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651화

작가: 나설희
그녀는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말을 더 많이 할수록, 잘못도 더 많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몸을 일으켜 자리를 뜨려 했다.

“거기 서.” 여배우가 그녀 앞으로 뛰어와 말했다. “너 도희한테 사과 안 해?”

“제가 왜 사과해야 해요?” 예수진은 알 수 없었다.

“네가 얘 자리 뺏었으면 사과는 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 자리는 심사위원 선생님이 주신 거예요. 불공평하다고 생각되시면 심사위원 선생님을 찾아가셔야죠. 제가 아니라.”

“예수진, 너 책임 전가는 타고났구나?”

“전 사실을 말한 것뿐이에요.”

“그럼 나도 사실 하나 알려줄게. 너 오늘 도희한테 정식으로 사과 안 하면 방송국에서 나갈 생각하지 마.”

“......” 예수진의 눈빛이 흔들렸다.

“누가 누굴 이길 수 있나 봐보자고!” 여배우는 의기양양하게 그녀의 길을 막았고, 예수진은 속으로 감정을 추슬렀다.

3년 전 이런 일을 당했다면, 그녀는 그대로 눈에 거슬리는 앞에 있는 사람을 발로 차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감히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이 상태로는 누구에게도 미움을 받아서는 안 된다.

대치하고 있는 와중에 갑자기 예수진의 전화가 울렸다.

화면을 보고 전화를 받으려 했지만, 여배우에게 휴대폰을 빼앗겼다. “사과부터 해, 아니면 전화도 못 받아!”

예수진은 이를 악물었다.

그녀는 도희에게 걸어가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뭐가 죄송해?” 여배우가 협박했다.

“제가 마지막 진출자 자리를 빼앗아서 죄송합니다.”

“인정한 거야? 네가 낙하산인 걸 인정한 거야?”

“방금 하신 말씀 다 맞아요.”

예수진은 다 포기했다.

어차피 말 몇 마디 더 한다고 닳지는 않으니까.

그 사람들은 예수진이 이렇게 순순히 받아들일 줄 몰랐다. 그녀는 이미 그때의 오만함과 기가 없어졌다.

“이제 제 휴대폰 좀 돌려주시고, 저 가도 될까요?” 예수진은 여배우에게 물었다.

여배우는 도희를 흘끗 보았고, 도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배우는 휴대폰을 예수진에게 돌려주고, 협박도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652화

    아까 그는 예수진의 반격을 기대하고 있었다. 만약 사고를 치더라도 그가 뒤에서 몰래 잘 처리해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결국 타협을 선택했다.분명 그런 적이 없었는데도 오해를 받았지만 그저 아무 일도 생기지 않길 바랬다.계지원은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꽉 깨물었다.......장안시 방송국 입구.예수진은 방송국을 나와 그 길로 지하철역으로 향했다.그녀는 마스크와 볼캡을 눌러쓰고 꽁꽁 싸매서 아무도 알아볼 리 없었다.사실상 지금 그녀의 인지도는 이미 아무도 못 알아볼 정도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만약을 대비해 이슈는 없을수록 좋은 법이다.그녀는 발걸음이 아주 빨랐다.그 순간 뒤에서 누군가 그녀를 불렀다. “수진 씨.”예수진은 심장이 떨렸다.발걸음은 멈칫했지만, 뒤를 돌아볼 자신이 없었다.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소이연이 자신의 앞까지 온 것이 보였다.그렇다, 소이연은 환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루카스도 환상이 아니고 그는 육현경과 정말 닮았다.하지만 예수진은 정말 예수진이었다.3년 동안 못 보았지만 그녀는 확실히 변해있었다.옷도 이렇게 소박하게 입고 말이다. 기억 속의 그 영원히 패션 선두주자의 길을 걸을 것 같던 여자와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심지어 소이연은 예수진의 손에 들린 가방도 모조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심지어 퀄리티가 좋은 것도 아니었기에 조금만 자세히 봐도 알 수 있는 정도였다.근데 예수진은 정말 신경 쓰지 않는 걸까?자신의 명성이나 이미지는 신경도 쓰지 않는 걸까?“이연 언니.” 예수진은 애써 터져 나오려는 울음을 참고 웃으며 말했다. “오랜만이에요.”“오랜만이라는 말도 할 줄 알아요?!” 소이연은 기분 상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눈시울은 이미 붉어져 있었다. “3년 동안 어디 갔었어요? 왜 나랑 지수 씨한테 연락도 안 했어요?”“말했었잖아요. 언니랑 지수는 제 마지막 희망이에요. 전 아직 마지막 희망까지 필요한 정도는 아니고요.” 예수진이 웃으며 말했다.소이연은 예수진의 웃는 모습을 보고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653화

