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니까. 보는 것도 내 눈이 오염되는 것 같아요.”‘헐, 이젠 대놓고 인신공격까지?’나는 정말 화가 치밀었다.“내가 왜 쓰레기인데요? 내가 그쪽과 자겠다고 했어요? 뭘 했어요?”여의사는 싸늘하게 받아쳤다.“꼭 그렇게 듣기 싫게 말해야 해요? 그래요, 그럼 물어볼게요, 아까 껴안고 있던 여자는 누군데요?”“여자 친구예요, 왜요?”“지금 왜냐고 물었어요? 여자 친구가 있는 사람이 아침에 나를 희롱했으면 쓰레기지 뭐예요?”난 순간 후회가 치밀었다. 어쩜 말하기 전에 생각도 하지 않았던 건지.하지만 여자에게 이런 모욕을 당하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아침에는 그냥 농담한 건데 사람들 앞에서 나 망신 줬잖아요.”“쌤통이네요. 음흉한 소인배는 원래 이렇게 벌주는 거예요.”“그래요, 나 음흉하고 소인배예요. 잘못했고 앞으로 다시는 건드리지 않을 테니 그냥 가요.”나는 더 이상 여자와 실랑이를 벌이지 않고 뒤로 두 걸음 물러나 여자에게 길을 내주었다.하지만 여의사는 가기는커녕 갑자기 진료실 안으로 돌아와 마동국에게 말했다.“마 교수님, 한의과에 이런 인성 쓰레기가 있으면 한의과 명성이 뭐가 되겠어요? 당장 잘라요.”마동국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완전히 화가 폭발하고 말았다.나는 씩씩거리며 여자 앞에 다가가 따져 물었다.“이봐요, 너무한 거 아니에요? 사과했는데 왜 계속 이러는 거예요? 이게 재밌어요?”“사과? 그거 나한테 하는 거 맞아요? 학교 다닐 때 쌤이 사과하는 법도 안 가르쳐줬어요?”“그럼 대체 뭘 원하는데요?”“그쪽이 이 병원에서, 내 눈앞에서 영원히 사라졌으면 좋겠어요.”마동국은 우리가 점점 더 격렬하게 싸우는 걸 보자 다급히 일어섰다.“지은 씨, 화 풀어요.”“마 교수님도 보셨죠. 이렇게 교양 없는 사람을 계속 여기 둬야겠어요? 가뜩이나 한의과 평판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데 이런 인간을 남겨두면 아예 과 자체가 사라질 거라고요.”“너무하는 거 아니에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나도 한의과
마동국은 화를 내기는커녕 웃으며 말했다.“그러니까 자네처럼 패기 넘치는 젊은 피가 한의과를 일으켜 세워야 하지 않겠나.”이 말은 내 예상을 많이 벗어났다.솔직히 생각해 봐도 내가 조금 너무한 감은 없지 않아 있었다. 그 여의사 때문에 화가 난 건데 마동국한테 풀었으니.마동국은 나를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말이다.하지만 사과하려니 말이 나오지 않았다.“마 교수님, 돌아가세요. 제가 진 원장님 찾아가서 말씀드릴게요.”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태도도 누그러뜨렸다.“자네가 좋은 인재라는 거 난 알 수 있네. 솔직히 자네가 떠나기를 바라지 않아.”나는 마동국이 이런 말을 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솔직히 감동했다.하지만 이런 감정도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다.“마 교수님,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 더 이상 남고 싶지 않아요.”“그래, 사람마다 지향하는 바가 다르니 강요하지는 않겠네. 하지만 오늘은 이미 왔으니 오늘치 일은 하고 가게.”한참 생각한 뒤 나는 끝내 고개를 끄덕였다.내가 마동국과 다시 한의과에 도착했을 때 여자는 이미 떠났다.