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깜짝 놀라 속으로 중얼거렸다.‘헐... 미친 거 아니야? 난 그저 살짝 주무르기만 했는데 왜 이렇게 크게 반응하는 거야?’“너... 너무 자극적이야. 애교야, 네가 주무른 거야? 더 해줘. 응?”남주 누나는 흐리멍덩한 상태에서 깨어나지 않았지만 저를 주무르는 게 애교 누나인 줄 알고 애교 누나의 손을 잡아 제 가슴에 얹었다.“얼른 자기나 해, 남이 만져대는 것도 모르고.”애교 누나는 난감한 듯 말하며 나를 흘긋거렸다.이에 나는 다급히 설명했다.“애교 누나, 저도 이러고 싶지 않았어요, 남주 누나가 너무 화가 나서. 아니면 다시 객실로 옮겨 놓고 우리 하던 거 마저 하는 게 어때요?”“됐어요. 여기 있는 시간이 너무 긴 것 같으니 얼른 돌아가요. 안 그러면 수호 씨 형과 형수가 의심할 거예요.”“애교 누나...”이곳에 더 남기 싶은 마음에 내가 애교 부렸지만 애교 누나는 품에서 고주망태가 되어버린 남주 누나를 보더니 말했다.“남주가 너무 취해서 내가 보살펴야 해요. 수호 씨랑 같이 있을 수 없어요. 화내지 마요. 나중에 왕정민과 이혼하면 내가 한 번 정도는 적극적으로 행동할게요.”“약속한 거예요? 나중에 후회하면 안 돼요.”내가 헤실 웃으며 말하자 애교 누나의 얼굴은 또 붉어졌다.“얼른 돌아가요.”“정말 안아갈 필요 없어요?”“정말 필요 없어요. 얼른 돌아가요.”“알았어요.”나는 결국 아쉬워하며 떠날 수밖에 없었다.형수의 집에 도착하니 방은 어두컴컴했고 형과 형수는 이미 잠이 든 듯했다.하지만 궁금한 마음에 조심스럽게 걸어 형과 형수의 방문 앞에 다가가 기척을 엿들었더니 오직 형의 코골이뿐이었다.‘형이 잠들었네. 형수도 잠들었나?’그렇다면 너무 실망이다.‘형수는 아까 분명 오늘 밤 나랑...’그렇다고 내가 문을 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결국 잠깐 생각하다 말고 뒤돌아 방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형수가 침대에 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니겠는가?형수는 자지 않고 계속 나를 기다렸던 거다.나는 너무 기뻐 다급히
나는 한참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그게 뭐가 다르죠?”“많이 다르죠. 수호 씨가 나랑만 하고 싶다면 나를 사랑한다는 뜻이고 나랑 한 번만 해보고 싶다면 그냥 다른 여자와 하는 걸 경험해 보고 싶은 거잖아요.”나는 형수의 진지한 말에 조마조마해 다급히 손을 움츠렸다.“그게 무슨 뜻이에요?”내 물음에 형수는 나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갑자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바보, 뭘 그렇게 두려워해요? 내가 수호 씨를 잡아먹는 것도 아니고.”하지만 나는 잘못이라도 한 듯 가슴이 콕콕 찔렸다.“저도 형수가 저 잡아먹지 않는 거 알아요. 하지만 갑자기 그렇게 진지하게 말해서 놀랐어요.”“그럼 웃으면서 물어볼게요. 나랑만 하고 싶어요 아니면 나랑은 그냥 한 번만 경험해 보고 싶어요?”형수가 웃으며 질문했지만 이 질문에 꼭 답변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느껴졌다.이게 형수가 나를 어떻게 볼지와 관련될 지도 모르니까.결국 나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결국 답변했다.“처음에는 그냥 한 번만 해보고 싶었어요. 참는 게 너무 고통스러워 한 번이라도 풀어주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마음이 바뀌었어요.”“어떻게 바뀌었는데요?”형수가 흥미 있는 눈빛으로 물었다.“형수하고만 하고 싶다는 건 너무 거짓말인 것 같아요. 왕정민이 저더러 자기 아내를 꼬시라고 하고, 남주 누나가 매일 저를 꼬시고 있는데 두 사람 모두 예쁘고 몸매도 좋잖아요. 그런 여자에게 아무 마음도 품지 않는다는 건 당연히 거짓이겠죠.”“하지만 세 사람 중에 누구와 가장하고 싶냐고 묻는다면 그건 형수예요.”형수는 미소를 띠며 물었다.“왜요?”“형수와는 특별한 감정이 있으니까요. 안고 싶지만 그러지는 못하고, 하지만 또 매일 함께 살고 있어 그게 너무 괴로워요.”“몸은 점점 더 갈망하지만 머리로는 계속 참아야 한다고 매일 되뇌어요. 그 한 걸음을 내디디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으니까.”내 말을 들은 순간 형수의 얼굴에 드리웠던 미소는 점점 사라졌다.그러다 부드러운 눈빛으로 내 얼굴을 쓰다듬더니 갑자
