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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화

작가: 은광수
‘젠장, 이렇게 들켜버렸네. 어떡하지?’

나는 다급히 거짓말로 둘러댔다.

“아니요, 술 사러 가려는 거예요.”

“호텔에 술 있잖아요. 프런트에 전화만 하면 바로 가져올 텐데.’

지은이 내 말을 믿지 않고 나를 지나쳐 방안 불을 켜려고 하자 나는 너무 무서워 다급히 모자와 마스크를 썼다.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방안 불이 켜지 방 안이 환해지자 나는 눈이 부셔 눈을 제대로 뜨지도 못했다.

그 순간 나는 지은이 나를 의심한다는 걸 눈치챘다.

‘당장 이곳을 떠나야 해, 안 그러면 들킬 거야.’

나는 곧바로 지은의 꼬투리를 잡았다.

“뭐 하는 거예요? 왜 갑자기 불은 켜고 그래요?”

지은은 나를 한참 동안 뚫어지게 바라봤다.

“나 속이고 있죠? 오늘 밤 새로운 자세로 해보기 위해 나 부른 거 아니죠? 이렇게 급하게 떠나는 이유가 뭐예요? 뭐가 두려워요?”

“두려운 거 아니에요. 갑자기 가족 전화를 받아 급히 가봐야 해요.”

나는 너무 당황해 아무 말이나 둘러댔다.

하지만 지은은 여전히 나를 믿지 않았다. 심지어 모자와 마스크를 벗어 얼굴을 제대로 보이라며 연구했다.

벗으면 바로 들킬 건데, 나는 당연히 벗으려 하지 않았다.

이 여자가 만약 매번 자기와 카톡으로 야릇한 대화를 주고받는 사람이 현실에서의 정수호라는 걸 알면 아마 내 가죽을 벗기려 들 거다.

“나 정말 급한 일이 있어 먼저 갈게요.”

말을 마친 나는 다급히 절뚝거리며 도망치느라 목발도 호텔에 두고 나왔다.

뒤에서 지은이 곧바로 쫓아 나왔지만 갑자기 전화벨이 울리는 바람에 바로 전화를 받았고, 나는 그 틈에 도망쳤다.

하지만 다리가 불편한 나는 행동이 아주 굼떴다.

게다가 목발을 호텔에 두고 나와 지은에게 발각되면 끝장이다.

목발에 병원 로고가 붙어 있으니까.

지은은 그 로고로 내가 바로 병원 환자라는 걸 알아낼 거다.

가뜩이나 영민한 여자라 단서로 내 정체를 알아내는 건 시간문제다.

“하!”

나는 호텔 입구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배회했다.

