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궁한 원경릉탕양을 파견하고 우문호는 인력배치를 시작해 야근으로 거의 새벽이 되어서야 초왕부로 돌아왔고, 원경릉은 일찌감치 잠이 들었다.우문호는 목욕 후 살금살금 자러 가서 고요하게 잠든 원경릉의 얼굴을 보며 뽀뽀하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누르고 옆에 누워 잠을 청하지만, 잠이 안 온다.마음은 암울하다. 아바마마의 방식을 받아들이기 힘들다.우문호는 태자의 지위에 연연하지 않고 오직 기왕의 태도에만 관심이 있다.살해사건 때 우문호는 목숨을 잃을 뻔 한 건 물론이고 도리어 청부업자를 시켜 자해했다는 모함까지 받았다.이제 소요공이 증거를 찾았으나 아바마마는 뜻밖에도 모른 척 하고 있다.지난 세월 우문호의 마음 속엔 오직 조정, 아바마마만 있었고, 공로나 총애를 다투지 않았다. 마음을 다해 조정을 위해 일하고 아바마마의 근심을 덜어드리고자 했을 뿐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받아들이기 상당히 어려운 것이다.마음은 암담함을 넘어 분노가 들어찼다.이번에 기왕의 잘못을 찾아내며 솔직히 불공평을 견딜 수 없었다.몸을 뒤척여 원경릉이 순수하게 잠든 모습을 보며 우문호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탄식했다. 만약 아바마마께서 이렇게 하는 건 본인의 의도가 있겠지만 만약 자신이 계속 태자의 자리를 다투지 않는다면 아마도 원경릉 모자는 앞으로 덩달아 수모를 당할 것이다.마음이 슬그머니 확실해 져 갔다.다음날 아침 일찍 원경릉이 일어나기 전에 우문호는 또 나갔다.원경릉은 오늘 입궁해야 해서 우문호가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희상궁이 와서 깨웠다.원경릉은 이미 차갑게 식은 이부자리를 만지며, “왕야는 어젯밤 안 들어 오셨어요?”희상궁이 원경릉을 부축해 일으키고 옷 시중으로 들며, “늦게 오셔서 새벽같이 또 나가셨어요.”“이렇게 일찍.” 원경릉은 사실 어젯밤 우문호를 기다리려고 했는데 너무 졸려서 조금만 눈을 붙인다는 게 죽은 듯이 잠들어 버렸다.“그러게요, 왕야께서 요즘 바쁘신 것 같아요.” 희상궁은 원경릉의 옷을 정리하고 녹주는 뜨거운 물을 대령했다.입을 헹구고
태상황과 ‘노벤져스’ 두 어르신은 담뱃대를 내려 놓고 상선을 불러 가져가라고 했다.태상황이 원경릉에게: “앉아!”원경릉이 이리저리 살펴봐도 의자라곤 없는데 어디 앉으라는 거지?하지만 상선이 바로 의자 하나를 가져오게 시켜 마당에 놔뒀지만 원경릉이 앉으면 태상황보다 자기가 높아져서 앉아야 할지 말지 난감한 상황이다.마음속으로 중얼중얼, ‘저 셋은 왜 같이 모인 거야?’주재상이 물러나 걸어오다가 희상궁을 힐끔 보더니 급 비틀거린다. 그러다 ‘실수로’ 희상궁에 부딪혀 사과하면서 왠지 기뻐하며 갔다.원경릉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다.잘못 본 게 아닌지 눈을 비볐다. 방금 그 ‘유치 뽕짝’한 행동의 주인공이 주재상이라고? 닮은 사람 아니고? 쌍둥이겠지 설마?주재상의 인상은 신중하고 준엄하며 함부로 말하거나 웃는 일이 없는데다 심지어 약간 흉악하기까지 하다.원경릉은 마음에 상당한 충격을 입었다. 이토록 오랜 기간 주씨 집안의 최고 당주를 경계해 왔건만, 뜻밖에 이런 ‘유치 뽕짝’한 행동을 할 줄이야.원경릉이 희상궁을 보니 눈을 내리깔고 얼굴엔 아무 표정도 없지만, 볼에 살짝 노을 빛이 감도는 게 나이가 들어도 자태가 우아하다.