    “이제 돌아왔잖아!” 예수진이 조금 떨면서 웃었다.“난 네가 안 돌아올 줄 알았어!” 하지수가 원망했다.예수진은 당연히 돌아오지 않을 생각도 했었다는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최근 그녀는 정말 많이 둥글둥글 해졌다.“나 그냥 나가서 콧바람 좀 쐬고 온 것 뿐이야! 기분이 좋아졌으니까 당연히 돌아온 거고.” 예수진은 설명하려고 노력했다.“왜 3년 동안 우리한테 연락 한 번 안 했어?” 하지수는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았다.“나 그냥 조금 비굴하면 안 될까? 다들 돈 많은 부잣집인데 나만 가난하니까, 그렇다고 내가 질투심을 가지면 안 되는 거잖아.”“예수진 말 똑바로 해!”“어어어, 내가 연락하면 나 팔아넘길까 봐 무서워서 그랬다! 장안시 사람들 보기도 싫어서 숨은 거고!”“어떤 사람들?”“아직도 몰라?” 예수진이 농담을 했다.“계지원?” 하지수는 정곡을 찔렀다.“완전히 그 사람 때문만은 아니긴 해.”“그건 알지? 그때 계지원이 교통사고......”“그 사람 얘기는 안 하면 안 돼?” 예수진은 그대로 말을 끊었다.“오늘 방송국에서 마주쳤는데, 내가 무슨 몇 천만 원이라도 빚진 것 마냥 얼굴이 썩어 있었어. 그러니까 나 지금은 기분 좀 좋게 있으면 안 돼?”“그래서 계지원을 피하기 위해서 숨었다고?”“진짜 아니야. 하도경, 육은숙 이런 사람들도 있고...... 그리고 다들 그 사람들이랑 어느 정도 관계가 있으니까 다 피한 거야.”“예수진, 네가 언제부터 이렇게 겁쟁이였어?!”“인생이 날 이렇게 만든 거잖아?” 예수진은 담담하게 말했다.마치 심리 상태가 이미 아주 좋아진 것 같았다.이미 뭐든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하지수는 뭔가 더 말하려고 했지만, 소이연이 그녀를 제지했다.“수진 씨도 돌아왔으니, 지나간 일은 다 지나보내요.”하지수는 입술을 만졌다.예수진은 소이연에게 감격스럽다는 눈빛을 보냈다.하지수의 심문을 버티기 어려운 참이었다.“너 이 몇 년 동안 장안시에 얼마나 많은 일이 있은 줄 알아?” 하지수는 더 이상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654화

    3년 동안 안 봤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하나도 어색하지 않을 줄은 몰랐다.예수진의 성격은 여전히 그렇게 활발했다.정말 이 3년이라는 시간이 그녀가 모든 것을 내려놓게 한 것일까?그녀는 계지원, 하도경, 육씨 가문까지 내려놓았다.세 사람의 식사 분위기는 아주 좋았다.저녁을 먹고 난 뒤, 그들은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계산을 하고 나올 준비를 했다.문을 나서자마자 세 사람은 발걸음을 멈칫했다.육은숙을 보았기 때문이다.육은숙 외에 그 손을 꼭 잡은 하도경과 육가희도 보았다. 아마 방금 밥을 먹고 일어서려던 것 처럼 보였다. 하필 이때 갑자기 마주치다니!정확히 말하면, 이때 예수진은 그들과 갑자기 마주쳐서 분위기가 조금 이상해졌다.육은숙도 예수진을 본 그 순간, 역시 많이 놀란 눈치였다.그녀가 예수진을 눌러버린 뒤로 그녀는 사라졌었다.3년이 넘게 사라졌었다.그녀는 거의 예수진을 잊었다고 생각했지만, 그녀가 갑자기 또 나타났기에 다시 놀라고 말았다. 그렇게 팽팽했던 긴장감도 다 사라진 것 같았다.그냥 그렇게 둘은 낯선 사이가 되었다.“예수진, 너 돌아온 거야?” 처음으로 입을 연 사람은 다름 아닌 육가희였다.그녀는 놀라우면서도 신기해하는 것 같았다.오늘 오후 《배우님 자리에 앉아주세요》의 녹화가 끝난 뒤, 그녀는 바로 방송국에서 나왔다.그녀의 메이크업실은 예수진과 같은 곳일 리도 없었다.그래서 육가희는 그녀를 마주치지 않았고, 그녀가 돌아온 줄 정말 모르고 있었다.“응.” 예수진은 짧게 대답했다.그 순간 정말 생각 없이 하도경을 흘끗 보았다.하도경은 그녀를 보고 있었다.계속 그렇게 가만히 그녀를 보고 있었다. 눈시울이 아주 조금 붉어진 것 같았다.“오랜만이네.” 예수진이 먼저 하도경에게 인사를 했다.그녀는 아주 찬란하고 호탕하게 웃었다.하도경은 참지 못하고 침을 꼴깍 삼켰다.“도경 씨.” 육가희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단지 그가 손을 너무 꽉 잡아서 조금 아팠다.하도경은 그제야 정신이 든 것 같았다.그는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655화

