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호강연원경릉이 호강연을 보니 말할 수 없은 이상하고 어색한 마음이 들었다.호강연의 눈은……태후의 눈빛과 비슷하게 다정하고 자애로웠다.“고마워요.” 원경릉은 이렇게 말할 수 밖에 없는 것이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호강연이: “임신에 도움이 되는 약을 가져왔어요, 아이에게 줄 작은 장난감도 준비했고요, 좋아하셨으면 좋겠네요.”호강연이 말을 하며 일어나 직접 가져온 선물을 깠다.원경릉이 보니 귀한 보약에 장난감까지, 원경릉이 약간 놀란 건 딸랑이와 천으로 만든 공을 제외하고 나머지 장난감은 모두 무기였다.진 채찍, 비수, 암기가 들어있는 상자, 피리, 그런데 이 피리는 은밀한 기관을 감춘 것 같다.과연 호강연이 피리를 들고 3번째 구멍을 막고 ‘삐’불자 은침이 날아가 문짝에 딱 꽂혔다.원경릉이 입을 딱 벌리고 아무 말도 못했다.“별로 예요?” 호강연이 말했다.“좋아요, 좋아해요.” 원경릉이 정신을 차리고 그녀를 보니, 또 자상한 어머니처럼 바라보는데 온화함이 눈에서 뚝뚝 흘렀다.다음 상황은 더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호강연이 노마님 역에 완전 몰입한듯 연기하며 원경릉의 손을 잡고 이걸 주의해라, 저걸 주의해라, 이걸 먹어라, 저거 먹으면 안된다. 원경릉은 마치 말 잘 듣는 착한 학생처럼 원래 뽐냈던 고자세가 다 움츠러들며 쉴 새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네, 알겠어요 하고 있다.그 사이 희상궁이 약과를 가져와서 여러 접시에 나눠 손님께 권하는데, 원경릉이 산사약과를 집자 호강연이 원경릉의 손목을 잡으며 잔소리하길: “임산부는 산사를 먹으면 안돼요?”의사인 원경릉이 영문을 몰라서: “왜요?”“산사에는 막힌 기를 뚫고 어혈을 푸는 효능이 있어 임산부에게는 맞지 않아요.” 호강연이 눈살을 찌푸리며, “이런 상식도 몰랐어요? 이거 사람을 오라고 해서 시중을 들게 해야겠어요. 왕비마마께서 이러시면 제가 안심이 안돼요.”원경릉이 거의 두려운 눈빛으로 호강연을 보고 다시 희상궁을 봤다.희상궁도 갈피를 못 잡는 건 마찬가
염탐꾼 희상궁원경릉이 왕야에게 돌아가, 호강연의 오늘 일거수일투족을 전부 얘기했다.그리고 조심스러우면서도 대담한 추측을 내놓았는데, “호아가씨가 설마 아바마마께 반한 건 아니겠지? 난 왜 그녀에게서 어르신 말투가 느껴졌지? 게다가 호아가씨가 오늘이 아니면 나에게 절하기 어렵다고 했어, 그럴 가능성은 없을까?”우문호가 다 듣고, 기분이 나쁘고 질투의 눈빛은 감추기 어려워, “무슨 눈빛이라고? 나는 마음에 안 들면서 아바마마 그 꼰대가 좋다고, 멋진 남자를 만난 적이 없군, 남자 보는 눈이 없네.”원경릉이 눈살을 찌푸리며, “아쉬워? 가서 얘기해 줄까?”우문호가 손을 내저으며, “됐어, 옆구리 찔러서 절 받기 싫어, 호아가씨에게 살 길을 열어준 셈 치지.”원경릉이 침대에 앉아: “이건 그냥 내 추측이야. 사실은 아니고 그냥, 난 원래 호아가씨가 교만하고 제멋대로 일거라고 생각했거든, 오늘 만나보니 그렇지 않았어, 겉모습만 보고 떠도는 소문은 가짜구나 싶어.”“호아가씨는 어릴 때부터 진북에서 자랐어, 소문이 경성까지 들어오는데 천리길이 떨어졌으니 차이가 나도 이상할 건 없지.” 우문호는 오히려 그럴 가능성이 높다며 마음 속으로 자기도 모르게 좋아했다.“안되겠어, 희상궁을 시켜 좀 알아보라고 해야지.” 원경릉이 말했다.우문호는 원경릉이 나가는 것을 보고 기분이 좋아져서 노래를 흥얼거렸다.