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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595화

Penulis: 유애
병여도 사건에 대한 보친왕의 고백

“박원을 죽일 생각이 없었다고?” 우문호는 전혀 믿기지 않아, “박원은 당신을 봤는데 만약 죽이지 않으면 자신의 신분을 폭로하는 꼴이 되는 거 아닙니까?”

보친왕이 담담하게, “정말 봤을까? 당시 칠흑같이 어두워서, 박원의 관찰력이 예민했다고 해도 내가 부인하기만 하면 누가 그의 말을 믿겠나? 내가 당시에 갑자기 그를 공격한 건 그저 말을 빼앗아 달아나기 위해서로 살인을 하려던 게 아니었어. 전체 큰 그림에서 살인하지 않을 수 있으면 나는 절대로 살인하지 않아.”

“애민 정신이 철철 넘치게 말씀하시는 데 놀잇배 아가씨같이 왜 이러십니까? 잔인하게 사람을 죽였잖아요? 당신이 세운 일련의 계략에 일곱째도 말려들 뻔 하지를 않나, 심보가 아주 악하기가 이를 데가 없던 데요?”

보친왕의 얼굴이 어두워지며, “맞아, 그 아가씨와 몸종은 내가 죽였네. 일곱째를 함정에 빠뜨리려고 그런 거지 무슨 악한 심보 때문은 아니야. 일곱째는 괜찮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어. 단지 당시 국면이 어지러우면 어지러울 수록, 여러 사람이 연루되고 반대로 난 안전해 지거든.”

“그럼 철패는요? 일부러 철패를 남겨두어 아바마마의 손발을 묶어 둔 것도 국면을 더욱 어지럽히기 위해?”

보친왕이 한탄하며, “그 철패는 일찌감치 수중에 넣었던 거지. 만일 발각되더라도 이 철패가 우리집 사람을 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쉽게 쓸 생각이 없었어. 그런데 너희들이 내가 그날 밤 도망간 길을 추적해냈고, 놀잇배를 탄 것까지 알아냈어. 내 얼굴을 아는 아가씨와 몸종을 죽였지만 안심이 안됐네.”

우문호가 차갑게, “안타깝게도 당신은 모르셨 더군요. 그날 당신을 접대한 건 오월이가 맞지만 오월이의 몸종은 아파서 오지 않고 버들이의 시녀가 대신했다는 사실을. 그래서 당신은 오월이와 몸종을 죽였지만 당신을 진짜로 본 사람은 버들이의 하녀였어요. 그녀가 당신이 남긴 철패를 주웠고요.”