원경릉은 정신을 차리고 미간을 찌푸린 채 태상황에게 가서: “술 드셨어요? 얼마나 드신 거예요?”태상황이 조금 멋쩍은 듯, “입술에 조금 적신 정도지 뭐.”“입술에 살짝 적신 용안이 아니신 데요, 반 근은 드신 것처럼 보여요.” 원경릉이 대놓고 말했다.소요공이 ‘푸하하’웃으며, “반 근? 사람을 너무 얕잡아봤네.”원경릉이 더욱 심하게 눈살을 찌푸리며 어이가 없다는 듯: “어르신 병에는 술 드시면 안되는 거 아시죠?”태상황이 느릿느릿: “어의가 매일 한 모금은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활기차게 한다고 했어, 과인은 오랫동안 안 먹었으니 매일 한 모금 씩을 모아서 오늘 마신 거야.”태상황이 일어나다 휘청거리니 상선이 얼른 부축하며, “아이고, 너무 드셨어요.”“어렵게 셋이 모였잖아. 주가 놈은 오랫동안 과인과 마신
소요공의 대답과 탕양의 귀환원경릉은 고개를 돌려 소요공에게, “폐하께선 심장이 원래 안 좋으신데 오늘 술을 이렇게 많이 드셨으니 혈압이 급등할 수 밖 에요.”소요공이 원경릉의 약 상자를 보고 다시 원경릉의 귀에 걸린 청진기를 보고, 혈압계를 보더니 소요공의 눈에 이상한 빛이 번쩍 스쳤다.하지만 소요공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와서 앉으며 태상황에게: “그럼 앞으로 마시지 맙시다. 의원 말은 들어야 하거든.”태상황이 기분 나빠 하며, “내 일에 관여하지 마, 난 가서 잘 거야.”원경릉은 태상황이 술기운이 오른 것을 알고 얼른 상선에게 약을 주고, “드시고 주무시는 걸 확인하세요.”상선이 받아 들고, “명심하겠습니다!”태상황이 비틀비틀 들어가고 소요공과 원경릉이 건곤전에 남았다.원경릉이 화를 가라앉히고 정신을 차려보니 그제서야 오늘 소요공의 일을 물으려 했던 게 떠올라 약 상자를 끌어 와, “어르신, 이 약 상자에 물건을 보신 적이 있으신 가요?”소요공이 잠시 보더니,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본 적 없어.”원경릉이 실망하며, “정말 본 적 없으세요?”소요공이 순간 멍한 표정이었으나 이내 고개를 저으며: ‘확실히 본 적이 없어.”원경릉은 자신이 잘못 짐작했다고 생각했다. 만약 소요공이 같은 시대에서 왔다면 동지를 만나서 기뻐해야 마땅하다. 적어도 자신과 같은 심정일 게 틀림없다. 절대로 시인하지 않을 리 없다.됐어, 시공을 초월하는 게 그렇게 흔하겠어?원경릉은 약 상자를 챙기고 태상황에게 혈압강하제를 며칠 치 처방해서 가지고 나가 상선에게 전해준 뒤 나갈 땐 소요공은 이미 가고 없었다.원경릉은 출궁하기로 했다. 궁은 분쟁이 끊이지 않는 곳이니 오래 머무르지 않는 편이 좋다.우문호는 연달에 며칠을 심하게 바빠서 일찍 나가 늦게 돌아오고 오자마자 골아 떨어졌다가 또 나갔다.마침내 이 날은 우문호가 일찍 귀가해서 희희낙락하면서 들어왔다.“뭐가 그렇게 좋아?” 원경릉이 물었다.우문호가 웃으며: “오늘 사건을 접수 했어.”원경릉이 웃으며
기왕비에 대한 기왕의 속셈탕양이 웃으며 지혜롭게: “어쩌면, 이편이 더 쓰기 편할 지도요.” 우문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이번 일은 기왕의 송곳니를 확실히 뽑기 전까지는 결코 그만두지 않을 것이다.”정강부 수재들이 상경해 고소장을 낸 사건은 다음날 아침 일찍 명원제도 알게 되어 벽력같이 진노했다. 그래서 우문호에게 각별히 엄중하게 조사할 것을 명하고, 일단 범죄의 증거가 확실하면 정강부 관원 중 연루된 사람이 몇 명이든, 일단 일률적으로 파직하고 죄의 경중에 따라 처벌하도록 했다.