희상궁이 우문호의 명패를 들고 입궁했는데, 명목은 태상황에게 초왕비의 상태를 보고해야 한다는 것이었다.태상황 쪽은 별다른 정보를 탐문하지 않았다.희상궁은 목여태감을 찾아갔다.목여태감이 희상궁을 한쪽으로 끌고가서 목소리를 낮춰: “모르겠어요, 오늘 진북후가 가고 폐하께서 계속 안 나오시고 내가 들어가서 시중들며 보니 안색이 아주 어둡고 때때로 고함소리가 들리는데 고함소리가 애처롭고, 때때로 물건을 던지는데 상소문이고 벼루고 전부 던져서 콰당콰당 하는데, 심지어 냉정언 대인이 왔는데도 보지 않으시고 누구한테 화를 내시는 건지 모르겠어요.”“진북후가 뭐라고 했는데
호강연의 결심희상궁은 굳게 마음을 먹고 출궁했다.이 때 명원제는 목여태감에게 들어오라고 하더니 어두운 낯빛으로: “방금 널 불렀는데 어째서 자리에 없었느냐? 어딜 갔었어?”목여태감이 지금은 폐하의 심기를 건드려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사실대로 고하며, “폐하께 아룁니다. 희상궁이 입궁하여 문안하기로 소인이 감히 들어오라 하지는 못하고 밖에서 몇 마디 나누었고, 희상궁이 폐하의 안부를 여쭈었습니다.”명원제의 눈이 음흉해 지며, “희상궁이 문안을? 궁에 들어가서 상황을 살펴보라는 사주를 받았나 보지?”명원제는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답답한 게, 원래는 다섯째의 후궁이 될 사람이 지금 자신의 비가 되려 하다니 참으로 돌고 돌아 명원제가 다섯째의 짐을 져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목여태감이 사실대로 말할 엄두를 못 내고 대신 은근히: “하지만 희상궁은 다른 것을 물었습니다, 입궁해서 태상황 폐하께 왕비마마의 상태를 보고하는 김에 와서 문안 드리는 거라 했습니다.”명원제가 짜증을 내며: “나가, 썩 꺼져!”목여태감이 허리를 숙이고 물러나와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명원제는 아직 흔들리고 있는 휘장을 보는 미간에 내 천(川)자가 깊이 패인다.명원제는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는 것이 그 꼬맹이 녀석이 왜 궁에 들어오려고 하는 걸까? 자신을 하찮게 여기는 것은 아닌 게 확실한 게, 외모로 보나 능력으로 보나 명원제가 어디 가서 뒤지는 사람은 아니다.하지만 분명한 건 그 꼬맹이에겐 더 나은 선택이 있다는 사실이다.이리 저리 생각해 봐도 그 녀석이 바보 멍청이 같고 명원제 자신의 마음을 모르겠다. 그래서 직접 호강연과 얘기해 보기로 했다. 선배로서 황제라는 신분으로 인생에는 선택할 수 있는 많은 길이 있고, 아버지와 집안 사람을 걱정시켜서는 안되며 가장 중요한 건 황제를 근심하고 번뇌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똑똑히 알려주리라.명원제는 어명을 내려 호강연에게 들라 했다.호강연이 어명을 듣고 족히 10초는 멍하니 있었다.호강연의 얼굴이 조금씩 발그스레해
호강연과 황제의 만남호강연은 대략 향 하나가 탈 정도 시간을 마음을 다잡는데 보내고 겨우 마차에 올랐다.입궁하는 길 따그닥따그닥 말굽소리보다 쿵쿵거리는 그녀의 심장 뛰는 소리가 더 컸다.호강연은 손수건을 꼭 쥐고 최대한 즐거운 상상을 하며 마음을 가볍게 하고 싶었지만 머리 속에 뭐가 생각 날 리가 있나? 온통 잘생기고 위엄 넘치는 그 얼굴로 가득하다.호강연은 상궁의 믿음직한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한숨을 내쉬며: “상궁, 내 인생에 가장 중요한 사건이야, 내 나약함으로 망쳐버릴 수는 없어.”