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했다고요? 그럼, 사정 청취가 있지 않아요?” 원경릉이 놀라서 태상황과 소요공을 바라봤다. 두 사람은 신분증이 없는 불법 체류자인 데다가 말이 영 앞뒤가 맞지 않고 뒤죽박죽이라 금방이라도 들통날 게 뻔했다. “우린 아무것도 몰라.” 소요공이 여전히 경계하는 투로 말하자 원경릉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맞아요, 계속 그렇게 모른다고 얘기하셔야 해요!”어쨌든 이미 CCTV에 두 사람이 찍혔으니, 경찰들이 분명 찾아올 것이다.이때 주진이 원경릉에게 전화해 시간이 얼마 없으니 인제 그만 연구실로 오라고 했다.원경릉은 주재상의 수술이 마치고 가려 했으나 주진은 주재상 수술은 빠르면 빨랐지, 난이도도 그렇게 높지 않으니 지키고 있을 필요까지는 없다고 했다.원경릉의 엄마도 집에 만두가 왔으니 일단 집으로 오라고 했다.원경릉은 계속 정신이 없던터라 그제서야 자신의 가족들이 생각났다. 우문호가 소식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 모두 안전하다는 소식을 빨리 전해줘야 했다. 원경릉은 곧바로 태상황 일행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원경주의 차를 몰아 집으로 향했다.원경릉이 나가자, 태상황이 원경주에게 물었다. “태자비는 자네와 도대체 무슨 관계인가?”“제 여동생입니다!” 의혹의 눈빛으로 쳐다보는 태상황에게 원경주가 웃어 보였다. “일단 이 일은 제 동생이 와서 자세히 설명해 드릴 겁니다. 세 분은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시고 동생은 다른 곳에서 치료를 받을 겁니다. 다들 금방 좋아지셔서 같이 북당으로 돌아가실 수 있을 겁니다.”태상황이 원경주를 한동안 바라보더니 불현듯 입을 열었다. “그럼 자네가 바로 태자비의 사촌 오빠인가?정후의 큰 조카?”우문호는 전장에서 부상을 당해 호송되어 올 때 태자비와 사촌 오빠라고 불리는 사람이 같이 우문호의 상처를 돌봐줬다는 얘기를 일부 들어 익히 알고 있었다. 태상황은 이 상황을 전에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다가 지금 원경주의 말을 듣고 따져보니 앞뒤가 딱 들어맞았다.“맞습니다. 제가 바로 그 사람이에요!” 그러자 세 노인은 어리
원경릉과 일행이경호를 떠난 뒤에도 우문호는 한참을 그 자리에서 떠나지 않고 계속 호숫가에 앉아 있었다. 속에서 뭔가를 캐내 간 듯 가슴이 뻥 뚫린 상태였다.아이들은 그런 우문호 곁을 지켰고, 한참을 만두가 잠들었다 일어나서 ‘엄마 아직 안 왔데요.’ 한마디 하고 다시 잠들기를 반복했다. 원경릉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는 말에 우문호는 금방이라도 경호에 뛰어들고 싶었다. 현대로 간 것 외에 다른 가능성은 아예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그들은 분명 안전하게 도착했을 거라고.. 분명 그럴 거라고.. 긍정적인 생각만 했다. 한편, 안풍친왕 부부는 이미 도장으로 돌아가 버려서 잘 떠났는지는 우문호도 몰랐다. 나 장군과 서일은 경호 위쪽의 정자에서 우문호 일행을 지키고 있었다. 태자비 일행이 뛰어들어 사라진 것만 알지 우문호처럼 경호 아래 그런 곳이 존재한다는 걸 모르는 그들은 태자비와 태상황이 한 순간에 경호로 사라진 게 당황스러웠다. 원경릉과 태상황 일행이 사라졌을 때부터 서일과 나 장군 마음속엔 그들이 이미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가득차고 있었다.날이 밝을 때까지 지키고 있자, 드디어 만두가 깨어났다. 