기왕도 조정의 아침 조례에 있었는데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퇴청할 때 기왕이 우문호를 쫓아왔다.“동생, 잠깐 기다려.”우문호가 멈춰서 고개를 돌려, “형, 부르셨습니까?”기왕이 웃음을 머금고 우문호의 어깨를 토닥이며, “아냐, 그냥 우리 형제가 같이 술 마신 지도 오래 됐잖아. 오늘밤 형이 좋은 술을 초왕부로 들고 갈테니, 한잔 신나게 마시는 거 어떠냐?”우문호는 소리 없이 뒤로 물러나며, “다음에 하죠, 최근 공무로 바빠 서요.”기왕이 손을 저으며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정강부 일은 그 수재들이 호강에 겨워서 괜ㅎ한 일을 만든 거 같아. 나라면 저 수재들 정신이 번쩍 나게 곤장을 쳐서 고향으로 돌려보내고, 정강부 관아에서 잘 지켜보게 하겠어.”우문호가 웃는듯 마는듯, “형, 이 일은 아직 조사도 안 했는데, 수재들이 괜히 일을 만들었는지 아시는군요?”“나야 정강부에서 비적을 토벌했으니 막문이 비적토벌 비용 어쩌고를 거두지 않았다는 걸 분명히 알지.” 기왕이 말했다.“받고 안 받고는 조사하면 알겠지요.” 우문호가 말을 마치고 예를 취한 뒤, “저는 일이 있어서 함께 하지 못하겠습니다.”기왕이 슬픈 기색으로: “다섯째, 권할 때 안 마시면 벌주 마신다?”우문호가 얼음장 같은 눈빛으로, “권하는 술도 벌주도 다 안 마십니다.”기왕의 얼굴이 어두워지며, “우리 친왕들 중에 뒤에 구린 일 없는 사람이 어디 있어? 네가 들춰내면 반드시 누군가 네 구린 일을
기왕비의 계략과 바람둥이 구사기왕비는 황당하고 혼란스럽기 그지없는 게, 큰 오빠는 지금 비록 호부에서 물러났지만 그 시절에 어떻게 집안을 일으켰는데, 황제 폐하의 조사가 들어오면 내막이 철저히 파헤쳐지고 뿌리가 뽑혀버릴 것임은 안 봐도 훤하다.그러나 기왕비의 마음 속엔 분노가 끓어올랐다. 친정에서 음으로 양으로 돈을 얼마나 대줬던가? 만약 친정의 지원이 없었으면 기왕에게 오늘이 있을 수 있었을까?비록 기왕이 다른 마음을 품고 있다는 것을 일찌감치 눈치챘지만 그래도 기왕은 여전히 자신을 의지한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이제 주재상의 손녀를 후궁으로 맞아서 기왕비를 직접 버릴 생각이었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참으로 토사구팽 이요 배은망덕한 인간의 표상이다.기왕비는 태생이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라, 지금 미친듯이 분노해 얼굴에 경련이 일 정도지만 일말의 분노와 슬픈 눈빛조차 감추고 평소처럼, “왕야, 후궁을 아직 맞지 않으셨고 원경릉의 배속에 아이도 아들딸이 정해지지 않았으며 다른 여러가지 변수가 있으니 신첩이 전에도 왕야께 말씀드렸듯이 범사에 여지를 남기세요. 오늘도 이 말씀 올립니다. 왕야께서는 버린 바둑알로 여기시지만 치명적인 한 수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기왕이 담담하게: “내가 방금 한 말이, 이미 여지를 남긴 거야. 이번 사건의 죄는 너와 네 사촌동생에게 물을 것으니 난 널 대신해 빠져나올 방법을 생각하도록 하지.”기왕비는 작게 웃으며 거의 경멸하는 듯한 눈빛으로 기왕을 보고, “왕야, 이 잘못의 책임은 누구도 질 필요 없습니다. 우문호가 뭘 찾아낼 수 있을까요?”“그 녀석은 내가 잘 아는데 충분히 자신 없으면 가볍게 손을 댈 녀석이 절대 아니야.”기왕비는 악랄한 눈빛으로, “기왕 그렇게 된 것이라면 사건 하나로 초왕을 묶어버리죠, 정강부 일엔 신경 쓸 겨를도 없게.”기왕이 듣더니 눈을 가늘게 뜨고 기왕비에게, “왕비는 방법이 있어?”기왕비는 몇 번이고 기침을 하더니 호흡이 가빠지고 한동안 숨을 헐떡이다가 기왕을 똑바로
