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양수는 도범의 말을 듣고 나서, 얼굴에 웃음이 더 짙어졌다.“비록 무문무파의 자유무사라 해도, 여기까지 온 것을 보면, 정말 대단한 실력임이 틀림없습니다.”칭찬의 말은 자연스럽게 나왔고, 오양수는 도범과 두세 마디 대화를 나눈 뒤, 마치 오랜 친구처럼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오양수는 도범에게 최근의 행적을 물었고, 어느 9급 도시에서 왔는지, 다음으로 어디로 갈 예정인지 등 여러 질문을 던졌다. 도범은 차분하게 대답했지만, 사적인 질문에는 모호하게 답하거나 지나쳤다.한편, 오수경은 옆에서 대화를 들으면서 점점 더 의심스러워했다. 갑작스러운 오양수의 친절함은 이상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2층에 올라온 무사라면 강력한 실력을 갖춘 사람이기 때문에, 낯선 사람과 시간을 보내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오양수는 도범을 칭찬하면서 이야기를 이어갔고, 그의 태도는 점점 더 편안해 보였다. 오수경은 도범이 오양수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무척 낯설었다. 평소 도범이라면, 몇 마디만 나누고 대화를 끝냈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화가 한참 이어지던 중, 오양수는 갑자기 말했다.“어차피 3층에 올라가야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말인데 도범 제자님이 제 마음에 쏙 들어서 그러는데, 특별히 기회를 드리고 싶습니다. 대련 무대에 오르면 제가 일부러 져드리겠습니다. 도범 제자님이 3층으로 가는 길을 마련해 드리겠습니다.”도범은 오양수의 제안을 들은 뒤, 전혀 망설임 없이 수락하며 말했다.“정말 그렇게 해준다면 고맙습니다, 오양수 제자님.”오양수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고마워할 필요 없습니다. 제가 원래 마음에 맞는 사람에게는 잘하는 성격입니다.”오양수의 말은 마치 오래전부터 들어온 선인의 교훈처럼 들렸다. 도범도 오수경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고, 둘은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낸 형제처럼 보였다. 이 상황에서 오수경은 충격을 받은 듯 멍해졌다.이때, 도범이 이슬 영함에서 입탑영패를 꺼내며 말했다.“어차피 대련할 예정이니, 이제 줄을 서야겠습니다.”도
서남 변경!구주전란이 평정되고 굳건하게 자리를 잡은 무적의 성은 보는 것만으로도 적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다!한편, 높이 치솟은 건물 위에서는 한 남자가 눈앞의 젊은이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정말 중주로 돌아갈 생각이야? 장군 자리는 일단 비밀로 하고?”남자는 원로라는 신분을 지녔지만 눈앞의 젊은이를 바라보는 눈빛 속에 경외가 담겨있었다.그런 젊은이의 등 뒤에는 며칠 전 금방 선봉된 구대전신이 서있었다.구대전신은 단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전장에서 혁혁한 공로를 쌓아 그들의 소문을 듣는 것만으로도 적들을 간담 서늘해지게 만들었다.공식적으로 구대전신이라는 호칭을 가진 그들은 지대한 권력과 끝도 없는 재부를 손에 거머쥐었다. 머지않아 구주로 돌아가 각자 한 개 주의 수령이 되어 생살지권을 장악할 사람들이었다.