물론 내 눈앞에서 사라졌지만 내 화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나는 자리에 앉아 핸드폰을 꺼내 윤지은이 나에게 보냈던 사진을 다시 보냈다.그리고는 이름을 윤미영에서 얼음 마녀로 바꾸었다.싸늘하고 차가운 게 꼭 냉미녀 같았으니까.그때 여자가 나에게 문자를 보내왔다.[나한테 왜 사진은 보내요?][또 보고 싶어서요. 하고 싶어요.][당나귀예요? 허구한 날 어쩜 그 생각뿐이에요?][내가 당나귀면, 그쪽은 암컷 당나귀예요. 얼른 당나귀 소리 내봐요.]나는 마음속에 화가 쌓인 터라 무례한 요구를 해댔다.[미쳤어요? 나 지금 출근 중이에요. 어떻게 소리 내라는 거예요?][그럼 출근할 때 아니면 낼 수 있다는 거예요?][내 소리 듣고 싶으면 그쪽이 먼저 소리 내던가요.]‘밝히긴.’나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퍼부었다. 아까는 도도하고 깨끗한 척 내가 쓰레기네 뭐네 욕하더니 바로 뒤돌아서 카톡으로 낯선 남자와
나는 한참 동안 생각하고 나서 조심스럽게 물었다.[왜요? 혹시 남자 친구랑 헤어졌어요?][아니요. 그 개자식은 아직도 내 앞에 나타난 적 없어요. 그래서 납득했거든요. 그 자식이 나랑 헤어지자고 해도 절대 헤어지지 않을 거예요.][왜요?][그 자식을 두고 바람피우고 비위 상하게 해야 하니까요. 평생 괴롭혀 줄 거예요.]나는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이 여자 너무 잔인한 거 아니야? 쓰레기 남친한테 복수하려고 자신을 희생하다니.’‘내가 현실 생활의 정수호라는 걸 알면 나한테 복수하려고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 거 아니야?’‘아니야, 나만 자 숨기면 절대 발견할 리 없어.’[싫어요. 지금 나더러 기생오라비 노릇 하라는 거잖아요. 난 그런 거 싫어요. 그쪽이 남자 친구와 정말 헤어지면 모를까.][싫으면 말고요. 그쪽이 싫다면 다른 사람 찾을 수 있으니까.]지은이 다른 사람을 찾는 걸 상상하니 나는 마음이 괴로웠다.그도 그럴 게, 윤지은이 내 여자라고 생각해 왔으니까. 내 여자가 다른 남자를 찾게 두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나는 순간 소유욕이 불타올랐다.[안 돼요. 허락 못해요.][그쪽이 뭔데 상관해요? 보러 오라고 했더니 그것도 못 하겠다면서 어디서 참견이에요? 꿈 깨요!]나는 지은의 말에 말문이 막혔다.[아무튼 안 돼요. 그쪽은 이제 나 혼자만의 사람이에요.][미친.]지은은 이 말을 보내온 뒤로 나를 무시하기 시작했다.순간 나는 너무 우울해졌다.분명 내가 상대를 희롱하고 복수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내가 괴로워지다니.나는 결국 너무 불안해 여자에게 문자 하나를 보냈다.[절대 다른 놈 찾지 마요. 알아들었어요?]지은은 결국 나에게 답장하지 않았다.그 때문에 내 마음은 더욱 조마조마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그렇게 겨우 퇴근 시간이 되었을 때 나는 곧바로 떠나지 않고 일부러 병원 대문 앞에서 기다렸다.지은이 정말 다른 남자를 찾는지 보고 싶어서.하지만 내가 한참 기다렸지만 지은의 그림자는 나타나지 않았고 오히려 형수