“그건 나한테 물을 게 아니라 본인한테 물어야죠. 수호 씨는 나한테 어떻게 하고 싶어요?”형수는 손 하나를 내 가슴에 얹으며 나더러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라고 했다.하지만 현재 이런 상황에서 도저히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었다.형수의 매혹적인 몸과 사람을 혼미하게 만드는 냄새에 당장이라도 자빠뜨리고 싶었으니까.나는 무의식적으로 형수의 손을 잡으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형수, 제 마음은 저더러 짐승처럼 굴라고 하는데요?”“그래요? 어떻게 짐승처럼 굴라는데요?”“형수가 형의 아내인 걸 알지만 탐하려고 하는 게 짐승 아니면 뭐예요?”“하지만 수호 씨 형도 이애교가 왕정민의 아내인 줄 알면서 마구 만져댔잖아요. 남주도 그렇고. 남주는 이애교와 가장 친한 친구인데 수호 씨 형은 마구 만져댔잖아요. 그럼 그건 뭔데요?”그 일을 잊고 있다가 형수의 말에 다시 생각나면서 나는 화가 치밀었다.“형이 그런 사람인 줄은 정말 몰랐어요.”“이 세상은 원래 그래요. 수호 씨가 착하다고 믿는 사람은 뒤에서 문란하게 굴고, 수호 씨한테 잘해준다고 생각한 사람이 진심으로 잘해주는 게 아닐 수 있어요.”나는 형수의 말에 뭔가 숨은 뜻이 있다는 걸 느꼈다.하지만 그 암시를 끝내 알아내지 못해 물었다.“형수, 그게 대체 무슨 말이에요?”형수는 웃으며 내 볼을 꼬집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술이 깨서 잠이 안 오던 참에 대화나 할까 해서요.”대화만 하겠다고? 그건 내가 싫었다.나는 형수의 허리를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하지만 화장실에서 형수가 분명 돌아와서 계속하자고 했잖아요.”“내가요? 기억 안 나는데요?”형수는 말을 마치자마자 내 다리 위에서 내렸다.그 행동에 나는 어리둥절했다.집에 돌아와서 형수와 뭔가 할 수 있을까 하고 잔뜩 기대했는데, 형수는 오히려 뜬구름 잡는 얘기만 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니, 이게 대체 뭐란 말인가?나는 아쉬워하며 형수의 손을 꼭 잡았다.“형수, 하지만 저는...”“짐승처럼 굴고 싶다고요? 뒤도 생각하지
여자가 아직 자지 않은 걸 발견한 나는 곧바로 답장했다.[잠시 못 가게 됐어요.][그래서 또 나 생각한 거예요? 나랑 몇 번 더 하고 싶어서?][나를 그렇게 짐승처럼 생각하지 말아 줄래요? 우리가 얘기할 게 그것 말고 없어요?][웃기네요. 우리 원래 원나잇 관계 아니었어요? 그런데 무슨 다른 얘기요?][나 지금 기분이 안 좋은데, 나랑 수다나 떨래요?][아니요. 나도 쉬어야 해요.]나는 어이없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똑같은 문자를 한 번 더 보냈다.하지만 여전히 답장은 돌아오지 않았다.결국 괴로워 잠을 잘 수 없는 처지에 이르자 나는 핸드폰으로 영화 한 편을 찾아 혼자 해결했다.그렇게 해결하고 나니 겨우 편해져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곤히 잠들었다.아침에 알람 소리 때문에 깼을 때 내 정신은 여전히 혼미했다.어제 너무 늦게까지 논 데다 술까지 많이 마셔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결국 세수하여 정신을 좀 차리려고 화장실로 들어갔는데, 형이 변기 위에 앉아 동영상을 보며 자위하고 있는 게 아니겠는가?서로 눈이 마주친 순간 우리는 동시에 멍해졌다.형은 다급히 동영상을 껐고 나는 다급히 문을 닫고 나왔지만 마음 한구석은 불편했다.어젯밤 일은 내 추측일지 몰라도 방금 본 건 형수의 말이 사실이라는 걸 증명했으니.내가 어찌할 바를 몰라 답답해할 때, 형이 화장실에서 나와 내 어깨를 감싸 안고 베란다로 향했다.“수호야, 아까 일은 절대 형수한테 말하지 마.”“형, 지금 대체 뭐 하는 거야? 방금 분명 괜찮았으면서 형수하고는 왜 그래?”“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말할게. 나 네 형수랑 있을 때 아무 느낌도 없어. 왼손으로 오른손 만지는 느낌 알지? 네 형수랑 할 때 그런 느낌이야.”“그럴 리가요? 형수 몸매가 얼마나 좋은데.”“하하, 넌 아직 너무 젊어. 남자가 여자한테 관심을 갖는지는 그 여자의 몸매가 얼마나 좋은지가 아니라 자극을 가져다주는지에 달렸어. 나 네 형수랑 벌써 7년이야. 그런 자극은 이미 없어졌어. 시도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물론 형수에게 마음이 있다지만 형 앞에서 형의 여자와 자고 싶다고 하면 형이 기분 상할 게 뻔하다.게다가 내가 이렇게 말하자 경계하던 형의 눈빛은 금세 풀리며 말했다.“네가 나 안 도와주면 계속 가다가 나랑 네 형수 이혼할지도 몰라. 네 형수가 아이를 너무 좋아해서 내가 만약 네 형수 임신하게 하지 못하면 네 형수는 절대 나와 함께 지내려 하지 않을 거야.”“차라리 병원에서 검사해 봐요. 