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 1856화

Author: 유애
신방에 온 서일

원경릉은 손왕비가 사람들 앞에서 이런 얘기를 하는 바람에 눈알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다들 옛날 사람들은 보수적이라고 하는데 말짱 거짓말이다. 전에 같이 마차를 탔을 때 아바마마조차 자신을 놀려 먹었던 게 기억나서, “이 수다쟁이 같으니 여기 아직 어린 아가씨들이 얼마나 많은데.”

“우리 다 알아요!” 녹주와 기라가 일제히 말했다.

원경릉이 쓴웃음을 지으며 손을 내젓더니, “너희들은 알아도 난 잘 몰라, 이 얘기 하지 말자, 사식이 놀라 자빠져.”

사식이가 원래 부끄러움이 많다. 일부러 부끄러운 척 하는 거든 진짜 긴장과 기대가 교차하는 거든 쉬쉬하는 얘기에, “안 놀래요. 집에서 일찌감치 저에게 그 일을 얘기해 줬어요.”

원경릉은 이런 건 좀 얘기 하기 싫은 게 이건 특히 프라이빗한 일로 남들 앞에 꺼내서 얘기하고 싶지 않다.

원경릉은 입술에 경련을 일으키며 광분한 여인들을 바라봤다. 다른 사람 신방에서 이런 얘기를 하는게 적당한 거야? 결국 고리타분한 사람은 자기인 걸까?

원경릉은 난감함을 참고, “전 역시 신방이 어떻게 생겼나 좀 볼 게요.”

신방은 새로 지어 인테리어는 간단하게 하고 전체 집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사식이를 맞이하기 위해 서둘러 급한 곳부터 완성했다.

담벼락을 보고 원경릉의 마음이 안정되는 것이 사식이가 비록 출가하지만 데릴사위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거나 마찬가지다.

저녁 연회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서일은 잔뜩 취해 사람들에게 업혀서 돌아왔다. 명원제가 있으니 다들 신랑에게 축하주를 권하는데 옆에서 막아도 소용이 없고, 10잔 중에 2잔 꼴은 마셔야 했다. 밖에서 타구통을 안고 두번이나 토하고 나서야 겨우 방으로 들려 들어갔다.

사식이 쪽은 친정에서 데려온 몸종 몇이 와서 새 집에서 시중을 드는데 나리께서 이 모양으로 취한 걸 보고 서둘러 해장국을 준비했다.

해장국 두 그릇을 들이 부은 것도 소용 없이 한쪽으로 부어 넣으면 한쪽으로 줄줄 흘렸다. 서일 평생에 이렇게 취한 적이 없다. 오늘 밤은 가장 중요한 날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명의 왕비   제 1857화

