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색을 회왕에게원경릉이, “혼수는 별로 안되요, 고작 은자 500만냥 정도.”“혼수로 500만냥?” 명원제는 하마터면 턱이 빠질 뻔 했다.원경릉이 계속, “당연하죠, 황실의 혼인이니 중요한 건 은자가 아니라 인품과 생김새가 중요하죠, 가장 중요한 건 이리 나리가 자선사업을 즐겨하고 틀림없이 조정이 하려는 민생건설을 돕고 싶을 겁니다.”명나라에 심만삼(沈萬三)이라는 거상이 있었는데 당시 황제 주원장(朱元璋)이 남경성(南京城)을 세우고자 해서 심만삼이 도성의 1/3을 축조하며 자신의 기반을 다지고 주원장과 혜택을 나누며 민생을 일으킬 조치를 취했다. 그러다가 심만삼은 뒤에 초심을 잃고 자만하여 감히 황제를 대신해 삼군을 포상하는 바람에 주원장의 역린을 건드렸다.이뒤로 조정과 민간의 합작 사례가 사라졌다. 원경릉은 그래서 이리 나리와 공동으로 사업을 하자는 제안을 하지 않았지만 마음 속으론 국영기업을 운영하는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으며 더욱이 조정이 이렇게 가난할 때 선례를 시정하는 건 상황을 봐서 아니겠나.이런 건 원경릉이 말할 수도 물을 수도 없는 것이 정치에 간섭한다는 혐의를 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하지만 명원제는 이미 미색이 500만냥을 혼수로 가져온다는 얘기에 완전 놀라서 속으로 말로 할 수 없는 기분이 올라왔다. 황실의 공주가 시집을 가도 이렇게 혼수를 못해주는 구나, 북당의 빈부격차가 심각하구나, 한쪽은 돈이 차고 넘쳐서 썩어 나가는가 하면, 다른 한쪽은 가난해서 구걸하는 처지니 말이다.명원제는 구걸하는 황제다.명원제는 바로 답하지 못하고 심사숙고 하더니, “이 일은 우선 노비와 상의하고 얘기 하지.”원경릉이 이 말을 듣고 마음 속으로 이 일은 70~80%는 가능성이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명원제가 문둥산 상황을 묻길래 원경릉이 사실대로, “상황이 잠시 제어가 되는 상태이나 낫게 하려면 계속 돈을 써야 합니다.”“낫게 한다고? 정말 낫게 할 수 있다는 말이냐?” 명원제가 물었다.“할 수 있습니다.” 원경릉은 한 마디로 별다른 보장도
회왕의 배필은 누구?명원제가 간 뒤 노비는 마음에 근심이 쌓였다.노비는 황제가 이 결혼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와서 자신에게 묻지 않고 직접 거절했을 것이기 때문이다.황제가 회왕을 상인의 여식과 혼인 시키려 하다니, 틀림없이 여러 사람에게 혼사를 물어봤지만 마땅한 상대가 없어 비로소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이리라.회왕은 좋은 아내를 구할 수 없다는 말이야?마음이 괴로워 다음날 사람을 시켜 친정 동서들을 입궁 시켜 얘기를 나눴다.노비는 복도 없지, 친정 조카들은 전부 시집을 가서 겹사돈을 맺고 싶어도 안되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동서 둘은 노비의 오빠와 경성에 온지 오래 돼서 경성에서 이름이 통하는 사람으로 아는 사람이 많아서 동서들에게 신경을 좀 써 달라고 부탁했다.노비의 동서 둘이 하나는 조씨(刁氏), 하나는 오씨(伍氏)로 둘다 경성 사람이 아닌데 남편을 따라 경성에 와서 경성에 산지 오래 되었다.노비의 친정은 대단히 힘이 있는 가문은 아니었다. 힘만 있었어도 요 몇 년 이렇게 뜻대로 되지 않을 리가 없었다.노비가 회왕의 혼사를 얘기하자 조씨가 먼저, “마마, 소위 정숙한 여자를 아내로 맞는 데는 출신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인품이 좋고, 성격이 좋고, 시어머니에게 효도하면 되지 않을까요.”오씨도, “맞아요, 사람이 평생을 살면서 뭘 바라나요? 뜻대로 순조롭고 평안하길 바라지 않습니까? 왕야는 큰 병을 앓으셔서 사람들이 가까이 하기 쉽지 않으니 만약 고관대작의 명문 귀족의 딸을 원하면 어려울 수도 있지만 요구사항을 조금만 낮춰 보세요, 어떤 지방관이 합당할지 보시고 결혼을 시키세요.”노비는 미간을 찌푸리며, 지방관의 딸은 고려할 필요도 없는 것이 명문세가를 빼면 근본을 알 수 없는데 어디 안심할 수 있어? 어쨌든 시집을 오면 방대한 회왕부를 꾸려 나가야 하는데 말이다.오씨가, “마마, 마침 제가 아는 여인이 있는데, 찬주(攅州) 지부의 딸로 올해 막 15살로 미모가 뛰어나고 성격도 좋은데다 아는 것도 많아서 찬주에서도
