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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나는 아무렇지 않게 어깨를 으쓱했다.

“유산 수술 말고 또 있나?”

가벼운 말투로 대답하는 나를 보며 육상준은 눈시울이 점점 붉어졌다.

그는 북받치는 감정을 애써 억누르고 침착함을 유지하려고 했다.

하지만 목소리에 담긴 서운함까지 숨기지는 못했다.

“우리 아이를 지웠어? 왜...?”

나는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게 무슨 질문이지? 소방대원이라는 사람이 화재 연기 속에 얼마나 많은 유독가스가 있는지 정녕 몰라? 내가 임신했다고 알려줬는데도 방독면을 허연서에게 줬잖아. 이제 와서 모르는 척 물어보면 어떡해?”

육상준이 꼴 보기 싫은 나머지 단 1초라도 쳐다보기 싫었다.

그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나를 껴안으려고 했다. 이때, 시종일관 잠자코 있던 허연서가 갑자기 이마를 짚고 맥없이 옆으로 쓰러졌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육상준의 품을 향해 몸이 기울어졌다.

결국 나를 향해 뻗었던 손도 갑자기 방향을 틀더니 그녀를 부축했다.

허연서는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돌리더니 미안한 듯 말했다.

“라희야, 미안해. 일부러 가족 상봉을 망치려고 한 건 아닌데 단지 머리가 좀 어지러워서... 상준이도 내가 몸이 안 좋은 걸 알거든.”

나는 허연서의 연기를 묵묵히 지켜보며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등 뒤에서 들리는 육상준 부자의 애타는 외침에도 송지유를 끌고 뒤도 앞만 보고 저벅저벅 걸어갔다.

복도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된 이후로 육상준과 육준서는 갑자기 나한테 부쩍 관심을 보였다.

하루가 멀다고 병실에 찾아오는 건 물론 송지유를 대하는 태도 또한 점점 좋아졌다.

나도 이혼하기 전에 굳이 얼굴을 붉힐 생각은 없어서 딱히 제지는 안 했고 끝까지 무덤덤한 모습으로 일관했다.

반면, 송지유는 육상준 부자가 찾아올 때마다 안색이 사뭇 어두웠다.

그리고 병실을 떠나면 그제야 다시 귀염둥이로 돌아왔다.

어느 날 송지유가 물었다.

“엄마, 육준서랑 꼭 친구 해야 해요?”

나는 미소를 머금고 그를 바라보았다.

“아니, 그런데 왜 싫어하는지 물어봐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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