    혼례 소감우문령이 당황하며 반짝이는 눈을 들어, “재미 없다고요? 아니예요. 그이는 재밌어요.”우문령 성격은 원용의와 좀 비슷해서 직설적이고 솔직하지만 현비의 죽음 이후로 이리나리에게 시집가고 오히려 얌전해 졌다.하지만 분명 늑대파에 보호를 받고 있어 전에 그녀를 만나본 적 없는 사람은 약간의 우수에 어린 것으로 보인다.“정말로 이리 나리가 재밌다고 생각해요?” 미색이 우문령의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저 냉정한 얼굴에 동물과 놀고 있는 남자가 재미있다고? 재미있는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을 방치해두고 같이 놀지 않고 동물이랑 논단 말이야?우문령이 미색을 보고 입가에 꽃이 피어나며, “그래요, 그이는 정말 재미있어요. 특히 웃을 때.”“웃을 때 재미있는 게 아니라 잔혹하죠. 사람을 죽이겠다는 뜻이라고요!” 미색이 눈썹을 꿈틀하며, “당연하죠, 이리 나리는 미소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어요. 공주님은 이리 나리의 외모에 완전 빠지셔서 영혼을 강탈당하셨네요.”우문령이 웃으며, “영혼이 잃었던 말았던 그이를 볼 수만 있으면 돼요. 전 그이 곁에 있는게 좋아요.”구중궁궐에서 자라 막 성욕이 꽃피기 시작한 로리타와 잘 생긴 냉혈한의 연애가 굉장히 기대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하지만 이리나리란 이 냉혈한은 훈남이나 카리스마 CEO류가 아닌 한 마리 고독한 늑대라 누구의 접근도 용납하지 않는다.이게 사랑이나 결혼을 상당히 곤란하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다.하지만 소녀는 항상 어려움에 용감하게 도전한다.우문령은 앉아 있지 못하고 쪼르르 이리나리 쪽으로 달려가는데 이리나리가 우문령이 오는 걸 보고 고개만 돌려 힐끔 쳐다보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고기 좀 내와, 늑대 먹이게.”이리나리는 인생에 있어 자신의 생명보다 중요한 것들이 있는데, 우문령은 자신의 그 감정을 지켜줘야 하고, 그가 사랑하는 것을 지켜줘야 한다. 우문령은 구중궁궐에서 자랐지만 사리가 밝고 확실해서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장기심리전을 목표로 착하게 고기를 가져다 주고

  • 명의 왕비   제 1858화

    방명전의 황후4경(새벽1시~3시)이 되자 목여태감이 금군을 데리고 초왕부에 와서 명원제는 용포를 입고 깨끗하게 단장을 마치고 궁궐로 돌아가 아침 조례를 준비했다.우문호는 오늘 일어날 수가 없어서 일이 있어 갈 수 없다고 휴가를 낼 생각으로 탕양을 시켜 사람을 궁문에 보내 상황을 알아보는데, 탕양이 이제 궁에서도 통해서 구사가 사람을 보내 소식을 전했다.잠시 후 한 가지 소식이 날아들었는데, 주재상이 황후를 폐하는 성지를 청하고, 황제는 동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얼마 되지 않아 또 소식이 왔는데 신하들은 재상에게 동의하고 다시 한번 황후를 폐할 것을 주청했으며 황제는 여전히 동의하지 않았다고 했다.또 잠시 후 소식이 와서 재상이 사람을 데리고 어서방 밖에 꿇어 앉아 황후를 폐할 것을 구하는데 황제는 동의하는지 아닌지 말이 없다고 했다.점심이 되어 구사가 출궁해 바로 초왕부로 와서 황후를 폐하지 않고 황후의 책봉 성지를 몰수하고 황후로서 모든 존영을 박탈하나 황후의 위치는 남겨두어 관례와 대우하는 규정은 여전히 그대로 두지만 방명전(芳明殿)으로 옮기게 했다.방명전은 역대로 사랑받지 못한 비빈이 사는 곳으로 한번 방명전에 들어가면 명원제는 들어갈 수 없다.그리고 황후 주변의 모든 사람을 전부 교체해서 내보내고 하나도 남기지 않았는데 황귀비와 내무부에서 다시 사람을 배치해 시중을 들게 했다.구사가 고개를 흔들며 쓴웃음을 짓더니,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 용서를 구하는 자가 하나도 없더라.”“누가 감히 용서를 구하겠어? 재상이 황후를 폐하라고 청을 올린 건데.”우문호도 황후를 폐할 리 없으며 이런 결과는 예상했던 것으로 수십년간 부부였으니 정이 없더라도 체면이 있다. 동시에 주재상의 체면도 차려줘야 하니 황후의 권리는 빼앗아 사람을 싹 새로 들이면 황후도 일을 꾸밀 수 없을 테니 주씨 집안에 큰 위협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대략 해결된 셈이다.구사는 약간 마음이 쓸쓸한 것이 궁에서 보낸 기간이 길었던 만큼 황후가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닌 게 현비와

