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 있던 하가영도 마찬가지로 들려있어서 필사적으로 발버둥쳐도 소용이 없었다.두 사람은 선글라스를 낀 채 그냥 잠깐 장만 보고 돌아오려고 경호원도 부르지 않았는데, 외출하자마자 이런 일이 생기다니."이렇게 시퍼런 대낮에 여인을 납치해?"장진이 참지 못하고 욕설을 퍼부으며 앞으로 두걸음 다가갔다. 그러고는 길가의 돌멩이를 가볍게 걷어찼다. 돌멩이가 날아가 그중 한 남자의 허벅지에 명중했다."아!"남자는 아파서 하마터면 무릎을 꿇을 뻔했다."누구야? 죽을래?"남자가 화 나서 뒤돌아보았다. 그러다 노기등등해서 달려오는 장진을 보더니 갑자기 눈이 밝아졌다. "쯧쯧, 섹시한 미인이 한명 더 있었다니.""죽을래? 쟤도 같이 끌고 가. 감독님이 좋아하실지도 몰라!"또 다른 남자가 히죽거리며 말했다."그래, 몸매가 저렇게 좋은데, 하하. 영화를 잘 찍어주면 아주 대박날 거야."몇 명의 남자가 잠시 손을 놓았다. 그러자 나머지 남자들이 다가와 하가영과 서연을 잡았다."목소리가 왠지 귀에 익다 했더니, 그 두 분이네."두 사람은 비록 선글라스를 썼지만 도범은 그래도 한눈에 그들을 알아봤다.“뻥뻥뻥!”장진은 몇 방만에 남자들을 땅바닥에 쓰러뜨렸다. 그러자 다들 하나같이 비명을 질렀다."뭔 얼어죽을 감독이야?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나보네? 대낮에 감히 납치까지 하다니!"장진은 상대방을 호되게 욕했다. 이에 그들은 가까스로 일어나 차를 몰고 도망쳤다."여러분들이었네요!"하가영과 서연이 도범 등을 보더니 놀라서 입을 막았다."맙소사, 연성까지 오시다니."서연은 믿을 수가 없어서 도범을 자세히 쳐다보았다. "아깐 정말 고마웠습니다. 여러분들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저희 둘은 끝장났을 거에요. 이런 일은 여직껏 한번도 없었는데, 오늘따라 재수없게 문을 나서자마자 당했네요.""에헴, 저희가 맞고요. 이쪽에서 발전하고 싶어서 왔습니다."도범이 진땀을 흘리며 말하고는 즉시 그들에게 당부했다. "그리고 저희가 중주에서 왔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비밀을 지켜줬으면
도범의 뻗어 온 손을 바라보며 하가영은 순간 놀라 멍해졌다. 따라서 이쁜 얼굴도 벌겋게 달아올랐다.아무래도 그녀는 슈퍼 스타인데, 도범의 행동이 너무 과감한 듯했다.도범이 정직한 사람이라는 걸 미리 알지 못했다면, 박시율이 옆에 없었다면 그녀는 정말로 의심했을 것이다. 도범도 그녀한테 불순한 의도를 품고 있을 거라고.순간, 그녀의 심장 박동이 엄청 빨라졌다.그래도 그녀는 도범이 다른 나쁜 뜻이 없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움직이지 않았다.박시율도 눈살을 찌푸렸다. 도범이 무엇을 하려는지 알 수가 없었다.이에 도범이 웃으며 그녀의 단추 하나를 뜯어냈다."아!"하가영은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얼굴도 더욱 붉어졌다. 도범이 뜯어낸 단추 때문에 네크라인이 크게 벌려졌던 것이다. 그녀는 즉시 손으로 가슴을 가렸다."도청기와 위치 추적기가 있네요."도범이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그 단추를 부숴버렸다. 안에는 진짜로 작은 칩이 들어 있었다."설마, 이렇게 작은데, 어떻게..."하가영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생각할 수록 무서웠다."아마 그들은 이 물건을 통해 두분이 외출했다는 것과, 두분이 오늘 경호원을 호출하지 않을 거라는 걸 도청해내고 이 시기를 선택해 손을 댄 것 같네요."도범이 웃으며 말했다."가영아, 너 이 옷 어디서 샀어? 어떻게..."서연도 많이 놀랐다. 오늘 도범이 아니었다면 하가영의 몸에 이런 물건이 있다는 걸 전혀 몰랐을 것이다.하가영의 얼굴색이 어두워졌다. "어제 그 빌어먹을 감독이 준 옷이야. 얼마 전에 받은 건데, 이뻐보여서 요 며칠 동안 계속 입고 있었어."하가영은 생각할수록 화가 나서 말했다. "우리 그냥 돌아가서 옷 갈아입자. 이 옷은 버릴 거야. 다른 사람이 준 옷은 정말 받으면 안 되는 거였어."그러고는 도범을 향해 웃었다. "고마워요, 도범 오빠. 제대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 싶은데, 나중에 시간이 되면 밥 한끼를 대접할 게요.""하하, 괜찮습니다. 이건 저의 명함입니다. 앞으로 그 빌
