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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72화

작가: 유애
찰뗙이는 무사히?

“안왕?” 원경릉이 어찌할 바를 몰랐으나 우문호가 모든 것을 간파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고 겨우 냉정을 되찾으며,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당신은 또 어떻게 알았어?”

우문호가 원경릉을 데려다 앉히고: “그날 정후가 날 찾아와서 나한테 관직을 내놓으라고 하더군. 내가 동의하지 않았는데 정후가 마차를 내리길래 사람을 붙였더니 정후가 넷째와 만나는 것을 발견했지. 그리고는 넷째 저택에 들어가버려서 비록 그들이 무슨 꿍꿍이를 꾸몄는지는 모르겠지만 신중을 기해서 계속 사람을 시켜 정후를 지켜봤는데 어제 정후부에 아이 하나를 안고 돌아와 정후부에 숨기는 것이 때가 되면 바꿔 치기 할 거라고 추측 하고, 물 들어올 때 노 젓게 정후가 움직이게 내버려뒀지. 이 일은 나와 나장군이 상의했고 만약 정말 넷째가 아이를 데려가려고 하면 그때 바로 잡을 거야.”

원경릉이 격노하며, “기어이 찰떡이를 미끼로 썼다는 거야 지금?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할 건데?”

우문호는 원경릉이 화낼 것을 알고 미리 변명을 준비했다, “넷째가 만약 계속 우리 아이들을 해칠 생각이면 막으려 해야 막을 수 없어. 이번에 못하면 다음번에 또 계속 할 거야. 그러니 일을 크게 터트려서 아바마마께서 아시게 하는 수밖에 없어. 그러면 넷째와 관계를 완전히 끊는 한이 있어도 감히 다시는 아이들에게 손을 대지 못할 테니까. 어쨌든 아바마마께서 넷째의 속셈을 아시면 앞으로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든 전부 넷째 탓으로 돌아가게 되지.”

원경릉이 너무도 초조한 나머지, “정후가 찰떡이를 데려가서 도대체 뭘 하려는 거지?”

우문호의 말투가 냉랭한 게: “뭘 할 수 있냐고? 아들 셋을 낳는 건 복이잖아? 하나를 데려가면 당연히 복이 아니게 되지. 다시 말해 우리 아들을 약점으로 삼아 손에 쥐고 우리 부부의 숨통을 쥐겠다는 거지.”

원경릉이 이해가 안돼서, “안왕이 우리 약점을 손에 쥐겠다고? 아바마마께서 안왕을 가만 두시겠어?”

