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건종에는 수많은 제자가 있어, 한 명을 죽이면 또 다른 누군가가 찾아올 것이다. 오수경도 이를 잘 알고 있었으나, 도범이 자신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고민이 많았다. 그런 가운데, 익숙한 모습이 눈앞을 스치고 지나갔다.오수경은 갑자기 멈춰서서 도범의 팔을 잡아당기며 외쳤다.“저 사람을 봐!”도범은 미간을 찌푸리며 오수경이 가리키는 방향을 보았다. 눈앞에는 익숙한 뒷모습이 있었고, 그 사람은 안정된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도범이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곽치홍이야! 맞아, 저 사람이야!”오수경은 도범의 반응을 기다리지도 않고 도범의 팔을 놓고 앞으로 달려갔다. 도범은 오수경이 너무 성급하다며 속으로 욕을 했다. 도범이 오수경을 막으려 할 때쯤, 오수경은 이미 곽치홍에게 다가가 그의 팔을 잡아챘다.곽치홍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오수경을 바라보았다. 이때 오수경은 흥분한 나머지 다른 건 신경 쓰지 않았다.“너 그동안 어디 있었어? 왜 여기 있는 거야?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오수경의 질문은 마치 물이 쏟아지듯 쏟아져 나왔다. 오수경은 눈을 크게 뜨고 다그치듯 물었다. 한편, 도범은 오수경의 무모한 행동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곽치홍이 눈앞에 나타나자, 이전의 냉정함을 모두 잃어버린 오수경은 곧바로 그에게 달려갔다. 그래서 도범은 격분하며 오수경의 팔을 거칠게 잡아당기고는 오수경을 뒤로 물러나게 했다.곽치홍은 처음에는 의아한 표정으로 오수경을 쳐다보았지만, 이내 매서운 눈빛으로 말했다.“사람을 잘못 봤어. 난 너희를 몰라.”곽치홍은 말을 마치자마자 고개를 돌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라졌다. 곽치홍의 뒷모습이 점점 멀어지자, 오수경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방금 뭐라고 한 거야? 나를 모른다고? 왜 그런 말을 하지? 무엇을 숨기려는 걸까?”오수경은 머릿속에서 이러한 생각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그 순간, 도범의 호통이 들려왔다.“내가 전에 말한 것들을 전부 잊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씁쓸하게 말했다.“아무것도 알아낸 게 없어. 곽치홍은 아예 우리를 모른다고 했어.”오수경은 억울한 표정으로 덧붙였다.“곽치홍이 대체 무슨 수작을 부리는 거지? 우리를 처음 보는 사람인 것처럼 모른다고 하다니!”곽치홍 주변에 아무도 없었기에, 오수경은 진실을 말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주위 사람들은 서로 연관이 없는 낯선 이들이었기에, 사실을 털어놓아도 큰 위험이 없을 듯했다.한편, 도범은 오수경을 어떻게 혼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분명히 방금 전까지 오수경은 앞으로는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막상 곽치홍을 보자마자 다 잊어버리고 성급하게 행동해버렸다.도범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앞으로 이런 실수를 다시 하면, 나 혼자 갈 거야. 더 이상 너를 데리고 다니지 않을 거야. 넌 지금 나에게 걸림돌이 되고 있어. 내가 그렇게 자세히 설명했잖아, 이 일에 엮이지 말라고.곽치홍을 보더라도 절대 성급하게 다가가선 안 된다고 말했는데, 그걸 다 잊은 거야? 섣불리 행동하면 상황을 통제하기 힘들어져. 그리고 넌 곽치홍이 방금 입고 있던 옷을 보지 못했어?”도범의 마지막 말은 겨우 나온 것이었다. 오수경은 그제야 제대로 상황을 파악했다. 잠시 생각에 잠긴 뒤, 오수경은 입을 크게 벌리며 경악했다.“곽치홍은 무간종 내문 제자의 옷을 입고 있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이며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가는 눈빛을 보였다. 곽치홍은 분명 무간종 내문 제자 전용 복장을 입고 있었다. 이 옷은 아무나 입을 수 없는 옷이었다.게다가 도범은 곽치홍에게서 강자의 기운을 느꼈다. 비록 곽치홍이 도범에게 큰 위협이 되는 존재는 아니었지만, 최소한 곽치홍이 영천 경지에 도달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도범은 일부러 말을 꺼내지 않으려 했지만, 오수경이 또 다른 실수를 저지를까 봐 설명하기로 했다.“곽치홍은 영천 경지에 도달한 것 같아.”오수경은 입을 벌리며 놀랐다.“뭐라고? 곽치홍이 영천 경지에 도달했다고?
