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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590화

작가: 유애
병여도는?

사식이가, “그럴 가능성이 있어요. 가끔 제가 본 장면이 낯이 익은데 어디서 봤는지 모르겠거든요. 이게 어쩌면 원 언니가 얘기한 어릴 때 봤는데 기억이 나지 않다가 다시 그와 같은 장면을 보고 기억의 깊은 곳을 건드려 생각이 나는 거 일지도 몰라요. 만아가 지금 아마도 이런 상황이 아닐까요.”

“아, 그렇게 된 거 로군요.” 만아가 홀연히 깨달았다.

원경릉이 비록 이렇게 다독였지만 마음 속에 기억해 두고, 이 일이 정리되면 탕양을 시켜 만아에 대해 조사해 보기로 했다.

안풍친왕 부부는 다음날 아침 일찍 다시 보친왕부에 갔다.

이번에 세사람은 평소처럼 온화하게 대화가 가능했다.

그때 일을 안풍친왕은 한 글자도 빼놓지 않고 보친왕에게 알렸고, 그건 심금을 울리는 적서 간의 싸움이었다. 유친왕의 야심은 잔인하고 강렬해 하마터면 백성을 도탄에 빠지게 할 뻔 했다. 마지막에 큰 힘을 들여 위험한 국면을 겨우 만회했으나 수많은 사람이 그 일로 목숨을 잃고 처자식과 이산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

보친왕이 다 듣고 부들부들 떨며 입으로 믿을 수 없다고 했지만 두 다리에 힘이 풀려 무릎을 꿇고 얼굴은 그야말로 처참했다.

보친왕이 휘종제의 시신이 있는 곳을 알려줬는데 왕릉에서 가지고 나오지 않고 순장 구덩이 한쪽 모퉁이에 두고 위에 이미 너덜너덜해진 비단을 덮어 사람들의 이목을 피했다고 했다.

“병여도는?” 안풍친왕이 물었다. “이미 홍엽공자의 손에 넘겨줬느냐?”

보친왕이 고개를 흔들며 대경실색하더니, “홍엽공자와 상관없습니다. 그는 이 일에 참여하지 않았고 북막의 진씨 집안이 사람을 보내 병여도를 가져갔습니다.”

안풍친왕이 놀라서, ‘어떻게 북막의 진씨 집안일 수 있지? 그럴 리 없어.”

남강과 결탁하고 있는 자는 홍엽이고, 당한 것도 남강의 회혼술이다. 그리고 홍엽이 사람들을 북당에 풀어 두었지만 진씨 집안에서는 전혀 그러지 않았다.

“북막 진씨 집안이 틀림없습니다. 제가 직접 진씨 집안의 영패를 확인했어요. 진씨 집안의 심복을 보내 저와 접촉했습니다.” 보친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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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풍친왕비와 보친왕하지만 보친왕의 말에 안풍친왕은 당혹스럽다 못해 전혀 감이 안 잡힌다고 느꼈다.겉으로 보면 이미 북당에 침투해 있고, 보친왕과 접촉했을 가능성이 가장 큰 건 홍엽인데 보친왕은 기어코 북막의 진씨 집안 사람이라고 하는 것이다.안풍친왕 일생 중 지난 30년을 전부 북막 진씨 집안과 싸우며 보냈다.그래서 알 수 있다. 진씨 집안은 음모나 계략엔 서투르고, 무력과 전투력만 믿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침투하는 건 진씨 집안 솜씨가 아니며, 진씨 집안은 이 일을 할 수도 없는 또 하나의 이유는 오랜 시간 포석을 갖추고 잠복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몇 십년 전의 일에 대한 앙금을 읽어내 글로 풀어야 하는데 진씨 집안에겐 어불성설이다.하지만 보친왕의 진지한 얼굴을 보면 거짓말 같지도 않다.이건 뭔가 음모가 있는 게 분명해!“네 죄는 천인공로 할 대죄로 널 어떻게 처리할지는 황제께서 결정하실 거다. 네 자신이 벌인 일의 죄과는 네가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 안풍친왕이 보친왕에게 말했다.보친왕은 안풍친왕비를 향해 무릎을 꿇고 절하며 슬픔과 후회가 가득한 목소리로, “제가 잘못했습니다. 어떤 벌이든 달게 받겠습니다.”안풍친왕비는 눈을 감았지만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잠시 후 안풍친왕비가 눈을 뜨고 안풍친왕에게, “먼저 돌아가세요. 전 여기 며칠 있으려고요. 마당에 대추가 익었던데 맛이 그립네요.”안풍친왕이 왕비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나 나갔다.보친왕은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고, 안풍친왕비는 여전히 의자에 앉아 보친왕을 보지 않고 문 밖에서 안으로 아주 조금씩 더 안으로 비춰 드는 햇살만 본다. “일어나거라!” 안풍친왕비가 마침내 보친왕에게, “남강의 무고 환술은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집념으로 작동되는 거지. 그 말은 네가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내가 한 말을 완전히 믿은 적이 없었다는 말이고, 그게 누군가가 틈탈 기회가 됐구나.”보친왕이 몸을 부르르 떨며 얼굴이 잿빛이 되었다.안왕과 위왕은 왕릉 순장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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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 1595화