“최남주가 지금 애교와 왕정민한테 패를 드러내서 왕정민이 아까 전화 왔거든요. 수호 씨더러 속도 내라고. 꼭 애교 자빠뜨려야 한다면서. 마침 남주도 애교를 자빠뜨리라고 했고 도와주겠다고 했으니 수호 씨도 쉬울 거예요.”“하지만 기억해요. 애교를 자빠뜨리는 건 괜찮지만 남주는 절대 손 대면 안 돼요.”“오늘 밤 해야 해요?”“당연히 바를수록 좋아요. 남주는 쉬운 상대가 아니에요. 왕정민이 바람피우는 걸 알고 있으니 무조건 왕정민을 처리할 방법을 생각할 거예요. 남주가 반격하면 왕정민도 기회가 없고, 우리도 시간이 없기에 서둘러야 해요.”나는 순간 바짝 긴장했다.문제는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아직 어떻게 해야 좋을지 생각지도 못했는데 말이다.결국 나는 할 수 없이 대충 얼버무렸다.“네, 알았어요.”형수와 통화를 끝낸 뒤 나는 한참 동안 생각하다가 애교 누나에게 문자를 보냈다.[애교 누나, 형수가 방금 전화 와서 나더러 오늘 밤 누나를 자빠뜨리래요.]애교 누나는 곧바로 나에게 답장했다.[나도 남주가 단번에 왕정민이 바람 피운 증거를 잡을 줄은 몰랐어요. 수호 씨, 나 시간이 좀 필요한데 혹시 시간 좀 더 끌 수 없어요?]애교 누나의 답장을 보니 나는 곧바로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이 생각났다.내 마음은 당연히 애교 누나에게 향하기에 무조건 애교 누나를 돕고 싶다.하지만 또 형수를 속이고 싶지 않았다.그때 병원 앞을 오가는 차가 눈에 들어오면서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교통사고....이애교네 집.남주는 잔뜩 분노한 듯 씩씩거렸다.“왕정민 이 개자식. 너 뭘 더 망설이는 거야? 당장 패를 까고 이혼해.”애교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이혼은 당연한 거지만 이렇게 쉽게 왕정민과 이혼하는 건 너무 봐주는 처사니까.하지만 남주 생각은 달랐다.남주는 절대 눈에 흙이 들어가는 걸 참지 못하고 하면 한다는 사람이기에 왕정민이 대가를 치르도록 하고 싶었다.애교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을 때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전화한 사람
“아니면 뭔데?”애교는 차갑게 웃었다.“전소혜가 나를 꼬신 거야. 당신도 알잖아. 나 요즘 사업도 잘되고 잘 나가는 거. 그러니까 나 좋아한다는 여자 널리고 널렸어. 전소혜가 자기 미모를 믿고 자꾸만 나를 꼬셨었거든, 당신 친구가 왔을 때도 가슴이 아프다면서 나더러 주물러 달라고 했어.”왕정민의 말 같지도 않은 변명을 들은 남주는 왕정민의 얼굴을 찢어버리고 싶어 발을 동동 굴렀다. 그에 반해 애교는 오히려 덤덤했고 오히려 남주를 진정하라고 달래기까지 했다.그러고는 다시 핸드폰에 대고 말했다.“그래서? 주물러줬어? 왕정민, 거짓말하기 전에 생각이란 걸 좀 해. 세 살짜리 애도 아는 걸 당신이 모른다는 게 말이 돼?”“당연히 눈치챘지. 하지만 일부러 그랬어. 왜인 줄 알아?”왕정민은 정말 너무 대단하다. 이런 속임수로 위기를 헤쳐 나가려고 하다니.만약 왕정민의 음모에 대해 진작 듣지 못했다면 애교의 단순한 성격에 아마 진작 왕정민에게 속아 넘어갔을 거다.하지만 지금, 애교는 왕정민의 말을 들을수록 역겹기만 해 입가에 냉소를 지었다.“그래? 그럼 왜 그랬는지 말해 봐.”왕정민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말했다.“전소혜 아버지 전승빈 때문에 그래. 전승빈이 부동산 회사를 하나 크게 차렸거든, 그분과 손잡으면 내 사업도 무조건 더욱 발전할 수 있어. 전소혜가 나를 좋아하고 심지어 들러붙으니 전소혜를 이용해 전승빈한테 줄을 대야 하지 않겠어?”“하지만 걱정하지 마. 난 그 여자한테 아무 감정도 없어. 당신도 사진 봤을 거 아니야. 전소혜의 얼굴과 몸매 모두 당신보다 못해.”“여보, 내 마음속엔 당신뿐이야. 내가 밖에서 무슨 짓을 하든 내가 사랑하는 건 영원히 당신 하나뿐이야.”애교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그럼 오늘 밤 집에 와, 한동안 나랑 같이 지내는 거 괜찮지?”그 말이 떨어지자 전화 건너편에서 긴 침묵이 흘렀다.이에 애교는 입가에 냉소를 지었다.“왜? 싫어?”왕정민은 얼른 웃으며 말했다.“싫긴, 당연히 좋지. 당신이 내 아내고