이대로 가자니 지은이 목발을 발견할 것 같고, 가지 않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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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승빈이 제 딸을 속일 방법은 수백 가지도 더 된다. 왕정민 같은 쓰레기가 딸 옆에 없다면 오히려 더 잘된 일이 아닌가?만약 내가 전승빈이라면 오히려 왕정민이 영원히 사라져서 평생 나타나지 않기를 바랄 거다.전승빈은 내 말에 대답하기 싫은지 차가운 얼굴로 물었다.“쓸데없는 건 묻지 말게. 화를 불러일으킬 테니.”윤미화는 더 이상 말하지 말라는 듯 조용히 내 팔을 잡아당겼다.그제야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전승빈에게 말했다.“좋아요. 왕정민을 찾는 걸 도와드리죠. 그러면 제가 빚진 건 없었던 겁니다.”말을 마친 나는 윤미화를 데리고 회사를 나왔다.회사를 나오자마자 윤미화는 나한테 방법이 있는지 물었다.“왕정민은 분명 전승빈이 두려워서 숨었을 거예요. 그러니 찾는 건 쉽지 않을 거예요.”그건 거의 한양에서 김 서방 찾기나 마찬가지다.나는 한참 생각하다가 말했다.“왕정민은 분명 제가 죽도록 미울 거예요. 내가 만나자고 하면 만나줄까요?”“미쳤어? 이 와중에 왕정민을 만났다가 왕정민이 진짜 살의라도 품으면 어쩌려고?”왕정민은 현재 나 때문에 궁지에 몰렸으니 분명 나를 죽이고 싶을 거다. 그런데 내가 지금 그를 만나면 확실히 화를 입을 수 있었다.다만 이게 왕정민을 끌어내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다.“안돼. 그건 너무 위험해. 내가 동의 못해!”나는 한참 생각하다가 갑자기 눈을 크게 떴다.“방법이 떠올랐어요. 지금 왕정민은 버림받은 개나 마찬가지라 분명 진동성을 찾아갈 거예요. 제가 병원에서 진동성만 잘 감시하면 될 거예요.”‘안 되겠어. 지금 당장 병원에 가봐야 해. 안 그러면 늦을지도 몰라.’나는 얼른 윤지은에게 전화했다.“지금 외과 병동으로 가서 진동성이 있는지 봐줄래요?”[그럴 필요 없어. 진동성이 방금 가는 걸 봤거든.]“젠장. 결국 한발 늦었네.”나는 화가 나 이를 갈았다. 그러자 윤지은이 왜 그러냐고 물었다. 나는 이내 전승빈이 나한테 왕정민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다는 걸 사실대로 말했다.윤지은은 내 말을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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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정민은 자기가 고용한 놈들이 저에게 반항할 줄은 몰랐던 모양이었다.“너희들 뭐야? 이게 무슨 짓이야? 지금 반항해?”왕정민은 버럭 소리치며 다급한 듯 발을 동동 굴렀다.그러자 꽃무늬 셔츠가 콧방귀를 뀌었다.“전 회장님이 오라고 하십니다.”왕정민이 아는 사람 중 전 회장이라 불릴만한 사람은 전승빈뿐이다. 때문에 그는 단번에 전승빈을 떠올렸다.왕정민은 그제야 이 모든 게 처음부터 함정이라는 걸 눈치챘다. 그것도 내가 전승빈과 손을 잡고 판 큰 함정.아쉽게도 왕정민은 그걸 이제야 알아차렸다.왕정민은 자신이 전승빈 손에 들어가면 어떤 신세가 될지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그는 돌아갈 수 없었다. 돌아가지도 않을 거였고.“빌어먹을!”왕정민은 바닥에 있는 벽돌을 집어 들어 꽃무늬 셔츠에게 던지고는 신속히 밴에 뛰어들어 시동을 걸었다.그 누구도 왕정민이 도망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그제야 반응한 꽃무늬 셔츠는 다급히 소리쳤다.“당장 쫓아!”꽃무늬 셔츠는 필두로 한 무리는 다급히 밴을 쫓았다. 다만 사람이 차를 쫓아갈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 덕에 왕정민은 밴을 몰고 도망쳤다.“젠장.”꽃무늬 셔츠는 곧바로 전승빈에게 전화해 왕정민이 도망쳤다는 사실을 보고했다. 그러고 나서 제 무리를 데리고 떠났다.한참 뒤 내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를 한 사람은 다름 아닌 전승빈이었다.[증거는 입수했나?]“네.”[왕정민은 왜 도망치게 뒀지?]전승빈은 화가 난 듯 따져 물었다.그 말에 나는 미간을 팍 구겼다.“저는 함정을 파서 왕정민이 뛰어들게 하는 것만 책임졌지 사람까지 잡겠다고 한 적은 없습니다. 게다가 왕정민이 도망칠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왕정민이 도망치면 우리가 지금껏 한 게 뭔 의미가 있지? 지금 당장 내 부하 놈들과 협력해서 왕정민을 잡아와!]나는 전승빈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내가 제 사람인 줄 아나? 내가 왜 왕정민을 잡는 것까지 도와줘야 하지?’그때 윤미화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봤다.“전 회장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977화

    이로써 왕정민의 열등감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다.“당장 저 자식 다리부터 분질러!”왕정민은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놈들에게 소리쳤다.그러자 건달들은 무기를 든 채 하나둘씩 나에게 달려들었다.그때 꽃무늬 셔츠를 입은 놈이 나더러 벽 쪽으로 가라고 눈빛을 보냈다. 그렇게 하면 상처를 줄일 수 있었다.나는 얼른 구석진 벽 쪽으로 달려갔다.건달 놈들은 멋모르고 나에게 달려왔다. 꽃무늬 셔츠는 내 앞에 막아서면서 나와 싸우는 척했지만 사실은 나를 보호해 주고 있었다.때가 된 것 같다는 생각에 나는 반항하기 시작했다.나는 지금껏 쌓아왔던 울분을 모두 건달 놈들에게 풀었다.“아!”나는 소리 지르며 주먹을 날리고 발길질 해댔다.마음 같았으면 놈들을 모두 때려죽이고 싶었다.내 기세에 놀랐는지 기세등등하게 달려들던 놈들이 점차 뒷걸음치기 시작했다.나는 감정이 폭발해 놈들을 향해 소리쳤다.“이봐. 죽일 테면 죽여 봐! 덤벼!”하지만 나에게 덤비는 놈은 한 놈도 없었다.그러자 결국 왕정민이 몽둥이를 들고 달려왔다.“젠장. 쓸모없는 것들! 비켜. 내가 직접 한다.”왕정민은 몽둥이를 들어 내 다리를 내리쳤다.그 기회를 봐 내가 반격하려 할 때 갑자기 그림자 하나가 휙 하고 나타나더니 단번에 왕정민을 걷어찼다.나는 놀란 눈으로 내 앞에 나타난 변석훈을 바라봤다.“석훈 형님, 여긴 어떻게 왔어요?”“넌 윤 회장님 사람이야. 윤 회장님이 널 죽이지 않는 한 다른 놈이 널 죽일 수는 없어.”변석훈은 간단하게 온 이유를 설명했다.그때 윤미화가 탐정 사무소 직원들을 데리고 달려왔다.“수호 씨, 얼른 내려와. 이 증거로 저 자식들 잡을 수 있어.”나는 녹화된 영상을 확인했다. 영상은 매우 완벽했다. 특히 왕정민이 아주 선명하게 나왔다.“좋아요. 우리 가요.”그제야 왕정민은 뭔가를 눈치챘는지 버럭 소리쳤다.“정수호, 거기 서!”왕정민은 내 주변 사람들을 훑어보더니 결국 윤미화에게 시선이 떨어졌다.“윤미화, 감히 날 갖고 놀아?”윤미화는 싸늘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976화