    세 사람은 식당을 나섰다.“데려다줄게.” 소이연과 하지수가 동시에 말했다.예수진에게 하는 말이었다.말이 끝나자마자 세 사람이 동시에 웃었다.이 빌어먹을 케미 같으니라고!예수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나 알아서 갈게. 여기 집에서 가까워서 엄청 편해.”“왜 우리가 못 데려다주게 해?” 하지수는 긴장한 눈빛으로 말했다. “너 내일 또 사라지는 거 아니지?”“말도 안 돼! 나 지금 돌아와서 뿌리도 내렸잖아.” 예수진은 과장해서 말했다.“내가 까먹고 말 안 했는데, 나 지금 《배우님 자리에 앉아주세요》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제 막 2라운드 진출했어.”“그럼 왜 우리가 못 데려다주게 해?” 하지수는 집착했다.“집이 너무 소박해서 제대로 접대 못 해줄 것 같아. 내가 좀 더 많이 벌어서 큰 저택 사면 우리 집에 두 사람 초대해서 제대로 접대해 줄게.”“그날까지 못 기다릴까 봐 그래!” 하지수가 말했다.“허, 친구끼리 이렇게 깔보기 있어? 나 이번에 돌아온 것도 다시 연예계 TOP 급 자리 뺏으러 온 거야. 내 자리는 무조건 있을 거야.”“장난이야. 나는 당연히 믿지.”“그럼 나 먼저 갈게.” 예수진은 손을 저으며 자리를 떴다. “수진아.”하지수가 그녀를 불러 세웠다.소이연이 하지수에게 눈짓을 주었다.하지수는 깨닫고 말했다. “몸 조심 해.”“집 도착하면 연락할게.”예수진이 먼저 가고, 하지수는 소이연에게 걱정되는 듯 물었다. “수진이가 진짜 다 내려놓은 걸까요?”“모르겠어요.” 소이연이 고개를 저었다.“보기에는 또 아무 생각 없는 예수진인데.” 하지수는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다.소이연은 정말 알 수 없었다.그녀는 다른 사람 앞에서 항상 정상적으로 보였기 때문이다.하지만 그녀는 한 번도 내려놓은 적이 없었다.......예수진은 버스에 앉아있었고,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이미 이런 교통수단에 익숙해졌다.그녀는 창밖으로 비치는 장안시의 야경을 보고 있었는데 소속감이 느껴지는 것 같았고, 돌아오기로 다짐한 것이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656화

    “그 얘긴 안 하면 안 돼?”“내가 이렇게까지 힘들게 도와줬는데 안 사귄 거 나한테 안 미안해?”“미안해.”“미안한 거 알면 최소한 이유라도 알자. 나도 어떻게 이해는 해 볼게.” 하도경이 캐물었다.“그러니까...... 아, 어떻게 말해야 하지? 내가 스스로 너무 비참하게 느껴져서 난 너랑 안 어울린다는 생각에 계지원한테 연기 좀 해달라고 했다면 믿을거야?” 예수진이 설명했다.“내가 3살짜리 어린애야?”“아니, 근데 사실이야.”“예수진, 넌 한 번도 그렇게 비굴한 사람인 적 없었어.”“그건 옛날이고, 내가 육씨 가문 사람이 아닌 뒤로, 점점 비참해져서 너랑 같이 있을 때마다 스트레스 받았어.그래서 길든 짧든 계지원한테 도와달라고 한 거야.”“겨우 스트레스 때문에?”“그리고, 내가 널 그렇게 많이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서.”“......” 하도경은 큰 충격을 먹었다.3년의 시간이 화살이 되어 심장을 뚫고 지나간 느낌이었다.“스트레스도 받고, 좋아하지도 않고...... 차라리 헤어지는 게 좋다고 생각했어.”“그래.” 하도경도 더 이상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벌써 3년 전의 일이다.“그럼 끊을게.”“앞으로 그렇게 사라지지 마. 아무도 네 과거 신경 안 써.”“앞으로는 안 그럴 거야. 어쨌든 난 나 스스로 의지해야 하면서 길을 개척해 나가야 하는 사람이니까! 언젠가 너희랑 어깨를 나란히 할 거야.”하도경이 웃었다.비록 3년 동안 사라졌었지만 예수진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여전히 명랑했다.“이제 끊을게, 나 집 도착했어.” 예수진이 급히 말했다. “나 이제 내려야 돼.”“안녕.”“안녕.”예수진은 전화를 끊고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그녀는 창문에 비친 자신을 보고 있었는데, 순간 인생은 정말 한편의 드라마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튿날.예수진은 아침 일찍 버스를 타고 방송국으로 향했다.2라운드에 진출했으니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한다.배우들 대부분은 방송국에서 무대를 준비한다. 어쨌든 상대가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657화

    예수진의 눈빛이 흔들렸다.갑자기 계지원이 보였기 때문이다.주변에는 카메라도 많이 있었다.아마 연습하는 모습을 촬영하기 위한 것 같았다.어쨌든 그녀 혼자밖에 없으니 여기서는 사실 딱히 찍을 것도 없다.“유청하 씨랑 원빈 씨는요?” 감독이 물었다.“스케줄이 안 된대요.”“그래서 혼자 연습하고 있어요?”“어차피 저는 별일도 없는데요 뭐.” 예수진이 웃으며 말했다.감독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고는 그대로 촬영팀을 데리고 나가려 했다.“잠시만요.” 계지원이 갑자기 그들을 불러 세웠다.“계 감독님, 왜 그러세요?” 감독이 정중하게 물었다.“우선 예수진 씨 연기라도 봅시다. 기왕 왔으니까요.”“그래도 됩니다.” 감독이 대답하고는 예수진에게 말했다. “수진 씨 부분 연기해 봐 주세요.”예수진은 사실 하고 싶지 않았다.이 부분은 상대방이 필요한 부분이 많아서 혼자서는 감정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수진 씨, 저희 지금 예고편 찍을 거니까 알고 계세요.” 감독이 미리 알려주었다.예수진은 이를 악물고 알겠다고 했다.그녀는 이렇게 많은 스태프 앞에서 연기를 시작했다.사실 그녀는 이미 아주 노력하고 있었지만 그 효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예수진은 계지원의 얼굴을 보고 뭔가 잘못된 것을 깨달았다.그녀가 자신의 작품을 망친다고 생각하는 건가?!그 순간 예수진은 그제야 계지원이 지팡이를 짚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얼마 전에 넘어져서 다친 건가?계지원이 두 손 두 발을 하늘로 향한 채 넘어진 것을 생각하니 갑자기 고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별로예요.” 계지원이 평가를 했다.“네, 제가 더 노력하고 연구하겠습니다.” 예수진의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는 그리 좋지 않았다.“이 역할을 이해하고 그녀가 어떻게 생각할지, 또 왜 숨기고 참는지, 어디까지 무너졌는지 생각해 봐요.이런 건 더 열심히 공부해야 연기에 녹여내서 관중이 공감하게 할 수 있을 거예요.”“네.” 예수진은 급히 정중하게 말했다.계지원은 그의 영화를 망칠까 두려웠다.이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658화