  • 명의 왕비   제 1859화

    원경병과 수아“그럼 왜 그렇게 고민하셨어요?” 문영공주가 물었다.“이렇게 많은 황자들 속에서 아직 젖을 먹고 있는 십황자를 빼고 나머지는 전부 왕으로 봉해져 나갔는데 네 여덟째 동생만 아직도 궁에 황자의 신분으로 남아 있어. 군왕으로 봉해지지조차 못하고 말이야. 나도 안다. 이렇게 괴로워해 봤 자 여덟째에게 도움이 안되는 거. 하지만 뭐라도 하지 않으면 마음이 안정이 안 되는 걸 어쩌니.”“어마마마 쓸데없이 괴로워하신 거예요.”잠시 자기가 맞았는지 틀렸는지 차치하고, 자신은 존귀한 황후로 자기 아들은 사람들 중에서도 빼어난 용과 같은 존재여야 하는데 하나같이 다 못난 것이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황후는 아들들을 돕지 않고 운명을 인정했으나 나중이 되고 보니 왜 꼭 이렇게 죽음을 기다려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자기가 뭔가 해서 바꿀 수 있는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하고.하지만 황후는 아버지가 황후를 폐하라고 청할 줄 생각 못했다. 만약 다른 사람이 주청을 했거나 심지어 황제가 성지를 내려 황후를 폐하려 해도 그녀는 울고불고 난리를 치며 죽자고 피했을 테지만 아버지 결정은 반박할 수 없다.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사식이가 근친하는 날 원경병이 딸 수아(秀兒)를 데리고 왔다. 수아는 구사를 닮아 쿨한 게 눈썹이 진하고 눈이 큰 전형적인 남자 같은 여자였다. 우문호가 특히 좋아하며 얘는 나중에 대성할 거라고 했다.한동안 동생을 보지 못했지만 걱정되는 정도는 아닌 게 가끔 사람을 보내 동생 상황을 물어봐 왔기 때문에 구씨 집안에 그 짜증나는 일이 있던 것도 알았다.“이제 집은 좋아졌지?” 원경릉이 물었다.원경병이 상당히 성숙해서 옷 입는 것도 바뀌어 대담하고 귀티가 나는 게 안주인 같아서 유치한 눈빛이 없어지고 세상 물정을 아는 지혜와 침착함이 대신했다.“정리된 셈이죠.” 원경병이 수아를 안고 뽀뽀하며 살짝 안도했다. 진짜 최근 일 이 년 참 힘들었다.“그럼 됐어, 수아야, 이모한테 와.” 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수아가 걸을

  • 명의 왕비   제 1860화

    수아와 보배원경병이 약간 감개무량해서, “정후부 때를 생각하면 매일 정말 자유로웠는데, 아빠 엄마가 변변치 않고, 신경 쓰이지만 진짜 우리가 근심 걱정할 게 없는 곳이었어요.”“잘 못 지내는 거야? 구사는 너한테 어때?”“저한테 잘 해줘요, 집안도 지금은 괜찮고. 단지 좀 감개무량해서 그래요.” 원경병이 웃으며 행복한 눈빛을 숨기지 못하고, “구사에게 시집간 건 제 평생에 최고의 행운이었어요. 더는 서러움 당할 걱정 없는 게 뭐든 달게 받아들일 수 있어요.”잠시 후 정색하더니, “아니, 서러움을 당하는 건 역시 싫네요, 싸울래요.”원경릉이 웃기 시작했다. 이래야 원경릉이 아는 원경병이지.사식이와 서일이 오늘 근친을 마치고 오는 날로 서씨 집에서 누가 찾아왔는데 기상궁이 문에서 막고 꾸짖어 서씨 집안 사람은 아주 거나하게 욕을 먹었다.이제 그들에게 혼담을 넣어 달라고 부탁하는 입장이 아니니 기상궁이 그런 수모를 당하고 참을 리 없다. 그래서 욕을 진탕 한 뒤에 서씨 새어머니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만약 다시 서일을 찾아오면 다리 몽둥이를 부러뜨려 버리겠다고 했다.기상궁이 꾸짖고 욕 하는게 장난이 아닌 게 쓰는 단어가 완곡한 표현이 아니다. 하여간 기상궁 본인이 아는 가장 악독한 말을 다 사용해 서일의 새어머니는 완전 찌그러져 욕만 잔뜩 먹고 풀이 죽은 채로 도망갔다.그들도 새아들의 황실 인척한테 비빌 수 없다는 걸 알아서 감히 다시 오지 못했다.서일과 사식이는 초왕부로 돌아와 살고 새집은 계속 짓는 중이다.원경릉은 요즘 시간차를 계산하느라 바쁜데 이게 가장 어려운 부분으로, 급하지 않다는 건 거짓말이지만 이 일은 서두를 수가 없는 것이 정확한 시간이 없기 때문에 계산은 추측과 추산에 의지해서 시작할 수밖에 없다.경성은 지금 상당히 태평해서 마치 모든 것이 원경릉이 아이를 낳는 것을 위해 길을 비켜주는 것 같은 게 당연히 경성이 태평을 유지하는 건 우문호가 오랫동안 고생했기 때문이다.주재상이 황후의 폐위를 주청한 뒤로 실무에서 퇴임한 상태에