아무래도 심리상의 문제인 것 같은데, 심리상담 한번 받아봐요.”“싫어. 아무 문제도 없는데 왜 심리 상담을 받아?”형이 바로 거절하자 나는 인내심 있게 설명했다.“형이 이러는 것도 방법은 아니잖아. 설마 계속 형수와 이럴래?”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형, 난 형이 왕정민처럼 되길 바라지 않아. 돈과 권력도 중요하지만 행복한 가정도 중요하잖아. 형수 좋은 사람인데 절대 저버리지 마.”내 말에 형은 싱긋 웃으며 나를 보더니 갑자기 물었다.“수호야, 넌 형수가 예쁘다고 생각해?”그 물음에 나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아 조심스럽게 대답했다.“형, 갑자기 그건 왜 물어?”그랬더니 형이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그냥 아무렇게나 대화해보자는 거니까. 너랑 내가 친형제도 아니니 네가 여기 있는 걸 네 형수가 싫어할까 봐.”“그 정도는 아니야. 형수가 나 여기서 지내는 거 별로 신경 안 써.”“그럼 형수가 평소에 잘해줘?”“그냥 그래. 너무 좋지도 않은데 그렇다고 나를 일부러 괴롭힌 적은 없으니까.”“네 형수 좋은 사람이야. 네가 내 동생이라고 하니까 본인도 동생처럼 대하겠다더라. 형수가 너 괴롭히지 않았으면 다행이고. 네 형수가 좋은 건 나도 알아. 걱정하지 마, 내가 절대 네 형수한테 미안한 짓 안 할 테니까.”그제야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방금 형이 왠지 나를 떠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으니까.아마도 내가 형수의 일에 너무 관심을 보여 의심이 생긴 모양이다.‘앞으로 더 조심해야겠네. 함부로 말하지 말자.’나는
그 순간 내 머릿속에 대담한 생각이 떠올랐다.내가 직접 인사해도 상대가 나를 바로 저와 바람 피던 상대라는 걸 보아내지 못할 거라는 생각.나는 대담하게 여자에게로 걸어갔다.“안녕하세요.”여의사는 고개를 들어 나를 흘긋 보더니 차갑게 대답했다.“누구세요? 저 아세요?”역시나 여자는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이에 나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저는 한의과 인턴 정수호라고 해요. 그쪽은 이름이 뭐예요?”“그걸 알아서 뭐 하게요?”‘이 여자 낮에는 정말 쌀쌀맞네.’하지만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면 나도 무서울 거 없어 계속 수다를 떨었다.“친해지고 싶어서요.”“나한테 관심 있어요? 아니면 그냥 나랑 자고 싶나?”여자의 직설적인 말에 나는 진지하게 받아쳤다.“어떻게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요? 난 정말 그쪽한테 관심 있는 것뿐인데.”그 말에 여의사는 싱긋 웃더니 갑자기 사람들을 향해 높게 소리쳤다.“다들 여기 봐요. 이 사람이 저 꼬시겠대요.”“전장!”‘이 여자도 남주 누나랑 같은 결이잖아?’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너도나도 우리 쪽을 바라보는 바람에 나는 당장에 죽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결국 다급히 얼굴을 가리고 도망치려 할 때 여자가 차갑게 웃으며 중얼거렸다.“고작 그까짓 배짱으로 나를 꼬시겠다고?”한의과로 돌아오는 내내 내 얼굴을 화끈거려 생각할수록 난감하고 민망했다.‘젠장, 그 여자 미친 거 아니야?’‘싫으면 싫은 거지,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야?’‘나도 참 무덤을 스스로 파네. 왜 갑자기 저 여자는 건드려서. 이러고 어떻게 홍보 책자를 나누지?’“오늘은 왜 나가지 않아?”마동국이 사무실에 오자마자 묻는 바람에 나는 너무 머쓱했다.“오늘 나가기 싫어요.”“그래, 마음대로 해.”마동국은 별로 신경도 쓰지 않는 눈치였다.결국 나는 의서 한 권을 들어 대충 보기 시작했다.생각할수록 억울하고 그 여자에게 당했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핸드폰을 꺼내 들고 다시 그 여자의 카톡을 추가했다.[나 하고 싶어요.]그러고는 아주 직설적