    모든 준비가 완벽히 끝났다. 하지만 내 눈에 왕정민은 보이지 않았다.왕정민이 직접 나타나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었다. 때문에 나는 일부러 꽃무늬 셔츠를 입은 놈에게 물었다.“당신들 누구야? 뭐 하는 거야?”“누가 당신의 팔다리를 부러뜨리라네?”꽃무늬 셔츠는 나에게 협력해 정보를 흘렸다.나는 또 물었다.“누가 당신들 보냈어? 죽기 전에 어떻게 죽는지는 알아야 할 거 아니야?”나는 말하면서 밴 쪽을 쳐다봤다. 안에 왕정민이 있는지 아직 확신이 서지 않았기에 나는 이를 악물며 비아냥거렸다.“그런데 당신들 고용한 놈도 참 쫄보네. 직접 나서지도 못하는 거 보면.”“하. 정수호. 내가 그렇게 보고 싶었어?”왕정민이 겨우 참지 못하고 차에서 내렸다.그제야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다행히 왕정민도 직접 왔네.’내 걱정은 그제야 말끔히 사라졌다. 나는 왕정민을 차갑게 노려봤다.“왕정민, 뭐 하려는 거야? 벌건 대낮에. 이거 불법이야.”왕정민은 담배에 불을 붙이더니 한 모금 크게 빨아들였다.“불법? 난 원래 법 안 지켜. 어쩔 건데?”“당장 저놈 핸드폰 빼앗아 와.”왕정민은 먼저 내 핸드폰부터 압수하고는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여기 CCTV도 없어. 네가 아무리 신고해도 소용없어. 정수호, 내 말에 대답해. 너한테 왜 내 집 열쇠가 있는 거야?”나는 일부러 왕정민을 자극했다.“당연히 애교 누나가 줬지.”“어디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이태웅이 네 열쇠 압수한 거 다 알아.”“압수한 거 맞아. 하지만 나중에 다시 줬어.”사실 그런 적은 없지만 나는 왕정민을 자극하기 위해 일부러 지어냈다.이태웅한테 계속 무시당해 왔다는 건 왕정민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지뢰 같은 사실이다. 때문에 내가 일부러 이태웅이 나한테 잘해준다고 하면 왕정민은 분명 불만을 품을 게 뻔하다.아니나 다를까 왕정민은 내 자극에 바로 반응했다.“왜 줬는데? 이태웅 그 노인네를 내가 몇 년 동안 모셨는데 지금껏 날 인정하지 않았다고. 그런데 너는 뭔데 인정을 받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975화

