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범은 눈썹을 찌푸린 채 계속해서 뒷걸음질 치며 최대한 자신을 구석으로 숨기려 했다. 게다가 누가 소형 영함의 문을 열었는지 알 수 없었다. 문을 연 목적이 무엇인지도 모르겠으니 갑작스러운 돌발 상황을 피하기 위해 최대한 몸을 숨기려고 했다.“좋아! 드디어 열렸네. 기억해! 하나도 남기지 마!” 낯선 목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 이 몇 마디는 도범, 곽치홍, 오수경에게 사형 선고를 내리는 듯했다. 곽치홍과 오수경은 너무 놀라서 거의 바지에 실수할 지경이었다.오수경은 더욱 겁에 질려 외쳤다. “제발 살려주세요!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저는 그저 수련생일 뿐이에요! 제발 살려주세요!”아직 자신들을 죽이려는 사람의 모습을 보지도 않았는데, 오수경은 이미 겁을 먹었다. 만약 외부 사람들을 보았다면 도범은 오수경이 아마 현장에서 기절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정도로 겁이 많은데, 이전에 뭐라도 되는 것처럼 행동했던 것이 정말 웃기게 느껴졌다.오수경이 앞장서서 겁을 먹으니, 이미 정신이 붕괴 직전에 있던 곽치홍도 오수경의 애원에 따라 함께 울며 애원했다. 두 사람이 문 앞에서 무릎을 꿇고 애원하지 않았으니 그나마 다행인 건가.이전에 보였던 오만과 강한 기백은 모두 사라지고, 도범은 한숨을 내쉬며 두 사람의 생존 의지가 이들의 모든 존엄성을 잃게 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들의 행동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누구나 살아남고 싶어 하지만, 곽치홍, 오수경이 그렇게 한다고 해서 상황이 바뀌지는 않는다. 만약 도범이 영함 밖에 있는 적이라면, 영함 안의 사람들이 아무리 머리를 조아리며 애원하더라도 죽여야 할 사람은 죽였을 것이다.오수경의 정신은 문이 열리는 순간 완전히 무너졌다. 그는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려 몇 번 숨을 쉬는 사이에 완전히 울음바다가 되었다. 마치 조선의 평강공주가 온달의 죽음을 슬퍼하며 오열한 것처럼, 오수경도 도범 앞에서 그 정도로 절망에 빠졌다.밖에서는 여전히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고,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희들이 원하는
의문이 다시 머릿속에 떠올랐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왜 갑자기 습격이 일어났을까?’도범은 눈길을 돌려 방금 던져진 물건을 보았다. 그것은 붉은색의 수정 조각이었다. 수정의 표면은 울퉁불퉁했지만, 자세히 보면 수정 내부에 충분한 에너지가 흐르고 있었다.마지막 순간에 던져진 이 물건은 분명히 평범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물건이 무엇인지, 이번 습격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 여부는 증거가 부족하여 도범도 추측하기 어려웠다.“멍청하게 서 있지 말고 생각해 봐! 우리 어디로 가야 해? 영함은 임평원과 정구원 두 사람이 조종했는데,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지?” 오수경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도범의 귀에 들려왔다. 도범은 눈살을 찌푸린 채 급히 고개를 돌렸다. 봉 장로가 마지막 힘을 다해 보낸 명령으로 영함이 다시 작동했다.그러나 도범, 곽치홍, 오수경은 이 명령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또 영함이 어디로 향할지 알 수 없었다.이때, 곽치홍이 숨을 가쁘게 쉬며 말했다. “모든 소형 영함은 많은 영정을 에너지원으로 필요로 하고, 또한 전문적인 사람이 소형 영함을 조종해야 정상적으로 운행할 수 있어!”오수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지? 너희 둘은 소형 영함의 진법을 조종할 수 있나? 최소한 우리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알아야 할 것 아니야!”도범과 곽치홍은 거의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도범은 이슬 영함을 가지고 있지만, 이슬 영함은 매우 높은 자율 능력을 갖추고 있어 도범이 명령을 내리면 지정된 목표를 향해 이동할 수 있다.그러나 이 소형 영함은 다르다. 항상 누군가가 방향을 잡아야 하므로, 이렇게 목적 없이 앞으로 나아가면 소형 영함이 어디로 갈지 아무도 알 수 없다.도범은 한숨을 내쉬며, 이 상황에서는 더 이상 다른 사람을 의지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도범은 빠른 걸음으로 진법 위치로 다가갔다.도범은 두 명의 대가의 기억을 가지고 있지만, 대가들은 1급 세계인 신허계에서 온 사람들로, 신허