    병여도 사건에 대한 보친왕의 고백“박원을 죽일 생각이 없었다고?” 우문호는 전혀 믿기지 않아, “박원은 당신을 봤는데 만약 죽이지 않으면 자신의 신분을 폭로하는 꼴이 되는 거 아닙니까?”보친왕이 담담하게, “정말 봤을까? 당시 칠흑같이 어두워서, 박원의 관찰력이 예민했다고 해도 내가 부인하기만 하면 누가 그의 말을 믿겠나? 내가 당시에 갑자기 그를 공격한 건 그저 말을 빼앗아 달아나기 위해서로 살인을 하려던 게 아니었어. 전체 큰 그림에서 살인하지 않을 수 있으면 나는 절대로 살인하지 않아.”“애민 정신이 철철 넘치게 말씀하시는 데 놀잇배 아가씨같이 왜 이러십니까? 잔인하게 사람을 죽였잖아요? 당신이 세운 일련의 계략에 일곱째도 말려들 뻔 하지를 않나, 심보가 아주 악하기가 이를 데가 없던 데요?”보친왕의 얼굴이 어두워지며, “맞아, 그 아가씨와 몸종은 내가 죽였네. 일곱째를 함정에 빠뜨리려고 그런 거지 무슨 악한 심보 때문은 아니야. 일곱째는 괜찮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어. 단지 당시 국면이 어지러우면 어지러울 수록, 여러 사람이 연루되고 반대로 난 안전해 지거든.”“그럼 철패는요? 일부러 철패를 남겨두어 아바마마의 손발을 묶어 둔 것도 국면을 더욱 어지럽히기 위해?”보친왕이 한탄하며, “그 철패는 일찌감치 수중에 넣었던 거지. 만일 발각되더라도 이 철패가 우리집 사람을 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쉽게 쓸 생각이 없었어. 그런데 너희들이 내가 그날 밤 도망간 길을 추적해냈고, 놀잇배를 탄 것까지 알아냈어. 내 얼굴을 아는 아가씨와 몸종을 죽였지만 안심이 안됐네.”우문호가 차갑게, “안타깝게도 당신은 모르셨 더군요. 그날 당신을 접대한 건 오월이가 맞지만 오월이의 몸종은 아파서 오지 않고 버들이의 시녀가 대신했다는 사실을. 그래서 당신은 오월이와 몸종을 죽였지만 당신을 진짜로 본 사람은 버들이의 하녀였어요. 그녀가 당신이 남긴 철패를 주웠고요.”보친왕이 우문호를 보고 담당하게 웃으며,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우문호도 보친왕을 보고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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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친왕과 접선한 자는 누구인가보친왕이, “북막 진씨 집안의 밀정이야. 기왕비는 자기가 똑똑하다고 자만하고 있었지만, 저택에 이미 사람이 잠입해 있었던 거야. 우문군이 강남 거상의 지원을 받으려고 자기 딸의 혼사를 거래 조건으로 삼아 기왕비를 격노하게 만들었지. 부부의 내분은 언젠가는 있을 일로 내가 마침 그 기회를 틈타 우문군을 희생시켰으나 조금도 안타깝지 않네. 우문군은 멍청하고 못 됐어. 내 손에 당하지 않아도 조만간 다른 사람 손에 당하게 돼 있는데 굳이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나?”“우문군의 후궁 주명양과 당신은 왕래가 있었습니까?” 우문호가 다시 물었다.보친왕이 고개를 흔들며 말할 가치도 없다는 듯, “주명양과 뭐 하러 왕래를 해? 걔가 뭘 할 수 있다고?”우문호가, “기왕비가 서재의 도난 사건을 꾸밀 때 사람을 시켜 소문이 밖에 세나가도록 했습니다. 당신들 사이에 접촉이 없었으면 주명양이 접촉한 사람은 바로 당신과 결탁한 자일 겁니다.”보친왕이 놀라서, “주명양이? 그건 몰랐어. 북막 사람은 자신들 방법이 있어서 주재상의 손녀를 찾더라도……”보친왕의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그래서 나와 접촉한 게 진짜 북막 사람이 아니다?”