우문호가 원경릉의 어깨를 부축하며, “만약 아이가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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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왕부가 시끌벅적했다. 평소에 태자와 왕래가 없던 사람들도 이날만큼은 모두 참석했다. 안왕 내외와 손왕 내외가 함께 들어왔고, 손왕부에서 준비한 선물은 이미 초왕부에 도착해 있었다.안왕은 비단함을 들고 들어와 우문호 앞에 서서 미소를 지었다. “다섯째야, 드디어 네 번째 기쁜 일이 생겼구나.” 안왕이 말했다.그 말을 들은 손왕이 안왕을 보며 “왜 네 번째 기쁜 일이야?” 라고 물었다.“둘째 형님, 삼둥이만 해도 하나, 둘, 셋 기쁜 일이 세 번 있었고, 태자로 책봉이 됐으니 이제 총 네 번째인 거죠.” 안왕이 웃었다.손왕은 허허 웃으며 “그래. 자네 말이 맞네. 기쁜 일이야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라고 말했다.“둘째 형님 말씀에 뼈가 있네요. 이것보다 더 기쁜 일이라면…… 말 꺼내기도 무섭습니다. 하하! 둘째 형님 입 조심하세요. 다섯째가 설마 거기까지 생각하고 있겠습니까? 다른 사람이 들었다면 오해하겠습니다!” 안왕이 크게 웃었다. 안왕의 말을 들은 손왕이 멈칫했다.“본왕 뜻은 그게 아니라…… 부황께서 아직 건재하신데, 본왕이 그런 말을 했겠느냐? 넷째야 그런 말을 하는 저의가 도대체 뭐냐?” 손왕의 말에 안왕의 낯빛이 한순간에 어두워졌다. 안왕은 손왕이 자신에게 되물을 줄을 몰랐다는 표정이었다. 옛날 같았으면 안왕이 한 말을 손왕이 알아듣기까지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만약 안왕의 말을 손왕이 알아들었다고 해도, 손왕의 온화한 성격상 안왕에게 되묻지는 않았을 것이다. 손왕의 두 번째 친왕으로 동생들을 포용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손왕은 안왕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안왕의 가시 돋친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손왕이 안왕의 정곡을 찔렀다.안왕이 손왕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안으로 들어가자 손왕이 안왕의 소매를 잡아당겼다.“넷째야, 방금 한 말의 뜻이 무엇인지 똑똑히 말해라. 그렇게 말하는 저의가 뭐냐고! 여기 귀가 몇 개인데 그런 말을 함부로 하는 거야? 방금 한 말이 부황의 귀에 들어가면 어쩌려고 그래? 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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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왕의 조카인데, 본왕이 어찌 대충 보았겠느냐?” 안왕은 노발대발했다.안왕은 우문호의 당당한 태도에 일이 틀어진 게 아닌가 걱정이 됐다. 안왕이 초왕부를 둘러보니 군사들도 평온해 보였고, 우문호도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줄곧 손님들을 맞이했다. 초왕부의 하인들도 마찬가지로 긴장한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친정에서 돌아온 지 오래됐고, 아이들이 지금까지 안 씻었을 리도 없었다. 분명 얼굴을 똑똑히 봤을 텐데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발견하지 못 한 걸까? 초왕은 왜 이렇게 침착하지?’안왕은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설마 정후가 뭔 수작을 부린 건 아니겠지? 그럴 수는 없는데…… 초왕부에 오기 전에 하인이 와서 정후가 아이를 안고 서산(西山)으로 갔다고 했단 말이다. 그렇다면 세 아이의 얼굴은 똑같지 않을 거고, 우문호는 이렇게 침착할 수 없을 텐데……’안왕은 앞으로 우문호가 겪을 파문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입꼬리가 씰룩거렸다.때마침 유모 상궁이 아이들을 데리고 나왔다.5월이 하늘을 맑고 따스했다. 삼둥이들은 모두 자주색 옷을 입고있었고, 머리에는 금테와 빨간 모자가 씌워져있었다. 사람들은 삼둥이들을 보기 위해 모여들었고, 안왕도 가까이 다가와 삼둥이들을 보았다.‘망할, 셋이 완전 붕어빵이잖아?’안왕은 인상을 쓰고 우문호를 바라보았다. 우문호는 그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찰떡이를 안고는 그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사람들은 처음 보는 우문호의 다정다감한 모습에 입을 틀어막고 수군거렸다. 안왕은 정후는 쓸모없는 패라는 것을 깨닫고 몹시 화가 났다. 우문호는 안왕에게 화를 낼 시간마저 아깝다는 듯 삼둥이에게만 집중했다. 많은 사람들이 삼둥이를 보러 왔고, 안왕에게 굳이 화를 내지 않아도 그는 죄에 책임을 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옆에 있던 주수보는 작은 생명체를 보고 감탄했다.“한번 안아봐도 되겠는가?” 우문호는 찰떡이를 주수보의 품에 건네주었고, 주수보는 찰떡이를 안고 조심스럽게 좌우로 흔들었다.손왕은 그런 주수보를 바라보며 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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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수보에게 안겨있는 찰떡이를 보고 다들 삼둥이를 안아보고 싶다고 아우성이었다. 사람들은 삼둥이들을 안기 위해 줄을 섰고, 유모 상궁이 옆에서 사람들에게 아이를 안는 방법을 설명하며 차근차근 한 명씩 안게 해주었다. 사실 찰떡이가 낯선 이의 얼굴만 보면 우는 예민한 성격인데, 오늘따라 기분이 좋은지 안기는 사람마다 방긋방긋 웃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사르륵 녹였다. 예친왕(睿親王)을 거쳐 안왕도 찰떡이를 품에 안게 됐다. 안왕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찰떡이를 보자 예친왕이 안왕에게 “안기 싫으면 본왕이 좀 더 안아주겠습니다.” 라고 말했다.그 말을 들은 사람들이 일제히 안왕에게 시선이 꽂혔다. 안왕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이라도 하듯 찰떡이를 보며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을 본 우문호는 미간을 찌푸리고 안왕을 바라보았다.사람이 많으니 안왕이 찰떡이를 어떻게 하지는 못하겠지만, 우문호 입장에서는 찰떡이가 안왕의 품에 안기는 게 내키지는 않았다.“으앙!” 안왕의 품에 안기자마자 찰떡이가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했다. 그 울음소리가 어찌나 큰지 사람들이 일제히 찰떡이를 보았다. 지금까지 방긋방긋 웃던 찰떡이가 왜 저렇게 우는지 모두들 이해가 되지 않았다. 찰떡이가 울다 못해 비명을 지르자 사람들은 안왕이 찰떡이에게 무슨 짓을 한 게 아닌가 의심하기도 하고, 안왕에게 무슨 문제가 있다는 듯 그를 노려보았다. 우문호는 발버둥 치는 찰떡이를 뺏다시피 안았다. 그가 아버지라는 것을 아는 듯 찰떡이는 울음을 멈추고 평정을 되찾았다. 사람들은 찰떡이가 아버지의 체면을 살려주는 효자라며 칭찬을 했다. 안왕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사람들은 안왕을 벌레보듯 보며 아이가 저러는 데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했다.우문호는 찰떡이의 머리카락을 쓸다 문득 원경릉의 말이 생각났다. ‘삼둥이들은 다른 아이들과 달리 특별해.’우문호는 찰떡이가 위험을 감지하고 운 게 아닌가 의심했다.*잠시 후, 초왕부에 목여태감이 왔다. 그는 태자 책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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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화가 말했다."형인 경천보다 크게 부족하지는 않지만, 아직 경천만큼의 패기는 없습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경천과 대등해질 것입니다!""성격은 어떻습니까?""괜찮습니다."기화는 대부분의 사람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가 "괜찮다"고 했으니, 정말 괜찮은 사람일 것이었다.이후 기화는 원경릉과 함께 다른 도성을 방문했다. 원경릉은 미리 능력으로 소식을 보내 그들을 한곳에 모이게 했다. 한편 기화는 계란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동행했다. 그도 어쩌다 조금 여유가 생겼다.소년들은 어머니가 오자 무척 기뻐했다. 하지만 저녁이 되자, 그들은 어머니를 데리고 방으로 향했다. 그들은 그녀가 이유 없이 이렇게 먼 곳까지 올 리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원경릉은 아이들에게 아버지에 대한 일을 모두 이야기해 주었다. 약을 잘못 쓰고, 얼음 벌레에 감염되고 현대에서 사용한 약까지, 모든 것을 알려주었으며, 경천의 저주까지 전부 털어놓았다.경단과 찰떡은 이 말을 듣고 무척 놀랐다. 그들은 위기에 처한 아버지의 상황에 대해 전혀 감지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반면, 환타와 칠성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깊은 생각에만 빠져 있었다.원경릉은 이 두 아이가 떡들보다 신비로운 일에 대해 더 잘 이해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의 이 능력은 정말 타고난 것 같았다.잠시 후, 칠성이 입을 열었다."사실, 경천이 감염된 얼음 벌레가 저주의 일종일 가능성이 큽니다. 비록 기화 스승께서 연관 없다고 하셨지만, 저주도 일정한 형태와 매개체를 가지는 것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형태나 매개체가 있으니, 분명 저주를 풀 방법도 있지요. 큰 공덕을 지닌 자가 필요하다고 했으니, 어쩌면 어마마마일 수도 있습니다. 어마마마가 얼음 벌레의 저주를 없앨 방법을 연구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내가?"원경릉은 깜짝 놀랐다."아니면 아바마마일 수도 있습니다."옆에서 듣고 있던 환타가 말을 보탰다."아바마마 혈액 속 마커가 사라졌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 명의 왕비   제3235화