"정, 정말 돈이 많으시네요."서연이 웃으며 말했다."그럼 도범 오빠, 다음에 식사를 대접할 거니까, 꼭 와야돼요."하가영이 웃으며 서연과 함께 집으로 들어갔다. "저 옷을 갈아입어야 해서 먼저 들어가 볼게요.""그래요."도범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류 스타가 여러번씩이나 식사를 대접해 감사의 마음을 표하겠다는데 계속 거절한다면 너무 두 여성분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는것 같아 웃으면서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연성도 꽤 암흑한 것 같네."세 사람은 계속 앞으로 걸어갔고, 박시율은 참지 못하고 감개무량해했다."당연하죠, 여기는 무성이라고도 불려요. 강자가 많고 세력도 다양해서 끊임없이 세력들이 멸망하고 또 끊임없이 새로운 세력들이 궐기하거든요."장진이 웃으며 말했다."무성이요? 연성에 이런 이름도 있다니."박시율이 눈살을 찌푸렸다. 처음 들어보는 얘기였다."아, 시율 언니는 아직 잘 모르시겠지만, 이 세상에는 많은 강자들이 있어요. 그리고 무성 안에는 화물을 운송하는 사람들 혹은 무관을 여는 사람들이 엄청 많고요. 예전부터 전승해 내려온 게 이 고성이기도 하고, 그래서 강자들도 많은 거에요. 게다가 이곳의 사람들은 오래된 전승이 있기 때문에 다들 무예를 배우고 신체단련하는 것을 좋아해요."장진이 걸으면서 인내심을 가지고 박시율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그렇구나. 연성이 참 쉬운 곳은 아니네요."박시율이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문득 말했다. "그래도 저랑은 상관이 없는 일인데요 뭐. 저는 그냥 제 남편과 장진씨가 엄청 대단한 인물이라는 것만 알고 있으면 돼요.""맞아. 그 정도의 안전감은 당연히 마누라한테 줘야지!"도범이 하하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세 사람은 산책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며 주위의 환경을 익혔다.같은 시각, 중주의 용신애와 제갈소진, 그리고 용일비 세 사람은 한 커피숍에 앉아 함께 맥없이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도범이도 참, 떠날 때 통지라도 했으면 마지막으로 한번 모여 밥도 먹고 좋았잖아.”용신애는 자신의 첫 키스가 도
집사 도훈이 침대에 누워있는 가주 도남천을 한번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만났습니다. 다만, 도련님께서 저희와 함께 돌아오려 하지 않습니다. 돌아올지 그리고 언제 돌아올지에 대해 명확한 답을 주지도 않으셨고요."도남천이 듣더니 눈빛에 실망의 빛이 번쩍였다. "나 때문이야. 내가 그들 모자에게 진 빚이 너무 많아서 그래. 하지만 도범이 이토록 나를 미워할 줄은 몰랐네. 내가 곧 죽어간다는 걸 알면서도 보러오지 않는다니. 에휴, 이게 바로 인과응보겠지. 바로 나 도남천의 응보겠지?"그러나 그가 생각지도 못한 건 도훈의 말이었다. "하지만 가주님, 저는 도련님이 꼭 돌아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저희가 돌아오기 전에 서정 사모님께서 그러셨거든요. 당장은 도련님도 처리해야 할 일이 있다고, 도련님께서도 신중하게 고려해보겠다고, 그러나 지금은 아니라고 그러셨대요. 그러니 조금만 더 기다려 보죠.""정말이야?"도남천이 눈가가 촉촉해져서 말했다. "그래, 잘 됐네. 너무 오래 못봐서 그런지, 지금 어떻게 생겼는지 참 보고 싶네.""가주님, 도련님은 가주님처럼 멋지십니다."도훈이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가주님. 도련님의 천부적인 재능이 엄청 뛰어났더라고요. 너무 훌륭합니다. 연씨 가문의 청년 네명이 이전에 박씨 가문과 안 좋은 일이 있어서 찾아왔었거든요. 그런데 도련님 홀로 그들 네 명을 참살했어요. 심지어 검기 공격이 엄청 대단했습니다.""그래? 생각지도 못했네, 세속의 환경 하에서 그런 성과를 거두어내다니. 만약 도씨 가문에서 어릴 적부터 배양했으면 아마 지금쯤이면 더욱 보통이 아니었겠네."도남천이 듣더니 비할 데 없이 격동해했다. 그 도남천의 아들, 역시 천부적인 재능이 있고 장래성이 있었다."참, 가주님. 저희와 도련님 사이에 오해가 좀 있었더라고요. 왠지 큰 사모님께서 꾸민 짓들인 것 같습니다."도훈이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말했다."오해? 어떤 오해?"도남천이 미간을 찌푸리고 즉시 추궁했다."가주님께서 매년마다 아홉번째 호법더러 도련님에게
