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하는 주재상과 소요공주재상은 자기에게 피를 봐야 끝이 날 재앙이 닥쳤다는 느낌이 들며 사람을 시켜 술을 가져오라고 하고 소요공과 나한상에 앉아서 양반다리를 하고 술을 마셨다.“다섯째 이 녀석이 속이 좁아.” 소요공이 슬쩍 웃으며, “너무 마음 쓰지 말게.”주재상이 아무렇지도 않게: “속이 좁다고? 오히려 그 반대일 걸, 공처가인 게 걱정이긴 하지만.”소요공이 껄껄 웃으며 술잔을 들고 주재상과 잔을 부딪히며, “자네 그 말엔 반박하지 않겠어, 확실히 그래. 여자를 위해서는 참으로 목숨을 던질 수 있으니 말이야, 자네한테 미운 털 박히는 걸 두려워하지 않다니.”주재상이 소요공을 째려보며, “우문호같은 황실 사람은 나한테 밉보이면 왜 안돼? 큰일나냐? 다른 사람이 이렇게 말하면 그렇다고 치지만 너는 나랑 사귄 게 얼만데? 아직도 이렇게 말하고 진짜 이렇게 좋은 술 주기가 아깝다.”말을 마치고 술을 빼앗아 갔다.소요공은 박수를 짝 치고 입맛을 다시며, “됐네 됐어, 삐쳤군 아니야? 너한테 한마디 했다고 그걸 듣기 싫어하냐, 사실 몇년간 주씨 집안이 방자하게 군 일이 어디 한둘인가? 수하 사람들 관리 좀 해야 하네, 막돼먹은 배짱이나 부리고 말이야, 어린 여자애도 시건방지게 다른 사람에겐 시집가지 않겠다고 감히 친왕에게 큰소리를 치지 않나.”소요공이 자기 얼굴을 두드리며, “얼굴을 어떻게 들고 다녀? 체면은? 내가 다 부끄러워서 어쩔 줄 모르겠네.”주재상이 냉랭하게: “관리 좀 하라고? 안 하는 게 아니야, 너도 알다시피 내가 바쁘잖아, 주부의 일은 전부 큰애에게 맡겼는데 큰애 성격이 유약해서 됐네, 그만 하세, 운명이 다한 거면 조상의 음덕도 이게 끝인 거지, 확실히 나도 관 짝에 발 한쪽 넣고 있는 나이니 걔들을 관리해서 뭐하겠나? 죽을 사람은 죽은 건데, 짜증내지 말자고!”“자네가 죽어도 눈을 못 감을 까봐 걱정이라서 그래, 관을 박차고 뛰어나올라.” 소요공이 누에콩(茴香豆子)을 한 알 집어 먹으며 평소처럼 말했다.주재상이 손을 흔들며,
쫓겨난 만아이 화제는 더이상 얘기하지 말자.소요공이 가고, 주재상은 사람을 시켜 만아를 헛간에 가두고 사람을 붙여 엄하게 심문했다. 만아는 신쟝(新疆) 남부지역 사람으로 집안이 몰락해 수도로 팔려와 기예를 팔다가 신쟝 남부 사람이란 신분때문에 쫓겨났는데 주명양은 본디 만아를 잘 대해줄 생각이 없었지만 재주가 있는 것을 보고 곁에 남아 있게 했다.신쟝 남부사람은 은혜와 원수를 확실히 따져서 어쨌든 주씨 집안 둘째 아가씨가 거두어 주었으니 충심으로 보답했던 것이다.주재상은 경조부 관아 계획은 만아가 세운 것이 아님을 알고 매를 쳐서 주씨 집안에서 쫓아냈다.그 만아가 짐을 꾸릴 때 주명양을 찾아가 작별 인사를 했다.주명양은 매를 맞아서 침대에서 일어날 수 없었는데 만아가 쫓겨난다는 얘기를 듣고 황급히 고개를 들어, “네가 어차피 쫓겨날 바엔 하나만 내 일을 도와라.”“둘째 아가씨 말씀하세요.” 만아가 말했다.“넌 신쟝 남부사람이니 무고를 할 줄 알 거야, 원경릉을 죽여버려.” 주명양이 이를 갈며 말했다.만아가 놀라서, “저…… 사람을 죽이는 일은, 쇤네는 할 수 없습니다.”“못 하는 거냐?” 주명양이 만아를 쳐다봤다.“아닙니다. 단지 아무 이유 없이 어떻게 사람을 죽인다는 말입니까? 쇤네는 초왕비와 원한관계가 없습니다.” 