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을 들은 순간 하정현의 아버지가 부패를 저지른 게 고발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의원 아버지를 믿고 얼마나 많은 사람한테 갑질했을지 모르니까.나는 달갑지 않아 대충 얼버무렸다.“안 그럴게요, 됐죠?”“진작 그럴 것이지.”하정현은 다시 소파에 누웠다.평평한 하정현의 가슴을 보니 나는 점점 더 화가 났다.때문에 마사지할 때 일부러 힘을 더 주었다.게다가 혈 자리가 분명 가슴 아래에 있는데 일부러 위을 눌렀다.“음? 뭐 하는 거예요?”하졍현은 이상함을 눈치챘는지 경계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나는 얼른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혈 자리를 마사지해 주고 있잖아요. 여기 이 혈 자리가 효과가 더 뛰어나거든요.”“그래요? 그런데 아까는 왜 여기 안 눌렀어요?”하정현은 막무가내긴 해도 바보는 아니라 쉽게 속일 수 없었다.하지만 이 질문은 나에게 전혀 어렵지 않았다.“지난번에는 급하게 끝내느라 오일도 안 발랐잖아요. 이번에는 오일도 발랐으니 흡수가 더 잘되게 해야죠.”“아.”‘어디서 감히 나한테 덤벼? 넌 아직 어려.’나는 한 편으로 마사지하며 한 편으로 하정현의 가슴을 주물러댔다.하정현의 가슴은 물론 작았지만 촉감은 아주 좋았다.게다가 마사지를 하고 나니 손안에 마침 들어오는 게 너무 귀여워 오히려 그것대로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봐요, 혹시 매일 몇 명의 여자를 마사지해 줘요? 나보다 가슴 작은 여자 본 적 있어요?”하정현은 궁금한 듯 물었다.그 질문에 생각이 끊겨버린 나는 얼른 고개를 저었다.“없어요. 정현 씨 가슴이 내가 지금껏 본 여자들 중에 가장 작아요. 그런데 꽤 귀여워요.”“어떻게 귀여운데요? 얼른 말해 봐요.”하정현이 갑자기 두 눈을 반짝이며 묻는 바람에 나는 흠칫 놀랐다.“뭐 하는 거예요? 놀랐잖아요.”“지금껏 내 가슴이 귀엽다고 말해준 사람이 없단 말이에요. 그쪽이 처음이에요. 그러니까 어떻게 귀여운지 들어보고 싶어요.”‘그런 거였어? 식겁했네.’나는 솔직히 말
의느님의 의술을 빌려 이것저것 채워 넣은 가짜 얼굴보다는 훨씬 나았다.“갑자기 그쪽 말이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왠지 가슴 크게 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어요.”하정현은 말하면서 오만하게 가슴을 내밀었다.하정현의 모습에서 그녀가 정말 자랑스러워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나는 내 말이 그렇게 큰 역할을 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됐어요, 서비스가 끝났으니 송금해요.”나는 큐알 코드를 하정현에게 쭉 내밀었다.그러자 하정현은 두말없이 나에게 송금했다.오일 마사지와 가슴 마사지는 간단하기에 가격도 너무 비싸지 않았다. 도합 16만 원이다.돈을 받은 나는 곧바로 윤지은의 집을 떠났다.첫째 이유는 하정현이 갑자기 말을 번복할까 봐 두려워서였고, 두 번째 이유는 애교 누나가 방금 영상 통화를 걸어 왔는데 너무 바빠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나는 차에 앉자마자 애교 누나에게 전화 걸었다.애교 누나는 바로 전화 받았다. 하지만 남주 누나가 오늘 기분이 안 좋아 하루 더 같이 있어 달라고 한다고 했다.이건 내가 바라는 결과가 아니었다.나는 당연히 애교 누나가 빨리 돌아오길 바란다.‘남주 누나가 기분 안 좋을 게 뭐가 있어? 어젯밤 남편한테 사랑을 듬뿍 받았으면서.’나는 남주 누나가 일부러 그런 것이라는 의심이 강하게 들었다.내가 푸념하자 애교 누나는 나를 위로해 주었다.“남주가 기분이 안 좋다는 거, 거짓말 아니에요. 남주 아들이 오늘 학교에서 다른 학생과 싸웠거든요. 그래서 남주가 선생님한테 불려 가 한바탕 꾸중을 들었어요.”‘아, 그런 거였네.’나는 무의식적으로 남주 누나와 형수 그리고 애교 누나는 모두 애가 없다고 셍각해 왔다.하지만 남주 누나는 벌써 7살짜리 아들이 하나 있는데, 올해 막 1학년이 되었다.그렇다면 남주 누나가 기분이 안 좋다는 게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남자아이는 워낙 장난기가 심하니까.남주 누나는 노는 걸 즐기긴 하지만 아들한테만큼은 늘 최선을 다하는 듯했다.그런데 아들 때문에 그런 일을 겪었으니 기분이
