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교 누나는 당황함을 숨기지 못했다.“뭐?”“간단하잖아, 네가 수호한테 했던 걸 동성 씨한테 똑같이 하라고 하면 할 수 있어?”남주 누나가 의기양양해서 말하자 애교 누나는 그제야 자기가 방심했다는 걸 깨달았다.방금 본인은 그저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논리는 아예 생각지 못했다는 것을.하지만 남주 누나가 이렇게 말하니 방금 본인이 한 행동 때문에 모든 게 들켰다는 걸 알아챘다.그도 그럴 게, 애교 누나 성격에 절대 친한 사람 이외의 그 어떤 이성과 친밀한 접촉을 할 리 없으니까.그런데 지금 애교 누나는 나와 친밀한 행동을 하고, 동성 형과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으니 모든 걸 그대로 폭로한 셈이다.애교 누나가 조급해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마음이 아파 내가 나섰다.“남주 누나, 방금 일부러 그랬죠? 애교 누나가 이런 걸 부끄러워하는 걸 알면서. 증명하려고 저한테 친밀한 행동을 한 것도 엄청 용기 냈을 텐데, 더 이상 난처하게 하지 마요.”“내가 언제 난처하게 했다고 그래? 그냥 애교의 마음을 알아보려고, 정말 너를 좋아하는지 알아보려고 제안한 건데. 만약 애교도 널 좋아한다면 문제는 아주 간단해, 오늘 밤 우리 셋이 함께 자자.”애교 누나는 그 말을 들은 순간 불쌍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애교 누나는 아직 다른 사람에게 본인의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아 한다. 그러다 실수로 왕정민 귀에라도 들어가면 나한테 안 좋은 영향을 미칠 테니까.나를 지켜주기 위해 애교 누나는 결국 수락했다.“그래, 내가 증명할게.”이윽고 동성 형한테 다가갔다.그 순간 동성 형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방금 이미 애교 누나한테 몰래 그런 짓을 하긴 했지만, 그건 몰래 한 거고.이건 애교 누나가 먼저 나서서 사람들 앞에서 저한테 입을 맞추는 것이니. 특히 애교 누나가 왕정민의 아내라는 걸 생각하자 형은 더 흥분했다.왕정민이 뭐든 저보다 잘났는데, 본인이 그 아내와 남녀 간의 접촉을 할 수 있으니.그에 반해 애교 누나는 무척 괴로워 보였다.그도 그럴 게,
나는 뭐라 말하기 귀찮아 남주 누나를 업고 밖으로 걸어갔다.그러다 중도에 미끄러져 내린다는 핑계로 몇 번 몸을 들썩이며 등에서 전해지는 부드러운 촉감을 느꼈다.모두 취한 탓에 누구도 운전할 수 없어 우리는 대리를 불렀다.형수가 나에게 애교 누나와 남주 누나를 맡기는 바람에 나는 두 사람을 동시에 부축해야 했다.한 명은 몸을 아예 나한테 기대로, 한 명은 애써 거리를 유지하는 모습에 나는 울 수도, 그렇다고 웃을 수도 없었다.나는 우선 남주 누나를 객실로 부축해 갔다.그때 남주 누나가 나를 끌어안은 채로 말했다.“수호야, 몸 정말 좋네. 너무 좋아.”“좋아만 해서 무슨 소용이 있어요? 그걸 행동으로 좀 보여줘 봐요.”나는 화가 난 듯 남주 누나의 손을 밀어내고 이불을 덮어주었다.그러고는 얼른 거실로 와 애교 누나를 안방으로 부축해 갔다.애교 누나를 침대에 눕힌 다음 순간, 누나는 갑자기 내 팔을 끌어안았다.“수호 씨, 미안해요.”“왜 갑자기 사과해요?”애교 누나는 참았던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했다.“아까 내가 수호 씨 앞에서 동성 씨를 안으려고 했잖아요. 그래서 미안해요.”“그건 누나 잘못이 아니에요. 누나도 방법이 없었던 거잖아요. 애교 누나, 사실 그렇게 본인을 희생할 필요 없어요. 난 누나와 함께할 준비가 되어 있어요, 그래서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요.”애교 누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꼭 끌어안았다.“수호 씨, 나 결심했어요. 나도 반격할 거예요. 이제 왕정민 절대 가만 놔두지 않을래요. 빨리 이혼하고 수호 씨랑 같이 있을래요.”나는 오늘 밤 애교 누나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예전에는 그저 화 내고, 분노하고, 현실을 부정했는데, 지금은 반격하겠다는 결심을 했으니.순하기만 하던 양이 갑자기 호랑이가 되었다.나는 이렇게 변한 애교 누나의 모습에 매우 기뻤다.“그럼 전 뭘 하면 돼요?”내 말에 애교 누나는 고개를 저었다.“필요 없어요. 아무것도 하지 마요. 내 소식 기다려요.”“하지만 누나가