하지만 지금 구대전신은 공손하게 젊은이의 등 뒤에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도범, 대하에서 장군이라는 봉호를 내린 인물로서 그의 권력은 전신을 능가해 최고의 영예를 누렸다.매스컴을 통해 구대전신과 장군의 신분을 공식적으로 공개하려던 대하에서는 무슨 이유인지 구대전신의 신분만 공개하고 장군의 신분을 비밀로 했다.“네! 시율이는 지금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이쪽은 안정되었으니 이제 더 이상 제가 필요하지 않을 겁니다!”날카로운 남자의 얼굴에 그제야 부드러운 미소가 걸렸다. 시율이는 그의 여자, 그의 아내였다.“사부님, 저희도 사부님과 함께 돌아가 사모를 뵈어도 되겠습니까?”그때 도범의 등 뒤에 있던 구대전신 중 하나인 양진이 시험하듯 물었다.도범 뒤에 서있는 구대전신이 모두 도범의 제자라는 사실을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어떤 생각을 할지 모르겠다.“다음에 보자!”도범은 탄식하더니 추억에 잠긴 듯했다.5년 전, 적군들의 반격을 이기지 못한 대하는 막심한 손해를 입고 전국에서 전사들을 징집했다.중주의 박 씨 집안은 다른 이의 계략에 빠져 젊은이 하나를 내놓아 중주를 위해 모범을 보여야 하는 상황에 처했었다.박 씨 어르신은 지긋한 나이임에
도범이 감격에 잠긴 사이, 꼬질한 모습을 한 여자아이가 문 앞으로 가더니 조심스럽게 안쪽을 살펴봤다.네 다섯 살 정도 돼 보이는 야윈 여자아이의 피부는 조금 노란 것이 영양부족 상태인 듯했다.“눈이 시율이랑 닮았네!”아이의 귀여운 모습을 본 도범이 웃었다.그때 박 씨 집안의 하인 하나가 나오더니 문을 지키고 선 보디가드를 보곤 아이를 데리고 구석으로 갔다.여자아이가 박시율을 닮은 덕분인지는 몰라도 도범은 아이에게 눈길이 갔다. 그는 천천히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하인은 주머니에서 몰래 만두 두 개를 꺼내더니 아이에게 건네줬다.“수아야, 오늘은 두 개 밖에 없어!”“고맙습니다, 예쁜 언니!”만두를 본 아이는 연신 침을 삼켰다. 뱃속에서도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배가 많이 고픈 것이 분명했다.“얼른 먹어!”하인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도련님도 참, 이렇게 매정할 필요는 없는데!”“아니요, 가져가서 엄마랑 할아버지, 할머니랑 같이 먹을 거예요!”만두를 손에 든 아이가 행복하게 웃었다. 손안에 든 만두 두 개는 아이에게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보물이라도 되는 듯했다.그때, 스포츠카 한 대가 두 사람 옆에 멈춰 섰다. 스포츠카 뒤를 따르던 대여섯 대의 아우디 A6도 멈췄다. “박이성?”도범은 한눈에 남자를 알아봤다. 5년이 지나 박 씨 집안 도련님도 자랐지만 변화가 크진 않았다. 그는 여전히 곱고 보드라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도, 도련님…” 하인은 박이성을 보더니 안색이 새하얘져서는 얼른 만두를 빼앗아 등 뒤로 감추곤 벽 옆으로 물러섰다. “지유야, 뭘 숨기는 거야? 꺼내 봐, 내가 확인해 봐야겠으니까!” 박이성이 웃으며 물었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하인은 연신 고개를 저었고 여자아이 수아는 마치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수아야, 수아가 말해 봐, 이 언니가 방금 너한테 무엇을 준 거야?” 박이성이 무릎을 굽히고 안더니 앞에 있는 여자아이에게 물었다. “안