“내가 증명할게. 이것 봐, 나 지금 노력하고 있잖아.”“어떻게 된 거야? 왜 또 갑자기 되는 거야?”형수의 숨소리는 점점 가빠졌다.형수의 물음에 형은 솔직하게 대답하지 않았다.사실 형수가 돌아온 걸 보자마자 동성 형은 몰래 약을 먹었다. 지금 되는 것도 그 덕분이고.하지만 형은 이 사실은 절대 솔직하게 말할 수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형수가 절대 안에 사정하도록 동의하지 않을 테니까.“나도 모르겠어. 갑자기 자기가 또 좋아졌나 보지. 태연아, 사랑해. 영원히 잃고 싶지 않아.”점점 격해지는 소리가 고스란히 내 귀에 흘러들었다.형수는 연달아 오르가슴을 느끼며 만족해하는 모습이었다.애초에 형수가 이토록 만족했을 때는 나와 함께했을 때였는데, 이제는 더 이상 내가 필요 없어진 모양이다.그 사실을 인지하니 나는 너무 속상했다.나는 묵묵히 집을 나와 다시 차에 올라탔다. 하지만 기분은 너무 복잡하기만 했다.남주 누나는 남편이 있고, 형수도 남편이 있어 그녀들 남편이 돌아올 때면 나는 아무 쓸모도 없게 된다.이런 느낌은 너무 싫었다.마치 내가 필요할 때는 갖다 쓰고, 필요 없어지면 버려지는 물건이 된 기분이었다.나는 속으로 더 이상 남주 누나와 형수랑 엮이지 말아야겠다고 맹세했다.‘난 애교 누나한테만 잘할 거야. 나한테 잘해주는 사람은 역시 애교 누나뿐이야.’생각을 정리한 뒤, 나는 곧장 화인당으로 향했다.그날 오전, 나는 또 몇 명의 고객을 받아 몇십만 원이나 되는 팁을 받았다.점심시간, 모태진은 또 외식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나는 기분이 꿀꿀해 바로 거절했다.그랬더니 모태진은 내 팔을 잡아당기며 설득했다.“가요, 네? 내가 쏠게요. 내가 처음으로 쏘겠다고 하는 건데, 체면 좀 세워줘요.”모태진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내 기분도 따라서 좋아졌다.“뭐예요? 돈이라도 생겼어요? 왜 갑자기 이렇게 통 커졌는데요?”나는 웃는 얼굴로 농담했다.무엇보다 계속 기분이 안 좋은 채로 있는 것도 방법은 아니기에, 확실히 기분 전환이 필요
내가 모태진과 식사하고 있을 때 노랑머리 놈이 갑자기 여자 친구를 데리고 나타났다.그러고는 모태진의 앞에 다가오더니 노기등등한 모습으로 모태진에게 삿대질했다.“네가 모태진이야? 내 여자를 건드리려 한 놈이 네 놈이냐고?”“난 그 여자분 건드린 적 없어요. 너무 가여워 보여서 그쪽을 떠나라고 했을 뿐이에요.”모태진은 매우 정중하게 대답했다.하지만 다음 순간 노랑머리 놈이 갑자기 모태진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리는 바람에 코피가 흘러내렸다.나는 벌떡 일어나 모태진의 앞에 막아섰다.“뭐 하는 거예요? 계속 이러면 경찰 부를 거예요!”노랑머리는 눈에 뵈는 게 없는지 내가 경찰을 언급했는데도 겁먹지 않았다.심지어 그 말에 오히려 발끈하며 화를 냈다.“난 지금 저 자식이랑 말하는 중이잖아. 그쪽이랑 상관없으니까 넌 빠져.”모태진은 얼굴에 코피를 덕지덕지 묻혔지만, 눈빛을 보니 조금도 물러설 기색이 없어 보였다.어제 똑같은 일을 당했을 때, 모태진은 이런 태도가 아니었다.그런데 여자 한 명 때문에 이렇게 큰 변화가 생기다니.그 여자는 모태진이 맞자 울며 남자 친구한테 애원했다.“안명훈, 그만해. 이 일은 모 선생님과 아무 상관 없어. 내가 너랑 헤어지고 싶은 거야.”짝!안명훈은 두말없이 여자의 뺨을 후려갈겼다.이건 너무 도가 지나쳤다.여자가 남자랑 사귀든 말든 그건 자유인데, 헤어지자고 했다고 사람을 때리다니.나는 참지 못하고 호통쳤다.그러자 안명훈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씩씩거리며 말했다.“경고하는데, 한 마디만 더 지껄이면 너도 같이 때려줄 거야.”나는 순간 분노가 끓어 올라 싸늘하게 말했다.“어디 한번 해 봐. 아주 법이고 뭐고 눈에 뵈는 게 없나 보네? 벌건 대낮에 어디서 주먹질이야? 너 같은 건 경찰에 잡혀가야 돼.”말을 마친 뒤, 나는 곧장 경찰에 신고했다.이번에는 겁만 주는 게 아니라 진짜였다.안명훈이 갑자기 전화를 빼앗으려고 달려들자 나는 가볍게 몸을 피했다.하지만 그놈은 포기하지 않고 또다시 달려들었다.