만아가 말했다.주명양이 큰 소리로 꾸짖으며, “이 쓸모없는 멍청한 것, 일 좀 시키니까 이리저리 핑계를 대고 안 해? 이번 일도 네가 먼저 가면을 벗지만 않았어도 경조부 사람도 감히 추적조사를 못 했을 것이다. 이 일을 망친 건 네 년이란 사실을 아직 벌하지도 않았건만.”만아가: “둘째 아가씨, 이 일과 가면을 벗은 것은 아무 관계도 없을 뿐더러 쇤네가 위험을 무릅쓰고 재상 어르신 흉내를 낸 것은 저희가 관아에 무사히 들어가기 위해서 였습니다. 이미 일을 다 끝이 났으니 다시 모험할 필요는 자연스럽게 없어진 것이지요.”만아는 앞에 꿇어 엎드려 고개를 들고 주명취를 흘끔 바라보며, “그리고 둘째 아가씨도 쇤네를 속이셨습니다
거지와 만아, 돌아온 우문호만아가 고개를 들어 거지를 보니, 온몸에 때가 꼬질꼬질한 더러운 소년이 살벌한 눈빛으로 적의에 가득 차서 쳐다보고 있다. 만아가 눈물을 쓱 닦으며, “내가 네 집에 앉았다고? 미안해. 내가 옮길 게, 옮겨 갈게.”“손발이 멀쩡한데 가서 일을 찾아봐요.” 소년이 차갑게 말하며, “구걸할 필요가 어디 있어요?”만아가 울음을 터트리며, “난 신쟝 남쪽 사람이라 어느 집도 신쟝 남쪽 계집은 필요 없다더라.”“부두에 가서 짐을 날라요, 손발이 건장하니 힘도 세겠네.” 소년이 앉아서 뱃가죽을 만졌다. 오늘 또 아무 수확없이 돌아 왔다. 꼬마 거지는 벌써 이틀째 먹을 걸 못 구하고 물로 배를 채웠다.만아가 몸을 일으켰다.얼마 지나지 않아 만아가 돌아왔는데 손에 찐빵 두개가 들려 있고, 소년에게 건네며, “먹어.”소년이 머뭇머뭇 하고 고개를 들어 만아를 보더니, “당신 혹시……”“내가 산 거야, 훔친 거 아냐.” 만아가 귓불을 만지며, “원래 주인집에서 귀걸이 한 쌍을 나한테 줬는데, 팔았어. 돈으로 바꾸려고.”“거지 아니었어요?” 소년이 받아 들고 한입 씩 먹는데 한 입을 한참을 씹고서야 넘겼다.“아니야, 하지만 앞으론 구걸을 해야 할지도 모르지.” 만아가 슬프게 말하고 앉으며 소년에게, “부두에서 포대를 나르는 곳에서 여자도 쓴데?”소년이 고개를 가로 저으며, “분명 아닐 걸요.”만아가 ‘아이고’하며 부은 눈을 닦고는 어째야 좋을지 모르겠다.소년이: “무술을 좀 할 줄 알아요?”“조금 해.”소년이: “내일 서집(西集)에 가봐요, 어떤 집에서 무술을 할 줄 아는 계집을 구한다 던데.”“난 신쟝 남쪽 사람이잖아.” 만아는 일반 사람들이 신쟝 남쪽 사람을 싫어하는 걸 안다.소년이 좀 짜증을 내며, “가서 한 번 부딪혀 봐요, 난 더이상 말 안 할거야.”“어, 알았어.” 만아가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소년이 사람은 꽤 괜찮다고 생각했다.한편 우문호는 초왕부로 돌아온 뒤 어떻게 주명양의 죄를 묻고, 어떻게 주씨 집안의
원경릉에게 주명취와의 일을 얘기하는 우문호우문호는 눈을 부라리며, “넌 나가라, 내가 알아서 말 할 테니까.”서일이 풀이 죽어 나갔다.원경릉이 두 사람의 ‘상호작용’을 보고, “응? 다른 얘기가 있어?”우문호가 또 물을 마시고, 침을 몇 번 삼킨 후에 조심스럽게 원경릉을 바라보며: “이건 진짜 나랑 별 관계 없는 건데, 그래도 내 생각에 너한테 일단 얘기는 해야 할 것 같아.”“말해.” 원경릉이 우문호의 얼굴에 이 일이 작은 일이 아니라고 써 있다.