“도범, 너 미쳤어? 네가 우리 집 데릴사위라는 거 잊은 거야? 전쟁터에 나가서 힘 좀 키웠다고 감히 나한테 대들어?”박이성이 이를 악물고 일어설 준비를 했다.“쿵!”그 모습을 본 도범이 다시 그를 바닥에 엎드리게 하자 박이성의 옆으로 먼지가 휘날렸다.“두 번 말하고 싶지 않아!”도범이 한 발로 박이성의 팔뚝을 밟은 채 말했다.“아!”뼈가 부러질 것 같은 고통에 박이성이 비명을 질렀다.“쓰레기 같은 자식…”박이성은 고개를 들자마자 도범의 냉랭한 눈빛을 마주했다. 그는 두려움에 더 이상 입을 떼지 못했다.“먹을 거야, 말 거야. 안 먹으면 지금 여기서 죽여버릴 거니까!”도범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먹, 먹을게!”도범의 기세에 완전히 놀란 박이성은 속으로는 내키지 않았지만 어쩔 수없이 더러워진 만두를 입속으로 밀어 넣을 수밖에 없었다.“지유야, 그동안 수아 돌봐줘서 고마워, 시율이는 지금 안에 있지?”도범이 지유 앞으로 다가가며 물었다. 지유는 예전부터 박시율의 시중을 들어주던 하인이었기에 두 사람의 사이는 무척 좋았다.“아가씨, 아가씨는 박 씨 집안에서 쫓겨났어요. 그때 박 씨 집안에서 수아를 낳는 걸 반대했는데 아가씨께서 그 말을 듣지 않아서…”지유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가자, 시율이가 있는 곳으로!”도범이 수아를 안으며 말했다.“수아야, 앞으로 그 누구도 시율이를 괴롭히지 못 할 거야!”“예쁜 언니, 이 사람 누구예요?”수아는 방금 전의 광경에 놀란 듯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수아야, 이 분은 수아 아빠야. 얼른 아빠라고 불러, 수아 아빠는 죽지 않았어, 이렇게 살아서 다시 수아 만나러 온 거야!” 지유는 말을 하면서도 콧망울이 시큰해졌다. 5년 동안 박시율이 너무 고생스럽게 살아왔기 때문이었다. “정말, 정말 우리 아빠예요?”수아가 입술을 오므렸다가 피더니 두 눈을 밝히며 말했다.“다들 우리 아빠가 죽었다고 했는데 정말 우리 아빠예요? 엄마는 아빠가 무
용형의 말을 들은 남자가 웃으며 대답했다.“네, 용형. 이 일은 저한테 맡겨주세요!”말을 마친 남자가 수아와 지유를 향해 다가왔다.“이봐, 예쁜 아가씨, 왜 거지를 데리고 밥을 먹으러 나왔어? 이렇게 하면 우리 눈을 버려야 하잖아, 입맛도 떨어지고.”남자는 지유 앞으로 다가가 장난기가 다분한 얼굴로 걸상을 밟곤 턱을 만졌다.“거, 거지가 아니에요. 그냥 옷이 좀 낡고 더러워졌을 뿐이지.”남자의 말을 들은 지유는 놀라서 어쩔 바를 몰랐다. 저렇게 많은 사람들을 보아하니 쉽게 물러날 것 같지도 않은데 도범까지 자리에 없어 그녀는 난감해졌다.“쯧, 내가 거지라고 하면 얘는 거지인 거야. 거지를 그렇게 감싸주다니, 역시 예쁜 사람은 달라, 얼굴만 예쁜 게 아니라 말도 예쁘게 하네, 하하!”남자가 웃으며 한 손으로 수아를 들더니 빠른 걸음으로 밖으로 걸어갔다.“우리가 밥 먹는데 입맛 떨어지게 했으니까 이 아이는 내다 버릴 거야, 예쁜 아가씨는 조용히 우리 용형 옆에서 밥이나 먹으면서 술이나 따라주고. 우리 용형 시중을 잘 들어주면 이 일 없던 걸로 해줄 테니까, 알았지?”“아이는 놓아주세요, 이제 4살 밖에 안 된 아이예요. 아이 아빠가 화장실에 갔으니 이제 곧 나올 거예요.”놀란 지유가 얼른 남자에게 달려가 그를 막았다.“짝!”하지만 남자는 지유의 뺨을 때리며 말했다.“내가 말한 거 못 들었어? 아니면 귀먹은 거야? 가서 우리 용형 밥 먹는 거 시중이나 들으라고… 꼬맹이 아빠? 거지 아빠면 큰 거지겠네? 아유, 무서워라!”남자에게 따귀를 맞은 지유는 머리가 어질해졌다. 그녀의 입가에는 피가 맺혀있었다.“수아 내려놔!”하지만 금방 정신을 차린 지유가 다시 남자를 향해 다가갔다.“쿵!”남자의 힘이 워낙 셌기에 지유는 그의 발길질에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젠장, 한 마디만 더 하면 네 딸 때려죽인다.”남자가 소리치자 지유는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몇 발자국만에 식당 밖으로 온 남자가 냉랭하게