우문호는 만두를 끌어안고 핏발 선 눈으로 만두를 바라보았는데 차마 입을 열지는 못했다.그러자 만두가 우문호의 목을 끌어안고 속삭였다. “엄마를 봤어요. 엄마 잘 도착하셨어요.”우문호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이제서야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우문호는 두 손으로 얼굴을 쓰다듬었다. ‘얼마나 오랜 시간 긴장하고 있었던가.’ 눈물이 미친 듯이 흘러내렸다. 안도하는 그 순간 모든 공포와 두려움이 순식간에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 내려갔다. 아이들도 한시름 놓고 하나둘 우문호를 안더니 함께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곁에 있던 서일과 나 장군 또한 원경릉이 무사하자 매우 기뻤는데, 함께 펑펑 우는 그들을 보자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혹여나 아이들이 볼까봐 아무리 애써 고개를 돌렸지만 뜨거운 눈물이 흐르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심장이 목구멍 밖으로
원경릉은 이런 수술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았지만 꽤 힘들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양여혜를 믿기로 했다. “그럼, 전부 선생님께 맡길게요. 잘 부탁드립니다.“ “수술의 중요한 부분은 제가 담당하지만, 일부 선생님들께서 도와주러 오세요. 지금 수술실을 준비하고 계시고요.” 양여혜가 고개를 돌려 주진에게 말했다. “주진씨는 기본적인 검사랑 준비를 진행해 주세요. 수술은 3~4시간 후에 진행될 예정이고 수술 전에는 공복을 유지해야 하니 배가 고파도 꼭 참으세요. 우린 먼저 사전 작업을 해야 해요. 원래 몸의 뉴런을 꺼내 약품으로 신경 시냅스 연결을 촉진한 뒤 저온을 유지하고, 일단 휴지상태로 만든 뒤에 의식에 성공한 후 다시 가동하는것으로 하죠.”“알겠어요. 맡겨주세요!” 주진이 말했다.양여혜가 수술실에 들어간 뒤 주진은 일단 원경릉의 뇌전도 검사를 했다.잠시 후 겸사 결과가 나오자, 주진이 설명했다. “거리가 가까워서 그런지 지금 상황은 아주 위험한 정도는 아입니다. 대략 한 두 달 정도는 버틸 수 있겠어요. 하지만 이런 식으로 계속 연장할 수는 없으니 최대한 빨리 수술해야 마음이 놓일 거예요.”원경릉이 뇌전도파 그래프를 보며 말했다. “사실 여기로 돌아온 이후에는 머리가 무거운 느낌이 없었어.”“그게 정상이에요. 근거리에서 이미 전파를 받으니까 여러 층의 시공간을 지날 필요가 없는 거죠” 주진이 웃으며 말했다.“주진, 이 시공간의 터널이 혹시 웜홀이 아닐까?”주진이 미소를 지었다. “아, 시공간의 터널을 그쪽에서는 웜홀이라고 부르죠. 시공간의 모든 출입구는 전부 웜홀로 감싸져 있어서 어떤 공간으로든 다 갈 수 있어요. 과거든 미래든, 규칙만 파악되면요. 하지만 웜홀도 우주의 각종 자기장과 에너지의 영향을 잘 받아요. 아주 미미한 영향에 불과해도 웜홀에서는 수천수백 년의 편차를 일으킬 수 있거든요. 바로 선배가 여기 오면서 겪었던 회오리바람과 시공간의 왜곡 등이 규칙을 역전시켜 커다란 편차가 나타나는 거죠.” “정말 웜홀이 있었구나!” 원