    나는 겨우 걱정을 덜어내고 윤미화에게 전환해 모든 것을 자백했다.내 말을 들은 윤미화는 고막이 터질 정도로 나에게 욕설을 퍼부었다.“정수호, 미쳤어? 전승빈이 어떤 사람이고 왕정민은 또 어떤 사람인데? 감히 두 사람을 이용하려고 들어?”윤미화는 내가 왕정민이 전승빈 조사를 의뢰했다는 걸 누설했다고 탓하는 게 아니라 내 안위를 걱정했다.그 때문에 나는 윤미화에게 더 미안했다.“윤 사장님, 일은 이미 벌어져서 돌이킬 수 없어요. 제가 전화드린 건 장비 좀 빌려달라고 부탁하기 위해서예요. 오늘 저녁 제가 왕정민 약점을 잡을 거거든요.”“빌리긴 뭘 빌려? 내 직원한테 일이 생겼다는데 내가 설마 모른 척하겠어?”윤미화의 말에 나는 너무 감동하였다.“윤 사장님, 정말 너무 좋은 분이셨군요.”윤미화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알면 됐어. 앞으로 한 번만 더 속였다간 봐. 수호 씨는 내가 스카우트한 사람이니까 난 수호 씨 안전을 책임질 의무가 있어.”“왕정민한테 미움 살까 봐 두렵지 않아요?”“두렵지. 그걸 말이라고. 하지만 내가 탐정 사무소를 차린 건 내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야. 내 소원은 이미 이뤘으니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 내가 돈 벌 방법이 이것뿐인 것도 아니고.”그 말에 나는 더욱 감동했다.“사장님, 저 울고 싶어요.”윤미화는 그런 내가 쪽팔리다니는 듯 말했다.“남자가 울긴 뭘 울어? 난 그런 남자 제일 싫어.”윤미화는 오늘 밤 직접 오겠다면서 주소를 보내라고 했다.내 계획은 왕정민을 아무도 없는 골목으로 끌고 가는 거다. 그렇게 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으니까.물론 왕정민이 무조건 나타나게 하기 위해 도관에서 나오기 전 나는 일부러 그에게 전화해 자극했다.“왕정민, 네가 뭘 모르는 게 하나 있는데. 나 지금껏 애교 누나네 집 열쇠를 가지고 있었어.”[개자식이 그걸 왜 나한테 말하는데?]왕정민은 분노에 차 버럭 욕설을 퍼부었다.예상했던 반응에 나는 피식 웃었다.“별 건 아니고. 그냥 네가 예전에 샀던 그 집은 지금 내가 살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974화

    변석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버렸다.한참 뒤 윤지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도 내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챈 듯했다.“저 자식 얼마나 연습했어?”“아가씨, 벌써 3시간째 저러고 있어요.”“죽으려고 작정했나? 어제도 밤을 새웠으면서 오늘 이렇게 무리하면 어쩌자는 건지.”윤지은은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걸어왔다.“정수호, 지금 당장 휴식해.”나는 윤지은을 흘긋거리고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계속 연습했다.윤지은은 내 행동에 화가 났는지 내 뺨을 후려갈겼다.“네가 이런다고 누가 감동할 것 같아? 넌 지금 스스로 감동에 취해 있는 거야. 전에는 연습을 게을리하고 이제 와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나 봐? 네가 뭐 소설 주인공인 줄 알아? 지금 당장 휴식해!”나는 화끈거리는 얼굴도 신경 쓸 새 없이 심호흡하며 말했다.“누구 감동하라고 이러는 거 아니에요. 이런 식으로 화를 풀려는 것도 아니고요. 그냥 짬 내서 연습해서 하루빨리 실력을 끌어올리려는 거예요.”변석훈은 나에게 고작 한 달이라는 시간밖에 주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서두르지 않으면 그 시간 안에 다 배우지 못할 거다.윤지은은 씩씩거리며 말했다.“벽석훈이 너 안 가르친다면 내가 양동준더러 너 가르치라고 하면 될 거 아니야. 뭐 그리 큰일이라고 이렇게 네 몸을 가혹하게 대해?”나는 너무 놀라 윤지은을 바라봤다.“뭐라고요? 동준 형님이 저 가르치는 거 동의하는 거예요?”“네가 내 말 잘 들으면.”윤지은의 요구에 나는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지금 당장 휴식할게요.”나는 말을 마치자마자 두말없이 뒤돌아섰다.윤지은은 내가 이렇게 고분고분할 줄은 몰랐던 모양이었다.예전에는 항상 개와 고양이처럼 만나면 싸워댔는데 내가 갑자기 고분고분해지니 윤지은은 익숙하지 않은 듯했다.윤지은은 이내 나에게 걸어와 나를 꿰뚫어 볼 것처럼 훑어봤다.“정수호. 너 아무 일 없는 거 맞지?”나는 물을 마시며 땀을 닦았다.“저한테 뭔 일 있겠어요? 보다시피 저 멀쩡해요.”“그렇다면 다행이고. 난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973화