지유는 도범을 데리고 도심을 벗어난 곳에 위치한 낡은 집 앞으로 왔다.마당 앞에는 커다란 소나무가 있었는데 밖에서 보니 무척이나 고요한 분위기를 내뿜고 있었다. 하지만 집이 너무나도 낡았다는 것이 단점이었다.“그러니까 우리 어머니랑 시율이, 장인어른 장모님께서 이런 곳에서 지내고 있었다는 거야?”눈앞의 집을 보니 도범은 괴로워졌다.박시율은 박 씨 집안의 아가씨였다.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어 사람들에게 미녀 대표님이라는 말까지 들었을 정도였다. 도도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향해 사랑을 갈구했었다.하지만 지금, 그녀는 아이를 남겨두기 위해 집에서 쫓겨나 이런 곳에서 지내고 있었다!도범의 말을 들은 지유가 쓸쓸하게 웃었다.“도련님 처남도 이곳에 계세요, 5년 전에는 어렸었지만 지금은 열아홉이 되었는데 모두 이곳에서 지내고 계세요.”“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지유의 말을 들은 도범이 눈시울을 붉혔다.“시율이가 고생을 많이 했겠구나!”하지만 도범은 곧 마당 옆에 세워진 벤틀리를 발견했다.“이 벤틀리는 뭐야?”도범이 미간을 찌푸린 채 의아하게 물었다.“저도 모르겠어요, 자주 오지 않아서. 5년 동안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났어요, 시율 아가씨는 도련님이 오시기를 늘 기다리고 있었어요!”“하지만 아가씨 부모님께서는 진작에 인내심을 잃으셨어요, 그리고 도련님께 불만을 품고 계셔서… 심지어 결혼 첫날밤, 도련님께서 시율 아가씨께서 술에 취한 틈을 타 강제로 아가씨랑 하룻밤을 보낸 거라고 했어요…”지유가 미간을 찌푸린 채 조심스럽게 말했다.“어쩔 수 없지, 천천히 보답해 드리는 수밖에. 다 같이 고생을 많이 했겠구나!”도범이 한숨을 쉬었다. 그도 자신의 여자 옆에서 그녀를 보호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집안에 발을 들인 도범은 얼마 가지 못하고 미간을 찌푸리더니 지유에게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했다.집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은 도범의 안색이 새파래졌다.안에서는 박시율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
“네, 도련님 말이 맞아요, 사실 저도 저 계집애를 좋아하지 않았거든요.”나봉희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아이는 이 세상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아이에요!”그 말을 들은 도범은 당장이라도 눈앞의 이들을 모조리 죽여버리고 싶었다.하지만 그는 속으로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썼다. 나봉희는 자신의 장모님이기도 했고 박시율의 어머니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이곳은 더 이상 살육으로 가득한 전쟁터가 아니었다, 적어도 박영호와 나봉희는 적이 아니었다.자신과 박시율이 결혼식을 올린 첫날밤의 충동으로 박영호의 다리도 지금처럼 된 것이었다.그랬기에 두 사람이 이렇게 자신을 미워하는 것도 도범은 이해가 갔다.하지만 이곳에는 바깥사람이 한 명 있었다.