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을 검사실에 보내자 의사가 금을 간호사에게 건네주었다. “잘 뒀다가 나중에 저분들께전해주세요.”간호사도 금을 들어보니 꽤 무거워서 무게를 재자 정말 금 열 돈의 무게와 같았는데 색을 보니 순금 같지는 않았다. ‘요즘은 드라마 소품을 이렇게 진짜 같이 만드나?’간호사가 잠시 생각해 보다가 얘기했다. “주임님께 좀 봐달라고 하죠, 만약 정말 금이면 잃어버리면 큰일이니깐요.”…소요공과 태상황은 CT실에 도착했다. 태상황은 방금 진짜 이름과 신분을 얘기한 것을 생각하고 나중에 문제시되지 않을까 싶어 소요공에게 잔소리해댔다. “저 사람들이 또 물으면 넌 자기 이름이랑 신분 얘기하지 마. 아무것도 기억 안 난다고 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지 않는 틈을 타 우리 몰래 달아나자. 조금이라도 빨리 산으로 돌아가야지. 다들 산에서 얼어 죽었을까 봐 걱정이야.”소요공이 작게 속삭였다. “저 사람들 무공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잖아요. 우리가 꼭 싸워서 이긴다는 보장이 없으니까요.”“그러니까 말이다.. 일단 지켜보자고. 먼저 모험하지 말고. 어쨌든 길도 낯설고 정말 무슨 상황이 생기면 금위위가 없는 상태니까.” “알겠어요. 태자비 마마를 번거롭게 해선 안 되죠, 기억하겠습니다.” 소요공이 말했다.CT실 문이 닫히자 간병인이 두 사람 몸에 금속을 지닌 게 없는지 묻고는 전부 벗으라고 했다.소요공이 ‘알겠다’하고는 소매에서 무엇인가를 꺼내는데 금 한 덩이, 두 덩이, 세 덩이, 네 덩이, 다섯 덩이.... 수도없이 나왔다. 태상황이 멍하니 보더니 놀라 또 잔소리를 해댔다. “넌 뭘 그렇게 들고 왔어!”“돈이 없으면 한 발짝도 움직이기 힘들잖아요. 궁에만 오래 계셨는지 바깥세상 현실을 아무것도 모르시네요.제가 금을 좀 가지고 있어야 그나마 먹고 마실 걱정이 없죠.” 소요공이 말했다.CT실 의사와 간호사는 눈이 커지고 입이 떡 벌어졌다. ‘이거 정말 금이야?’간병인이 빼놓은 금을 잘 보관해 두고 순서대로 들어가게 한 뒤 CT를 찍었는데 무슨 전
주재상이 고분고분 들어가는 것을 보자마자 원경릉은 바로 주진에게 전화를 걸어 무슨 소식이 있었는지 물었다.주진도 전화를 걸어봤는데 양여혜가 아직 찾지 못했다고 했다. 주진은 원경릉에게 차마 그렇게 말할 수 없어서 아직 찾고 있는데 산이 너무 커서 아마 한두 시간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했다.뭔가 문제가 생긴 건 아닌지 원경릉은 조금 걱정이 됐다.CT촬영을 마치고 결과를 기다릴 필요 없이 병실로 올라갔는데 원 교수는 주 재상을 위해 1인실을 배정해 주었다.주 재상이 온 지 10여 분이 채 되지 않아 원 교수가 보고서를 들고 와서 주 재상과 원경릉에게 얘기했다. “네 추측과 별반 차이 없이 뇌경부에 출혈이 있고 핏덩어리가 신경을 압박해 실명을 일으킨 거야. 지금 아직 신경이 괴사한 흔적은 없지만 시간을 더 끌 경우 좋지 않을 수 있으니, 수술은 빠르면 빠를 수록 좋겠어. 그러니 내일 하도록 하지.”원경주가 CT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아빠. 그럼 이 수술은 제가 하죠. 그리 복잡한 게 아니니깐요.”“좋아, 네게 맡기마!” 그러고는 원 교수가 주재상을 바라봤다. 이 사람이 만두와 우문호에게 듣기로는 북당의 중신이며 재상으로 평생을 북당을 위해 노심초사한 충신이라고 했다. 원 교수는 이런 위대한 인물이 자신의 앞에 있으니 숙연한 마음과 함께 존경심이 들었다.막 몇 마디 인사를 나누려는 찰나 주재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냄새를 맡았어요. 분명히 십팔매입니다. 태자비 마마 어서 나가 보세요. 그들이 찾아왔어요!”원경릉이 듣자마자 막 문을 밀어서 열려고 하는데 간호사 하나가 달려오며 원경주에게 말했다. “원 선생님, 방금 환자 두 분이 응급실에서 왔는데, 56, 57번 베드로 호 선생님께서 원 선생님이 좀 와서 봐주셔야겠다고 하셨습니다. 환자 두 분은 뇌진탕인데 2회 토했고 얌전히 있지를 않고 계속 도망 다니신다고 합니다.”“제가 가서 보죠.” 원경주가 말했다.간호사가 주 재상을 흘끔 보더니 신기해했다. “정말 신기하네요, 56, 5
