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범이 수아에게 이야기책을 한 권 다 읽어주기도 전에 수아는 잠들었다.한편, 용 씨 저택으로 돌아간 용신애가 자신의 아버지를 마주했다.“어때? 그 도범이라는 남자를 만났느냐?”용준혁은 용신애를 보자마자 물었다.하지만 여유롭게 와인 한 잔을 따른 용신애는 가볍게 와인잔을 흔들더니 한 모금 마시고서야 입을 뗐다.“만났죠, 꽤나 잘생겼던데요, 남자답기도 하고!”“누가 얼굴 보라고 보낸 줄 알아? 어떻게든 도범이랑 좀 엮여서 사이를 좋게 만들어보라고 보낸 거지. 그 사람 장진보다는 신분이 못하지만 그래도 비슷한 정도는 될 거야. 그리고 중요한 건 장진이랑 사이가 좋은 사람이니 그 사람이랑 친해진다면 장진이랑 친해지는 것이나 다름없지.”용신애는 용준혁의 말을 들으며 와인을 한 모금 더 마시더니 와인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진지하게 말했다.“아빠, 저는 잘 모르겠어요. 전신에게 잘 보이고 싶은 거면 직접 장진을 찾아가면 되는 거잖아요. 도범이라는 자의 신분이 아무리 낮지 않다고 해도 전신보다 높을 리는 없잖아요.”“네가 뭘 몰라서 그래.”용준혁이 와인잔 하나를 챙겨와 와인을 붓더니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장진은 너무 도도해서 다가가기가 어려워, 내가 선물해 준 전신부를 받아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내 체면을 봐준 거라고. 그리고 여자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나는 잘 모르잖니, 그래서 무엇을 도와줘야 할지도 모르겠고!”말을 멈췄던 용준혁이 다시 입을 뗐다.“하지만 도범은 데릴사위라는 신분을 가졌잖니, 그때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어쩔 수없이 데릴사위로 들어가 박이성을 대신해 전쟁터에 나갔다가 이제 돌아온 거야. 돌아와보니 딸도 생겼고 마누라도 자기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박 씨 집안사람들은 모두 도범을 얕잡아보고 있다고!”용준혁의 말을 듣던 용신애가 그의 뜻을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아빠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았어요, 그러니까 장진은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지만 도범은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니 많이 엮여서 도와준다면 장진을 도
“무슨 일이야, 이성아, 아침부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무슨 중요한 일이라도 말하려는 거야?”박준식이 자신의 아들을 보며 의아하게 물었다.“좋은 소식 하나를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이번에 괜찮은 프로젝트 제의를 받았습니다. 중요한 건 그 이윤이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겁니다, 이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한다면 적어도 550억을 벌 수 있을 겁니다.”박이성이 거만한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그는 왕호가 한다면 하는 사람이라고 믿고 있었기에 이른 아침부터 흥분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떨리는 손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았던 것이었다.“잘 됐네요, 그럼 꽤나 큰 프로젝트겠네요.”“그러게요, 이성 도련님 정말 대단하네요, 이런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다니, 게다가 이윤도 저렇게 높다니!”박 씨 집안 친척들이 하나 둘 박이성을 칭찬했다.“그래? 계약서는 작성했느냐?”박이성의 말을 들은 박 씨 어르신도 기뻐했다. 이윤이 어마어마한 프로젝트를 박 씨 집안은 오랫동안 맡지 못했었다. 