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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그러나 육상준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동안 늘 침착하다고 생각했던 남자가 갑자기 화를 버럭 냈다.

이내 씩씩거리며 신동호의 멱살을 잡더니 주먹을 뻗었다.

“꺼져. 우리 집안일에 네가 무슨 자격으로 끼어들지?”

막무가내가 따로 없는 모습에 나는 분노가 차올랐다.

‘짝’하는 소리와 함께 주위는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육상준은 얼굴을 가린 채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는 앞으로 다가가 신동호의 손을 잡고 미소를 살짝 지었다.

“소개가 늦었네. 내 남자친구 신동호라고 해. 그래서 끼어들 자격이 있을 거라고 보는데?”

육상준은 두 손을 들어 눈을 가리고 내 앞에서 어린아이처럼 펑펑 울었다.

이혼하고 얼마 안 되었을 때 사실 그가 후회하는 모습을 상상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찌질하게 우는 전남편을 목격하자 예상 외로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어쩌면 이미 사랑이 식어서 상대방이 무엇을 하든 타격이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떠나기 전, 육상준이 끌어안으려고 했지만 나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앞으로 다시는 나타나지 마. 나도 이제 조용히 살고 싶거든. 알았지?”

육상준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육준서를 데리고 몸을 돌렸다.

녀석은 끌려가면서도 내 다리를 꼭 붙잡고 제발 같이 있게 해달라고 애원하다시피 했다.

심지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를 정도로 펑펑 울면서 말조차 제대로 잇지 못했다.

“엄마, 진짜 절 버릴 거예요? 앞으로... 다시는 말대꾸하지 않을게요. 숙제도... 열심히 하고, 제발... 절 쫓아내지 마세요.”

육상준은 어두운 얼굴로 그의 옷깃을 잡아당기더니 질질 끌고 갔다.

그리고 앞만 주시한 채 엘리베이터에 올라탔고, 문이 닫힐 때까지 눈길조차 안 줬다.

이 또한 지나갈 것이며 이제 각자의 삶을 살면 그만이다.

6개월 후 신동호는 나한테 청혼했다.

한쪽 무릎을 꿇고 반지를 꺼내는 남자를 바라보며 나는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다이아몬드는 유독 컸고, 디자인도 예뻤다.

예전에 매장에서 봤던 반지보다 훨씬 더 화려했다.

그가 떨리는 손으로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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