“상세한 건 말 안 할게요.”“에이, 말해봐요. 궁금하게 하고 말 안 해주면 저 너무 괴로워요.”나는 너무 궁금해 끈질기게 캐물었다.그랬더니 애교 누나는 이불을 걷으며 들어오라는 암시를 했다.나는 얼른 이불 속으로 들어가 애교 누나 옷 속으로 손을 쑥 들이밀었다.“좀 살살 해요.”“왜요?”‘난 분명 힘도 안 썼는데?’애교 누나는 이내 얼굴을 붉혔다.“민감해서 느낌이 와요.”“정말요? 어디 봐요.”나는 잔뜩 흥분해서 이불을 들었다.그러자 애교 누나가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다급히 이불을 잡아당겼다.“안 돼요. 이러면 안 돼요. 보지 마요. 부끄럽단 말이에요.”“그럼 만져 보는 건 괜찮죠?”내가 웃으며 묻자 애교 누나의 얼굴은 더 홍당무가 되더니 내 품속으로 파고들었다.“그럼 한 번만이에요. 한 번 끝나면 손 빼요.”“알았어요.”나는 곧바로 대답하고는 천천히 애교 누나의 허리를 아래로 쓸었다.그 순간 애교 누나는 얼마나 긴장했는지 온몸이 뻣뻣하게 굳었고, 다리도 꽉 닫아버렸다.그걸 느낀 나는 애교 누나의 귓가에 대고 속살거렸다.“애교 누나, 이렇게 꽉 조이면 제가 어떻게 들어가요?”“내가 그랬어요? 모르겠는데?”“너무 긴장했어요, 긴장 좀 풀어요. 우리 이러는 거 처음도 아닌데, 왜 아직도 소녀처럼 굴어요?”나는 이 상황이 재밌으면서도 기뻤다.재밌는 건, 이미 탐스럽게 무르익은 애교 누나가 나와 스킨십 하는 게 처음도 아니면서 소녀처럼 구는 거였고.기쁜 건 애교 누나가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무척 아름다웠기 때문이다.나는 애교 누나의 이런 모습이 좋다.마치 아직 꽃을 피우지 않은 꽃봉오리가 내가 꺾어 가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으니까.“수호 씨, 나 요즘 왜 이러는지 수호 씨랑은 황당하고 말도 안 되는 일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이게 내 진짜 모습이에요. 부끄럼을 많이 타고 내성적이고, 침대에서도 적극적이지 못해요. 이런 나도 좋아해 줄 수 있어요?”“당연하죠.”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정말이에요
“그럼 나는요? 나는 무슨 꽃 같아요?”나는 애교 누나의 이마에 입 맞추고는 대답했다.“누나는 안개꽃 같기도 하고 월계화 같기도 하고 함박꽃 같기도 해요.”“난 왜 그렇게 많아요?”애교 누나가 의아한 듯 물었다.“안개꽃 같다고 한 건, 누나가 흰 눈처럼 맑고 깨끗해서고, 월계화 같다고 한 건 장미처럼 열정적이진 않지만 그만큼 예뻐서고, 함박꽃 같다고 한 건 모란꽃처럼 고귀하고 우아해서예요.”“애교 누나는 제 마음속에서 가장 완벽한 사람이에요. 형수나 남주 누나한테서는 단점을 발견했는데 애교 누나한테서는 발견할 수 없어요. 누나의 단점마저 저한테는 장점처럼 보이니까. 애교 누나 저 누나를 진심으로 사랑해요.”나의 절절한 고백에 애교 누나도 감동했는지 눈시울을 붉혔다.“수호 씨, 내가 수호 씨한테 이렇게 좋아요?”“당연하죠. 누나는 내 마음속에서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여자예요.”애교 누나는 순간 나에게 입 맞췄다.그렇게 한참 동안 입 맞추다가 아쉬워하며 천천히 나를 놓아주었다.“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가 뭔지 알아요?”“뭔데요?”“홍콩 배우 주성치님이 연기한 서유쌍기요. 볼 때마다 펑펑 울어요. 10번을 보든 100번을 보든 언제나 그래요.”“내가 좀 감수성이 풍부하고 판타지를 좋아하는 여자라 어릴 때부터 왕자님 같은 사람과 낭만적인 연애를 하기를 원했거든요.”“그런데 현실은 너무 가혹했어요. 한 번도 그런 남자 만난 적 없었거든요. 그러다가 왕정민을 만났는데 나한테 너무 오랫동안 구애하고 잘해줘서 그게 사랑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그때는 사랑이 뭔지 제대로 몰랐어요.”“하지만 이제 알겠어요. 사랑은 뼈에 사무쳐야 하는 거지 잠시 지속되었다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는 걸. 남자가 여자에게 잘해주는 건 뭔가 목적이 있다는 걸. 그 목적에 도달하면 잘해주던 것도 식더라고요.”“수호 씨, 나 30년 넘게 살면서 이제야 사랑이 뭔지 실감했어요.”애교 누나는 말하면서 참지 못하고 울기 시작했다.하지만 울다가 다시 웃기 시작하더니 나를