그랬기에 550억을 벌 수 있는 이 프로젝트를 중시할 수밖에 없었다.“계약서는 이미 준비해뒀습니다, 왕 도련님께서도 허락하셨고요, 어제 저녁에 전화로 얘기를 다 끝냈습니다.”“할아버지, 제가 이따 왕 도련님을 찾아가서 계약서에 사인을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책임지고 이 일 마무리하겠습니다!”박이성이 가슴을 치며 장담했다.물론 속으로는 도범 그 쓰레기 같은 놈이 자기 마누라가 다른 남자와 데이트를 하러 갔다는 것도 모르고 있다며 욕을 했고 박시율이 지금쯤 이불을 끌어안고 울고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그럼 얼른 가서 사인부터 하거라, 계약서에 사인을 하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모르는 거야, 입으로 약속한 일은 언제든지 바꾸면 그만이니까!”박 씨 어르신이 흐뭇한 얼굴로 말했다.“그래, 얼른 가봐, 우리는 호텔이라도 하나 잡아서 축하파티를 열 준비를 할 테니까! 다 같이 밥이나 한 끼 먹죠!”박준식이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 자신의 아들이 박 씨 집안을 위해 큰돈
“그 사람들을 부른다고? 그냥 그 사람들한테 자랑하려는 건 아니고?”그때 박시연이 앞으로 나서며 박이성의 의도를 단번에 들추어냈다.그 말을 듣고 순간 당황한 박이성이 버벅거리며 말했다.“멋대로 얘기하지 마, 내가 그런 사람이야?”말을 멈췄던 박이성이 다시 입을 뗐다.“나는 박시율도 우리 박 씨 집안사람이고 할아버지 친 손녀니까 박 씨 집안의 큰일에 얼굴 내밀고 축하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런 거지. 그래야 우리도 다른 사람한테 쪼잔하다는 소리 안 듣지, 그 사람들 몇이 더 온다고 돈이 얼마나 더 들어가겠어?”박이성의 말을 들은 박 씨 어르신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이성이가 컸구나, 예전보다 성숙해졌어. 큰일을 할 사람은 이런 포부를 지녀야 하는 법이지. 그 일이 일어난 지도 벌써 5년이니까 사람들도 거의 다 잊었을거다, 그러니 밥 한 끼 같이 먹는 것도 괜찮지.”“할아버지 말이 맞아요, 제 뜻이 바로 그 뜻이에요. 박시율한테 저희가 포부를 지닌 사람이라는 거 보여줘야죠!”박이성이 웃으며 말했다.“할아버지, 저는 계약서에 사인을 받아올 테니까 먼저 호텔로 가세요. 딱 12시에 밥 먹어요, 제가 좋은 소식 들고 올게요!”“그래, 얼른 가 보거라!”박 씨 어르신이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 550억의 프로젝트는 박이성의 실력을 충분히 증명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런 프로젝트를 맡을 수 있다면 박 씨 집안의 사업을 박이성에게 물려줄 수도 있겠다고 그는 생각했다.박 씨 어르신의 흐뭇한 모습을 본 박준식도 뿌듯해했다.그는 박 씨 집안의 주인이었지만 박 씨 어르신은 그 어떠한 권력도 박준식에게 주지 않았다. 도박을 했던 전적이 있는 그는 하루 저녁에 18억을 전부 잃었기에 박 씨 어르신도 더 이상 그를 믿지 않았다.밖으로는 박 씨 집안의 주인으로 알려졌지만 그에게는 어떠한 권력도 없었다. 그 이후로 도박을 하러 가지 않았지만 박 씨 어르신은 다시는 그는 믿지 않았다.심지어, 5년 전, 어르신은 박시율의 똑똑함을 알아차리고 앞으로 그녀
“하하, 이건 엄마 몫이니까 받으세요!” 도범은 하하 웃으며 서정에게 돈을 쥐어주었다. 옆에 있던 나봉회가 이 모습을 보고 눈이 번쩍 띄어 황급히 다가가 “이 자식아, 돈만 있으면 너 엄마한테만 줄 거지? 우리가 아이를 돌봐주고 그렇게 고생했는데, 왜 네가 우리한테 돈을 주는 걸 못 봤지? 몇 년 치 양육비는 줘야 하지 않느냐?" 하인 지유는 이 말을 듣고 중얼거렸다: "요 몇 해 동안 출근도 안하고 수입도 없었잖아요. 수아도 거의 아가씨가 키운 거예요. 게다가 아가씨가 쓰레기를 줍고 서정 아주머니가 출근해서 돈을 벌어 왔지 언제 돈 한 푼 낸 적이 있었나요. 그런데도 양육비를 내라고 하다니!" “이 계집애가 무슨 헛소리야? 하인인 주제에 너랑 무슨 상관이야?" 이 말을 듣자마자 나봉희는 화를 냈다.“엄마, 돈 갖고 싶으면 당연히 줄 수 있죠. 