내 한쪽 다리는 약간 골절되어 깁스한 상태로 매달려 있었다.그걸 본 형수는 이내 안타까워하며 다가왔다.“수호 씨, 아파요?”“형수. 죄송해요.”나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바보, 미안할 거 뭐 있어요?”“얼른 집에 돌아가 어떻게 할지 상의하려고 했는데 이런 일이...”나는 일부러 미안한 척 연기했다.그러자 형수는 나를 안타까워하며 내 손을 잡았다.“그건 급할 거 없어요. 우선 몸조리부터 해요. 다 내 잘못이에요. 그렇게 큰 부담 안겨주면 안 되는 건데. 수호 씨가 이러니까 마음이 아파요.”나는 형수가 나를 진심으로 걱정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형수의 표정이 다 말해주고 있으니.그걸 인지한 순간 나는 오히려 미안해졌다.형수는 나를 진심으로 걱정하는데 나는 형수를 속이기나 하고.나는 너무 찔려 형수의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수호 씨, 다른 건 생각하지 말고 몸조리 잘해요.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의사 한 명이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하지만 맨 앞에 선 여의사를 본 순간 그대로 넋이 나갔다.그 사람은 다름 아닌 윤지은이었으니까.“어떻게 그쪽이 여기 왔어요? 비뇨기과 닥터 아니었어요?”“그곳에 조금 타박상이 있어 검사하러 왔어요.”지은은 싸늘하게 대답했다.그 말을 들은 순간 나는 무의식적으로 다리를 오므렸다.이 여자더러 내 그곳을 검사하게 하면 나를 괴롭혀 죽일지도 모르니까.형수는 나와 여의사를 번갈아 바라보며 물었다.“수호 씨, 두 사람 알아요?”“우리 다 이 병원에서 근무하니 동료라고 할 수 있죠.”“누가 동료라는 거예요? 색마 같은 게.”지은은 귀찮다는 듯 중얼거렸다.나는 그 말에 반박하고 싶었지만 형수가 옆에 앉아 있어 억지로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다시 삼켰다.형수도 나와 지은 사이에 모순이 있다는 걸 보아냈을 거지만 나를 위로했다.“수호 씨는 지금 환자이니 의사 말에 따르고 협조해요.”내 그곳은 정말 다쳤는지 조금만 움직여도 아팠다. 결국 나는 할 수 없이 여자에게 검
“환자분, 다리 벌리세요. 이렇게 끼면 우리가 어떻게 봐요?”지은이 일부러 높은 소리로 말했다.‘젠장, 나중에 두고 봐.’나는 속으로 욕하면서도 고분고분 다리를 열었다.그때 손 하나가 내 그곳을 잡고 이리저리 잡아당기며 단단한지 검사하는 듯했다.이런 수치심은 평생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내가 최선을 다해 참고 있을 때 지은은 한참 검사하고는 인턴들에게 말했다.“봤죠? 조금만 다쳐도 반응하는 건 별문제 없다는 거예요. 하지만 아무 반응도 없으면 큰 문제가 있다는 뜻이에요.”“아아.”인턴들이 고개를 끄덕이자 지은은 말을 이었다.“다들 한 번씩 만져봐요. 겸사겸사 단단한지 검사도 해보고. 힘써야 해요. 망가질까 봐 걱정하지 말고.”나는 화내지 않으려고 계속 참고 있다가 이 말을 들은 순간 결국 터져버렸다.“지은 쌤, 이만하면 됐잖아요. 일부러 이러는 거죠?”지은은 마스크를 벗으며 나를 차갑게 쏘아보았다.“이게 뭐가 복수라는 거예요?”“복수하는 거 맞잖아요. 그곳을 마구 잡아당긴 것도 모자라 인턴들한테도 똑같이 하라고 시키기나 하고. 나를 실험쥐라고 생각하는 거예요?”“잡아당기는 건 그곳이 괜찮은지 검사하는 거예요. 