    그러자 원경릉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그녀는 기화가 말한 고차원 문명이 아무리 들어도 이상하게만 느껴졌다.인류는 고차원 문명에 대해 단지 추측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심지어 그 존재 여부조차 검증할 수 없다.누군가 고차원 문명이 신계 문명과 동일하다고 주장했지만, 그녀는 신계 문명을 접할 방법조차 갖지 못했다. 그런데 어떻게 신계의 시선으로 이 세계를 바라볼 수 있겠는가?그녀는 점점 자신이 주제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원경릉은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화제를 경천 황제에게 돌리려 했다."그를 구할 방법이 없습니까? 아직 젊은데 그냥 죽게 내버려두는 건 너무 아깝잖습니까?"아깝긴. 큰 공덕을 쌓았으니, 그는 죽고 윤회할 것입니다.""윤회라..."원경릉은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는 미간을 문질렀다."아까는 고차원 문명 얘기를 하시더니, 이번엔 윤회라. 사고방식이 너무 빠르게 바뀌시니, 따라가기가 힘듭니다."하지만 기화는 오히려 태연하게 말했다."뭐가 어렵습니까? 과학의 끝엔 결국 신학이라 하지 않습니까? 어찌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십니까?""그럼, 고차원 문명의 관점에서 이 저주에 관해 설명해 주시지요."이렇게 특별한 이유를 과연 그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기화가 답했다."사실 이해하기엔 쉽습니다. 저주라는 건 하나의 힘이고, 그 가문은 힘을 어지럽혀 반작용을 받는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저주라는 게 바로 그런 것이지요. 하지만 가문의 기운이 달라지며 이 반작용의 힘도 점점 약해지게 되고, 이 세대에서 거의 끝이 보입니다. 그를 큰 공덕을 쌓은 사람이라고 한 이유는, 나라를 다스리고 안정시키는 데 기여했고, 나라 발전에도 공을 세웠기 때문입니다. 그가 쌓은 덕이 반작용보다 커지면, 반작용의 힘도 점점 약해질 것이고, 결국 동화될 것입니다. 그럼, 윤회한다 해도 그는 복이 가득한 사람일 것입니다."원경릉은 그의 말을 이해하려 애쓰고 있었는데, 그때 기화가 한마디 덧붙였다."누군가는 화를 입으려 태어났고, 누군가는 운명을

