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 514화

Author: 유애
곤장을 맞는 주명양과 옥패를 주는 주명취

이 말이 땅에 떨어지자 마자 이미 주재상의 나무 곤장이 내리쳐졌다. 막대기가 살에 떨어지는 투박한 소리만 들리고 주명양의 비명이 터지고 머리를 감싸고 땅바닥에 뻗더니 죽은 듯이 입술을 깨물고 한사코 신음 소리를 내지 않았다.

주명취가 서둘러 달려와 이 장면을 보고 달려 들었으나 천천히 걸음을 멈추고 곤장이 주명양의 등과 엉덩이에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마음속에 말할 수 없는 후련함이 느껴졌다.

주명양은 결국 울부짖었는데, 이번 매는 주재상이 세게 때려서 피부가 찢어지고 살이 터졌다.

만아가 엎드리며 주재상의 곤장을 빼앗으려고 하는 걸 우문호가 잔을 던지니, 만아의 이마에서 깨져 순식간에 선혈이 흘러내리고 만아가 고개를 들고 흉악하고 악랄하게 우문호를 바라봤다. 피가 뚝뚝 떨어지고 말할 수 없는 음산한 공포로, “초왕 전하, 뜻밖에 일개 여자와 겨루다니 정말 남자가 아니군요.”

“주씨 집안의 노비는 과연 이토록 방자하구나. 견문이 넓어졌어.” 예친왕이 차갑게 말했다.

주재상의 곤장이 만아의 몸에 떨어지고 만아는 이를 악물고 그대로 받아내며, “어르신 때리세요, 쇤네를 때려 죽이시고 둘째 아가씨를 용서해 주세요.”

주씨 집안 사람들이 하나 둘 꿇어 앉아 사정하고 주명양의 부모가 달려와 주명양이 맞아서 의식도 곧 잃을 것 같으니 다급히 말리며 땅에 꿇어 앉아 용서를 빌었다.

주명양은 땅을 기는데 고통으로 전신에 힘이 없고, 입술은 깨물어 터져 선혈이 흘러내리며 우문호를 보고 팔꿈치를 살짝 짚고 독한 목소리로: “네가 오늘 내게 한 모든 것은 내가 명심했다가 다음에 열 배로 갚아주마.”

우문호가 주명양을 쳐다보지도 않고 방금 속으로 세어보니 이미 30대가 충분했으므로 분도 상당히 가라앉아서 일어나 주재상에게: “재상, 물러가겠습니다!”

용서하거나 화해한다는 말 없이 그렇게 갔다.

서일이 얼른 따라갔다.

소요공과 예친왕 모두 방치된 상태라 자연스럽게 소요공과 예친왕은 남아서 난장판이 된 상황을 수습하고 늘 그렇듯 몇 마디 덕담을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명의 왕비   제 515화

    주명취와 우문호, 그리고 소요공의 판단“한가지만 물어보게요, 그때 나에게 결혼 약속했던 거 실행할 수 있어요?” 주명취는 서일이 같이 있는 것에도 불구하고 눈가를 붉히며 물었다.서일은 눈이 왕방울만해 져서 귀를 쫑긋했다.우문호는 서일을 노려보는데 서일이 있으니 참으로 말하기가 불편하다.“제왕비,” 우문호가 정색하며: “내 생각에 과거 일은 이미 과거이니 피차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겨두는 것이 서로에게 좋을 듯 해.”주명취는 절망적인 눈빛으로, “결국 역시 원경릉 때문이군요, 설사 예전이라 해도 초왕은 저에게 원경릉처럼 그렇게 잘해주지 않았어요.”우문호가: “다행히 그녀가 내 아이를 낳고 키우길 원하니 그녀에게 잘해주지 않으면 하늘에서 벼락을 맞을 일이지, 일곱째가 너에게 잘하지 않느냐, 제왕비가 받은 복을 소중히 여기길 바래.”“제왕은 후궁을 맞았다고!” 주명취가 차갑게 말했다.우문호가 아무렇지도 않게: “그 후궁은 네가 일곱째를 위해 데려온 거잖아? 듣기로 네가 일곱째에게 후궁을 붙여주자고 직접 황후마마께 사정했다고 하던데, 네 스스로 청했으니 틀림없이 네가 흔쾌히 한 거잖아, 감당할 수밖에.”주명취는 한 걸음 앞으로 다가와 열렬한 눈빛으로 우문호를 보고 목소리를 낮추어 최대한 서일이 들을 수 없게, “마지막으로 한번만 물을 게요. 만약 내가 제왕과 헤어지면 당신은 원경릉과 헤어지고 나를 정비로 맞아들이길 원해요? 원경릉이 할 수 있는 일은 나도 할 수 있어요, 나도 당신을 위해 아이를 낳아서 기르고 싶어요, 절대 당신을 원망하지 않을 거예요.”서일이 듣더니 눈이 똥그래지고 찬 공기를 한 모금 들이 마시고, 안되겠어, 이 말은 반드시 왕비마마께 알려야 해, 앞으로 조심하시라고.우문호는 대답하지 않고 그저 평소처럼: “제왕비,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잘 안 들리는 군. 난 일이 있어서 그럼 이만!”말을 마치고 귀신에게라도 쫓기듯이 성큼성큼 밖으로 나갔다.말을 달려 떠나면서 서일이: “왕야, 방금 얘기 왕비마마께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소인