상궁이 가볍게 호강연의 어깨를 토닥이며, “그렇다면 아가씨 조금만 더 용기를 내세요. 폐하께 아가씨 마음속의 얘기를 하게요.”호강연은 자신의 손가락을 꽉 쥐고, 더 꽉 쥐었다. 그렇다, 지금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용기다.자신의 미래는 자신이 쟁취하는 것이다.두툼한 노란 벽돌담에 금빛 찬란한 유리 기와, 부귀와 권위가 흘러 넘치는 짙은 붉은색 궁문, 돌계단을 밟을 때 호강연은 자신의 어릴 때 꾸었던 꿈에 한발짝 다가서고 있음을 느꼈다.그녀의 마음은 어느새 굳건해 지기 시작했다.호강연은 어서방 문 앞에 다다르자 다시 한번 깊이 숨을 들이쉬고, 고개를 들고 목여태감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호강연이 사뿐사뿐 반짝거리는 하얀 돌판을 걸어가는데, 신발코에 진주가 치마 끝에 가려 보였다 가려졌다 하며 한걸음 한걸음 9년간 사모하던 사람에게로 다가갔다.걸음을 멈추고 꿇어 앉아, “호강연 폐하를 뵙습니다.”명원제는 낮게 꿇은 자세를 보고 마음이 안돼서 흘끔 보고: “됐다. 일어나거라.”“감사합니다. 폐하!” 호강연이 손수건을 쥐고 일어나 손을 가지런히 했지만 황제를 보고 고개를 들지 않았다.명원제가 목소리를 가다듬고 이 꼬맹이와 얘기하는 게 태상황과 얘기하는 것보다 스트레스가 크다고 생각하며, “네 아버지가 네 결혼 문제로 오늘 입궁했었다. 짐이 생각하기에 네 아버지가 노고가 크고, 너도 어릴 때부터 자라는 것을 봐온 지……”호강연이 갑자기 고개를 들고 부리부리
명원제와 호강연의 대결호강연이 어디 가라고 한다고 갈 사람이야? OK를 못 받으면 갈 리가 없는 게, 호강연은 두 번 다시 속마음을 그에게 고백할 용기를 내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녀는 천천히 앞으로 나가 명원제에게, “천하의 남자 중에 당신을 제외하고 마음에 드는 사람은 하나도 없으니 저를 위해 남편감을 고르느라 애쓸 필요 없으세요. 만약 제가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전 오늘 여기서 죽는 한이 있어도 제 인생을 당신들이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겁니다. 제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씀하시며 입궁은 다시는 되돌아갈 수 없는 길이라고 하셨는데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그건 제가 선택한 길입니다. 만약 제가 일생 좋아할 리 없는 사람과 결혼시키시는 것도 돌아올 수 없는 길인 것은 마찬가지 입니다. 하지만 다른 점은 그 길은 당신들이 선택하신 길로 전 당신들을 원망하겠지요 제가 죽을 때 까지요.”명원제가 낭패라는 눈빛으로 살짝 언성을 높이며: “평생 좋아할 리가 없다니 무슨 소리냐? 시집을 가면 자연스럽게 좋아하는 법으로 천하의 여자들이 다 이러한데, 그들은 그러면 결혼전부터 좋아했다는 말이냐?”호강연이 갑자기: “다른 여자들은 시집가기 전에 마음속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없으니 당연히 남편과 시간을 보낼 수록 정이 싹트겠지요, 설사 정이 없어도 이미 하나로 묶였으니 어쩔 수 없죠. 그걸 그럭저럭 버틴다고 하는 겁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버틸 수 없어요. 왜냐면 저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15살 시집갈 나이가 되자 진북에선 끊임없이 혼담이 있었지만 전 다 싫다고 했습니다. 