원경릉은 화들짝 놀랐다. 태상황이 진지하게 청진기를 꽉 쥔 채 주변 의사를 경계하는 눈빛으로 자신에게 건네주는 것을 보니 저 청진기는 이 의사에게 빼앗은 모양이었다.원경릉은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도망치기도 힘든 상황에 자신을 잊지 않다니. 원경릉은 청진기를 받아 들고, “어떻게 절 위해 이것까지 신경 쓰실 생각을 다 하셨어요?”태상황이 입을 열었다. “여긴 내가 모르는 곳인 데다, 사람들이 다 소복을 입고 있어서 과인이 영 마음이 헛헛했는데 이걸 가지고 있으면 마음이 놓였거든.”소복? 원경릉이 무심코 태상황의 눈이 향한 곳을 따라가 보니 옆에 서 있는 의사와 간호사로, 그들은 흰 가운을 입고 있었다…. ‘아, 이거 심각하게 오해하셨네.’“주 꼬맹이는?” 태상황이 다시 물었다.원경릉은 소요공도 그렇고 둘 다 걱정스러워하는 것을 보고 얼른 대답했다. “괜찮으시니 걱정하지 마세요. 막 검사 마치고 병실로 오셔서 수술을 기다리시는 중이세요.”“그럼 우리 셋이 같이 있게 해주면 되겠구먼!” 소요공이 얼굴을 들었다.원경릉은 오빠에게, “그렇게 할 수 있어? 저분들 떨어져서 못 지내시거든.”오빠가 말문을 열었다. “좋아, 그렇게 할 게. 재상께서 이 수술이 어떤 건지 이해를 잘 못하셔서 긴장하고 계시더라. 있다가 수술을 위해 이발할 때는 더 긴장하실 수 있는데 친하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으면 훨씬 나으실 거야.”원경주가 호 의사에게 얘기했다. “호 선생, 내가 조치하면 되니까 가서 일 봐요!”“그러죠!” 호 의사는 두 노인을 한 번 더 바라보며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드라마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저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니 또 그런 것 같지도 않은 게 호칭이나 대화가 꾸밈이 없었다.병실을 옮기며 두 사람 짐을 챙기던 원경릉은 소요공의 침대에서 봉지 하나를 발견했다. 누런 비닐봉지가 묵직했는데 들려고 하자 옆에 있던 호 의사가 얼른 얘기해 줬다. “이 구리 덩어리 무거워서 바닥을 받치고 들어야지, 안 그러면 봉지 찢어질걸요.”구리
“신고했다고요? 그럼, 사정 청취가 있지 않아요?” 원경릉이 놀라서 태상황과 소요공을 바라봤다. 두 사람은 신분증이 없는 불법 체류자인 데다가 말이 영 앞뒤가 맞지 않고 뒤죽박죽이라 금방이라도 들통날 게 뻔했다. “우린 아무것도 몰라.” 소요공이 여전히 경계하는 투로 말하자 원경릉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맞아요, 계속 그렇게 모른다고 얘기하셔야 해요!”어쨌든 이미 CCTV에 두 사람이 찍혔으니, 경찰들이 분명 찾아올 것이다.이때 주진이 원경릉에게 전화해 시간이 얼마 없으니 인제 그만 연구실로 오라고 했다.원경릉은 주재상의 수술이 마치고 가려 했으나 주진은 주재상 수술은 빠르면 빨랐지, 난이도도 그렇게 높지 않으니 지키고 있을 필요까지는 없다고 했다.원경릉의 엄마도 집에 만두가 왔으니 일단 집으로 오라고 했다.원경릉은 계속 정신이 없던터라 그제서야 자신의 가족들이 생각났다. 우문호가 소식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 모두 안전하다는 소식을 빨리 전해줘야 했다. 원경릉은 곧바로 태상황 일행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원경주의 차를 몰아 집으로 향했다.원경릉이 나가자, 태상황이 원경주에게 물었다. “태자비는 자네와 도대체 무슨 관계인가?”“제 여동생입니다!” 