“이렇게 빙빙 돌려서 말하고, 큰 그림대로 배치하고 각계 각층에 침투하는 게 북막 사람일 거라 생각합니까?”북막 사람은 사지 육신은 발달했지만 뇌는 단순해서, 무력과 전투를 숭상하고 싸워서 해결되지 않는 일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계략을 꾸미는 것 따위는 자기들이 먼저 못 견딜 게 틀림없다. 그러니 북당 재상의 손녀 주명양을 내부 첩자로 포섭하는 건 말할 필요도 없다.“누구지?” 보친왕이 무의식적으로 물었다.“다시 생각해 보세요. 당신과 접선한 사람이 선비족일 가능성은 없나요?”보친왕이 고개를 저으며, “나와 접선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건 진씨 집안의 영패였어. 그리고 진대장군의 친필 서신도 있었지. 절대로 잘못 봤을 리가 없어. 진씨 집안 영패는 내가 직접 본 적이 있는데 자네가 태자로 책봉될 때 북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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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약은 사실 원경릉이 맡은 프로젝트가 아닌, 그녀의 실험실에 있던 다른 전문가팀이 진행하던 것이었다. 그러나 그 전문가가 뜻밖의 사고로 행방불명이 되면서 양여혜가 그녀에게 팀을 이끌고 연구를 이어가도록 했다.원경릉은 연구 단계에 처한 약을 약상자에 넣어 가져온 후 실험용 쥐에게 주사했다. 그녀는 궁에 간단한 실험실을 마련해 실험용 쥐를 관찰하고 데이터를 정리하는 기본적인 작업을 했다. 하지만 심도 있는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현대로 돌아가야만 했다.부부는 각자의 일로 바삐 보내며, 이삼일 동안 식사도 함께하지 못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졌다.전형적인 바쁜 부부의 모습이었다.며칠 밤을 상의한 끝에 우문호는 과거시험 문제를 정하고 주 시험관을 명했다. 그리고 천제를 올려, 이번 과거시험에서 나라에 유용한 인재를 선발할 수 있도록 하늘에 기원했다.그렇게 천제 의식이 반쯤 진행되었을 때, 갑작스럽게 쏟아진 폭우로 의식은 중단되었다. 제단 위에 있는 우문호와 대신들은 비에 흠뻑 젖었지만, 의식을 끝까지 마쳐야 했다. 천제를 마치고 궁으로 돌아온 우문호는 비를 맞은 탓에 연신 재채기 했다.그는 궁으로 돌아가자마자 녹주가 끓여준 생강차를 연거푸 두 그릇 마셨다. 원경릉이 아직 돌아오지 않자, 우문호는 다시 어서방으로 가서 내각에서 올린 상소문을 검토했다. 내각에서 올리는 상소문은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일반적인 문제는 냉정언이 먼저 확인한 후, 바로 처리했다.자시까지 바삐 보내고 난 후, 우문호는 몸 상태가 점점 이상하고 어지럽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문턱에 앉아서 졸고 있는 목여 태감을 보며, 그는 관자놀이를 누르며 버거움을 느꼈다.황위에 오른 후, 우문호는 거의 아픈 적이 없었다. 하지만 연달아 밤을 새우고 비까지 맞은 데다 환절기에 찬바람을 맞으니 감당하기에 더욱 어려웠다.하지만 우문호는 일을 마저 처리하려 억지로 애를 썼다.목이 조금 말랐지만, 목여 태감을 깨우기 귀찮아진 그는 차갑게 식어버린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일을 이어갔다. 상소문을 보자마