은솔이라는 여자는 말하면서 모태진의 품에 와락 안겨 그를 꼭 끌어안았다.그 순간 모태진은 어쩔 줄 몰라 쩔쩔맸다. 하지만 그의 눈빛에는 유쾌한 기색이 역력했다.나도 이젠 남녀 문제에 있어서 베테랑이라고 할 수 있는데, 모태진이 은솔을 좋아한다는 걸 충분히 알 수 있었다.하지만 모태진은 가정이 있는 사람이라 절대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괜찮아요, 별거 아니에요. 앞으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찾아와요.”모태진은 말하면서 두 손으로 여자를 꼭 끌어안았다.그 행동에 나는 내 추측을 더 확신할 수 있었다.하지만 그 모습을 본 안명훈은 화가 나서 펄쩍 뛰었다.“젠장, 그 손 당장 놔! 그 여자는 내 여자라고! 손대지 마!”안명훈은 또다시 모태진을 때리려고 달려들었다.나는 얼른 그놈을 말리며 시선을 끌었지만 놈은 나를 향해 버럭 소리쳤다.“계속 끼어들겠다 이거야? 좋아, 그렇다면 너도 같이 죽여줄게!”우리가 한창 말다툼하고 있을 때 경찰이 도착했다.그러고는 상황을 듣더니 쌍방 폭행이라며 우리를 모두 경찰서로 데리고 갔다.그 사실에 나는 너무 화가 났다.“이게 어떻게 쌍방 폭행이에요? 분명 저 자식이 먼저 폭행했어요. 저는 정당방위라고요.”“잔말 말고 따라와요.”두 경찰은 두말없이 우리를 모두 끌고 갔다.그때 안명훈이 갑자기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그 모습을 본 순간 나는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설마 저 경찰들이 저 노랑머리랑 아는 사이인가?’우리는 얼마 뒤 관할 파출소로 연행되었다.경찰은 우리가 쌍방 폭행이라고 여겼고, 안명훈이 갑자기 나 때문에 중상을 입었다며 병원에서 진단받고 나를 고소하겠다며 길길이 날뛰었다.심지어 중재에 나선 경찰은 아무리 봐도 노랑머리의 편인 듯했다.“상대가 고소하면 나중에 형사적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으니 되도록 사적으로 합의 보세요.”“그런데 합의금 2천만 원이 말이 돼요? 이건 강도랑 뭐가 달라요?”“그건 여러분이 사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니 사적으로 합의 보세요.”나는 화가 나서 미칠 지
“뭐든 다? 정확하게 뭐야?”소여정은 싱글벙글 웃으며 물었다.이런 상황에서 나를 희롱할 생각뿐인 소여정이 너무 짓궂었지만 나는 숙이고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말 그대로, 다 돼요.”나는 소여정이 나를 놀리고 희롱하는 걸 좋아하는 데다 내 몸을 노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떼문에 내가 이렇게 말한 건 뭐든 다 된다는 걸 암시하기 위해서다.앞으로 그걸 들어줄지 말지는 또 다른 문제일 테지만.이 상황에서 벗어나는 게 나한테는 우선이었다.“약속했어? 난 절대 강요한 적 없어.”소여정이 동의하자 나는 가슴이 벅차올라 다급히 대답했다.“모두 내가 원해서 하는 거니까 결과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질게요. 이제 안심이 되죠?”“그래, 기다려 봐. 전화 한 통만 할게.”소여정은 고작 정부이지만 그녀의 남자 임천호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게다가 임천호가 매번 공식 석상에 나갈 때마다 항상 자기 정부를 데리고 다니기에 모든 사람이 소여정을 알고 있다. 심지어 적지 않은 사람들이 소여정을 통해 임천호한테 접근하려고 하고 있다.그때 그 술자리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소여정한테 몰려든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정부라는 이름이 사람들 앞에 내놓기 부끄러운 이름이지만, 그 사람이 높은 위치에 있으면 부끄럽고 말고는 큰 의미가 없게 된다. 심지어 뒤에서 몰래 소여정을 부러워하는 여자가 수없이 많다.어찌 됐든 임천호의 여자가 된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을 테니까.내가 막 전화를 끊고 돌아오자 안명훈이 귀찮은 듯 물었다.“대체 해결한 거야. 만 거야? 해결할 생각이 없으면 구치소에서 지내.”그 말에 경찰은 나를 한번 쓱 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행동에 나는 기가 찼다.경찰은 국민의 지팡이가 되어야 하는데, 지금은 오히려 나쁜 놈의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다니.내가 권력이 없는 건 맞지만 나중에 내가 권력을 손에 넣는다면 반드시 이런 부패한 현상을 뿌리 뽑을 거다.“너랑 말하고 있잖아. 귀먹었어?”노랑머리가 나에게 다시
갑자기 변한 정세에 노랑머리는 어리둥절해했다.“무슨 상황이야? 우리 보스께서 미리...”“닥쳐! 당장 들어가.”경찰은 갑자기 다른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매우 강직하고 엄밀해졌다.그러더니 강제로 노랑머리를 구치소로 연행하고 그더러 모태진과 은솔한테 각각 20만 원을 배상하도록 요구했다.모태진도 어리둥절해했다.“무슨 상황이에요? 저 경찰들 아까는 저 노랑머리 편 아니었어요? 왜 갑자기 우리를 도와주는 건데요?”나는 당연히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역시나 권력 있는 사람을 알고 있다는 게 이런 거구나.’우리가 입 아프게 도리를 설명하고 억울함을 호소해도 아무 소용 없더니, 소여정의 전화 한 통에 모든 게 달라지다니.역시나 옛말에 조정 사람을 알면 일이 쉬워진다더니, 그 말이 일리가 있는 듯싶었다.하지만 나는 쓸데없는 말은 일절 하지 않았다.“이왕 일이 해결됐으니 우린 이만 가요.”나는 모태진을 한쪽으로 끌어와 귀띔해 줬다.“선배는 집에 아내가 있다는 걸 잊지 마요. 절대 바보 같은 실수 저지르지 마요, 알았죠? 은솔 씨 일은 되도록 모른 척하고요.”“알아요. 나도 은솔 씨를 동생으로 여기는 거지, 다른 뜻이 있는 건 아니에요. 그리고, 난 이제 나이도 있는데 그럴 에너지가 어디 있어요?”“그렇다면 다행이고요.”나도 모태진이 말한 대로 하길 바랐다.은솔은 모태진에게 자꾸만 들어붙는 느낌이었지만 모태진은 그나마 어떻게 해야 할지를 잘 아는 듯했다.“은솔 씨, 일이 해결됐으니 얼른 학교로 돌아가서 열심히 공부해요. 앞으로 다시는 불량배들과 어울리지 말고, 속지도 말고요. 부모님이 얼마나 고생할지만 생각해요.”“은솔 씨가 마음껏 공부하게 해주려고 부모님이 얼마나 노력하고 계신데. 은솔 씨가 나쁜 남자한테 속고 몸도 마음도 다치면 부모님이 얼마나 속상하겠어요.”은솔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우리 부모님은 저 같은 건 상관 안 해요. 저를 딸로 생각하지도 않아요.”“그런 말 말아요. 세상에 어떤 부모가 자기 자식을 사랑하지 않겠어요?