  • 명의 왕비   제 516화

    대작하는 주재상과 소요공주재상은 자기에게 피를 봐야 끝이 날 재앙이 닥쳤다는 느낌이 들며 사람을 시켜 술을 가져오라고 하고 소요공과 나한상에 앉아서 양반다리를 하고 술을 마셨다.“다섯째 이 녀석이 속이 좁아.” 소요공이 슬쩍 웃으며, “너무 마음 쓰지 말게.”주재상이 아무렇지도 않게: “속이 좁다고? 오히려 그 반대일 걸, 공처가인 게 걱정이긴 하지만.”소요공이 껄껄 웃으며 술잔을 들고 주재상과 잔을 부딪히며, “자네 그 말엔 반박하지 않겠어, 확실히 그래. 여자를 위해서는 참으로 목숨을 던질 수 있으니 말이야, 자네한테 미운 털 박히는 걸 두려워하지 않다니.”주재상이 소요공을 째려보며, “우문호같은 황실 사람은 나한테 밉보이면 왜 안돼? 큰일나냐? 다른 사람이 이렇게 말하면 그렇다고 치지만 너는 나랑 사귄 게 얼만데? 아직도 이렇게 말하고 진짜 이렇게 좋은 술 주기가 아깝다.”말을 마치고 술을 빼앗아 갔다.소요공은 박수를 짝 치고 입맛을 다시며, “됐네 됐어, 삐쳤군 아니야? 너한테 한마디 했다고 그걸 듣기 싫어하냐, 사실 몇년간 주씨 집안이 방자하게 군 일이 어디 한둘인가? 수하 사람들 관리 좀 해야 하네, 막돼먹은 배짱이나 부리고 말이야, 어린 여자애도 시건방지게 다른 사람에겐 시집가지 않겠다고 감히 친왕에게 큰소리를 치지 않나.”소요공이 자기 얼굴을 두드리며, “얼굴을 어떻게 들고 다녀? 체면은? 내가 다 부끄러워서 어쩔 줄 모르겠네.”주재상이 냉랭하게: “관리 좀 하라고? 안 하는 게 아니야, 너도 알다시피 내가 바쁘잖아, 주부의 일은 전부 큰애에게 맡겼는데 큰애 성격이 유약해서 됐네, 그만 하세, 운명이 다한 거면 조상의 음덕도 이게 끝인 거지, 확실히 나도 관 짝에 발 한쪽 넣고 있는 나이니 걔들을 관리해서 뭐하겠나? 죽을 사람은 죽은 건데, 짜증내지 말자고!”“자네가 죽어도 눈을 못 감을 까봐 걱정이라서 그래, 관을 박차고 뛰어나올라.” 소요공이 누에콩(茴香豆子)을 한 알 집어 먹으며 평소처럼 말했다.주재상이 손을 흔들며,