  • 명의 왕비   제3185화

    우문호가 원경릉에게 물었다.“참, 아이들과 그룹… 채팅이 있다고 하지 않았소? 계란이가 이 일을 안다고 한 적 있소?”“우린 그런 이야기를 나누지 않소.”원경릉이 웃으며 대답했다.“그럼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이오? 나도 들어갈 수 있소?”우문호가 물었다.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마 안 될 것이오. 그룹 채팅은 단지 별칭일 뿐, 당신이 현대에서 본 통신 앱과 같은 것이 아니오. 우리는 의식으로 소통하는 것이라, 당신은 함께할 수 없소.”“그렇군.”우문호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원경릉은 그가 조금 서운해하는 것을 눈치채고는 그를 안고 말했다.“당신도 참. 지금까지 아이들과 나눈 이야기를 당신한테 숨긴 적 없이 모두 말해줬으니, 기분 나빠하지 마시오.”“기분 나쁜 것이 아니라, 혹시라도 계란이가 모르고 있다가 속상해할까 봐 걱정되는 것 뿐이라네.”우문호가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시오. 계란이는 아직 사내를 좋아할 나이가 아니오.”우문호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만, 그저 한 아이의 아버지의 노파심으로 인해 작은 문제도 크게 보기 마련이었다.이 드넓은 세상을 아이들이 마음껏 탐험하는 것은 괜찮지만, 혹여나 아이들이 속상해할까 봐 늘 걱정이었다.한편, 요즘 다섯째는 과거시험으로 인해 바쁜 일상에 조금 지쳐 있었다.과거 시험장은 항상 부정행위로 난무하는 곳이었다. 과거로 인재를 등용하려는 조정의 목적과 달리, 일부 관리들은 그저 돈 벌 기회로 여길 뿐이었다.그래서 지금 주 시험관 자리를 차지하려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었다.지난해까지는 냉 수보가 항상 주 시험관을 맡았지만, 그럼에도 다른 시험관들의 부정행위가 적발된 적이 있었다.이 일로 우문호는 3년에 한 번씩 화를 내곤 했다.올해 냉 수보는 주 시험관을 다른 사람으로 교체하겠다고 말하고 이 직책을 내려놓았다.최근 새로운 세금 제도를 추진하느라 바쁜 터라, 주 시험관직까지 겸할 시간이 없었다. 이에 우문호가 직접 시험관 선발 과정을 엄격히 관리하기로 했다.북당

  • 명의 왕비   제3184화

    택란은 순간 단순히 목숨을 구해준 은혜에 대한 보답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 어린 황제는 어린 시절부터 외롭고 힘들었을 것이기에, 란이라는 자의 언니와 몇 년을 함께 보내며 정이 생겼을 가능성이 충분했다.어쨌든, 단순히 은혜를 갚기 위해 은인의 언니와 결혼하는 것은 말이 안 되었고, 다소 억지스러웠다. 게다가 그가 왜 그 란이라는 사람이 정말 자신의 은인인지 확인도 하지 않고 사람을 데려갔을지도 의문이었다. 어쩌면 일을 맡은 부하가 임무를 대충 하며 거짓말을 꾸며냈으니, 어린 황제가 그 란이라는 사람에 대한 은혜 때문에 섣불리 믿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어린 시절의 감정이 가장 순수한 법이니까.“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는 오직 발전만을 목표로 합니다!”주 아가씨도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감정 문제는 공주에게 어울리지 않았고 아직 어리기도 하기에 혼담은 스무 살까지 미뤄도 늦지 않았다. 아니면 그녀처럼 혼자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한편, 출발 준비를 하는 동안 냉명여가 짐을 싸는 택란을 보며 물었다.“누나, 멀리 가는 것입니까?”“금국 량주에 다녀오려고 한다.”택란은 고개를 끄덕이며, 짐을 싸는 손을 멈추지 않고 답했다.그러자 냉명여의 눈이 반짝였다.“량주요? 그럼 나도 데려가면 안 됩니까? 량주에 변신술을 잘하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습니다!”“가고 싶으냐? 그래. 데리고 갈 수는 있지만 말을 잘 들어야 한다!”택란이 웃으며 말했다.“잘 듣겠습니다! 꼭 약속하지요!”냉명여가 급히 다짐했다.“좋다. 그럼 가서 짐을 싸거라. 내일 출발할 것이니 서둘러야 할 것이다.”택란의 말이 끝나자마자 냉명여는 기쁜 얼굴로 쏜살같이 방으로 달려가 짐을 싸기 시작했다.이때, 이를 본 주 아가씨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데려간다니요? 아직 어린아이인데… 귀찮게 굴지 않을까요?”“괜찮소. 지금 아직 어리니 더 많은 세상을 경험해야 하오. 계속 저택 안에만 두면 아무것도 스스로 못하는 아이로 자랄 뿐이네. 그건 냉 대인과 홍엽 아