검사를 마친 주진은 원경릉에게 원숭이의 대뇌를 보여주었다.원숭이의 대뇌는 유리 상자에 넣어 냉동된 상태로, 기존 냉동고 온도와는 조금의 차이도 없었다.유리 상자에는 선이 여러 개 꽂혀 있었는데 바깥에 있는 뇌파 검사기구와 온도 모니터에 연결되어 있었다. 원숭이의 대뇌는 선홍색으로 대략 손바닥 정도 사이즈인데 크기로 볼 때 원숭이 본래의 대뇌보다 더욱 발전된 것을 알 수 있었다. 주진은 뒤를 돌아 종이 하나를 원경릉에게 건네며 물었다. “이건 원숭이의 정보를 읽어내서 분석한 그림인데 혹시 무엇인지 알아볼 수 있나요?”원경릉은 종이 위에 그림을 뚫어지게 보았는데, 산 형태인 것이 왠지 모르게 마음이 울컥하게 했다. “늑대골인가..?”“정말 늑대골인가요?” 주진이 물었다.“확신은 못 해. 난 늑대골에 안 가봤으니까. 그냥 느낌이…. 그래.” 원경릉이 잠시 생각해 보더니 순간 이렇게 추측하는 게 반드시 정답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산 그림은 맞으나 산은 다 비슷하게 생겼으며 원경릉은 늑대골에 가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럼 이거 빼고 또 읽어낸 게 있어?”“아직은 없어요. 그럼, 이 일은 일단 그냥 두죠. 선배 일부터 잘 해결할고 다시 얘기하기로 해요!”원경릉은 그림을 마음속에 새겨두었다. 돌아간 다음에 이 그림을 그려서 홍엽이나 훼천에게 보여줄 생각이였다. 만약 늑대골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면 원숭이를 구할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원경릉의 수술은 극비였기에 주진은 상부 사람들과 연락한 뒤 요 며칠 동안 아무도 연구소를 들락거릴 수 없도록 했다. 로양도 직접 나서서 사람들을 데려와 지켰는데, 원경릉은 그중에서 한 사람이 상당히 낯이 익었다. 하지만 헤어스타일이나 옷, 분위기가 매우 달라서 의아해 했는데 원경릉이 물어보기도 전에 그 사람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제자 어머님, 접니다. 기억하시나요?”“기화인가?” 원경릉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상고머리를 한 그 남자, 기회를 보고는 순간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여기 사람이었어요?”
그 말을 듣자 원경릉은 약간 긴장됐다. 원경릉이 걱정하는 건 다름 아닌 기억 상실이었기 때문이다. 원경릉은 주진의 손을 꽉 잡고 처량한 눈빛으로 물었다. “정말 기억을 잃지난 않는 거지?회복하는 데는 얼마나 오래 걸려?”“15일 정도요. 선배의 대뇌엔 선배가 원래 주사한 약품이 있어서 우리가 아무것도 안 해도 이식 수술이 성공하기만 하면 선배의 모든 기억은 천천히 응집될 거예요. 심지어 어릴 때의 사소한 일이라 전에는 완전히 잊혔던 사실까지 영원히 기억할 수 있게 되죠.”기억을 잃지 않는다는 말에 원경릉은 그제서야 안심했다. ‘기억이 없어져 남편과 아이들, 북당에서 일을 기억하지 못하면 얼마나 가슴이 무너졌겠나...’잠시 후 마취약을 주사하자 원경릉은 금세 마치가 된 듯 눈을 감았다.주진은 원경릉을 들여보내기 전에 원경릉 엄마에게 전화해서 수술이 곧 시작된다고 알렸다.원경릉 엄마는 안에 들어올 수 없었는데 양여혜가 의사와 간호사가 노출되는 것을 금지했기 때문이었다. 원경릉 엄마는 그저 연구실 밖에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기화는 주진이 원경릉을 수술실로 밀고 들어가는 걸 도와준 후 다시 밖으로 나왔다. 주진은 비록수술실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병원에 있는 세 노인의 돌발 상황에 대처해야 해 어쩔 수 없었다. 주진은 지금 이 세계에서 그들을 잘 아는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은 주진이 누구인지 전혀 모르지만 말이다…한편, 소요공은 다리를 깁스로 고정하고 있었다. 펄쩍펄쩍 뛰어다니던 사람이 땅을 밟지도 못하고 침대에 누워서 쉬어야 하니 얼마나 답답할까. 태상황은 다행히 가벼운 뇌진탕으로 약을 먹은 뒤 두통이 그렇게 심하지 않고 구토도 하지 않았으나 조금 더 관찰이 필요한 상태이다.주재상의 수술도 준비 중이었다.원경주는 엄마가 연구실 밖에서 기다리는 것을 알고 그녀에게 안심하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설득하는 전화를 했다. 하지만 원경릉 엄마는 심장이 너무 뛰고 걱정이 되어 가고 싶지 않아 했다. 원경주는 그녀가 정신적으로 버티지 못할 게 더