  • 명의 왕비   제3234화

    "생사도 팔자에 달린 것인데 무서울 필요가 뭐 있습니까? 사람은 언젠가 죽는 법입니다. 완안 가문은 저주를 받아, 대대로 한 명씩 열여덟 살 이전에 모두 죽었지요. 태어날 때부터 이미 운명이 정해져 있었고, 그래서 사원에 보내졌습니다. 이 저주를 피하려 했지만, 결국 소용이 없었지요.""추측입니까?"원경릉이 물었다."아니요. 안풍친왕의 장인이 알려준 것입니다.""그분도 여기 계십니까?""아니요. 이 대륙의 나라들, 그리고 이 근방의 연안까지, 전부 용인 그들이 관장하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이곳에 온 이유도, 택란이 금나라 어린 황제가 혼사를 이야기했다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곳에 오기 전, 안풍친왕의 장인 라진이 경천을 황제가 되도록 도와주라 했습니다. 금나라의 정권을 안정시킨 후, 그의 동생을 후계자로 키우라고요. 아시다시피, 그들은 모든 나라가 큰 혼란에 빠지지 않도록 국사, 대사, 법사, 그리고 도사들이 갑자기 나타난 장군을 파견하여 권력을 쥐고 하지요. 역사를 공부했으니 아시잖습니까? 시대마다 등장한 엄청난 인물들은 대부분 그가 보낸 자들입니다. 각 나라에 다 있지요."원경릉은 놀라 입을 떡하고 벌렸다."용이라니요? 안풍친왕의 장인이 용이고, 여러 나라를 관장한다고요? 술을 너무 많이 드신 것 아닙니까?""아직 한 잔도 마시지 않았습니다!"기화는 다시 수염을 만지작거렸는데, 그 모습이 원경릉에게는 너무나도 어색하고 위화감이 들게 만들었다.털털하던 사람이 국사 행세를 하고 있으니, 도무지 습관 되지 않았다."어쨌든 상황은 이러합니다. 경천은 열여덟이 되기 전, 죽을 운명이지요. 하지만 죽기 전에 금나라를 안정적으로 발전하게 만들 능력이 있지요. 나라가 안정되면, 그도 죽을 것입니다."원경릉이 숨을 들이쉬었다."그 사실을 본인은 알고 있습니까?"어찌 상황이 이렇게 비현실적으로 되는 걸까?"모르지요. 알고 있다면 택란을 황후로 책봉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지금은 백 살까지 살 수도 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기화는 피식 웃었