“그러니까 그게 나갈 때 있잖아, 나랑 같이 서일도 나갔거든, 그때 주명취가 쫓아와서……” 우문호가 기침을 하며 뭔가 부자연스럽게, “그러니까 그 제왕비가……”“주명취가 누군지 아니까, 빨리 말해!” 원경릉이 목소리를 높였다.우문호가, ‘응’하고 시선을 회피하며, “제왕비가 쫓아와서 그 옥패를 나한테 돌려줬는데, 가져갔던 그 옥패있잖아, 황조부께서 나한테 주신 그거, 너도 알지, 내가 원래 이 옥패를 소중히 여겼잖아, 그게 3조각이 난 걸로 주니까 열 받는 거야……”원경릉이 탁자를 치며, “핵심을 말해!”우문호가 고개를 숙이고 발음도 불분명하게 잽싸게 말하는 게, “제왕비가 나한테 묻길, 만약 자기가 합의 이혼하면 나도 너랑 이혼하고 자기를 정비로 맞아줄 수 있냐고.”원경릉이 눈이 휘둥그레져서, “맙소사!”우문호가 얼른 변명하며, “난 아무 말도 안 했어, 바로 서일을 끌고 나왔어.”원경릉이 우문호를 보고 쓴 웃음을 지으며: “우문호, 너를 못 잊어 하는 여자가 도대체 몇 명이야?”“하지만 난 너만 그리워하잖아.” 우문호가 원경릉의 손을 잡아당겨 끌어 안고,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맹세해, 너 외에 절대 딴 마음 먹지 않는다고.”원경릉이 우문호의 가슴에 기대, “난 왕야를 믿어, 하지만 분명 나보다 좋은 사람이 나타나겠지.”특히 앞으로 만약 우문호가 정말 황제가 된다면, 구중궁궐의 비빈들이……원경릉은 생각만해도 머리가 지끈거렸다.“지금 너보다 좋은 사람이 있다고 해도, 좋다고
인력 시장에서 만아와 만난 사식이와 희상궁희상궁과 사식이가 요 며칠 비교적 바빴지만, 초왕부에 인력이 부족한데다 앞으로 왕세자가 태어난 뒤엔 각종 일로 더 바빠질 게 분명하니 초왕부는 믿고 맡길 만한 사람을 찾아야 했다.제일 좋은 건 무술을 좀 할 줄 아는 것으로 이건 사식이가 제안한 것인데, 왕비가 드나들 때 무술을 할 줄 아는 시녀가 따라다니는 것이 안심이라는 이유에서 이다.그래서 다음날 일찍, 사식이는 희상궁을 데리고 서집(西集)에 갔다.둘은 자기들이 초왕부 사람이란 얘기를 하지 않고 단지 솜씨가 괜찮은 시중드는 여자를 구한다고만 말한데다 돈도 충분히 내놓았다. 그래서 매일 지원하는 사람은 상당히 많지만 마땅한 사람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사식이 요구 조건이 높아서 그런 것인데 지원자는 10 초식을 받아내야 하기 때문이다.안타깝게도 3초식까지도 못 갔다.오늘의 좌판을 벌여 놓고 인력소개꾼이 다가와 묻자 사식이가 손을 내젓고는, “그만 둬요, 우리가 알아서 찾을 테니까.”사식이는 인력소개꾼을 믿지 않는데, 말하는 거나 성격 등 조목조목을 전부 외우게 해서 진짜인지 아닌지 알아볼 수가 없다.인력소개꾼이 실실 웃으며, “이삼 일을 보시고도 한 사람도 못 찾으셨는데 제가 데리고 있는 아이들은 왜 안 보세요? 마르고 가냘픈 미인, 풍성한 미인, 원하는 여자는 다 있답니다.”사식이가 시큰둥하게: “우리가 몸매 보고 사람 뽑습니까? 우리한테 필요한 사람은 성격이 단정하고 무술을 좀 아는 사람이란 말입니다. 가세요. 가. 길 막지 말고, 바로 누가 올 테니.”인력소개꾼이 흥미를 잃고 떠났다.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고 건실해 보이는 여자였는데 사식이가 무술을 할 줄 아느냐고 물어보니 여자가 힘이 세서 큰 가마솥도 단숨에 들 수 있다고 했다.하지만 초식을 겨뤄보니 사식이가 호미걸이로 그녀를 땅바닥에 넘어뜨렸다.“아무리 솥을 들 수 있어도 소용없어요.” 사식이가 탄식했다.희상궁이 웃으며: “됐어. 건장한 아이 몇을 찾으면 돼지. 이 나이에 무공을
