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명취에 대한 진실을 말하는 우문호우문호가 잠시 어리둥절했다. 머리에 똥만 들었는 줄 알았는데, 한 대 맞더니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했나?우문호는 잠시 생각하더니, “결국 난 주명취와 결혼하지 않았을 거야, 핵심은 내가 아니라 주명취한테 있어.”“왜?” 제왕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주명취는 나한테 시집오지 않을 테니까.” 우문호가 담담하게 말했다.“왜?” 제왕은 여전히 이해되지 않았다. 둘은 처음부터 죽마고우였다.우문호가 웃으며 담담하게: “무슨 왜가 이렇게 많아?”제왕의 가슴이 철렁 내려 앉으며, “명취가 형한테 시집가고 싶지 않다니, 형이 나보다 태자로 책봉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인 거야?”우문호의 눈빛이 순간 예리 해지며, “그걸 왜 물어?”“못된 형수가 그렇게 말했어.” 제왕이 조금 상심한듯, 아니 실은 꽤 상심해서 말했다.“넌 그 말 믿어?” 우문호가 반문했다.제왕은 잠시 침묵하더니, “말도 안돼!”“말도 안되는 일을 넌 왜 고민하고 있어?”제왕은 침울한 모습으로, 자기도 모르겠다.나쁜 형수의 말은 당연히 믿을 게 못된다.형수의 말은 다 거짓말이다.“호수에 빠진 일에 대해 형은 나쁜 형수 말을 믿어?” 제왕이 다시 물었다.우문호는 조금 참을 수 없는 마음이 들었다. 단번에 이렇게 첨예하고 심각한 인격 문제를 한꺼번에 들이밀면 정말이지 어떻게 답해야 좋을지 모르겠다“형, 동생은 형이 진실을 말해 주길 원해.” 제왕이 심호흡을 하고, “어떤 충격이든 지금은 다 받아들일 수 있어.”우문호가 제왕에게,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믿어.”“왜?” 제왕의 마음이 뭔가로 갈가리 찢기는 듯 쓰리고 아팠다.우문호는 가볍게 한숨을 쉬고 제왕에게, “그날 일 아직 기억하니?”제왕이 고개를 끄덕이며, “기억해, 그때 우리가 달려갔을 때 명취는 의식을 잃고 나쁜 형수의 비녀에 찔려 있었지. 형수가 진짜 사람을 해치려고 마음 먹었다는 걸 딱 봐도 알 수 있었어.”“왜 사람을 해치려 했다고 생각해? 주명취를 이미 호수에 밀어 넣었는데, 설
우문호가 콧노래를 부르며 소월각(嘯月閣)으로 돌아왔다. 등불 아래에서 책을 보던 원경릉은 우문호의 콧노래 소리를 듣고는 고개를 들었다.“동생은 갔어?”원경릉이 물었다.“갔어!”우문호는 그녀의 손에 들린 책을 보고 “칠국지(七國志)? 이런 건 봐서 뭐해?”라고 물었다.원경릉은 책을 한쪽으로 밀며 “북당 이외에 어떤 나라가 있는지 알고 싶어.”라고 말했다.그녀는 몸을 일으켜 우문호가 외투를 벗는 것을 도왔다.“동생…… 괜찮아?”“많이 다친건 아닌 것 같은데, 적지 않게 충격받은 것 같아.”외투를 벗은 우문호가 원경릉을 끌어당겼다.“내가 참지 못하고 손이 먼저 나가버렸어.”원경릉이 말했다.“잘 때렸어. 맞아도 싸지. 괜히 신경 쓰지 마.” 우문호가 그녀를 위로했다. “신경 쓰는 거 아니야. 내가 한 행동에는 일말에 후회도 없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행동을 한 거지? 뇌가 없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도저히 이해가 안가.”말을 마친 그녀가 갑자기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보았다.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우문호는 소름이 돋았다.“왜 그래?”우문호가 물었다.“내가 잊을 뻔했네. 실은 너랑 제왕이랑 별 차이 없잖아.”원경릉이 퉁명스럽게 말했다.“내가 걔랑 어떻게 같아?” 우문호가 열변을 토했다.