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 사식이“서씨 집안 쪽은 미치고 팔짝 뛰겠군.” 손왕비가 앉아서 예식을 보며 몰래 옆에 앉은 미색에게 말했다.미색이 바쁜 가운데도 여유만만하게, “괜찮아요, 아들을 데려가도 되죠. 대신 집 짓는 거 책임지고, 그 땅값도 물어주면.”“그거 좋겠네! 사식이가 섭섭하지 않게!” 손왕비가 만족스러운 듯 말했다.사식이는 봉황관에 예복을 입었는데 15살이 될 때 지은 것으로 잘 간직해 새것 같고 금빛 찬란한데다 곱게 수놓아진 화려한 원앙 도안, 보석과 비단 자수가 사치스럽기가 이를 데 없다.붉은 면사포 아래 사식이는 상당히 긴장해서 서일의 큰 손에 잡혀 있으면서도 여전히 바들바들 떨고 있다.황제 폐하께서 자신의 혼례에 오다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절을 마치고 신방에 들어가 붉은 면사포를 벗기고 아름답게 빛나는 사식이를 보더니 서일은 그만 눈을 떼지 못하고 심장이 벌렁벌렁 거리는 게 할 말을 잊고 말았다. 그동안 사식이가 이렇게 아름다운 줄 몰랐다.신부가 쿡 찌르니 그때서야 사식이의 손을 잡고 같이 앉아 합환주를 마셨다. “사식아, 우리 혼인했다.” 서일이 진중하게 선포했다.전에 세상 겁나는 게 없던 사식이가 얼굴을 붉히며 오늘만큼은 모든 다른 신부처럼 미래에 대한 희망이 충만하고 결혼생활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했다.합환주를 마시고 서일은 나가서 손님들을 접대해야 했고 여자 손님들은 신방에 들어와 신부와 얘기하며 긴장을 풀어주었다.원경릉이 동서들을 데리고 같이 들어오고 만아와 기라, 녹주도 따라 들어오는데 다들 눈시울이 붉다. 분명 오늘은 기쁜 날인데 자꾸 눈시울이 붉어지고 가슴에 감격의 정서가 밀려왔다.만아가 자신의 예물을 주는데 자신이 직접 조각한 한 쌍의 목각 인형으로 서일과 사식이가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을 조각했다.사식이가 좋아하며 보물을 보듯이 일어나 만아를 끌어안고, “진짜 만아도 얼른 시집갔으면 좋겠어.”만아가 어색하게 웃으며, “전 시집 안가요, 전 평생 태자비 마마를 모실 거예요.”원경릉이 감동해서 만아의 귀하고 아름다
신방에 온 서일원경릉은 손왕비가 사람들 앞에서 이런 얘기를 하는 바람에 눈알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다들 옛날 사람들은 보수적이라고 하는데 말짱 거짓말이다. 전에 같이 마차를 탔을 때 아바마마조차 자신을 놀려 먹었던 게 기억나서, “이 수다쟁이 같으니 여기 아직 어린 아가씨들이 얼마나 많은데.”“우리 다 알아요!” 녹주와 기라가 일제히 말했다.원경릉이 쓴웃음을 지으며 손을 내젓더니, “너희들은 알아도 난 잘 몰라, 이 얘기 하지 말자, 사식이 놀라 자빠져.”사식이가 원래 부끄러움이 많다. 일부러 부끄러운 척 하는 거든 진짜 긴장과 기대가 교차하는 거든 쉬쉬하는 얘기에, “안 놀래요. 집에서 일찌감치 저에게 그 일을 얘기해 줬어요.”원경릉은 이런 건 좀 얘기 하기 싫은 게 이건 특히 프라이빗한 일로 남들 앞에 꺼내서 얘기하고 싶지 않다. 원경릉은 입술에 경련을 일으키며 광분한 여인들을 바라봤다. 다른 사람 신방에서 이런 얘기를 하는게 적당한 거야? 결국 고리타분한 사람은 자기인 걸까?원경릉은 난감함을 참고, “전 역시 신방이 어떻게 생겼나 좀 볼 게요.”신방은 새로 지어 인테리어는 간단하게 하고 전체 집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사식이를 맞이하기 위해 서둘러 급한 곳부터 완성했다.담벼락을 보고 원경릉의 마음이 안정되는 것이 사식이가 비록 출가하지만 데릴사위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거나 마찬가지다.저녁 연회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서일은 잔뜩 취해 사람들에게 업혀서 돌아왔다. 명원제가 있으니 다들 신랑에게 축하주를 권하는데 옆에서 막아도 소용이 없고, 10잔 중에 2잔 꼴은 마셔야 했다. 밖에서 타구통을 안고 두번이나 토하고 나서야 겨우 방으로 들려 들어갔다.사식이 쪽은 친정에서 데려온 몸종 몇이 와서 새 집에서 시중을 드는데 나리께서 이 모양으로 취한 걸 보고 서둘러 해장국을 준비했다.해장국 두 그릇을 들이 부은 것도 소용 없이 한쪽으로 부어 넣으면 한쪽으로 줄줄 흘렸다. 서일 평생에 이렇게 취한 적이 없다. 오늘 밤은 가장 중요한 날