자해공갈 태상황“태상황 폐하 쪽에서 어쩌면 약간……” 명원제가 머리를 굴려보더니 태상황의 비밀 금고가 떠올랐다.……저 늙은이는 최저 생계비 수준에서 발버둥치는 열악한 황제의 동아줄이다……건곤전.“몇 번이지?” 태상황이 작은 의자에 앉아 뻑뻑 담배를 피우며 상선에게 차갑게 물었다.상선이 조심스럽게 손가락 세 개를 들더니, “3번 입니다.” “며칠이지?”상선이 세 보더니, “한달 정도 될 걸요? 한 달 보름은 안 되고요.”태상황이 수염을 날리고 눈을 부라리며, “과인을 죽은 셈 치는 거 아냐?”상선이 얼른 다독거리며, “역정 내지 마세요, 아마 최근 많이 바빠서 일 겁니다. 잠시 폐하께 문안 드리는 것을 살피지 못했지만 마음에 걸리시면 내일 어명을 내리시지요.”태상황이 화가 잔뜩 나서, “바빠? 3번 입궁하면서 과인에게 오지 않다니, 한번 오는데 얼마나 힘이 든다고? 무슨 엄청난 일을 한다고? 그리고 방금 한 달을 안 왔다고 했지? 한 달이 한달 인줄 알아? 과인이 느끼기엔 못 되도 반년은 된 느낌이라고, 그래 이젠 주변에 도와줄 사람이 쌔고 쌔서 짐은 필요 없어졌으니 늙은이 상대할 필요 없다 이거지. 성지를 보내면 뭘 해, 그런 마음이면 성지를 가져가 봤자 무슨 소용이 있어? 몸만 오고 마음이 안 오는데, 과인은 그런 거 필요 없으니 앞으론 오지 말라고 해.”말을 마치고 한 발로 옆 의자를 걷어 찼는데 젠장, 헛발질이다. 열 받아서 뒤를 돌아 방금 앉았던 의자를 걷어찼더니 의자가 날아가서 문에 맞고 튀어서 다시 태상황의 종아리에 부딪히며 태상황은 앞으로 고꾸라지며, 상선이 잡으려고 했으나 놓치는 바람에 ‘꽈당’하며 백옥 마루에 넘어지고 말았다.상선이 놀라서 심장이 멎는 줄 알고 정신없이 태상황을 부축했는데, 이마가 부딪혀 피가 나는 것을 보고 목이 째져라, “이리 오너라, 어의를 불러라!”태상황이 부축을 받고 의자에 앉아 놀랍도록 어두침침한 얼굴로 이마를 만져보더니 손에 흥건히 피가 떨어지는데 냉랭하게, “어의를 부르지 마라!”“그럼
문안을 준비하는 원경릉목여태감이 초왕부에 왔을 때 우문호가 막 도착해 목여태감과 마주쳤다.만약 아무 일도 없으면 밤중에 목여태감이 올 리 없으니 우문호가 얼른, “태감, 무슨 일인가?”목여태감이 정신없이 마차에서 내려 달려가, “아이고, 왕야, 어쩌자고 이렇게 늦게까지 바쁘십니까, 그래도 시간을 내서 태상황 폐하께 문후 여쭈셔야 지요. 전하와 태자비 마마께서 얼마나 오래 문안인사를 안 오셨는지 아십니까?”우문호가 생각해보더니,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을 텐데, 지난번 입궁한 게……” 대략, 진짜 꽤 오래 되었다.목여태감이 발을 구르며, “태상황 폐하께서 역정을 내시다가 실수로 상처를 입으셨어요.”우문호가 흠칫 놀라며 얼른, “상처는 위중한가?”목여태감이, “위중한 걸로 치면 그렇게 위중한 건 아니지만, 들어가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태자비 마마도 오시라고 하세요.”우문호는 그렇게 위중하지 않다는 말에 안심하고 빠른 걸음으로 들어가 원경릉을 본관으로 오라고 사람을 시켰다. 원경릉이 나오길 기다리며 우문호가, “태상황 폐하께서는 무엇때문에 역정을 내셨지? 어쩌다 자해까지 하시게 된 건가?”목여태감이 원경릉에게, “태자비 마마, 이번에 입궁하시면서 서둘러 왔다가 서둘러 가시느라 건곤전에 문안인사는 못 오셨지요?”방금 서일이 원경릉을 데리러 갔을 때 태상황이 다쳤다는 얘기에 원경릉이 이번에도 초조한 와 중에 목여태감의 질문을 듣고 어리둥절하다가, “확실히 못 가긴 했어, 급작스러워서 건너가보지 않았지.”목여태감이, “태상황 폐하께서 앙심을 품으셨어요, 오늘 입궁하시고도 건곤전에는 안 들르신 걸 알고 역정을 내시며, 상선 말로는 의자를 차서 넘어지며 머리를 다쳤다고 하더군요. 내일 시간이 나든 안 나든 무조건 가보세요. 황제 폐하께서 출궁해서 마마께 전한 일은 비밀로 하라고, 마마 스스로 태상황 폐하를 그리워해서 입궁해 문안 드리는 것으로 하라고,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게 역시 제일 좋고요.”원경릉은 부끄러움에 순간 얼굴이 확 달아오르며 지금이라도
태상황을 달래는 원경릉원경릉은 손을 뻗어 옆에 있는 찰떡이 얼굴을 만졌다. 사실 요즘 소홀히 한 게 어찌 태상황 뿐일까, 아이들도 소홀히 여겨 매일 아침 일찍 나갔다가 저녁 늦게 들어오고, 돌아오면 아이들은 모두 자고 있으니 원경릉과 우문호는 방에 가서 ‘씀벅’ 보고는 바로 갔다.생각해보니 확실히 후레자식이었다. 세번이나 입궁해서 태상황을 보러 갈 수 있었지만 시간을 너무 많이 뺏길 까봐 안 갔다.이번에 큰 일이 안 생겨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원경릉은 정말 평생을 두고 후회할 뻔했다.태상황은 어제 밤새 화를 내다가 한밤중에 겨우 잠이 들었는데 상처가 아파서 깊이 잠들지 못하고 날이 밝기도 전에 일어났지만 몸이 피곤해서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했고, 황제는 조회 전에 와서 보고는 바로 갔다.태상황은 침대에서 게으름을 피우며 마음이 영 불쾌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밖에 아이들 울음소리가 들리는데 잘 들어보니 찰떡이 울음소리다.태상황이 놀라며, 입궁했나? 