    그녀는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감독팀이 갑자기 정신을 차린 것 같았다.“네, 이따가 깨워주세요.” 원빈은 급히 옆에 있던 소파로 향했다.예수진과 유청하는 같이 연습을 시작했다.“안되겠어요.” 유청하는 한번 연습하더니 하기 싫어졌는지 말했다. “한 명이 빠지니까 애초에 배역에 집중하기가 어려워요. 계속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드네요. 일단 좀 쉬고 원빈 씨 일어나면 이어서 해요.”예수진은 이제 세상 물정을 너무 잘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가 다시 연예계에 돌아온 뒤 딱 한 가지 지조가 있었다.바로 미움받지 않으려면 아무에게도 미움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유청하에게도 가서 쉬라고 했다.예수진은 구석진 곳에 앉아 대본을 연구하며 대사를 외우고 있었다.매번 대사를 할 때마다 스스로 녹음했다.그리고 가장 괜찮다고 생각하는 걸 골랐다.이렇게 오후 내내 기다렸다. 원빈은 그제야 일어나 기획팀이 가져온 점심을 먹고 드디어 세 사람이 처음으로 맞춰보았다.아주 당연하게도, 원빈과 유청하는 개인적인 연습을 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대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수진 씨, 정말 미안해요. 이 작품이 이렇게나 난이도가 있는 작품인 줄은 몰랐어요. 그냥 대충 하면 될 줄 알았는데, 제가 얕봤네요.” 원빈이 사과했다.“괜찮아요, 연습을 많이 하면 되죠.”결국,오후 5시 반이 되니 두 사람은 각종 이유를 대며 연습실을 떠났다.또 예수진 혼자 남았다.됐어, 누가 한가하래?예수진은 거울을 보며 혼자 연습하다가 시간 개념이 사라졌다.예수진이 시간을 인지했을 때는 이미 밤 10시였다.중요한 건 방금 그녀가 화장실에서 나오려는데 갑자기 화장실의 불이 꺼졌다.심지어 건물 전체가 깜깜해졌다.“악!”예수진은 깜짝 놀랐다.익숙지 않은 화장실 안에서 갑자기 깜깜해지니 너무 놀랐다.많은 공포영화에 필수로 등장하는 배경이 바로 화장실이었기에 생각할수록 너무 무서웠다.예수진은 급히 자신의 휴대폰으로 플래시를 켜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659화

    예수진은 소리를 지르는 와중에 익숙한 목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나야, 계지원.”계지원?!예수진은 깜짝 놀랐다.그래서 방금 그 귀신이 계지원이었다고?아니지, 계지원이 귀신은 아니지.그래.물건이든 아니든, 계지원이 어떻게 여기 있는 거지?!이렇게 늦은 밤중에 연습하고 있었나?“근데 네가 방금 나 밀치면서 휴대폰을 잃어버렸어. 아마 이 근처에 있을 것 같은데, 좀 찾아줄래?” 계지원이 그녀에게 말했다.예수진은 미간을 찌푸렸다.자기가 잃어버려 놓고, 혼자 찾을 순 없나?!이렇게 깜깜한데 어디 가서 찾으라고?하지만 그 순간 그녀는 알겠다고 했다.그녀가 어떻게 계지원의 미움을 사겠는가.분명 연예계에서 숨도 못 쉬게 만들 것이다.그녀는 몇 발자국을 내디뎌 휴대폰을 찾아주려 했다.발걸음을 옮기자마자,“윽.”어둠 속에서 계지원의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미안.” 예수진은 급히 사과했다.아마 그녀가 그를 밟은 것 같았다.예수진은 전기가 나가니까 정말 한 줄기 빛도 없이 너무 어두워서 손을 뻗으면 손가락이 안 보일 정도였기에 방송국 건물이 너무나도 놀라웠다. “괜찮아.”예수진은 옆으로 조금 더 걸어갔다.계지원이 어디에 넘어져 있는지 대충 알 것 같았다.넘어지면 일어나면 되지 그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되었다.아, 맞다.골절인 것 같았는데.그가 정말 안쓰러웠다.예수진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최대한 계지원과 멀어졌다.두 걸음 정도 내딛자, 발에 갑자기 뭔가 밟혔다.아마 지팡이인 것 같았다.감당을 못 할 정도로 세게 넘어졌는데, 넘어지고 나니, 생각보다 엄청 아프지는 않았다.다만 입술에 뭔가 부드러운 게 느껴졌는데, 아마 계지원의 살에 닿은 것 같았다......그녀는 정말 일부러 그의 몸 위로 넘어진 것이 아니었다.말도 안 되는 짓이다.계지원의 신음 소리는 더 커졌다.어쨌든 많이 아플 것이다.예수진은 급히 계지원의 몸에서 일어났다. “미안, 미안해......”계지원은 한참 동안 대답이 없었다.입장 바꿔 생각하면