  • 명의 왕비   제3183화

    세월이 흘러, 택란이 열한 살 되던 해에 드디어 만두가 돌아왔다.어린 나이에 집을 떠난 그는 이제 완전한 청년으로 성장해 돌아왔다. 그리고 떡들 세 명은 만으로 따지면 이미 열일곱 살이 되었다.만두는 도착하자마자 먼저 황제의 허락을 받고 군에서 수련을 시작했다. 비록 국경에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국력이 항상 군사력의 안정에 의해 뒷받침되기 때문에 군 경험이 매우 중요했다.나라를 안정적으로 통치하려면 먼저 군심을 얻어야 한다.우문호는 그의 선택을 전폭 지지하며, 국가에 대한 소속감을 키워주기 위해서 그를 작은 병사로 임명하여 군에 들여보냈다. 약도성은 이미 재건이 대부분 완료된 상태였다. 백성들도 마음을 다잡았고, 이제는 본격적인 발전만 남아 있었다. 이리 나리와 홍엽이 이곳에 왔을 때, 냉명여를 약도성에 남겨두었는데, 호명이 챙기려 했으나, 냉명여는 택란 곁에서 그녀를 보호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꽤 고집이 센 아이기에 그는 그저 놔두기로 했다. 변경은 심지를 단련하기에 좋은 곳이었고, 호명이 보살펴 주며 저택 안에 거주했기에 큰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한편, 금나라에서는 새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진국왕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 황제가 본격적으로 조정을 이끌게 되었다는 것이다. 수도는 원래 약도성 접경 지역에 새롭게 지은 곳으로 옮겨졌고, 이름 또한 량주로 바뀌었다. 금나라는 이제 공식적으로 량주를 수도로 정했다.이 소식이 약도성에 전해지자, 택란은 무척 기뻐하며 주 아가씨에게 물었다.“이제 본격적으로 채굴을 시작해도 될 것 같소. 금나라에 한 번 가볼 생각인데, 자네도 같이 가는 것이 어떻소?”그 해 택란은 훌쩍 성장해 주 아가씨보다 조금 더 커 있었다. 주 아가씨는 때때로 그녀를 보며, 대나무가 환생한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며칠 사이에 또 훌쩍 자란 것이다.택란의 아이 같던 분위기는 사라졌고, 훨씬 차분하고 성숙한 분위기를 풍겼다. 약도성의 거센 바람과 강한 햇빛 때문에 원래 하얗던 피부는 건강한 빛을

  • 명의 왕비   제3182화

    우문호는 정정이 계란이를 언급하지 않은 것을 보고 마음이 조금 놓였다. 보아하니 혼인 문제에 있어 두 사람은 합의를 봐 더는 이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것 같았다.정정 대장군 부부는 경성에서 반 달 동안 머물렀고, 그동안 정정과 우문호는 시간이 날 때마다 말을 타거나, 군영과 산을 누비며 백성들을 살폈다.대두는 아이들과 즐겁게 지냈다. 비록 처음 이틀 동안은 계속 만두를 보고 싶다고 떼를 썼지만, 이제는 만두를 완전히 잊은 듯했다.그는 란이와도 갈등을 풀었고, 오히려 제일 친해져서 무엇을 하든 항상 함께했다.그렇게 2주가 지나 정정이 작별을 고하기 전, 우문호에게 대두의 배필을 찾은 것 같다고 말하며, 대두는 그녀가 자랄 때까지 잘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그의 말에 우문호가 어리둥절하며 물었다.“누구요?”정정이 웃으며 말했다.“지금은 말할 수 없소. 아직 확정된 일이 아니라, 나중에 잘못되면 감정이 상할 수도 있네.”“우리 사이에 말 못 할 게 어딨소?”우문호는 그의 말에 이미 기분이 상한 것 같았다.그러자 정정이 더욱 짓궂게 웃으며 말했다.“들으면 자네가 조급해질까 봐 그러네!”우문호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난 지금 이미 엄청 조급하네.”정정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를 철썩 때리며 위로했다.“걱정하지 마시게. 계란이는 아니네. 계란이는 내 딸이기도 하니, 절대 며느리가 될 수 없소.”다른 남자가 계란이를 자기 딸이라 부른 건 처음이었지만, 우문호는 반감 없이 오히려 매우 기뻐, 활짝 웃으며 말했다.“맞네, 자네 말이 맞아. 계란이는 자네 딸이기도 하네. 우리 모두의 착한 딸이지.”근영군주는 이 말을 듣고 웃음을 터뜨리며 원경릉에게 말했다.“보아하니, 우리가 여기서 제일 쓸모없는 존재 같습니다…”“맞는 말입니다!”원경릉이 진지한 표정으로 맞장구치자 근영군주가 그녀를 가볍게 안으며 말했다.“앞으로는 자주 만나지 말고, 1년에 한 번만 봅시다! 시간이 어찌 이리 빨리 흐른다는 말입니까?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눈