나는 깜짝 놀라 속으로 중얼거렸다.‘헐... 미친 거 아니야? 난 그저 살짝 주무르기만 했는데 왜 이렇게 크게 반응하는 거야?’“너... 너무 자극적이야. 애교야, 네가 주무른 거야? 더 해줘. 응?”남주 누나는 흐리멍덩한 상태에서 깨어나지 않았지만 저를 주무르는 게 애교 누나인 줄 알고 애교 누나의 손을 잡아 제 가슴에 얹었다.“얼른 자기나 해, 남이 만져대는 것도 모르고.”애교 누나는 난감한 듯 말하며 나를 흘긋거렸다.이에 나는 다급히 설명했다.“애교 누나, 저도 이러고 싶지 않았어요, 남주 누나가 너무 화가 나서. 아니면 다시 객실로 옮겨 놓고 우리 하던 거 마저 하는 게 어때요?”“됐어요. 여기 있는 시간이 너무 긴 것 같으니 얼른 돌아가요. 안 그러면 수호 씨 형과 형수가 의심할 거예요.”“애교 누나...”이곳에 더 남기 싶은 마음에 내가 애교 부렸지만 애교 누나는 품에서 고주망태가 되어버린 남주 누나를 보더니 말했다.“남주가 너무 취해서 내가 보살펴야 해요. 수호 씨랑 같이 있을 수 없어요. 화내지 마요. 나중에 왕정민과 이혼하면 내가 한 번 정도는 적극적으로 행동할게요.”“약속한 거예요? 나중에 후회하면 안 돼요.”내가 헤실 웃으며 말하자 애교 누나의 얼굴은 또 붉어졌다.“얼른 돌아가요.”“정말 안아갈 필요 없어요?”“정말 필요 없어요. 얼른 돌아가요.”“알았어요.”나는 결국 아쉬워하며 떠날 수밖에 없었다.형수의 집에 도착하니 방은 어두컴컴했고 형과 형수는 이미 잠이 든 듯했다.하지만 궁금한 마음에 조심스럽게 걸어 형과 형수의 방문 앞에 다가가 기척을 엿들었더니 오직 형의 코골이뿐이었다.‘형이 잠들었네. 형수도 잠들었나?’그렇다면 너무 실망이다.‘형수는 아까 분명 오늘 밤 나랑...’그렇다고 내가 문을 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결국 잠깐 생각하다 말고 뒤돌아 방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형수가 침대에 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니겠는가?형수는 자지 않고 계속 나를 기다렸던 거다.나는 너무 기뻐 다급히
나는 한참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그게 뭐가 다르죠?”“많이 다르죠. 수호 씨가 나랑만 하고 싶다면 나를 사랑한다는 뜻이고 나랑 한 번만 해보고 싶다면 그냥 다른 여자와 하는 걸 경험해 보고 싶은 거잖아요.”나는 형수의 진지한 말에 조마조마해 다급히 손을 움츠렸다.“그게 무슨 뜻이에요?”내 물음에 형수는 나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갑자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바보, 뭘 그렇게 두려워해요? 내가 수호 씨를 잡아먹는 것도 아니고.”하지만 나는 잘못이라도 한 듯 가슴이 콕콕 찔렸다.“저도 형수가 저 잡아먹지 않는 거 알아요. 하지만 갑자기 그렇게 진지하게 말해서 놀랐어요.”“그럼 웃으면서 물어볼게요. 나랑만 하고 싶어요 아니면 나랑은 그냥 한 번만 경험해 보고 싶어요?”형수가 웃으며 질문했지만 이 질문에 꼭 답변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느껴졌다.이게 형수가 나를 어떻게 볼지와 관련될 지도 모르니까.결국 나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결국 답변했다.“처음에는 그냥 한 번만 해보고 싶었어요. 참는 게 너무 고통스러워 한 번이라도 풀어주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마음이 바뀌었어요.”“어떻게 바뀌었는데요?”형수가 흥미 있는 눈빛으로 물었다.“형수하고만 하고 싶다는 건 너무 거짓말인 것 같아요. 왕정민이 저더러 자기 아내를 꼬시라고 하고, 남주 누나가 매일 저를 꼬시고 있는데 두 사람 모두 예쁘고 몸매도 좋잖아요. 그런 여자에게 아무 마음도 품지 않는다는 건 당연히 거짓이겠죠.”“하지만 세 사람 중에 누구와 가장하고 싶냐고 묻는다면 그건 형수예요.”형수는 미소를 띠며 물었다.“왜요?”“형수와는 특별한 감정이 있으니까요. 안고 싶지만 그러지는 못하고, 하지만 또 매일 함께 살고 있어 그게 너무 괴로워요.”“몸은 점점 더 갈망하지만 머리로는 계속 참아야 한다고 매일 되뇌어요. 그 한 걸음을 내디디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으니까.”내 말을 들은 순간 형수의 얼굴에 드리웠던 미소는 점점 사라졌다.그러다 부드러운 눈빛으로 내 얼굴을 쓰다듬더니 갑자
“그건 나한테 물을 게 아니라 본인한테 물어야죠. 수호 씨는 나한테 어떻게 하고 싶어요?”형수는 손 하나를 내 가슴에 얹으며 나더러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라고 했다.하지만 현재 이런 상황에서 도저히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었다.형수의 매혹적인 몸과 사람을 혼미하게 만드는 냄새에 당장이라도 자빠뜨리고 싶었으니까.나는 무의식적으로 형수의 손을 잡으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형수, 제 마음은 저더러 짐승처럼 굴라고 하는데요?”“그래요? 어떻게 짐승처럼 굴라는데요?”“형수가 형의 아내인 걸 알지만 탐하려고 하는 게 짐승 아니면 뭐예요?”“하지만 수호 씨 형도 이애교가 왕정민의 아내인 줄 알면서 마구 만져댔잖아요. 남주도 그렇고. 남주는 이애교와 가장 친한 친구인데 수호 씨 형은 마구 만져댔잖아요. 그럼 그건 뭔데요?”그 일을 잊고 있다가 형수의 말에 다시 생각나면서 나는 화가 치밀었다.