도범이 차갑게 웃으며 성경일을 바라봤다.“수아는 내 딸이야, 덤받이도 아니고 잡종은 더더욱 아니야. 그러니까 무릎 꿇고 방금 했던 말에 대해 사과해!”말을 멈췄던 도범이 다시 입을 뗐다.“내가 오늘 금방 돌아와서 피를 묻히고 싶지 않아, 그게 아니었다면 너 이곳에서 죽었을 거야!”“하하, 이 자식 봐라,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너 지금 누구랑 말하고 있는 건지 알기나 해?”성경일이 웃음을 터뜨리며 밖의 벤틀리를 가리켰다.“너 예전에 배달부였다며, 전쟁터에 나가서 싸움 좀 하다 오니까 아주 대단한 것 같지? 하지만 내 눈에는 아무것도 아니야, 너 저 차가 얼마나 하는지 알아? 너 같은 건 평생 일해도 못 사.”“그러니까, 도범. 행패 그만 부리고 네 딸 데리고 여기서 꺼져!”나봉희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내 딸 행복한 생활을 망치지 말라고!”“어머니, 시율이가 직접 떠나라고 말하기 전까지 저 시율이 곁에서 떠나지 않을 겁니다!”나봉희가 단호한 얼굴을 한 도범을 바라봤다.“뭐 가지고 나랑 비길 건데? 네가 무슨 자격으로 시율이 곁에 있겠다고 하는 거야? 사람은 자기 주제를 알아야 하는 거야, 안 그래?”성경일이 도범에게 다가가 손으로 그의 가슴을 치며 말했다.“전쟁터에 발 좀 들였던 쓰
“무조건 죽인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 도범은 상관없다는 듯 밖을 한 번 내다봤다. 지유는 수아를 데리고 소나무 아래에서 놀고 있었다.“흥, 어디 이따가도 그렇게 당당하게 굴어보시지!”성경일은 더 이상 도범과 입씨름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곧 도범이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머지않아 여러 대의 차량이 집 밖에 멈춰 섰고 장건이 여러 명의 남자들을 데리고 성큼성큼 집안으로 들어섰다.장건은 마당으로 들어서자마자 욕을 내뱉었다.“누구야? 감히 우리 도련님을 때리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지금의 장건은 마침 분노에 사로잡힌 상태였다. 자신이 감히 상대조차 할 수 없는 놈을 만난 덕분에 애꿎은 손가락을 하나 잃었기 때문이었다.병원에서 나오자마자 성 씨 어르신의 전화를 받은 그는 도련님이 맞았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고 당장 처리하라는 명을 받았다.“이 도범이라는 쓰레기가 나를 때렸다, 전쟁터에 좀 있었다고 생색내려는 건 가 본데 감히 내가 누군지 알고!”성경일은 장건이 사람들을 데리고 온 것을 보곤 순식간에 기세등등해져서 말했다.“젠장, 정말…”욕을 하며 마당 안으로 들어선 장건은 금방이라도 싸움판을 벌일 기세였다. 그는 이곳에서 더러워진 기분을 풀 생각이었다. 하지만 성경일 앞에 선 남자를 본 순간, 장건은 놀라서 제자리에 얼어버리고 말았다. “또 만날 줄 생각도 못 했네!”도범이 담담하게 웃으며 붕대를 감은 장건의 손을 바라봤다.“그래도 약속은 잘 지키는구나, 남자답네, 말한 대로 한 걸 보니!”성경일은 도범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어 미간을 찌푸리곤 장건을 보며 말했다.“둘이 만난 적 있어?”성경일의 말을 들은 장건이 씁쓸하게 웃더니 고개를 끄덕였다.“도련님, 점심시간도 다 되어가는데 그만 돌아가는 게 어떨까요?”장건이 말을 하며 성경일을 향해 눈을 깜빡였다.“밥? 밥은 무슨 밥? 저놈 때려, 젠장, 오늘 이 화풀이를 하지 않으면 내가 사람도 아니다!”성경일이 분노에 찬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