물론 그저 다리 사진이었지만 검은 스타킹을 신은 다리만으로도 충분히 유혹적이었다.검은 스타킹은 가늘고 긴 다리를 소유한 사람한테 어울리는데 여자의 다리가 마침 그런 스타일이었다.과장하지 않고 두 다리만으로도 사람을 흥분하게 할 정도였다.게다가 다리를 겹친 곳이 흰 천으로 가려져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의사 가운이었다.‘설마 이 여자가 출근 중에 찍은 건가? 너무 대담한 거 아니야?’병원 규칙상 의사들은 출근 시간에 검은색 스타킹을 신지 못한다.그렇다는 건 이 여자가 출근 시간을 이용해 몰래 사진을 찍었다는 건데.그 생각을 하니 나는 너무 궁금해 직설적으로 문자를 보냈다.[의사 같네요. 이거 출근할 때 찍은 거예요?][대단하네요. 이렇게 빨리 내 직업도 맞추고. 맞아요. 나 의사 맞아요. 그럼 내가 무슨 과인지도 맞춰볼래요?]이건 나도 예전에 주의하지 못했다.하지만 전에 5층에서 이 여자를 만난 기억이 나기에 나는 마동국에게 물었다.“마 교수님, 혹시 5층은 무슨 과예요?”“아, 남성 비뇨기과지.”“네?”나는 너무 놀라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였다.‘설마 그 여자가 남성 비뇨기과? 에이 설마.’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얼른 문자를 작성했다.[병원이라면 보통 근무 중 의사가 검은 스타킹을 신는 걸 금할 텐데. 이런 사진을 출근 시간에 몰래 찍었다는 건 일부러 신었다는 걸 말하겠죠. 혹시 남성 비뇨기과라 검정 스타킹 신고 남자를 유혹하려고 한 거예요?][정말 신기 있는 거 아니에요? 이런 것도 다 알고. 설마 나 스토킹했어요?]‘헐, 진짜라고?’‘그렇다면 이 여자가 매일 남자의 그곳을 볼 수 있다는 거잖아?’사실 내가 학교 다닐 때 산부인과를 선택하는 남학생들이 있다는 건 들었지만 남성 비뇨기과를 선택하는 여자는 처음 들어본다.‘정말 세상에 이상한 사람이 많네.’[매일 남자 거기를 그렇게 많이 보는데도 관심이 생겨요?]이 질문은 순전히 여자의 심리가 궁금해서 물어본 거였다.[관심 없어요. 그래서 연애도 별로 안 해요.][
[내가 출근하는 거랑 사진 보내는 게 무슨 상관인데요? 이런다고 환자 진료하는데 방해되는 것도 아닌데. 오히려 그쪽이야말로 힘들지 않나? 그러니까 이 누나 앞에서 앞으로 얌전히 굴어. 나 희롱할 생각 하지 말고.]‘내가 본인을 희롱한다는 걸 알았구나.’나는 머쓱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원래는 복수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내가 당한 꼴이라니.[나 괴롭게 만들었으니 어떡할래요? 얼른 와서 도와줘요.][꿈도 야무져. 혼자 해결해요.]그 뒤로 내가 아무리 문자를 보내도 여의사는 좀처럼 내 문자에 답장을 하지 않았다.결국 나는 혼자서 괴로워하다가 안 되겠다 싶어 혼자 해결하러 화장실로 향했다.지난번에 민규가 엿들었던 경험도 있기에 나는 특별히 인터넷에서 무선 이어폰을 구매했었다.때문에 이번에는 이어폰을 챙겨 낀 뒤에야 영상을 틀었다.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몇 분이 지나도 감각이 오지 않았다.이 영상은 분명 아주 자극적인 것인데도 말이다.아마 이미 여자를 맛본 터라 고작 이런 영상 따위로 만족이 안 되는지도 모른다.이렇게 해결하는 건 개운하지도 않으니 말이다.결국 나는 카톡으로 남주 누나한테 문자를 보냈다.[남주 누나, 나한테 보여주겠다던 건 언제 보여줄 건데요?]내가 애교 누나 대신 남주 누나한테 문자를 보낸 건 사실 두 사람이 같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애교 누나한테 문자를 보냈다가 남주 누나한테 발각되면 큰일이니까.하지만 남주 누나한테 보내고 애교 누나한테 보내면 남주 누나는 아마 애교 누나를 의심하지 못할 거다.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린 나는 남주 누나에게 문자를 보내기 바쁘게 바로 애교 누나에게 문자를 보냈다.[애교 누나, 보고 싶어요.]그 시각.애교는 남주와 함께 집에서 티브이를 보고 있었다.그때 남주의 핸드폰이 울리자 문자를 확인한 남주는 싱긋 웃으며 그 문자를 애교한테 보여줬다.“이 푸들이 내 거기를 보고 싶다네? 완전 변태 아니야?”그걸 본 애교는 순간 기분이 우울해졌다. 하지만 그때 핸드폰이 울려 확인
[하하, 그래서 수호 씨한테 부탁한 거잖아요. 설마 거절할 건 아니죠?]“누가 대신 돌봐준대요? 난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이렇게 자기 가족 떠넘기면 나더러 앞으로 어떻게 결혼하라고요?”나는 감정이 북받쳐 전화에 대고 미친 듯이 소리쳤다.대화를 하다 보니 모태진이 대충 뭘 할지 짐작이 갔기에, 나는 절대 그가 무모한 짓을 하게 놔둘 수 없었다. 만약 이걸 막지 못하면 정말 모든 게 끝나니까.[하, 내가 지은 죗값은 내가 치러야죠. 나 때문에 화인당까지 안 좋은 일에 엮이면 난 진짜 죄인이 돼요. 됐어요. 이만 끊을게요. 나 이제 볼일 보러 가야해요.]“전화 끊지 마요. 끊지 마요...”전화 건너편에서 긴 침묵이 흐르더니 끝내 전화가 끊어졌다.나는 속이 타들어 가 다급히 전화를 해보았지만, 모태진은 어느새 핸드폰을 꺼두었다.‘어디 가서 찾지?’한참 고민하던 내 머릿속에 문득 한 사람이 떠올랐다.나는 얼른 주선영에게 전화해 한은솔 번호를 물어 그녀에게 전화했다.