만아가 초왕부에?번화가 한복판에서 두 사람이 100합이 넘게 겨뤄도 우열을 가리지 못하고 단지 숨만 좀 찰 뿐이다. 사식이가 초식을 거두고 웃으며: “그만 합시다. 충분해요.”만아는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기뻐하며: “정말요?”상궁이 사식이에게 불평을 늘어놓으며, “어떻게 물어보지도 않는 것이냐? 집안이 어떤 지, 이름이 뭔 지.”사식이가 웃으며: “전 실기 담당이니, 필기는 상궁께서 보세요.”상궁이 만아에게 묻길: ‘이름이 무엇이냐? 나이는? 어디 사람이지? 경성에 온 지는 얼마나 됐고?”민아가: “저는 고만아(古蠻兒)로 경성에 온 지 3년 되었습니다. 올해 17살이고요, 전에 어느 대가집에서 몸종으로 있다가 나왔습니다.”“어디 사람이지?” 상궁이 물었다.만아가 멈칫멈칫 하며 소매를 꼭 쥐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신쟝 남쪽 지역이요.”“전에 있던 주인집은 어디냐?” 상궁이 물었다.“주부입니다.” 만아가 말했다.상궁이 당황해서, “주재상 어르신 집 말이냐?”“예.” 만아가 조금 긴장했다.상궁이 부드러운 말투로, “주씨 집안은 규율이 엄격한데 주부에 있었다니 규율을 잘 알고 있겠구나. 됐다. 너를 거두마.”만아가 ‘아’하더니, “저…...저는 그……신쟝 남쪽 사람으로……”상궁이 아무렇지도 않게 만아를 보고, “신쟝 남쪽 사람은 다리가 4개더냐? 그냥 평범한 사람 아니냐? 넌 챙겨야 할 게 있느냐? 언제부터 집으로 올 수 있지?”만아가 감동해서: “지금 돼요, 지금 바로 갈 수 있어요.”상궁이 진중하게, “그래, 하지만 순서에 따라 너와 얘기를 나눠야 할 게 있다. 장기 계약과 단기 계약 그리고 완전히 몸을 의탁하는 매매 계약이 있는데, 3년, 5년, 10년, 20년, 종신이다.”만아가 얼른: ‘10년이요.”상국이 웃으며, “아직 집에도 안 가보고 10년을 덥석 계약하려고?”“그럼 여기저기 일자리 찾으러 다니지 않아도 되니까요, 일자리 찾기가 너무 어려워요.” 만아가 말했다.상궁이 계약서를 쓰고: “서명을 하고 엄지
초왕부에 온 만아와 이를 본 서일서일이 사식이에게, “내가 뭘, 본 적이 있다는 게 뭐가 뻔뻔해?”“딱 봐도 예쁘장하니까 본 적이 있다 느니 하는 거잖아요. 당신 같이 밝히는 남자들 많이 만나봤거든요.” 사식이가 쌩하고 가버렸다.서일이 어리둥절하다가 사식이를 한손으로 붙잡고 벽으로 쾅 밀어붙이더니 한 손으로 벽을 치며 사식이를 자신의 큰 그림자 안에 가두고는, 얼굴을 들이밀고 엄숙한 말투로: “어디 똑바로 말해봐, 누가 밝히는 남자라고?”사식이가 깜짝 놀라서 정신없이 손으로 서일의 얼굴을 덮고 밀며, “뭐 하는 거예요?”사식이가 손을 밀자, 손가락이 서일의 눈을 찍어 눌러 서일이 얼른 손을 뻗어 쳐내니 사식이도 손을 뻗어 쳐내고 두 사람이 이렇게 몇 초식을 겨뤘다.서일이 화가 나서, “너 정말 일부러 분란을 일으키는데, 내가 너희 원씨 성을 두려워 한다고 착각하지 마라, 너 맨날 내가 멍청하다고 해도 너랑 다투지 않았더니 이제 와서 내가 밝히는 남자고 내 눈을 후벼파?”사식이도 화를 내며, “난 그냥 당신이랑 농담 좀 한 건데, 이 돼지 콧구멍이 못 알아듣나 보네?”