하지만 도범을 사위로 인정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걔가 왜 엄마한테 돈을 주겠나요?" 박시율이 다가오며 나봉희를 한 번 흘겨봤다. 이 말을 듣자 나봉희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녀는 "흥, 이까짓 돈 내가 못 본 것도 아니고, 이 돈으로 내가 너를 우리 집 사위라고 인정하기를 원한다면 어서 꿈 깨!"라고 냉담하게 말했다. 도범은 이 까칠한 장모를 상대하기 귀찮아하여 바로 돈 자루를 박시율에게 건넸다. "이 안에 있는 돈은 당신이 먼저 써요. 장보거나 수아 등록비 내는데 충분하니 한동안 지낼 수 있을 거예요.” “여보, 이게 얼마예요?” 박시율은 묵직한 돈자루를 들고 놀라워 했다. 설마 이 안에 들어 있는 건 모두 돈이 아니겠지? 나봉희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도범이 말하기 전에 바로 앞으로 나서서 자루를 빼앗아 바닥에 쏟았다. 온 바닥에 가득 찬 현금을 보자 나봉희는 놀라움을 금치 않았다. “어이쿠야! 이게 얼마야?” 도범은 쓴웃음을 지었다. "많지도 않아요. 제가 2억원을 꺼내 엄마에게 천만원을 주고 아직 1억9천만원이 있어요!" “꿀떡!” 나봉희는 침을 삼키고
"어머니 안심하세요, 제가 한 말은 당연히 지킬 것이에요! 이 돈은 시율이가 장보고, 수아를 유치원에 보내는 데에 쓰는 것이에요!" 도범은 껄껄 웃더니 말했다. “흥,알면 됐어!” 나봉희는 콧방귀를 뀌더니 말했다. 바닥에 널부러진 돈을 아직 다 줍지 않았는데, 이때 한 소년이 팔에 문신을 한 젊은 여자를 끌어안고 함께 들어왔다. 둘 다 나이가 많지 않아 보였다, 한 열여덟, 아홉 살쯤 되어 보인다. 소년은 노란 머리에 피어싱을 하고 귀걸이를 했다. “우와, 무슨 돈이 이리 많아!” 바닥에 있던 돈을 보자 소년은 곧장 달려와 그 돈을 주우며 격동했다. "세상에, 적지 않은데요! 이 주머니에도 있어요. 이거, 2억원 되죠? 오랜만에 이렇게 많은 돈을 보네?” “넌 누구야? 당장 내려놔!” 이 젊은이의 모습을 보자 도범은 상대방을 노려보며 차갑게 말했다. "그, 그럼 넌 누군데?” 젊은이는 도범을 보더니 그의 매서운 눈빛에 깜짝 놀라 손에 쥐고 있던 돈묶음도 그대로 땅에 떨어졌다. “도범아. 뭐 그리 흉악해? 해일도 몰라보냐?” 나봉희가 도범을 노려보았다. “해일이?” 도범이가 드디어 그를 알아보았다. “해일이었구나, 내가 떠날 때 겨우 14살이었는데, 벌써 이렇게 컸구나! 어른이 다 되었는데, 완전히 못 알아보겠어!” “난 또 누구라고 감히 나한테 이렇게 매섭게 굴다니, 그 쓰레기 형부였구나!" 박해일도 “나는 또 당신이 죽었는 줄 알았는데, 살아서 돌아왔구만. 이 5년 동안 당신 때문에 우리 가족이 이 지경으로 살았지!"라고 즉각 대답했다. 그 젊은 여자도 박해일 곁으로 와서 도범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해일씨, 이 사람이 바로 그 쓸모없는 데릴사위예요? 2억원으로 어머니를 치료하기 위해 데릴사위가 되고, 신혼 다음날 바로 전쟁터에 간 그 사람이예요?” 박해일의 눈빛은 가시를 품고 있었다. “맞아, 이 나쁜 놈이 가짜 결혼으로 약속했는데, 신혼 밤에 우리 누나 술을 많이 마신 틈을 타서 하
“게다가 도범이가 누나를 이렇게 비참하게 만들었는데 그를 도와 말을 하다니, 누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박해일은 즉시 장소연을 도와주며 말했다. “어쨌든 누나는 도범과 혼인신고를 했고, 지금도 합법적인 부부이기에 우리는 한 가족이다. 너도 말했잖아, 장소연은 아직 너에게 시집가지 않아도 앞으로 한 가족이 될거라고. 그건 나중의 일이야. 우린 아직 한 집 식구가 아니야. 그러니 우리 집 일은 걔가 신경 쓰지 말라고 해!” 박시율이 장소연에게 선입견을 갖고 있는지 차갑게 말했다. “저야말로 상관하기 귀찮죠. 결국 이건 언니 일이죠. 언니가 군인과 결혼하든지 쓰레기와 결혼하든지 우리야 상관할 바가 아니죠!” “그리고 언니 오늘 이 지경이 된 거 다 언니 탓이 아니예요? 애초에 그런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 하람그룹의 대표이사는 당연히 언니 몫이죠! 애석하게도 미녀 회장이 이 지경이 되었으니.” 장소연는 두 손을 안고 비아냥거렸다. “네가 상관하기 귀찮으면 입 닥쳐!” 