하지만 은솔은 알아들었는지 못 알아들었는지 계속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그때, 익숙한 그림자가 내 옆을 지나갔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주선영이었다.“후배, 학교 돌아온 거야?”나는 먼저 다가가 인사했다. 물론 어색하긴 했지만 아무 말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나았으니까.선영은 나를 향해 싱긋 미소 짓더니 뒷좌석에 앉은 은솔을 바라봤다.“은솔아, 네가 왜 여기 있어?”“두 사람 알아?”“룸메이트예요. 같은 과고요.”‘어쩐지. 지난번에 은솔이 입었던 치마가 눈에 익다 했더니 주선영이 입었던 것과 동일한 옷이었네.’같은 침실에 있는 데다 옷도 나눠 입는 사이라면 관계가 좋다는 뜻이었다.나는 얼른 선영에게 말했다.“네가 은솔이 좀 데려다줘. 요즘 곁에 있어 주고.”“네, 알았어요.”은솔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선영과 함께 학교로 들어갔다. 하지만 겉보기에 여전히 기분이 안 좋아 보였다.그런데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이것뿐이었기에 그저 은솔도 모태진도 모두 정신을 차리고 바보 같은 짓을 저지르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은솔을 바래다주고 난 뒤 나는 다시 화인당으로 돌아왔다.점심시간에 겪은 일 때문에 나는 오후에 또 지각하고 말았다.하지만 모태진이 미리 사정을 설명한 덕에 정 사장님은 오히려 나를 걱정했다.“이제 괜찮아요. 일도 해결됐어요.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정 사장님을 보니 나는 문득 이 선생님이 말씀해 주셨던 사모님 얘기가 떠올랐다.나는 사모님과 일면식도 없기에, 따지고 보면 사모님이 나를 도와줄 이유는 조금도 없다. ‘설마 정 사장님이 사모님한테 말해서 사모님이 나를 도와줬나?’‘그런데 그렇다면 정 사장님이 직접 예기하지 않고 왜 사모님이 나섰지?’나는 이럴 가능성이 적다고 생각했다.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찾을 수 없었다.‘사모님이 나를 도와주셨으니 언젠가는 만날 거야. 그때 직접 인사하면 돼.’“괜찮다면 다행이네요. 가서 일해요.”나는 얼른 내 룸으로 돌아와 물건을 정리했
현성은 손을 휙 저었다.“뭔데? 말해 봐.”“네가 나 대신 대출 좀 받아 줘.”은행 직원에게 물어봤더니 거액의 대출을 받으려면 실력 있는 보증인이 필요하다고 했다.현성은 가정형편이 좋으니 내 보증을 서주기에 적합했다.“얼마나 빌릴 건데?”“3억.”나는 필요한 돈보다 더 대출할 생각이었다. 만약 앞으로 혼자 하면 이런저런 지출이 있을 게 뻔하니, 수중에 돈을 남겨두는 건 당연했다.“뭐 하러 그렇게 많이 빌려?”현성은 음식을 우물거리며 물었다.결국 나는 민우와 함께 한의관을 열려고 한다는 걸 털어놓았다.그걸 들은 현성은 테이블을 탁 치며 일어섰다.“정수호. 어떻게 민우랑 한의관을 열면서 나한테 말하지 않아? 난 네 친구 아니야?”현성의 반응에 멍해진 나는 한참 뒤에 반응했다.“나도 네가 강북에 온 걸 얼마 전에 알았어.”“그럼 이제 돌아왔는데 나도 좀 끼워주면 안 돼?”나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우선 앉아 봐. 내가 천천히 설명해 줄게.”현성은 내 말에 얼른 자리에 앉았다. 그가 앉는 걸 본 나는 조목조목 분석하기 시작했다.“그 한의관을 운영할 사람은 나랑 민우뿐만이 아니야. 또 다른 파트너 두 명이 더 있어. 물론 네가 끼어도 되지만 네 성격에 매일 가게에 붙어 있을 수 있어?”내 기억에 따르면 현성은 학교 다닐 때 교실에 붙어 있는 걸 가장 싫어했었다.직접 한의관을 운영하는 건 학교 다니는 것보다 분명 더 바쁠 거다. 뭐든 직접 해야 하는 건 물론, 하루 종일 가게를 지키며 이런저런 잡다한 일을 처리해야 한다. 때문에 나는 어릴 때부터 고생 한번 한 적 없는 현성이 그걸 버릴 리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내 분석을 들은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뜻은 알겠어. 그런데 너도 알다시피 내가 뭐 하나 해낸 게 없어서 우리 부모님이 맨날 닦달해. 난 진작부터 성과를 내서 두 분께 보여주고 싶었어. 그동안은 딱 떠오르는 게 없어서 실행하지 못했지만 너랑 민우가 창업한다는 말을 들으니 내가 더 등신 같더라. 그래서 나도