“한은솔, 안명훈 지금 어디 있어?”한은솔은 내 목소리를 듣자마자 전화를 끊어버렸다. 심지어 내가 다시 여러 번 걸어도 끝까지 받지 않았다.결국 나는 화가 나서 문자를 보냈다.[태진 선배가 안명훈 찾아가서 복수할지도 몰라. 만약 태진 선배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넌 가해자가 되는 거야. 선배 아내분한테 문자 보낸 거 너지? 그렇다는 건 적어도 양심은 있다는 뜻이잖아? 너도 태진 선배한테 무슨 일 있길 바라는 건 아니지?]그 시각, 한 술집 안 구석에 앉아 있던 한은솔은 내 문자를 받자마자 눈시울이 촉촉이 젖어 들었다.오연화에게 문자를 보낸 사람은 한은솔이 맞다. 그녀는 모태진을 구하지는 못해도 그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 원하지는 않는다.사실 한은솔도 안명훈을 죽도록 미워하고 있다. 그리고 그만큼 무서워하기도 한다.안명훈한테 한은솔은 그저 마음껏 다룰 수 있는 노리개나 다름없다. 지금도 안명훈은 양옆에 아가씨를 끼고 앉아 시시덕거리며 즐기고 있는데, 한은솔은 그의 뒤치다꺼
[열나기 시작하더니 계속 고열이 내리지 않고 있어요. 의사 선생님 말로는 감염이래요. 상황이 꽤 심각해요. 그래서 B시 병원으로 옮기려고요.]나는 문자를 받자마자 벌떡 일어나 앉았다.‘그 정도로 심각하다고?’‘그날 병원에 다녀갔을 때 안색이 많이 좋아져서 괜찮은 줄 알았는데.’나는 마음이 너무 무거웠다. 갑자기 커다란 돌멩이가 내 가슴께를 내리누르는 것 같았다.이 상황에 뭐라 말해야 할지 몰라, 나는 결국 위로의 말을 남겼다.[사장님은 좋은 분이니 분명 별일 없을 거예요. 제가 대신 기도할게요.][고마워요.]우리는 더 이상 문자를 주고받지 않았다. 하지만 사모님한테서 받은 문자를 보면 볼수록 마음이 점점 무거웠다.정 사장님처럼 좋은 분이 간암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게다가 상황이 점점 악화하고 있다니?간암 말기가 되면 환자는 극심한 고통을 겪는다.예전에 시골에 있을 때, 마을 어르신 중에 간암을 앓고 있는 분이 계셨는데, 말기가 되니 매일 아파서 소리 질렀던 기억이 난다. 분명 우리 두 집 사이에 몇 집이 더 있었는데, 그 멀리에서도 소리가 들릴 지경이었다.난 사장님도 그런 고통을 겪는 게 싫었다.나는 얼른 위층으로 올라가 의서를 뒤졌다. 간암이 퍼지는 속도를 늦추거나 고통을 줄이는 방법이 적힌 고적이라도 있나 하고.그러다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젖어 들었다.나는 사장님한테 무슨 일이 생기는 걸 원하지 않는다. 나는 자는 것도 잊고 의서를 계속 뒤적였다. 그러다 몇 시간이 흘렀을까? 끝내 피곤을 참지 못하고 책상 위에 엎드린 채 잠이 들어버렸다.다음 날 아침, 나는 민우의 소리에 깨어났다.민우는 나를 깨우더니 왜 위층에 왔냐고 물었다.“어제 사모님한테서 들었는데 사장님 상태가 악화되어 B시 병원으로 옮긴대. 의서에 무슨 방법이라도 적혀 있나 해서 도움이라도 되려고 찾았어.”민우는 나를 이해한다는 듯 한숨을 푹 쉬었다.“이건 다 사장님이 모아둔 책들인데, 무슨 방법이라도 있으면 사장님이 진작 발견하
사실 처음에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심지어 한은솔이 나이 든 오연화보다 낫다고 여겼다.하지만 많은 일을 겪고 난 뒤에야 사람은 겉모습만 보면 안 된다는 걸 알았다.한은솔은 젊고 예쁘지만 목적이 너무 분명하고, 일이 터지면 자기밖에 모른다.그에 반해 모태진과 함께 고난을 겪은 조강지처는 바로 눈앞의 오연화다.게다가 모태진이 왜 한은솔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끝끝내 아내를 배신하는 일을 하지 않았는지 알 것 같았다.그러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문 닫을 시간이 되었지만 모태진은 여전히 아무 소식이 없었다.“형수님, 우선 돌아가세요. 집에 아이도 있잖아요. 태진 선배한테서 연락이 오면 바로 연락드릴게요.”오연화는 끝까지 돌아가지 않으려 했지만, 결국 방법이 없어 모태진의 연락을 받으면 꼭 연락 달라고 신신당부하고 떠나갔다.가게 직원들도 하나둘 떠나갔지만 나와 민우만은 가게에 남아 있었다.그때 민우가 물었다.“오늘 밤 안 돌아갈 생가이야?”“모르겠어. 우리가 떠난 뒤 그 자식들이 와서 소란 피울까 봐 걱정돼.”평소 담배를 별로 입에 대지 않던 나는 결국 스트레스를 참지 못하고 민우에게 담배 한 대를 요구했다.그러자 민우가 내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너무 스트레스받지 마. 요즘이 어떤 시대인데, 길목마다 CCTV가 있는데, 그 자식들이 설마 함부로 하겠어? 얼른 돌아가 휴식해. 그 자식들이 할 짓이라고는 기껏해야 가게 이름에 먹칠하는 것뿐일 텐데, 뒤에서 허튼 짓 하지 못할 거야.”나는 서둘러 대답하지 않고 묵묵히 담배를 태웠다.그러다 담배 한 대를 거의 대 피웠을 때 천천히 입을 열었다.“됐어. 너 먼저 돌아가. 난 여기서 지키고 있을게.”물론 놈들이 지금 와서 소란 피울 가능성은 작았지만,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다.무엇보다 사장님 내외가 화인당을 나한테 부탁했는데, 무조건 잘 관리해야 한다.그때 민우가 말했다.“내가 돌아가긴 어딜 돌아가? 너도 안 돌아가는데, 내가 가서 뭐 해? 나도 같이 남을게. 위층에서 이부자리 가