"그뿐만 아니라 5년 전, 서정 사모님께서 병이 위중해지셔서 2천만 원의 수술비가 필요했었는데..."도훈은 신속히 5년전의 일을 도남천에게 알려주었다.도남천이 듣고나서 주먹을 꽉 쥔 채 이를 악물고 겨우 몸을 지탱하며 일어났다. "집사 행세를 하며 도범에게 욕설을 퍼붓고 밤새 무릎을 꿇게 하다니. 난 이런 일들이 있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네. 루희 이 지독한 년."도남천이 다시 입을 열었다. "소정아, 지금 당장 가서 대장로 그들을 찾아와라. 오늘 바로 루희와 감히 집사로 가장한 루명연을 죽여버릴 거니까."도남천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 뚱뚱한 여인이 루희 곁을 따라다니는 시녀 루명연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그리고 예전에 루희가 시집 올때 같이 따라 온 시녀라 줄곧 그녀의 곁을 따라다니며 엄청 충성을 다하고 있다는 것도."가주님, 안 됩니다!"도훈이 듣자마자 깜짝 놀랐다. "가주님, 큰 사모님이 확실히 지나치긴 했지만, 지금의 도씨 가문은 우두머리가 없는 상태입니다. 가주님은 비록 아직 살아계시지만 병이 위중하셔서 이때 만약 가문에 내란이 발생한다면, 다른 가문들에게 있어서는 큰 경사와 같을 겁니다. 그리고 반드시 저희쪽이 내란때문에 골치 아파하고 있을 때 공격할 거라고요. 그때가 되면 진정한 리더 한 명도 없이 어떡하려고요?"도남천도 자신이 화김에 많이 충동적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비록 도씨 가문이 빠른 발전 덕분에 적지 않은 강자들이 배양되었지만, 루씨 가문쪽에도 아직 적지 않은 강자들이 도씨 가문에서 일부 직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그러니 정말 싸움이 일어나면 설령 그들 도씨 가문이 최종적인 승리를 가지더라도 손실이 엄중할게 분명했다.가장 관건적인건, 그가 지금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거다. 루희와 그가 낳은 아들은 이렇게 오래동안 찾았는데도 시체조차도 찾지 못한 걸 보면, 야수에게 먹혀버렸을 가능성이 높았다. 게다가 도범은 돌아올지, 도씨 가문의 산업을 계승하고 싶어하는지도 모르는데, 이런 상황에서 내란이 일어나는 건 확실히
"내가 알바가 아니야. 그녀들의 관계가 아무리 좋아도 시녀일 뿐인데, 감히 내 아들에게 그런 짓을 해? 집사라고 사칭할 뿐만 아니라 내 아들에게 모욕을 주고 밖에서 하룻밤 동안 무릎을 꿇게 하다니. 난 도범의 아버지로서 반드시 내 아들을 위해 복수를 해야 해."도남천이 주먹을 쥔채 다소 흥분되어 말했다."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닙니다. 도범 도련님이 오시면 다시 얘기 하시죠. 도범 도련님이 오신 후, 그들이 또 도련님을 괴롭히려 한다면 그때 가서 핑계를 찾아 쳐내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도련님도 가주님께서 그를 위해 복수해주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면 가주님의 사랑을 고스란히 느낄 겁니다."도소정도 도남천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건의했다.도남천이 도소정의 건의에 저도 모르게 눈이 밝아졌다. "그래, 도범이 빨리 왔으면 좋겠네. 설령 도씨 가문의 산업을 계승하려 하지 않는대도, 집에 며칠동안 머물러줬으면 좋겠는데.""콜록!"말을 마치자마자 도남천은 참지 못하고 기침을 하면서 숨을 헐떡였다.도범 등은 잠시 돌아다닌 후 커피숍으로 가서 커피를 마셨다. 그러고 다 마셨을 땐 이미 점심이 되었다."가자, 밥 먹으러."도범이 앞쪽 인테리어가 이쁜 식당을 보며 말했다. "저 가계 괜찮은 것 같네. 가 보자.""정말 부러워. 저 두 미인이 너무 예뻐!"가는 길에, 세 사람을 본 자들마다 감개무량함을 참지 못하고 속마음을 드러냈다. 심지어 도범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부러움이 가득했다."그러니까. 저런 미인이 한명이라도 곁에 있으면 엄청 눈 호강이겠는데, 저 녀석은 두 명이나 곁에 두고 있다니. 저렇게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아하니 틀림없이 저 녀석의 아내와 첩일 거야."심지어 어떤 사람은 대담하게 추측하기 시작했다. 하나같이 시선을 뗄 수가 없는 듯했다.식당으로 들어서자마자 도범은 창가 자리를 찾아 앉았다.그러자 여종업원이 메뉴판을 들고 다가왔다."이 가계의 메뉴들이 정말 보통 비싼 게 아니네."박시율이 메뉴판을 보더