게다가 집도 마침 강북에 위치해 있다.나는 얼른 전화번호부에서 조현성의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얼마 뒤 현성은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현성아. 나야. 정수호.”[정수호? 오호 브라더. 갑자기 웬일로 연락했어?]대학교 때 친구들은 우리가 늘 꼭 붙어 다닌다고 부부냐며 놀렸었다.나도 처음에는 그런 말들이 싫었지만, 현성의 성격이 꽤 괜찮은 데다 어디 놀러갈 때 항상 나를 데리고 다닌다는 걸 인지한 뒤로는 우리가 친해서 그렇게 놀리는 거라고 점차 받아들였다. 하지만 현성은 웬 여자애를 따라다니느라 대학교를 그만뒀고, 그 뒤로 우리의 연락은 점점 뜸해졌다. 그러다 며칠 전 강북으로 돌아왔다는 현성의 SNS를 보고 그에게 연락해 봐야겠다는 결심을 내렸다.“용건이 있으니까 했지. 너 지금 어디야? 우리 만날까?”[나야 백수라 빈둥빈둥 놀고먹기만 하지. 며칠 전에 우리 영감탱이가 날 집에 가두는 바람에 아직도 집에 있어.]“어? 그럼 만나지 못하잖아.”[만나려면 당연히 만날 수 있지. 내가 누구야. 마왕이라고 불리는 사나이 아니겠어. 우리 집 열쇠로 나를 가둘 수 있을 것 같아? 주소 보내 봐. 이따 찾으러 갈게.]현성의 말에 나는 한시름 놓았다.나는 얼른 근처에서 가게를 찾아 위치 정보를 공유했다.그러자 현성은 곧 올 거라며 기다리라는 문자를 보냈다.약 20분쯤 기다렸을 때 현성은 모습을 비추었다.몇 년 만에 만나서인지 조현성은 많이 변해 있었다. 몸에 살이 올랐고 얼굴도 더 동글동글해졌다. 하지만 본업에는 충실하지 않고 예쁜 여자를 보면 눈을 반짝이던 본성은 어디 가지 않았다.글쎄, 안으로 들어오면서 문 앞에 있는 두 여자애를 향해 휘파람을 불다가 된통 욕까지 먹었다. 하지만 현성은 어찌나 뻔뻔한지 개의치 않고 제 명함까지 건넸다. 물론 그 명함은 예상대로 쓰레기통 행이였지만.“하하. 까칠하네. 그래도 마음에 들어.”현성은 빙그레 웃으며 내 맞은편에 앉았다. 그 순간 다시 대학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점차 보다 보니 꽤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나도 사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모든 제품을 한번 훑은 뒤 나는 세 가지를 선택했다.“제가 볼 때 이 세 가지가 괜찮아 보여요.”이영미는 한번 확인하더니 말했다.“그래. 그럼 이 세 가지로 하지 뭐. 주소 알려 줘.”“제 주소는 왜요?”“먼저 수호 씨 집에 보낼게. 수호 씨가 한번 사용해 보고 괜찮은 것 같으면 말해 줘. 그러면 내가 다시 살 테니까.”‘나를 실험용 생쥐로 보는 건가?’비록 조금 찜찜했지만 나는 거절하지 않았다. 나도 마침 사용해보고 싶었으니까. 나는 결국 내 주소를 가르쳐 줬다.이영미가 구매를 마쳤을 때 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윤지은이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밖에서 들어왔다. 그녀는 나와 제 어머니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채자마자 나를 죽일 듯 노려봤다.“둘이 뭐 했어?”이영미는 핸드폰을 내려 놓으며 말했다.“내가 수호 씨한테 사진 좀 찍어달라고 부탁했어. 뭐야? 이런 것도 상관하게?”“엄마는 나이도 있으면서 뭐 맨날 사진을 찍어요?”윤지은은 불만 투로 투덜댔으나 표정은 전혀 싫어하는 티가 나지 않았다. 그녀도 제 엄마가 아직도 아이 같은 분이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가끔 윤지은은 이런 엄마가 부러울 때도 있다. 평생 남편의 예쁨을 받고 아무 고민 없이 영원히 동심을 유지할 수 있으니까.식사 후반부는 그런대로 순조로웠다.식사를 마친 뒤 이영미는 함께 노래 부르러 가자고 초대했지만 나는 그걸 거절했다. 이번에는 윤지은도 강요하지 않았다.나는 사장님이 빌려준 레인지로버에 앉아 긴 한숨을 내쉬고는 형수에게 전화했다. 그러고는 방금 이영미의 병을 봐주고 형수를 만나러 갈 생각이었다고 솔직히 털어 놓았다.“그런데 결국 못 가게 됐어요.”다시 생각해도 이건 너무 아쉬웠다.내 말에 형수는 싱긋 웃었다.[난 계속 집에 있으니까 언제든 와요.]그 순간, 방금 이영미가 산 물건을 형수와 함께 사용하면 분명 끝내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 이영미가 문건을 고를 때 나