    진소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만 봐도 흔들렸다는 걸 알 수 있었다.고작 몇 마디 사탕 발린 말에 흔들린다니, 이 여자가 참 한심했다. ‘머리가 비었나? 하긴, 그러니까 진동성한테 제대로 속았겠지.’하지만 예전의 나도 진소민과 다를 게 없었다.태어날 때부터 계략에 능하고 총명하며 위선과 악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사람은 없다.나는 진소민을 탓하지 않는다. 오히려 불쌍했다. 진동성의 눈빛만 보면 그가 진소민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는 그저 이 바보 같은 여자를 농락하고 있는 거였다.아니나 다를까 역시나 내가 짐작이 맞았다.진동성이 진소민을 떠나지 못하게 한 건 그가 진소민한테서 만족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진소민은 워낙 민감한 몸이라 진동성의 사이즈가 아무리 작아도 쉽게 절정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런 느낌은 그동안 아내인 고태연한테서 느껴보지 못했다. 때문에 진소민을 만난 뒤에 그는 진정 자기가 남자가 된 것 같았다.진동성은 아직 사업에서도 큰 성공을 이룩하지 못하고 결혼도 실패했는데, 유독 진소민 앞에서만은 성취감을 얻을 수 있고 빈자리가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되든 그가 상관할 바는 아니었다.진동성의 목적은 이 바보 같은 여자를 붙잡는 거였다.나는 더 이상 끼어들지 않았다. 진소민이 떠나든 말든 관심 없었다. 난 오직 이런 방법으로 기름을 부어 진동성이 하루빨리 나를 처리하라고 왕정민을 꼬드기게 하고 싶었다.나는 진동성을 보며 냉소했다.“이 여자는 속이기 쉬워 참 좋겠어. 어디 평생 속여 봐. 하지만 네놈이 한 짓을 부모님이 알면 어떨지 궁금하네.”말을 마친 나는 일부러 깔깔거리며 떠나갔다.이 순간 진동성이 뒤에서 이를 갈며 나를 죽일 듯 노려볼 거라는 걸 알고 있다.이건 바로 내가 원하는 효과였다.진동성은 지금 병원에 입원해 있어 직접 움직일 수 없으니 분명 왕정민한테 연락할 거다.왕정민이 나에게 손을 쓴 순간 내 계획은 성공한 셈이다.나는 아무도 없는 구석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972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얼마 안 될 때 나는 부모님께 그 의서가 어디 있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하지만 그때부터 의서를 찾지 못했다.아마 그전에 진동성이 이미 몰래 훔쳐 갔을 거다.‘진동성 이 개 같은 자식. 진짜 뼛속까지 악질이네.'우리 가족은 너무 착해서 그놈의 가면에 깜빡 속아 넘어갔다.여진수가 형수의 상태를 확인한 뒤 나는 곧장 외과 병동으로 향했다.진소민이 와서 진동성을 간호하고 있었다. 내가 도착했을 때 진동성의 손은 진동성의 치마 속에 있었다.형수는 아직도 의식불명의 상태인데 이 개자식은 병원에서까지 여자와 꽁냥거리고 있다니. 이런 놈은 인간이 아니라 짐승이라 하는 게 맞다.진동성은 나를 보자마자 비아냥거렸다.“넌 또 왜 왔어? 내 마누라 돌보지 않고 내가 다른 여자랑 즐기는 거 구경 왔어?”나는 피식 웃었다.그러자 진동성의 미간이 푹 파였다.“뭘 웃어?”나는 의자 하나를 끌어와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었다. 사실 나는 핸드폰으로 영상을 찍고 있었다.난 형수가 갑자기 교통사고가 난 게 분명 단순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두 사람이 함께 교통사고가 났는데 형수는 크게 다쳐 의식불명이 되고 진동성은 고작 피부가 까진 전도로 끝났다는 게 너무 이상하다.게다가 이 자식은 형수가 혼수상태에 빠져 있는 동안에도 진소민과 어울리고 있다니. 이걸 찍어두면 분명 형수에게 유리한 증거가 될 거다.“네 놈 목숨이 참 질겨서 웃는다. 형수는 저렇게 됐는데 넌 고작 찰과상이라니. 어떻게 했어?”진동성은 이미 대답을 준비한 것처럼 빈틈없이 대답했다.“그걸 나한테 물으면 난 누구한테 물어봐? 교통사고가 갑자기 나서 나도 미처 반응하지 못했어. 내가 깨어났을 땐 이미 병원에 있었고. 그런데 나한테 어떻게 했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당연히 모른다지.”진동성이 이렇게 대답할 거라는 걸 난 진작 예상했다.때문에 나는 방법을 바꾸어 진소민을 바라봤다.“그럼 당신한테 묻지. 그쪽은 대체 무슨 신분으로 그 남자를 돌보는 거야?”진소민은 워낙 말주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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