  • 명의 왕비   제 517화

    쫓겨난 만아이 화제는 더이상 얘기하지 말자.소요공이 가고, 주재상은 사람을 시켜 만아를 헛간에 가두고 사람을 붙여 엄하게 심문했다. 만아는 신쟝(新疆) 남부지역 사람으로 집안이 몰락해 수도로 팔려와 기예를 팔다가 신쟝 남부 사람이란 신분때문에 쫓겨났는데 주명양은 본디 만아를 잘 대해줄 생각이 없었지만 재주가 있는 것을 보고 곁에 남아 있게 했다.신쟝 남부사람은 은혜와 원수를 확실히 따져서 어쨌든 주씨 집안 둘째 아가씨가 거두어 주었으니 충심으로 보답했던 것이다.주재상은 경조부 관아 계획은 만아가 세운 것이 아님을 알고 매를 쳐서 주씨 집안에서 쫓아냈다.그 만아가 짐을 꾸릴 때 주명양을 찾아가 작별 인사를 했다.주명양은 매를 맞아서 침대에서 일어날 수 없었는데 만아가 쫓겨난다는 얘기를 듣고 황급히 고개를 들어, “네가 어차피 쫓겨날 바엔 하나만 내 일을 도와라.”“둘째 아가씨 말씀하세요.” 만아가 말했다.“넌 신쟝 남부사람이니 무고를 할 줄 알 거야, 원경릉을 죽여버려.” 주명양이 이를 갈며 말했다.만아가 놀라서, “저…… 사람을 죽이는 일은, 쇤네는 할 수 없습니다.”“못 하는 거냐?” 주명양이 만아를 쳐다봤다.“아닙니다. 단지 아무 이유 없이 어떻게 사람을 죽인다는 말입니까? 쇤네는 초왕비와 원한관계가 없습니다.” 만아가 말했다.주명양이 큰 소리로 꾸짖으며, “이 쓸모없는 멍청한 것, 일 좀 시키니까 이리저리 핑계를 대고 안 해? 이번 일도 네가 먼저 가면을 벗지만 않았어도 경조부 사람도 감히 추적조사를 못 했을 것이다. 이 일을 망친 건 네 년이란 사실을 아직 벌하지도 않았건만.”만아가: “둘째 아가씨, 이 일과 가면을 벗은 것은 아무 관계도 없을 뿐더러 쇤네가 위험을 무릅쓰고 재상 어르신 흉내를 낸 것은 저희가 관아에 무사히 들어가기 위해서 였습니다. 이미 일을 다 끝이 났으니 다시 모험할 필요는 자연스럽게 없어진 것이지요.”만아는 앞에 꿇어 엎드려 고개를 들고 주명취를 흘끔 바라보며, “그리고 둘째 아가씨도 쇤네를 속이셨습니다

  • 명의 왕비   제 518화

    거지와 만아, 돌아온 우문호만아가 고개를 들어 거지를 보니, 온몸에 때가 꼬질꼬질한 더러운 소년이 살벌한 눈빛으로 적의에 가득 차서 쳐다보고 있다. 만아가 눈물을 쓱 닦으며, “내가 네 집에 앉았다고? 미안해. 내가 옮길 게, 옮겨 갈게.”“손발이 멀쩡한데 가서 일을 찾아봐요.” 소년이 차갑게 말하며, “구걸할 필요가 어디 있어요?”만아가 울음을 터트리며, “난 신쟝 남쪽 사람이라 어느 집도 신쟝 남쪽 계집은 필요 없다더라.”“부두에 가서 짐을 날라요, 손발이 건장하니 힘도 세겠네.” 소년이 앉아서 뱃가죽을 만졌다. 오늘 또 아무 수확없이 돌아 왔다. 꼬마 거지는 벌써 이틀째 먹을 걸 못 구하고 물로 배를 채웠다.만아가 몸을 일으켰다.얼마 지나지 않아 만아가 돌아왔는데 손에 찐빵 두개가 들려 있고, 소년에게 건네며, “먹어.”소년이 머뭇머뭇 하고 고개를 들어 만아를 보더니, “당신 혹시……”“내가 산 거야, 훔친 거 아냐.” 만아가 귓불을 만지며, “원래 주인집에서 귀걸이 한 쌍을 나한테 줬는데, 팔았어. 돈으로 바꾸려고.”“거지 아니었어요?” 소년이 받아 들고 한입 씩 먹는데 한 입을 한참을 씹고서야 넘겼다.“아니야, 하지만 앞으론 구걸을 해야 할지도 모르지.” 만아가 슬프게 말하고 앉으며 소년에게, “부두에서 포대를 나르는 곳에서 여자도 쓴데?”소년이 고개를 가로 저으며, “분명 아닐 걸요.”만아가 ‘아이고’하며 부은 눈을 닦고는 어째야 좋을지 모르겠다.소년이: “무술을 좀 할 줄 알아요?”“조금 해.”소년이: “내일 서집(西集)에 가봐요, 어떤 집에서 무술을 할 줄 아는 계집을 구한다 던데.”“난 신쟝 남쪽 사람이잖아.” 만아는 일반 사람들이 신쟝 남쪽 사람을 싫어하는 걸 안다.소년이 좀 짜증을 내며, “가서 한 번 부딪혀 봐요, 난 더이상 말 안 할거야.”“어, 알았어.” 만아가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소년이 사람은 꽤 괜찮다고 생각했다.한편 우문호는 초왕부로 돌아온 뒤 어떻게 주명양의 죄를 묻고, 어떻게 주씨 집안의