도범은 장소연이 시율한테 한 말을 듣고 차갑게 말했다. “너…” 장소연은 화가 나서 숨을 고르게 못 쉬고 얼굴이 검으락푸르락하였다. “네 이놈이, 우리 집안을 이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사과할 줄도 모르면서 감히 내 여자까지 욕보이다니! 내 주먹 맛을 보아라!" 줄곧 여자 친구를 끔찍하게 아껴왔던 박해일은 이 상황을 보고 그가 바로 두 발짝 나가 주먹을 불끈 쥐더니 도범을 향해 주먹을 내리쳤다. “박해일, 너 미쳤어? 아무리 어쨌든 도범은 네 형부야! 게다가 당초의 일은 그가 잘못한 일이 없었어, 그때 우리 둘 다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박해일이 도범에게 주먹을 쓰려는 걸 보고 박시율은 더 화가 나서 외쳤다. 박해일의 공격에 도범은 바로 뒤로 몸을 기울여 상대방의 공격을 쉽게 피했다. “내 공격을 피했다고?” 도범을 못 치자 박해일은 다시 주먹을 들고 도범을 향해 때렸다. 안타깝게도 그의 공격은 도범에게 전혀
“그래요 어머니. 이 돈 어디서 났어요?” 장소연도 곧바로 달려와 다정하게 어머니라고 불렀다. 나봉희는 놀라 멍해 있더니 기뻐 얼굴이 일그러졌다. “얘, 방금 뭐라고 했어? 전에 아주머니라고 하지 않았느냐?”라고 말했다. 장소연은 수줍은 얼굴로 “어머니, 죄송합니다. 사실 마음속으로는 이미 어머니라고 부르고 싶었지만, 방금 조심하지 않아서 마음속의 생각을 외쳤어요!"라고 대답했다. "아이고, 그거 참 잘됐네, 얘야, 아주머니라고 부르지 말고 어머니라고 불러! 아버지하고 어머니는 널 아주 좋아해. 앞으로 날 어머니라고 부르면 돼, 너랑 해일이는 사이가 좋아 결혼은 조만간 할 일 아니야?” 나봉희는 너무 기뻐서 싱글벙글 웃었다. “엄마, 이 돈이 무슨 돈인지 아직 대답 안 했어요. 무슨 돈이 왜 이렇게 많아?설마 부잣집 도련님이 우리 누나와 결혼하려고 주는 예물은 아니겠지?” 박해일은 격동해 하면서 물었다. 자기 누나가 부잣집에 시집가면 좋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러면 자기 가족도 다시 일어설 수 있으니까. “아니, 무슨 예물이겠니?” 나봉희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제서야 도범을 쳐다보더니, “이것은 도범 이 자식이 준 수아의 양육비다, 5년 동안 보살펴 줬다고 1억9천만이나 줬어!"라고 말했다. “형부가 주셨다고?” 박해일은 도범을 돌아보며 이상하게 생각했다.. ”형부가 이렇게 많은 돈을 내놓을 수 있다고? 군대 갔다 오면 돈도 많이 주는가?"고 물었다. "넌 몰라. 내가 듣기로는 제대하고 돌아온 사람들은 모두 돈을 받을 수 있다고 들었는데, 시간이 짧은 사람들도 2~4천만원이나 받는다고 하던데, 도범은 5년이나 있었는데, 몇 천만원 있을 수 있지!” “얘가 2억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아마 전쟁터에서 공을 세운 것 같아. 공로가 없다면 그렇게 많은 돈을 가질 수 없겠지!” 나봉희는 웃으며 그 무거운 마대자루를 든 다음 “도범이 그래도 양심이 좀 있어. 우리에게 돈을 벌어서 약간의 보상이라고 했으니. 만약 정
나봉희가 웃으며 또 900만원을 내놓자 장소연은 즉시 히죽히죽 웃으며 감사를 표했다. "고마워요, 어머니!" 도범은 그들을 상대하기 귀찮아 박영호에게 다가갔다. "제가 아버지 다리 고쳐드릴 수 있습니다!" "네가 나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박영호은 당연히 다리가 낫기를 바랐다. 도범이가 다시 이 일을 꺼내자 그의 혼탁한 두 눈에 한 줄기 빛이 드러났다. "뻥치지 마! 우리 아빠 다리 정형외과 주임한테 보였었어. 전문가 선생님도 고칠 수 없다는데 너라고 치료할 수 있겠어?" 박영호는 앞으로 나아가서, "네가 예전에 배달을 하고 군대에 갔던 것 같은데… 5년 동안 군대에 있으면서 혹시 의무병이 되어 부상자들을 치료해 주었냐" "어쩐지, 5년 동안 전쟁터에 나가서 살아 돌아왔다더니, 전선에서 적들을 무찌르는 것이 아니라 후방에서 부상자를 치료하고 있었구나!" 장소연은 두 손을 가슴에 안고 "나는 또 전선에서 돌아온 영웅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계속 후방에 숨어서 치료나 해 줬구나!"