보친왕이 우문호를 보고 담당하게 웃으며,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우문호도 보친왕을 보고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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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친왕과 접선한 자는 누구인가보친왕이, “북막 진씨 집안의 밀정이야. 기왕비는 자기가 똑똑하다고 자만하고 있었지만, 저택에 이미 사람이 잠입해 있었던 거야. 우문군이 강남 거상의 지원을 받으려고 자기 딸의 혼사를 거래 조건으로 삼아 기왕비를 격노하게 만들었지. 부부의 내분은 언젠가는 있을 일로 내가 마침 그 기회를 틈타 우문군을 희생시켰으나 조금도 안타깝지 않네. 우문군은 멍청하고 못 됐어. 내 손에 당하지 않아도 조만간 다른 사람 손에 당하게 돼 있는데 굳이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나?”“우문군의 후궁 주명양과 당신은 왕래가 있었습니까?” 우문호가 다시 물었다.보친왕이 고개를 흔들며 말할 가치도 없다는 듯, “주명양과 뭐 하러 왕래를 해? 걔가 뭘 할 수 있다고?”우문호가, “기왕비가 서재의 도난 사건을 꾸밀 때 사람을 시켜 소문이 밖에 세나가도록 했습니다. 당신들 사이에 접촉이 없었으면 주명양이 접촉한 사람은 바로 당신과 결탁한 자일 겁니다.”보친왕이 놀라서, “주명양이? 그건 몰랐어. 북막 사람은 자신들 방법이 있어서 주재상의 손녀를 찾더라도……”보친왕의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그래서 나와 접촉한 게 진짜 북막 사람이 아니다?”“이렇게 빙빙 돌려서 말하고, 큰 그림대로 배치하고 각계 각층에 침투하는 게 북막 사람일 거라 생각합니까?”북막 사람은 사지 육신은 발달했지만 뇌는 단순해서, 무력과 전투를 숭상하고 싸워서 해결되지 않는 일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계략을 꾸미는 것 따위는 자기들이 먼저 못 견딜 게 틀림없다. 그러니 북당 재상의 손녀 주명양을 내부 첩자로 포섭하는 건 말할 필요도 없다.“누구지?” 보친왕이 무의식적으로 물었다.“다시 생각해 보세요. 당신과 접선한 사람이 선비족일 가능성은 없나요?”보친왕이 고개를 저으며, “나와 접선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건 진씨 집안의 영패였어. 그리고 진대장군의 친필 서신도 있었지. 절대로 잘못 봤을 리가 없어. 진씨 집안 영패는 내가 직접 본 적이 있는데 자네가 태자로 책봉될 때 북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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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명양의 폭탄 선언“입구에 홍등을 걸어 놓으면 그자가 오기로 했지.”우문호는 망설였다. 지금 계획을 망친 가운데 홍등을 걸어도 올 리 만무하지만 홍등을 건 뒤 의심스러운 사람이 부근에 어슬렁거리는지 살펴 볼 수는 있다.그래서 우문호가 갈 때 보친왕부의 늙은 집사에게 입구에 홍등을 걸어 두라고 하고 홍매문 사람에게는 입구를 주목하고 있으라고 했다.이틀간 지켜봤으나 아무 결과가 없고 도리어 구사가 홍엽을 데리고 할머니를 경성에 보내 드려, 할머니를 태운 마차가 문 앞에 이르자 우문호가 직접 나가 맞이했다. 홍엽이 싱글벙글 웃으며, “외람되게도 선물을 미쳐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오늘 일단 들어가서 방해하지 않고 있다가 며칠 후 선물을 준비한 뒤에 다시 태자 전하를 찾아 뵙겠습니다.”우문호는 홍엽의 악의 없이 수려한 외모를 보며 마음속으로 저자가 이 모든 일을 배후에서 지시했다는 생각에 아무 증거도 없지만, “선물은 됐고 공자께서 오셨으니 주인의 도리를 다해야 지요. 공자의 시중을 들 두 사람을 보내드리겠습니다.”홍엽이 인사하며 눈을 반짝이더니, “그러면 감사하죠. 저는 해복객잔(海福客棧)에 머물고 있습니다. 전하, 선물은 역시 보내야 하지요. 전하께서는 기다렸다가 받기만 하시면 됩니다.”말을 마치고 유유히 사라졌다.우문호는 탕양에게 염탐꾼 둘을 홍엽 신변에 붙여 살피라고 명했다.원래 주명양이란 끈은 가지고 있으려 했으나 지금 상대방이 추호도 틈을 주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 주재상이 주명양을 직접 심문했으나 주명양은 한사코 불지 않고 입을 꾹 닫았다.주재상이 마음을 모질게 먹고 주명양의 입에서 뭔가를 끌어내기 위해 매를 들겠다고 하자 주명양이 그제서야 겁을 먹고 형장이 가해지자 날카로운 소리로 비명을 지르며, “태자 전하, 태자 전하 절 구해주세요……”재상의 저택 사람은 다급히 태자를 청해 우문호가 왔을 때는 큰 마당에 모든 하인을 전부 물리고 주재상이 복도 태사의에 앉아 얼음장 같은 표정으로 있었다.