“형이 그런 사람인 줄은 정말 몰랐어요.”“이 세상은 원래 그래요. 수호 씨가 착하다고 믿는 사람은 뒤에서 문란하게 굴고, 수호 씨한테 잘해준다고 생각한 사람이 진심으로 잘해주는 게 아닐 수 있어요.”나는 형수의 말에 뭔가 숨은 뜻이 있다는 걸 느꼈다.하지만 그 암시를 끝내 알아내지 못해 물었다.“형수, 그게 대체 무슨 말이에요?”형수는 웃으며 내 볼을 꼬집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술이 깨서 잠이 안 오던 참에 대화나 할까 해서요.”대화만 하겠다고? 그건 내가 싫었다.나는 형수의 허리를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하지만 화장실에서 형수가 분명 돌아와서 계속하자고 했잖아요.”“내가요? 기억 안 나는데요?”형수는 말을 마치자마자 내 다리 위에서 내렸다.그 행동에 나는 어리둥절했다.집에 돌아와서 형수와 뭔가 할 수 있을까 하고 잔뜩 기대했는데, 형수는 오히려 뜬구름 잡는 얘기만 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니, 이게 대체 뭐란 말인가?나는 아쉬워하며 형수의 손을 꼭 잡았다.“형수, 하지만 저는...”“짐승처럼 굴고 싶다고요? 뒤도 생각하지
여자가 아직 자지 않은 걸 발견한 나는 곧바로 답장했다.[잠시 못 가게 됐어요.][그래서 또 나 생각한 거예요? 나랑 몇 번 더 하고 싶어서?][나를 그렇게 짐승처럼 생각하지 말아 줄래요? 우리가 얘기할 게 그것 말고 없어요?][웃기네요. 우리 원래 원나잇 관계 아니었어요? 그런데 무슨 다른 얘기요?][나 지금 기분이 안 좋은데, 나랑 수다나 떨래요?][아니요. 나도 쉬어야 해요.]나는 어이없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똑같은 문자를 한 번 더 보냈다.하지만 여전히 답장은 돌아오지 않았다.결국 괴로워 잠을 잘 수 없는 처지에 이르자 나는 핸드폰으로 영화 한 편을 찾아 혼자 해결했다.그렇게 해결하고 나니 겨우 편해져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곤히 잠들었다.아침에 알람 소리 때문에 깼을 때 내 정신은 여전히 혼미했다.어제 너무 늦게까지 논 데다 술까지 많이 마셔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결국 세수하여 정신을 좀 차리려고 화장실로 들어갔는데, 형이 변기 위에 앉아 동영상을 보며 자위하고 있는 게 아니겠는가?서로 눈이 마주친 순간 우리는 동시에 멍해졌다.형은 다급히 동영상을 껐고 나는 다급히 문을 닫고 나왔지만 마음 한구석은 불편했다.어젯밤 일은 내 추측일지 몰라도 방금 본 건 형수의 말이 사실이라는 걸 증명했으니.내가 어찌할 바를 몰라 답답해할 때, 형이 화장실에서 나와 내 어깨를 감싸 안고 베란다로 향했다.“수호야, 아까 일은 절대 형수한테 말하지 마.”“형, 지금 대체 뭐 하는 거야? 방금 분명 괜찮았으면서 형수하고는 왜 그래?”“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말할게. 나 네 형수랑 있을 때 아무 느낌도 없어. 왼손으로 오른손 만지는 느낌 알지? 네 형수랑 할 때 그런 느낌이야.”“그럴 리가요? 형수 몸매가 얼마나 좋은데.”“하하, 넌 아직 너무 젊어. 남자가 여자한테 관심을 갖는지는 그 여자의 몸매가 얼마나 좋은지가 아니라 자극을 가져다주는지에 달렸어. 나 네 형수랑 벌써 7년이야. 그런 자극은 이미 없어졌어. 시도
곧이어 안명훈은 모태진에게 달려가 그의 바지를 벗기려 했다. 모태진은 그걸 박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버둥댔다.그때 안명훈이 부하 녀석들에게 소리쳤다.“다들 뭣 하고 있어? 얼른 와서 도와주지 않고!”똘마니들 몇 명이 그 말에 다급히 달려가 모태진을 바닥에 내리누르더니 사람들 앞에서 그의 바지를 벗겼다.그때 주해진이 냉소를 띤 채 한은솔에게 말했다.“가서 위에 앉아.”한은솔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전전긍긍했다.“해진 오빠, 사람도 많은데...”짝!주해진은 귀찮다는 듯 한은솔의 뺨을 내리쳤다.“가라면 가. 뭔 말이 그렇게 많아?”한은솔은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지만 찍소리도 못한 채 모태진에게 다가갔다.모태진은 놈들에게 강제로 벗겨진 채 아무런 존엄도 없이 잡혀버렸다. 그 순간 한은솔은 선량하기만 하던 그의 눈에 분노와 굴욕이 서려 있는 걸 발견했다.한은솔은 알고 있었다. 모태진이 이렇게 된 게 모두 자기 때문이란 걸. 때문에 너무 미안해 모태진의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뭘 꾸물거려? 서둘러.”안명훈은 옆에서 재촉하며 핸드폰을 꺼내 들고 녹화까지 했다.한은솔은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난 네 여자 친구잖아. 