  • 명의 왕비   제 519화

    원경릉에게 주명취와의 일을 얘기하는 우문호우문호는 눈을 부라리며, “넌 나가라, 내가 알아서 말 할 테니까.”서일이 풀이 죽어 나갔다.원경릉이 두 사람의 ‘상호작용’을 보고, “응? 다른 얘기가 있어?”우문호가 또 물을 마시고, 침을 몇 번 삼킨 후에 조심스럽게 원경릉을 바라보며: “이건 진짜 나랑 별 관계 없는 건데, 그래도 내 생각에 너한테 일단 얘기는 해야 할 것 같아.”“말해.” 원경릉이 우문호의 얼굴에 이 일이 작은 일이 아니라고 써 있다.“그러니까 그게 나갈 때 있잖아, 나랑 같이 서일도 나갔거든, 그때 주명취가 쫓아와서……” 우문호가 기침을 하며 뭔가 부자연스럽게, “그러니까 그 제왕비가……”“주명취가 누군지 아니까, 빨리 말해!” 원경릉이 목소리를 높였다.우문호가, ‘응’하고 시선을 회피하며, “제왕비가 쫓아와서 그 옥패를 나한테 돌려줬는데, 가져갔던 그 옥패있잖아, 황조부께서 나한테 주신 그거, 너도 알지, 내가 원래 이 옥패를 소중히 여겼잖아, 그게 3조각이 난 걸로 주니까 열 받는 거야……”원경릉이 탁자를 치며, “핵심을 말해!”우문호가 고개를 숙이고 발음도 불분명하게 잽싸게 말하는 게, “제왕비가 나한테 묻길, 만약 자기가 합의 이혼하면 나도 너랑 이혼하고 자기를 정비로 맞아줄 수 있냐고.”원경릉이 눈이 휘둥그레져서, “맙소사!”우문호가 얼른 변명하며, “난 아무 말도 안 했어, 바로 서일을 끌고 나왔어.”원경릉이 우문호를 보고 쓴 웃음을 지으며: “우문호, 너를 못 잊어 하는 여자가 도대체 몇 명이야?”“하지만 난 너만 그리워하잖아.” 우문호가 원경릉의 손을 잡아당겨 끌어 안고,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맹세해, 너 외에 절대 딴 마음 먹지 않는다고.”원경릉이 우문호의 가슴에 기대, “난 왕야를 믿어, 하지만 분명 나보다 좋은 사람이 나타나겠지.”특히 앞으로 만약 우문호가 정말 황제가 된다면, 구중궁궐의 비빈들이……원경릉은 생각만해도 머리가 지끈거렸다.“지금 너보다 좋은 사람이 있다고 해도, 좋다고