  • 명의 왕비   제 1861화

    황후에게 간 보배이번엔 찰떡이조차 마음이 움직였다. 남동생은 있던 없던 상관없지만 여동생은 꼭 필요하니 엄마에게 여동생을 낳아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구했다.원경릉은 아이를 안지도, 자리에 앉지도 못하고 서서 천천히 걸어 다니거나 아니면 누워있는데 누우면 숨쉬기가 힘들다.말도 못하게 고생스럽다.학창시절 새벽같이 일어나 공부하고 초등학교부터 쭉 1등을 도맡아 왔지만 지금 그게 아무런 쓸모도 없는 걸 생각하면 가끔 서글픈 생각이 들지만, 또 어떨 땐 축복받았다는 기분이 드는 게 어떻든지 간에 아직 살아서 서로 사랑하는 사람과 아이들과 같이 있기 때문이다.원용의는 몸조리를 잘 한 덕분에 깨끗하고 맑은 피부에 살도 오르고 사람이 훨씬 명랑해 졌다.동서들과 같이 수다를 떨다가 갑자기, “내일 보배를 데리고 입궁해서 어마마마를 뵙고 오려고요.”손왕비가 놀라며, “황후 마마를 만난다고? 가지 마.”원용의가 고개를 흔들며, “가야죠. 피는 물보다 진하잖아요. 전 제 할 도리 다 하면, 황후 마마께서 어떻게 보시던지 중요하지 않아요. 우리 할머니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도리는 분명히 해야죠. 저와 황후 마마는 절대로 좋은 고부관계가 될 수 없지만, 제가 보배를 데리고 황후 마마를 만나러 가면 제왕 전하는 조금 위로가 될 테니 전 제왕 전하를 위해 가는 거예요.”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싸웠든 어쨌든 황후와 제왕의 모자 사이는 갈라놓을 수 없다. 관계가 깨져 있는데 마음이 개운하겠어?다음 날 제왕부부는 보배를 데리고 황후를 만나러 방명전에 갔다.황후는 팔황자가 그림 그리는 옆에 있다가 제왕부부가 아이를 데리고 온다는 얘기에 약간 당황했다.그리고 이 순간 현비가 생각났다.황후는 어쩌면 현비보다 운이 좋은 걸지도 모른다.원용의가 예의를 차려 예를 올리고 비굴하지도 방자하지도 않게 자리에 앉았다. 모자가 얘기를 나누는데 어색한 분위기는 어쩔 수 없다.황후는 보배를 안지 않고 몇 번 쳐다보기만 하더니, 마지막에 부부가 돌아가려고 할 때 벌떡 일어나, “걔를 좀 안아