“뭐가 달라? 너도 그 계집애한테 푹 빠졌었잖아!”원경릉은 속에서 천 불이 끓었다.우문호는 치솟은 그녀의 눈썹을 매만지며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내가 그 여자한테 속아서 그랬다고 밖에 할 말이 없어. 정신을 차리고 보니 참 바보 같았다.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쯤 저지르는 멍청한 일 하나쯤은 있잖아?”“언제 정신을 차린 건데?”원경릉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그를 보며“혹시 회왕부에서 내가 물에 빠졌을 때야?”라고 물었다.우문호는 고개를 저으며 “아니 그보다 훨씬 전이야.”라고 말했다.“그럼 어떤 사건을 계기로 정신을 차린 거야?”“사건 때문이 아니야, 그저 느낌이 그랬다. 그녀가 일곱째와 혼인을 한다고 했을 때, 그녀는 가식이 아닌 진
우문호는 원경릉의 옷을 입혀주고는 문쪽을 보며 화를 버럭 냈다.“안 꺼져?”문이 조심스럽게 열리더니 그 앞에는 손으로 눈을 가린 서일이 서있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손가락 사이를 벌려 원경릉과 우문호가 모두 옷을 입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서일은 화난 우문호의 모습을 보고 흠칫 놀라 몸이 굳었다.“무슨 일이야?” 우문호가 노발대발하며 그를 노려보았다.“왕야, 제왕님께 문제가 생겼습니다.” 서일은 정중하게 보고했다.원경릉은 놀라서 “제왕 금방 가지 않았어? 무슨 일이 생겼다는 거야?”라고 물었다.“암살시도가 있었다고 합니다.” 서일이 말했다.“암살?” 우문호의 눈동자가 흔들리며 “그는 지금 어떠한가?”라고 물었다.“많이 다치지는 않아서, 이미 제왕부로 돌아갔다고 합니다.”서일이 말했다.“자객은 잡았어?”우문호는 외투를 입으며 “말을 준비해라!”라고 외쳤다.“나랑 같이 가.”원경릉이 말했다.“아니야, 너무 늦었어. 넌 나오지 마. 제왕이 많이 다치지는 않았다고 하니, 내가 빨리 갔다가 올게.”우문호가 원경릉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말했다. 제왕은 왕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암살을 당할 뻔했다.자객은 한 명뿐이었다. 당시 제왕의 옆엔 호위 무사 한 명과 마부 한 명이 있었다. 다행히 호위가 무술 실력이 좋아 자객을 물리쳤지만, 제왕은 부상을 입고 마차도 파손되었다. 제왕부의 마부가 초왕부로 들어와 마차를 빌려달라고 하자, 탕양과 서일이 제왕이 암살을 당할 뻔한 사실을 알고 급히 가서 상황을 살폈다. 탕양은 제왕의 상처 부위를 지혈한 뒤, 왕부로 데려다주었고, 서일은 이 사실을 우문호에게 보고했다.우문호는 말을 재촉해 제왕부로 갔다.그는 제왕이 많이 다치지 않은 것은 알았지만, 초왕부 근처에서 암살을 시도한 것을 미루어보아 자객이 초왕부를 모함하려는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3개월 내에 연속으로 친왕 세명과 왕비 하나가 암살을 당할 뻔했다. 당초 그가 암살 위협을 당했을 때, 부황은 그가 스스로 자해를
제왕은 울음 섞인 목소리로 “무슨 일이 있거든, 내 앞에서 말하거라. 내가 죽는다고 해도 나를 속이려고 하지 마라.”라고 말했다.주명취는 눈살을 찌푸리며 “무슨 헛소리십니까? 어의도 가벼운 상처라고 한 마당에……. 헛소리 그만하시고 어의 말 잘 듣고 치료 잘 받고 계세요. 제가 초왕님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라고 말했다.