  • 명의 왕비   제 520화

    인력 시장에서 만아와 만난 사식이와 희상궁희상궁과 사식이가 요 며칠 비교적 바빴지만, 초왕부에 인력이 부족한데다 앞으로 왕세자가 태어난 뒤엔 각종 일로 더 바빠질 게 분명하니 초왕부는 믿고 맡길 만한 사람을 찾아야 했다.제일 좋은 건 무술을 좀 할 줄 아는 것으로 이건 사식이가 제안한 것인데, 왕비가 드나들 때 무술을 할 줄 아는 시녀가 따라다니는 것이 안심이라는 이유에서 이다.그래서 다음날 일찍, 사식이는 희상궁을 데리고 서집(西集)에 갔다.둘은 자기들이 초왕부 사람이란 얘기를 하지 않고 단지 솜씨가 괜찮은 시중드는 여자를 구한다고만 말한데다 돈도 충분히 내놓았다. 그래서 매일 지원하는 사람은 상당히 많지만 마땅한 사람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사식이 요구 조건이 높아서 그런 것인데 지원자는 10 초식을 받아내야 하기 때문이다.안타깝게도 3초식까지도 못 갔다.오늘의 좌판을 벌여 놓고 인력소개꾼이 다가와 묻자 사식이가 손을 내젓고는, “그만 둬요, 우리가 알아서 찾을 테니까.”사식이는 인력소개꾼을 믿지 않는데, 말하는 거나 성격 등 조목조목을 전부 외우게 해서 진짜인지 아닌지 알아볼 수가 없다.인력소개꾼이 실실 웃으며, “이삼 일을 보시고도 한 사람도 못 찾으셨는데 제가 데리고 있는 아이들은 왜 안 보세요? 마르고 가냘픈 미인, 풍성한 미인, 원하는 여자는 다 있답니다.”사식이가 시큰둥하게: “우리가 몸매 보고 사람 뽑습니까? 우리한테 필요한 사람은 성격이 단정하고 무술을 좀 아는 사람이란 말입니다. 가세요. 가. 길 막지 말고, 바로 누가 올 테니.”인력소개꾼이 흥미를 잃고 떠났다.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고 건실해 보이는 여자였는데 사식이가 무술을 할 줄 아느냐고 물어보니 여자가 힘이 세서 큰 가마솥도 단숨에 들 수 있다고 했다.하지만 초식을 겨뤄보니 사식이가 호미걸이로 그녀를 땅바닥에 넘어뜨렸다.“아무리 솥을 들 수 있어도 소용없어요.” 사식이가 탄식했다.희상궁이 웃으며: “됐어. 건장한 아이 몇을 찾으면 돼지. 이 나이에 무공을

  • 명의 왕비   제 521화

    만아가 초왕부에?번화가 한복판에서 두 사람이 100합이 넘게 겨뤄도 우열을 가리지 못하고 단지 숨만 좀 찰 뿐이다. 사식이가 초식을 거두고 웃으며: “그만 합시다. 충분해요.”만아는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기뻐하며: “정말요?”상궁이 사식이에게 불평을 늘어놓으며, “어떻게 물어보지도 않는 것이냐? 집안이 어떤 지, 이름이 뭔 지.”사식이가 웃으며: “전 실기 담당이니, 필기는 상궁께서 보세요.”상궁이 만아에게 묻길: ‘이름이 무엇이냐? 나이는? 어디 사람이지? 경성에 온 지는 얼마나 됐고?”민아가: “저는 고만아(古蠻兒)로 경성에 온 지 3년 되었습니다. 올해 17살이고요, 전에 어느 대가집에서 몸종으로 있다가 나왔습니다.”“어디 사람이지?” 상궁이 물었다.만아가 멈칫멈칫 하며 소매를 꼭 쥐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신쟝 남쪽 지역이요.”“전에 있던 주인집은 어디냐?” 상궁이 물었다.“주부입니다.” 만아가 말했다.상궁이 당황해서, “주재상 어르신 집 말이냐?”“예.” 만아가 조금 긴장했다.상궁이 부드러운 말투로, “주씨 집안은 규율이 엄격한데 주부에 있었다니 규율을 잘 알고 있겠구나. 됐다. 너를 거두마.”만아가 ‘아’하더니, “저…...저는 그……신쟝 남쪽 사람으로……”상궁이 아무렇지도 않게 만아를 보고, “신쟝 남쪽 사람은 다리가 4개더냐? 그냥 평범한 사람 아니냐? 넌 챙겨야 할 게 있느냐? 언제부터 집으로 올 수 있지?”만아가 감동해서: “지금 돼요, 지금 바로 갈 수 있어요.”상궁이 진중하게, “그래, 하지만 순서에 따라 너와 얘기를 나눠야 할 게 있다. 장기 계약과 단기 계약 그리고 완전히 몸을 의탁하는 매매 계약이 있는데, 3년, 5년, 10년, 20년, 종신이다.”만아가 얼른: ‘10년이요.”상국이 웃으며, “아직 집에도 안 가보고 10년을 덥석 계약하려고?”“그럼 여기저기 일자리 찾으러 다니지 않아도 되니까요, 일자리 찾기가 너무 어려워요.” 만아가 말했다.상궁이 계약서를 쓰고: “서명을 하고 엄지