  • 명의 왕비   제 1862화

    뜻밖의 방문객출산휴가를 내려고 우문호는 최근 눈이 뱅뱅 돌아가게 바쁘게 지내며 미친듯이 일곱째를 재촉해 중요한 몇 가지 사건을 반드시 해결하라고 했다. 또 두세차례 대 소탕작전으로 경성은 한층 경계가 삼엄해 져서 치안은 자연스럽게 호전되었다.내년 봄에 과거가 있어서 전국에서 경성으로 오는 학생들이 점점 많아 지기 시작해, 경성의 각 대형 여관은 과거시험을 보러 온 학생들도 가득 찼다.우문호가 주루에 대한 정비에도 박차를 가하는 이유는 주루가 감시하고 통제하는데 이용당하기 가장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재직 관원들은 주루에서 향응을 즐기지 못하게 하고 명을 어긴 자는 파면하도록 성지를 내려줄 것을 요청했다.주재상은 감찰 관아를 만들어 각 부처 관원의 위반 여부 감찰을 전담했다. 주루에서 놀아서는 안 되지만 이미 뼈속까지 썩은 호색한들은 어떻게 든 방법을 찾아내서 아가씨를 집으로 불러들였는데, 감찰 관아가 있으니 호색한들도 재미보기는 글렀다.주재상이 우문호와 함께 하는 것은, 침투세력을 뿌리째 뽑으려면 우리 쪽도 다치기 마련이라 온 경성에 파란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이다. 지금 사실 때가 무르익지 않아 다른 사람은 통제할 수 없으나 자기 사람은 그나마 가능하지 않겠어?최근 초왕부에 들락거리는 사람이 많아졌는데 대부분은 황실 친족들로 곧 출산을 앞두고 있으니 문병을 핑계로 원경릉에게 얼굴도장을 찍으러 오는 것이다.요부인과 미색이 요즘 거의 매일 오다시피 해서 초왕부에 같이 있는데 둘은 원경릉이 갑자기 산통이 올까 봐 그런다.동서 셋이 방에 앉아 얘기하는데 누군가 와서 기왕부부가 왔다는 것이다.이 보고를 듣고 미색이 무의식적으로 요부인을 보더니, “기왕 부부?”요부인이 태연하게, “기왕 전하와 주명양이야.”미색이 놀라서, “그 사람들이 왜 왔어요? 그리고 기왕 전하는 무슨? 첫째 황자가 되신 거 아닌 가요? 언제 왕야의 봉호를 받았죠?”“자칭이겠지. 뭘 하러 왔는지는 가서 물어보면 알지 않겠어?” 요부인이 담담하게 말했다.미색이 허허 웃더니