오수경의 생각도 곽치홍과 같았다. 봉원곡 같은 건 이제 다시는 가고 싶지 않았고, 심지어 더 이상 연맹의 수련생이 되고 싶지도 않았다. 더 나아가는 것보다 자신의 목숨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했다. 한편, 도범은 말없이 씩 웃었다.오수경은 마치 주사 성난 닭처럼 목을 길게 빼고 계속 말했다. “사람을 찾을 수만 있다면, 사람이 사는 곳에 도착할 수 있다면, 우리는 전송진을 따라 방향을 확정한 후 돌아갈 수 있어. 절대 당황하지 말고 침착해야 해.”오수경의 이 말은 곽치홍을 점차 안정시키기 시작했다. 곽치홍은 오수경의 말이 바르다고 생각했다. 사람이 있는 곳을 찾기만 하면 자신들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돌아가야 할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이윽고 곽치홍이 결심했다. 돌아가면 다른 곳에 가지 않고, 주작종에서 잘 지내기로 말이다. 주작종에 위험이 없는 한 곽치홍은 무사히 살 것이다.곽치홍은 더 이상 이런 심장이 떨리는 위험을 겪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영함이 갑자기 크작크작 이상한 소리를 냈다.마치 영함 안에 어떤 부품이 고장 난 것 같았다. 방금 영함이 몇 번의 공격을 받았으니 아마 그 후유증인 모양이다.그러나 도범, 곽치홍, 오수경은 모두 몸이 굳어지고, 얼굴이 급변했다. 곧이어 진반 위의 룬이 불규칙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영함이 균형을 잃고 하늘에서 떨어지기 시작했다.그들 셋은 완전히 당황했다. 다행히 영함이 완전히 파손되지는 않았고 급속히 떨어지면서도 속도를 조절할 수 있었다. 대략 다섯 번의 호흡 후, 쿵 소리와 함께 그들은 영함과 함께 공중으로 던져졌다.다행히도 영함의 하강 속도는 통제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어서, 흔들리기는 했지만 다치지는 않았다.영함이 지면에 부딪힌 후, 모든 작동이 멈췄고 조종 진법도 무너졌다. 아마도 진법의 붕괴로 인해 영함의 선실 문이 자동으로 열린 모양이다.썩은 듯한 탁한 공기가 밖에서부터 스며들어왔다. 셋은 서로를 바라보며 말없이 그 기운을 느꼈다. 이 썩은 공기 속에는 지울 수 없는 습
방금 영함이 추락할 때, 도범, 곽치홍, 오수경은 당황하기만 했을 뿐, 자신들이 어디로 오게 될지를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 모든 것을 명확히 보게 되자, 절망감이 순간적으로 몸을 휘감았다. 주변의 모습을 보면, 그들은 수백 년 동안 인적이 드문 깊은 산속에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곳은 온갖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은 무사가 생존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했다. 게다가 이들의 수련 경지는 본래 높지 않았기에, 무사히 이곳을 빠져나갈 확률은 매우 낮았다.“이게 뭐지?”오수경은 동쪽의 굵은 나무뿌리를 바라보며 외쳤다. 그리고 큰 걸음으로 그곳으로 달려갔다. 도범과 곽치홍도 고개를 돌려 보았다. 오수경이 굵은 나무뿌리 옆에 쪼그리고 앉아 나무뿌리에서 하얀 털 하나를 집어 들었다.도범과 곽치홍도 그 하얀 털에 시선을 고정했다. 이윽고 오수경은 그 털에 입김을 불었다. 그러자 하얀 털 위에 즉시 서리가 끼었다. 이 장면을 본 털을 쥔 오수경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이건 외눈 서리 늑대의 털이야!”이 말을 하자, 오수경의 얼굴은 순식간에 절망에 빠졌다.도범은 미간을 찌푸렸다. 도범은 외눈 서리 늑대가 어떤 등급의 요수인지는 몰랐지만, 두 사람의 표정만으로도 이 요수가 보통 요수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오수경은 힘없이 손을 내려놓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주변을 한 번 쓸어 보기만 해도 외눈 서리 늑대의 털을 발견할 수 있어! 이곳은 분명히 수많은 고등급 요수들이 출몰하는 곳이야!”이 말을 하고 나서 오수경의 눈에는 다시 눈물이 고였다. 이번에는 순전히 절망 때문에 터져 나온 눈물이었다.도범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물었다. “이 외눈 서리 늑대가 어떤 등급의 요수입니까?”이 말을 듣자 오수경과 곽치홍은 동시에 멈칫하며 도범을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이윽고 오수경은 냉소를 터뜨리며 말했다. “너는 외눈 서리 늑대도 모르는 거냐? 너는 재능이 조금 좋을 뿐이지, 이런 기본적인 상식도 모르다니.”