혼례 소감우문령이 당황하며 반짝이는 눈을 들어, “재미 없다고요? 아니예요. 그이는 재밌어요.”우문령 성격은 원용의와 좀 비슷해서 직설적이고 솔직하지만 현비의 죽음 이후로 이리나리에게 시집가고 오히려 얌전해 졌다.하지만 분명 늑대파에 보호를 받고 있어 전에 그녀를 만나본 적 없는 사람은 약간의 우수에 어린 것으로 보인다.“정말로 이리 나리가 재밌다고 생각해요?” 미색이 우문령의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저 냉정한 얼굴에 동물과 놀고 있는 남자가 재미있다고? 재미있는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을 방치해두고 같이 놀지 않고 동물이랑 논단 말이야?우문령이 미색을 보고 입가에 꽃이 피어나며, “그래요, 그이는 정말 재미있어요. 특히 웃을 때.”“웃을 때 재미있는 게 아니라 잔혹하죠. 사람을 죽이겠다는 뜻이라고요!” 미색이 눈썹을 꿈틀하며, “당연하죠, 이리 나리는 미소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어요. 공주님은 이리 나리의 외모에 완전 빠지셔서 영혼을 강탈당하셨네요.”우문령이 웃으며, “영혼이 잃었던 말았던 그이를 볼 수만 있으면 돼요. 전 그이 곁에 있는게 좋아요.”구중궁궐에서 자라 막 성욕이 꽃피기 시작한 로리타와 잘 생긴 냉혈한의 연애가 굉장히 기대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하지만 이리나리란 이 냉혈한은 훈남이나 카리스마 CEO류가 아닌 한 마리 고독한 늑대라 누구의 접근도 용납하지 않는다.이게 사랑이나 결혼을 상당히 곤란하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다.하지만 소녀는 항상 어려움에 용감하게 도전한다.우문령은 앉아 있지 못하고 쪼르르 이리나리 쪽으로 달려가는데 이리나리가 우문령이 오는 걸 보고 고개만 돌려 힐끔 쳐다보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고기 좀 내와, 늑대 먹이게.”이리나리는 인생에 있어 자신의 생명보다 중요한 것들이 있는데, 우문령은 자신의 그 감정을 지켜줘야 하고, 그가 사랑하는 것을 지켜줘야 한다. 우문령은 구중궁궐에서 자랐지만 사리가 밝고 확실해서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장기심리전을 목표로 착하게 고기를 가져다 주고
방명전의 황후4경(새벽1시~3시)이 되자 목여태감이 금군을 데리고 초왕부에 와서 명원제는 용포를 입고 깨끗하게 단장을 마치고 궁궐로 돌아가 아침 조례를 준비했다.우문호는 오늘 일어날 수가 없어서 일이 있어 갈 수 없다고 휴가를 낼 생각으로 탕양을 시켜 사람을 궁문에 보내 상황을 알아보는데, 탕양이 이제 궁에서도 통해서 구사가 사람을 보내 소식을 전했다.잠시 후 한 가지 소식이 날아들었는데, 주재상이 황후를 폐하는 성지를 청하고, 황제는 동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얼마 되지 않아 또 소식이 왔는데 신하들은 재상에게 동의하고 다시 한번 황후를 폐할 것을 주청했으며 황제는 여전히 동의하지 않았다고 했다.또 잠시 후 소식이 와서 재상이 사람을 데리고 어서방 밖에 꿇어 앉아 황후를 폐할 것을 구하는데 황제는 동의하는지 아닌지 말이 없다고 했다.점심이 되어 구사가 출궁해 바로 초왕부로 와서 황후를 폐하지 않고 황후의 책봉 성지를 몰수하고 황후로서 모든 존영을 박탈하나 황후의 위치는 남겨두어 관례와 대우하는 규정은 여전히 그대로 두지만 방명전(芳明殿)으로 옮기게 했다.방명전은 역대로 사랑받지 못한 비빈이 사는 곳으로 한번 방명전에 들어가면 명원제는 들어갈 수 없다.그리고 황후 주변의 모든 사람을 전부 교체해서 내보내고 하나도 남기지 않았는데 황귀비와 내무부에서 다시 사람을 배치해 시중을 들게 했다.구사가 고개를 흔들며 쓴웃음을 짓더니,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 용서를 구하는 자가 하나도 없더라.”“누가 감히 용서를 구하겠어? 재상이 황후를 폐하라고 청을 올린 건데.”우문호도 황후를 폐할 리 없으며 이런 결과는 예상했던 것으로 수십년간 부부였으니 정이 없더라도 체면이 있다. 동시에 주재상의 체면도 차려줘야 하니 황후의 권리는 빼앗아 사람을 싹 새로 들이면 황후도 일을 꾸밀 수 없을 테니 주씨 집안에 큰 위협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대략 해결된 셈이다.구사는 약간 마음이 쓸쓸한 것이 궁에서 보낸 기간이 길었던 만큼 황후가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닌 게 현비와