  • 명의 왕비   제 1863화

    십만냥 내놔“기왕 전하와……기왕비 마마께서 무슨 일로 오셨는지?” 자칭 기왕이라고 했으니 그렇게 불러주는 게 인지상정.요부인이 있기 때문인지 우문군은 잠시 우물쭈물 하며 제대로 말을 못한다.오히려 주명양이 눈썹을 치켜 뜨고, “말 못할 게 뭐가 있어요? 우린 은자를 가지러 왔어요.”원경릉이 놀라서, “은자? 무슨 은자를 가지러?”“배상금이요.” 주명양이 원경릉을 보고 콧방귀를 뀌더니, “다들 마음 속에 짚이는 일이 있을 거예요. 우문호가 나에게 잘못했으니 그냥 지나갈 생각 하지도 말아요. 당신이 배상하는 게 당연하지.”“그 사람이 당신에게 뭘 잘못했죠?” 원경릉은 정말 어리둥절했다. 그 일은 진작에 해결된 거 아닌가? 주명양이 자기도 기만하고 남도 속일 그런 바보는 아닌데, 자신과 좋아했던 사람이 우문호가 아닌 걸 누구보다 확실히 알 게 분명하다.우문군이 심호흡을 하더니 요부인이 자리에 있는 것에 신경 쓰지 않고 직접, “아내의 아이가 없어졌으니 다섯째는 아내에게 배상하는 게 도리입니다. 다섯째가 뿌린 재앙의 씨앗을 부인할 생각하지 마시죠. 원인이 있었으니 결과도 생긴 게 아닙니까. 나도 똑똑히 알고 있어요. 다섯째가 음흉한 짓을 했다는 걸.”원경릉과 요부인이 서로 마주보며 역시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 저들이 구석에 처박혀 지들끼리 썩어 문드러지든 말든 내버려 둬야했다.원경릉이 대놓고, “얼마를 원하세요?”“십만 냥!” 두 사람이 이구동성을 말했다.“십만 냥? 차라리 도둑질을 하지 그래요?” 원경릉이 냉소를 지었다.주명양이 증오에 찬 눈빛으로, “태자의 명성을 지키고 싶거든 어서 십만 냥을 가져와요. 안 그러면 골목골목에서 태자가 큰 형수를 욕보였다고 소문이 돌 테니까, 그땐 이미 우문호의 명성이 땅에 떨어져 백만 냥을 줘도 다시 살 수 없겠죠.”“큰 형수를 욕보여?” 원경릉이 실소를 터트렸다. “당신이 말한 큰 형수가 당신인가요? 좋아요, 나가서 맘대로 떠들어요. 누가 믿나 보죠.”“당신…… “ 주명양이 벌떡 일어나서 살벌한 눈빛으

  • 명의 왕비   제 1864화

    힘없는 으름장만아가 ‘휘릭’ 초왕부 대문 간에서 내가보니 과연 골목 끄트머리에 머리 둘이 초왕부 문간을 살피고 있다. 거리가 꽤 있어서 똑똑히 보이지는 않지만 만아가 쳐다보는 걸 알고 두 사람이 얼른 머리를 쏙 집어 넣었다.만아가 탕양에게 보고하고 탕양이 사람을 시켜 몰래 두 사람을 감시시킨 후, 만아는 귓속말로 원경릉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원경릉이 속으로 생각하는 게 있어 태도를 완전 바꿔 우문군에게, “은자 십만 냥을 갑자기 내 놓을 수는 없어요. 이렇게 하죠. 저에게 사흘의 시간을 주시고 사흘 후에 다시 오세요. 어떠세요?”“안돼, 반드시 지금 줘야 해!” 주명양의 태도가 상당히 강경했다.원경릉이 천천히 일어나, “지금은 은자 열 냥 밖에 없어요. 원하면 열 냥이라도 가져가는데 대신 밖에 나가서 태자 전하께서 당신을 모욕했다고 떠들고 다녔다가 가만 안 둘 줄 알아요.”우문군의 얼굴이 다급해 지더니 원경릉을 막아 서며, “사흘 후엔 반드시 있는 거요? 날 속이려 들면 안됩니다.”“있는지 없는지 사흘후에 와 보시면 알지 않습니까?” 원경릉은 앉아 있기도 불편하고 저들과 말을 섞고 싶지도 않아서 요부인과 천천히 걸어 나왔다.뒤에서 주명양이, “사흘 후에 만약 십만 냥이 없으면 가만 두지 않을 줄 알아. 원경릉.”요부인 같은 고단수가 신발 벗어도 못 쫓아올 주명양이, 협박이라고 해봤자 무서운 얼굴로 악다구니나 할 뿐이다.우문군 부부가 초왕부를 떠나자 누군가 슬금슬금 꼬리를 물고 따라갔다.요부인이 오는 내내 침묵하더니 편청에 도착하자 한마디, “뭐 하는 연놈이야?”“실망했어요?” 원경릉이 물었다.“저 인간한테 실망하고 말고 가 어디 있어요? 진작에 남남인데.” “요부인 올해 몇 살이죠?”“말띠요!” 요부인이 여유를 부리며 손으로 비녀를 누르더니, “늙어 보여요?”원경릉이 헤아려 보니 말띠면 30대 초반이다. 요 일년간 권모술수 없이 쭉 보양을 해서인지 피부가 희고 맑은데다 얼굴은 평화롭고 눈동자가 깨끗한 것이 원래보다 훨씬 예뻐졌다.