최신 챕터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07화

    파티장에 들어와 보니 계지원과 예수진이 아들딸과 함께 와준 손님들에게 인사를 해주고 있었다.인사를 마친 예수진은 흥분된 목소리로 하지수를 불렀다.“이번에는 제 가장 친한 친구이자 우리 아들의 영원한 이모일 하지수 씨를 모셔보겠습니다.”파티장 한구석에 선 송문수는 무대 위로 올라가는 하지수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아까는 제대로 볼 엄두가 안 나서 애써 무시하려 했던 그녀의 배가 꽤나 불러온 것 같았다.옷을 입어도 다 가려지지 않는 게 이미 임신 몇 개월은 된 것 같았다.정말 자신은 안중에도 없었는지 이렇게 빨리 임신한 하지수가 송문수는 조금은 원망스러웠다.이어서 마이크를 잡은 하지수는 누군가를 찾는 듯 무대 아래를 훑어보았다.한참이 지나 자신에게로 향하는 그녀의 시선에 다급히 눈을 피하던 송문수가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 하지수의 시선은 이미 사라져있었다.그에 송문수는 그녀가 찾던 건 아마 송승우일 거라고 짐작하고 있었다.그런데 끝까지 모습을 비추지 않는 송승우 때문에 그저 시선을 거둔 것 같았다.“우선은 수진이 아들 이모가 될 수 있어서 너무 영광스럽고요.”“수진이가 제 배 속에 있는 아이가 딸이면 꼭 사돈을 맺자고 그러더라고요.”“저도 우리 조카 귀여워서 너무 사랑하거든요.”“하지만 사돈은 저 혼자 맺는 게 아니잖아요. 애 아빠 입장도 있고 하니까요.”그러자 예수진의 격앙된 목소리가 또 한 번 들려왔다.“그럼 얼른 애 아빠부터 불러서 오늘 사돈 한번 맺자!”“아이 아빠는...”그녀의 말에 담담히 웃던 하지수는 갑자기 말을 멈췄다.마른 침을 삼키며 그 모습을 보던 송문수는 정말 송승우를 한 대 때려주고 싶었다.가장 사랑하는 여자를 내어줬는데도 책임을 다하지 않고 이런 날에 하지수를 혼자 이곳에 보내고 또 혼자 무대 위에 올리는 게 어떻게 남편이라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짓인가 싶었다.“수진아, 내가 무대 좀 써도 돼?”“당연하지, 오늘 이 자리는 널 위한 거야.”“아, 아니다. 내 미래의 며느리를 위한 거지.”예수진의 한마디에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06화

    하지수의 말을 끝으로 두 사람의 시선이 맞물리자 송문수가 황급히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당연하지.”“진짜야?”“내가 왜 널 속이겠어?”“그런데 왜 안 데려왔어?”“이번엔 시간이 별로 없어서 괜히 고생만 할까 봐 안 데려왔어.”“나중에 기회 되면 데리고 올 거야.”“예뻐?”“내가 안 예쁜 여자 사귀는 거 봤어? 외국 여자들은 몸매도 좋아. 원래 S라인이 내 취향이잖아.”“사진 있어?”하지만 저 질문에는 송문수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그래서 몇 초 동안 침묵을 유지하다가 다시 능청스레 대답했다.“있지.”“내가 봐도 돼?”“왜? 뭐 심사라도 해주게?”“아니, 그냥 궁금해서. 네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여자는 어떻게 생겼는지.”“보면 너 상처받을까 봐 안 보여줄 거야.”“괜찮아.”송문수도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며 거절하려 했지만 하지수는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다음에 직접 데려와서 보여줄게.”“지금 보고 싶어.”“카메라는 잘 안 받아서 실물보다 별로야.”“왜 안 보여주는 거야? 설마 없는 거야?”“설마 내가 너 못 잊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걱정 마. 난 원래 감정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이거든. 절대 너한테 매달리지 않을 거야.”송문수가 확신에 찬 말을 하자 하지수는 씁쓸하게 웃어 보였다.“매달린 적이 있긴 해?”그런 하지수의 모습을 보니 또 가슴이 아파왔지만 송문수는 꾹 참기로 했다.송승우의 아이를 가진 하지수는 이미 자신에게서 너무 멀어져 있으니까.“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하지수는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멀어져가는 송문수의 뒷모습을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한편 화장실로 들어온 송문수는 물을 틀어놓고 손을 몇 번이니 씻어댔다.더 이상 손에 감각이 없을 정도로 아까부터 한 동작만 반복하고 있었다.“더 씻으면 손 터져.”그 모습을 본 하도경이 직접 물을 꺼주자 송문수는 넋 나간 사람처럼 고개를 끄덕이고는 하도경이 건넨 휴지를 받아 손을 닦아냈다.“고마워.”“이게 진짜 뭐 하는 짓이냐. 그렇게 좋으면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05화