도범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오수경에게 말했다.“오수경 씨는 제 수련 경지를 볼 수 있습니까?”오수경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들어 도범의 수련 경지를 신의 의식으로 훑어보았다. 한참 동안 바라본 후, 오수경은 약간 당황하며 입가를 실룩거렸다. 오수경은 목을 뻣뻣하게 하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알 수 없어. 하지만 그게 뭐 어쨌다는 거야! 네가 아무리 대단해도, 겨우 선천 중기일 뿐이잖아!”도범은 미소를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곽치홍도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너 혹시 수련 경지를 차단하는 법문을 연마했니? 왜 나도 네 수련 경지를 알 수 없지?”도범은 고개를 저었다. 도범은 그런 법문을 연마하지 않았다. 이전에 단전을 다쳤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도범의 수련 경지를 확실히 알 수 없는 것이다.이 점을 발견한 후, 도범은 이를 이용해 단전에 약간의 상처를 남겨 다른 사람의 탐색을 차단했다.오수경과 곽치홍은 결국 수련 경지가 제한되어 있고, 도범보다 두 단계 낮았다. 게다가 도범이 일부러 그렇게 했으니, 그들이 도범의 수련 경지를 알아차릴 수 없는 건 당연했다. 또한 이게 바로 도범이 원하는 효과였다.오수경은 약간 실망한 듯 하얀 털을 앞으로 던졌다.“너희 둘이 말해봐. 우리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해야 나갈 수 있을까! 작은 영함은 우리가 조종도 못 하는데, 고칠 생각은 말할 것도 없고, 나가려면 우리가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야 할 텐데, 지금 우리는 우리가 어디 있는지도 몰라!”여기까지 말했을 때, 오수경의 눈물은 이미 뺨을 타고 흘러내렸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오수경으로 하여금 감정 조절을 못 하게 만들었다.세 사람 중 두 명은 극도로 절망에 빠졌고, 눈물이 눈가에서 한참 돌다가 결국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처음에는 작은 소리로 흐느끼다가 나중에는 울부짖기 시작했다.오수경은 자신이 절망의 끝에 도달했다고 느꼈다. 도범은 두 사람이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비참해하는 모습을 보며, 마치 그들이 부모를 잃은 것처럼 느
안타깝게도 주위는 모두 하늘을 찌르는 나무들뿐이라, 방향조차 분간할 수 없었다. 이 숲을 빠져나가는 것은 더더욱 어려웠다. 도범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어떤 방향으로 갈지 계획을 세우고 있는 와중, 도범은 사각사각 소리를 들었다. 도범은 미간을 찌푸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둘 다 조용히 하십시오! 뭔가 다가오고 있습니다.”도범의 이 말에 오수경, 곽치홍은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고, 동시에 울음을 멈췄다. 그들은 방금까지 감정을 분출하느라 주변의 야수나 요수의 주의를 끌 수 있다는 것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도범의 경고에 오수경, 곽치홍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도범은 눈썹을 추켜세우고 귀를 쫑긋 세워 주위의 모든 것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러고는 감지력을 확장해 주변의 모든 움직임을 탐색했다.지금 그들은 낯선 곳에 있기에 언제든지 위험이 닥칠 수 있었다. 주의하지 않으면, 그들은 정말로 요수의 먹이가 될 수 있었다.게다가 주위에는 모두 고등급 요수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었고, 도범이 아무리 강해도 겨우 선천 경지일 뿐이었다. 만약 고신경 요수가 온다면, 그 요수는 한 번에 이들 셋을 죽일 수 있을 것이다.방금 들린 사각사각 소리가 다시 들리자, 도범은 숨을 들이마시고 소리가 나는 방향을 날카롭게 바라보았다. 