진북에 좋은 남자가 없어서가 결코 아닙니다. 제가 마음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제 마음엔 다른 사람이 있었으니까요. 폐하 아시겠어요?”명원제가 화를 내며: “너랑 얘기하는 건 쇠 귀에 경읽기야. 말이 안 통해. 너랑은 됐으니 짐이 네 아버지를 불러 얘기하마, 너의 인륜지 대사는 네 아버지가 주도하는 게 맞지.”호강연이 단호하게: “제 결혼은 제가 주도적으로 합니다. 제 인생이니까요
호강연의 결혼을 앞둔 진북후천벌을 받을 지고!진북후는 딸이 기쁜 소식을 전하고는 팔짝팔짝 뛰어 방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고 슬픔으로 가슴이 메였다.진북후는 산을 내려온 맹호같이 기세가 등등하고 위엄이 넘쳤는데 어쩌다가 발이 걸려 제대로 도랑에 빠지고 말았다.체면이 땅에 떨어진 건 말할 것도 없고 온 힘을 다해 만들어낸 위세가 헛것이 되었다.명원제의 어명이 늦게 도착해 다음날에야 진북후 저택에 도달했다.비에 봉했으나 봉호도 만들기 귀찮았는지 호비(扈妃)라고 한 게 아무리 봐도 대충한 것 같다.하지만 호강연은 좋아서 어쩔 줄 모르고 호비가 제일 듣기 좋다고 했다.진북후는 딸이 기뻐하는 것을 보고 불쾌한 마음을 다스리며 중얼거리길: “황후가 되는 것도 아닌데 뭐가 그렇게 좋아?”호강연이: “그대는 물고기가 아니거늘, 어찌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리요?”진북후가 한숨을 쉬며, “그대는 물고기가 아니거늘, 어찌 물고기의 고통을 알겠느냐? 앞으로 알게 될 게다. 후궁 마마들이 널 못 잡아먹어서 안달일 게 분명하고, 네가 황제에게서 멀리 있어야 비로소 삶이 편할 거다.”“아버지, 설마 폐하에게 황후를 폐위하라고 압력을 넣으실 건 아니죠? 당초에 제가 초왕에게 시집을 가게 됐어도 초왕비에게 양보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예요.”진북후가 썩은 낯빛으로, “애비가 덤벙거리긴 해도 바보는 아니다. 초왕비와 황후가 어떻게 같아? 주씨 집안과 정후부가 같으냐? 정후에겐 미운 털이 박힐 수 있지만, 감히 주재상에겐 밉보일 수 없어.”호강연이 웃으며: ‘아버지도 겁나는 사람이 있으세요? 황제도 두려워하지 않으시는 줄 알았는데?”진북후가 느릿느릿 걸어가 앉으며, “웃는 호랑이라는 게 있는데 말이야, 평소엔 잘 참고 받아주지, 네가 어쩌다가 그 사람 앞에서 방귀를 뀌어도 너한테 아무 말도 하지 않아. 심지어 어쩌다가 네가 농담삼아 빈정거려도 말이지. 하지만 분수를 알아야 해. 능력만큼 방귀도 뀌는 거지. 내가 초왕비 자리를 요구한다면, 좋다! 하지만 황후의 자리를 요구한다면
호비의 입궁을 대하는 비빈의 태도“넌 체면도 없냐!” 진북후는 즉시 얼굴이 굳어지며 호통을 쳤다.호강연이 웃으며 도망쳤다.비로 봉한다는 교지가 내린 뒤라 후궁에선 분명 다 알고 있을 것이다.황후가 제일 먼저 어안이 벙벙했다.이 일은 황제가 언급하는 걸 들어본 적도 없었던 일로 비를 책봉하는 것과 같이 중대한 사안을 황제가 황후인 자신과 일언반구조차 않은 것이다.황후는 분통이 터져서 죽을 지경이다.하지만 열 받은 건 자기 뿐이고, 후궁들은 전부 와서 어떻게 된 건지 묻는 행간에, 황후가 지나치게 은밀하게 일을 꾸민다는 말투다. 하긴 후궁들에게 먼저 소식을 알리지 않았으니 할 말은 없다.황후는 단정한 얼굴빛을 꾸미고 듣기 좋은 말로 후궁에 5년간이나 비를 뽑지 않았고, 5년전에 뽑은 3명이 입궁한 뒤 소빈이 죽었으니 엄격하게 말하면 후궁에 오랫동안 새사람이 들어오지 않은 것이 아니냐. 