원경병과 수아“그럼 왜 그렇게 고민하셨어요?” 문영공주가 물었다.“이렇게 많은 황자들 속에서 아직 젖을 먹고 있는 십황자를 빼고 나머지는 전부 왕으로 봉해져 나갔는데 네 여덟째 동생만 아직도 궁에 황자의 신분으로 남아 있어. 군왕으로 봉해지지조차 못하고 말이야. 나도 안다. 이렇게 괴로워해 봤 자 여덟째에게 도움이 안되는 거. 하지만 뭐라도 하지 않으면 마음이 안정이 안 되는 걸 어쩌니.”“어마마마 쓸데없이 괴로워하신 거예요.”잠시 자기가 맞았는지 틀렸는지 차치하고, 자신은 존귀한 황후로 자기 아들은 사람들 중에서도 빼어난 용과 같은 존재여야 하는데 하나같이 다 못난 것이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황후는 아들들을 돕지 않고 운명을 인정했으나 나중이 되고 보니 왜 꼭 이렇게 죽음을 기다려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자기가 뭔가 해서 바꿀 수 있는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하고.하지만 황후는 아버지가 황후를 폐하라고 청할 줄 생각 못했다. 만약 다른 사람이 주청을 했거나 심지어 황제가 성지를 내려 황후를 폐하려 해도 그녀는 울고불고 난리를 치며 죽자고 피했을 테지만 아버지 결정은 반박할 수 없다.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사식이가 근친하는 날 원경병이 딸 수아(秀兒)를 데리고 왔다. 수아는 구사를 닮아 쿨한 게 눈썹이 진하고 눈이 큰 전형적인 남자 같은 여자였다. 우문호가 특히 좋아하며 얘는 나중에 대성할 거라고 했다.한동안 동생을 보지 못했지만 걱정되는 정도는 아닌 게 가끔 사람을 보내 동생 상황을 물어봐 왔기 때문에 구씨 집안에 그 짜증나는 일이 있던 것도 알았다.“이제 집은 좋아졌지?” 원경릉이 물었다.원경병이 상당히 성숙해서 옷 입는 것도 바뀌어 대담하고 귀티가 나는 게 안주인 같아서 유치한 눈빛이 없어지고 세상 물정을 아는 지혜와 침착함이 대신했다.“정리된 셈이죠.” 원경병이 수아를 안고 뽀뽀하며 살짝 안도했다. 진짜 최근 일 이 년 참 힘들었다.“그럼 됐어, 수아야, 이모한테 와.” 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수아가 걸을
수아와 보배원경병이 약간 감개무량해서, “정후부 때를 생각하면 매일 정말 자유로웠는데, 아빠 엄마가 변변치 않고, 신경 쓰이지만 진짜 우리가 근심 걱정할 게 없는 곳이었어요.”“잘 못 지내는 거야? 구사는 너한테 어때?”“저한테 잘 해줘요, 집안도 지금은 괜찮고. 단지 좀 감개무량해서 그래요.” 원경병이 웃으며 행복한 눈빛을 숨기지 못하고, “구사에게 시집간 건 제 평생에 최고의 행운이었어요. 더는 서러움 당할 걱정 없는 게 뭐든 달게 받아들일 수 있어요.”잠시 후 정색하더니, “아니, 서러움을 당하는 건 역시 싫네요, 싸울래요.”원경릉이 웃기 시작했다. 이래야 원경릉이 아는 원경병이지.사식이와 서일이 오늘 근친을 마치고 오는 날로 서씨 집에서 누가 찾아왔는데 기상궁이 문에서 막고 꾸짖어 서씨 집안 사람은 아주 거나하게 욕을 먹었다.이제 그들에게 혼담을 넣어 달라고 부탁하는 입장이 아니니 기상궁이 그런 수모를 당하고 참을 리 없다. 그래서 욕을 진탕 한 뒤에 서씨 새어머니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만약 다시 서일을 찾아오면 다리 몽둥이를 부러뜨려 버리겠다고 했다.기상궁이 꾸짖고 욕 하는게 장난이 아닌 게 쓰는 단어가 완곡한 표현이 아니다. 하여간 기상궁 본인이 아는 가장 악독한 말을 다 사용해 서일의 새어머니는 완전 찌그러져 욕만 잔뜩 먹고 풀이 죽은 채로 도망갔다.그들도 새아들의 황실 인척한테 비빌 수 없다는 걸 알아서 감히 다시 오지 못했다.서일과 사식이는 초왕부로 돌아와 살고 새집은 계속 짓는 중이다.원경릉은 요즘 시간차를 계산하느라 바쁜데 이게 가장 어려운 부분으로, 급하지 않다는 건 거짓말이지만 이 일은 서두를 수가 없는 것이 정확한 시간이 없기 때문에 계산은 추측과 추산에 의지해서 시작할 수밖에 없다.경성은 지금 상당히 태평해서 마치 모든 것이 원경릉이 아이를 낳는 것을 위해 길을 비켜주는 것 같은 게 당연히 경성이 태평을 유지하는 건 우문호가 오랫동안 고생했기 때문이다.주재상이 황후의 폐위를 주청한 뒤로 실무에서 퇴임한 상태에