원경주는 이쪽에 지식이 없었기에 주 재상에게 뭐라고 설명해야 좋을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어쨌든 괜찮을 겁니다. 절 믿고 이쪽으로 오세요. 머리 밀어 드릴게요.”주 재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원경주의 부축을 받아 가만히 의자에 앉았다.태상황과 소요공 또한 미심쩍어했다. ‘머리통을 열었는데 살아 있을 수가 있다고? 전에 전장에서 적의 머리통을 깼을 때 바로 죽었는데 주 재상은 어떻게 살아있을 수가 있다는 거야?’머리를 다 밀자 동글동글한 것이 딱 볼링공 같은 게 오히려 젊어 보였다.하지만 태상황과 소요공은 주 재상의 상태가 영 이상하게 보였다. 머리카락이 순식간에 없어졌다니..!원경주가 나가자마자 주 재상은 입을 삐죽 내밀며 태상황과 소요공에게 물었다. “정후 집안에 큰 조카 수염 나 있었어?”태상황과 소요공이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수염은 없었어.”주 재상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나더러 자꾸 믿으라는데 정후 집안에 믿을 만한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그리고 수염도 안 났다면서. 옛 어른들이 수염도 안 난 사람이 하는 일은 다 미덥지 못하다고 했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을 지금 어떻게 믿어?”“그러니까!” 소요공은 주 재상을 아무리 쳐다봐도 익숙해 지지가 않았다. 특히 이 동글동글한 머리에 구멍을 뚫는다고 생각하니 오금이 저렸다. 아이고 무서워!하지만 곧 닥칠 일이고, 수술하지 않으면 주 재상의 목숨을 보전할 수 없다고 하니 소요공은 그저 격려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큰 조카, 그래도 꽤 성실해 보였어. 태자비도 그 사람을 아주 믿고 있고. 그러니까 우리 한번 믿어보는 게 어때?”셋이 같이 손을 맞잡고 한참을 침묵하더니 태상황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주 재상의 머리를 수건으로 싸매주었다. “이마가 춥겠어!”“조금..” 주 재상이 대답하고 한참 있다가 말을 이었다. “십팔매 말이 맞아. 태자비가 저 사람을 믿는다는 건 저 사람이 그만큼 능력이 있다는 게 틀림없어. 그리고 전에 그 사람이 태자 전하를 치료했잖아. 말 안 했지만, 만
원경주가 당황해서 소리쳤다. “이보세요, 뭐라고요? 늙어 보인다고요?!”소요공도 말을 보탰다. “맞아, 늙어 보여. 인자해 보인달까? 비록 수염은 나지 않았지만 딱 봐도 5~60세는 돼 보이는 게 경험이 많아 보이군.”주 재상의 둘의 말에 마음이 편안해져서 온화한 목소리로 원경주에게 집안 내력을 물었다. “자네 몇 살에 의원이 됐는가? 손자는 몇 살이고? 집안 사람들은 다 여기 있지? 북당으로 돌아간 적은 없고?”원경주는 많은 질문에 그만 슬퍼졌다.손자는 고사하고 원경주에게는 와이프마저도 없었기 때문이다.원경주는 얼른 몇 마디 얼버무리고는 밖으로 뛰쳐 나갔다.수술 전에 주진도 다가와 원경주에게 말했다. “조금 있다가 수술하려고 주 재상을 데리고 나갈 때 검사하러 간다고만 하세요. 다들 걱정하시게 수술 시작한다고 하지 마시고. 