의혹의 눈빛으로 쳐다보는 태상황에게 원경주가 웃어 보였다. “일단 이 일은 제 동생이 와서 자세히 설명해 드릴 겁니다. 세 분은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시고 동생은 다른 곳에서 치료를 받을 겁니다. 다들 금방 좋아지셔서 같이 북당으로 돌아가실 수 있을 겁니다.”태상황이 원경주를 한동안 바라보더니 불현듯 입을 열었다. “그럼 자네가 바로 태자비의 사촌 오빠인가?정후의 큰 조카?”우문호는 전장에서 부상을 당해 호송되어 올 때 태자비와 사촌 오빠라고 불리는 사람이 같이 우문호의 상처를 돌봐줬다는 얘기를 일부 들어 익히 알고 있었다. 태상황은 이 상황을 전에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다가 지금 원경주의 말을 듣고 따져보니 앞뒤가 딱 들어맞았다.“맞습니다. 제가 바로 그 사람이에요!” 그러자 세 노인은 어리
원경릉과 일행이경호를 떠난 뒤에도 우문호는 한참을 그 자리에서 떠나지 않고 계속 호숫가에 앉아 있었다. 속에서 뭔가를 캐내 간 듯 가슴이 뻥 뚫린 상태였다.아이들은 그런 우문호 곁을 지켰고, 한참을 만두가 잠들었다 일어나서 ‘엄마 아직 안 왔데요.’ 한마디 하고 다시 잠들기를 반복했다. 원경릉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는 말에 우문호는 금방이라도 경호에 뛰어들고 싶었다. 현대로 간 것 외에 다른 가능성은 아예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그들은 분명 안전하게 도착했을 거라고.. 분명 그럴 거라고.. 긍정적인 생각만 했다. 한편, 안풍친왕 부부는 이미 도장으로 돌아가 버려서 잘 떠났는지는 우문호도 몰랐다. 나 장군과 서일은 경호 위쪽의 정자에서 우문호 일행을 지키고 있었다. 태자비 일행이 뛰어들어 사라진 것만 알지 우문호처럼 경호 아래 그런 곳이 존재한다는 걸 모르는 그들은 태자비와 태상황이 한 순간에 경호로 사라진 게 당황스러웠다. 원경릉과 태상황 일행이 사라졌을 때부터 서일과 나 장군 마음속엔 그들이 이미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가득차고 있었다.날이 밝을 때까지 지키고 있자, 드디어 만두가 깨어났다. 우문호는 만두를 끌어안고 핏발 선 눈으로 만두를 바라보았는데 차마 입을 열지는 못했다.그러자 만두가 우문호의 목을 끌어안고 속삭였다. “엄마를 봤어요. 엄마 잘 도착하셨어요.”우문호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이제서야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우문호는 두 손으로 얼굴을 쓰다듬었다. ‘얼마나 오랜 시간 긴장하고 있었던가.’ 눈물이 미친 듯이 흘러내렸다. 안도하는 그 순간 모든 공포와 두려움이 순식간에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 내려갔다. 아이들도 한시름 놓고 하나둘 우문호를 안더니 함께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곁에 있던 서일과 나 장군 또한 원경릉이 무사하자 매우 기뻤는데, 함께 펑펑 우는 그들을 보자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혹여나 아이들이 볼까봐 아무리 애써 고개를 돌렸지만 뜨거운 눈물이 흐르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심장이 목구멍 밖으로