그런데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네까짓 게 여자 친구? 굴려질 대로 굴려진 걸레 주제에, 누가 널 신경이나 쓸 줄 알아? 네가 나한테 매달렸잖아. 그러니 쓸모 있는 짓이라도 해야지. 안 그러면 내 앞에서 꺼지던가.”한은솔은 절망에 빠졌다.그때 모태진한테서 다시는 만나지 말자는 문자를 받은 한은솔은 홧김에 다시 안명훈을 찾아갔었다. 그런데 안명훈은 그녀를 사람 취급도 하지 않고 예전보다 더 모욕했다.이 순간이 되어서야 한은솔은 그때 그 선택을 후회했다. 하지만 후회가 소용 있나? 일이 이 지경이 된 건 그녀의 선택이고, 이미 되돌릴 수 없게 되었는걸.만약 지금 안명훈 말대로 하지 않으면 안명훈은 한은솔이 더 싫어하는 일을 시킬 게 뻔하다. 그때가 되면 한은솔의 자존심은 더 바닥으로 처박힐 거다.결국 한은솔은 마지못해
민우는 이내 대답하고 두 사람을 따라 나섰다.상황이 어느 정도 종료되자 나는 얼른 직원들더러 자리로 돌아가라고 명령했다.직원들은 하나 둘 자리로 돌아가 제 할 일을 시작했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은 모태진의 일을 수군대고 있었다.그걸 모니 내 마음이 무거워 났다.한편, 모태진은 한은솔을 데리고 조용한 곳에 가더니 간곡히 말했다.“난 네가 진심으로 잘 살기를 바라. 네가 좋은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 너 이러는 거 자신을 망치는 것밖에는 안 돼.”한은솔은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진짜 나를 위한다면서 왜 정수호 한마디에 나를 버렸어요?”“정수호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불가능해. 난 가정이 있고, 아내가 있고 아이도 있어. 난 그저 너를 동생으로 생각했지, 다른 마음 품은 적 없어.”짝!한은솔은 모태진의 뺨을 후려갈겼다. 이윽고 이를 악물며 말했다.“다른 마음 품은 적 없다고? 그럴 거면 나한테 왜 잘해줬는데? 동생? 누가 동생 하고 싶대? 나 예쁘잖아, 당신 그 호랑이 같은 와이프보다 낫잖아. 이해가 안 되네, 왜 그런 여자 때문에 나한테 흔들리지 않는 건데?”모태진은 혀끝으로 맞은 볼기짝을 꾹 밀더니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뭐가 됐든 내 아내는 나를 위해 아이도 낳아줬고, 엄청 고생했어. 그동안 내 뒷바라지하느라 쉽지 않았을 거야. 내 마음은 여전해, 너한테 품지 말아야 할 마음 품은 적 없어.”한은솔은 결국 화가 치밀어 모태진에게 달려가 주먹질과 발길질을 해댔다.그때 노랑머리 놈이 깡마른 남자 한 명을 데리고 걸어왔다. 두 사람을 보는 순간 한은솔은 이내 전전긍긍했다.“해진 오빠.”주해진, 그는 김진호의 사촌 형인데, 이 바닥에서 유명한 깡패다. 게다가 겉모습도 딱 신분만치 불량하다.김진호는 본인이 다친 뒤 곧바로 사촌형 주해진한테 전화해 복수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고 안명훈더러 그를 도우라고 했다.안명훈도 주해진의 이름을 들은 적이 있어 이 기회에 잘 보일 심산이었다. 때문에 먼저 자기 여자 친구를 내세워 가게에게 가서 소란
일이 이 지경이 되자 한은솔은 끝내 자기 진짜 목적을 말했다. 모태진에게 누명을 씌우는 건 둘째치고, 그녀의 진짜 목적은 화인당을 물 먹이려는 거였다.사람들이 쑥덕쑥덕 얘기하자 나는 결국 한은솔에게 다가가 말했다.“그 노랑머리 자식이 이러라고 했어? 아니면 네가 자발적으로 그 자식을 도운 거야?”내 말에 한은솔은 눈알을 굴리며 내 시선을 피했다.“무슨 말인지 모르겠네.”나는 더 이상 한은솔을 뭐라 하지 않고 어두워진 표정으로 말했다.“나도 도덕의 잣대로 너한테 강요하면 안 된다는 거 알아. 네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길 바라지도 않아. 하지만 마음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봐. 그 자식이 너를 때리고 욕할 때 누가 널 지켜줬는지.”“태진 선배가 나서주지 않았으면 넌 그동안 계속 그 자식한테 시달렸을 거야. 태진 선배가 너한테 넘어가지 않는다고 이렇게 모함하고, 남의 인생 망치면 안 되지.”한은솔은 내 말에 펄쩍 뛰었다.“내가 언제 모함했다고 그래? 헛소리 지껄이지 마. 아하, 이제 알겠네. 같은 화인당 사람이라고 저 쓰레기를 감싸주려는 거지? 더 이상 얘기할 것도 없어. 사람들한테 누가 잘못했는지 시비를 가리라고 해보자고.”한은솔은 말하면서 바로 문밖으로 나가 소란을 피웠다. 그러자 모태진이 얼른 그녀의 팔을 낚아챘다.“좋아. 배상할게. 이제부터 난 화인당 직원이 아니야. 여기 사직서도 있거든.”“수호 씨가 사장님 대신 가게 봐주고 있으니 이 사직서는 수호 씨한테 줄게요.”“불만 있으면 나한테 풀어. 여기서 소란 피우지 말고.”모태진은 가게 명예를 지키기 위해 사직서를 내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나는 그 사직서를 받고 싶지 않았다.“사직서는 도로 가져가요. 이건 제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사장님이 돌아오면 그때 얘기해요.”난 솔직히 모태진이 일을 그만두길 바라지 않는다. 물론 그가 한은솔의 일을 잘못 처리한 건 맞지만, 그 때문에 일을 그만두는 건 모태진한테 너무 불공평하다.하지만 모태진은 기어코 사직서를 내 손에 밀어 넣었다