원경병과 구사“그렇다니까? 다른 사람이 못 들었으니 망정이지.” 원경병은 다시 고민하며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 사람이 나를 가지고 노는 건 아니겠지? 그 사람 어쩜 그렇게 못될 수가 있어? 난 그 사람 좋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좋은 사람 아냐!” 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원경병이 ‘아’하고 눈가가 금방 붉어지면서, “그….그럼 그 사람이 나 가지고 논 거야?”원경병은 여전히 구사는 착한 사람이란 생각에 요 며칠간 전전반측했다.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질문하던 구사를 떠올리면 심장이 목구멍 밖으로 튀어 나올 것만 같다.“구사가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널 가지고 놀거나 널 떠볼 사람으로는 안 보여.”원경병이 손목을 휘휘 흔들며 급하게: “그럼 빨리 분석해봐 언니, 그 사람은 도대체 무슨 뜻으로 그런 건데?”원경릉이 원경병의 손을 감싸며, “말해봐, 구사에 대한 네 감정은 어떤데? 만약 구사가 정말 구혼하면 그 사람한테 시집가고 싶어?”원경병이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보고 아무도 없자 입술을 깨물고: “내가 바보도 아니고, 당연히 가고 싶지. 그 사람은 잘 생겼지 집안 좋지, 말도 얼마나 잘해, 게다가 무술도 잘하고 게다가 궁내 시위국 국장이고……”“부.국장이라니까!” 원경릉이 고쳐줬다.원경병이 언니에게 눈을 흘기며, “부가 뭐 어쨌다고? 그렇게 젊은데 부 시위국장인 것도 대단하지.”“네 형부보단 못하네.” 원경릉이 자랑했다.원경병이 얼굴색을 단정히 하고 오만한 표정으로 원경릉을 흘끔 보며, “그건 알 수 없지. 형부는 운이 좋아서 황실의 아들로 태어났잖아. 만약 구사랑 같은 출신으로 평범한 백성의 가문에……”원경릉은 어쩔 수 없이 원경병의 말을 끊을 수 밖에 없었다, “구사는 평범한 백성의 가문 출신이 아닌 걸. 너도 알지? 구사의 아버지는 진북후(鎮北侯)시고 어머니는 군주(郡主)셔.”원경병의 얼굴 색이 변하더니 눈초리가 서서히 어두워지며, “큰 언니, 내 생각에 그 사람이 날 가지고 놀았나 봐. 그 사람처럼 세도가 자제가 어떤
구사가 팔황자를?큰 마님과 원경병은 저녁시간이 지나서야 돌아갔는데, 원래는 우문호가 돌아오길 기다리려고 했지만 우문호는 요 며칠 계속 바빠서 기다리지 않고 먼저 밥을 먹었다.날이 어둑어둑해 지자 큰 마님은 여전히 초왕부에서 밤을 보내고 싶어하지 않으셔서 원경릉은 서일을 시켜 모셔다 드릴 수 밖에 없었다.원경릉은 오늘 밤 우문호가 돌아오길 기다리고야 말겠다고 생각했다. 전에 며칠 밤이나 우문호를 기다리겠다고 맹세했지만 매번 기다리다 잠이 들었다.그래서 오늘 밤은 다바오를 안으로 데려와서 얘기를 나누다 보니 경성에 유기견이 몇 마리인지 까지 다 알게 되었다.하지만 여전히 졸리다.어렵사리 자시(밤 11시~1시 사이)까지 버텼는데 희상궁이 벌써 5번째 들어와서 재촉하길, “주무셔야 해요, 왕야께서 오늘밤 이렇게 일찍 오실 것 같지 않습니다.”원경릉이 몽롱한 상태로 침대에 기어올라가며, “알았어, 그럼 나 자면서 기다릴께.”