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일은 그냥 이렇게 넘어가지만 이 일 때문에 저 사람들 찾아가서 행패 부리면 내가 어떻게든 너희들 찾아낼 거야. 너희들이 왕 씨 집안사람이든 말든 상관없어!”도범이 떠난 뒤, 용신애가 레스토랑에 있던 사람들을 보며 경고하더니 그곳을 떠났다.“저 용신애 사람 화나게 하는데 뭐 있네. 하필이면 이때 나타나서는. 몇 분이라도 늦게 왔으면 좋았을 텐데. 박시율이 간 다음에만 왔어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을 거야!”난장판이 된 레스토랑을 보던 뚱보 매니저가 화가 나서 말했다.한편 룸에 있던 왕호는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박 도련님 말대로 하니 정말 소용이 있긴 하네! 박시율 8억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안색이 새하얘지던데, 도범 그 자식이 어디 그런 돈이 있겠어. 8천만 원도 못 내놓을 녀석이야! 박시율은 자기 딸이랑 부모를 가지고 협박했더니 금방 허락하더라고, 이따 몰래 나와서 나랑 데이트하면서 커피 한잔하기로 했어!”왕호가 흥분한 목소리로 박이성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성공 일화를 늘어놨다.“왕 도련님, 축하드립니다!”휴대폰 반대편의 박이성이 입꼬리를 올려 차갑게 웃었다.“왕 도련님, 제가 말한 대로만 하세요. 박시율이 마실 커피에 약을 조금 타기만 한다면 왕 도련님 말을 기똥차게 잘 들을 겁니다, 자기가 더 주동적으로 나설지도 모르고요!”“그러니까, 박시율도 체면을 차리는 사람이니 어디 가서 말은 못 하겠지. 내가 그 성격 잘 알아, 그런 일을 떠벌렸다가는 자기 체면만 깎이는 게 아니라 부모님 체면에 박 씨 집안 체면까지 깎아먹는 꼴이지 않는가!”왕호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이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늘 자신에게 무심하던 도도한 여신을 그는 드디어 품에 안게 생겼다.박시율의 곱상한 얼굴과 거의 완벽에 가까운 몸매, 은은하게 풍기던 향기까지 생각하니 왕호는 쓰러질 것 같았다.하지만 기회가 이번 한 번밖에 없다고 생각한 왕호가 다시 어두워진 안색으로 말했다.“박 도련님, 이 방법도 좋긴 한데 앞으로 계속 박시율이랑 같이 하는 건
“정말?”박이성의 말을 들은 왕호가 눈을 반짝이며 흥분했다.그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이번이 유일한 기회라고 생각했다, 비록 한 번뿐이었지만 평생 여신을 갖지 못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예전에는 박시율의 집에 남자가 없기를 바라기도 했다, 도범이 죽으면 박시율은 과부가 되어야 했기에 언젠가는 자신에게 감동을 받아 결국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했었다.하지만 오늘 도범이 죽지 않고 살아서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자 자신과 박시율이 함께 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기에 박이성이 방법을 알려주자마자 왕호는 고민하지 않고 승낙했다. 그는 오랫동안 이 기회만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당연하죠, 하지만 왕 도련님, 저희 두 집안끼리의 합작은 어떻게 되는 거죠? 이윤 방면도…”박이성이 말을 하며 차갑게 웃었다. 자신의 이득을 취할 수만 있다면, 박 씨 집안의 사업이 잘 되어 돈을 벌 수만 있다면 그는 박 씨 집안을 위해 공을 세울 수 있었다.그때가 되면 자신의 지위도 더욱 안정적이게 될 수 있어 누구도 박이성과 박 씨 집안 주인자리를 빼앗을 수 없었다.박시율의 희생 따위는 그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박시율이 지금의 지경까지 된 것이 모두 그녀가 자처한 것이라고 생각했다.어르신은 박시율을 굉장히 중하게 여겼다, 심지어 적지 않은 박 씨 집안사람들은 박시율이 가업을 물려받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박시율은 스스로 그 좋은 기회를 포기했다.“하하, 그건 걱정 마, 내가 10% 더 줄 테니까. 그렇게 되면 박 도련님은 배가 되는 이윤을 가질 수 있을 거야, 이것보다 더 좋은 가격을 찾기는 힘들걸.”왕호가 박장대소하며 다시 말했다.“박 도련님, 그러니까 그 방법이 뭔지 얼른 말해 봐, 나는 참을성이 없는 사람이라고. 지금쯤 박시율은 집에 도착했겠지, 그리고 곧 나한테 데리러 오라고 문자 보낼 거야!”“방법은 간단합니다, 박시율을 곁에 오래 남겨두고 싶다면 손에 약점을 쥐어야 하는 법이죠. 호텔에 데리고 가서 휴대폰으