제왕은 한순간에 바뀌는 주명취의 표정을 보고 문득 원경릉이 했던 말이 떠올라 만감이 교차해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주명취는 고작 저런 가벼운 찰과상으로 징징거리는 제왕을 보며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내가 이런 한심한 인간에게 시집을 오다니.’주명취는 우문호에게“왕야, 이리로.”라고 하며 자리를 옮겼다.우문호는 주명취를 따라 가며 뒤를 돌아 제왕을 보고 “금방 갔다가 올게.”라고 말했다.제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습니다.”라고 말했다.주명취와 우문호는 접객실로 들어갔다. 그녀는 안에 있던 모든 이들을 밖으로 내보내고 문을 닫으려고 했다.“문은 닫을 필요 없어.”우문호가 말했다. 주명취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한번 슥 보더니 가시 돋친 목소리로 “왜? 내가 너를 덮치기라도 할까 봐? 예전에 원경릉이 공주부에서 너한테 했던 것처럼?”라고 말했다.우문호는 호포를 펄럭이며 자리에 앉았다.“생각도 참, 나는 그저 너도 나도 이미 혼인을 했으니 이런 불필요한 행동으로 오해를 만들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그래.”우문호가 말했다.“오해?” 주명취가 차가운 표정으로 “언제부터 너랑 나의 사이가 오해가 된 거야? 원경릉을 사랑하다니, 너의 변한 마음 때문에 내가 얼마나 아픈 줄 알아?”라고 말했다.우문호는 눈살을 찌푸리며 “본왕에게 그렇게 말을 하는 저의가 뭐야? 이런 말이라면 본왕은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라고 말했다.“원경릉의 어떤 점이 네 마음을 움직인 거야? 너 그 여자가 얼마나 비겁하고 비열한지 알아?” 주명취는 밖에서 누가 자신의 말을 듣든 말든 제왕부의 모든 사람이 자신의 손아귀에 있었기 때문에 걱
우문호는 주명취와 대화를 마치고 싶었다. 그는 안색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담담한 눈빛으로 주명취를 보았다. “너는 본왕을 여기로 데리고 와서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거야?”주명취는 그를 노려보더니 눈물을 흘렸다.“더 이상 할 말 없어. 그저 제왕이 초왕부 근처에서 암살을 당할 뻔했으니, 네가 이 사건에 연루될까 걱정돼서 그랬을 뿐인데……. 네가 날 그렇게 생각할지는 몰랐어. 넌 나를 슬프게 해. 가 봐. 이제 더 이상 제왕부에 오지 말아 줘.”우문호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아니, 제왕부에는 와야지. 일곱째가 여기 있잖아.”라고 말했다.말을 마친 우문호는 뒷짐을 지고 밖으로 나갔다. 그의 우람한 뒷모습을 보니 적어도 150Kg은 되는 것 같았다. 주명취는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눈물을 닦았다. 눈물은 닦으면 닦을수록 더 많이 흘렀다. 그녀는 심장이 바늘에 찔린 듯 아팠다. 그녀는 우문호가 자신에게 저런 말을 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주명취는 줄곧 우문호가 자신을 제외하고 다른 여자를 마음에 담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왜 원경릉인 것이냐? 왜 그렇게 몰상식하고 혐오스럽기 짝이 없는 그런 여자를 택한 것일까? 그녀를 안지 얼마나 됐다고? 바보같이 그 여자를 믿다니!’“왕야! 방금 제왕비가 한 말이 너무 소름 끼칩니다.” 밖에서 그 둘의 대화를 들은 서일은 혀를 찼다.“닥쳐라!”우문호는 차갑게 소리쳤다.“예!” 서일이 다급히 입을 다물었다.우문호는 제왕을 찾아갔을 때, 그는 이미 상처를 다 치료한 상태였다. 탕양은 제왕의 옆을 지키다가 우문호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소인이 물어봤습니다. 보아하니 상황이 어렵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제왕은 방금 전에 자신을 공격하던 자객의 모습이 떠올라 화가 치밀었다.“다섯째 형님, 자객을 반드시 찾아주셔야 합니다.”우문호는 자리에 앉아 그를 바라보았다. “안심해. 내가 조사해 볼 테니, 근데 지금은 좀 어때?”제왕은 괴로운 듯 “아픕니다!”라고 말했다.“고작 그 정도도 못