  • 명의 왕비   제3233화

    찾아온 사람은 바로 택란의 스승인 기화였다.하지만 원경릉은 그를 알아보지 못할 뻔했다.금나라 복장을 하고 있었으며, 넉넉한 옷자락에 얼굴도 훨씬 희고 깨끗해졌으며 수염까지 길렀기 때문이다. 그의 날카롭고 빛나는 눈빛이 아니었다면, 정말 알아볼 수 없었을 것이었다."스승님, 어찌 이곳에 계십니까?"택란이 기쁘게 묻자, 기화가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미소를 지었다."이곳에 온 지 좀 됐다. 금나라에서 국사를 하며, 네 사모를 잠시 피할 겸 말이다. 금나라에 무슨 일로 온 거냐?""금나라에 온 지 오래되셨습니까? 어찌 저를 찾아오지 않았습니까?"택란이 물었다."그동안 조금 바빴다."기화는 예전보다 훨씬 더 신중해진 모습이었다. 말투에서 마저도 국사의 위엄이 느껴질 정도였다. 원경릉은 문득 예전에 양여혜가 그를 이상한 사기꾼이라고 했던 것을 떠올렸다. 이제 보니 꽤 그럴싸한 평가였다."택란아, 네 어머니와 함께 내 저택으로 가서 이야기하자꾸나."기화가 말을 이었다.택란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이제 저택까지 있으세요?"기화는 여전히 태연하게 말했다."국사인데 저택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냐?""예. 스승님의 저택도 구경하고, 며칠 머물면서 스승님과 함께 한잔... 과일주 한잔해야겠습니다."택란은 너무 기쁜 나머지 실수로 '술 한잔'이라고 말할 뻔했다.기화는 눈치를 보며 원경릉을 힐끗 보았다. 원경릉에게 택란과 술을 마시는 걸 들키면 안 된다.원경릉은 못 들은 척 넘어갔다. 사실 택란이 어린 나이에 술을 즐기는 것이 신경 쓰였지만, 직접 나설 필요는 없었다. 이 문제는 양여혜에게 전해, 기화의 부인에게 귀띔하라 말하면 된다.기화의 부인 월아는 보수적인 성격이라, 택란이 술 마시는 걸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그들은 마차를 타고 국사인 기화의 저택으로 향했다.저택은 아주 컸고, 내부는 새롭게 단장되어 있었다. 고급스러운 가구가 있는 것으로 보아, 금나라 황제가 기화를 상당히 신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기화는 택란에게

  • 명의 왕비   제3232화

    하지만 얼음 벌레의 발원지는 금나라 아닌가? 그렇다면 경천이 물을 다루는 능력은 다섯째보다 더 뛰어나야 할 텐데, 어찌 반대일까?원경릉은 옆에 놓인 찻잔을 들어 올리며 물었다."그럼 이 잔 속의 물이라면, 넘치게 할 수 있겠느냐?"경천은 고개를 끄덕였다."한 잔이라면, 가능합니다."그가 생각을 집중하자, 찻잔 속의 물이 서서히 넘쳐흘렀다. 일정한 속도로 보아, 그가 통제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그러니 바깥의 호숫물은 마음대로 조종하기 어렵다는 것이냐?"원경릉이 찻잔을 내려놓으며 다시 물었다."가끔은 가능합니다. 하지만 물을 얼리기가 훨씬 쉽습니다."경천이 솔직히 대답했다.원경릉이 다시 물었다."그럼, 언제부터 이런 능력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느냐?"경천이 답했다."다섯 살 때부터였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이런 능력을 갖추게 됐는지는 모릅니다. 어릴 때라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고요.""혹시 큰 병을 앓은 적이 있거나, 특별한 만남을 겪은 적이 있느냐? 예를 들면, 아주 대단한 인물을 만난다든가."경천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특별한 만남은 없었다만, 병에 걸린 적은 있습니다. 유모의 말로는, 어릴 적에 큰 병을 앓았고, 거의 죽을 뻔했다고 합니다."그러자 원경릉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그럼 그 큰 병을 앓은 이후부터, 이 물을 다루는…… 즉, 물을 얼리는 능력이 생긴 것이더냐?"경천은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확실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마도 그즈음이었을 것입니다."원경릉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너의 피를 조금 뽑아도 괜찮겠느냐? 많지는 않을 것이다."경천은 그녀의 말에 덤덤히 시중을 불렀다."여봐라, 비수와 사발을 가지고 오거라."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괜찮다. 채혈 도구가 있으니, 네가 동의만 하면 된다."경천은 짧게 대답한 후, 그녀가 밖으로 나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잠시 후, 그녀는 작은 약상자를 들고 돌아온 후, 경천이 전혀 본 적 없는 물건들을 꺼냈다. 그녀는 가느다