  • 명의 왕비   제 522장

    초왕부에 온 만아와 이를 본 서일서일이 사식이에게, “내가 뭘, 본 적이 있다는 게 뭐가 뻔뻔해?”“딱 봐도 예쁘장하니까 본 적이 있다 느니 하는 거잖아요. 당신 같이 밝히는 남자들 많이 만나봤거든요.” 사식이가 쌩하고 가버렸다.서일이 어리둥절하다가 사식이를 한손으로 붙잡고 벽으로 쾅 밀어붙이더니 한 손으로 벽을 치며 사식이를 자신의 큰 그림자 안에 가두고는, 얼굴을 들이밀고 엄숙한 말투로: “어디 똑바로 말해봐, 누가 밝히는 남자라고?”사식이가 깜짝 놀라서 정신없이 손으로 서일의 얼굴을 덮고 밀며, “뭐 하는 거예요?”사식이가 손을 밀자, 손가락이 서일의 눈을 찍어 눌러 서일이 얼른 손을 뻗어 쳐내니 사식이도 손을 뻗어 쳐내고 두 사람이 이렇게 몇 초식을 겨뤘다.서일이 화가 나서, “너 정말 일부러 분란을 일으키는데, 내가 너희 원씨 성을 두려워 한다고 착각하지 마라, 너 맨날 내가 멍청하다고 해도 너랑 다투지 않았더니 이제 와서 내가 밝히는 남자고 내 눈을 후벼파?”사식이도 화를 내며, “난 그냥 당신이랑 농담 좀 한 건데, 이 돼지 콧구멍이 못 알아듣나 보네?”“돼지 콧구멍은 너지.”“돼지 콧구멍이 누군지 몰라? 가르쳐줘?” 사식이가 몸을 앞으로 내밀며 화를 냈다.서일이 보니 사식이가 또 주먹이 앞설 자세라 손으로 그녀를 밀치며, “비켜……”하자사식이가 결국 폭발해서 서일이 손으로 밀친 곳 위치를 보고 얼굴이 시뻘게진 채로 벽력같이 소리치며, “서일, 이 여자나 밝히는 놈이 감히 내 몸에 손을 대?”사식이가 펄쩍 뛰어 올라 서일의 얼굴에 따귀를 날렸다.서일이 손으로 얼굴을 움켜쥐었다가 슬금슬금 손을 내리더니 의아하다는 듯 자기 손바닥을 내려다 본 다음 사식이의 가슴을 보더니 얼굴이 공포로 물들며, “맙소사, 너 진짜 여자였어.”“자다가 봉창 두드려? 내가 여자인줄 몰랐어?” 사식이 화가 나서 소리쳤다.서일이 목을 움츠리더니 멈칫멈칫하며, “맨날 왁자지껄 구는데 네가 여자인줄 누가 알겠냐?”“죽을라 고 이게!” 사식이가 주

Latest chapter

  • 명의 왕비   제3377화

    잔뜩 긴장한 채로 앞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있었던 주 지부는 우렁찬 상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중심을 잃은 듯 비틀거렸다. 그는 이내 팔을 뻗어 망루의 기둥을 붙잡으려 했지만, 허공에서 멈추고 말았고, 그대로 몸이 앞으로 쏠려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말에서 빠르게 날아올라,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그에게 달려갔다. 상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 지부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를 안고 빙 돌아서 바닥에 착지했다.주 지부는 깜짝 놀라서 그만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를 구해준 사람은 반짝거리는 눈망울에, 품위 있는 모습의 젊고 잘생긴 사내였다. 주 지부는 그를 황제의 호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새도 없이 그에게 예를 올렸다.“대인,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그때 말들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는데, 서일이 먼저 말에서 내려, 다급히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으십니까?”우문호도 매우 놀란 듯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주 지부는 정말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숨을 들이쉬었다.“괜찮다.”그러고는 주 지부를 보며 물었다.“자네는 누구요?”주 지부는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누가 황제인지 추측했다.황제는 올해 마흔에 가까운 나이로 알려져 있었기에 위엄이 넘쳐 보일 것이었다. 그는 일행 중, 냉 수보와 홍엽을 만난 적 있었기에, 거친 모습을 한 이 인물은 아마도 호위로 추측된다. “묻지 않았소? 자네는 누구요? 어찌 죽으려고 하는 것이오?”서일은 그가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주 지부는 울 지경이었다. 냉 수보가 그를 보고 있으니, 예를 올려야 하지만, 황제도 자리에 있으니, 바로 냉 수보에게 예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체 누가 황제란 말인가?그는 황제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어, 결국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고는 그들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