“돼지 콧구멍은 너지.”“돼지 콧구멍이 누군지 몰라? 가르쳐줘?” 사식이가 몸을 앞으로 내밀며 화를 냈다.서일이 보니 사식이가 또 주먹이 앞설 자세라 손으로 그녀를 밀치며, “비켜……”하자사식이가 결국 폭발해서 서일이 손으로 밀친 곳 위치를 보고 얼굴이 시뻘게진 채로 벽력같이 소리치며, “서일, 이 여자나 밝히는 놈이 감히 내 몸에 손을 대?”사식이가 펄쩍 뛰어 올라 서일의 얼굴에 따귀를 날렸다.서일이 손으로 얼굴을 움켜쥐었다가 슬금슬금 손을 내리더니 의아하다는 듯 자기 손바닥을 내려다 본 다음 사식이의 가슴을 보더니 얼굴이 공포로 물들며, “맙소사, 너 진짜 여자였어.”“자다가 봉창 두드려? 내가 여자인줄 몰랐어?” 사식이 화가 나서 소리쳤다.서일이 목을 움츠리더니 멈칫멈칫하며, “맨날 왁자지껄 구는데 네가 여자인줄 누가 알겠냐?”“죽을라 고 이게!” 사식이가 주
기왕비의 하소연만아가 고개를 흔들며, “아뇨, 그게 아니라 초왕부의 규칙이 엄하다고 들어서 실수할 까봐 걱정돼서 그래요.”“그래서 내가 규칙을 가르치는 게 아니냐, 기억하고 있으면 돼.” 희상궁이 말했다.만아가 영혼 없이 ‘에’하고 대답했다.기왕비는 병이 깊은 몸을 이끌고 매일 한 번씩 오는데 원경릉은 우선 기왕비를 치료한 뒤 회왕부에 갔다.며칠이 지나고 회왕부 쪽에 갈 필요가 없어져 기왕비의 치료에만 전념하면 되게 되었다.우문호 쪽은 사건이 이미 정리되어 정강부 관원들은 한 무더기가 처분을 받았으며 셋은 목이 달아났는데, 그 중 하나가 기왕비의 사촌 동생 막문이었다.그래서인지 이날 기왕비가 왔을 때 기왕비는 전신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그간 며칠 치료하면서 기왕비는 줄곧 병세를 제외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도 더욱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았다. 보통 주사를 걸어 놓고 방에 가서 쉬었다가 주사가 끝나면 나와서, 두 사람의 대화는 문진 외에는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하지만 이 날 주사를 꼽자 기왕비는 갑자기 원경릉에게: “당신이랑 몇 마디 해도 되겠어요?”원경릉이 기왕비와 비교적 먼 의자에 앉아서, “어디 몸이 불편한 건 아니죠?”“아니요!” 기왕비는 마스크를 2개 하고 있어서 말 소리가 좀 웅웅 거리는데, “병세는 좋아지고 있어요, 처음보다 많이 좋아졌어요.”“그럼 할 말이란 뭐죠?” 원경릉이 물었다.기왕비는 고개를 들어 사식이와 희상궁을 보고, “하인들 내보낼 수 있나요?”“기왕비마마 할 말이 있으시면 그냥 하세요.” 희상궁이 말했다.기왕비가 쓴 웃음을 지으며, “왜 내가 초왕비를 해칠까봐? 난 지금 진짜 자격이 없어서 못해, 내 목숨도 초왕비 손에 있잖아. 너희는 가봐, 그냥 몇 마디 하려고 그러는 거니까.”원경릉이 희상궁과 사식이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나가라는 뜻을 전했다.오늘 확실히 아무 일정도 없다. 기왕비와 수다나 떨면 된다.희상궁과 사식이가 나가고 기왕비가 심호흡을 한 뒤 원경릉에게, “그때 당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