저분들은 걱정하면 가만히 앉아계시지 않고 나가서 난리를 치실 것 같아서요.”원경주도 마침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서 고개를 끄덕이고는 원경릉의 상태를 묻자 주진이 답했다. “수술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걱정은 마세요. 큰 문제 없을 거예요. 양 닥터는 이런 수술 경험이 많아요. 선배 수술은 당신이 주 재상 수술하는 것과 난이도는 같지만, 시간이 좀 더 오래 걸릴 뿐이에요.”원경주가 미간을 찌푸렸다. “안심하고 양 닥터에게 맡긴다고 해도 동생이 안전하다는 소식을 듣기전까지는 안심이 안 되네요.”“안심이 안 돼도 그 생각하실 틈이 있나요! 얼른 수술 준비하셔야죠!”“예! 알겠습니다!”간호사에게 주 재상을 휠체어에 태워 오는데 다시 검사를 받는 것으로 검사 시간이 어쩌면 약간 걸릴 수도 있으니, 검사를 마치면 곧 수술할 수 있도록 했다.세 사람은 믿겠다는 듯 고개글 끄덕였고, 간호사는 조심히 주 재상을 휠체어에 태워서 나왔다.두 사람한테 주 재상이 자리를 비운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지지 않도록 주진이 특별히 들어와 배달 음식을 먹이고 티비 보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병실엔 이미 티비가 있었지만 세 사람이 들어와서 그동안 줄곧
한편, 북당.우문호는 아이들과 이미 경성으로 돌아가고 있었는데 만두는 가는 길 내내 거의 잠들어 있었다. 우문호는 고생한 만두를 안고 때때로 혹여나 만두가 깼는지 잘 살폈다.만두가 뱉는 한마디 한마디가 우문호를 들었다 놨다 했기에 더 잘 보호해야 했다. 다른 아이들도 점점 졸음이 쏟아졌다. 한참 뒤 만두가 깨어나 눈을 비비자, 아이들이 전부 둘러싸고 만두를 기대에 찬 눈빛으로 바라봤다.그러자 만두가 입을 열었다. “재상과 엄마는 수술 중이고 엄마 이번 수술은 6시진동안 지속될 거래요. 이제 외할머니 곁에 있어 드려야 해서 제가 계속 이 곳에 있을 수 없어요. 외할머니 혼자 집에 계시거든요. 걱정돼요.”“그래, 우리 만두 효자네!” 우문호는 대견하다는 듯 만두를 꼭 안고 목이 메어 말했다.만두가 다시 자려고 하자 우문호가 한 마디 먼저 물었다. “수술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돕고 있어? 그 사람들 다 실력 좋은거지?”“그 얘기는 따로 없었어요, 하지만 주진이 우리보고 안심하랬어요. 엄마한테는 반드시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만두가 말했다.우문호는 알겠다고 답하고는 손을 뻗어 만두의 볼을 만졌다. “알겠어, 이제 자러 가자.”“아빠, 좀 쉬세요. 눈이 너무 빨개요!” 만두는 우문호의 눈이 온통 붉은 실핏줄로 가득한 것을 보자 마음이 아팠다.다른 아이들도 우문호에게 달라붙었다. 엄마가 없으니,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아빠는 괜찮아. 얘들아, 자 자!” 우문호는 만두 등을 톡톡 두드리며 부드럽게 말했다.만두는 외할머니가 걱정되는 마음에 눈을 감자마자 곧 바로 잠에 들었다.서일과 나 장군은 밖에서 마차를 모는데 바람 소리가 너무 커 안에서 하는 얘기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궁금해 미쳐버리겠는 서일이 가끔 가리개를 젖히고 반짝이는 눈빛으로 우문호를 쳐다봤다. 소식이 오면 우문호가 얘기할 것이라는 믿음과 함께 말이다. 이번에 가리개를 젖히자 우문호가 드디어 작은 소리로 얘기해 주었다. “원 선생과 재상은 수술 중이고, 아직 자세한 상황은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