  • 명의 왕비   제3376화

    원경릉의 말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대인은 땅에 엎드려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자신이 황제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평소 차분하고 신중한 주 지부도, 그도 감정이 격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황후를 만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황제까지 오신다는 소식에 그의 마음은 흥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원경릉은 평생을 경성에서 다섯째와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그가 온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다들 걱정 없이 역병을 치료하고, 언제나 황제가 그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니, 황제가 직접 오는 것이, 지방 관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원경릉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폐하게서는 그저 역병 때문에 온 것이니, 모두 각자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네.”“예, 예, 마마의 명을 따르겠습니다.”주 지부가 눈물을 닦으며 답했다.그렇게 관아와 의서가 협력하여, 오계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원 할머니는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몇 가지 내렸다. 경증 환자는 약차를 계속 마시고, 증상이 악화하거나 중증 환자는 그녀의 처방을 사용하도록 했다.전에 이미 근처 주부에 연락해 약을 보내라 명했고, 오계부에서 구비한 약까지 있으니, 이번 역병을 대처할 수 있었다.오계부 의서는 이번 역병을 과거의 역병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소홀히 한 것 외에는 준비가 충분했다.원경릉은 황제 일행이 저녁 무렵 오계부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다.주 지부는 원래 여러 관리와 함께 황제를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원경릉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녀는 황제가 미복 순행 중이니, 과하게 맞이하여 백성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그 말에 주 지부는 당황했다.황제가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맞이하지 않는다니,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그러나 그는 황

  • 명의 왕비   제3375화

    약을 쓰자, 주 지부의 열이 단번에 내려갔다.열이 내려가니 정신이 맑아져,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마마에게 예를 올리겠다고 고집 피웠다.원경릉은 그에게 누워 있으라고 말한 후, 역병에 관해 이야기하며 주 지부에게 이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주 지부는 이를 듣고 깜짝 놀라 말했다.“소신은 매일 의서에 사람을 보내, 역병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사옵니다. 매일 보고된 상황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역병이 발생했지만, 작년과 비슷한 정도였고, 약재도 충분한데, 어찌 이렇게 심각해진 것입니까?”“매년 역병이 발생했으나, 대대적으로 퍼지지 않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네.”원경릉이 답했다.“의서의 이 대인을 불러, 상황을 확인하겠습니다.”주 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어제 이미 그를 찾아가,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조사하라 명했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이네. 자네가 사람을 보내, 관아에 와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게.”“예!”주 지부는 곧바로 사람을 보냈다.푸른 옷을 입은 남자는 관아에서 일하는 관리였기에, 그는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관아 내에서 병에 걸린 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해냈다.관아 내에서 역병 증상을 보인 사람은 총 열여덟 명이었고, 그중 두 명은 병세가 심각하여 이미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주 지부는 관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린 줄 몰랐고, 관리의 보고를 들은 후, 큰 충격을 받았다.의서의 이 대인은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바삐 움직였다. 서관 대인이 직접 오셨으니, 어떻게든 시키는 일을 완성해내야 했다.그는 사실 역병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그저 작년과 비슷하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여러 지역과 의원을 돌아보고 나서야, 이번 역병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처음엔 그저 서관 대인에게 보고만 하려고 했지만, 병세가 심각해지자 그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인원수를 통계하

  • 명의 왕비   제3374화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 명의 왕비   제3373화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 명의 왕비   제3372화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 명의 왕비   제3371화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 명의 왕비   제3370화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 명의 왕비   제3369화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