라며 경멸 섞인 미소를 지었다. 두 사람의 말에 도범은 그저 무시하고 박영호를 바라보며 "아버지, 걱정 마세요. 아버지는 시율의 아버지뿐만 아니라 제 아버지이기도 합니다. 저는 아버지를 해칠 수 없어요!"라고 말했다. 이렇게 간절한 말을 듣자 박영호은 잠시 설득되어 시도해 보려고 하였다. "그거야 어떻게 알겠니? 네가 우리 집을 5년 동안이나 해쳤잖아. 5년이란 시간이 무슨 장난이야?" 나봉희는 "괜히 네 아버지의 다리를 더 심각하게 하지 말고. 그러면 넌 정말 끝장이야!"라고 비아냥거리면서 귀띔했다. "그러면…" 박영호가 이 말을 듣자 망설였다, 만약 도범이가 자신의 다리를 못 고치는 망정 더 심하게 만들었다면, 그럼 끝장이 아닐까? "아빠, 난 도범을 믿어요. 한번 믿어보세요!" 박시율이 나서서 권했다. "그래, 그러마, 어차피 다리가 이렇게 됐으니 더 나빠져도 뭐 어떻겠니?" 박영호는 바로 옆에 있는 돌의자에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
두 번째 방법은 고도의 신법을 필요로 하며, 일반적인 무사로서는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수준이다. 첫 번째 방법도 강력한 실력이 필요하기에, 주위 사람들이 도범을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빙봉천리의 감금 아래에서 도범은 결코 빠져나갈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따라서 모두가 도범이 반드시 패배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도범의 경맥이 감금되면 오양수가 도범을 결코 쉽게 놓아주지 않을 것이라 여겼다.한편, 도범은 한 손에 장검을 쥐고, 다른 손으로는 연달아 법진을 만들어냈다. 이윽고 백 개의 영혼검이 하나로 융합되어, 거대한 영혼 검이 되어 회흑색 장검 속에 흡수되었다.도범이 전승 상태로 참멸현공을 펼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비록 빙봉천리가 지급 상급 무기일지라도, 도범의 눈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도범은 현재 참멸현공을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한 상태였고, 영혼검과의 융합으로 생성된 힘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힘이다.도범은 분노에 차서 큰 소리로 포효하며 단칼에 검을 휘둘렀다. 이윽고 회흑색 장검에서 거대한 검기가 날아가면서 하늘을 뒤덮은 얼음망이 도범의 앞에 닥쳐왔다.모두는 쾅쾅하는 몇 번의 뚜렷한 소리를 들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단단해 보이던 빙봉천리가 도범의 한 줄기 검기에 의해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게다가 이 검기는 빙봉천리를 부순 뒤에도 힘이 전혀 소모되지 않은 채 여전히 앞으로 돌진했다. 이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고, 뒤따라오던 오양수조차 반응하지 못했다.현재 도범의 참멸현공은 대원만의 경지에 도달했다. 비록 빙봉천리가 지급 상급 무기라 할지라도, 참멸현공 앞에서는 종이장처럼 부서질 뿐이었다.모두가 도범이 빙봉천리에 온몸이 봉쇄되어, 도살당할 어린 양처럼 될 것을 기대했으나, 그들의 모든 환상은 산산이 부서졌다. 검날이 빙봉천리를 부순 후, 곧장 반응하지 못한 오양수를 향해 돌진했다. 검날이 오양수의 면전 3척 앞에 닿기 직전에야 오양수는 자신을 보호하려 했지만, 이미 너무 늦어버린 상황이었다. 평상시라면 오양수는 공격과 동시에