민우는 모태진을 데리고 가게로 돌아가려 했지만, 모태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민우를 밀쳐내고는 도망쳤다.민우는 모태진을 쫓아가려 했으나 결국 따라잡지 못해 다시 터덜터덜 가게로 돌아왔다. 그러고는 나를 잡아끌더니 모태진이 겪은 일을 설명해 줬다.그걸 듣는 내내 나는 마음이 무겁고 화가 치밀었다.평소 그렇게 성실하던 사람인데, 그런 모욕을 당하고 자존심이 짓밟혔으니 분명 괴로울 거다.나는 얼른 모태진에게 전화했다. 하지만 상대는 계속 전화를 받지 않았다.그 순간 모태진한테 무슨 일이라도 났을 거라는 불안한 예감에 나는 마음이 더 착잡했다.“젠장.”나는 저도 모르게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무엇보다 머리가 너무 복잡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내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 사장님이 나한테 화인당을 맡겼는데, 나는 반드시 정신을 곤두세우고 안민혁과 주해진이 또 소란 피우는 걸 막아야 했다.“지금부터 우리 둘이 가게를 계속 지키자. 만약 놈들이 또 와서 소란 피우면 그땐 나도 목숨 걸고 싸울 거야!”나는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나는 워낙 겁이 많은 사람이라, 무슨 일이 있으면 절대 일을 크게 만들려 하지 않는다.하지만 이번에 놈들이 모태진을 그렇게 모욕한 건 정 사장님을 모욕하고, 화인당을 모욕한 거나 다름없다.때문에 목숨을 걸고서라도 필사적으로 싸울 거다.그때 민우가 귀띔해 줬다.“아니면 먼저 소여정 씨한테 전화하는 건 어때? 소여정 씨가 나서 주면 더 가망 있잖아.사실 나도 그럴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소여정에게 직접적으로 연락하지 않았다. 만약 내가 무슨 일이든 소여정한테 부탁하면 정태곤이 나를 의심할 거다. 게다가 계속 남한테 의지하면 영원히 성장할 수 없다.때문에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아직은 아니야.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면 그때 얘기하자.”민우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럼 나도 너랑 같이 지키고 있을게. 누가 또 소란 피우러 찾아오면 그땐 얼굴을 박살 낼 거야.”우리는 오후 내내 가게에서 지키
곧이어 안명훈은 모태진에게 달려가 그의 바지를 벗기려 했다. 모태진은 그걸 박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버둥댔다.그때 안명훈이 부하 녀석들에게 소리쳤다.“다들 뭣 하고 있어? 얼른 와서 도와주지 않고!”똘마니들 몇 명이 그 말에 다급히 달려가 모태진을 바닥에 내리누르더니 사람들 앞에서 그의 바지를 벗겼다.그때 주해진이 냉소를 띤 채 한은솔에게 말했다.“가서 위에 앉아.”한은솔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전전긍긍했다.“해진 오빠, 사람도 많은데...”짝!주해진은 귀찮다는 듯 한은솔의 뺨을 내리쳤다.“가라면 가. 뭔 말이 그렇게 많아?”한은솔은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지만 찍소리도 못한 채 모태진에게 다가갔다.모태진은 놈들에게 강제로 벗겨진 채 아무런 존엄도 없이 잡혀버렸다. 그 순간 한은솔은 선량하기만 하던 그의 눈에 분노와 굴욕이 서려 있는 걸 발견했다.한은솔은 알고 있었다. 모태진이 이렇게 된 게 모두 자기 때문이란 걸. 때문에 너무 미안해 모태진의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뭘 꾸물거려? 서둘러.”안명훈은 옆에서 재촉하며 핸드폰을 꺼내 들고 녹화까지 했다.한은솔은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난 네 여자 친구잖아. 그런데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네까짓 게 여자 친구? 굴려질 대로 굴려진 걸레 주제에, 누가 널 신경이나 쓸 줄 알아? 네가 나한테 매달렸잖아. 그러니 쓸모 있는 짓이라도 해야지. 안 그러면 내 앞에서 꺼지던가.”한은솔은 절망에 빠졌다.그때 모태진한테서 다시는 만나지 말자는 문자를 받은 한은솔은 홧김에 다시 안명훈을 찾아갔었다. 그런데 안명훈은 그녀를 사람 취급도 하지 않고 예전보다 더 모욕했다.이 순간이 되어서야 한은솔은 그때 그 선택을 후회했다. 하지만 후회가 소용 있나? 일이 이 지경이 된 건 그녀의 선택이고, 이미 되돌릴 수 없게 되었는걸.만약 지금 안명훈 말대로 하지 않으면 안명훈은 한은솔이 더 싫어하는 일을 시킬 게 뻔하다. 그때가 되면 한은솔의 자존심은 더 바닥으로 처박힐 거다.결국 한은솔은 마지못해