인턴들한테 시키는 것도 병원 승인받았고요. 내 행동에 불만 있으면 병원에 고소해요.”“다들 멍해 있지만 말고 한번 손으로 느껴봐요.”지은은 내 기분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인턴들에게 직접 만져보라고 권유했다.그 순간 나는 당장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심지어 복수고 뭐고를 떠나 당장 이 상황부터 끝내고 싶었다.그렇게 약 반 시간 뒤, 지은은 인턴들을 데리고 떠나갔다.그러자 형수가 안쓰러워하면 내 손을 잡았다.“수호 씨, 괜찮아요?”“형수, 저 정말 죽고 싶어요.”나는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나올 엄두도 내지 못했다.그때 형수가 내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알아요. 다 알아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둘러싸고 구경하고 주무르고 만지는데 당연히 난감하겠죠. 하지만 입장 바꿔 생각해요. 수호 씨는 환자고 그 사람들은
내 손은 점점 더 대담해져 아예 형수의 옷 안으로 들어갔다.“수호 씨, 이러지 마요.”그때 형수가 나를 막는 바람에 나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괜찮아요, 조심하면 발각될 리 없어요.”“그래도 안 돼요. 여기 사람들 지나다니는데 발각되기라도 하면 얼마나 난감해요.”“형수는 아까 제 바지도 벗겨줬잖아요.”“그건 다르죠. 그때는 병을 보여야 해서 그런 거고, 지금은 그냥 바람피우는 거잖아요.”형수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목소리를 내리깔았다.그러자 나는 얼른 형수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이래야 스릴 있잖아요. 안 그래요? 형수도 지금 원한다는 거 알아요.”형수는 나를 흘끗 째려봤다.“알면서 그래요? 일부러 나 괴로운 거 보려고 그러는 거예요?”“이따가 어두워지면 와요.”나는 형수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뭐예요. 여기 병원이에요. 설마 여기서 하려는 건...”“저 아직 병원에서 해본 적 없어요. 형수도 해본 적 없죠? 해보고 싶지 않아요?”형수는 내 말에 무척 흥분하고 기대하는 눈치였다.그도 그럴 게, 너무 오랫동안 이런 짜릿함을 느껴본 적 없을 테니 솔직히 기대하고 있을 거다.하지만 형수는 끝내 거절했다.“안 돼요. 그런 생각 하지 마요.”형수는 나한테 희망을 주는 게 싫은 모양이다. 내가 희망을 품고 계속 잊지 못할까 봐.나는 순간 흥미가 사라졌다.하지만 여전히 단념하지 않고 손을 형수에게 뻗었다.형수를 건드리다 보면 참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아니나 다를까 형수는 내 꼬드김에 괴로워졌는지 투덜거렸다.“됐어요, 그만해요.”하지만 나는 형수의 말을 듣지 않고 계속했다.“왜 이렇게 나빠요? 계속 이러면 나도 안 참을 거예요?”형수가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노려보아도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계속 형수를 건드렸다.“어떻게 가만있지 않을 건데요? 형수, 말해 봐요. 저도 들어보게.”그 순간 내 아래가 갑자기 꽉 조여왔다.“아!”나는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가 다급히 입을 막았다.그도 그럴 게 주위 사람들이 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