황후에게 간 보배이번엔 찰떡이조차 마음이 움직였다. 남동생은 있던 없던 상관없지만 여동생은 꼭 필요하니 엄마에게 여동생을 낳아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구했다.원경릉은 아이를 안지도, 자리에 앉지도 못하고 서서 천천히 걸어 다니거나 아니면 누워있는데 누우면 숨쉬기가 힘들다.말도 못하게 고생스럽다.학창시절 새벽같이 일어나 공부하고 초등학교부터 쭉 1등을 도맡아 왔지만 지금 그게 아무런 쓸모도 없는 걸 생각하면 가끔 서글픈 생각이 들지만, 또 어떨 땐 축복받았다는 기분이 드는 게 어떻든지 간에 아직 살아서 서로 사랑하는 사람과 아이들과 같이 있기 때문이다.원용의는 몸조리를 잘 한 덕분에 깨끗하고 맑은 피부에 살도 오르고 사람이 훨씬 명랑해 졌다.동서들과 같이 수다를 떨다가 갑자기, “내일 보배를 데리고 입궁해서 어마마마를 뵙고 오려고요.”손왕비가 놀라며, “황후 마마를 만난다고? 가지 마.”원용의가 고개를 흔들며, “가야죠. 피는 물보다 진하잖아요. 전 제 할 도리 다 하면, 황후 마마께서 어떻게 보시던지 중요하지 않아요. 우리 할머니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도리는 분명히 해야죠. 저와 황후 마마는 절대로 좋은 고부관계가 될 수 없지만, 제가 보배를 데리고 황후 마마를 만나러 가면 제왕 전하는 조금 위로가 될 테니 전 제왕 전하를 위해 가는 거예요.”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싸웠든 어쨌든 황후와 제왕의 모자 사이는 갈라놓을 수 없다. 관계가 깨져 있는데 마음이 개운하겠어?다음 날 제왕부부는 보배를 데리고 황후를 만나러 방명전에 갔다.황후는 팔황자가 그림 그리는 옆에 있다가 제왕부부가 아이를 데리고 온다는 얘기에 약간 당황했다.그리고 이 순간 현비가 생각났다.황후는 어쩌면 현비보다 운이 좋은 걸지도 모른다.원용의가 예의를 차려 예를 올리고 비굴하지도 방자하지도 않게 자리에 앉았다. 모자가 얘기를 나누는데 어색한 분위기는 어쩔 수 없다.황후는 보배를 안지 않고 몇 번 쳐다보기만 하더니, 마지막에 부부가 돌아가려고 할 때 벌떡 일어나, “걔를 좀 안아
뜻밖의 방문객출산휴가를 내려고 우문호는 최근 눈이 뱅뱅 돌아가게 바쁘게 지내며 미친듯이 일곱째를 재촉해 중요한 몇 가지 사건을 반드시 해결하라고 했다. 또 두세차례 대 소탕작전으로 경성은 한층 경계가 삼엄해 져서 치안은 자연스럽게 호전되었다.내년 봄에 과거가 있어서 전국에서 경성으로 오는 학생들이 점점 많아 지기 시작해, 경성의 각 대형 여관은 과거시험을 보러 온 학생들도 가득 찼다.우문호가 주루에 대한 정비에도 박차를 가하는 이유는 주루가 감시하고 통제하는데 이용당하기 가장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재직 관원들은 주루에서 향응을 즐기지 못하게 하고 명을 어긴 자는 파면하도록 성지를 내려줄 것을 요청했다.주재상은 감찰 관아를 만들어 각 부처 관원의 위반 여부 감찰을 전담했다. 주루에서 놀아서는 안 되지만 이미 뼈속까지 썩은 호색한들은 어떻게 든 방법을 찾아내서 아가씨를 집으로 불러들였는데, 감찰 관아가 있으니 호색한들도 재미보기는 글렀다.주재상이 우문호와 함께 하는 것은, 침투세력을 뿌리째 뽑으려면 우리 쪽도 다치기 마련이라 온 경성에 파란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이다. 지금 사실 때가 무르익지 않아 다른 사람은 통제할 수 없으나 자기 사람은 그나마 가능하지 않겠어?최근 초왕부에 들락거리는 사람이 많아졌는데 대부분은 황실 친족들로 곧 출산을 앞두고 있으니 문병을 핑계로 원경릉에게 얼굴도장을 찍으러 오는 것이다.요부인과 미색이 요즘 거의 매일 오다시피 해서 초왕부에 같이 있는데 둘은 원경릉이 갑자기 산통이 올까 봐 그런다.동서 셋이 방에 앉아 얘기하는데 누군가 와서 기왕부부가 왔다는 것이다.이 보고를 듣고 미색이 무의식적으로 요부인을 보더니, “기왕 부부?”요부인이 태연하게, “기왕 전하와 주명양이야.”미색이 놀라서, “그 사람들이 왜 왔어요? 그리고 기왕 전하는 무슨? 첫째 황자가 되신 거 아닌 가요? 언제 왕야의 봉호를 받았죠?”“자칭이겠지. 뭘 하러 왔는지는 가서 물어보면 알지 않겠어?” 요부인이 담담하게 말했다.미색이 허허 웃더니