민우는 이내 대답하고 두 사람을 따라 나섰다.상황이 어느 정도 종료되자 나는 얼른 직원들더러 자리로 돌아가라고 명령했다.직원들은 하나 둘 자리로 돌아가 제 할 일을 시작했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은 모태진의 일을 수군대고 있었다.그걸 모니 내 마음이 무거워 났다.한편, 모태진은 한은솔을 데리고 조용한 곳에 가더니 간곡히 말했다.“난 네가 진심으로 잘 살기를 바라. 네가 좋은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 너 이러는 거 자신을 망치는 것밖에는 안 돼.”한은솔은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진짜 나를 위한다면서 왜 정수호 한마디에 나를 버렸어요?”“정수호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불가능해. 난 가정이 있고, 아내가 있고 아이도 있어. 난 그저 너를 동생으로 생각했지, 다른 마음 품은 적 없어.”짝!한은솔은 모태진의 뺨을 후려갈겼다. 이윽고 이를 악물며 말했다.“다른 마음 품은 적 없다고? 그럴 거면 나한테 왜 잘해줬는데? 동생? 누가 동생 하고 싶대? 나 예쁘잖아, 당신 그 호랑이 같은 와이프보다 낫잖아. 이해가 안 되네, 왜 그런 여자 때문에 나한테 흔들리지 않는 건데?”모태진은 혀끝으로 맞은 볼기짝을 꾹 밀더니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뭐가 됐든 내 아내는 나를 위해 아이도 낳아줬고, 엄청 고생했어. 그동안 내 뒷바라지하느라 쉽지 않았을 거야. 내 마음은 여전해, 너한테 품지 말아야 할 마음 품은 적 없어.”한은솔은 결국 화가 치밀어 모태진에게 달려가 주먹질과 발길질을 해댔다.그때 노랑머리 놈이 깡마른 남자 한 명을 데리고 걸어왔다. 두 사람을 보는 순간 한은솔은 이내 전전긍긍했다.“해진 오빠.”주해진, 그는 김진호의 사촌 형인데, 이 바닥에서 유명한 깡패다. 게다가 겉모습도 딱 신분만치 불량하다.김진호는 본인이 다친 뒤 곧바로 사촌형 주해진한테 전화해 복수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고 안명훈더러 그를 도우라고 했다.안명훈도 주해진의 이름을 들은 적이 있어 이 기회에 잘 보일 심산이었다. 때문에 먼저 자기 여자 친구를 내세워 가게에게 가서 소란
일이 이 지경이 되자 한은솔은 끝내 자기 진짜 목적을 말했다. 모태진에게 누명을 씌우는 건 둘째치고, 그녀의 진짜 목적은 화인당을 물 먹이려는 거였다.사람들이 쑥덕쑥덕 얘기하자 나는 결국 한은솔에게 다가가 말했다.“그 노랑머리 자식이 이러라고 했어? 아니면 네가 자발적으로 그 자식을 도운 거야?”내 말에 한은솔은 눈알을 굴리며 내 시선을 피했다.“무슨 말인지 모르겠네.”나는 더 이상 한은솔을 뭐라 하지 않고 어두워진 표정으로 말했다.“나도 도덕의 잣대로 너한테 강요하면 안 된다는 거 알아. 네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길 바라지도 않아. 하지만 마음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봐. 그 자식이 너를 때리고 욕할 때 누가 널 지켜줬는지.”“태진 선배가 나서주지 않았으면 넌 그동안 계속 그 자식한테 시달렸을 거야. 태진 선배가 너한테 넘어가지 않는다고 이렇게 모함하고, 남의 인생 망치면 안 되지.”한은솔은 내 말에 펄쩍 뛰었다.“내가 언제 모함했다고 그래? 헛소리 지껄이지 마. 아하, 이제 알겠네. 같은 화인당 사람이라고 저 쓰레기를 감싸주려는 거지? 더 이상 얘기할 것도 없어. 사람들한테 누가 잘못했는지 시비를 가리라고 해보자고.”한은솔은 말하면서 바로 문밖으로 나가 소란을 피웠다. 그러자 모태진이 얼른 그녀의 팔을 낚아챘다.“좋아. 배상할게. 이제부터 난 화인당 직원이 아니야. 여기 사직서도 있거든.”“수호 씨가 사장님 대신 가게 봐주고 있으니 이 사직서는 수호 씨한테 줄게요.”“불만 있으면 나한테 풀어. 여기서 소란 피우지 말고.”모태진은 가게 명예를 지키기 위해 사직서를 내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나는 그 사직서를 받고 싶지 않았다.“사직서는 도로 가져가요. 이건 제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사장님이 돌아오면 그때 얘기해요.”난 솔직히 모태진이 일을 그만두길 바라지 않는다. 물론 그가 한은솔의 일을 잘못 처리한 건 맞지만, 그 때문에 일을 그만두는 건 모태진한테 너무 불공평하다.하지만 모태진은 기어코 사직서를 내 손에 밀어 넣었다