원경릉은 이런 수술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았지만 꽤 힘들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양여혜를 믿기로 했다. “그럼, 전부 선생님께 맡길게요. 잘 부탁드립니다.“ “수술의 중요한 부분은 제가 담당하지만, 일부 선생님들께서 도와주러 오세요. 지금 수술실을 준비하고 계시고요.” 양여혜가 고개를 돌려 주진에게 말했다. “주진씨는 기본적인 검사랑 준비를 진행해 주세요. 수술은 3~4시간 후에 진행될 예정이고 수술 전에는 공복을 유지해야 하니 배가 고파도 꼭 참으세요. 우린 먼저 사전 작업을 해야 해요. 원래 몸의 뉴런을 꺼내 약품으로 신경 시냅스 연결을 촉진한 뒤 저온을 유지하고, 일단 휴지상태로 만든 뒤에 의식에 성공한 후 다시 가동하는것으로 하죠.”“알겠어요. 맡겨주세요!” 주진이 말했다.양여혜가 수술실에 들어간 뒤 주진은 일단 원경릉의 뇌전도 검사를 했다.잠시 후 겸사 결과가 나오자, 주진이 설명했다. “거리가 가까워서 그런지 지금 상황은 아주 위험한 정도는 아입니다. 대략 한 두 달 정도는 버틸 수 있겠어요. 하지만 이런 식으로 계속 연장할 수는 없으니 최대한 빨리 수술해야 마음이 놓일 거예요.”원경릉이 뇌전도파 그래프를 보며 말했다. “사실 여기로 돌아온 이후에는 머리가 무거운 느낌이 없었어.”“그게 정상이에요. 근거리에서 이미 전파를 받으니까 여러 층의 시공간을 지날 필요가 없는 거죠” 주진이 웃으며 말했다.“주진, 이 시공간의 터널이 혹시 웜홀이 아닐까?”주진이 미소를 지었다. “아, 시공간의 터널을 그쪽에서는 웜홀이라고 부르죠. 시공간의 모든 출입구는 전부 웜홀로 감싸져 있어서 어떤 공간으로든 다 갈 수 있어요. 과거든 미래든, 규칙만 파악되면요. 하지만 웜홀도 우주의 각종 자기장과 에너지의 영향을 잘 받아요. 아주 미미한 영향에 불과해도 웜홀에서는 수천수백 년의 편차를 일으킬 수 있거든요. 바로 선배가 여기 오면서 겪었던 회오리바람과 시공간의 왜곡 등이 규칙을 역전시켜 커다란 편차가 나타나는 거죠.” “정말 웜홀이 있었구나!” 원
검사를 마친 주진은 원경릉에게 원숭이의 대뇌를 보여주었다.원숭이의 대뇌는 유리 상자에 넣어 냉동된 상태로, 기존 냉동고 온도와는 조금의 차이도 없었다.유리 상자에는 선이 여러 개 꽂혀 있었는데 바깥에 있는 뇌파 검사기구와 온도 모니터에 연결되어 있었다. 원숭이의 대뇌는 선홍색으로 대략 손바닥 정도 사이즈인데 크기로 볼 때 원숭이 본래의 대뇌보다 더욱 발전된 것을 알 수 있었다. 주진은 뒤를 돌아 종이 하나를 원경릉에게 건네며 물었다. “이건 원숭이의 정보를 읽어내서 분석한 그림인데 혹시 무엇인지 알아볼 수 있나요?”원경릉은 종이 위에 그림을 뚫어지게 보았는데, 산 형태인 것이 왠지 모르게 마음이 울컥하게 했다. “늑대골인가..?”“정말 늑대골인가요?” 주진이 물었다.“확신은 못 해. 난 늑대골에 안 가봤으니까. 그냥 느낌이…. 그래.” 원경릉이 잠시 생각해 보더니 순간 이렇게 추측하는 게 반드시 정답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산 그림은 맞으나 산은 다 비슷하게 생겼으며 원경릉은 늑대골에 가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럼 이거 빼고 또 읽어낸 게 있어?”“아직은 없어요. 그럼, 이 일은 일단 그냥 두죠. 선배 일부터 잘 해결할고 다시 얘기하기로 해요!”원경릉은 그림을 마음속에 새겨두었다. 돌아간 다음에 이 그림을 그려서 홍엽이나 훼천에게 보여줄 생각이였다. 만약 늑대골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면 원숭이를 구할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원경릉의 수술은 극비였기에 주진은 상부 사람들과 연락한 뒤 요 며칠 동안 아무도 연구소를 들락거릴 수 없도록 했다. 로양도 직접 나서서 사람들을 데려와 지켰는데, 원경릉은 그중에서 한 사람이 상당히 낯이 익었다. 하지만 헤어스타일이나 옷, 분위기가 매우 달라서 의아해 했는데 원경릉이 물어보기도 전에 그 사람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제자 어머님, 접니다. 기억하시나요?”“기화인가?” 원경릉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상고머리를 한 그 남자, 기회를 보고는 순간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여기 사람이었어요?”