    백일잔치가 시작되기 전 예수진은 소이연과 친구들이 앉아있는 테이블로 급히 다가왔다.“왜 혼자와?”“그럼 누구랑 와?”“우리 조카는?”“아, 엄마한테 맡겨놨어. 먹고 싸는 것밖에 할 줄 몰라서 재미없어.”“...”“그러는 너는 좀 어때?”“뭐가 어떠냐고?”“네 애 말이야.”예수진의 말이 끝나자마자 누군가의 찻잔이 쨍하는 소리와 함께 테이블 위로 떨어졌다.아직 파티가 시작되기 전이라 차만 마시고 있던 남자들이었는데 송문수의 손에 들려있던 찻잔이 미끄러지면서 안에 있던 차가 흘러나온 것이다.송문수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찻잔을 집어 들더니 휴지로 물기를 닦아내기 시작했다.그 얼굴에서 당황스러움이란 찾아볼 수가 없었다.찻잔을 떨군 건 그저 우연이라는 듯 하도경, 육현경과도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그를 보며 하지수도 입을 열었다.“잘 있지. 전에는 좀 힘들었는데 이젠 잘 먹고 잘 자.”“너 살 좀 찐 것 같아.”“응, 2킬로 넘게 쪘어.”“그럼 됐어.”하지수와 잠깐 이야기를 나누던 예수진은 파티가 곧 시작한다는 말에 계지원과 함께 자리를 떴고 그녀가 떠나가 테이블은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아마도 얘기를 다 나눈 남자들 때문인 것 같았다.가만히 있기도 뻘쭘했던 하지수가 주전자를 들려 하자 송문수가 빠르게 그녀에게 차를 따라주었다.“고마워.”하지수의 인사에 송문수가 고개를 끄덕였고 그렇게 한참 동안 둘 사이에는 대화가 오가지 않았다.그러다가 결국 송문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너 임신했어?”“응.”“빠르네.”송문수는 의미 없는 웃음으로 자신의 착잡한 마음을 감추려 했다.적어도 결혼한 다음에야 임신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빨리 송승우의 아이를 가졌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그래서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혼인신고만 해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송문수는 자신의 생각이 점점 커지는 게 싫어 다급히 화제를 돌렸다.“너 혼자 온 거야? 송승우는?”“서울 갔어.”“몸은 괜찮아졌어?”“응, 의족 해서 이젠 잘 다녀.”오랫동안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04화

    예수진은 빠르게 소이연에게 문자를 보냈다.[이연 언니, 송문수 왔어요. 진짜 올 줄은 몰랐는데 방금 안으로 들어갔어요!][내가 진짜 올 거라고 했잖아요.][내 매력이 그 정도일 줄 몰랐죠.]역시나 능청스럽게 받아치는 예수진에 어이없다는 이모티콘을 보내고 난 소이연은 송문수의 인영을 찾으려 두리번거렸다.하도 큰 키 덕분에 사람들 틈에 섞여 있어도 우뚝 솟아있는 송문수를 찾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문수야.”마찬가지로 그를 알아본 육현경이 인사를 건네자 송문수는 빠르게 그들에게로 다가갔다.“언제 왔어?”“어제 오후에.”“왔는데 왜 말도 안 해? 사업 잘된다고 이젠 우리도 모른 척하는 거야?”“아무리 잘 되봤자 내가 현경이만큼 돈이 많진 않아.”볼멘소리를 하는 하도경에 맞는 말로 반박하자 하도경도 딱히 할 말이 없는지 어깨만 으쓱해 보였다.“언제 가?”“모레 비행기야, 내일 집 가서 부모님만 뵙고 가려고.”“그래서 우리 만날 시간은 없다 이거지?”“이번엔 시간이 좀 빠듯해, 거기 일도 많고. 오늘 보지 뭐, 술 제대로 마시자 한번.”“너 진짜 많이 변했어 송문수, 이렇게 진지하진 말아 줄래?”적응되지 않는 송문수의 말투에 하도경이 진저리를 치며 말했다.“그럼 어쩌라고.”“나는...”판을 깔아주니 말하기 어려웠는지 하도경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술 마셔 그냥.”“그래.”또 무슨 바람이 분 건지 둘은 음식이 나오기도 전에, 파티의 주인공이 자리하기도 전에 술부터 마시기 시작했다.육현경이 그런 그들을 말리려 할 때 송문수의 옆에 문득 한 여자가 앉았다.그에 술잔을 들고 있던 송문수도 잠시 멈칫했다.굳이 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 것 같아서 그는 자신도 모르게 손가락에 힘을 주며 술잔을 입가에 가져다 댔다.송문수를 한번 보던 소이연은 하지수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지수 씨, 왔어요?”“네.”“혼자예요?”“네.”혼자라는 말에 송문수의 손은 아까보다 더 하얗게 질려버렸다.“혼자니까 더 조심해요 다닐 때.”“그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03화

    그로부터 반년이 지나서야 송문수는 마침내 국내로 돌아올 수 있었다.캐나다에 있는 회사도 이제 정상적으로 흘러가자 귀국한 거였지만 그도 그냥 예수진 아들의 백일을 축하하러 온 것뿐이었다.시간이 어찌나 빠른지 송문수가 나갈 때까지만 해도 배가 부른 채로 있던 예수진이 벌써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백일까지 맞이하게 된 것이다.오랜만에 온 장안시였지만 송문수는 자신의 귀국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그저 본인의 집으로 향했다.오랫동안 비워둔 집이라 그런지 온통 먼지투성이여서 일단 도우미부터 부른 송문수는 아주머니가 정리를 마친 다음에야 침대에 몸을 뉘일 수 있었다.떠나기 전만 해도 이곳에서 사랑하던 사람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었는데.이제는 그 모든 게 다시는 들춰선 안 될 과거가 돼버린 것 같았다.해외에 있던 시간 동안 송문수는 부단히 하지수를 잊으려 애쓰고 있었다.물론 정말 잊었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하지만 하지수와 송문수가 반년 동안 연락을 하지 않은 것만은 사실이었다.부모님과 영상통화를 할 때도 같은 집에 살던 하지수는 한 번도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그저 우연히 한 번, 그녀의 뒷모습이 화면에 스친 게 전부였다.몸을 뒤척이던 송문수는 내일의 백일잔치에 대해 생각했다.내일 가면 친구들이 무조건 술을 권할 텐데, 오랫동안 술을 마시지 않은 탓에 송문수는 지금 자신의 주량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그래도 푹 쉬면 조금은 낫겠지 싶어 그대로 잠을 청한 송문수는 이튿날 아침이 돼서야 눈을 떴다.언제부턴지 부모님처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몸에 배어버린 탓에 송문수는 이젠 밤을 새우는 게 오히려 힘겨웠다.그렇게 여유롭게 준비를 마친 그는 한 번 더 깔끔하게 옷매무새를 정돈하고는 선물을 한 아름 안고 집을 나섰다.너무 이르지도 않고 너무 늦지도 않은 딱 적당한 시각에 집을 나선 그는 문득 옛날 자신의 모습이 떠올라 웃음을 지었다.예전에는 어쩜 그리 특이하게 살아왔는지, 참으로 유치했던 것 같다.해외에서 반년 동안 혼자 살아서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02화