윤지은은 여전히 미소 지었다.“걱정하지 마. 난 꼭 말한 대로 할 테니까.”“그럼 약속한 거예요. 두고 봐요. 지은 씨는 언젠가 저한테 매달리게 될 테니까.”말을 마친 나는 홱 돌아서서 자리를 떠났다.혼자 룸 안에서 셀카를 찍고 있던 이영미는 내가 들어오자 사진을 찍어 달라며 핸드폰을 건넸다.나는 두말없이 핸드폰을 받아 들고 사진을 찍어주려고 했다.하지만 그 순간 갑자기 뜬 메시지에 나는 얼굴이 빨개졌다.이영미가 인터넷으로 중년 부부가 부부 관계를 개선하는 방법을 물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게다가 때마침 네티즌들이 댓글로 그녀의 질문에 답했다. 심지어 일부 네티즌들은 섹스 토이를 추천하며 사진까지 첨부했다.“크흠...”난생처음 보는 신문물에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그때 이영미가 마침 내 상태가 이상하다는 걸 발견하고 물었다.“왜 그래? 얼굴은 왜 그렇게 빨간데?”“직접 보세요.”나는 말하면서 핸드폰을 건넸다.폰을 건네받은 이영미는 댓글을 확인하더니 피식 웃었다.“고작 이것 때문에 그래? 혹시 우리 지은이랑 이런 거 사용해 본 적 있어?”“아니요. 절대 없어요. 절 그렇게 변태로 몰아가지 마세요.”이영미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말했다.“아직도 젊어서 그런지 부끄러움이 많네. 수호 씨도 나이 먹으면 이러지 않을 거야. 사실 난 남녀가 성관계를 하는 건 즐겁기 위해서라고 봐. 그러니 즐겁고 재밌는 건 해봐야지.”‘제가 경험 많은 어머님과 어떻게 비교하겠어요?’입만 열면 이런 쪽으로 얘기하는 건 난 도저히 할 수 없다. 역시 유부녀라 그런지 욕구도 많고 뭐든 거리낌이 없는 것 같다. 어쩐지 인터넷에서 연애 경험 많은 여자가 아무것도 모르는 여자보다 재밌다고 하더라니.그 말인 즉 유부녀가 훨씬 낫다는 말 아니겠나?“지은은?”“모르겠어요.”나는 그 여자를 언급하고 싶지 않아 거짓말했다.그때 이영미가 룸 문을 닫더니 생글생글 웃으며 내 앞으로 다가왔다.“그럼 나 대신 골라 줘. 뭐가 더 재밌을 것 같아?”나는 순간 어리
이영미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괜찮아. 젊을 때는 누구나 다 경험이 부족해 감정적으로 굴 때가 많아. 이해해. 오늘 기분도 좋은데 이따 같이 식사하는 건 어때? 내가 살 테니까.”사실 나는 싫었다. 형수를 만나러 가고 싶었으니까.하지만 윤지은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쏘아봤다.“누구는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 같은데?”나는 다급히 부인했다.“제가 무슨 꿍꿍이가 있다는 거예요? 저를 그렇게 나쁘게 생각하지 말아 줄래요? 알았어요. 먹으면 될 거 아니에요.”‘따발총이야 뭐야? 왜 항상 이렇게 쏘아붙여?’이영미는 딸이 남자 맛을 본 걸 축하한다며 고급 호텔을 예약했다. 심지어 파티까지 준비하려 했는데 윤지은이 막았다.“엄마, 파티 열면 엄마를 정신병원에 처넣는 수가 있어요.”이런 일로 정말 파티까지 열면 윤지은은 아마 쪽팔려 죽을 거다. 다행히 윤지은의 말은 이영미에게 겁을 주는 데 성공했다.하지만 식사 내내 윤지은의 상태는 계속 이상했고 자꾸만 나를 흘끔거리기까지 했다. 나 역시 윤지은이 무슨 꿍꿍이인지 걱정이 돼 식사에 집중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나는 밖에서 바람을 쐬려고 화장실 간다는 핑계를 대고 밖을 나왔다. 그 뒤로 얼마 뒤, 윤지은도 따라 나왔다.“우리 일 이제 들켰는데 어쩔 거야?”‘이건 또 뭔 질문이지?’“제가 어떻게 하길 원하는 건데요?”“정수호. 너 정말 남자 맞아?”윤지은은 낯빛이 어두워져 욕지거리를 퍼부었다. 뜬금없이 욕을 먹은 난 너무 어이없었다.“의견을 묻는 건데 왜 또 화내는 거예요?”“누가 의견 물으래? 네 태도가 궁금하다고.”“제 태도는... 책임져줄 수 있어요. 물론 지은 씨가 원하면.”윤지은은 여전히 나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심지어 안색이 점점 어두워져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이것도 싫어요? 그럼 뭘 원하는데요?”윤지은은 나에게 바짝 다가오면 싸늘하게 물었다.“그럼 어떻게 책임질 건데? 네 애교 누나를 차버리고 나랑 결혼이라도 할 거야?”“그건 안 되죠. 전 애