하더니 곧 경멸의 웃음을 띠고 ‘오랄 땐 안 오더니 누가 아쉬워할 까봐? 잠자는 거나 방해하지 마셔.’태상황은 한사코 안 일어났다.하지만 밖에 찰떡이 울음소리가 점점 커지며 예전처럼 숨 넘어가게 우는데 초조해서 듣고 있을 수가 없는데 ‘달래는 사람이 없나? 사람 다 죽었어?’ 태상황이 화가 나서 침대를 탁 치더니, “시중을 들어라!”의관을 정제하고 상선의 부축을 받으며 걸어 나오니 원경릉이 얼른 웃는 얼굴로 맞는데 태상황의 얼굴을 보더니 미소 띤 얼굴이 갑자기 굳어지면서 화들짝 놀라더니, “세상에, 황조부, 이마가 어떻게 된 거예요? 다치셨어요?”태상황이 차갑게 원경릉을 보고, “이렇게 아침 일찍 다들 데리고 과인의 잠을 방해하러 왔느냐? 누가 널 들여보냈어?”원경릉이 앞으로 나와 옆에 있던 상선을 엉덩이로 밀쳐내고 태상황의 팔을 잡고 꽃처럼 웃는 얼굴로, “제가 직접 황조부를 위해 과자도 좀 만들고, 인삼팔보 오리탕도 끓였어요. 마침 딱 맞게 기침하셨네요, 와서 제 솜씨 좀 봐주세요.”태상황이
태상황과의 대화붕대를 풀어 상처가 드러나자 원경릉은 잠시 숨을 멈췄다. 상처가 상당히 깊어서 약상자를 곁에 두고 소독약을 꺼내 세밀하게 상처를 닦아낸 뒤 소독하고 약을 바른 뒤 다시 상처를 동여맸다.태상황은 움직이지 않고 원경릉이 처리하는 대로 눈을 내리깔고 조용히 품에 안겨 있는 찰떡이를 보다가, 가끔 고개를 들어 만두와 경단이를 한번씩 곁눈질했다. 두 분 꼬마 나리들께서는 찰떡이가 울고 불고 난리를 쳐도 여전히 꼬마돼지처럼 솔솔 단잠에 빠져 있다.태상화의 마음에 비로소 현실감이 들면서 어지럽고 시끄러운 건곤전이야말로 자신이 원하던 것이었다.상처를 잘 싸매고 원경릉은 찰떡이를 안아서 희상궁에게 준 뒤 태상황 앞에 무릎 꿇고 앉아 자신의 행동을 부끄러워하는 눈물을 흘리며, “황조부, 죄송해요, 제가 오랫동안 뵈러 오지 못했습니다. 잘못했어요.”태상황은 진작 마음이 풀렸지만 지금 원경릉이 꿇어 앉은 것을 보니 고집이 좀 남아서 씩씩거리며, “오랄 땐 안 오더니 누가 반갑데? 비켜 과인이 아침 먹는데 방해돼.”원경릉이 이 말을 듣고 얼른 일어나 열심히 아침 식사 시중을 들었다.비록 아침을 먹는 내내 태상황은 참깨 과자가 덜 부드럽네, 강낭콩 떡이 덜 다네, 인삼칠보 오리탕이 좀 쓰네 하면서도 적지 않게 먹더니 원경릉에게 탕 한그릇에 과자 두 개를 하사하기까지 했다.다 먹은 뒤 원경릉이 태상황을 부축하고 어화원을 산책하는데 유모들도 아가들을 안고 따라왔다.조손 두 사람이 조곤조곤 얘기하는데 원경릉이 최근 바빴던 일을 늘어놓았다. 태상황은 사실 다 아는 얘기지만 아무 말없이 듣고 있었다.걷다가 지쳐서 둘은 정자에 앉았는데, 원경릉은 내친 김에 회왕의 혼사를 거론하며 태상황의 의견을 듣기로 했다.태상황이 다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너랑 같이 문둥산에 가고자 한 걸 보면 따로 속셈이 있었거나 정말 선의가 있었거나 둘 중 하나일 거야, 하지만 어떤 쪽이던 용감하고 세속에 얽매인 사람은 아니다. 문둥산은 일반 사람들이 감히 가지 못하는데, 아직 시집도
날 죽이러 왔지?태상황이 원경릉에게 눈을 흘기며, “인간들이 다 이렇다니까, 별 것도 아닌데 요구하고 싶어하니 말이야. 라만이 소요공을 먼저 제자로 받아서 눈늑대 한 무리를 떼 주고, 늑대파는 회색 늑대를 얻었을 게 틀림없어.”원경릉은 미색이 그날 회색 늑대 어쩌고 했던 것 같아, “아마 그럴 거예요, 전 정말 생각도 못했어요, 늑대파가 소요공과 같은 사부를 모시는 문파라니, 그럼 말씀대로 별 문제 없겠네요.”태상황이, “그대론 별 문제 없지, 늑대파에는 3가지 살인의 규칙이 있는데, 현 천자와 태자는 죽이지 않는다, 여자와 아이는 죽이지 않는다, 단 고수 순위 100명 안에 들거나 남편과 아이를 버린 경우는 예외로 한다. 마지막으로 정치적 판도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은 죽이지 않는다. 이게 늑대파가 설립되던 때 정해진 규칙으로 일단 규칙을 어기면 늑대파는 해산하는 거지.”원경릉이 태상황의 말을 곰곰이 곱씹어 보고 얼굴에 알듯 말듯 한 미소를 지으며, “고수 백명 안에 들거나 남편과 아이를 버린 경우란 말이죠?”태상황이, “흠, 분명 그렇지, 이 일은 운영(雲影)에게 물어봐도 돼, 운영도 알거든, 늑대파가 성립되던 날 운영도 초대를 받아서 참석했거든.”운영은 귀영위의 노장으로 전에 명을 받들어 원경릉을 보호한 적이 있으나 실수를 저질러 뒤에 나장군이 귀영위를 이어받고 다른 사람으로 교체했다.원경릉은 해괴한 웃음을 지으며, “됐어요, 알겠어요.”보아하니 이리 나리와 미색은 처음에 원경릉을 목적으로 왔다가 비록 끝내 손을 쓰진 않았지만 확실히 원경릉을 죽이려던 마음이 있었다.어쩐지 이리 나리가 전에 원경릉에게 어떻게 하면 우문호와 헤어질 거냐고 묻고 헤어지지 않겠다고 하자 이리 나리는 곧 무공을 가르쳐 준다고 하질 않나, 원경릉이 문둥산에 가기 시작했을 때 원경릉이 무공 수련을 안 한다고 성질을 부렸었던 것이다.정말 이리 나리를 난감하게 했구나, 위풍당당한 늑대파의 장문인과 대호법이 같이 출동해서 원경릉을 죽이러 오다니, 원경릉 일생을 통틀어 최