  • 명의 왕비   제3231화

    다음 날이 되자마자 모녀는 바로 금나라로 떠났다.택란은 원경릉의 신분을 밝히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황후로서 금나라에 방문한다면, 책봉 문제 때문이라고 오해를 사서 논란이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원경릉도 그런 택란의 말에 동의했다. 어차피 그녀의 옷차림이 워낙 소박하여 전혀 북당의 황후처럼 보이지 않기도 했다. 경천이 그녀의 신분을 눈치채더라도, 입 밖에 내지 않게 하면 그만이다.모녀는 초능력을 사용하여 빠르게 량주에 도착했다.택란은 자신의 신분을 숨기지 않고 곧장 황궁으로 가서 황제를 만나겠다고 밝혔다.황궁 호위들은 그녀의 신분을 알고 있어, 감히 태만히 할 수 없었기에, 즉시 두 사람을 궁 안으로 안내했다.경천은 택란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정무를 마친 후 그녀를 만나러 광명전으로 향했다.문에 들어설 때, 그의 눈에는 오직 택란만이 담겨 있었다. 그는 흥분한 채로 빠르게 다가와 기쁨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왔느냐?""예. 잠시 할 말이 있습니다."택란이 자리에서 일어나 예를 올리며 말했다."인사드립니다."경천은 그제야 원경릉을 보았다. 그는 서둘러 기쁨 어린 눈빛을 거두고 공손해졌다. 그러고는 즉시 궁인들을 나가라고 명한 뒤, 문을 닫고 원경릉에게 정중히 예를 올렸다."북당의 황후마마를 뵙사옵니다!"그는 택란에 대해 오래전부터 조사해 왔기에, 북당 황제와 황후의 초상화도 이미 알고 있었다. 비록 만나본 적은 없어도 그들의 얼굴은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한편, 원경릉은 그가 자신을 알아보는 것이 전혀 놀랍지 않았다. 그녀는 침착한 태도로 그를 유심히 살펴보았는데, 준수한 외모와 온화한 눈매 속에 황제의 위엄이 은은하게 배어 나오는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예를 갖추지 않아도 된다. 앉아서 이야기하자꾸나.""예!"경천은 잔뜩 긴장이라도 한듯 다시 한번 허리를 숙였다."먼저 앉으시지요."원경릉이 먼저 자리에 앉자, 그는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으며 택란을 흘깃 바라보았다.그는 황후가