  • 명의 왕비   제3181화

    목장에서는 전보다 훨씬 뛰어난 전투마들을 사육했기에, 우문호는 마치 보물을 자랑하고 싶은 어린아이처럼 당장이라도 정정과 함께 보러 가고 싶어 했다.그러자 근영군주가 웃으며 말했다.“폐하께서 아직도 소년 같은 순수함을 지니시고 있다니, 참 보기 드물고 귀한 일이군요.”하지만 원경릉의 귀에는 이 말이 남편이 어린아이 같다는 말로만 들렸다.그녀는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하하하. 사내들이 가끔 저렇게 유치할 때가 있잖습니까.”근영군주도 깊이 공감하며 말했다.“예. 평소엔 유치하다가도, 필요할 때는 놀라운 배짱과 결단력을 보여주지요. 집안을 지탱하기도 하고, 나라를 떠받치기도 하고. 안 그렇습니까?”원경릉도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남자들이 말을 타러 나가자, 원경릉과 근영군주는 궁전 안에서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대두가 몹시 심심해하자 원경릉은 친왕비들에게 아이를 궁으로 데려와 아이들끼리 놀게 했다.대주의 손님을 정성껏 대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기에 친왕비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궁에 들어왔다.사실 대두와 비슷한 나이의 아이는 많지 않았다. 미색의 두 아이와, 원용의의 아이 모두 대두보다 어렸지만, 놀 벗이 없는 상황에 나이가 어린 것은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대두는 외동아들로 자라 성격이 다소 거칠었다. 하지만 미색의 딸인 란이 역시 성격이 강하고 고집스러웠다. 어머니인 미색을 닮아 태생이 강한 성격을 타고난 것이었다.게다가 그녀에게 무술을 배워 한창 센 척을 할 시기라 대두와 몇 마디 말다툼 끝에 결국 몸싸움으로 번져 버렸다.란이가 대두를 때리자, 대두는 얼굴이 퉁퉁 부어오를 정도로 맞으면서도 전혀 반격하지 않고 그저 참고만 있었다. 끝까지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란이는 평소 늑대파에서 무술 대련을 했기에 상대가 반격하지 않고 그저 제자리에서 맞고만 있는 멍청한 모습을 경험한 적이 없었기에, 부어오른 대두의 뺨을 발견하곤 깜짝 놀라며 물었다.“어찌... 반격하지 않는 것입니까?”대두는 화난 표정으로 대답했다.“어찌