모든 사람이 일제히 기척이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더니, 그 자리에는 꽥꽥 소리 지르는 한은솔이 서 있었다. 이제는 아예 숨기지 않으려는 모양인지 머리를 알록달록 염색하고 불량소녀처럼 차려입고 말이다.한은솔은 모태진에게 삿대질하며 소리쳤다.“왜 내 전화 안 받았어? 무슨 뜻이야?”모태진은 얼른 다가가 말했다.“내가 문자 보냈잖아. 앞으로 찾아오지 말라고.”“찾아오지 말라고 하면 내가 찾아오지 않을 것 같아? 나랑 자고 이제 와서 꽁무니 빼시겠다?”한은솔은 일부러 일을 크게 만들려는 듯 목소리를 한껏 키웠다.그 순간 모태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내가 언제 너랑 잤다고 그래? 너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았는데.”한은솔은 입가에 냉소를 지었다.“그 말 당신 당신 동료들은 믿어?”모태진은 주위를 빙 둘러봤다. 그랬더니 아니나 다를까 사람들이 모두 그를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봤다.“나쁜 짓 한 적도 없는데 내가 두려울 게 뭐 있어? 하지도 않은 일은 절대 인정 못 해.”“아무 짓도 안 했다고? 그러면 왜 나한테 그렇게 잘해줬어? 가게 사람들 모두 봤을 거잖아. 나한테 특별하게 대해주고, 나를 위해 와이프랑 싸우기까지 했으면서. 돌아가면서 물어봐. 내 몸을 노린 게 아니면 왜 나한테 그렇게 잘해줬을까? 왜 아내한테 밉보이면서 내 편을 들어줬을까?”한은솔의 말에 모태진은 말문이 막혀 미간만 찌푸릴 뿐 한마디도 대꾸하지 못했다.모태진도 한은솔에게 마음이 끌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절대 한은솔을 건드린 적은 없다. 그도 호감과 사랑이 다르다는 걸 아니까.상대를 건드리는 순간, 모태진의 가정은 분명 깨질 거다. 때문에 그는 늘 마지막 선은 지켜 왔다.하지만 모태진이 아무리 깨끗하다고 해도 누가 믿을까? 그가 한은솔을 얼마나 특별하게 대했는지 모두가 봤는데. 심지어 한은솔 때문에 아내와 크게 싸우기까지 했다.더욱이 남녀가 한 방에서 아무 짓도 안 했다는 건 누구도 믿지 않을 거다.한은솔은 바로 이 점을 노리고 모태진을 휘둘렀다.하지만 아무리 봐도 한
민우는 내 말에 이내 헤헤 웃었다.“이렇게 좋은 곳을 두고 내가 왜 그런 데로 돌아가냐? 싫어.”“그럼 소파에서 자. 앞으로 나랑 잘 생각도 하지 마. 젠장. 뭔 꿈을 그렇게 살벌하게 꿔? 그것도 모자라 몸은 왜 더듬는 건데? 변태처럼. 대학 다닐 때는 너한테 이런 취미 있는 줄 몰랐는데?”민우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그동안 너무 오래 참았더니 스트레스 쌓였나 봐.”“쌤통이다. 그날 호텔에서 왜 아무 짓도 안 했는데?”“누구는 뭐 싫어서 안 한 줄 알아? 무서워서 그랬지.”“무서운 것도 많다. 그래서 여태껏 총각 딱지도 못 덴 거야. 저리 가. 화장실 가서 직접 해결해.”민우의 그곳은 차마 눈 뜨고 봐줄 수 없었다.만약 상대가 여자라면 눈이 즐겁기라도 할 텐데, 남자라 아무 감각도 없는 건 물론 심지어 안구 테러까지 당한 것 같았다.민우도 괴로웠는지 얼른 대답했다.“그래. 너 먼저 자.”말을 마친 민우는 얼른 일어서서 화장실로 향했다.겨우 침대를 혼자 독차지한 나는 편히 잠을 청할 수 있어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하, 민우 그 자식은 왜 데려와서 생고생인지. 후회돼 죽겠네.’한창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나는 문득 전에 돗자리를 샀던 게 생각나 얼른 트렁크를 뒤졌다. 그렇게 한참을 뒤지다가 겨우 돗자리르 찾아 바닥에 깔고 그 위에 이부자리도 펴주었다. 이따가 민우가 돌아오면 그 위에서 자게 할 생각으로.몇 분 뒤, 민우는 돌아왔다.“수호, 너 이게 무슨 뜻이야?”나는 민우를 흘긋 봤다.“네가 만지는 게 싫어서 그래. 바닥에서 자. 아니면 거실에서 자든가. 네가 선택해.”민우는 화도 내지 않고 혼잣말로 툴툴거렸다.“여기 여자애도 같이 사는 거 아니야? 내가 거실에서 자면 그 애가 불편해서 어떡해? 됐어. 바닥에서 잘게. 여기서 자는 것도 내가 살던 곳보다는 나으니까.”민우는 말을 마치고 바닥에 드러누웠다. 나 역시 겨우 편히 잠들 수 있었다.다음 날, 우리는 함께 출근했다.요즘 직원들은 유독 마음이 잘 맞아 모두 사장님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