그 말을 듣자 원경릉은 약간 긴장됐다. 원경릉이 걱정하는 건 다름 아닌 기억 상실이었기 때문이다. 원경릉은 주진의 손을 꽉 잡고 처량한 눈빛으로 물었다. “정말 기억을 잃지난 않는 거지?회복하는 데는 얼마나 오래 걸려?”“15일 정도요. 선배의 대뇌엔 선배가 원래 주사한 약품이 있어서 우리가 아무것도 안 해도 이식 수술이 성공하기만 하면 선배의 모든 기억은 천천히 응집될 거예요. 심지어 어릴 때의 사소한 일이라 전에는 완전히 잊혔던 사실까지 영원히 기억할 수 있게 되죠.”기억을 잃지 않는다는 말에 원경릉은 그제서야 안심했다. ‘기억이 없어져 남편과 아이들, 북당에서 일을 기억하지 못하면 얼마나 가슴이 무너졌겠나...’잠시 후 마취약을 주사하자 원경릉은 금세 마치가 된 듯 눈을 감았다.주진은 원경릉을 들여보내기 전에 원경릉 엄마에게 전화해서 수술이 곧 시작된다고 알렸다.원경릉 엄마는 안에 들어올 수 없었는데 양여혜가 의사와 간호사가 노출되는 것을 금지했기 때문이었다. 원경릉 엄마는 그저 연구실 밖에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기화는 주진이 원경릉을 수술실로 밀고 들어가는 걸 도와준 후 다시 밖으로 나왔다. 주진은 비록수술실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병원에 있는 세 노인의 돌발 상황에 대처해야 해 어쩔 수 없었다. 주진은 지금 이 세계에서 그들을 잘 아는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은 주진이 누구인지 전혀 모르지만 말이다…한편, 소요공은 다리를 깁스로 고정하고 있었다. 펄쩍펄쩍 뛰어다니던 사람이 땅을 밟지도 못하고 침대에 누워서 쉬어야 하니 얼마나 답답할까. 태상황은 다행히 가벼운 뇌진탕으로 약을 먹은 뒤 두통이 그렇게 심하지 않고 구토도 하지 않았으나 조금 더 관찰이 필요한 상태이다.주재상의 수술도 준비 중이었다.원경주는 엄마가 연구실 밖에서 기다리는 것을 알고 그녀에게 안심하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설득하는 전화를 했다. 하지만 원경릉 엄마는 심장이 너무 뛰고 걱정이 되어 가고 싶지 않아 했다. 원경주는 그녀가 정신적으로 버티지 못할 게 더
잔뜩 긴장한 채로 앞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있었던 주 지부는 우렁찬 상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중심을 잃은 듯 비틀거렸다. 그는 이내 팔을 뻗어 망루의 기둥을 붙잡으려 했지만, 허공에서 멈추고 말았고, 그대로 몸이 앞으로 쏠려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말에서 빠르게 날아올라,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그에게 달려갔다. 상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 지부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를 안고 빙 돌아서 바닥에 착지했다.주 지부는 깜짝 놀라서 그만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를 구해준 사람은 반짝거리는 눈망울에, 품위 있는 모습의 젊고 잘생긴 사내였다. 주 지부는 그를 황제의 호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새도 없이 그에게 예를 올렸다.“대인,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그때 말들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는데, 서일이 먼저 말에서 내려, 다급히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으십니까?”우문호도 매우 놀란 듯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주 지부는 정말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숨을 들이쉬었다.“괜찮다.”그러고는 주 지부를 보며 물었다.“자네는 누구요?”주 지부는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누가 황제인지 추측했다.황제는 올해 마흔에 가까운 나이로 알려져 있었기에 위엄이 넘쳐 보일 것이었다. 그는 일행 중, 냉 수보와 홍엽을 만난 적 있었기에, 거친 모습을 한 이 인물은 아마도 호위로 추측된다. “묻지 않았소? 자네는 누구요? 어찌 죽으려고 하는 것이오?”서일은 그가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주 지부는 울 지경이었다. 냉 수보가 그를 보고 있으니, 예를 올려야 하지만, 황제도 자리에 있으니, 바로 냉 수보에게 예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체 누가 황제란 말인가?그는 황제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어, 결국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고는 그들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