  • 명의 왕비   제3180화

    생각해 보면 이렇게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의 혼사를 정하는 것이 얼마나 황당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아이가 남녀인지도 모르면서 성급한 부모들이 충동적으로 혼사를 결정해 버리다니 말이다. “대두가 아직 이리도 어린데, 벌써 혼사를 이야기하다니요, 우리 만두는 아직 애 입니다.”우문호는 괜히 기분이 답답해졌다.현대로 다녀온 뒤, 사람들이 늦은 결혼과 출산을 선호하는 것을 본 그는 생각이 바뀌었다. 열몇 살에 혼사를 하는 것은 성장의 억압이나 다름없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혼사 이야기를 한다고 당장 하는 건 아니오. 그저 약속만 하고, 몇 년 후에 하겠다는 거네.”“어찌 이리도 태연한 것이오?”우문호가 원경릉의 여유로운 표정을 보며 그녀가 그들이 빚을 받으러 온 걸 모르는 건가 싶었다.“난 걱정 없소. 딸을 보내고 싶지 않으면 당신처럼 쓸데없는 부담감 없이 그냥 바로 거절할 것이오. 형제간의 정이 거절로 인해 상할까 봐 고민한다니, 억지로 혼사를 성사하는 것이 더 정을 상하게 할 것이오.”그러자 우문호가 말했다.“이론적으로는 맞는 말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 마음이 편치가 않소.”후궁에서의 우문호는 조정에서의 단호하고 강력한 모습과는 완전히 딴 사람이었다. 조정에 나서기만 하면 단호하고 과감하며, 마치 번개 같은 결단력을 보여주는 반면, 후궁에서의 그는 망설임도 많고 잔소리도 많은 사람이었다. 원경릉이 다른 왕비들과 대화할 때, 그들도 가끔씩 이 얘기를 꺼내곤 했었다. 다들 다섯째의 평소 잔소리가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다며 놀라했다. 하지만 다른 친왕들의 의견은 달랐다. 그들은 그가 예전보다 훨씬 결단력이 있어졌다고 말했다.이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이리 나리는 한숨을 쉬며, 결국 결단력 넘치는 황제도 결국 자식들 문제에서는 고민에 빠지는구나 싶었다.8월 14일, 정정 대장군 가족이 북당의 수도에 도착하자마자 초왕부에 머물렀다.그들은 초왕부에 머문 직후 탕양의 안내로 우문호를 만나기 위해 궁으로 들어갔다.아무리 큰 걱정도 오래된 벗 앞에서

  • 명의 왕비   제3179화

    예전에 원가에서 온 가문이 강북부로 이주한 적이 있었다.북쪽은 바람과 모래가 거셌지만 원가의 사람들에게는 전혀 낯설지 않았고, 오히려 고향과 비슷한 정감을 느끼게 했다.이리 나리는 원가의 사업을 줄이도록 도우며, 관리하기 쉬운 몇몇 가게만 남겼다.탕양은 일곱째 아가씨에게 장사를 내려놓아도 괜찮은지 물은 적 있었는데, 그때 일곱째 아가씨가 말했었다.“그런 말 마시오. 내 능력을 충분히 증명했으니 이제 만족스럽소. 열심히 해서 큰 성과를 얻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오. 평생 바삐 지낼 수도 없잖소. 그렇게 돈을 많이 벌어서 뭐 하겠소? 다 잘 살기 위해 번 것이오. 가업을 나눠 받은 돈만 해도 평생 다 못 쓸 만큼 많소. 그리고 가게들도 계속 돈을 벌 텐데 뭐가 아쉽겠소?”탕양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손에 익은 일이라, 혹시라도 아쉬워할까봐 걱정했소. 사실 나도 당신이 이렇게 고생하는 것이 싫었소. 당신만 괜찮다면 다행이오.”일곱째 아가씨는 미소를 지었고, 그의 말에 모두가 기뻐했다.“한가해지는 것도 괜찮소. 1년에 두세 달은 약도성에 가서 지내면 얼마나 여유롭겠소.”하지만 탕양이 눈살을 찌푸렸다. 1년에 두세 달이면, 왕복하는 시간까지 더해 최소 반년은 걸릴 것이고, 그 말은 반년 동안이나 그의 곁에 없다는 뜻이었다.게다가 그도 경성을 몇 달씩 떠나는 건 불가능했다. 지금은 황제 곁을 하루라도 떠나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녀가 행복하면 그걸로 충분했다. 물론 그는 늘 함께하고 싶었지만, 오래된 부부였기에 항상 붙어있을 필요는 없었다.북당은 점점 부유해지고 있었다. 원가가 일부 사업을 매각하면서 그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가게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싸웠고, 좋은 위치에 있는 가게들은 더더욱 귀한 존재가 되었다.원래 원가는 모든 가게를 이리 나리에게 넘기려 했지만, 이리 나리는 거절했다.그리고 안풍친왕이 먼저 나서서 이리 나리가 이미 너무 많은 가게를 보유하고 있고, 특히 경성에서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독점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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