새로운 피로 수혈할 필요가 어쩌고. 후궁들은 상당히 언짢아서 누가 새사람이 필요한데? 당신이나 새 피로 수혈하시지, 후궁들은 긴 세월에 걸쳐, 모두의 얼굴에 주름이 지고서야 비로소 공평해졌나 싶은데 뜬금없이 팽팽하고 윤기나는 소녀가 나타난다는데 늙은 사람들이 어디 상대가 되겠어?황후는 속에 천불이 나지만 얼굴은 여전히 미소를 띠고, “입궁한 뒤엔 다 자매가 되니 앞으로 같이 화목하게 지내며 폐하를 잘 모십시다. 자아, 가보세요.”황후가 이렇게 말하니 마마들도 어쩔 수 없이 일어나 자리를 떴다.황후가 마지막 한줄기까지 미소를 유지하다가, 마마들이 모두 문을 나가자 폭발하며 험한 말이 쏟아지는데, “폐하께서 이번엔 단단히 잘못 하셨어, 어찌 나에게 먼저 귀띔조차 안 할 수가 있어.”궁인들은 위로를 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에 진북후에서 진북군까지 얘기가 이어지고 다시 황제가 어쩔 수 없었음을 언급하니 황후의 분노도 어느 정도 잠재워 졌다.황후도 사실 감히 황제를 찾아갈 엄두를 낼 수 없는 게 나귀빈 사건 판결이 뒤집어진 이후 황후의 마음이 계속 허했다.당초에
안왕과 귀비의 계략아니다 됐다. 궁에서 보낸 세월이 얼만데 새 사람이 들어오는 걸 처음 보는 것도 아니고.현비는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호강연은 훌륭한 며느리감으로 만약 다섯째와 결혼했으면 그의 앞날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됐을까?결국 황제 손에 거둬졌으나, 황제에게 아무 소용없잖아? 진짜 열 받아 죽겠네.그리고 다섯째도 뺐어 올 생각은 없고 내내 원씨만 싸고 돈다.원씨 배속의 아이가 남자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만약 군주면 다섯째를 어쩌면 좋아.궁중에서 가장 냉정한 건 귀비임에 틀림없다.안왕은 오늘도 아침 일찍 입궁해 귀비에게 문안하고 모자는 궁에서 한참 얘기를 나누었다.귀비가 벙글벙글 웃으며 아들에게: “이제 걱정 없지? 당초에 다섯째가 호강연과 혼인하나 싶어서 걱정했는데 걔가 황제의 후궁이 될 마음을 먹었을 줄 누가 알았어. 비빈마마가 된다고 하니 현비의 희망이 수포로 돌아가서 열 꽤나 받았겠지, 호강연이 돌아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바로 불러들여 담소를 나누더라니. 무슨 생각인지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어?”안왕이 확실히 안심하며: “진북후가 예전부터 다섯째를 잘 봤고, 만약 다섯째가 호강연과 혼인하면 우리에겐 불리하지만 지금도 방심할 순 없습니다. 진북후 쪽이 움직이는 걸 먼저 확인해 봐야 해요. 그가 저를 밀던 그렇지 않던 다섯째 쪽으로만 가까이 가지만 않으면 됩니다.”귀비가 장의자 등받이에 반쯤 기대서, “진북후는 무장에 불과해서 머리가 단순하고, 원래 출신이 높지 않은데 지금 공을 세워 금의환향했으니 명문세가가 되려고 발버둥칠 게 분명해. 네 외할아버지께 진북후와 연락을 좀 취하라고 하려 무나. 좀더 공을 들여야 해, 그는 아직 우리 사람이 아닐 수도 있으니까.”안왕이 놀라는 기색으로, “어마마마는 제 마음을 꿰뚫어 보시는 군요.”귀비가 코웃음을 치며, “네 속마음을 내게 감출 수 있을 것 같으냐? 전에 내가 아팠을 때는 코빼기도 안 뵈더니 오늘 네 아바마마가 고 계집애를 비로 책봉했다고 하니 바로 오늘 걸 보고도 눈치 못 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