잔뜩 긴장한 채로 앞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있었던 주 지부는 우렁찬 상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중심을 잃은 듯 비틀거렸다. 그는 이내 팔을 뻗어 망루의 기둥을 붙잡으려 했지만, 허공에서 멈추고 말았고, 그대로 몸이 앞으로 쏠려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말에서 빠르게 날아올라,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그에게 달려갔다. 상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 지부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를 안고 빙 돌아서 바닥에 착지했다.주 지부는 깜짝 놀라서 그만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를 구해준 사람은 반짝거리는 눈망울에, 품위 있는 모습의 젊고 잘생긴 사내였다. 주 지부는 그를 황제의 호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새도 없이 그에게 예를 올렸다.“대인,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그때 말들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는데, 서일이 먼저 말에서 내려, 다급히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으십니까?”우문호도 매우 놀란 듯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주 지부는 정말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숨을 들이쉬었다.“괜찮다.”그러고는 주 지부를 보며 물었다.“자네는 누구요?”주 지부는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누가 황제인지 추측했다.황제는 올해 마흔에 가까운 나이로 알려져 있었기에 위엄이 넘쳐 보일 것이었다. 그는 일행 중, 냉 수보와 홍엽을 만난 적 있었기에, 거친 모습을 한 이 인물은 아마도 호위로 추측된다. “묻지 않았소? 자네는 누구요? 어찌 죽으려고 하는 것이오?”서일은 그가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주 지부는 울 지경이었다. 냉 수보가 그를 보고 있으니, 예를 올려야 하지만, 황제도 자리에 있으니, 바로 냉 수보에게 예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체 누가 황제란 말인가?그는 황제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어, 결국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고는 그들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
원경릉의 말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대인은 땅에 엎드려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자신이 황제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평소 차분하고 신중한 주 지부도, 그도 감정이 격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황후를 만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황제까지 오신다는 소식에 그의 마음은 흥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원경릉은 평생을 경성에서 다섯째와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그가 온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다들 걱정 없이 역병을 치료하고, 언제나 황제가 그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니, 황제가 직접 오는 것이, 지방 관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원경릉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폐하게서는 그저 역병 때문에 온 것이니, 모두 각자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네.”“예, 예, 마마의 명을 따르겠습니다.”주 지부가 눈물을 닦으며 답했다.그렇게 관아와 의서가 협력하여, 오계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원 할머니는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몇 가지 내렸다. 