각양각색의 논조, 그리고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끝없는 토론. 그러나 도범은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상관하지 않았다. 도범은 그저 담담한 눈빛으로 오양수를 바라보았다.잠시 후, 오양수가 무기를 꺼내들자, 도범도 천천히 자신의 회흑색 장검을 꺼내 손에 쥐었다. 이 장검은 오랫동안 도범과 함께한 무기로,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었다.오양수는 청란골패를 가볍게 휘두르자, 뚜렷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한기가 청란골패에서 뿜어져 나오며 분위기를 한순간에 바꾸었다.현재 오양수의 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만이 존재했다. 그건 바로 도범을 쓰러뜨린 뒤, 잔인하게 고통을 주어 그 대가가 얼마나 혹독한지 알게 하는 것이었다.오양수는 크게 포효하며 두 손을 뒤집어 법진을 만들어냈다. 그러자 오양수의 손바닥에 육각형 모양의 얼음 화살이 생겨났고, 4초 후, 수백 개의 육각형 얼음 화살이 오양수의 앞을 가득 메웠다.오양수는 다시 한번 포효하며 앞을 향해 힘껏 밀어붙였다. 그러자 수백 개의 육각형 얼음 화살이 도범을 향해 맹렬히 돌진했고, 이 화살들과 함께 엄청난 한기가 도범을 덮쳤다.도범은 눈살을 찌푸린 채, 두 손으로 장검을 단단히 쥐고 한 발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는 조용히 검을 휘둘렀다. 이윽고 수많은 육각형 얼음 화살은 단숨에 두 조각으로 나뉘었다.그때, 관중석에서 다시 한번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도범 저 녀석, 실력이 정말 보통이 아니네요!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면, 오양수가 수련한 무기는 지급 상급 무기, 빙봉천리에요! 그런데 도범이 단칼에 빙봉천리를 가르다니, 실력이 꽤 강한데요!”그 사람이 말을 끝내자마자 주변에서는 곧바로 반박이 나왔다.“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게 무슨 말이에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바라문 세계를 둘러봐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 같아요? 방금 전의 공격은 단지 약간의 힘만 사용한 거에요. 오양수가 진심으로 도범을 죽이려 했다면, 반항할 틈조차 없었을 거에요!”오양수가 쏘
검은 옷의 대장부는 눈살을 찌푸린 채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내가 무슨 말을 하든 네가 뭔 상관이야! 이 건방진 놈, 죽고 싶어! 마침 상대가 필요했는데, 너의 입탑영패를 가지고 와. 우리 한 판 붙자!”그러자 오수경은 콧방귀를 뀌며 태연하게 말했다.“내 앞에서 강자 흉내 내지 마. 내 가슴에 6품 연단사 휘장이 붙어 있는 걸 못 봤어? 그런데 네가 연단사인 나와 실력을 겨루겠다고? 차라리 연단술을 겨뤄보는 게 어때?”이 말에 검은 옷의 대장부는 말문이 막혀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규칙이 없었다면 그는 당장이라도 오수경의 목을 조를 기세였다.오수경은 검은 옷의 대장부가 더 이상 말하지 않자, 더욱 신나서 비아냥거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순간 도범이 손을 뻗어 그를 막았다.“너는 왜 이렇게 매사에 신중하지 못해? 지금부터 내 말을 잘 들어. 무슨 일이 있어도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해. 알겠어?”도범의 꾸짖음에 오수경은 목을 움츠리며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전에 도범에게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었기에, 이번에는 더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이때, 검은 옷의 대장부는 냉소를 머금은 채 다시 도범을 바라보았다. 방금 그들의 대화를 일부 들었기에 도범에 대한 호기심은 더욱 커진 상태였다.“네가 정말 8품 종문의 친전 제자보다 강하다고 생각해?”도범은 눈살을 찌푸린 채 검은 옷의 대장부를 상대할 가치가 없다고 여겼다. 그러나 검은 옷의 대장부는 도범이 대답하지 않아도 화내지 않았다.이렇게 시간은 점점 흘러갔고, 아마도 내기 때문이거나 도범의 냉담한 태도 때문인지 상황은 이상할 정도로 고요해졌다. 도발적인 말이 다시 들리지 않았다. 제73회 대결이 곧 시작되려 할 때, 도범은 더 이상 쓸데없는 소리를 듣지 않게 되었다.잠시 후, 도범은 자리에서 일어나 숨을 내쉬고는 오수경을 향해 눈짓을 보냈다. 그리고는 나지막이 말했다.“누구를 보든, 어떤 말을 듣든, 이 자리에서 떠나지 마.”그 말을 마치고 도범은 큰 걸음으로 대결 무대를 향해 걸어갔다