왕호는 멀뚱하게 선 부하들을 보더니 더욱 화가 나 소리쳤다.“멀뚱하게 서서 뭐해?”“도련님, 저희도 움직이고 싶은데 감히 손을 못 대겠어서 그런 겁니다.”매니저가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여기를 이렇게 만든 건 도범이 아니라 용 씨 집안 둘째 아가씨의 부하들입니다.”“용신애?”용 씨 집안의 둘째 아가씨라는 말을 들은 왕호가 숨을 들이켰다.“그 계집애가 왜 여기까지 와서 깽판을 친 건데?”“마침 지나가는 길에 이곳 인테리어가 괜찮아 보여서 밥이라도 한 끼 먹으려고 했는데 이곳 상황을 알고 저희가 도범 일행에게 사기를 치고 있다고 하면서 죄다 부셨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 도범이 돈도 내지 않고 가게 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도범을 찾아가 행패를 부리지 말라고까지 했습니다!”매니저가 한숨을 쉬더니 다시 말했다.“그렇게 결국 도범과 박시율이 용신애에게 인정을 진 것이 되었습니다, 박시율이 떠나면서 도련님께 이번에 도련님께서 밥을 사준 것이 아니라 용신애덕분에 밥값을 내지 않게 된 것이니...”“젠장!”왕호가 화가 나 발을 굴렸다. 박시율의 말이 무슨 뜻인지는 너무나 명백했다, 그러니까 오늘 밤의 만남은 물 건너간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다 된 밥에 재를 뿌리다니!”왕호가 씩씩거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는 너무나도 재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성공을 앞두고 쓸데없는 일에 끼어들기 좋아하는 용 씨 집안의 둘째 아가씨를 만났기 때문이었다.한편, 도범 일행은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이번에 다행히 마음씨 고운 신애 아가씨 덕분에 억울함을 풀 수 있었어.”나봉희가 웃으며 말했다. 그녀의 손에는 와인 몇 병이 들려있었다. 도범과 박영호의 손에도 꽤 많은 양의 와인이 들려있었다.“예전부터 용 씨 집안의 둘째 아가씨가 마음씨 좋다는 소리를 들었어, 전에 한 영감이 아가씨 차를 긁었는데도 영감이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돈 한 푼 내라는 소리 안 했다고 하더라고.”“착하기만 한 게 아니라 생긴 것도 예쁘니 그렇게 돈이 많지!”옆에 있던 박영호도 덩달아 감
“정말 8억이 나왔다면 줬을 거라고?”도범의 말을 들은 나봉희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있는 척 그만해, 지금 네 꼴을 봐, 그 많은 돈을 내놓을 수나 있겠어.”말을 마친 나봉희가 무언가가 생각난 듯 다시 박시율을 보며 말했다.“맞아, 시율아, 박 씨 집안은 건축사업을 하는 곳이잖아. 너 예전에는 거기로 출근을 했었는데 지금은 일자리도 못 찾는 상황이잖니, 적지 않은 회사에서도 박이성의 말을 듣고 자기 회사로 너 취직도 못 시키고 있고.”“그러게요, 어쩔 수 없죠. 박이성이 제가 쓰레기를 주우면서 사는 건 참을 수 있어도 다른 일자리를 찾아서 일을 한다면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 했어요. 그래서 다들 박이성 심기 안 건드리려고 저를 찾지 않는 거죠!”박시율이 한숨을 쉬었다.“저도 일자리를 찾고 도범도 돌아왔으니 일을 하기 시작한다면 저희 점점 좋아질 거예요.”“그래, 일을 찾는다면 조금 힘들긴 해도 이렇게 비참하게 살지 않아도 되겠지. 그래서 내가 방금 생각을 해봤는데 그 용 씨 집안의 둘째 아가씨가 우리한테 명함을 줬잖니? 착하고 사람을 돕기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이 아가씨한테 전화를 해서 우리를 도와서 일자리를 찾아달라고 하는 건 어때?”“어머니, 그건 좀 그렇지 않을까요? 전에 알지도 못했던 사람인데다가 오늘 도와준 것도 아직 갚지 못했는데 다시 그런 부탁을 하는 건 안 되죠. 그리고 그 명함을 준 것도 그저 예의상 준 거예요. 앞으로 무슨 일이 있으면 자기를 찾으라는 말도 그냥 한 소리예요. 정말 곧이곧대로 들으시면 어떡해요?”박시율이 말했다.“그게 뭐 어때서? 사람은 뻔뻔해야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거야, 나가서 쓰레기를 줍는 것보다는 낫잖니? 그리고 수아도 곧 유치원에 가야 하는데 제대로 된 일자리도 못 찾는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 네 딸 유치원 안 보낼 거야? 내가 말한 대로 해, 너 그 아가씨한테 보답하고 싶다고 했지? 이게 바로 그 기회인 거야, 그 아가씨 회사에 가서 출근하고 좋은 실적을 따내 돈을 벌게 하면 그게 보답 아니니