도범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건 확실하지 않아. 그런데 더 궁금한 건, 방금 곽치홍이 널 봤을 때 처음에는 분명히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어, 정말 널 모르는 것 같았지. 그런데 네가 말을 꺼내자, 곽치홍의 눈빛이 갑자기 적대적으로 변했어, 마치 네가 자신의 비밀을 폭로한 것처럼 말이야. 그렇다면 정말로 우리를 모를 수도 있지 않겠어?”오수경은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반박했다.“우리를 모른다고? 그게 어떻게 가능해! 우리가 셋이서 함께 얼마나 많은 일을 겪었는데. 곽치홍이 기억을 잃지 않는 한, 우리를 모를 리가 없잖아. 게다가 곽치홍은 도범 오빠를 정말 싫어했잖아.”오수경의 마지막 말은 자신감이 없었지만,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도범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생각에 잠겼다. 도범은 이 일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몰랐다. 모든 것이 함정처럼 느껴졌고,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가득 차 있었다. 한참을 고민한 도범은 결국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제 이 문제는 그만 생각하자.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빨리 2층을 떠나는 거야. 3층에 가서 다시 생각하자.”오수경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왜 그렇게 서둘러 떠나야 해?”그러자 도범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곽치홍과 거리를 벌려야 해. 곽치홍과 멀어져야만 시간을 벌 수 있어. 그래야 제대로 조사할 수 있을 테니까.”2층의 대련 무대는 1층에 비해 관중이 적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꽉 차 있었다. 도범은 2번 대련 무대를 선택했고, 빈자리를 찾아 오수경과 함께 앉았다. 두 사람은 무대에서 격렬하게 싸우는 두 무사를 조용히 지켜보았다.잠시 후, 오수경이 입을 열었다.“왜 줄을 서지 않는 거야? 빨리 떠나야 한다며?”도범은 웃으며 주변을 둘러보고는 말했다.“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어. 2층 규칙은 1층과 조금 달라. 상대를 규칙이 정하는 게 아니라, 직접 선택해야 해.”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흰색 로브를 입은 한 남자가 도범 쪽으로 다가왔다. 남자의 눈빛은 맑고 태도가 공손해
오양수는 도범의 말을 듣고 나서, 얼굴에 웃음이 더 짙어졌다.“비록 무문무파의 자유무사라 해도, 여기까지 온 것을 보면, 정말 대단한 실력임이 틀림없습니다.”칭찬의 말은 자연스럽게 나왔고, 오양수는 도범과 두세 마디 대화를 나눈 뒤, 마치 오랜 친구처럼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오양수는 도범에게 최근의 행적을 물었고, 어느 9급 도시에서 왔는지, 다음으로 어디로 갈 예정인지 등 여러 질문을 던졌다. 도범은 차분하게 대답했지만, 사적인 질문에는 모호하게 답하거나 지나쳤다.한편, 오수경은 옆에서 대화를 들으면서 점점 더 의심스러워했다. 갑작스러운 오양수의 친절함은 이상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2층에 올라온 무사라면 강력한 실력을 갖춘 사람이기 때문에, 낯선 사람과 시간을 보내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오양수는 도범을 칭찬하면서 이야기를 이어갔고, 그의 태도는 점점 더 편안해 보였다. 오수경은 도범이 오양수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무척 낯설었다. 평소 도범이라면, 몇 마디만 나누고 대화를 끝냈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화가 한참 이어지던 중, 오양수는 갑자기 말했다.“어차피 3층에 올라가야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말인데 도범 제자님이 제 마음에 쏙 들어서 그러는데, 특별히 기회를 드리고 싶습니다. 대련 무대에 오르면 제가 일부러 져드리겠습니다. 도범 제자님이 3층으로 가는 길을 마련해 드리겠습니다.”도범은 오양수의 제안을 들은 뒤, 전혀 망설임 없이 수락하며 말했다.