 있나요?”“네 아빠 시간이...”순간 자기가 말을 잘못했다는 것을 깨닫고 방유정 어머니는 말을 바꿨다.“우리 늙어서 오래 기다리지 못해.”방유정이 웃으며 말했다.“두 분 아직 젊어요.”“알았으니까, 빨리 샤워해. 얼른.”방유정 어머니는 말하며 딸을 욕실에 밀어 넣었다.방유정은 하는 수 없이 욕실에 들어가서 샤워하며 대책을 생각했다.‘이번에는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떡하지?’그녀는 예쁘게 단장하고 차 키를 들고 그녀의 스포츠카를 타고 공항에 도착했는데 마침 임지훈도 그 시간에
“좋은 말로 부탁하면 도와줄게요. 그런데 계속 이런 태도이면 저 가요?”“잠깐만요.”방유정은 지금 임지훈을 그냥 보내면 아버지가 직접 찾아갈 거고 그렇게 되면 더 난감할 거라는 걸 알기에 서둘러 말렸다.“어떻게 하면 되는데요? 부탁해요?”“그거로는 안 되죠. 부탁하는 진심을 보여줘야죠.”방유정은 지금까지 이런 비굴함을 당한 적이 없었기에 분노가 치밀어서 숨을 헐떡였다.“이것도 안 된다고요?”임지훈이 그녀의 귓가에 다가서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부족하죠.”방유정은 놀라더니 순식간에 얼굴까지 토마토처럼 빨개지며 반응했다.“당신...”임지훈이 다시 말했다.“어머,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순진해요? 정말 몰랐네요. 유정 씨가 얼굴이 빨개진 걸 봐서라도 도와줄게요.”방유정은 화를 내고 싶었지만, 임지훈이 승낙했기에 화를 낼 이유가 없어서 헛기침하며 부끄러움을 감추려고 애썼다.“가요. 제 차가 주차장에 있어요.”임지훈이 말했다.“짐도 챙겨야 해요.”“제 차에 넣어둬요.”임지훈은 짐을 그녀의 손에 넘겨주며 말했다.“저에게 부탁을 하면서 이 정도는 유정 씨가 도와줘야 하지 않겠어요?”“그러고도 남자예요? 어떻게 여자에게 이런 걸 시켜요?”“저를 남자로 생각하지 않으면 되잖아요.”임지훈이 웃으며 말하자, 방유정은 한숨을 쉬며 하는 수 없이 그의 짐을 챙겨서 따라갔다. 그녀는 임지훈의 뒷모습을 째려봤다.‘이런 남자는 처음이야? 남자가 어떻게 감히 이런...’“절대 저를 남자로 생각하지 말아요.”임지훈이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말했는데 마치 보지 않아도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아는 듯싶었다.“...”방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차는 어디에 주차했어요?”임지훈이 물었다.“저기 핑크색 차에요.”그녀는 실버색 차에 핑크색 필름을 붙였는데 임지훈이 한마디 평가했다.“역시 여자들이 좋아하는 색이네요.”“왜요? 지금 여자라고 차별 대우하는 거예요? 지훈 씨도 여자가 낳았다는 걸 잊지 말아요”임지훈이 말했다.“여자를 차별 대우
“그냥 입 다물고 가능한 아무 말도 하지 말아요.”방유정이 말했다.임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방유정 가까이에 다가가며 말했다.“벙어리가 되라는 거죠. 그런데 제가 언어장애인이면 부모님께서 저를 반가워하시겠어요?”방유정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왜요? 저희 부모님이 반가워했으면 좋겠어요?”임지훈은 당황해하며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아니요. 그냥 물어본 거예요.”방유정이 말했다.“저 남자한테 한 번도 당한 적이 없는데 당신이 처음이에요.”그녀는 말하면서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았다. 그 순간 임지훈은 준비가 없었기에 뒤로 젖혀지는 충격에 눈이 휘둥그레져서 방유정을 바라봤다.“왜 이렇게 운전해요?”방유정은 임지훈의 질문을 무시하고 더 빨리 달렸다. 임지훈은 자연스럽게 손잡이를 잡았다.“저는 아무 짓도 안 했는데 왜 그렇게 화가 났어요? 지금 살인을 하려는 거예요?”방유정은 불쾌했다.“닥쳐요.”임지훈이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저는 유정 씨를 도와주러 가는 거예요. 제가 잘못했나요? 속도 줄여요!”방유정의 차는 하마터면 앞에 SUV 차량에 부딪힐 뻔했는데 임지훈은 겁에 질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 여자는 거만할 뿐만 아니라 손도 거치네.’그는 오래 살고 싶다는 생각에 방유정을 건드리면 좋을 일이 없을 것 같아 얼른 도와주고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차는 어느덧 방씨 가문의 집 앞에 도착했고 방유정이 고개를 돌려 말했다.“저희 부모님이 저와 사귀냐고 물어보면 그냥 맞다고 해요.”임지훈은 천천히 대답했다.“동의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전혀 고마워하지 않잖아요.”“이제 늦었어요.”방유정이 차에서 내리며 대답했다. 그리고 한마디 더 보탰다.“말을 적게 하는 거 잊지 말고요.”임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어서 내려요.”방유정이 다그쳤다.방유정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차가 들어오는 걸 보고 반갑게 맞이했다. 임지훈은 안전벨트를 풀고 문을 열고 내렸다.“왔어요?”방유정 아버지는 눈꼬리를 올려 눈가에 주름을 잡으