미색의 임기응변원경릉이 미색에게 평소처럼, “미색, 다 알아요, 감출 필요 없어요.”“감추는 거 아니예요, 우린 광명정대한 사람들인데 왜 태자비 마마를 죽이겠어요? 마마와 아무런 원한도 없는데 뜬금없이 무슨 말씀이세요?”“늑대파가 하는 일이 사람의 머리를 사고파는 일이잖아요? 누군가 은자를 줬겠죠.” 원경릉이 말했다.미색이 웃으며, “그게 이상한 거죠, 제아무리 마마께서 현 왕조의 태자비라, 마마의 머리가 몇 만 냥이라고 해도 자객 업계에선 천정부지의 가격일 텐데, 우리가 경성에 와서 써 재낀 돈만 해도 은자 이백만 냥이 넘어요. 어떤 바보가 은자 몇 만 냥을 벌겠다고 이백만 냥을 써요? 우리 늑대파는 바보를 키우지 않는데다 돈계산이 확실한 사람들이라고요, 늑대파 자객이 이렇게 많은데 마마의 목숨을 가져가겠다고 이리 나리와 제가 나설 필요가 있겠어요?”원경릉이 듣고 일리가 있다는 생각에, “그래서 이리 나리는 정말 태자 전하 때문에 오셨다? 나리는 진짜 동성애 취향이시고?”미색이 문 쪽을 보더니 원경릉 곁에 바짝 다가 앉아 목소리를 낮춰, “이리 나리의 지금 신분과 지위에서 이런 말 원래는 하면 안되는데 태자비 마마는 입이 무거우시니까 말씀드리는 거예요, 이리 나리는 확실히 여자는 안 좋아하시고, 직례에 계실 때도 잘 생긴 공자들이 시침을 들었죠.”원경릉이 의혹이 가득한 눈으로, “그렇다면 왜 또 태자 전하를 찾아 온 거예요? 정말 태자 전하와 같이 있으려고요?”미색이 고개를 흔들며, “아뇨, 나리는 태자 전하를 감상하세요, 태자 전하와 사귀고 싶으실 뿐이에요, 태자비 마마 안심하셔도 되는 게 나리는 마마의 위협이 못 돼요, 태자전하를 감상하시는 거라 자연스럽게 태자 전하의 행복을 바라시니, 두 분 관계를 해치실 리가 없어요.”원경릉은 미색의 말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한 게, 그 말대로라면 우문호는 이리 나리의 아이돌 같은 존재로 나리가 이번에 경성에 온 건 아이돌 보러 온 거고, 그래서 은자 200만냥을 척 하고 내놓은 게 되는데 이리
요부인의 눈물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의 말은 항상 그녀의 불안을 사라지게 해주었다.그녀가 목이 멘 목소리로 말했다."아이가 정말 우리를 만나고 싶어 하고, 정말 행복할 것이라 생각하네. 이렇게 좋은 아버지를 두었으니. 아이가 우리 곁에 올 수 있기를 너무 바랐네."그가 아버지로서 얼마나 훌륭한지, 희열과 희성은 여러 번 그녀에게 말했었다.그들은 밖에서 모두 아무 말 없이 침묵하며, 두 사람의 결정만을 기다리고 있었다.그러다 마침내, 미색이 참다못해 물었다."나이가 좀 많다는 것 외에, 다른 위험이 있습니까?""나이가 많다는 것 자체가 큰 위험이다. 출혈도 있고, 다른 증상도 있을 텐데 말하지 않더구나.""무슨 증상이요?"미색이 잠시 멈칫했다."혹 어떤 증상이 나타납니까? 증상 때문에 아이를 지킬 수 없다면 그때 다시 아이를 포기해도 됩니까?""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가정할 수는 없다. 너무 많은 경우가 생겨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그저 지금의 상황과 몸 상태를 고려해 볼 뿐."나이가 많은 여인이 임신하면 정말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게다가 어머니뿐만 아니라 태아에게도 위험이 생길 것이다. 임신 중에는 자간, 경련, 두개내출혈, 태반 조기 박리가 있을 수 있고, 출산 후에는 선천적 결함이나 선천성 심장병 등이 있을 수 있었다. 물론, 임산부의 위험이 더 컸다. 임신성 고혈압, 당뇨병, 심장병, 그리고 신장병 등 여러 가지 질병이 있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이 증상들이 꼭 나타난다는 뜻은 아니지만, 정상 연령대의 임산부보다는 확률이 훨씬 더 높고, 흔히 보는 증상이었다.원용의가 물었다."그럼, 가장 나쁜 결과는 무엇입니까?"원경릉이 고개를 흔들었다."가장 나쁜 결과는 모두가 예상한 것처럼 어머니와 아이 모두에게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문제가 클 수도 있고, 적을 수도 있고, 모든 것이 알 수 없지만, 아이를 지키기로 결정을 내린다면, 큰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바로 그때, 훼천의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왔