주명양이 마당에 꿇어 앉아 있는데 전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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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문호의 추론우문호는 비록 화가 났지만 주재상이 이렇게 말하는 건 자신을 믿는다는 소리이므로 분노가 조금씩 사그라 들어 다시 자리에 앉아, “그럼 절 믿으시는 겁니까?”주재상이 심장위에 손을 올리고, “믿을 수 밖 에요. 저도 공처가 거든요.”우문호가 목을 길게 빼고 침을 삼키며, “이 일은 보안을 지켜야 합니다. 우리가 사적으로 조사하고 절대로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해서는 안됩니다. 안 그러면 끝장나요.”“반드시 비밀을 엄수하죠!” 주재상이 엄숙하게 말했다.희야가 만일 주씨 집안 여식과 태자가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걸 아는 날엔 주재상도 희야를 볼 낯이 없다.우문호는 눈을 가늘게 뜨고 홍엽공자의 미소 띤 얼굴이 생각나 탁자를 치며, “분명 홍엽이 날 모함하기 위해 꾸민 흉계가 분명해요. 홍엽은 어디서 나와 생김새와 키가 비슷한 사람을 찾아내서. 어쩐지 나에게 선물을 주겠다고 하더니, 이 비굴한 소인배 놈.”“홍엽의 혐의가 짙어요, 전체적인 함정을 파고 홍엽이 뒤에서 지시했을 겁니다.” 주재상이 담담하게, “안타까운 건, 아무런 단서도 남기지 않았어요. 즉 그를 체포할 증거가 없어요.”우문호의 마음이 싸늘해 식어서, “홍엽이 북당에서 판을 벌이는데 아무도 도와주지 않으면 일을 성사시키기 어려워요. 그를 돕는 자는 반드시 고위층입니다. 종일 고생고생 뛰어다니며 밤낮으로 외부의 적을 방비하느라 애를 써도, 안에 있는 도둑은 막기가 어렵군요.”“누가 의심스럽습니까?”우문호가 천천히 냉정을 되찾아, “선비족이 대주와 맞서는 건 단지 눈가림일 뿐으로 최종 목적은 북당을 상대하려는 게 아닐까 해요. 대주에는 인재가 많고 조정은 위아래 할 것없이 화목하고 왕위다툼도 없을 뿐더러 조정과 재야에서 똘똘 뭉쳐 강대한 힘을 발휘하는데 선비족이 잠식해 들어가기가 만만치 않을 걸요? 반대로 우리 북당에는 진심으로 조정을 위하는 자가 몇이나 있을까요? 태자가 정해지기 전엔 조정이 사분 오열로 갈라져서 다들 자신의 이익을 쫓아 주판을 튕겼죠. 사람의 마음이란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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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경릉에게 들키나?가기 전에 우문호는 주재상에게 이 일은 절대 밖에 새 나가서는 안되며, 특히 초왕부 누구도 알게 해서는 안된다고 신신당부했다. 그랬다간 엄청난 재앙을 만나게 될 거라고 말이다.따라서 우문호는 초왕부에 돌아와서도 조심조심, 마음은 초조했지만 얼굴은 누구에게 친절하고 온유하게 대했다. 순간 욱했다가 꼬투리를 잡히지 않도록 말이다.원경릉은 오늘 할머니 건강상태를 검사하고 전부 건강하셔서 안도했다. 만두 늑대도 크게 칭찬해 특별히 고기 2근을 더 주었다.원경릉은 우문호가 비정상이란 걸 눈치챘다. 엄숙하고 위엄 있는 미소 아래 뭔가 켕기는 구석을 감추고 있는 게 빤히 보이는 것이 원경릉을 속이려면 아직 멀었다. 하지만 결코 지적하지 않고 저녁에 침실로 돌아오기를 기다려 우문호에게 여기 좀 앉아 보라고 했다.우문호는 벌써 불안 초조로 어쩔 줄 몰라 하며 원경릉과 시선도 마주치지 못하고, “무슨 일이 있다는 거야? 그냥 피곤해서 그래.”“부부 사이엔 솔직한 게 최고야.” 원경릉이 말했다.우문호는 생각했다. 여인의 입은 사람을 홀리는 물귀신 같아서, 얼마나 많은 부부가 ‘솔직’이란 함정에 빠져 죽었는가?“정말 아무것도 아니야,”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만일을 대비해 한 마디 덧붙이며, “있어도 가짜야.”“그럼 확실히 있는 거네. 말 안 해? 자기 평생 날 속일 자신 있으면 말 안 해도 되는데 아니면 그나마 빨리 말하는 게 좋을 거야.” 원경릉이 딱 부러지게 말했다. 부부생활 2년여 기간 원경릉은 우문호의 작은 몸짓에 해당하는 심리상태도 아주 정확하게 알고 있다.우문호는 침묵하고 아무 말이 없다.“또 여자 문제야?” 원경릉이 떠보듯 우문호를 쳐다봤다.냉정을 가장하고 있던 얼굴이 순식간에 허물어지며 불현듯 고개를 들고 하늘을 가리키며 맹세하길, “이번은 나랑 조금도 관계 없어, 난 건드리지도 않았다고. 그 여자 배속에 아이는 내 아이가 아니야.”원경릉이 여유 만만하게 차를 따르며, “응, 그 여자란 사람, 누구야?”“주명양 그 미친 여편