멀리서 황금색 세 머리 뱀이 도범 쪽으로 기어 오고 있었다.이 세 머리 뱀은 아주 평범한 흉수로, 위험하지 않았다. 소리의 정체가 세 머리 뱀이라는 것을 확인하자, 오수경과 곽치홍은 겨우 숨을 쉴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더 이상 큰 소리로 울지 않았다.오수경은 소매로 눈물을 닦았다.“정말 지옥 같은 곳이야! 큰 소리로 울지도 못하고, 언제 죽을지도 모르다니!”곽치홍은 한숨을 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도범은 조용히 한쪽에 서서 여전히 주변을 주시하고 있었다. 잠시 후 도범은 갑자기 입을 열었다.“우리가 나갈 수 있을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의 안전을 확보하는 겁니다.
우는 건 소용없다. 도범, 곽치홍, 오수경 스스로 대안을 마련해야 했다. 이 생각이 떠오르자 도범의 머릿속에 갑자기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그때, 곽치홍이 갑자기 몸을 돌려 말했다. “사실 우리에게 퇴로가 있어!”이 말에 도범과 오수경이 동시에 멍하니 쳐다보았다. 곽치홍은 작은 영함을 마주하더니 손가락으로 영함의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문이 고장 난 게 아니야! 사실 문은 아직도 사용할 수 있어!”이 말을 할 때, 곽치홍의 목소리는 흔들림 없이 단호했다. 도범은 이 말을 듣고 서둘러 물었다. “고장 나지 않았다는 말입니까? 그럼 아직도 다시 닫을 수 있는 겁니까?”곽치홍은 깊이 숨을 내쉬고 얼굴을 세게 문질러 자신을 완전히 진정시킨 후, 한 마디 씩 천천히 말했다.“이전에는 잊고 있었는데, 내 스승님도 한때 작은 영함을 가지고 있었어. 나중에 팔고 중형 영함으로 바꾸셨지. 이 작은 영함은 여러 단점이 있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인체공학적인 설계가 되어 있어. 비상 상황에 대비해 조종석 외에도 출입문을 여는 스위치가 따로 설치되어 있어. 출입문 옆에 작은 스위치가 있는데, 이 스위치는 작은 진법이야. 영석을 넣으면 출입문을 열 수 있어!”곽치홍은 말을 마치자마자 도범과 오수경의 반응을 기다리지 않고, 빠르게 작은 영함으로 돌아갔다. 곽치홍은 출입문 옆을 만지작거리며 살펴보다가 이내 스위치를 찾았다.“찾았다. 여기야! 이제 위험이 닥쳐도 이 안으로 들어올 수 있어. 하지만 이 작은 영함이 얼마나 강한 공격을 견딜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곽치홍의 말은 오수경에게 희망을 주었고, 도범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긴장을 풀 수 있었다. 도범은 성큼성큼 걸어 작은 영함 안으로 들어갔다. 곽치홍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가 보니, 희미한 금빛이 나는 작은 진법이 있었다. 이 진법이 출입문을 여는 버튼이었고, 진법 위에는 다양한 룬들이 빛나고 있었다. 조종석의 룬들과는 달리, 이 룬들은 아무런 손상도 받지 않고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오수경은 기쁨에 눈
곽치홍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도범이 막 생각한 것을 이미 말로 꺼냈기 때문이다. 곽치홍의 말은 맞았다. 그들은 강약이 다른 요괴들의 분포를 통해 어느 방향으로 탈출해야 할지를 판단할 수 있었다. 강한 요괴가 많을수록 숲의 내측에 가까운 것이고, 약한 요괴가 많을수록 가장자리에 가까운 것이다. 이 원리를 이용하면 이곳을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전에 도범, 오수경, 곽치홍은 자신들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야 했다.이 작은 영함은 손상되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지만, 견고한 외피를 통해 일정한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 특별히 강한 요괴가 아닌 이상, 위험이 닥쳤을 때 이 안에 들어가면 일시적인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따라서 이 작은 영함을 임시 피난처로 삼고 서서히 밖으로 탐색해 나가기로 했다.곽치홍은 깊은숨을 내쉬며 말했다. “정말 하늘이 우리를 버리는 건 아니 군.”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밖에서 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누군가 비틀거리며 다가오는 듯한 소리였다. 