미색은 오히려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정말 잘됐습니다! 정말 임신이라니요!"원용의와 손왕비는 서로 눈을 마주쳤을 뿐, 미색처럼 기뻐하지는 않았다. 사실 오늘, 이곳에 온 두 사람의 마음은 무거웠다.그들은 모두 요부인이 이 나이에 임신한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고 있었다.특히, 요부인이 황후와 함께 걸어 나올 때, 황후의 눈빛에서도 기쁨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의술에 정통한 그녀마저도 낙관적이지 않으니, 다른 사람들은 더더욱 낙관할 수 없었다.원경릉이 미색과 나머지 사람들에게 말했다."요부인과 훼천이 할 이야기가 있으니, 먼저 나가자꾸나."미색은 잠시 멈칫했다."우리가 들으면 안 되는 이야기입니까?""그래. 부부끼리 꼭 해야 할 이야기가 있다."원경릉이 미색을 끌어당겼고, 미색은 워낙 눈치가 빨라 이 말을 듣자마자 단번에 깨달았다. 그녀는 놀란 눈으로 요부인에게 물었다."설마... 아이를 포기할 셈입니까? 왜요?""미색아, 헛소리하지 말고, 먼저 나가자."원경릉이 그녀의 손목을 잡고 문밖으로 향했다. 손왕비와 원용의도 이 모습을 보고는 함께 따라 나갔다.미색은 잠깐 머뭇거렸지만 결국 원경릉을 따라 밖으로 나왔다. 그녀는 계속 원경릉을 붙잡고 캐물었다."아이의 상태가 좋지 않은 것입니까?"뜰로 나와서 원경릉은 말했다."나이가 있으니, 지금 상태로는 위험할 수밖에 없다. 두 사람이 잘 상의해서 결정해야 할 일이다."손왕비와 원용의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미색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그러니... 지금 두 분은 아이를 가질지 말지를 논의 중이신 것입니까?""이건 그들 부부의 일입니다. 어떤 결정을 하든, 우린 그저 지지해 주면 됩니다."원용의가 담담히 말했다.그러자 미색이 갑자기 마음이 아파왔다."예. 물론 지지합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 저는 꼭 지지할 것입니다."그녀는 돌의자에 앉아 무릎 위에 손을 올려 천천히 문지르고는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며 말했다."아이도 이 세상을 한번 보고 싶었을 텐데요."다들 아이
원경릉은 도무지 그녀를 이해할 수 없었다."훼천이 자네를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고, 심지어 이 아이보다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걸 안다고 하는데, 어찌 위험을 감수하려 하는 것인가? 자네가 없는 세상이 그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는가? 그에게 이 아이는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네."그들은 혼사 후 줄곧 행복하게 지냈다. 아이가 없어도 아주 만족스러워했다.만약 그녀의 몸이 견딜 수 있다면 문제 없겠지만, 이제 막 임신한 상태에기에 벌써 출혈이 생겼다. 게다가 이후에 그녀가 말하지 않은 다른 증상이 생길 가능성도 높았다.그러면 너무 위험해진다.요 부인이 아랫배를 어루만졌는데, 얼굴에는 모성애가 감돌고 있었다."처음 임신했다는 걸 알았을 때, 나도 이 아이를 포기해야 겠다고 생각했네. 내 몸이 임신과 출산을 견뎌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아이를 없애야겠다는 생각이 들자, 순간 너무나도 마음이 아팠네. 난 간절하게 그와의 아이를 갖고 싶네. 너무 이기적인 걸 알지만, 그 바람이 나를 흔들었네. 그가 아버지가 되는 모습을 보고 싶었네.""그는 이미 아버지네. 훼천은 언제나 희열과 희성을 친자식처럼 여겼네."원경릉이 말했다."아버지로서 해야 할 일을 다 했고, 심지어 그 이상으로 많은 것을 해왔다는 것을 알고 있네. 그래서 더욱 미안한 것이네. 다른 여인을 부인으로 맞이했더라면, 자식을 가질 수도 있었을 텐데. 나를 선택한 탓에, 그는 자신의 아이를 가질 수 없네. 그도 정말 아이를 원하는 것을 알고 있는가?""아이를 원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원한 적은 없네. 임신한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말할 용기가 없다는 건, 그도 위험을 감수하는 걸 원치 않는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네."요 부인의 얼굴이 복잡하게 일그러졌다."나도 알지만... 참 아쉽네."그녀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사실 혼사를 올렸을 때, 그도 아이를 더 가질 필요 없이 희열과 희성만으로 충분하다고 했네. 하지만 두 딸은 그의 성을 따를 수 없네. 임신한 적