경증 환자는 약차를 계속 마시고, 증상이 악화하거나 중증 환자는 그녀의 처방을 사용하도록 했다.전에 이미 근처 주부에 연락해 약을 보내라 명했고, 오계부에서 구비한 약까지 있으니, 이번 역병을 대처할 수 있었다.오계부 의서는 이번 역병을 과거의 역병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소홀히 한 것 외에는 준비가 충분했다.원경릉은 황제 일행이 저녁 무렵 오계부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다.주 지부는 원래 여러 관리와 함께 황제를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원경릉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녀는 황제가 미복 순행 중이니, 과하게 맞이하여 백성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그 말에 주 지부는 당황했다.황제가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맞이하지 않는다니,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그러나 그는 황
약을 쓰자, 주 지부의 열이 단번에 내려갔다.열이 내려가니 정신이 맑아져,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마마에게 예를 올리겠다고 고집 피웠다.원경릉은 그에게 누워 있으라고 말한 후, 역병에 관해 이야기하며 주 지부에게 이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주 지부는 이를 듣고 깜짝 놀라 말했다.“소신은 매일 의서에 사람을 보내, 역병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사옵니다. 매일 보고된 상황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역병이 발생했지만, 작년과 비슷한 정도였고, 약재도 충분한데, 어찌 이렇게 심각해진 것입니까?”“매년 역병이 발생했으나, 대대적으로 퍼지지 않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네.”원경릉이 답했다.“의서의 이 대인을 불러, 상황을 확인하겠습니다.”주 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어제 이미 그를 찾아가,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조사하라 명했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이네. 자네가 사람을 보내, 관아에 와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게.”“예!”주 지부는 곧바로 사람을 보냈다.푸른 옷을 입은 남자는 관아에서 일하는 관리였기에, 그는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관아 내에서 병에 걸린 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해냈다.관아 내에서 역병 증상을 보인 사람은 총 열여덟 명이었고, 그중 두 명은 병세가 심각하여 이미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주 지부는 관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린 줄 몰랐고, 관리의 보고를 들은 후, 큰 충격을 받았다.의서의 이 대인은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바삐 움직였다. 서관 대인이 직접 오셨으니, 어떻게든 시키는 일을 완성해내야 했다.그는 사실 역병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그저 작년과 비슷하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여러 지역과 의원을 돌아보고 나서야, 이번 역병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처음엔 그저 서관 대인에게 보고만 하려고 했지만, 병세가 심각해지자 그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인원수를 통계하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