그리고 이 발소리는 요괴의 발톱 소리와는 달랐고, 셋은 즉시 그 차이를 알아챘다.도범은 미간을 찌푸렸다. 도범은 이렇게 빨리 사람을 만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이곳이 인적이 드문 황야의 숲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걸어서 나가지 않는 한 사람을 만날 수 없을 것이라 여겼다.발소리를 듣자 셋은 본능적으로 바깥을 내다보았다. 그러나 그들은 조심스럽게 머리만 내밀고, 몸은 작은 영함 안에 두었다. 오는 사람이 적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인간이 요수보다 더 위험할 수 있었다. 조심하는 것이 최선이었다.머리를 내민 채로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들을 수 있었고, 헐떡이며 기침 소리도 함께 들렸다.몇 번의 숨을 쉬는 동안, 도범 일행은 북쪽에서 흰색의 형체가 비틀거리며 자신들 쪽으로 달려오는 것을 보았다. 그 모습은 마치 목숨을 걸고 도망치는 사람 같았다.황수혁은 흰색 긴 옷을 입고 있었지만, 그 옷은 이미 나뭇가지에 찢겨
“풍린수의 가장 큰 약점은 지능이 낮다는 거야. 이들은 그렇게 많은 꾀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무사들이 조금만 머리를 쓰면, 버티기만 해도 풍린수를 처치할 수 있지.”삼각눈의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혹시 구록종이 무슨 종문인지조차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방금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표정이 어찌나 비웃음이 깃든지 말이야. 중주에 어떤 강력한 종문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거 아니야? 넌 정말 중주 출신이 맞긴 한 거냐?”이 일련의 의심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점점 오수경을 변두리에서 나온 우물 안 개구리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리 없었다. 오수경은 무심코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야 도범이 왜 침묵을 즐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들과 다투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애초에 오수경은 이들과 말다툼을 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이들이 오수경을 끝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오수경은 인상을 찌푸린채 말했다.“물론 구록종은 중주 7품 종문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그러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오수경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런데 왜 내가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얼굴에는 비웃음이 서린 거냐?”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묻고 싶었다.‘네가 어떻게 내 얼굴 표정을 그렇게 자세히 본 거야? 난 내 얼굴에 어떤 표정이 있는지도 몰라.’이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오수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목소리를 높여 이들과 싸우려는 순간, 도범이 오수경을 막았다. 그러자 도범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이 사람들과 싸워서 뭐하겠어? 저들과 싸우는 건 네 시간만 낭비하는 거야. 이들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이 말에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 도범은 지금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사람들이 도범을 허세 부리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나, 도범의 말은 그들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오수경도 이미 충분히 오만했지만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