남자가 말하면서 고의로 몸을 약간 굽혀 한 손으로 박시율 옆의 식탁에 지탱했다. 손목에 차고 있던 브랜드 시계가 아주 눈에 띄었다.비싼 손목 시계를 드러낸 후, 남자는 입가에 옅은 웃음을 피우며 말했다. "이쁜 아가씨들, 저랑 친구 할래요? 서로 연락처를 교환하죠. 저 진 도련님과 친구 먹고 싶다면, 오늘 점심은 제가 쏩니다."진 도련님이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말투에는 자신감이 넘쳐났다. 그는 미인들에게 있어서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은 별로 없다고 믿었다.게다가, 이곳의 물가는 그에게 있어서 그냥 매우 평범한 수준이지만 미인이 아까 이 곳의 메뉴가 비싸다고 감탄했으니, 이들의 형편으로는 당장 뛰쳐나가고 싶었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겠지. 아무래도 많은 가난한 사람들이 이곳으로 왔다가 메뉴판만 보고 의기소침하게 떠난 적이 많았으니.그리고 이곳에 앉아있는 남성이 두 미인과 무슨 관계인지만 알았어도 그냥 옆에 앉았을 건데.그러나 그는 이 두 여인이 바보가 아닌 이상 무조건 연락처를 교환하고 사석에서 몰래 연락할 거라고 믿었다. 그런 상황을 한두번 겪어본 게 아니니까. 상대방이 그가 첫번째로 주는 이익을 받아드리기만 하면 가능성은 있다. 다음번의 만남도 쉽게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아까 멀리서 두 미인을 봤을 때 이미 충분히 예쁘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가까이서 보니 더욱 그를 설레게 했다. 박시율의 몸에서 풍겨져 나오는 은은한 향기를 맡으며 그는 마음속으로 더욱 기대에 가득 차 있었다.하지만 그는 박시율이 이 곳에서 소비할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중주와 비교했을 때 물가가 많이 높은 것 같아서 감탄했을 뿐이라는 걸 생각지도 못했다.여직껏 박씨 가문은 나날이 발전해 왔다. 그리고 지금은 박씨 가문의 돈이 전부 그녀의 손에 있고. 전의 유동 자금뿐만 아니라 회사를 현금으로 판 돈까지 전부 다. 게다가 결혼하면서 받은 돈도 있는데, 소비할수 없는 게 더 이상했다.여기서 메뉴를 큰 테이블 가득 주문하고, 좋은 술까지 마시면 수천만은 나오겠는데, 그것
진 도련님의 말속에는 위협적인 뜻이 가득했다. 말을 마친 후 그는 창밖을 쳐다보았다. 밖에는 7~8명의 경호원이 그의 차 옆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허, 진 도령. 당신의 체면이 엄청 큰 건가?"도범이 그의 말에 마침내 참지 못하고 허허 웃었다. "내 아내는 이미 너에게 충분히 예의를 차렸어. 그토록 완곡하게 거절했으니 이미 너의 체면을 세워준 셈이라고. 우린 사단을 내고싶지 않으니 그냥 가시지? 그게 서로에게 좋기도 하고. 그리고 이 여인은 내 아내야, 남편이 있는 몸이라고. 돈에 환장한 여인이 아니라, 알겠어?"진 도련님 앞에서 도범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은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비록 방금 연성으로 온 터러 조용히 지내고 싶었지만 그에게도 남들이 함부로 건들여서는 안 되는 부분이 있었다. 그것이 바로 그의 아내 박시율이다. 그의 면전에서 그의 아내를 꼬셔내려 하다니, 그의 얼굴에 침 뱉는 것과 다를바가 없었다.게다가 장군의 아내로서 박시율은 이런 수모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아무나 탐낼 수 있는 사람은 더더욱 아니고.그리고 연성의 세력이 너무 많아 이 진 도련님이 어느 세력의 사람인지 누구도 알수 없었다."허허, 남편이 있으면 어때? 남편이 있는 여인이 많고도 많아."