  • 명의 왕비   제3230화

    원경릉은 딸의 반응을 보고 하마터면 눈물이 날 뻔했다. 그녀는 마음이 점점 아려와, 딸을 꼭 끌어안고는, 눈시울을 붉히며 웃었다."깜짝 놀라게 해 주려 했지, 기쁘냐?""기뻐요! 너무 기뻐서 정신을 잃을 지경입니다!"택란은 원경릉의 품에서 고개를 들어 답했는데, 그녀의 사랑스러운 얼굴에 홍조가 떠올라 기쁨이 고스란히 드러났다.주 아가씨와 냉명여도 원경릉을 찾아와 인사를 했다. 원경릉은 격식을 차리지 않고 다정하게 인사를 나누고, 함께 안으로 들어가 이야기를 나눴다.택란은 급히 주 아가씨에게 말했다."관아에 가서 호명 오라버니를 부르시오. 함께 식사하겠네.""예. 바로 다녀오겠습니다!”주 아가씨는 손을 모아 예를 올리고는 곧장 떠났다.그러자 냉명여는 눈치껏 모녀가 단둘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배려하며, 같이 따라 들어가지 않다. 잠시 후, 원경릉은 택란에게 금나라 황제가 벌인 약혼식과 황후 책봉에 대해서 물었다. 비록 택란이 오라버니들에게 속마음까지 다 말하지 않았어도, 그녀에게는 가감 없이 털어놓았다."그는 정말 많이 변했습니다. 큰 오라버니만큼 키가 컸고, 비록 오라버니보다는 못하지만, 여전히 잘생겼습니다. 게다가 아바마마가 이야기할 때처럼 저한테 정말 다정했습니다. 하지만 아바마마처럼 위엄 있고 패기가 넘치진 않았습니다.""그래?"원경릉은 택란의 표정을 살폈다. 열한 살 아이가 감정을 다 안다고 할 순 없지만, 누군가의 헌신에 쉽게 감동할 수는 있었다."예. 사실 예전에는 진국왕에게 억눌린 그가 불쌍하다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는 금나라를 홀로 통치하고 있고, 근 2년 만에 금나라는 그의 다스림 하에 질서정연해지고 빠르게 발전하였습니다. 무엇보다 함께 광산을 개발하는 일에도 방해하지 않았고, 심지어는 아주 좋은 조건도 제시했습니다. 마침 아바마마에게 글을 올리려고 했는데, 어마마마께서 오신 것입니다.""그래. 보아하니 그 아이에 대한 평가가 좋구나."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이 말을 다섯째가 들었다면 분명

  • 명의 왕비   제3229화

    택란의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우문호가 바로 말했다."네가 직무를 무단이탈한 일은, 돌아가서 장군에게 처벌받도록 해라. 군율은 허울뿐인 것이 아니다. 네 신분이 무엇이든, 군에 들어갔으면 법을 지켜야 한다. 앞으로 또 나가고 싶다면, 미리 자리를 비우겠다고 청을 하거라.""예. 알겠습니다."우문예가 답했다.그러자 우문호는 아들을 보며, 속으로 뿌듯함을 느꼈다."가자. 어서 네 어머니와 함께 저녁을 먹자."원경릉은 소월궁으로 돌아온 아들을 보고 기뻐했다. 그녀는 즉시 사람들에게 요리를 몇 가지 더 준비하게 했다. 직무이탈에 대해서는 어차피 다섯째가 잔뜩 잔소리했을 테니, 따로 말하지 않았다.그녀가 약도성의 상황을 묻자, 우문예가 대답했다."지금 약도성의 민생은 많이 안정되었고, 모두 발전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게다가 계란이가 금나라와의 협약까지 체결해, 함께 광물을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약도성은 앞으로 점점 더 발전될 것입니다."이 말을 들으며, 우문호는 늘 그렇듯이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자식들이 이렇게 유능하고, 훌륭하게 성장했다는 것이 그에게는 더없는 자랑이었다.약도성은 그가 가장 걱정했던 곳이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지진으로, 오히려 국면이 바뀌었다. 이 모든 일에 계란이의 공이 크다.저녁 식사를 마친 후, 우문예는 곧바로 군영으로 돌아갔다.한편, 원경릉은 다음날 바로 약도성으로 출발할 예정이었다. 그러자 다섯째는 밤새 그녀를 붙잡고 끝없는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길 조심해야 하고, 식사 거르지 말고, 추위 조심하고, 모래바람도 조심해야 한다고 말을 늘어놓았다.밤새워 잔소리하던 그는 갑자기 시무룩한 얼굴로 말했다."사실… 나도 가고 싶소."원경릉은 그는 위로하며 입을 열었다."아이들을 보고 싶어 하는 거 알고 있소. 이번에 모두 데려오는 것이 어떻소?""하지만 아이들을 데려온다면, 굳이 당신이 직접 갈 필요가 없지 않소? 편지를 보내서 불러오면 되잖소?""음… 그래도 직접 가야 하네. 약도성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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