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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이렇게 된 이상 굳이 해명할 필요도 없었다.

나는 무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대로 생각해. 내가 아직 살아있는 걸 보니 꽤 실망스럽나 본데? 하지만 이제 괜찮아...”

그리고 무미건조한 육상준의 눈동자를 빤히 쳐다보았다.

“육상준, 우리 이혼해. 자유를 줄 테니까 진짜 사랑하는 사람의 곁에 가.”

말을 마치고 나서 육준서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네 소원대로 앞으로 날 엄마라고 부르지 않아도 돼.”

충격에 휩싸인 부자의 얼굴을 보며 나는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다들 고통 속에서 해방되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지 않은가?

하지만 뒤돌아서 떠나려는 순간 육상준이 내 손목을 덥석 붙잡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연서를 먼저 구해줬다고 이혼을 운운하는 거야? 몸도 멀쩡하고 심지어 임신했다고 거짓말까지 하는 사람을 용서해줬더니 되레 이혼하자고 해? 꼭 그렇게 해야겠어?”

나는 변명할 가치조차 못 느끼고 입을 꾹 닫은 채 팔을 뿌리치려고 했다.

그러나 남자의 손아귀에 힘이 점점 더 들어갔고, 어찌나 세게 움켜잡았는지 발갛게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옆에 묵묵히 서 있던 송지유가 펄쩍 뛰면서 나섰다.

그는 씩씩거리며 육상준의 손가락을 떼어내더니 내 앞을 막아서고 고래고래 외쳤다.

“우리 엄마한테 손대지 마세요! 방금 수술이 끝나서 아직 컨디션도 회복되지 않았는데 아파하는 게 안 보여요?”

나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녀석은 마치 새끼 호랑이처럼 눈앞의 남자를 호시탐탐 노려보았고, 오로지 본인의 힘으로 날 지켜주려고 최선을 다했다.

다만 안타깝게도 또래보다 너무 말랐다. 결국 육준서가 달려들자 손쉽게 제압당해 바닥에 쓰러졌다.

육준서는 주먹을 높이 들어 녀석을 향해 무자비하게 내리꽂았다.

“헛소리하지 마. 네 엄마는 무슨! 우리 엄마야.”

흠씬 두들겨 맞은 송지유는 반격할 힘조차 없었고, 머리를 감싸고 요리조리 피하면서 지지 않고 맞받아쳤다.

“이제 아니야. 네가 먼저 엄마를 버렸다고 했어. 심지어 불구덩이에 두고 죽었으면 좋겠다며? 그리고 내 덕분에 살아남았다고 앞으로 우리 엄마가 되어주기로 했다고!”

넋을 잃은 육준서는 눈시울이 점점 붉어졌다.

그러나 고개를 숙이는 순간 송지유의 목에 있는 은색 자물쇠 모양 목걸이를 발견하자 다시 씩씩거리기 시작했다.

이내 손을 뻗어 목걸이를 낚아채더니 꼭 움켜쥐었고, 자그마한 얼굴은 분노로 금세 빨개졌다.

“우리 엄마 목걸이를 왜 네가 하고 있어?”

그리고 고개를 젖혀 간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엄마, 나한테 선물한 목걸이 아니었어요? 왜 이 녀석한테 줬어요?”

나는 피식 웃으며 육준서를 일으켜 세웠다.

하지만 아들을 안아주는 대신 옆으로 살짝 밀어냈다.

그러고 나서 송지유를 일으켜 몸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어주고 품에 끌어안으며 육준서의 손에서 목걸이를 빼앗아 왔다.

이내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너한테도 똑같은 목걸이를 준 적이 있었는데 볼품없다고 휴지통에 버렸잖아.”

작년 아들 생일을 맞아 나는 보름 동안 독학으로 똑같은 자물쇠 모양 목걸이 두 개를 만들었고, 밤낮없이 연장으로 두들기다 보니 손이 까져서 피가 날 정도였다.

둘 중에서 완벽한 퀄리티를 자랑하는 목걸이는 육준서에게 줬고, 다른 하나는 내가 하고 다녔다.

하지만 그는 선물을 받자마자 쳐다보지도 않고 바로 내동댕이쳤다.

그리고 뒤돌아서 허연서가 선물한 신상 레고를 끌어안고 경멸이 담긴 얼굴로 나한테 말했다.

“엄마, 앞으로 돈도 안 되는 그런 쓸데없는 물건은 안 줘도 돼요.”

휴지통에 버려진 목걸이를 바라보며 나는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현실은 억지로 미소를 쥐어짜 내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송지유의 목걸이를 빼앗으려고 하다니?

육준서는 내가 도와주지 않자 억울한 나머지 눈물이 글썽했다.

“엄마, 난 그걸 가지고 싶어요. 혹시...”

“마음에 들면 아빠한테 사달라고 하면 되잖아.”

나는 무덤덤하게 아들의 말을 끊었다. 그리고 송지유의 손을 잡고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

하지만 고개를 돌리는 순간 먹구름이 잔뜩 낀 육상준의 얼굴을 발견했다.

“방금 네가 수술받았다고 하지 않았어? 무슨 수술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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