“엄마, 괜찮아요?”윤지은은 엄마의 이상한 모습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보통 엄마라면 자기 딸이 우수한 짝을 찾기를 원하지 않나? 왜 엄마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지?’‘게다가 딸이 아무것도 아닌 남자랑 잤다는데 왜 화를 내지 않지?’“괜찮지 그럼. 우리 윤씨 가문은 정략결혼으로 사업을 유지할 필요도 없고 돈 많은 사돈에게 빌붙을 필요도 없어. 난 전에 네 심리에 문제가 있는 줄 알고 걱정했는데 문제없다니 오히려 다행이지. 앞으로 외로우면 만나고 싶은 남자 마음대로 만나. 넌 윤씨 가문 딸이잖아. 뭐든 너 하고 싶은 대로 해.”윤지은의 얼굴은 또 빨갛게 달아올랐다.윤지은은 사실 욕구불만인 사람은 아니다. 다만 전에는 정말 힘든 데다 여준휘한테 복수하려는 마음에 아무나 만나 터무니없는 짓을 저지른 거였다.“필요 없어요. 요즘 병원 일이 바빠서 쓸데없는 생각할 시간 없어요.”“누굴 속여? 너희 병원 요즘 안 바쁘잖아. 나 고 교수한테 다 물어봤어. 네가 요즘 할 일이 없다면서 휴가 줄 생각도 하던데. 차라리 이참에 수호 씨랑 여행이나 다녀와.”윤지은은 꼬리 밟힌 고양이처럼 버럭 소리 질렀다.“싫어요. 가더라도 혼자 다녀올 거예요.”“혼자 가는 게 얼마나 위험해? 낯선 환경과 낯선 도시에 가면 외로울 때 누가 같이 있어 줘?”“엄마. 말끝마다 남자 얘기하지 마요. 전 독립적인 여성이에요. 남자가 없어도 잘 살 수 있다고요.”“우리 딸이 얼마나 독립적인지는 나도 잘 알지. 그럼 그냥 친구랑 같이 논다고 생각해. 두 사람이 가는 게 혼자보다는 낫잖아. 남자도 사실 애완동물처럼 곁에 두면 꽤 즐거워.”그 말에 나는 너무 충격을 받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역시 부자들한테는 뭐든 애완동물로 보이는구나.’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윤지은 씨, 윤 사모님, 이제 설명 끝났으니 전 이만 가볼게요.”나는 기분이 언짢아 일부러 호칭으로 두 사람과 거리를 두었다.그러자 이영미가 다급히 내 팔을 잡았다.“가긴 어딜 가?
그때, 슬리퍼 한쪽이 날아와 내 뒤통수를 가격했다. 그 힘이 어찌나 센지 나는 그대로 소파 위에 벌러덩 넘어지고 말았다.윤지은은 그 틈에 덮쳐와 가위로 내 옷을 마구 잘랐다. 그 모습에 나는 오금이 저려 났다.가위가 조금만 더 아래로 향하면 나는 정말 고자가 됐을지도 모른다.나는 다급히 윤지은의 손목을 움켜잡았다.“너무한 거 아니에요? 정말 저를 고자로 만들 작정이에요? 내 거로 얼마나 기분 좋았던지 잊었어요? 정말 잘라버리면 앞으로 누가 지은 씨 기분 좋게 해줘요?”윤지은은 차가운 눈초리로 나를 쏘아봤다.“그건 너 없이 나 혼자서도 해결해. 그런데 감히 우리 엄마를 노려? 그러면 죽어야지.”“전 지은 씨 어머님 노린 적 없어요. 정말 마사지해 드린 것뿐이에요.”“노린 적 없다고? 그런데 아까 더 세게 하라느니 거친 게 좋다느니 한 말은 뭔데?”“제가 너무 살살 누른다고 더 세게 누르라는 거였어요.”“헛소리하지 마. 누가 그 말을 믿을 줄 알고. 내가 들어왔을 때 네놈이 우리 엄마랑 같이 방에 들어가는 거 똑똑히 봤는데. 말해. 우리 엄마한테 나쁜 짓 하려고 했지?”“제가 여색을 밝히는 건 맞지만 짐승은 아니에요. 전에 지은 씨랑 그랬는데 어떻게 지은 씨 어머니를 노리겠어요? 내가 변태도 아니고.”윤지은이 뭐라 하기 전에 이영미가 초조한 모습으로 달려 나왔다.“지은아, 너희 둘... 정말 했어?”윤지은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목까지 빨개졌다.“엄마, 말 좀 예쁘게 하면 안 돼요?”이영미는 헤실 웃으며 말했다.“용천 호텔에서부터 두 사람 심상치 않다 생각했는데, 역시나 내 생각이 맞았어. 우리 예쁜 딸. 네가 남자랑 사랑도 나누어 봤다니 엄마는 너무 기뻐. 난 네가 불감증인 줄 알았잖아. 어때? 해보니까 기분 좋지? 한 번 하니 또 하고 싶고 계속하고 싶지?”윤지은의 얼굴은 점점 달아올라 빨갛게 익어 버렸다.“엄마. 좀 점잖게 행동해요.”“에이, 엄마도 다 겪었는데 뭘 그렇게 부끄러워해? 나랑 수호 씨 정말 아무것도 없었어.