모든 사람이 일제히 기척이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더니, 그 자리에는 꽥꽥 소리 지르는 한은솔이 서 있었다. 이제는 아예 숨기지 않으려는 모양인지 머리를 알록달록 염색하고 불량소녀처럼 차려입고 말이다.한은솔은 모태진에게 삿대질하며 소리쳤다.“왜 내 전화 안 받았어? 무슨 뜻이야?”모태진은 얼른 다가가 말했다.“내가 문자 보냈잖아. 앞으로 찾아오지 말라고.”“찾아오지 말라고 하면 내가 찾아오지 않을 것 같아? 나랑 자고 이제 와서 꽁무니 빼시겠다?”한은솔은 일부러 일을 크게 만들려는 듯 목소리를 한껏 키웠다.그 순간 모태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내가 언제 너랑 잤다고 그래? 너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았는데.”한은솔은 입가에 냉소를 지었다.“그 말 당신 당신 동료들은 믿어?”모태진은 주위를 빙 둘러봤다. 그랬더니 아니나 다를까 사람들이 모두 그를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봤다.“나쁜 짓 한 적도 없는데 내가 두려울 게 뭐 있어? 하지도 않은 일은 절대 인정 못 해.”“아무 짓도 안 했다고? 그러면 왜 나한테 그렇게 잘해줬어? 가게 사람들 모두 봤을 거잖아. 나한테 특별하게 대해주고, 나를 위해 와이프랑 싸우기까지 했으면서. 돌아가면서 물어봐. 내 몸을 노린 게 아니면 왜 나한테 그렇게 잘해줬을까? 왜 아내한테 밉보이면서 내 편을 들어줬을까?”한은솔의 말에 모태진은 말문이 막혀 미간만 찌푸릴 뿐 한마디도 대꾸하지 못했다.모태진도 한은솔에게 마음이 끌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절대 한은솔을 건드린 적은 없다. 그도 호감과 사랑이 다르다는 걸 아니까.상대를 건드리는 순간, 모태진의 가정은 분명 깨질 거다. 때문에 그는 늘 마지막 선은 지켜 왔다.하지만 모태진이 아무리 깨끗하다고 해도 누가 믿을까? 그가 한은솔을 얼마나 특별하게 대했는지 모두가 봤는데. 심지어 한은솔 때문에 아내와 크게 싸우기까지 했다.더욱이 남녀가 한 방에서 아무 짓도 안 했다는 건 누구도 믿지 않을 거다.한은솔은 바로 이 점을 노리고 모태진을 휘둘렀다.하지만 아무리 봐도 한
민우는 내 말에 이내 헤헤 웃었다.“이렇게 좋은 곳을 두고 내가 왜 그런 데로 돌아가냐? 싫어.”“그럼 소파에서 자. 앞으로 나랑 잘 생각도 하지 마. 젠장. 뭔 꿈을 그렇게 살벌하게 꿔? 그것도 모자라 몸은 왜 더듬는 건데? 변태처럼. 대학 다닐 때는 너한테 이런 취미 있는 줄 몰랐는데?”민우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그동안 너무 오래 참았더니 스트레스 쌓였나 봐.”“쌤통이다. 그날 호텔에서 왜 아무 짓도 안 했는데?”“누구는 뭐 싫어서 안 한 줄 알아? 무서워서 그랬지.”“무서운 것도 많다. 그래서 여태껏 총각 딱지도 못 덴 거야. 저리 가. 화장실 가서 직접 해결해.”민우의 그곳은 차마 눈 뜨고 봐줄 수 없었다.만약 상대가 여자라면 눈이 즐겁기라도 할 텐데, 남자라 아무 감각도 없는 건 물론 심지어 안구 테러까지 당한 것 같았다.민우도 괴로웠는지 얼른 대답했다.“그래. 너 먼저 자.”말을 마친 민우는 얼른 일어서서 화장실로 향했다.겨우 침대를 혼자 독차지한 나는 편히 잠을 청할 수 있어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하, 민우 그 자식은 왜 데려와서 생고생인지. 후회돼 죽겠네.’한창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나는 문득 전에 돗자리를 샀던 게 생각나 얼른 트렁크를 뒤졌다. 그렇게 한참을 뒤지다가 겨우 돗자리르 찾아 바닥에 깔고 그 위에 이부자리도 펴주었다. 이따가 민우가 돌아오면 그 위에서 자게 할 생각으로.몇 분 뒤, 민우는 돌아왔다.“수호, 너 이게 무슨 뜻이야?”나는 민우를 흘긋 봤다.“네가 만지는 게 싫어서 그래. 바닥에서 자. 아니면 거실에서 자든가. 네가 선택해.”민우는 화도 내지 않고 혼잣말로 툴툴거렸다.“여기 여자애도 같이 사는 거 아니야? 내가 거실에서 자면 그 애가 불편해서 어떡해? 됐어. 바닥에서 잘게. 여기서 자는 것도 내가 살던 곳보다는 나으니까.”민우는 말을 마치고 바닥에 드러누웠다. 나 역시 겨우 편히 잠들 수 있었다.다음 날, 우리는 함께 출근했다.요즘 직원들은 유독 마음이 잘 맞아 모두 사장님 대