“하지만 나는 저놈이 당연히 그 많은 돈을 내놓을 수 없다고 생각해, 그때가 되면 내 사위는 왕 도련님이나 성 도련님이 되겠지.”나봉희의 말을 들은 박시율이 자신의 어머니에게 따지려고 했지만 도범이 그녀를 저지했다.“됐어, 시율아, 장모님 말이 맞아, 너 훌륭한 여자야. 할아버지 생신날, 내가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게, 너 내 여자니까 그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어.” 도범의 확고한 눈빛을 본 박시율은 금방 화가 가라앉았다. 대신 행복감이 그녀를 감쌌다.발그레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 그녀가 대답했다.“응, 나 너 믿어, 그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간 위험한 전쟁터에서도 너는 5년 동안이나 버텼잖아, 그러니까 너는 다른 사람보다 훌륭해.”하지만 두 사람의 낯간지러운 말을 들은 나봉희의 안색이 보기 싫어졌다.“시율아, 너 저놈이 하는 감언이설에 넘어가면 안 돼, 20억 보기 전까지는 나 저놈을 우리 사위로 인정할 수 없어. 그러니까 절대 저놈이 네 몸에 손을 대게 해서는 안 돼, 알겠지?”말을 하던 나봉희가 수아를 한 눈 보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나도 수아를 봐서 저놈을 집으로 들인 거야, 여기 잠시 머무르게 하는 것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외할머니, 왜 아빠가 엄마 몸에 손을 대요? 엄마 때리려고 하는 거예요? 아빠, 엄마 때리면 안 돼요, 알겠죠?”이제 4살 된 수아가 나봉희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 채 다급한 얼굴로 말했다.“수아야, 그런 뜻이 아니야. 아빠가 아까워서 어떻게 엄마를 때리겠어?”수아의 말을 들은 도범이 수아를 안아들고 방으로 가며 말했다.“가자, 수아 이제 잘 시간이지? 아빠가 책 읽어줄까?”“좋아요, 엄마, 아빠가 나 책 읽어준대요!”수아가 신이 나서 박시율을 보며 말했다.수아의 웃는 얼굴을 본 박시율도 뿌듯하게 웃었다.도범이 수아를 안고 방으로 들어가고 나서야 박시율이 나봉희를 보며 말했다.“어머니도 보셨죠, 수아는 아빠 없으면 안 돼요. 수아도 지금 도범을 굉장히 좋아하고 있어요. 피는 물보다 진하다잖아요,
도범이 수아에게 이야기책을 한 권 다 읽어주기도 전에 수아는 잠들었다.한편, 용 씨 저택으로 돌아간 용신애가 자신의 아버지를 마주했다.“어때? 그 도범이라는 남자를 만났느냐?”용준혁은 용신애를 보자마자 물었다.하지만 여유롭게 와인 한 잔을 따른 용신애는 가볍게 와인잔을 흔들더니 한 모금 마시고서야 입을 뗐다.“만났죠, 꽤나 잘생겼던데요, 남자답기도 하고!”“누가 얼굴 보라고 보낸 줄 알아? 어떻게든 도범이랑 좀 엮여서 사이를 좋게 만들어보라고 보낸 거지. 그 사람 장진보다는 신분이 못하지만 그래도 비슷한 정도는 될 거야. 그리고 중요한 건 장진이랑 사이가 좋은 사람이니 그 사람이랑 친해진다면 장진이랑 친해지는 것이나 다름없지.”용신애는 용준혁의 말을 들으며 와인을 한 모금 더 마시더니 와인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진지하게 말했다.“아빠, 저는 잘 모르겠어요. 전신에게 잘 보이고 싶은 거면 직접 장진을 찾아가면 되는 거잖아요. 도범이라는 자의 신분이 아무리 낮지 않다고 해도 전신보다 높을 리는 없잖아요.”“네가 뭘 몰라서 그래.”용준혁이 와인잔 하나를 챙겨와 와인을 붓더니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장진은 너무 도도해서 다가가기가 어려워, 내가 선물해 준 전신부를 받아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내 체면을 봐준 거라고. 그리고 여자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나는 잘 모르잖니, 그래서 무엇을 도와줘야 할지도 모르겠고!”말을 멈췄던 용준혁이 다시 입을 뗐다.“하지만 도범은 데릴사위라는 신분을 가졌잖니, 그때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어쩔 수없이 데릴사위로 들어가 박이성을 대신해 전쟁터에 나갔다가 이제 돌아온 거야. 