우문호는 서일의 머리를 두 대 쥐어박은 후에 말을 타고 왕부로 돌아왔다.원경릉은 안절부절못해 잠도 자지 않고 그가 오기를 기다렸다.녹주가 왕야가 돌아왔다고 하자마자 그녀가 밖으로 나와 그를 맞이했다.우문호는 오랜만에 밤중에 말을 타고 달리니 기분이 좋아져서, 탕양에게 제왕부의 정황을 묻지 않았다. 말에서 내린 우문호는 탕양을 집으로 불렀다.“얼마나 다쳤어? 심각해?”원경릉이 다급히 물었다.우문호는 그녀를 끌어당기며 “별로 심각하지 않던데, 두 군데 정도 작은 상처가 있었어. 검 끝에 찔린 것 같아.”라고 말했다.“망할 자객!” 원경릉은 마음이 놓였다. 그녀는 제왕이 걱정되기보다는, 제왕이 그녀에게 얻어맞은 후에 초왕부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암살을 당할 뻔한 것에 더 신경이 쓰였다.우문호는 탕양에게 “제왕부의 상황을 말해보거라.”라고 말했다.“왕야의 시위(侍衛)와 마부에게 물었더니, 검은 옷을 입고 얼굴을 가린 자객이 골목 어귀의 모퉁이에서 나타났는데, 무공이 그리 높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마차가 뒤집히는 바람에 그 틈에 자객이 제왕을 공격했고 시위가 자객을 때리자 자객이 도망 갔다고 했습니다.” 탕양이 말했다.탕양의 말을 들은 원경릉은 이상함을 감지했다.“무공이 별로인데, 달리는 마차를 뒤집어 왕을 공격한다고? 제왕은 무공 실력이 좋잖아요? 그리고 시위는?”원경릉의 말이 끝나자 탕양과 우문호의 눈이 마주쳤다.“그래서?” 원경릉은 우문호를 보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라고 물었다.“자객의 무공 실력이 좋지 않아 일곱째를 못 죽인 게 아니야. 자객은 일곱째에게 경상을 입혀 암살당할 뻔했다고 착각하게 만들어 사람들에게 일곱째와 성문의 일이 연결시키려고 했어. 성문 사건을 조사한 뒤 누군가 일부러 소란을 피운 것이라면? 이 모든 일은……”우문호가 말했다.“제왕비의 잘못도 아니고, 사고는 더욱 아닐거야. 누군가가 제왕부를 음해하려고 하는 거야.”원경릉이 답했다.우문호는 그녀의 말을 감상하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보다시피, 이
“솔직하게 말해봐.” 원경릉의 눈빛이 반짝였다.“그 여자가 뭐라고 했어?” 원경릉은 그의 무릎 위에 앉아 두 손으로 목을 감은 채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우문호는 귓가를 간지럽히는 그녀의 목소리에 이성을 잃을 뻔했지만, 탕양이 당시에 한 말이 떠올랐다.‘여자에게는 사실의 절반만 말해야 한다.’“그 여자가 네가 예전에 저지른 일을 언급하며 너를 비겁하고 비열하다고 하길래, 내가 화가 나서 반박했다. 너는 선량하고 대범하고 현명하다고, 오점을 찾을 수 없는 너를 함부로 욕하다니 내가 어찌 그냥 넘어가겠어? 내가 한바탕 쏘아붙였다. 그리고 이 사건은 내가 공정하게 조사할 것이니 나쁜 생각은 하지 말라고 했다.”“정말 그렇게 말했다고?”원경릉은 웃으며 그를 쳐다보며 “그렇게 말하니까 걔가 뭐래?”라고 물었다.“화를 내더니 앞으로 제왕부에 오지 말라고 하더라.”원경릉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정말? 거짓말이지?”라고 물었다.우문호는 손을 들고 맹세했다. “거짓말이 아니다. 