물론 주선영과 합숙 생활을 하긴 하지만, 방에 들어오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역시 여자애라 그런지 방도 핑크 핑크하고 귀염뽀짝하게 꾸며져 있었다.사실 방금 전 에너지를 다 쏟아부은 탓에 나는 잠이 솔솔 몰려왔다. 하지만 이미 과외 해주겠다고 동의한 이상 약속은 지켜야 했다.“내 설명 이해됐어? 사실 이 과목 아주 간단해. 인체의 각 부위에 대응해서 이해하면 바로 기억할 수 있어.”나는 말하면서 하품했다.그도 그럴 게, 벌써 새벽 1시라 너무 피곤했기 때문이었다.주선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대충 알아들었어요. 물론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괜찮아요. 내일 교수님 질문에 대답할 정도는 충분해요. 오빠도 피곤할 텐데 얼른 가서 쉬세요.”나는 사양하지 않고 바로 일어났다.“그래. 나 먼저 가서 잘게. 너무 피곤해서. 너도 일찍 자.”방에 도착했더니 민우가 이미 내 침대 위에 대자로 뻗어 내 자리까지 모두 차지하고 있었다.나는 얼른 다가가 민우의 다리 한쪽을 끌어 옆으로 밀었다. 다행히 민우도 깊이 잠들었는지 내가 그렇게 했는데도 깨어나지 않았다.얼른 그 옆에 누웠더니 베개에 머리가 닿자마자 눈이 스르르 감겼다.하지만 내가 한참 자고 있을 때, 갑자기 손 하나가 내 몸을 더듬으면서 히죽히죽 웃으며 말했다.“설아야, 너 몸매 진짜 좋다...”‘이건 민우 목소리 아닌가?’‘설마 자면서 나를 임설아로 착각한 거야?’순간 너무 놀라 벌떡 일어나 앉아 보니 민우의 아래가 빳빳하게 고개를 쳐들고 있었다.“이 변태자식. 감히 나를 여자로 착각해?”게다가 몸까지 더듬거리는 바람에 너무 역겨웠다.나는 민우를 깨우려고 연신 발길질했으나, 이미 세상 모르고 자고 있는 민우는 내가 아무리 차도 깨날 기미가 없어 보였다.마음 같아서는 밖에 내다 버리고 싶었지만, 내가 집으로 끌어들였으면서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결국 드르렁드르렁 코를 골며 자는 민우를 보다가 나는 다시 자리에 누웠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민우가 다시 나를 끌어안
방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두말 없이 백연우를 벽에 밀쳤다.“아까 저를 혼내 준다고 했죠? 어디 혼내 봐요.”나는 백연우의 옷을 거칠게 찢었다.그러자 백연우는 키득키득 웃으며 말했다.“안 그러면 어떡해. 발각될 텐데.”나는 더 이상 그런 걸 상관할 겨를이 없었다.원래는 속전속결로 끝내려고 했으나, 막상 그 행위에 빠지니 시간 가는 줄도, 주선영이 기다리는 줄도 까맣게 잊은 채 눈앞의 아리따운 여자로 머리가 꽉 차버렸다.백연우와 이런 짓을 하는 게 처음은 아니었지만, 이번에 백연우는 고난도 동작을 시도했다. 심지어 세 번이나 해 결국에는 기진맥진해졌다.여자가 성욕이 쌓이면 남자보다 더 무서워진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나는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 있었고, 백연우는 눈웃음을 지으며 나를 바라봤다.“고작 세 번 만에 힘 빠진 거야?”“매번 할 때마다 40분도 넘게 했거든요. 게다가 다 제가 리드했으니 당연히 체력 소모가 심하죠.”나는 핑곗거리를 찾았다.‘그런데 이 여자는 왜 이렇게 즐거운 듯한 눈빛을 하고 있는 거야? 이러니까 오히려 내가 당한 것 같잖아.’“오늘 자고 갈래?”백연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망사 원피스를 걸치며 말했다.하지만 그때, 나는 문득 주선영이 기다리고 있다는 게 떠올라 얼른 침대에서 내려왔다.“헐. 큰일 났다. 선영을 잊었네.”나는 신속히 옷을 갈아입고 다급히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 순간까지도 내 다리는 후들후들 떨렸다.‘불여우한테 단단히 홀렸네. 이러다 목숨이 남아나질 않겠어.’나는 속으로 감탄했다.한편, 백연우는 내 앞에서 경험 많은 누나인 것처럼 굴더니 내가 떠나자마자 얼굴색이 싹 바뀌었다.“어린놈의 자식이. 뭔 힘이 그렇게 세? 습... 다리 아파.”알고 보니 백연우는 내 앞에서 다리가 후들거린다는 걸 숨기려고 일부러 연기한 거였다. 이건 어쩔 수 없었다. 백연우는 워낙 뭐든 주도권을 쥐려고 하는 여자니까....내가 여자 기숙사 아래에 도착했을 때는 벌써 12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나는 급한