“정말 그렇게 해준다면 고맙습니다, 오양수 제자님.”오양수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고마워할 필요 없습니다. 제가 원래 마음에 맞는 사람에게는 잘하는 성격입니다.”오양수의 말은 마치 오래전부터 들어온 선인의 교훈처럼 들렸다. 도범도 오수경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고, 둘은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낸 형제처럼 보였다. 이 상황에서 오수경은 충격을 받은 듯 멍해졌다.이때, 도범이 이슬 영함에서 입탑영패를 꺼내며 말했다.“어차피 대련할 예정이니, 이제 줄을 서야겠습니다.”도
서남 변경!구주전란이 평정되고 굳건하게 자리를 잡은 무적의 성은 보는 것만으로도 적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다!한편, 높이 치솟은 건물 위에서는 한 남자가 눈앞의 젊은이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정말 중주로 돌아갈 생각이야? 장군 자리는 일단 비밀로 하고?”남자는 원로라는 신분을 지녔지만 눈앞의 젊은이를 바라보는 눈빛 속에 경외가 담겨있었다.그런 젊은이의 등 뒤에는 며칠 전 금방 선봉된 구대전신이 서있었다.구대전신은 단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전장에서 혁혁한 공로를 쌓아 그들의 소문을 듣는 것만으로도 적들을 간담 서늘해지게 만들었다.공식적으로 구대전신이라는 호칭을 가진 그들은 지대한 권력과 끝도 없는 재부를 손에 거머쥐었다. 머지않아 구주로 돌아가 각자 한 개 주의 수령이 되어 생살지권을 장악할 사람들이었다.하지만 지금 구대전신은 공손하게 젊은이의 등 뒤에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도범, 대하에서 장군이라는 봉호를 내린 인물로서 그의 권력은 전신을 능가해 최고의 영예를 누렸다.매스컴을 통해 구대전신과 장군의 신분을 공식적으로 공개하려던 대하에서는 무슨 이유인지 구대전신의 신분만 공개하고 장군의 신분을 비밀로 했다.“네! 시율이는 지금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이쪽은 안정되었으니 이제 더 이상 제가 필요하지 않을 겁니다!”날카로운 남자의 얼굴에 그제야 부드러운 미소가 걸렸다. 시율이는 그의 여자, 그의 아내였다.“사부님, 저희도 사부님과 함께 돌아가 사모를 뵈어도 되겠습니까?”그때 도범의 등 뒤에 있던 구대전신 중 하나인 양진이 시험하듯 물었다.도범 뒤에 서있는 구대전신이 모두 도범의 제자라는 사실을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어떤 생각을 할지 모르겠다.“다음에 보자!”도범은 탄식하더니 추억에 잠긴 듯했다.5년 전, 적군들의 반격을 이기지 못한 대하는 막심한 손해를 입고 전국에서 전사들을 징집했다.중주의 박 씨 집안은 다른 이의 계략에 빠져 젊은이 하나를 내놓아 중주를 위해 모범을 보여야 하는 상황에 처했었다.박 씨 어르신은 지긋한 나이임에
도범이 감격에 잠긴 사이, 꼬질한 모습을 한 여자아이가 문 앞으로 가더니 조심스럽게 안쪽을 살펴봤다.네 다섯 살 정도 돼 보이는 야윈 여자아이의 피부는 조금 노란 것이 영양부족 상태인 듯했다.“눈이 시율이랑 닮았네!”아이의 귀여운 모습을 본 도범이 웃었다.그때 박 씨 집안의 하인 하나가 나오더니 문을 지키고 선 보디가드를 보곤 아이를 데리고 구석으로 갔다.여자아이가 박시율을 닮은 덕분인지는 몰라도 도범은 아이에게 눈길이 갔다. 그는 천천히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하인은 주머니에서 몰래 만두 두 개를 꺼내더니 아이에게 건네줬다.“수아야, 오늘은 두 개 밖에 없어!”“고맙습니다, 예쁜 언니!”만두를 본 아이는 연신 침을 삼켰다. 뱃속에서도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배가 많이 고픈 것이 분명했다.“얼른 먹어!”하인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도련님도 참, 이렇게 매정할 필요는 없는데!”“아니요, 가져가서 엄마랑 할아버지, 할머니랑 같이 먹을 거예요!”만두를 손에 든 아이가 행복하게 웃었다. 손안에 든 만두 두 개는 아이에게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보물이라도 되는 듯했다.그때, 스포츠카 한 대가 두 사람 옆에 멈춰 섰다. 스포츠카 뒤를 따르던 대여섯 대의 아우디 A6도 멈췄다. “박이성?”도범은 한눈에 남자를 알아봤다. 5년이 지나 박 씨 집안 도련님도 자랐지만 변화가 크진 않았다. 그는 여전히 곱고 보드라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도, 도련님…” 하인은 박이성을 보더니 안색이 새하얘져서는 얼른 만두를 빼앗아 등 뒤로 감추곤 벽 옆으로 물러섰다. “지유야, 뭘 숨기는 거야? 꺼내 봐, 내가 확인해 봐야겠으니까!” 박이성이 웃으며 물었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하인은 연신 고개를 저었고 여자아이 수아는 마치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수아야, 수아가 말해 봐, 이 언니가 방금 너한테 무엇을 준 거야?” 박이성이 무릎을 굽히고 안더니 앞에 있는 여자아이에게 물었다. “안