  • 명의 왕비   제 1603화

    홍엽과 주명양의 아이“그자가 분명해, 당신 오늘 못 들었어? 나에게 선물을 준비한다고 했잖아.” 우문호가 홍엽 얘기를 하며 이를 갈았다.“좋아, 행동의 의미를 파악했으니 동기만 찾으면 되겠네.”우문호가 투덜거리며, “동기는 무슨 동기? 나로 분장한 다음 그 미친 여자를 구슬려서 자기를 위해 일을 저지르게 만든 거잖아? 네 아버…… 장인 어르신이랑 마찬가지로, 여자가 목숨 걸고 자신을 위하도록 만드는 놈이 홍엽 밖에 더 있어?”“그렇게 이해할 수 있지. 그런데 피임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잖아? 왜 아이를 남기려고 했을까? 잘 생각해 봐!” 원경릉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우리 둘이 치고 받고 하라고?” 우문호는 여전히 아이에 대한 동기를 제대로 생각해 보지 않고 그저 큰 대세만 분석했다.“우리를 서로 싸우게 하는 건 쉬워, 자기가 주명양이랑 한번 잤다는 것만 나한테 알려줘도 우리는 같이 못살 테니까, 아이까지 내세울 필요 없지. 왜냐면 아이가 태어나면 여기의 관습대로 피를 떨어뜨려서 친자 여부를 확인하거나, 생긴 게 자기랑 딴판이라 아예 혐의를 깨끗하게 벗을 수도 있거든.”“내 명성을 헤치기 위해서?” 우문호는 실지로 최근의 일로 머리가 굳어버렸다.원경릉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것도 대략 목적 중 하나일 걸? 북당의 태자가 뜻밖에도 형수를 꼬드겨서 애를 배게 했다. 이렇게 소문 나면 자기 명성은 철저하게 망가지는 거지.”우문호의 눈빛이 싸늘해 지며, “최종 목적은 그게 아닐 걸, 나와 주씨 집안이 등을 돌리게 만드는 걸 지도.”원경릉이 감탄하며, “홍엽이란 인간의 일하는 방식이 가랑비에 옷 젖게 만드는 것 말고도 상당히 환경 친화적이네, 일석 몇 조야 이게.”우문호가 원경릉을 째려보며, “당신 그 놈을 칭찬하는 거야?”“자기가 냉정해 져야 한다고 일깨워주는 거야. 이런 사람이랑 맞서려면 초조하면 안돼. 성급하게 굴면 자기 발에 걸려 넘어지게 되 있어,” 원경릉이 작게 한숨을 쉬더니 찡그리고 있는 우문호를 바라보고, “일을 이렇게 크게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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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경릉의 말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대인은 땅에 엎드려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자신이 황제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평소 차분하고 신중한 주 지부도, 그도 감정이 격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황후를 만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황제까지 오신다는 소식에 그의 마음은 흥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원경릉은 평생을 경성에서 다섯째와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그가 온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다들 걱정 없이 역병을 치료하고, 언제나 황제가 그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니, 황제가 직접 오는 것이, 지방 관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원경릉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폐하게서는 그저 역병 때문에 온 것이니, 모두 각자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네.”“예, 예, 마마의 명을 따르겠습니다.”주 지부가 눈물을 닦으며 답했다.그렇게 관아와 의서가 협력하여, 오계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원 할머니는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몇 가지 내렸다. 경증 환자는 약차를 계속 마시고, 증상이 악화하거나 중증 환자는 그녀의 처방을 사용하도록 했다.전에 이미 근처 주부에 연락해 약을 보내라 명했고, 오계부에서 구비한 약까지 있으니, 이번 역병을 대처할 수 있었다.오계부 의서는 이번 역병을 과거의 역병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소홀히 한 것 외에는 준비가 충분했다.원경릉은 황제 일행이 저녁 무렵 오계부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다.주 지부는 원래 여러 관리와 함께 황제를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원경릉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녀는 황제가 미복 순행 중이니, 과하게 맞이하여 백성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그 말에 주 지부는 당황했다.황제가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맞이하지 않는다니,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그러나 그는 황

  • 명의 왕비   제3375화

    약을 쓰자, 주 지부의 열이 단번에 내려갔다.열이 내려가니 정신이 맑아져,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마마에게 예를 올리겠다고 고집 피웠다.원경릉은 그에게 누워 있으라고 말한 후, 역병에 관해 이야기하며 주 지부에게 이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주 지부는 이를 듣고 깜짝 놀라 말했다.“소신은 매일 의서에 사람을 보내, 역병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사옵니다. 매일 보고된 상황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역병이 발생했지만, 작년과 비슷한 정도였고, 약재도 충분한데, 어찌 이렇게 심각해진 것입니까?”“매년 역병이 발생했으나, 대대적으로 퍼지지 않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네.”원경릉이 답했다.“의서의 이 대인을 불러, 상황을 확인하겠습니다.”주 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어제 이미 그를 찾아가,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조사하라 명했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이네. 자네가 사람을 보내, 관아에 와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게.”“예!”주 지부는 곧바로 사람을 보냈다.푸른 옷을 입은 남자는 관아에서 일하는 관리였기에, 그는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관아 내에서 병에 걸린 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해냈다.관아 내에서 역병 증상을 보인 사람은 총 열여덟 명이었고, 그중 두 명은 병세가 심각하여 이미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주 지부는 관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린 줄 몰랐고, 관리의 보고를 들은 후, 큰 충격을 받았다.의서의 이 대인은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바삐 움직였다. 서관 대인이 직접 오셨으니, 어떻게든 시키는 일을 완성해내야 했다.그는 사실 역병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그저 작년과 비슷하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여러 지역과 의원을 돌아보고 나서야, 이번 역병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처음엔 그저 서관 대인에게 보고만 하려고 했지만, 병세가 심각해지자 그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인원수를 통계하

  • 명의 왕비   제3374화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 명의 왕비   제3373화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 명의 왕비   제3372화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 명의 왕비   제3371화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 명의 왕비   제3370화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 명의 왕비   제3369화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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