    “보름 넘게 준비한 건데 서두르는 건 아니지.”자신의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고향을 떠나는 일인데도 송문수는 참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갔다가 언제 와?”“그건 몰라. 상황 봐서 잘 되면 빨리 오는 거고 잘 안되면 못 오는 거지.”어깨를 으쓱이며 말하는 송문수에 그의 결심이 바뀔 리 없다는 걸 알아챈 송승우는 그만 입을 다물고 하지수의 손을 맞잡았다.무의식중에 눈물을 흘리던 하지수는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에 빠르게 표정을 감췄다.“가자.”그리고는 송승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오늘 그녀는 송문수와 단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다.마지막 작별인사도 전하지 않은 채 그렇게 헤어졌다.하지수의 몸에 감히 시선을 두지 못하던 송문수도 그녀가 송승우와 함께 차에 타서야 차창 너머로 비치는 그 뒷모습을 어렴풋이 볼 수 있었다.그는 한참 동안 자신에게서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었다.사실 캐나다도 송문수가 직접 갈 필요는 없었다.회사에 유능한 사람은 널리고 널렸으니 아무에게나 CEO라는 직급을 쥐어 보내면 될 일이었지만 송문수는 본인이 가겠다고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여기서 다정하게 지내는 둘을 보고 있는 게 더 가슴 아플 것 같아서, 눈에 보이지 않으면 조금은 낫지 않을까 싶어서.손 하나 잡았다고 이렇게 가슴이 미어질 것 같은데 이런 모습을 계속 보는 건 정말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아서 그는 이곳을 떠나기로 한 것이다....송문수는 캐나다에 도착해서야 육현경과 소이연을 비롯한 친구들에게 자신의 출국 소식을 알렸다.그리고 언제 돌아갈지는 모른다는 말까지 남기자 다들 깜짝 놀랐지만 별말은 하지 않고 몸 잘 챙기라는 소리들뿐이었다.그리고 시간 되면 놀러 오라는 얘기들로 대화가 마무리되었는데 역시나 예수진은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그녀는 굳이 송문수에게 따로 문자까지 보내며 물었다.[너 진짜 어쩌려고 그래? 이렇게 가겠다고? 다 버리고? 송문수, 너 언제부터 이렇게 나약해졌니? 내가 너였으면 당장이라도 송승우랑 싸웠어!][어차피 못 이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01화

    둘의 이혼은 아주 빠르게 진행되었고 두 사람은 각각 손에 이혼 증명서를 들고 법원에서 나왔다.“이제 끝난 거지?”“네.”하지수에게 건네받은 이혼 증명서를 들춰보던 송승우는 안에 적힌 내용을 다 확인한 후에야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혹시라도 돌발상황이 생길까 봐 따라온 건데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도 두 사람의 이혼은 순조롭게 진행됐다.송문수는 하지수를 보고서도 한마디도 하지 않고 그저 절차대로 서류만 제출했다.아무 감정도 없는 것 같은 두 사람의 모습에 송승우는 감정이란 게 저렇게 쉽게 사라질 수도 있나 싶었다.둘 사이에 다른 일이 있었던 건 아닐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어차피 이혼만 하면 그만이었기에 송승우는 다른 건 묻지 않았다.이제 두 사람이 이혼했으니 송승우는 저와 하지수도 떳떳해진 것 같았다.그리고 그는 송문수만 연락을 끊는다면 하지수를 다시 자기 여자로 만들 자신이 있었다.그래서 법원에서 나오자마자 송승우가 먼저 송문수를 불러세웠다.“시간 되면 집에 와서 밥이라도 먹어. 엄마 아빠가 전화해도 안 오던데, 많이 바쁜 거야?”“응.”“바쁘다고 가족들도 다 내팽개치는 건 아니지. 워라벨도 신경 써야지.”어른스러운 말투로 나무라듯 말하는 송승우를 송문수는 쳐다보지도 않았다.서울에서 일할 때 1년이 넘도록 안 오던 게 누군데.부모님이 굳이 송승우를 부르지 않은 건 그의 일에 방해가 될까 봐서였다.무튼 송승우는 그런 사람이었다. 자신이 하는 일은 아주 중요한 일이고 다른 사람들의 일은 언제든지 시간을 뺄 수 있는 여유 적적한 일이라 여기는 사람.“언제 시간 되는지 알려주면 도우미들 시켜서 너 좋아하는 거...”“나 해외에 잠깐 나가봐야 해.”“뭐라고?”송문수가 송승우의 지루한 말을 끊으며 대답하자 송승우는 당황하며 물었다.“엄마 아빠가 말 안 했어?”“무슨 말이야 그게?”금시초문이었던 송승우는 하지수를 쳐다보았지만 그녀의 반응을 보니 그녀 역시 처음 듣는 말인 것 같았다.“우리 회사 전기차 해외 매출이 자꾸 오르니까 전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00화