“절대 못 그래요. 제가 그렇게 물으면 지은 씨는 분명 저를 잡아먹으려고 할 거예요.”나는 바로 거절했다.그러자 이영미는 한숨을 푹 쉬었다.“우리 딸이 정말 불감증은 아니겠지? 평생 결혼도 안 하고 남자도 안 만나려는 건가? 남자랑 한 번도 해보지 못한다는 건 너무 불쌍한데.”“크흠...”서슴없이 말하는 이영미의 모습에 나는 너무 놀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수호 씨, 힘 좀 써봐. 아무 느낌도 안 나잖아.”“이 정도면 돼요?”“아니. 더 힘써 봐. 난 심플하고 거친 걸 좋아하거든.”“이렇게요?”“아, 좋아...”한편, 집 문 앞에 도착해 문을 열려던 윤지은은 안에서 어머니와 누군가의 이상한 대화가 들려 다급히 문에 귀를 바짝 댔다. 그리고 바로 우리의 대화를 들어 버렸다.그 순간 나와 제 어머니가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다고 착각한 윤지은은 얼굴이 잿빛이 되어 문을 확 열어젖히고 노기등등해서 들어왔다.“정수호, 이 개자식. 감히 우리 엄마를...”하지만 거실에는 아무도 없었다.참 공교롭게도 윤지은이 들어오기 바로 전 이영미는 소파가 불편하다며 침대에 누워 마사지를 받겠다고 했다.결국 나는 마지못해 이영미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그 때문에 나와 이영미가 한 방에 같이 있는 장면을 윤지은에게 들키고 말았다.단단히 화가 난 윤지은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손에 잡히는 대로 가위를 집어 들었다.“정수호, 이 개자식. 감히 우리 엄마를 넘봐? 내가 너 다시는 남자구실 못 하게 만들 거야.”나는 침실에 들어오기 전에 사실 도어락 소리를 듣고 뒤돌아보려고 했었다. 하지만 이영미가 얼른 마사지해달라고 재촉하는 바람에 바로 그걸 무시해 버렸다.고개를 돌렸을 때 이영미는 어느새 침대에 누워 있었다. 게다가 슬립이 너무 짧아 예쁜 다리가 훤히 드러났다. 이런 상태에서 마사지해 주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한참 동안 망설이고 있을 때, 이영미가 말했다.“안 될 거 뭐 있어? 집에 사람도 없는데. 무엇보다 당사자인 내가 괜찮다잖아. 얼른 눌
“이렇게요. 손가락을 구부리지 말고 쫙 펴야 해요.”나는 최선을 다해 시범을 보여주었다.그때 이영미가 갑자기 내 바지춤을 잡으며 말했다.“옷이 너무 커서 시선이 막히잖아. 옷 벗어 봐. 그래야 잘 보이지.”“어머님, 그건 안 돼요...”“그럼 옷을 들어 올리던가. 이렇게 하면 잘 안 보여.”나는 어쩔 수 없이 티셔츠 밑단을 위로 들고 다시 시범을 보여주었다.“보세요. 이렇게 손가락을 놓으면 검지와 중지 사이에 간격이 조금 생기는데 그 위치가 바로 우리가 찾으려는 혈자리예요.”“똑바로 앉아 봐. 잘 안 보여.”이영미는 또다시 나를 마구 잡아당겼다. 이러다가 바지가 벗겨질 것 같아 나는 다급히 일어나 벌렁거리는 심장을 다독이며 그녀와 거리를 유지했다. “어머님, 전 이미 충분히 보여줬으니 직접 찾아보세요.”“이렇게? 이것 봐, 내 손가락이 말을 안 듣는다니까.”이영미는 동안에 귀염 상이지만 손은 어찌나 둔한지 계속 틀렸다.결국 보다 못한 나는 직접 가르쳐주었다. 다만 자세만 잡아주고 혈자리를 찾는 건 역시나 이영미 스스로 찾게 했다.“혈자리를 찾았다면 가볍게 눌러 봐요. 시큰거리는지 확인해 봐요.”그 과정에 나는 이영미를 보지 않으려고 계속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있었다. 내 말에 이영미는 혈자리를 살짝 눌렀다.“아. 진짜 시큰거리는 것 같네. 앞으로 여기를 누르면 해소된다는 거지?”“네.”나는 그제야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자리로 돌아가 다시 이영미의 맥을 짚었다.이영미는 낮은 소리로 진작 물었던 걸 그랬다며 혼잣말했다. 이영미의 모습을 보니 연기 같지는 않았다. 아까 계속 내 바지를 내리려 해서 하마터면 이영미가 나한테 뭐라도 할 줄 알고 진땀을 뺐는데, 보아하니 내가 너무 예민했던 모양이었다.맥을 한참 짚어본 뒤 나는 상황을 말했다.“보아하니 편두통이 있으신 것 같아요. 손으로 마사지하면 두통이 사라질 거예요.”나는 이영미더러 소파에 기대앉게 하고 나는 소파 뒤에 선 채 머리를 마사지해 줬다.그때 이영미가 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