돌아와보니 딸도 생겼고 마누라도 자기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박 씨 집안사람들은 모두 도범을 얕잡아보고 있다고!”용준혁의 말을 듣던 용신애가 그의 뜻을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아빠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았어요, 그러니까 장진은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지만 도범은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니 많이 엮여서 도와준다면 장진을 도
“무슨 일이야, 이성아, 아침부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무슨 중요한 일이라도 말하려는 거야?”박준식이 자신의 아들을 보며 의아하게 물었다.“좋은 소식 하나를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이번에 괜찮은 프로젝트 제의를 받았습니다. 중요한 건 그 이윤이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겁니다, 이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한다면 적어도 550억을 벌 수 있을 겁니다.”박이성이 거만한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그는 왕호가 한다면 하는 사람이라고 믿고 있었기에 이른 아침부터 흥분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떨리는 손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았던 것이었다.“잘 됐네요, 그럼 꽤나 큰 프로젝트겠네요.”“그러게요, 이성 도련님 정말 대단하네요, 이런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다니, 게다가 이윤도 저렇게 높다니!”박 씨 집안 친척들이 하나 둘 박이성을 칭찬했다.“그래? 계약서는 작성했느냐?”박이성의 말을 들은 박 씨 어르신도 기뻐했다. 이윤이 어마어마한 프로젝트를 박 씨 집안은 오랫동안 맡지 못했었다. 그랬기에 550억을 벌 수 있는 이 프로젝트를 중시할 수밖에 없었다.“계약서는 이미 준비해뒀습니다, 왕 도련님께서도 허락하셨고요, 어제 저녁에 전화로 얘기를 다 끝냈습니다.”“할아버지, 제가 이따 왕 도련님을 찾아가서 계약서에 사인을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책임지고 이 일 마무리하겠습니다!”박이성이 가슴을 치며 장담했다.물론 속으로는 도범 그 쓰레기 같은 놈이 자기 마누라가 다른 남자와 데이트를 하러 갔다는 것도 모르고 있다며 욕을 했고 박시율이 지금쯤 이불을 끌어안고 울고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그럼 얼른 가서 사인부터 하거라, 계약서에 사인을 하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모르는 거야, 입으로 약속한 일은 언제든지 바꾸면 그만이니까!”박 씨 어르신이 흐뭇한 얼굴로 말했다.“그래, 얼른 가봐, 우리는 호텔이라도 하나 잡아서 축하파티를 열 준비를 할 테니까! 다 같이 밥이나 한 끼 먹죠!”박준식이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 자신의 아들이 박 씨 집안을 위해 큰돈
“그 사람들을 부른다고? 그냥 그 사람들한테 자랑하려는 건 아니고?”그때 박시연이 앞으로 나서며 박이성의 의도를 단번에 들추어냈다.그 말을 듣고 순간 당황한 박이성이 버벅거리며 말했다.“멋대로 얘기하지 마, 내가 그런 사람이야?”말을 멈췄던 박이성이 다시 입을 뗐다.“나는 박시율도 우리 박 씨 집안사람이고 할아버지 친 손녀니까 박 씨 집안의 큰일에 얼굴 내밀고 축하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런 거지. 그래야 우리도 다른 사람한테 쪼잔하다는 소리 안 듣지, 그 사람들 몇이 더 온다고 돈이 얼마나 더 들어가겠어?”박이성의 말을 들은 박 씨 어르신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이성이가 컸구나, 예전보다 성숙해졌어. 큰일을 할 사람은 이런 포부를 지녀야 하는 법이지. 그 일이 일어난 지도 벌써 5년이니까 사람들도 거의 다 잊었을거다, 그러니 밥 한 끼 같이 먹는 것도 괜찮지.”“할아버지 말이 맞아요, 제 뜻이 바로 그 뜻이에요. 박시율한테 저희가 포부를 지닌 사람이라는 거 보여줘야죠!”박이성이 웃으며 말했다.“할아버지, 저는 계약서에 사인을 받아올 테니까 먼저 호텔로 가세요. 