“미쳤어요? 학과장이라는 사람이 왜 그래요? 학생들한테 들키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요?”이곳은 학교지 용천호텔이 아니다. 때문에 이토록 서슴없이 행동하는 백연우가 믿기지 않았다.하지만 백연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어느새 손을 내 옷 속에 밀어 넣어 손끝으로 내 피부를 살살 간지럽혔다.“내 눈을 봐.”백연우가 속삭이듯 말하며 바짝 달라붙는 바람에 내 몸도 점점 불타올랐다.하지만 나는 이성을 유지한 채 백연우의 손을 잡았다.“안 돼요. 난 더 이상 예전처럼 굴지 않아요. 전 양동준 형님처럼 강해지고 싶어요.”백연우는 내 말을 무시한 채 발끝을 들더니 내 입술에 쪽 입맞춤하더니 따뜻한 입김을 내 턱에 불었다.“양동준처럼 강해지는 거랑 누나를 만족시키는 게 서로 모순되지는 않잖아. 양동준처럼 강해져도 나랑 하는 데 지장 없는 거 아니야?”“안... 안돼요...”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백연우는 내 턱을 깨물었다. 그것도 아주 살짝.백연우는 일부러 나를 자극했다. 심지어 내 옷 안에 들어온 손은 점점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백 쌤... 읍...”백연우가 내 입을 마는 바람에 나는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었다.이 요물 같은 여자는 남자 마음을 어떻게 휘어잡아야 할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게다가 먼저 내 마음에 불을 지펴놓고 오히려 생글생글 웃으며 뻔뻔하게 물었다.“더 원해?”당연한 걸 왜 묻는지. 나는 이미 완전히 자극받아 당장 이 자리에서 백연우를 안고 싶었다.하지만 백연우는 내가 직접 말하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역시 누나라 이건가? 사람 마음을 너무 잘 휘어잡네.’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백연우의 허리를 감싸안았다.“날 이렇게 만들었으면서 원하는지 묻긴 뭘 물어요?”나는 아래가 너무 불편해 죽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백연우가 갑자기 나를 놀려댔다.“그런데 이젠 내가 싫어. 나 숙소 돌아갈 거야.”“안 되죠.”나는 백연우가 도망칠까 봐 그녀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먼저 나를 건드렸으면서 어딜 도망치려고?’“좋아요. 우리
“그런데 두 분 모두 저한테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었는데, 제 성적이 나빠 실망할까 봐 걱정돼요.”“넌 가만 보니 생각이 너무 많아. 뭐든 다른 사람이 어떻게 볼지부터 생각하니 진짜 너를 잃는 거야.”이런 성격은 좋지 않다. 남을 만족하기 위해 항상 본인이 고생하니까.본인도 즐겁지 못하면서 남을 그렇게 생각할 필요가 뭐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든다.그래서인지 이제는 남주 누나와 백연우 쌤 같은 성격이 좋다고 느껴진다.소탈하고 자유롭고. 자기한테 그 어떤 압력도 부담도 주지 않으니까.“저도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어릴 때부터 이랬어요.”“성격이 그런 건 네 탓이 아니야.”나는 계속해서 주선영을 위로했다.그러자 주선영은 코를 훌쩍이며 말을 이었다.“수호 오빠, 저 정말 생각을 바꾸고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그래서 오빠 도움이 필요해요.”나는 고민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럼 책 가져와. 내가 도와줄게.”주선영은 그제야 환한 미소를 지으며 책가방에서 책을 찾았다. 하지만 얼마 뒤, 이내 입을 삐죽거리며 나왔다.“어떡해요? 책을 두고 왔어요.”“그럼 내일 돌아오면 가르쳐 줄게.”“안 돼요. 교수님이 제 학습 정황 확인하겠다고 했어요... 제가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면 부모님을 부르겠댔어요.”‘뭔 선생님이 이래? 대학에서 무슨 학부모를 불러?’나는 속으로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그러다 나중에야 생리학 교수님이 주선영 어머니 친구라는 걸 알게 됐다.‘난 또 주선영의 머리가 너무 나빠서 이런 방식으로 압력 주는 줄 알았네.’나는 머리를 마구 긁적였다.“아니면... 내가 차로 데려다줄 테니까, 학교에서 책 가져올래?”주선영은 겸연쩍게 고개를 끄덕였다.“저도 그 생각 했어요.”“그럼 가자.”벌써 9시가 넘은 시간이었는데, 차로 갔다 다시 돌아오면 아마 11시가 될 거다. 때문에 나는 얼른 책을 가지고 돌아와 주선영을 가르쳐주고 일찍 잘 생각이었다.우리는 강북대 한의과 대학에 도착하자마자 함께 여자 기숙사 쪽으로 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