원경릉의 말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대인은 땅에 엎드려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자신이 황제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평소 차분하고 신중한 주 지부도, 그도 감정이 격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황후를 만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황제까지 오신다는 소식에 그의 마음은 흥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원경릉은 평생을 경성에서 다섯째와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그가 온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다들 걱정 없이 역병을 치료하고, 언제나 황제가 그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니, 황제가 직접 오는 것이, 지방 관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원경릉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폐하게서는 그저 역병 때문에 온 것이니, 모두 각자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네.”“예, 예, 마마의 명을 따르겠습니다.”주 지부가 눈물을 닦으며 답했다.그렇게 관아와 의서가 협력하여, 오계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원 할머니는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몇 가지 내렸다. 경증 환자는 약차를 계속 마시고, 증상이 악화하거나 중증 환자는 그녀의 처방을 사용하도록 했다.전에 이미 근처 주부에 연락해 약을 보내라 명했고, 오계부에서 구비한 약까지 있으니, 이번 역병을 대처할 수 있었다.오계부 의서는 이번 역병을 과거의 역병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소홀히 한 것 외에는 준비가 충분했다.원경릉은 황제 일행이 저녁 무렵 오계부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다.주 지부는 원래 여러 관리와 함께 황제를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원경릉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녀는 황제가 미복 순행 중이니, 과하게 맞이하여 백성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그 말에 주 지부는 당황했다.황제가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맞이하지 않는다니,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그러나 그는 황
약을 쓰자, 주 지부의 열이 단번에 내려갔다.열이 내려가니 정신이 맑아져,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마마에게 예를 올리겠다고 고집 피웠다.원경릉은 그에게 누워 있으라고 말한 후, 역병에 관해 이야기하며 주 지부에게 이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주 지부는 이를 듣고 깜짝 놀라 말했다.“소신은 매일 의서에 사람을 보내, 역병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사옵니다. 매일 보고된 상황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역병이 발생했지만, 작년과 비슷한 정도였고, 약재도 충분한데, 어찌 이렇게 심각해진 것입니까?”“매년 역병이 발생했으나, 대대적으로 퍼지지 않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네.”원경릉이 답했다.“의서의 이 대인을 불러, 상황을 확인하겠습니다.”주 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어제 이미 그를 찾아가,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조사하라 명했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이네. 자네가 사람을 보내, 관아에 와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게.”“예!”주 지부는 곧바로 사람을 보냈다.푸른 옷을 입은 남자는 관아에서 일하는 관리였기에, 그는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관아 내에서 병에 걸린 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해냈다.관아 내에서 역병 증상을 보인 사람은 총 열여덟 명이었고, 그중 두 명은 병세가 심각하여 이미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주 지부는 관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린 줄 몰랐고, 관리의 보고를 들은 후, 큰 충격을 받았다.의서의 이 대인은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바삐 움직였다. 서관 대인이 직접 오셨으니, 어떻게든 시키는 일을 완성해내야 했다.그는 사실 역병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그저 작년과 비슷하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여러 지역과 의원을 돌아보고 나서야, 이번 역병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처음엔 그저 서관 대인에게 보고만 하려고 했지만, 병세가 심각해지자 그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인원수를 통계하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