딱 12시에 밥 먹어요, 제가 좋은 소식 들고 올게요!”“그래, 얼른 가 보거라!”박 씨 어르신이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 550억의 프로젝트는 박이성의 실력을 충분히 증명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런 프로젝트를 맡을 수 있다면 박 씨 집안의 사업을 박이성에게 물려줄 수도 있겠다고 그는 생각했다.박 씨 어르신의 흐뭇한 모습을 본 박준식도 뿌듯해했다.그는 박 씨 집안의 주인이었지만 박 씨 어르신은 그 어떠한 권력도 박준식에게 주지 않았다. 도박을 했던 전적이 있는 그는 하루 저녁에 18억을 전부 잃었기에 박 씨 어르신도 더 이상 그를 믿지 않았다.밖으로는 박 씨 집안의 주인으로 알려졌지만 그에게는 어떠한 권력도 없었다. 그 이후로 도박을 하러 가지 않았지만 박 씨 어르신은 다시는 그는 믿지 않았다.심지어, 5년 전, 어르신은 박시율의 똑똑함을 알아차리고 앞으로 그녀
“풍린수의 가장 큰 약점은 지능이 낮다는 거야. 이들은 그렇게 많은 꾀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무사들이 조금만 머리를 쓰면, 버티기만 해도 풍린수를 처치할 수 있지.”삼각눈의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혹시 구록종이 무슨 종문인지조차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방금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표정이 어찌나 비웃음이 깃든지 말이야. 중주에 어떤 강력한 종문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거 아니야? 넌 정말 중주 출신이 맞긴 한 거냐?”이 일련의 의심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점점 오수경을 변두리에서 나온 우물 안 개구리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리 없었다. 오수경은 무심코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야 도범이 왜 침묵을 즐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들과 다투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애초에 오수경은 이들과 말다툼을 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이들이 오수경을 끝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오수경은 인상을 찌푸린채 말했다.“물론 구록종은 중주 7품 종문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그러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오수경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런데 왜 내가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얼굴에는 비웃음이 서린 거냐?”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묻고 싶었다.‘네가 어떻게 내 얼굴 표정을 그렇게 자세히 본 거야? 난 내 얼굴에 어떤 표정이 있는지도 몰라.’이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오수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목소리를 높여 이들과 싸우려는 순간, 도범이 오수경을 막았다. 그러자 도범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이 사람들과 싸워서 뭐하겠어? 저들과 싸우는 건 네 시간만 낭비하는 거야. 이들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이 말에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 도범은 지금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사람들이 도범을 허세 부리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나, 도범의 말은 그들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오수경도 이미 충분히 오만했지만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