임지훈이 입술을 다셨고 방유정은 두 눈을 희번덕거리며 말했다.“아빠, 제가 아빠 자식이에요? 아니면 저 사람이 아빠 자식이에요?”“당연히 사위와 더 친해져야지.”방유정의 부모님은 동시에 똑같이 말했다. 그들은 자기 딸이 놀 줄만 알았지, 아무것도 할 줄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방씨 가문은 나중에 사위 덕을 봐야 한다는 생각에 아무리 딸이라도 눈앞에 있는 훌륭한 사윗감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임지훈은 평생 처음으로 이와 같은 열정적이고 따뜻한 대접을 받아서 정말 익숙하지 않았다.방유정은 할 말을 잃고 이마를 잡았다.방유정 어머니가 말했다.“어떤 걸 좋아해요? 준비할 거니까 점심에는 우리 집에서 식사해요.”임지훈은 방유정을 바라보더니 점심까지 먹어야 한다는 말은 없지 않았냐는 눈짓을 보냈다. 방유정도 두 분의 열정을 참을 수 없었는데 그녀가 시집갈 수 없는 결격 사유라도 있는 듯싶었다. 그녀는 일어나서 두 분 사이에 끼어 있는 임지훈을 잡아당겼다.“엄마, 아빠, 이 사람은 제 남자 친구예요. 두 분이 그렇게 꼭 끼고 있으면 우리는 언제 감정 교류를 해요?”두 사람은 그제야 깨달은 듯 웃었다.“그래그래. 우리가 생각이 짧았어. 너희들도 시간이 필요할 거니까 어서 위층으로 올라가서 미래 사위가 우리집을 둘러보게 하고 네 방에 가서 얘기 나누고 있어.”“...”‘헉, 이런 부모가 어디에 있어? 설마 내가 시집 못 갈까 봐 두려운 거야? 임지훈 앞에서 무슨 개망신이야!’“저 분명 두 분이 낳은 친자식이 아니고 임지훈이 친자식인 것 같아요.”“사위는 반쪽짜리 자식이라는 말도 있잖아, 그러니 내 친아들이나 마찬가지야.”“...”“...”방유정과 임지훈은 모두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랐다. 방유정은 조금 더 같이 앉아 있다가는 그녀의 아버지 입에서 또 어떤 말이 나올까 두려워서 빨리 자리를 떠야 한다고 생각하며 임지훈을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방유정의 방에 들어가자, 임지훈이 말했다.“유정 씨 부모님께서 저를 엄청 맘에 들어 하시는
임지훈은 방유정의 볼이 살짝 붉어진 것을 눈치채고 일부러 더 놀리려는 듯 입술을 귀 가까이 대며 말했다.“괜찮아요, 내가 도와주겠다고 한 거니까 약속한 대로 꼭 마무리까지 잘할 거예요. 그런데 오늘은 넘어간다고 해도 언제까지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방법은 오래가지 못해요.”“저도 당연히 알아요.”방유정은 감히 임지훈의 얼굴을 볼 수 없었는지 눈길을 피해 다른 곳을 봤다. 그녀도 임지훈을 찾으러 갈 때 이 문제를 생각했었는데 우선 임지훈에게 부탁해서 부모님을 안정시키고 임지훈이 프랑스로 돌아간 다음 그녀와 임지훈이 장 거리 연애를 하는 거로 시간을 좀 벌어서 그동안 다른 마음에 드는 남자를 찾으려고 했다. 그런 사람을 찾은 다음에 부모님에게 임지훈과 헤어지고 다른 남자 친구를 사귀었다고 하면 되니까 그동안은 부모님들의 관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저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억지로 달라붙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마요.”“저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어요.”임지훈이 말했다. 두 사람이 너무 가까이에 있어서인지 그는 방유정의 몸에서 나는 향수 냄새마저 맡을 수 있었고 눈동자는 무심결에 그녀의 가느다란 목에 닿았는데 무의식적으로 시선을 고정하고 탐욕스럽게 바라봤다.갑자기 방유정이 소리쳤다.“아빠, 엄마, 지금 문 앞에 있어요?”방유정의 목소리를 들은 두 사람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살금살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문 앞의 그림자가 사라지자, 방유정은 부모님이 떠났다는 것을 알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임지훈을 봤는데 두 사람은 눈이 마주쳤고 몇 초가 지나 두 사람 동시에 눈길을 피하더니 방유정이 자리에서 일어섰다.임지훈이 서둘러 해명했다.“방금은 부모님께서 가짜인 걸 발견할까 봐 그랬어요.”방유정이 웃으며 말했다.“알아요. 그냥 장난친 거잖아요. 알아요.”임지훈이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진짜로 여기에서 밥을 먹어도 돼요?”방유정이 답했다.“엄마, 아빠가 저렇게 열정적인데 방법이 없잖아요.”임지훈도 동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