과거에 아이를 출산한 경험이 있는 미색은 풍부한 출산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훼천은 그녀의 경험이 필요했다.훼천은 미색을 한 대 쥐어박으려 튀어나오려는 손을 억누르며 원경릉에게 다가가 공손히 예를 올렸다."황후 마마, 부디 맥을 짚어 상태를 확인해 주시옵소서."원경릉이 물었다."이미 의원에게 진맥을 받지 않았는가? 회임이 확실한 것인가?""몸이 좋지 않다고 하니, 그제 돌아온 희열이가 맥을 짚어 보고는 임신했다고 했네. 나도 잘 모르겠네."요 부인은 살짝 얼굴을 붉혔다. 이 나이에 임신이라니, 정말 부끄러웠다.그녀는 원경릉을 불러 가까이 오라고 부르더니, 조용히 속삭였다."사실 아닐 수도 있네. 몇 달째 월경을 하지 않아서...""몇 달 동안 하지 않았다니요? 그럼… 임신이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내력이 깊은 미색은 요부인이 원경릉에게 바짝 다가가 낮게 말했지만, 여전히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말았다. 그리고 미색은 바로 입 밖으로 말을 꺼냈다."조용히 하거라!"원경릉이 웃으며 그녀를 나무랐다.‘미색도 참...’"정말 임신한 것인지, 어서 확인해 보게나."손 왕비가 말했다."그럼, 방으로 가세."원경릉은 요 부인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미색도 따라가려 했지만, 훼천이 그녀를 막았다."여기서 기다리시지요. 어차피 의술도 모르잖습니까.""나도 도우려는 것이다. 훼천아, 너도 참... 호의를 몰라주는구나."미색은 목을 길게 빼고 가고 싶어서 안달이었다. 그녀는 지금 상황을 제일 먼저 알아내야 했다. 그러자 원용의가 그녀를 붙잡았다."그냥 앉아서 기다리시지요. 임신이 맞는다면 원 언니가 곧 알려줄 것이니."미색에는 다시 훼천을 바라보며 물었다."아이를 낳지 않기로 하지 않았느냐? 어찌 임신을 막는 약을 쓰지 않은 것이냐?"훼천은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그는 지금 너무 걱정되었다.이 나이에 아이를 가지는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게다가 희열과 희성도 효심이 깊었고, 외손자까지 얻었기에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이리 나리가 말했다."훼천이 집으로 왔는데, 기쁘면서도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소. 그래서 물으니 다 말해주었소. 석 달 동안 비밀로 하려 했지만, 그래도 사전에 검사도 하고 미리 대비하는 게 좋을 것 같아, 황후에게 알리는 게 낫다고 생각했소."목여 태감은 고개를 끄덕이고, 재빨리 원경릉을 찾아갔다.원경릉은 실험실에 틀어박혀 있다가 요 부인이 임신했다는 목여 태감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 손에 들고 있던 실험 도구를 급히 내려놓으며 물었다."정말인가?""부마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목여 태감이 대답하자, 원경릉이 말을 이었다."정말 큰 일이네. 요부인의 건강 상태가 원래 좋지 않았는데, 이제야 임신하다니. 그래도 큰 경사니, 내일 당장 찾아가야겠소."지금은 이미 오후였기에 다음 날 아침 일찍 출발하는 것이 좋았다.저녁이 되어 우문호가 궁으로 돌아오자, 원경릉이 말했다."내일 요부인을 만나러 갈 것이오. 아마 밤늦게 돌아오게 될지도 모르오.""다녀오시오."우문호가 말했다.그는 겉옷을 벗으며 물었다."이 나이에 임신해도 괜찮소?""아직 쉰 살은 안 됐지만, 고령 임산부인 건 맞소. 게다가 건강 상태가 원래부터 좋지 않아서 나도 좀 걱정되오.""그럼 당신이 곁에서 잘 챙겨주시오."우문호가 배려하며 말했다.그는 오래전부터 어디서든 원경릉의 도움이 필요하면 무조건 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오늘 저녁 여섯째도 궁에 왔소. 그래서 이 소식을 전했으니, 아마 내일 미색도 갈 것이오."우문호가 말했다."미색이 알게 됐다면 내일 아주 많은 사람이 몰리겠소."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미색은 비록 수다스럽지는 않았지만, 기쁜 일에는 지나치게 열정적이었다.다음 날 아침, 원경릉은 이른 아침부터 약상자를 들고 출발했다.요부인의 저택 앞에 도착하니, 역시 미색의 마차뿐만 아니라 원용의와 손 왕비의 마차까지 줄지어 서 있었다.문을 들어서자마자 미색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언제부터입니까? 대체 언제부터 우리한테 비밀로 하고 있었던