“내기를 하려면 정식으로 해야 하지 않겠어? 누구도 뒤집을 수 없도록, 우리 계약 하나 체결하자. 네가 이기면 내가 19만 개의 영정을 주고, 내가 이기면 너는 같은 수량의 영정을 줘야 해.”그러자 민경운이 눈살을 찌푸린채 말했다.“너는 사람들과 계약을 맺는 걸 참 좋아하네.”칠현대에서 민경운은 도범이 검은 옷의 대장부와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도범의 거래를 방해했었다. 그런데 도범과 내기를 할 때도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하니 어이없을 따름이었다. 도범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들고 진지한 표정으로 민경운을 바라보며 말했다.“계약을 맺고 싶지 않다면 솔직히 말해. 다른 핑계를 대지 말고, 계약을 맺는 것이 내기에서 가장 확실한 보증이라고 생각할 뿐이야.”이 말을 듣고 나서 민경운은 더 이상 도범과 쓸데없는 말을 나누고 싶지 않았다. 사실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민경운에게는 유리한 일이다.도범은 자신의 실력만 믿고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에게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도범이 이렇게 자발적으로 19만 개의 영정을 내놓으려 한다면, 민경운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야말로 어리석은 짓일 것이다. 그래서 민경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다면 어서 계약을 체결하자.”도범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평생 가장 빠른 속도로 계약 내용을 작성하고 자신의 정혈을 떨어뜨렸다. 그리고는 계약서 두루마리를 민경운에게 건네주었고, 민경운은 두말할 것도 없이 자신의 손가락을 그어 피를 떨어뜨렸다.계약서에 적힌 모든 문자가 즉시 뒤틀리며 두루마리의 속박을 벗어나 공중에 떠올랐다. 천지의 기운이 쏟아져 내려와 이 문자들과 얽히기 시작했고, 세 번의 호흡 후에 문자는 다시 두루마리에 합쳐졌다. 이것은 계약이 체결되었음을 의미했다.모든 절차가 끝난 후, 도범은 미소를 머금은 채 계약 두루마리를 회수했다. 계약이 체결되면 변경할 수 없고, 거짓말할 수도 없다.한편, 민경운은 도범의 흥미진진한 모습을 보고 얼굴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 민경운은 콧방귀를 뀌며
도범은 고개를 돌려 오양수를 한 번 쳐다보았다. 그 순간 오양수는 진지한 표정으로 도범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진실한 눈빛은 마치 자신이 말한 모든 것이 반드시 이루어질 일이라는 믿음을 주려고 하는 듯했다.도범은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도범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오양수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강했다. 그러나 도범이 말하는 강함은 오양수가 다른 사람들보다 실력이 뛰어나다는 뜻이 아니었다. 오히려 오양수는 다른 사람들을 화나게 만드는 재주가 훨씬 더 뛰어났다.평소에는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도범이지만, 오양수의 몇 마디에 지금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으니 말이다. 도범은 냉소를 터뜨리며 말했다.“네가 한 말 잊지 마.”그러자 오양수는 눈살을 살짝 치켜올린 채 말했다.“당연히 내가 한 모든 말을 기억할 거야!”도범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대결 무대에 있는 실력이 비슷한 두 무사에게 시선을 돌렸다. 