    그런데 그때, 협탁에 놓인 물과 알약 한 알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그 옆에 나란히 놓여있는 쪽지에는 “단기 피임약”이라는 말도 적혀있었다.그 약과 물을 번갈아 보던 하지수는 피가 차게 식는다는 게 뭔지 그제야 알 것 같았다.너무나도 명확한 송문수의 의사에 하지수는 가슴이 아려왔다.성인 남녀 둘이 충동적으로 서로를 원해서 가졌던 하룻밤이니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을 것이고 아무런 미련도 없다는 걸 이렇게 약으로 알려주다니.알약을 집어 든 하지수는 참으로 처량하게 웃어 보였다....그렇게 점심이 다돼서야 하지수는 별장으로 돌아갔다.핸드폰 배터리가 다 된 탓에 그녀는 송승우가 몇 통의 전화를 했는지도 모른 채 별장 안으로 들어섰는데 송승우는 아니나 다를까 어두운 얼굴로 이제야 들어오는 그녀를 바라보았다.그와 달리 허영지와 송기명은 살갑게 하지수를 걱정해주었다.“지수야, 어제 어디 갔었어? 전화는 왜 꺼놓고. 수진이한테 전화했는데 네가 문수랑 같이 갔다고 해서 문수한테 연락해보니까 문수는 또 너랑 같이 있는 거 아니라고 그러던데. 대체 어디 있었던 거야? 어디 다친 데는 없지?”“없어요. 어제 술을 좀 많이 마셔서 문수 씨 집에서 잔 것뿐이에요.”송문수 집에서 잤다는 하지수의 말에 송승우는 더는 못 참겠는지 언성을 높였다.“하지수, 너 나랑 한 약속 잊었어? 네가 어떻게 거기서 잠을 자!”“내가 무슨 약속을 했는데요?”송승우는 아무리 화가 났어도 저 질문에만큼은 답을 할 수 없었다.가스라이팅으로 어렵게 얻어낸 기회라는 걸 다른 사람한테는 알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나 문수 씨랑 아직 이혼 안 했어요. 그러니까 아직은 뭘 하든 합법적이란 소리죠.”“하지만...”“이혼하고 나서 얘기해요. 나 피곤해서 먼저 올라 가볼 게요.”몸도 마음도 다 힘들었던 하지수는 송승우를 화를 살필 겨를이 없었기에 그대로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그렇게 침대에 누워 천장을 보고 있으니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또르륵 흘러내렸다.몸을 뒤척이며 이불을 목 끝까지 끌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499화

    “너 내일 후회할 거야.”이런 하지수를 앞에 두고 참는 건 송문수에게도 곤욕이었다.온몸이 떨릴 정도로 힘을 주고 있는 것보다 자신의 마음을 억누르는 게 더 힘들었다.“후회 안 해.”“딱 하나 후회되는 게 있다면 내가 이 나이 먹도록 한번 밖에 못 해봤다는 거야. 그리고 그 한 번도 진짜 별로였어.”“뭐?”아까부터 한번을 강조하는 하지수에 송문수는 의아하다는 듯 되물었다.“그 한 번도 다 너한테 맞춘 거였잖아.”고작 한 번이라니, 그럴 리가.그런데 또 곱씹어 보니 둘이 함께 잔 건 한 번뿐인 것 같긴 했다.하지만 송승우와 그렇게 오래도록 사귀면서 송승우 방까지 들락날락하던 게 하지수인데 그런 그녀의 인생에서 저와 한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이번엔 내가 움직일 거야.”하지수는 잔뜩 풀린 눈으로 당차게 말했지만 그녀의 말은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나 또 밀어내면 그땐 진짜 물어버릴 거야.”말을 마친 하지수는 송문수를 바닥에 눕힌 뒤 그 위에 올라탔다.“반항하지 마.”곧바로 하지수의 입술이 자신에게 다가왔지만 송문수는 정말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이 상황에 그녀를 밀어내면 하지수가 정말 울어버릴 것만 같아서.그녀의 우는 모습을 보는 건 언제나 가슴 아픈 일이었기에 송문수는 그냥 가만히 있는 걸 택했다.그렇게 내일 그녀의 원망도 다 받아낼 심산으로 송문수는 하지수의 움직임에 몸을 맡겼다.뜨거운 하룻밤을 보낸 뒤, 아침이 밝아오자 하지수는 몸을 뒤척였다.온몸에 차에 깔리기라도 한 듯 무거웠고 발가락 하나 움직이는 것도 힘들었던 그녀는 힘겹게 눈부터 떠보았다.익숙하고도 낯선 이곳은 그녀의 기억 속에 있던 송문수의 집이었다.그리고 눈을 떠 주위를 둘러보니 어제의 기억 조각들이 하나하나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 같았다.그것들이 마침내 온전한 하나가 되었을 때, 하지수는 얼굴을 붉혔다.본인도 몰랐던 자신의 대담한 모습을 그녀는 차마 깊게 생각할 수가 없었다.술이 깬 지금에 와서는 절대 못 할 일이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