Latest chapter

  • 명의 왕비   제3374화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 명의 왕비   제3373화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 명의 왕비   제3372화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 명의 왕비   제3371화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 명의 왕비   제3370화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 명의 왕비   제3369화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

  • 명의 왕비   제3368화

    냉정언이 물었다. "그렇다면 어찌 의원을 부르지 않은 것이냐?" 역 일꾼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돈이 없다고 하셔서 해열에 좋은 약초를 조금 달여주었지만,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방에 다른 사람이 들어오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의원을 부르고 진료하고 약을 짓는 데에는 모두 돈이 필요했지만, 역에서는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예산이 따로 없었다. "오계부의 부승이 상경하여 직무를 보고하러 왔는데, 돈도 지니지 않았다는 것이냐?" 냉정언이 놀라서 물었다. "나리께서 돈이 든 보따리를 도둑맞았다고 하셨습니다." "혼자 온 것이냐?" 냉정언이 물었다. "예. 관속이나 아전도 없이 혼자입니다." 경성과 꽤 멀리 떨어진 오계부의 부승이 그 먼 길을 수행 인원도 없이 홀로 와, 직무를 보고하는 것은 꽤 이상한 일이었다. 원경릉이 말했다. "내가 확인하겠소." "부인께서 의원이십니까?" "그렇다. 길을 안내하거라." 원경릉이 답했다. 역 일꾼은 별다른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북당에서는 여인이 의술을 익히는 일이 드물지 않았다. 황후가 의학원을 세운 이후, 해마다 여인들이 입학하여 의술을 배우고 있었다. 우문호가 미색을 돌아보자, 미색이 바로 입을 열었다.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원경릉은 약상자를 챙겨 들고, 역 일꾼의 안내를 받아 한 객실로 향했는데, 문이 세게 잠겨져 있었다. 일꾼이 문을 두드렸다. "제 대인, 제 대인. 의원께서 오셨습니다. 문 좀 열어주십시오." 하지만 방은 일꾼의 부름에도 여전히 잠잠했다. 이내 기침 소리가 들려왔고, 한참 기침을 하다, 쇳소리 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마." 말이 끝나자, 침대에서 일어나 휘청거리며 걸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곧 문이 열렸고, 솜으로 만든 마스크로 코와 입을 가린 채, 핏발이 선 눈만 드러낸 관리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피곤하고 지친 모습으로 문턱을 잡고 서 있었다. 그는 숨을 고른 뒤