만약 거짓 말이라면……”그녀가 손으로 그의 입을 막았다. 그는 깜짝 놀라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응? 만약 그렇다면?” 원경릉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우문호는 이를 악 물었다.“네 방에 한 발자국도 들어가지 않겠다.”그의 입술이 원경릉의 입술에 포개졌다. 원경릉은 그를 밀치며 “잠깐만, 내가 뭐 좀 가져와야 할 게 있어.”라고 말했다.“뭘 가져와? 이따가 해!” 그녀는 다시 그녀의 하얀 목에 얼굴을 묻었다.“안돼, 지금 가져와야 해! 기다려 내가 옷 벗고 기다릴게.” 그녀는 그의 손을 잡고 요염하게 웃었다.우문호는 어쩔 수 없이 일어서며 “뭘 가져와?”라고 말했다.원경릉은 문을 열고 캄캄한 정원을 가리키며 “저기 밖에 너의 염낭을 두고 왔어 가져와줘.”라고 말했다.“너 정말!” 우문호는 그녀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밀더니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그가 나가자 그녀는 문을 닫고 문고리를 걸었다.우문호는 화가 나서 미친 듯이 문을 두드렸다.“원경릉! 또 이렇게
얼마나 되었을까 우문호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문밖에 있을 때, 우문호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원경릉이 왜 이렇게 화를 내는지 냉정하게 생각해보았다. 그는 그 이유가 주명취와 단둘이 만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앞으로 절대 주명취와 단둘이 만나지 않겠다.” 그는 원경릉 앞에서 다짐했다.원경릉은 그를 보고 “나는 지금 질투를 하는 것도, 화를 내는 것도 아니야. 난 그저 네가 처신을 잘 못하는 것 같아. 설령 네가 주명취에 대해 아무 감정이 없다고 해도, 어린 시절을 같이 보낸 정이라는 게 있잖아. 그 여자가 그 정을 이용해 너를 모함할 수도 있어. 공주부에서 있었던 일 잊은 거 아니지?”라고 말했다.원경릉은 자신이 공주부에서 저지른 부끄러운 일을 들먹이면서까지도, 그에게 교훈을 주고 싶었다.이 말을 들은 우문호는 감동하는 동시에 원경릉의 얼굴이 두껍다고 생각해다. ‘무슨 자신감으로 공주부 일을 입 밖으로 꺼내지?’그는 속마음을 숨기고 그녀의 말대로 앞으로 처신을 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원경릉이 말한 모함, 사실 우문호도 주명취가 자신을 모함할 것을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비록 제왕부 접객실 밖에 서일이 있었다고 해도, 그를 제외하고는 모두 주명취의 사람들이었다. 만약 당시에 그녀가 무슨 일을 꾸며 그를 모함했더라면, 그는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주명취를 얕잡아 보면 안된다.’ 원경릉의 화가 조금 가라앉은 듯하자 우문호는 얌전한 표정으로 그녀의 옷을 하나씩 벗겼다.“왕비의 말이 맞아, 앞으로 본왕이 주의하겠다…….”원경릉은 화가 나서 그의 손을 때렸다.“머릿속에 온통 그 생각뿐이야?”“무슨 생각?”“그……!” 원경릉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의 입술이 그녀를 덮쳤다. 그녀는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날 밤, 우문호와 원경릉은 서로 부둥켜안은 채 잠이 들었다.다음 날, 두 사람은 각자 다른 곳으로 향했다. 원경릉은 회왕부로, 우문호는 관아로 돌아가 물건들을 챙겨 입궁하여 사건 보고를 했다.원경릉이 회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