도범이 먼저 사실을 말하자, 진 도련님도 아예 다 털어놓았다."남편이 있는데도 나 진 도련님을 따르는 여인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내 손에 돈만 있으면 된다는 거야."그러면서 그는 박시율을 보며 말했다. "이쁜 아가씨, 이 녀석은 그냥 버려.네가 이뻐보여서 하는 소리인데, 오늘부터 나를 따르겠다고 약속하기만 하면 내가 매달마다 1억을 줄 게. 아니면 매달마다 20억을 줘도 되고! 이 가격 엄청 높은 거야."그러다 잠시 멈추더니 맞은편에 앉아 있는 장진을 보고 또 말했다. "참, 아가씨도 나를 따르겠다고 하면 매달마다 똑같은 액수를 줄게.""돈은 얼어죽을!"장진은 아까부터 참아줄 수가 없었다. 상대방의 간댕
“풍린수의 가장 큰 약점은 지능이 낮다는 거야. 이들은 그렇게 많은 꾀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무사들이 조금만 머리를 쓰면, 버티기만 해도 풍린수를 처치할 수 있지.”삼각눈의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혹시 구록종이 무슨 종문인지조차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방금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표정이 어찌나 비웃음이 깃든지 말이야. 중주에 어떤 강력한 종문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거 아니야? 넌 정말 중주 출신이 맞긴 한 거냐?”이 일련의 의심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점점 오수경을 변두리에서 나온 우물 안 개구리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리 없었다. 오수경은 무심코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야 도범이 왜 침묵을 즐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들과 다투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애초에 오수경은 이들과 말다툼을 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이들이 오수경을 끝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오수경은 인상을 찌푸린채 말했다.“물론 구록종은 중주 7품 종문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그러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오수경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런데 왜 내가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얼굴에는 비웃음이 서린 거냐?”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묻고 싶었다.‘네가 어떻게 내 얼굴 표정을 그렇게 자세히 본 거야? 난 내 얼굴에 어떤 표정이 있는지도 몰라.’이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오수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목소리를 높여 이들과 싸우려는 순간, 도범이 오수경을 막았다. 그러자 도범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이 사람들과 싸워서 뭐하겠어? 저들과 싸우는 건 네 시간만 낭비하는 거야. 이들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이 말에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 도범은 지금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사람들이 도범을 허세 부리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나, 도범의 말은 그들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오수경도 이미 충분히 오만했지만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