주위는 다시 적막에 휩싸였다. 오양수는 도범이 시선을 돌리는 모습을 보고 불쾌해났다.오양수가 방금 한 말은 물론 의도가 있었다. 오양수는 자신의 말이 끝나면 도범의 얼굴에 두려움과 걱정이 스며드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도범이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며 몸서리치는 모습을 기대했었다. 도범이 자신에게 자비를 구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도범은 냉소 외에 어떠한 감정의 동요도 보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오양수는 자신이 방금 했던 말이 충분히 잔인하지 않았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민경운의 얼굴도 역시 어두워졌다. 민경운은 오양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도범이 일어날 일을 미리 두려워하며 땅에 엎드려 용서를 구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했다. 그러나 도범의 반응은 너무나 작았다. 잠시 후, 민경운은 깊은 숨을 들이쉬고 오양수 옆에 털썩 앉았다. 두 사람 사이에는 오양수 하나만이 자리하고 있었다.한편, 도범은 이들과 더 얽히고 싶지 않아 다시 대결 무대에 집중하며 말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은 이렇게 시간을 허
도범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지만, 이 불청객들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곳은 관중석으로, 이곳에서 싸우는 것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만약 이들이 이곳에서 싸움을 벌인다면, 가장 먼저 처벌받는 쪽은 바로 원건종 쪽이다.어차피 싸움이 일어날 가능성이 없으니, 도범은 신경 쓸 필요는 더더욱 없었다. 이들이 여기 온 목적은 뻔했다.민경운은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정말 대단한데? 모든 걸 알면서도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는군. 너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가 무엇을 대표하는지 정말 모르는 건가?전에 네가 도민수와 싸워 이겼다고 해서 우리 원건종 제자들 앞에서 거만하게 굴 수 있다고 착각하지 마. 도민수는 약간의 실력은 있지만, 내문 제자들 중에서도 별 볼 일 없는 존재였어. 이제 네가 상대해야 할 사람은 우리 원건종에서 가장 강한 자들 중 하나야!”원건종 제자들은 도범을 둘러싸며 압박을 가했지만, 아직 손을 대지는 않았다. 도범은 눈살을 찌푸렸다. 제73회 대결까지 아직 시간이 좀 남아 있었기에 원래 조용히 대결을 지켜보려 했다.그러나 이처럼 많은 파리들이 들이닥칠 줄은 몰랐다. 도범은 답답한 숨을 내쉬었다. 눈을 감고 있어도 저들의 입은 막을 수 없었다. 원건종 제자들을 완전히 조용하게 만들지 않으면, 결국 귀찮아질 게 뻔했다.그래서 도범은 머리를 들어 7품 연단사인 민경운을 바라보았다. 민경운은 제자들 사이에서 선도자의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이윽고 도범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무사들을 이토록 자신만만하게 평가하는 연단사는 처음 보네.”연단사의 수련 경지가 높지 않다는 것은 현연대륙의 무사들 사이에서 기본적인 상식이다. 그러나 민경운은 마치 자신이 친전 제자보다 더 강한 듯, 다른 무사들을 평가하고 있었다.이 말에 민경운은 얼굴이 검게 변하며, 분노로 가득 찬 눈빛으로 도범을 바라보았다. 오기 전부터 다른 제자들이 말하길, 도범은 단지 실력만 있는 게 아니라 입담도 독하니 쉽게 말싸움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고 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