특히 황제가 된 지금, 그는 평화가 있어야만 발전이 가능하다는 것을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두 사람은 손을 꼭 맞잡았다. 각자 자신의 신념과 소망을 위해 나아갈 것이다.이틀 후, 이리 나리가 궁에 찾아와 다섯째와 함께 경단이 경성으로 돌아오는 일을 의논했다.그러자 우문호가 의아해하며 물었다."돌아오다니? 난 전혀 몰랐습니다.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었습니다."어젯밤에도 교류했지만, 귀경에 관한 이야기는 없었다."지금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언제쯤 불러들일 생각인지 묻는 것입니다.""한두 해는 지나고 부를 셈입니다. 무슨 일이십니까?""계획을 세울 생각입니다."이리 나리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1~2년이라면 금방 지나가겠군.’우문호는 미간을 찌푸렸다."무슨 속셈입니까?""전에 말했잖습니까? 경단이는 내 가업을 이어받아야 합니다. 제자가 그럴 능력이 되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제자의 자식을 탐낼 수밖에요."이리 나리의 제자 원경릉은 장사에 소질이 없었기에 그저 냉가의 가업을 그녀에게 맡길 수 없었다.이리 나리는 전부터 경단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만두는 경성으로 돌아와 군무를 배우고 있으니, 경단도 그의 가업을 이어받아야 할 때였기 때문이다. 한두 해 뒤에 돌아오면, 몇 년만 더 가르치면 대성할 것이었다.그러자 우문호가 웃음을 터뜨렸다."하하하. 진심이십니까? 냉가의 산업을 몽땅 삼켜버릴까 봐 걱정되지 않습니까?"하지만 이리 나리는 조금도 걱정되지 않았다."우선 몇 년 동안 가르칠 것입니다. 먼저 배울 것이 바로 부친의 뻔뻔한 요구를 단호하게 거절하는 것입니다."우문호가 바로 인상을 찌푸렸다."내 아들을 데려가면서, 어찌 이득도 못 보게 하는 것입니까?!""이득은 무슨, 이건 그야말로 통째로 삼켜버리는 거잖습니까? 욕심이 너무 크십니다."이리 나리는 옷소매를 휘날리며 자리에 앉은 후, 목여 태감에게 말했다."황후에게 가서 전하시오. 할 일이 생겼다고."목여 태감은 어리둥절했다."부마, 황후 마마께서 무슨 일을 하셔야
우문호는 종일 바빴다. 그는 차 한 잔을 들고 멀리 있는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특별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아닌, 그저 밥은 먹었는지, 무엇을 먹었고 내일 무엇을 할 셈인지 묻는 것 뿐이었다. 더불어 아이들에게 요즘 잘 지내는지, 무슨 책을 읽고 있느지에 대해서도 물었다.마치 처음으로 전화기를 접한 시골 사람처럼 신기해했지만 그는 마땅한 대화 주제를 찾지는 못했다.한편 원경릉은 홀로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우문호는 이미 능숙해진 듯 보였고, 심지어 목욕하러 가면서도 아이들에게 말을 남겼다.그가 목욕하러 가자, 원경릉은 곧장 아이들과 교감하며 이 일을 의논하기 시작했다.다섯째는 지금 억제제를 맞은 상황이었다.아이들은 잔뜩 흥분한 채 앞으로 언제든 아버지와 이야기할 수 있다고 좋아했다. 하지만 그는 의식으로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말을 해야 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보면 그를 미친 사람으로 오해할 수도 있었다.목욕을 마친 우문호는 마치 의기양양한 수탉처럼 걸음걸이조차 전보다 더 당당해 보였다."원 선생, 계란이가 그곳이 이곳보다 훨씬 덥고, 과일도 적다고 하오. 과일을 말려, 아이들에게 나누어 보내는 것이 어떻소?"그러자 원경릉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좋소. 그럼 내일 함께 말리는 것이 어떻소?""좋소! 아, 그리고 만두한테도 물어야겠소. 깜빡하고 어디까지 갔는지 묻지를 못했소."우문호는 앉아서 머리를 수건으로 닦은 뒤 다시 눈을 감고 우문예와 대화를 시도했다.그 모습을 보며 원경릉은 차마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침대에 누워서도 우문호는 여전히 흥분 상태였다. 그는 두 손을 베고 말했다."원 선생, 당신이 없었으면, 정말 많은 재미를 놓쳤을 것이고, 이렇게 많은 걸 배울 수도 없었을 것이오. 세상에 이런 것도 있다는 것을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소. 우리가 경험한 일들이 정말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인지조차 믿기 어렵소.""알겠소."원경릉은 그의 충격에 휩싸인 표정을 바라보며 말했다."난 당신이 살던