“도범, 너 미쳤어? 네가 우리 집 데릴사위라는 거 잊은 거야? 전쟁터에 나가서 힘 좀 키웠다고 감히 나한테 대들어?”박이성이 이를 악물고 일어설 준비를 했다.“쿵!”그 모습을 본 도범이 다시 그를 바닥에 엎드리게 하자 박이성의 옆으로 먼지가 휘날렸다.“두 번 말하고 싶지 않아!”도범이 한 발로 박이성의 팔뚝을 밟은 채 말했다.“아!”뼈가 부러질 것 같은 고통에 박이성이 비명을 질렀다.“쓰레기 같은 자식…”박이성은 고개를 들자마자 도범의 냉랭한 눈빛을 마주했다. 그는 두려움에 더 이상 입을 떼지 못했다.“먹을 거야, 말 거야. 안 먹으면 지금 여기서 죽여버릴 거니까!”도범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먹, 먹을게!”도범의 기세에 완전히 놀란 박이성은 속으로는 내키지 않았지만 어쩔 수없이 더러워진 만두를 입속으로 밀어 넣을 수밖에 없었다.“지유야, 그동안 수아 돌봐줘서 고마워, 시율이는 지금 안에 있지?”도범이 지유 앞으로 다가가며 물었다. 지유는 예전부터 박시율의 시중을 들어주던 하인이었기에 두 사람의 사이는 무척 좋았다.“아가씨, 아가씨는 박 씨 집안에서 쫓겨났어요. 그때 박 씨 집안에서 수아를 낳는 걸 반대했는데 아가씨께서 그 말을 듣지 않아서…”지유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가자, 시율이가 있는 곳으로!”도범이 수아를 안으며 말했다.“수아야, 앞으로 그 누구도 시율이를 괴롭히지 못 할 거야!”“예쁜 언니, 이 사람 누구예요?”수아는 방금 전의 광경에 놀란 듯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수아야, 이 분은 수아 아빠야. 얼른 아빠라고 불러, 수아 아빠는 죽지 않았어, 이렇게 살아서 다시 수아 만나러 온 거야!” 지유는 말을 하면서도 콧망울이 시큰해졌다. 5년 동안 박시율이 너무 고생스럽게 살아왔기 때문이었다. “정말, 정말 우리 아빠예요?”수아가 입술을 오므렸다가 피더니 두 눈을 밝히며 말했다.“다들 우리 아빠가 죽었다고 했는데 정말 우리 아빠예요? 엄마는 아빠가 무
용형의 말을 들은 남자가 웃으며 대답했다.“네, 용형. 이 일은 저한테 맡겨주세요!”말을 마친 남자가 수아와 지유를 향해 다가왔다.“이봐, 예쁜 아가씨, 왜 거지를 데리고 밥을 먹으러 나왔어? 이렇게 하면 우리 눈을 버려야 하잖아, 입맛도 떨어지고.”남자는 지유 앞으로 다가가 장난기가 다분한 얼굴로 걸상을 밟곤 턱을 만졌다.“거, 거지가 아니에요. 그냥 옷이 좀 낡고 더러워졌을 뿐이지.”남자의 말을 들은 지유는 놀라서 어쩔 바를 몰랐다. 저렇게 많은 사람들을 보아하니 쉽게 물러날 것 같지도 않은데 도범까지 자리에 없어 그녀는 난감해졌다.“쯧, 내가 거지라고 하면 얘는 거지인 거야. 거지를 그렇게 감싸주다니, 역시 예쁜 사람은 달라, 얼굴만 예쁜 게 아니라 말도 예쁘게 하네, 하하!”남자가 웃으며 한 손으로 수아를 들더니 빠른 걸음으로 밖으로 걸어갔다.“우리가 밥 먹는데 입맛 떨어지게 했으니까 이 아이는 내다 버릴 거야, 예쁜 아가씨는 조용히 우리 용형 옆에서 밥이나 먹으면서 술이나 따라주고. 우리 용형 시중을 잘 들어주면 이 일 없던 걸로 해줄 테니까, 알았지?”“아이는 놓아주세요, 이제 4살 밖에 안 된 아이예요. 아이 아빠가 화장실에 갔으니 이제 곧 나올 거예요.”놀란 지유가 얼른 남자에게 달려가 그를 막았다.“짝!”하지만 남자는 지유의 뺨을 때리며 말했다.“내가 말한 거 못 들었어? 아니면 귀먹은 거야? 가서 우리 용형 밥 먹는 거 시중이나 들으라고… 꼬맹이 아빠? 거지 아빠면 큰 거지겠네? 아유, 무서워라!”남자에게 따귀를 맞은 지유는 머리가 어질해졌다. 그녀의 입가에는 피가 맺혀있었다.“수아 내려놔!”하지만 금방 정신을 차린 지유가 다시 남자를 향해 다가갔다.“쿵!”남자의 힘이 워낙 셌기에 지유는 그의 발길질에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젠장, 한 마디만 더 하면 네 딸 때려죽인다.”남자가 소리치자 지유는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몇 발자국만에 식당 밖으로 온 남자가 냉랭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