  • 명의 왕비   제3367화

    이번 순행에 서일이 동참하면서 사식이도 함께 가게 되었다. 그러나 고된 여정에 아이를 데리고 다니기엔 무리가 있었다. 다행히 원가에서 사식이가 서일과 함께 순행에 나선다는 소식을 듣고, 원가는 서일 부부가 3년이든 5년이든 돌아오지 않더라도 아이를 잘 돌보겠다고 약속해주었다. 그 역시 아이들과 떠들썩하게 지내고 싶어 했던 터라 기뻤다.탕양도 순행에 참여했으나, 그의 부인은 맡은 직책이 있어 동행하지 않기로 했다. 미색 또한 당연히 회왕을 따라갈 예정이었으나, 오랜만의 외출인 만큼 아이를 데리고 간다면 재미가 없을 테니, 아이를 데리고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그녀의 시어머니인 태비도 흔쾌히 아이를 돌보겠다고 나섰다. 이제 아이도 다 컸으니 힘들게 돌볼 필요가 없어졌으니 말이다. 그렇게 모두가 신나게 순행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원경릉은 순행을 기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숙왕부의 노인들이 걱정되었다. 비록 삼대 거두는 여행을 떠난 상황이긴 하지만, 숙왕부에는 아직 흑영 어르신들이 계셨다. 그리고 안정을 찾은 추 할머니마저 지속해서 약을 복용해야만 했다. 온갖 걱정에 흽싸인 원경릉 때문에 오히려 원 할머니가 그 모습을 보고 성가시다고 느꼈는지, 진지하게 말했다. "그냥 편히 놀러 가면 되지, 뭘 그렇게 걱정하냐? 내가 있지 않느냐?"그 말에 원경릉은 할머니를 껴안으며 웃었다."맞아요. 제가 몸이 열 개라도 할머니는 못 이길 테니까요!"이 말은 틀리지 않았다. 원경릉이 비록 황후라고 해도, 숙방부에서의 위세가 그리 대단하지는 않았다. 그런 그녀가 유일하게 권력을 행사할 수 있을 때는 바로 주사기를 꺼낼 때 뿐이지만, 원 할머니는 달랐다. 그녀는 그냥 서 있기만 해도, 눈빛 하나만으로 모든 사람을 제압할 수 있었다. 게다가 최근 몇 년 사이, 그녀의 성격이 점점 난폭해져서, 틈만 나면 사람을 끌고 가서 주사를 놓았다. 원 할머니가 손수 만든 약이 한가득 담긴, 원경릉의 약상자에는 없는 귀한 약들을 보여주며 말했다. “이 약들은 수토불복, 고

  • 명의 왕비   제3366화

    조사가 끝난 후, 목을 쳐야 할 자는 목을 치고, 옥에 보내야 할 자는 옥에 보냈다. 그리고 오씨가 챙긴 돈은 전부 피해자 가족들에게 배상되었다.우문호는 신하들 앞에서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지 못했다. 그는 탐관오리를 금지하고 청렴을 장려하는 법을 내렸으며, 부정부패 전담 조사 관아를 설립해 전국을 조사하라 명했다. 부정부패를 근절해야 백성들이 잘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동시에 그는 신하들의 봉급 인상을 제안했다. "예전엔 나라가 가난해 관리들의 봉급이 적었지만, 이제는 나라도 번영하고 산업이 활성화되었으니 함께 잘 살아야 할 때다." 봉급을 높이면 부정부패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덧붙였다.조회가 끝난 후 우문호는 수보와 친왕들을 불러 오래 전부터 품어온 생각을 털어놓았다."과인은 순행하고자 하오!"나라가 태평하지만 황제의 관심이 미치지 못하는 곳도 있다는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초왕과 태자 시절에는 백성들의 고통을 잘 알았지만, 지금은 점점 백성과 멀어지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직접 돌아다니며 백성들의 삶을 보고 싶었고, 공무를 핑계로 원 선생과 북당 전역을 둘러보고 싶었다.냉정언이 적극 찬성하며 말했다."상소문만으로는 진실을 알 수 없습니다. 은폐된 사실, 억울한 사건, 고통받는 백성들을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옳은 말이네." 우문호는 최근 냉정언의 말이 마음에 들었다.그러나 냉정언이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하지만 아직 각지에 위험한 도적들이 있습니다. 그러니 폐하의 안전을 위해 소신이 대신 가는 것이..."그러자 우문호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수보의 말도 일리 있지만, 참 뻔뻔하구먼!" 그러고는 어명이 적힌 서찰을 건네며 덧붙였다."함께 순행할 명단이니 반포하시게!"냉정언은 자기가 제외될 줄 알았으나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있는 것을 보고 기쁜 목소리로 물었다."소신도 갈 수 있습니까?""가시게. 국정에 큰일이 없으니 내각에서 처리할 수 있네. 새로 양성한 인재들의 능력을 시험해볼 기회이기도 하고.""상산명이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