"그래, 좋구나. 죽여서 천도를 꼭 바로잡아야 한다!"우문호가 말했다."천도?""법이다! 죽여서 법을 바로 세워야 한다!"냉정언이 꼬투리를 잡자, 우문호가 급히 정정하며 억울한 표정으로 까다로운 그를 바라보았다.천도가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그는 요즘 천도를 따르는 것을 원하고 있었다.저녁 무렵 소월궁으로 돌아온 우문호는 흥분한 얼굴로 원 선생에게 이 이야기를 전하려 했다. 하지만 미간을 찌푸린 채 사색에 잠겨 한쪽에 앉아 있는 원경릉을 발견했다. 그녀는 그가 돌아온 것도 모르는 듯했다."원 선생...?"우문호가 그녀를 부르며 다가갔다.원경릉은 아이들과 교감할 수 없는 문제를 어떻게 이야기할지 고민하며 넋을 잃고 있다가, 우문호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정신을 차렸다. 그녀가 다급히 일어나 말했다."돌아왔소? 곧 저녁을 올릴 테니, 손 씻고 오시오."그가 괜히 입맛을 잃을 수도 있으니, 그녀는 일단 배를 채우고 이야기하려 했다.하지만 우문호는 신이 나서 앉더니, 두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감싸며 말했다."급할 거 없소. 할 말 있소."원경릉이 그의 반짝이는 눈을 보며 따라 웃었다."오?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소? 어찌 이렇게 기뻐하는 것이오?"우문호는 목소리를 낮췄지만, 여전히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오늘 계란이와 연락이 닿았소.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소."그러자 원경릉이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정말이오? 목소리를 들었소? 뭐라고 했소?"순간 우문호의 얼굴에 빛이 나는 듯했다."밥 먹었냐고 물으니, 먹었다고 답하며 나한테 식사를 했는지 물었소. 그래서 굴비를 먹었다고 말했네. 우리를 그리워하고 있고, 조만간 우리를 보러 오겠다고 했소."원경릉은 그의 말이 사실인지 헷갈렸다. 그와 아이들이 교감할 수 있는 것은 자기장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다섯째는 그들과 다른 상황이라 교감이 가능할 리가 없었지만 기쁨에 가득 찬 그의 표정으로 보아, 거짓은 아닌듯했다."말을 한 것이오?"원경릉이 다시 묻자, 우문호가 이내 고개를
점심을 먹은 후, 그녀는 혼자 산꼭대기로 올라가 먼 곳에 있는 금나라의 도성을 바라보았다. 거세게 부는 바람을 느끼며, 그녀는 문득 스승님이 금나라로 돌아갔는지 궁금해졌다.그녀는 스승님이 며칠 더 머물기를 바랐지만,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다급히 금나라로 떠났다. 그가 이렇게까지 신경 쓰는 일은 좀처럼 없었기에 이상했다.방금 들린 낮은 목소리를 떠올리며, 그녀는 순간 스승님이었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아버지의 목소리와 비슷하게 들려, 어머니가 아버지에 대해 말했던 것이 떠올랐다. 설마 아버지의 정신력이 이렇게 먼 곳까지 전달될 수 있는 걸까?그녀는 마음을 집중해 답해 보았다.“아바마마, 저는 식사를 했습니다. 아바마마는 드셨습니까?”한편, 경성 황궁 어서방에서 냉수보, 이리 나리, 탕양, 그리고 몇몇 친왕과 중신들이 과거 시험 개혁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이리 나리가 자신의 의견을 차근차근 얘기하고 있었고 모두가 집중해서 듣고 있었는데, 그러던 중, 우문호가 갑자기 고개를 살짝 기울이더니, 이내 탁자를 세게 내리치며 벌떡 일어났다. 그는 기쁨에 찬 얼굴로, 흥분된 목소리로 외쳤다."먹었어, 먹었다. 굴비를 먹었는데, 정말 맛있더구나."그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모두 놀라 그를 쳐다보았다.그가 탁자를 세게 내리치는 바람에 잔이 앞으로 날아가, 열변을 토하던 이리 나리의 얼굴을 강타해 버렸다. 이리 나리는 코를 맞은 것도 모자라, 온몸이 흠뻑 젖고 말았다.이리 나리는 그를 가만히 쳐다보다가 천천히 일어나서 옷을 털어내고는,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사과와 해명을 하시지요."그러나 우문호는 여전히 흥분한 상태였다. 그는 이리 나리의 어깨를 붙잡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듣고 있으니, 어서 계속 이야기 하십시오. 나리의 의견이 너무 뛰어나, 듣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습니다! 나리는 정녕 전무후무한 북당 최고 부자입니다! 훌륭합니다!"냉수보가 무표정하게 말했다."북당의 수보는 접니다만."이때, 목여 태감이 황급히 달려와 걱정스러운 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