희상궁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웃고 왕비는 사실 졸려서 못 견디는 상황이었다. 해시(밤 9시~11시)도 되기 전부터 꾸벅거리며 눈꺼풀이 내려 앉았는데 억지로 기다린 게 대략 두 시진 즈음이다.희상궁이 나와서 원경릉에게 이불을 잘 덮어주고 불을 끄고 나가려는 찰나 우문호가 들어오는 것이 보여서 깜짝 놀라, “왕야!”원경릉이 이 소리를 듣고 화들짝 눈을 떴는데 정말 우문호가 돌아와 있다.하지만 그의 옷과 얼굴엔 온통 피로 물들어 있고 얼굴이 초췌하고 슬픔에 차 있다.원경릉이 마음에 짚이는 게 있어 얼른 침대에서 내려와, “세상에, 무슨 일이야? 다쳤어?”우문호가 원경릉의 손을 감싸고, 원경릉을 자리에 앉히더니 목이 메여서: ‘난 괜찮아, 내가 아니라 여덟째가, 여덟째가 사고를 당했어.” “여덟째?” 원경릉이 의아해 하다가 바로 팔황자 우문창(宇文暢)을 떠올렸다. 그는 황후의 적자로 제왕보다 한 살 어리며 왕자 서열 여덟번째다, “여덟째가 왜?”“구사가 여덟째를 다치게 했어.“ 우문호의 얼굴이 창백하다.“구사가?” 원경릉이
팔황자 사건“아바마마께서 사건을 내게 주셔서 지금 구사는 잠시 경조사 관아에 압송되어 있고, 난 그에게 뭐라고 물어봐야 할지 아직 모르겠어.” 우문호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원경릉이: “팔황자와 제왕은 한 살 남짓 차이인데 제왕은 일찌감치 친왕으로 봉해져서 친왕부를 하사 받고 나와 사는데 왜 팔황자는 지금까지 왕으로 봉해지지도 않고 친왕부도 안 받은 거야? 그리고 내 기억에 팔황자는 아직 결혼도 안 했지?”성년이 된 황자는 후궁에 머물 수 없다.우문호가: “아바마마께서 사실 이미 여덟째를 녹왕으로 봉하는 성지를 가지고 계시지만 여덟째는 머리가 좀 총명하지 못해서.”“총명하지 못해?”“그러니까….”우문호도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 “여덟째는 어릴 때부터 다른 사람이랑 말하는 걸 싫어하고 괴팍한데다 글자도 모르고 그림만 좋아해서 어쩔 땐 종일 그림만 그려. 그런데 여덟째가 나랑 일곱째는 좋아해서 어릴 때부터 우리한테 들러붙곤 했지. 오늘 여덟째가 호흡조차 제대로 없는 모습을 보니 너무 두려운 생각이 들어.”원경릉이 증상을 들어보니 자폐증 같다.자폐증,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자신의 세계가 있다. 하지만 IQ는 정상이고 일부는 정상인보다 IQ가 상당히 높기도 하지만 자신을 자신의 세계 안에 가둬 둔다.원경릉은 우문호의 손을 꼭 잡고, 조금은 창백하고 무력하게 위로하며, “너무 걱정하지 마. 괜찮을 거야.”“네가 구해 줄 수 있어?” 우문호가 원경릉을 바라봤다.원경릉이 약 상자를 꺼내 보니 약 상자 안에는 여전히 유산방지제 같은 게 있어 고개를 저으며, “미안해, 나도 방법이 없어.”우문호가 두 손으로 마른 세수를 하며,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우문호가 일어서며, “옷 갈아 입으러 왔어. 입궁해서 여덟째를 지켜야지.”“나도 같이 갈게.” 원경릉이 말했다.“아냐, 넌 자. 괜찮아.” 우문호가 원경릉을 꼭 끌어 안고, “넌 꼭 잘 있어야 해, 무슨 실수도 생겨선 안돼.”원경릉은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알았어.”우문호는 가서 목욕하고 옷을 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